영화 신세계 시나리오
- 시나리오
- 2018. 5. 5.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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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도심, 거리/고국장 차안- 실내외/밤
무지의 화면 위, 어디선가 핸드폰 신호음이 들려온다. 그와 함께 서서히 열리는 화면.
도심의 불빛들과 그 사이로 빌딩 대형 전광판 화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유로운 웃음을 흘리며 검찰에 출두하고 있는 석회장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그 아래로
[검찰, 골드문 석동출 회장 불기소 처분]
[“제기된 모든 혐의에 대한 구체적 혐의점 찾지 못해”]
[경찰 ”검찰 판단, 납득 할 수 없어” 강력 반발] 따위의 띠 자막이 흐르고 있다.
cut to) 고국장의 차 안.
핸드폰을 하며 차창너머 석회장 관련 뉴스를 못마땅한 눈길로 힐끗 올려다보는 고국장.
2. 편의점, 내부- 실내/밤
신호음이 계속되는 가운데... 누군가의 손길이 컵라면의 뚜껑을 젖힌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먹음직스런 면발이 드러나고, 뜨거운 면발을 후후- 감아올려 후루룩- 흡입하듯 연신 입으로 밀어 넣는 젓가락. 딸깍- 전화가 자동응답으로 넘어가고,
고국장 (소리)
...야... 어디냐? 너... 뉴스 봤지?
척- 테이블 위에 펼쳐지는 신문. 쩝쩝... 면발을 씹어대는 젓가락 끝이 심드렁하니 신문을 넘긴다.
사회/경제면 섹션에 석회장의 사진과 기사들이 나타나고.
수하들에게 둘러싸인 채, 득의양양한 미소로 차에 오르고 있는 석회장의 사진에 멈추는 시선.
고국장 (소리)
이거 아무래도 얘들... 이제 우리 손에서 완전히 벗어난 거 같은데? 너무 컸어, 이 새끼들. 이제 갑이야, 갑. 것도 슈퍼 갑.
툭- 툭- 툭- 손가락 끝이 사진 속 석회장의 얼굴을 두드린다.
고국장 (소리)
...어쩔 거야, 이제?
다시 후루룩... 면발을 삼키고 국물을 들이키는 소리. 깨끗하게 비워진 빈 용기가 턱- 놓여지고, 옆에 놓인 박카스를 따는 손길. 신문을 확- 구겨 신경질적으로 쓰레기통에 쳐 박는다. 득의양양한 사진 속 석회장의 얼굴이 보인다. 그 위로 느닷없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사내1의 한껏 억눌린 비명 소리.
3. 골드문, 물류창고 안- 실내/밤
비명 소리가 이어지고... 보면, 입에 재갈이 물린 중년 사내1이 피투성이 몰골로 의자에 묶인 채,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그 발께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수하1. 짓이겨진 피와 살점이 잔뜩 들러붙은 망치를 들고는 힐끔 뒤를 돌아본다.
한쪽 어둠 속에 앉아 중년 사내1을 물끄러미 건네 보고 있는 자성의 모습이 보인다. 몹시도 피곤해 보이는 자성.
석무가 중년 사내1의 입에 재갈을 벗기고 이어 담배를 물려준다. 중년 사내1의 입에서 울음 같은 신음이 새어 나온다.
석무
(불을 당겨주며 안쓰럽다는) 거 최이사님. 이제 그만 하십시다. 예? 피차 이게 뭔 못할 짓입니까? 어차피 가실 거, 걍 인정할 거 깔끔하게 인정하시고 편하게 가세요. 예?
중년 사내1
(고통에 겨워 힘겹게 고개를 젓는) 아냐, 나... 나 아니라고... 응...? 제발 좀 믿어줘.
석무
(답답하다는) 거 계속 이러실 겁니까? 오늘 회장님 무혐의 처분 떨어졌어요. 겜 오버예요. 다 끝났다구요.
중년 사내1
(연신 고개를 저어대는) 아니야, 난... 아니야... (자성 쪽을 보며 흐느끼는) 이이사... 믿어줘... 진짜 난 아니라고... 생각을 해봐. 내가... 내가 지금껏 회장님을 모신 게 몇 년인데... 그런 내가 뭐가 아쉬워서 짭새들 프락치 노릇을 해...? 응? 이이사...
석무
아나... 이 아저씨 진짜 끝까지 이러시네...
수하1, 힘껏 망치를 내려친다.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두 눈이 허옇게 뒤집히는 중년 사내1.
또 다시 이어지는 망치질... 중년 사내1의 짐승 같은 울부짖음이 창고 안을 가득 메운다.
피곤한 듯, 까실한 얼굴을 쓸어내리는 자성. 그러다 석무를 향해 그만 마무리 하라는 눈짓을 보내고는 일어선다.
석무
됐다, 그만 시마이 하게 조강 갖구 와!
4. 골드문, 물류창고 앞- 실외/새벽
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푸르스름한 새벽, 저만치 새벽 항구의 불빛들과 거대하게 솟아있는 빌딩들의 위압적인 모습이 희뿌연 해무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우두커니 그 전경을 바라보고 서있는 자성.
탁... 탁... 그의 손에 들린 라이터가 의미 없는 불꽃을 일으켜 댄다.
저 멀리 초점 없는 시선을 내던지고 있는 자성. 몹시 피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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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 산부인과 복도.
소파에 앉아 있는 자성. 어쩐지 머릿속이 복잡해 보인다. 가만히 진료실 쪽을 바라보는 자성.
그때, 주경이 진료실 문을 열고 나온다.
몸을 일으키는 자성.
주경이 그런 자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성의 눈길이 주경의 손에 들려있는 아기 수첩으로 향한다.
순간 아득히 멍해지는 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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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한숨과 함께 담배를 빼 무는 자성. 가슴 한켠이 답답해져 온다.
5. 골드문, 물류창고 안- 실내/새벽
한쪽에서 웃통을 벗은 두엇의 수하들이 드럼통 속에 조강 시멘트와 물을 붓고는 열심히 저어대고 있는 가운데...
컥- 컥- 하는 소리와 함께 미친 듯 발버둥을 치는 중년 사내1의 처참한 발이 보인다.
빈 바가지를 가져와 드럼통 속 시멘트를 떠가는 손길.
보면, 엉망으로 망가진 중년 사내1의 입에 깔때기를 대고는 시멘트를 들이붓고 있다.
온몸이 박스 테이프로 칭칭 감긴 채, 연신 시멘트를 들이 삼키고 있는 중년 사내1. 그의 핏발 어린 눈동자가 고통과 공포로 얼룩진다.
jump
숨이 끊긴 중년 사내1의 머리채를 질질 끌고 가 드럼통 속에 처박아 버리는 수하들.
석무, 담배를 피워 문 채 드럼통 안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6. 골드문, 물류창고 앞- 실외/새벽
자성에게 다가오는 석무.
석무
마무리 됐습니다, 형님.
자성,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에 물고 있던 빈 담배를 꺾어버린다.
자성
(긴 한숨과 함께 돌아서며) 배 어딨니? 나가자...
타이틀 씬 : 바다, 갑판 위- 실외/새벽
이른 새벽의 푸른 공기가 너른 바다 위를 채우고 있다.
시끄러운 엔진음과 함께 물살을 가르며 떠가는 동력 바지선 한 척. 하얀 포말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그 위로 크레딧들이 흐르기 시작한다.
너른 바다 위를 유유히 헤쳐 나가고 있는 바지선의 모습이 멀리서 보여 지고...
뱃머리에 서서 온몸으로 사나운 바람을 맞고 있는 자성의 메마른 눈빛.
굳어 있는 시멘트 위로 살짝 삐져나온 중년 사내1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세찬 물보라를 튀기며 바다 위로 던져지는 드럼통. 이내 검푸른 바다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돌아보는 자성. 여전히 메마른 눈길.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는 얼굴이다.
다시 정면의 먼 바다로 시선을 던지는 자성.
광활한 바다가 매서운 바람에 춤을 추듯 일렁이고 있다.
타이틀 [신세계] 가 조용히 떠오른다.
자유로, 도로 위/석회장 차 안- 실내외/밤
비가 쏟아지는 늦은 밤 자유로. 한가로운 도로. 이따금 차량들이 비를 가르며 질주해 지나간다.
cut to) 차 안.
라디오에서 새벽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피곤한 듯, 두 눈을 고즈넉이 감고는 뒷좌석 깊숙이 몸을 기대어 앉은 석회장.
앞자리의 장실장, 그런 석회장을 슬쩍 살피고는 기사에게 조심히 운전하라는 손짓을 보낸다.
라디오에서 골드문 그룹의 중국 진출 관련 뉴스가 이어진다. 인천과 상해를 오가는 페리 사업과 그와 연계된 대규모 리조트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리포트다.
듣고 있는지, 잠이 든 건지... 두 눈을 고즈넉이 감은 채 미동도 없는 석회장. 여유로워 보인다.
다음 뉴스로 넘어가자, 조심스레 뉴스를 끄고 클래식으로 바꾸는 장실장.
은은하게 퍼져 흘러나오는 클래식 선율. 연신 쏟아져 내리는 빗방울들을 닦아 내느라 바쁜 와이퍼의 움직임. 잔잔한 클래식의 선율이 창을 때리는 빗소리와 어우러진다.
그런데 순간!
그 너머로 느닷없이 튀어 나오는 육중한 클락션 굉음! 그와 함께 눈부신 헤드라이트 불빛이 곧장 화면을 덮쳐온다.
어찌할 새도 없이, 단말마 비명과 함께 쾅-! 엄청난 충격과 함께 구겨지기 시작하는 차.
cut to) 자유로.
거대한 덤프 아래에 끼인 채, 거친 마찰을 일으키며 한참을 더 밀려가는 석회장의 차.
그대로 쾅-! 도로 방벽과 강하게 충돌하고 만다.
덤프와 방벽 사이에 끼어 아예 형체도 없이 구겨져버린 석회장의 차.
암전...
jump
대형 덤프트럭과 방벽 사이에 끼어 형태도 없이 참혹하게 뭉개져버린 석회장의 승용차가 보인다. 급하게 달려온 소방대원들이 절단기로 차를 뜯어내고, 어렵게 꺼내어진 시체들이 방수포에 덮인 채, 구급차에 실려진다. 그렇게 쏟아지는 빗속에 계속되는 사고 수습의 상황. 카메라가 현장에서 서서히 멀어져 간다.
암전...
자성의 집, 거실- 실내/밤
비가 떨어지고 있는 창밖을 우두커니 내다보고 있는 자성.
가만히...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아기 수첩을 내려다본다. 심란하다.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마른 얼굴을 쓸어내는 자성.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려는데...
그때 징- 탁자 한쪽 핸드폰의 진동이 울려대기 시작하고...
다급한 듯 울어대는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자성. 뭔가 심상치 않다.
병원1, 복도- 실내/밤
골드문의 직원들로 북적이고 있는 복도. 긴장되고 초조한 얼굴들로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는 그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자성이 석무를 데리고 내려서자, 얼른 길을 비키며 인사들을 올린다.
cut to) 수술실 앞.
장이사를 비롯해서 잔뜩 긴장한 얼굴들의 여러 이사들이 보이는 가운데,
연신 초조한 듯 담배를 피워 문 채, 수술실 앞을 서성이는 이중구의 모습이 저만치 보인다.
자신을 발견한 중구에게 까딱- 인사를 건네는 자성.
중구, 별로 반갑지 않은 듯 대충 손짓으로 털어 버리고 만다.
자성
(주위를 살피며 석무에게) ...상해 큰형님은?
석무
(시간을 확인하며) 아침 첫 비행기로 들어오신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자성. 다시 중구 쪽을 보면... 이 상황이 초조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분한 듯, 연신 욕지기를 중얼거리며 자리를 오가고 있는 이중구의 모습이 보인다.
어쩐지 뭔가 불길한 느낌의 자성.
인천공항, 입국장- 실내/아침
입국장의 문이 열리고, 썬글라스를 낀 정청이 기내용 슬리퍼를 질질 끌며 양문석, 정청계1과 함께 들어선다. 수하들을 이끌고 마중을 나와 있는 자성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정청.
정청
(너스레를 떠는) 아니, 이게 뭔 일이래? 씨부럴! 황송하게도 우리 이이사님께서 이러고 직접 마중을 다 나오셨네, 잉?
자성
(무심한) 얼른 가기나 합시다.
정청
에이, 브라더. 뭔 반응이 씨바 이러고 건조해? 거 오랜만에 보는 형인데 넘 퍽퍽헌거 아녀? 잉?
자성
거 며칠이나 됐다고.. 가요 얼른. 지금 이러고 한가칠 때가 아뇨.
정청
에이 암만 그래도 그렇지. 씨부럴! 이건 너무 까칠헌거지. 아 씨바, 거 모기 좆물만큼이래도 반가운 척은 해줘야 허는 거 아녀?
(곁에 석무를 부르는) 어이 야, 너 일루와 봐. (그러다 느닷없는 발길질을 날리는) 싸가지 존내 없는 너거 형 대신 니가 대신 맞어, 이 씨발놈아. 응?
대충 좀 하라는 눈길의 자성. 뭐라 한마디 더 하려다 귀찮은 듯 그냥 앞장서 가버린다.
허... 거 매정한 놈 하곤... 무안한 듯 입맛을 다시는 정청. 얼른 자성의 뒤를 따라가며,
정청
(실실 웃는) (중) 어이 까칠한 형제! 그래도 같이는 가야지! 어이 형제님! 어이! (喂! 澀 巴 巴 的 老 爺 們儿! 那 也 得 一 起 走 啊.. 喂! 哥 們儿 啊… 诶!)
우위! 쓰어 빠 빠 더 라우 예 (머+ R)! 나 더 예 이 치 쩌우아.위! 끄어 (머+R) 아… 에이!
(한) 야 이 씨부랄탱아! 야!
도로, 정청 차 안- 실내외/아침
달리는 차 안. 양반 다릴 하고 앉아 정성스레 썬글라스를 닦아대고 있는 정청.
정청
(자랑하듯) 야 봐라. 이게 따끈따끈한 신상이거든. 거 씨바, 암만해도 브랜드가 브랜드라 근지 겁나 비싸요. 씨부럴.
(써 보이며) 어떠냐? 응? 괜찮아 뵈냐? 응? 어울려? 응? 응?
별 관심 없다는 표정의 자성.
거 씨발 새끼 하여간에... 정청, 구시렁거리며 썬글라스 벗더니 마저 닦아댄다.
정청
영감님 상태는 좀 어떠시대?
자성
오늘 낼 하는 모양인데... 병원에서도 뭐라 장담은 못한다네.
정청
새벽에 또 용인서 오다 그랬담서? 거 하여튼 니기미 씨발, 노친네 힘도 좋아. 그 새벽에 딸 같은 년 함 타보겠다고 거까지... 거 평소에 뭘 쳐드시는 거여, 씨바! 존거 있음 혼자만 꽁쳐 먹지 말고 같이 좀 나눠주고 그러지는... 쯧...
대꾸 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자성.
정청
...설마 어서 작정하고 작업 들어온 건 아닐 것이고...
자성
(보는) ...
정청
(공들여 닦은 썬글라스를 다시 쓰며) 오, 씨발. 좋아, 좋아. 씨커먼게 아주 존나 안 보여. 역시 명품이 좋긴 좋아. 응? (휘휘 둘러보며) 다들 어쩌고들 있냐?
자성
뭐 아직 별다른 움직임들은 없어.
정청
그러것지.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우든 서로 칼침을 놓든, 일단 장례는 치러야 할 테니까...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그나저나... 앞으로 일이 좀 번잡스럽겠는데? 대그빡이 좀 아프것어...
그러다 아...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품에서 작은 선물 상자를 꺼내 자성에게 내미는 정청.
정청
아, 깜빡했다. 자, 선물.
자성
웬 거요?
정청
요거 썬글라스 사면서 같이 샀다. 제수씨 줘. 우리 조카 놈 곱게 낳아 달라고 뇌물 쓰는 거여, 지금.
자성, 열어 보면 고급 시계다.
정청
(히죽) 워뗘? 기깔 나지? 존나리 비싼 거여, 이 씹새리야... 기천씩 하는 거여, 그거.
자성
(시계를 들어 보며) 뭘 이거 짝퉁이구만?
정청
(어이없다는) 와... 짝퉁... 이 씨바 새끼... 개 새... (그러다) 너 그거 품질 보증서도 있는 거거든? 봐봐 봐, 이거!
자성
(정청에게 돌려주며) 짝퉁이래니깐. 형수나 드립쇼. 난 짝퉁 같은 건 취급 안 하니까... 사람 뭘로 보고...
잠시 그런 자성을 못마땅한 눈길로 빤히 쳐다보는 정청. 그러다...
정청
...티... 나냐?
고개를 까딱거려 보이는 자성.
정청
(자신의 썬글라스를 가리켜 보이는) ...요건...?
말하면 뭐 하겠냐는 자성의 표정에...
이런 니미... 썬글라스를 확- 벗어버리는 정청. 냅다 앞좌석의 정청계1을 향해 드롭킥을 날린다.
정청
거봐, 이 씨바새꺄 ! 내가 티 난다 그랬지! 난다 그랬잖어! 이 씨부럴 짱개 새끼! 지 돈 아니라고 아나 이 씨바랄새끼!
연신 씩씩거리며 정청계1의 머리채를 와락 붙들고는 헤드락을 거는 정청. 디져, 새꺄! 디져!
자성, 그런 정청을 보며 결국 피식- 웃고 만다.
이번엔 슬리퍼로 정청계1의 뒤통수를 마구 후리는 정청. 에이 거참... 쯧... 먼지를 쫓으며 차창을 내리는 자성. 창밖을 내다보는 그의 얼굴에서 점차 웃음기가 사라져간다.
병원1, 앞- 실외/밤
길 한쪽에 여러 대의 경찰 차량들과 경찰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 맞은편을 보면... 계속해서 차들이 들락거리며 건달들로 보이는 인물들을 내려놓고 태우고 하느라 분주하고, 출입구를 막아서듯 버티고 서있는 골드문 덩치들의 얼굴에선 하나같이 긴장된 기색들이 역력하다.
병원1, 로비- 실내/밤
골드문 식구들로 보이는 사내들이 로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 수사관3,4와 사복 경찰들이 박혀서 그들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접수대 앞 벤치에 껄렁한 자세로 나란히들 앉아 있는 골드문 덩치들,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연신 한쪽을 야리고 있는데...
보면, 한쪽 끝에 다리를 꼬고 앉아 누군가가 신문을 보고 있다.
탁- 신문을 넘기는 손길... 신문 너머로 얼핏 보여 지는 얼굴... 강과장이다.
심드렁한 눈길로 신문을 보는 강과장. 그러다 자신을 야리는 덩치들의 눈길이 그제서야 느껴지는지 가만히 덩치들을 돌아본다.
아주 고까운 눈길로 자신을 야리는 재범파1,2를 예의 그 심드렁한 눈길로 마주보는 강과장.
강과장
뭘 야리냐? 뭐? 눈깔들을 콱! 쯧... 눈 안 깔어?
얼른 슬그머니 눈을 내리까는 재범파1,2.
다시 신문을 탁- 펼쳐드는 강과장. 아함... 늘어진 하품이 새어나온다.
강과장
(시간을 확인하고는 지겨운 듯) 거 새끼, 오래 끄네. 뒈질라면 그냥 빨리 확 뒈질 것이지. 쯧... (덩치들을 보며) 응? 언제 뒈진대? 모르냐? (짜증스런) 여튼 무식한 새끼들. 아는 게 뭐냐, 니들은?
병원1, 수술실 앞- 실내/밤
각각 자신의 수하들에게 둘러싸인 채, 굳게 닫혀 있는 수술실 문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은 이중구와 정청. 서로 간에 아무런 말도 없고, 절대 시선도 마주치지 않는다.
나란히는 앉아 있지만 애써 서로의 존재를 무시하려 하는 듯 보이는 두 사람.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공기만이 흐르고, 가끔씩... 정청의 손에 쥐여진 동전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부딪칠 뿐이다.
그 뒤편에 앉아 그런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모습을 걱정스레 살펴대는 장이사와 다른 이사들.
자성, 한쪽 구석에 서서 그런 모습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와 조심스레 건네는 석무.
자성, 한 모금을 머금으면 뜨거운 기운이 목을 타고 흐른다.
그때, 열리는 수술실 문. 몹시도 피곤한 기색의 의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다들 벌떡 일어서고, 얼른 의사들을 막아서는 이중구와 정청.
험악한 분위기에 잔뜩 쫀 의사들, 주변 눈치를 살피며 뭔가를 설명하는데...
점차 일그러져 가는 이중구. 입에서 격한 욕지기가 튀어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뭇 난감하다는 듯, 한손으로 머리를 감싸는 정청.
휴... 좆 됐네, 이제... 잔뜩 긴장된 석무의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온다.
남은 커피를 한 입에 털어 넣는 자성. 그대로 종이컵을 구겨 쥔다.
고급 기원, 앞/VIP 룸- 실내외/낮
사서함에 꽂혀 있는 우편물을 꺼내가는 하얀 손길.
cut to) VIP 룸.
자리에 앉아 우편물을 열어 내용물을 꺼내는 신우.
파일 하나가 나오고... 파일을 열면, 죽은 석회장의 자료가 나오고
그 뒤로 이중구와 정청, 그리고 자성의 자료들이 차례로 나온다.
안경을 쓰고, 내용물을 찬찬히 살펴보는 신우.
탁- 노트북을 켜고, 웹 하드에 접속을 하면...
‘일엽편주’ 라는 폴더에 새로운 자료들이 올라와 있다. 클릭을 하는 신우.
역시 죽은 석회장과 이중구, 정청, 그리고 골드문 그룹 관련 자료들이 올라와 있다.
우편물의 내용과 웹 하드의 내용을 비교해 보는 신우.
신우
(핸드폰을 하는) ...네, 양쪽 자료 체킹 했어요. 네, 일치해요.
석회장 장례식장, 앞/안- 실내외/낮
꽤나 거창한 장례식장의 풍경. 내부만으로는 부족했던지 문 앞에 임시 천막까지 치고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고, 계속해서 속속 도착하는 새로운 조화들이 다른 조화들의 행렬 뒤에 놓여진다.
cut to) 장례식장 안.
자성과 몇몇 간부들의 안내에 따라 들어서는 검은 정장차림의 각 조직 보스들.
수하들과 함께 석회장의 영정에 절을 올린다.
석회장의 가족들과 함께 상주 노릇을 하고 있는 이중구와 정청. 그 뒤쪽으로 장이사를 필두로 다른 이사들이 서 있다.
분향을 마친 각 조직의 보스들을 한쪽으로 데려가 담소를 나누는 정청.
누가 봐도 맡 상주는 그로 보이는데... 그런 모습을 보는 이중구의 눈빛이 곱지가 않다.
불쾌한 듯, 입가를 실룩대는 이중구. 그때, 이중구의 수하 하나가 다가와 뭔가 귓속말을 속삭인다. 그러자 내 이 씨발 새끼들을...! 잘 걸렸다는 듯, 짜증이 확 솟구치는 얼굴로 걸어 나가는 이중구. 그의 수하들 여럿이 얼른 그 뒤를 따라 나선다.
그런 이중구의 뒷모습을 슬쩍 바라보는 정청. 그러다 문득 자성과 눈이 마주치자,
하여간에 중구 저 또라이 새끼... 못 말리겠다는 듯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어 보인다.
어쩌겠냐는 듯, 피식- 웃어 보이는 자성.
석회장 장례식장, 주차장/승합차 안- 실내외/낮
승합차 안. 햄버거를 씹어대며 연신 들어서는 차량들과 인사들의 사진을 찍어대고 있는
수사관1,2,3,4, 사진을 찍고... 뭔가를 기록하고... 분주하게 손길들이 돌아간다.
그런데 순간, 와장창-! 차창이 산산조각이 나고... 놀란 수사관들, 얼른 몸을 웅크리는데...
누군가의 거친 손길이 들어와 카메라를 낚아채 간다.
cut to)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확인해 보는 이중구. 차 안 수사관들을 쏘아 본다.
이중구
야... 이 새끼들 봐라? 니들 지금 누구 허락 받고 찍어대는 거냐?
니들 이거 엄연히 초상권 침해야. 알아?
들고 있던 카메라를 휙- 던져 버리는 이중구. 깨진 차창에 얼굴을 들이댄다.
이중구
어디... 꼬라지들을 보아하니 문상 온 것 같진 않고... (비릿한 미소를 머금는) 니들 어디서 왔냐? 응? (뒤편을 향해) 야, 이 새끼들 낯짝도 다 찍어 놔. 나중에 혹시 볼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당황하는 수사관들을 향해 핸드폰을 들이대는 이중구 수하들,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한다.
이중구
근데 니들 왜 이렇게 자꾸 들러들 붙냐? 응? 니들 지금 우리 스토킹 하냐? (살벌한) 어? 이 개새끼들아!
그때 등 뒤쪽에서 들려오는...
강과장 (소리)
스토킹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이중구, 돌아보면... 강과장이 부서진 카메라를 집어 드는 것이 보인다.
강과장
(이중구를 힐끗 보며 심드렁한) 니들이 뭐 소녀시대라도 되냐? 스토킹은 니미... 우린 그냥 니들 깡패새끼들 감시하러 온 거야. (카메라 상태를 확인하고는) 야, 완전 박살이 났네... (보며) 못 쓰겠는데. 이거?
이중구
(비릿한 미소) 어... 누군가 했더만 우리 강팀장님 아니세요? 어이구 공사가 다망해서 바쁘신 분이 이렇게 꼬붕들까지 대거 거느리고 어쩐 일이시래?
강과장
귓구녕에 전봇대라도 박았냐? 얘기하잖아? 일 하러 왔다고. 니들 감시하러 왔다니까? 그니까 여긴 신경 끄고... 얼른 가서 니네 영감 관 뚜껑이나 마저 닫어.
이중구
씨발... 봤는데 어떻게 못 본 척을 하나? 내 눈이 삐꾸도 아니고...
강과장
그럼 어떻게... 내가 삐꾸로 만들어 줘?
이 새끼가 근데... 슬슬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이중구. 그러나 애써 화를 눌러 참는다.
이중구
거 강팀장. 예나 지금이나 말 함부로 하는 건 여전하시네... 근데 조심 좀 하지? 그놈의 혀가 댁의 목줄을 끊어놓는 수가 있거든?
강과장
(비죽 웃는) 우리 내기 할래?
이중구
...뭐? 뭔 내기?
강과장
내 목줄이 먼저 끊기나... 니 목이 먼저 따이나...
이런 썅! 강과장을 향해 험악하게 다가서는 이중구의 수하들.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만 같은 기세들인데... 눈썹 하나 까딱 않는 강과장, 이중구를 향해 부서진 카메라를 들어 보이며 돈이나 내놓으라는 손짓을 해 보인다.
강과장
이거 최신형이거든? 비품 영수증에 아직 잉크도 안 말랐어.
이중구
(분하지만 어쩔 수 없는) 아... 내 이 씨... 진짜...
신경질적으로 지갑을 열어 수표 몇 장을 꺼내 집어 던지는 이중구. 그리고 돌아서는데,
강과장
(그 뒤통수에 대고) 그리고... 나 승진했다. 본청 과장이야, 이제.
이중구
(짜증스런) 아나... 이 씨발놈의 짜바리 새끼들...
강과장
야. 기왕 아는 체도 했는데, 우리 육개장도 좀 내주고 그래. 아까 보니까 고기 좋은 거 많이 들었던데. 한우지, 그거?
이중구
(짜증 폭발) 아, 씨발 재수 없어! 야! 여기 소금 갖다 뿌려! 소금!
그렇게 멀어져 가는 이중구와 그 수하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강과장.
그러다 이내 싸늘한 눈길로 수사관들을 쏘아본다. 면목 없는 수사관들.
강과장
병신 같은 새끼들... (카메라를 휙- 던져주며) 다들 들어 가는대로 시말서 제출해.
자기 차로 돌아가는 강과장. 그런 강과장의 어깨 너머로... 저만치에서 담배를 피우며 이쪽을 빤히 지켜보고 있는 자성의 모습이 보인다.
피우던 담배꽁초를 틱- 튕기며 돌아서는 자성.
경찰청, 고국장 방- 실내/낮
담배 연기가 뿌옇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는 강과장과 고국장. 둘 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담배만 죽여 대고 있다. 심각한 눈길로 테이블을 내려다보고 있는 고국장.
한껏 너질러진 사진들과 각종 서류 파일들. 죄다 골드문 관련 파일들. 석회장을 비롯해 정청과 이중구, 그리고 자성과 장이사를 비롯한 다른 이사들의 사진들이 보인다.
테이블에 널린 파일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가만히 시선을 드는 고국장.
고국장(소리)
죽은 석동출입니다.
경찰청, 수뇌부 회의실- 실내/낮
어둠속, 스크린에 죽은 석회장의 얼굴이 떠있는 가운데 단 한 명의 경찰간부만 참석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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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고국장의 방.
골드문의 파일들로 너질러진 테이블.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는 석회장의 여러 사진들이 보여 진다.
고국장 (소리)
전국구 폭력 조직 재범파를 골드문이라는 기업형 조직으로 탈바꿈시킨 인물이고 초대 회장입니다. 보름 전 용인에서 내연녀인 주소희를 만나고 올라오던 길에 트럭과의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석회장의 장례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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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
알아, 그 새끼 디진 거. 근데? 석동출이가 죽었는데 뭐? 야, 시간 없으니까 뜸들이지 말고 얼른 진도 나가.
고국장
석동출이 갑자기 죽으면서 지금 그 후계자 자리가 공석입니다.
간부
조만간 타이틀 매치 한번 찐하게 벌어지겠네. 그래서?
스크린에 골드문의 통합 과정이 도표로 보인다.
고국장
아시다시피 골드문은 전국구 조직이었던 재범파와 제일파, 그리고 북대문파가 합쳐져 탄생한 국내 최대의 폭력 조직입니다. 통합 후 빠르게 기업화를 진행, 지금은 무려 여덟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기업으로까지 성장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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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고국장의 방.
길게 연기를 내뿜는 강과장, 고국장을 빤히 마주 보며 담배를 비벼 끈다.
역시 길게 한숨 섞인 담배 연기를 내뿜는 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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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장
지난번 석동출이 경우도 그렇고... 이대로 두면 나중엔 해외 마피아 애들처럼 우리가 아예 손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간부
(음... 잠시 생각을 하더니) 요점만.
고국장
(눈빛을 반짝이는) ...골드문 후계자 결정에 개입하려구요.
간부
(잠시 고국장을 빤히 쳐다보는) 그러니까... 언제든 우리 뜻대로 주무를 수 있게, 이를테면 우리 괴뢰 정권을 세우겠다... 뭐 이런 얘기냐?
고국장
그쵸. 이를테면... 그런 겁니다.
말없이 침묵에 잠기는 간부. 그러다...
간부
후보 선수들은?
기다렸다는 듯, 스크린에 투영되는 정청과 이중구, 그리고 장이사의 얼굴.
그 중 정청의 사진이 크게 확대되며,
강과장(소리)
정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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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
1. 고국장의 방. 테이블 위에 놓이는 정청의 여러 사진들.
2. 상해 시장 통. 노점 음식들을 마구 집어 먹고 있는 정청.
강과장 (소리)
현재 골드문의 전무이사. 건설과 유통, 해외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데 특히 중국 삼합회 쪽과의 거래를 독점하고 있어.
3. 삼합회들의 안내를 받으며 상가를 둘러보고 있는 정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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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장
여수 화교 출신으로 원래 북대문파 오야로 있다가, 재범파 석동출이와 조직을 합치고 그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무래도 골드문의 주요 사업을 맡고 있다 보니, 공식 서열로는 세 번째지만 대체로 정청이를 석회장 후계로들 보고 있습니다.
간부
도전자는?
이번엔 스크린에 이중구의 얼굴이 크게 투영된다.
고국장
이중구입니다. 현재 골드문의 상무이사직을 맡고 있고, 그룹 공식 서열은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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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
1. 고국장의 방. 테이블. 척- 이중구의 사진이 뽑혀 놓이고...
2. “골드문 저축 은행” 지점 오픈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는 이중구.
강과장(소리)
사채와 다단계,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하고 있고, 재범파 시절 석동출의 직계 오른팔이었는데, 정청이 들어오면서 서열이 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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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장
그 때문에 정청과는 불편한 관계구요. 골드문내 최대 계파인 범재범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간부
이 둘이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
고국장
예. (장이사를 가리키며) 물론 서열상으로 보면 그 위로 서열 2위 장수기가 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명목상이구요. 장수기는 현재 거의 반 은퇴 상탭니다.
흠... 스크린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고민에 잠기는 간부.
jump
간부
야, 니들... 자신 있냐? 만에 하나 잘못되면?
고국장
뭐, 다 죽기 밖에 더 하겠습니까?
씨발 새끼, 말하는 거 하고는... 쯧... 고국장을 야리는 간부.
그러다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간부
오케이, 어디 맘대로들 해 봐. 근데 단... 난 모르는 일이다?
고국장
(알고 있다는) 예, 당연히 그러셔야죠.
간부
그래. (돌아서려다 문득) 아... 근데 이거 작전명이 뭐냐?
고국장
...신세계... 신세계 프로젝틉니다.
간부
(중얼거리는) 신세계. 신세계라... (그러다) 뭔 백화점 이름이냐?
고급 기원, 앞- 실외/낮
건물 앞에 차를 세워 둔 채, 담배를 피우며 낄낄대고 있는 석무와 수하1이 보인다.
뭐가 그리 신나는지, 침을 튀겨 가며 떠들어대는 석무.
수하1,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말라는 듯 쳐다보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는 모양이다. 연신 시시덕대는 두 사람.
고급 기원, VIP 룸- 실내/낮
따스한 햇살이 내리 비춰지는 반상 위에 하얀 돌이 놓여진다.
흠... 짙은 한숨을 내쉬며 반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자성.
자성
대마가 잡힌 건가, 이럼?
신우
(무덤덤한) 사귀도 다 죽었네요.
자성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역시 어렵네... 빠져 나갈 틈이 없어...
신우
벌써 6년이나 됐는데... 정말 안 느시는군요.
자성
...알잖냐? 내가 머리 아픈 건 딱 질색인거...
신우
그래도 기왕 하는 거 재미를 좀 붙이시면 좋을 텐데요.
자성
뭐 하러? 이제 조만간 이 지긋지긋한 생활도 쫑인데.
머리를 긁적이며 돌을 놓을 곳을 찾는 자성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신우. 그 표정이 묘하다.
자성
모레 이사회가 열려. 후임 회장 선출 건이 걸렸으니, 이번엔 지방에 이사들까지 거의 대부분 모일 거야. (한 수를 두며) 이사들 신상은 올려놨으니까 확인해봐.
신우
네. 그러죠.
자성
...그런데 말이야...
신우
...
자성
...이번 일... 설마 또 나한테... (그러다) 이번엔 별 영향 없겠지?
탁- 한수를 두고는 ...응? 하는 눈길로 신우를 올려다보는 자성.
그러자 가만히... 들고 있던 돌을 내려놓는 신우.
순간 자성의 눈빛이 불안감으로 가늘게 떨려오기 시작한다.
신우
실은 오늘... 새 오더가 내려 왔어요...
그대로 굳어가는 자성의 표정.
툭... 자성의 손에 들려 있던 바둑 돌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굴러간다.
자성
(자기도 모르게 욕지기가 튀어 나오는) 이런 씨발...!
고급 기원, 앞- 실외/낮
석무가 건물을 막 나오고 있는 자성을 발견하고는 얼른 담배를 비벼 끈다. 수하1에게 서둘러 시동을 걸라는 몸짓을 해 보이는 석무.
잔뜩 굳은 얼굴의 자성.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이를 악물고는 기원 쪽을 돌아본다.
얼른 차문을 열어 주는 석무, 심상치 않은 자성의 표정에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석무
(눈치를 살피는) 좀 전에 큰 형님께서 전화 주셨습니다... (자성이 보면, 얼른) 그냥 어디 계시냐고 해서 기원이라고 말씀 드렸더니 또 바둑 배우는 중이냐고... 그럼 됐다고, 나중에 다시 전화 주신답니다.
자성
(고개를 끄덕이며) 차키 줘.
석무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형님.
자성
됐으니까 차키 줘.
심상치 않은 자성의 모습에 얼른 달려와 차키를 건네는 수하1.
차에 올라 신경질적으로 차를 출발시키는 자성.
무슨 일인가... 싶은 석무, 그렇게 멀어지는 자성의 차를 의아한 듯 바라보고 있다.
고급 기원, VIP룸- 실내/낮
창밖으로 저 멀리 멀어져 가는 자성의 차가 보인다.
무심한 눈길로 창밖을 내다보고 서 있는 신우. 가만히 블라인드를 친다.
실내 낚시터, 앞- 실외/낮
철거가 진행되다 만 흉물스런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을씨년스러운 동네다. 한 상가 건물 앞에 끼이익- 거칠게 들어와 멈춰서는 자성의 차.
내려서는 자성의 눈에 분노가 어려 있다.
‘출입금지 - 철거 예정’ 이라고 크게 쓰인 종이가 나풀거리며 붙어 있는 실내 낚시터의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고 들어가는 자성.
실내 낚시터, 안- 실내/낮
텅 빈 낚시터 안. 한낮인데도 채광이 되지 않아 어둑어둑하다.
화를 억누르려는 듯 가만히 호흡을 누르는 자성, 안을 두리번대며 누군가를 찾는다.
그런 그의 시선 끝으로... 저만치에 홀로 자리를 잡고 앉아 한가로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강과장의 모습이 보인다.
이를 악무는 자성. 눈빛이 매섭다.
cut to) 강과장의 위로 드리워지는 그림자. 강과장, 힐끗- 위를 올려다보면...
자성이 자신을 빤히 내려다보고 서있는 것이 보인다.
강과장
(심드렁한 시선을 내리며) 미쳤냐, 너 여길 오게? 출장소는 괜히 만든 줄 알아? 왜? 짜바리라고 동네방네 광고라도 때릴라고?
자성
(화를 참으며) 이번엔 뭡니까, 또... 예? 뭐 하자는 거냐구요?
그저 무심히 낚싯대를 스윽- 올려 보는 강과장. 당연하겠지만 역시 아무것도 물지 않았다.
강과장
(다시 찌를 드리우는) 상황이 좀 그렇게 됐잖냐?
자성
상황은 무슨... (그러다) 이번엔 누구 생각입니까? 누구 대가리에서 나온 생각이냐구요?
강과장
누구냐 해 봐야... 니 신분 아는 사람이라곤 이 지구상에 셋 밖에 더 되냐?
자성
과장님입니까? 아님 고국장이에요?
그러자 천천히... 자성을 올려다보는 강과장.
강과장
싸가지 없는 새끼. 고국장이 내 친구지, 니 친구야?
자성
...
강과장
(한가로이 담배를 무는) 위아래 없이 까대는 게, 깡패새끼들하고 십년 가까이 같이 뒹굴더만 진짜 깡패새끼 다 됐네.
그런 강과장을 내려다보는 자성, 금방이라도 한 대 내지를 것만 같은데...
자성
(애써 마음을 억누르며) 더는 못합니다. 이번엔 약속대로 해주십쇼.
강과장
(피식- 웃는) 못해?
자성
예, 못해요.
강과장
(고개를 끄덕이며 심드렁한) 그래. 그럼 하지 마. 하지 말고 사표 써.
순간 꿈틀- 하는 자성.
강과장
(여유롭게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너 그쪽에선 제법 성공했잖아? 사표 쓰고 아예 본격적으로 깡패 짓이나 하고 살라고. 허긴... 어쩌면 그게 더 낫겠다. 경찰... 이거 박봉이거든. 너 달에 얼마나 버냐? 어마무지하지?
자성
(치가 떨려오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강과장
(깜빡했다는) 아, 근데... 니가 원래는 경찰이란 걸 걔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라나? 그래도 지금처럼 지낼 수 있을 라나?
근데 이런 개새끼가...! 눈에 불이 튀는 자성. 강과장의 멱살을 거칠게 틀어쥔다.
자성
당신 지금 나랑 뭐하자는 거야? (버럭) 뭐하자는 거냐고!
금방이라도 한 대 칠 것만 같은 기세의 자성. 그러나 강과장은 여전히 여유롭다.
강과장
야... 이 새끼 이거 진짜 깡패새끼 다 됐네...
이를 악문 채, 멱살을 더욱 세차게 틀어쥐는 자성.
강과장
(심드렁한) 놔...
자성
...
강과장
...
부들부들 떨리는 자성의 손길.
그러나 자성, 어쩔 수 없다. 천천히... 그 손길을 푸는 자성.
강과장
(고개를 주억거리며) 새끼, 힘 좋네...
허탈한 듯, 강과장의 옆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자성.
강과장
좋은 쪽으로 생각해. 긍정적으로... 길어야 몇 주면 끝나. 8년을 했는데, 그걸 더 못 해? 골드문 차기 회장 결정 날 때까지 만이야... 그때까지 늘 하던 대로 넌 니 형님 정청이만 잘 보필하면 되는 일이야. 어려울 거 없잖아?
자성
...
강과장
해외 주재관 나가는 건 그다음에 책임지고 보내 주께. (자성을 보며) 너 이거 특수 임무는 호봉에 두 배로 합산 돼. 지금 니 스펙 죽이는 거야. 니 동기들은 지금 니 발가락도 못 핥아.
같잖다는 듯, 코웃음을 치는 자성. 더 듣고 싶지 않다.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자성.
강과장, 그런 자성을 가만히 올려다보더니... 됐으니 가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 해 보인다.
싸늘히 돌아서는 자성.
강과장
아, 그거 가져가라.
자성, 발아래를 보면 쇼핑백 하나가 보인다. 들어 안을 열어 보자 아기 용품 상자가 보인다.
강과장
배냇저고리랑 모빌 뭐 그딴 거 몇 개 골라봤다... 아들이라매?
자성
(순간 불쾌한 기색이 스치는) 그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설마... 이제 내 마킹까지 하세요?
강과장
(담배를 빼 물며 귀찮다는) 왜 이래? 아마추어처럼... 마킹은 무슨. 그냥 보호 차원 정도라고 생각해. 우리가 너 하나 심는데 들인 돈이 얼만 줄 알아?
부르르... 쇼핑백을 쥔 자성의 손길이 분노로 떨려오고... 간신히 화를 누르는 자성, 들고 있던 쇼핑백을 물 위에 신경질적으로 확- 던져 버리고는 돌아서 가버린다.
그러든지 말든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심드렁한 눈길로 그저 낚시찌만 주시하고 있는 강과장.
실내 낚시터, 앞/자성 차 안- 실내외/낮
허탈감에 휩싸여 있는 자성이 힘없이 차에 올라탄다.
멍하니 앉아 있는 자성. 자기도 모르게 낮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자성
...씨발... (신경질적으로 냅다 운전대를 내리치며 버럭) 씨발!!
골드문, 이사회 회의실- 실내/낮
나름들 진지하고 긴장된 얼굴들로 앉아 있는 이사들.
그 사이 보이는 까칠한 얼굴의 자성, 머릿속이 복잡한 듯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담배를 피워 문 채, 기다란 회의용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는 정청과 이중구.
그리고 둘의 눈치들을 살펴대느라 정신이 없는 이사들.
장이사가 그런 회의장 안의 분위기를 사뭇 걱정스런 눈길로 살핀다.
미소를 머금고 앉아 그런 이사들과 하나하나와 눈빛을 맞추며 인사를 하는 정청에 반해...
사나운 눈길로 오로지 정청만을 노려보고 있는 이중구.
사회를 맡은 김이사가 정청과 이중구를 번갈아 쳐다보고는 심각하게 입을 연다.
김이사
(조심스레) 저기... 어쨌거나 후임 회장 선임에 너무 시간을 끄는 건 좋지 않아. 우린 되도록이면 빨리 후임을 결정했으면 하거든?
양이사
그러재. 원래가 어떤 조직이든 간에 이 오야 자리가 비면 제대로 힘을 못 쓰는 법이여. 사람으로 치면 대가리가 비어버린 거랑 매 일반 아니간디?
박이사
벌려 놓은 비즈니스들도 그라고, 우리가 이래 손 놓고 있으면 슬슬 허파 디비진 새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니깐? 그라면 이 바닥 또 시끄러워진다.
그 말에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고... 그때 나서는,
장이사
그럼 뭐 더 끌 거 없이, 이 달 임시 이사회에서 결론 보는 걸로 하지. (정청과 이중구를 번갈아 보며) 어때들?
정청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뭐... 저도 여러 선배 이사님들 허고 같은 생각입니다. (이중구를 보며) 넌 어떠냐? 괜찮것냐?
이중구
...물론... 안 괜찮을 거 있나? 그룹 장 자릴 오래 비워둬서 좋을 거 없겠지.
김이사
그래. 그럼 다들 동의한 걸로 알고, 담 주 임시 이사회서 후임 회장을 뽑는 걸로 그렇게 정리하겠습니다!
양이사
그라믄 죽은 석회장님 지분 사십 프로는 어찌 되는 겨?
장이사
석회장 표는 사표로 쳐야지. 그 양반이 누굴 지지하는지 어떻게 알아? 그냥 그거 빼고 나머지 갖고 결정 보는 거야.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여 대는 이사들.
이중구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거 대충 얘기들 끝나셨음 난 좀 일어납니다. 제가 공무가 좀 바빠서요...
다들, 눈길이 이중구에게 일제히 쏠리고...
정청
(빙긋- 웃어 보이며) 왜? 그냥 갈라고? 그러지 말고 간만에 우리 선배님들 모시고 밥이나 같이 묵지?
이중구
거 됐시다. 솔직히 우리가 낯짝 맞대고 정답게 앉아 밥 처먹을 사인 아니잖수? 어디 그 밥알이 곱게 목구녕으로 넘어나 가겠수?
정청
(너털웃음) 에헤... 새끼, 뭔 말을 그러고 험하게 허냐...?
이중구
(그런 정청을 같잖다는 듯 쏘아보는) 그럼 바빠서.. 갑니다, 먼저.
그리고는 휭- 하니 돌아서 회의실을 나가 버린다.
여튼 저놈의 성질머리 하곤...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정청.
자리에 앉아 그런 모습들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는 자성.
정청, 자성을 돌아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빼 문다.
자성
...
골드문, 승강기 안/앞/지하 주차장- 실내/낮
정청과 나란히 걸어오는 자성. 그 뒤로 석무와 수하들이 따르고 있다.
정청
(비릿하게 웃는) 하여튼 노친네들, 눈깔 함 버라이어티하게 굴려 대는 고마. 늙은 여시들같으니라구...
자성
...
정청
아참... 어이 브라더.
자성
(보면) ...
정청
(미안하다는) 저기, 내 우리 브라더한테 좀 미안한 부탁을 해야 쓸 것 같은데...
자성
정 미안할 것 같음 하지 말고...
정청
응? 아, 이 하여간에 싸늘한 놈... 쯧... (그러다) 딴 게 아니고... 모레쯤 해서 상해 좀 마저 다녀올라고. 갑자기 이라고 영감일 터지는 바람에 씨바 짱개 새끼들하고 마무릴 못 짓고 왔거든. 며칠이면 돼. 금방 다녀올라니까. 나 올 때까지 회사 좀 부탁허께.
자성
그럽시다. 뭐.
정청
(은근한) 혹시 내가 자리 떴다 글면 중구 그 또라이 새끼가 뭔 사고를 칠지 모르니까, 다른 애들 귀엔 안 들어가게 허고... 잉?
자성
중구 형이 뭐 사춘기요? 질풍노도의 시기도 아니고... 설마하니 이런 상황에 뭔 사고 치겠수?
정청
(확신에 찬) 평생이 질풍노도의 시기일 놈이다, 그놈은... 씨바.
차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그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끼이익- 시끄러운 타이어 마찰음과 함께 승용차 하나가 그대로 돌진해 들어온다.
경악하는 석무와 수하들. 워낙에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지라 뭘 어찌할 새도 없다. 그저 놀라 쳐다보기만 하는 정청. 순간 자성이 반사적으로 정청 앞을 가로막고...
끼익-! 달려들던 차가 그들 앞에 아슬아슬하게 멈춰 선다.
짙은 썬팅의 뒤쪽 차창이 열리고, 실실 웃으며 밖을 내다보는 이중구.
이중구
(자성을 보며) 놀랬어? (정청에게) 놀랬수?
자성
(불쾌한) 거, 중구 형 이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뇨?
이중구
(전혀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아, 미안. 쏘리. (운전석 쪽을 보며) 야, 이 새꺄! 너 운전 똑바루 안 해! 다들 놀라셨다잖아!
역시 전혀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연신 죄송함다... 만 연발해대는 운전석의 이중구계5.
이중구
(실실 웃어대는) 새끼...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쯧...
정청
(모른 척, 대범한 척, 안 놀란 척) 공무가 바쁘다더만 왜 이러고 있냐? 혹시 나가는 길이라도 잊어 버렸냐? 내가 갈켜 줘?
이중구
(코웃음을 치는) 뭐 그런 되도 않는 개그는 하고 그러쇼. 썰렁하게... (자성과 정청을 번갈아 보며) 그럼 살펴들 가. 살펴 가쇼.
낄낄거리며 차창을 올리는 이중구.
그리고는 멈출 때와 마찬가지로 굉음과 함께 거칠게 출발하는 이중구의 차.
그렇게 사라져 가는 이중구의 차를 바라보고 선 자성과 정청, 그리고 수하들...
정청
(그제서야 참았던 한숨을 내쉬며) 씨벌놈, 식겁 했네. (자성을 툭 치며) 거 봐, 새꺄. 저 새낀 늙어 디질 때까지 절대 안 변할 놈이라니깐?
간 떨어질 뻔 했다는 듯, 가슴을 쓸며 차에 오르는 정청.
정청
어이 브라더, 씨발 암만해도 놀랜 가슴이 진정이 안 된다. 우리 어디 가서 떡이나 존나 치자? 응? 아님 술을 존나 빨든가.
자성
(이중구가 사라진 쪽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며) 난 됐으니까 형님 혼자 가쇼.
정청
아나, 이 씨바 새끼. 존나 빼긴... 야! 형도 뭐 그런데 가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녀! 놀래서 그래, 놀래서! 아 씨바! 얼른 타, 새꺄!
차이나타운, 고급 해산물 레스토랑- 실내/낮
아직 오픈 전. 거대한 수족관들로 둘러싸인 텅 빈 홀 한가운데 회전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은 자성과 정청이 보인다.
정청
(자성의 잔을 채워주며 힐끗 보는) 어이 브라더. 니 근데 요새 뭔 일 있냐? 얼굴이 뭐 씨바 완전 맛이 갈라 그런다?
자성
(얼굴을 쓸어보며) 그냥 좀 피곤하네, 요새.
정청
어허... 큰 일 앞두고 그럼 쓰냐? 안되겠다. 보약이라도 한 재 달여 먹여야지. 원체 잘나지도 않은 얼굴, 더 상하면 봐주기가 아주 좆같것어. (그러다 걱정이라는) 그나저나 걱정이네. 울 조카님이 지 아빨 닮으면 큰일인데...
뒤편 테이블에서 음식을 퍼먹다 말고 키득- 거리는 석무와 수하들.
자성이 재밌냐...? 하는 눈길로 돌아보면 얼른 웃음들을 거두고는 음식을 마저 퍼먹는다.
정청
(한 잔 쭉 들이키며) 상황이 상황이긴 하다만 씨발 닝기리 좆도.. 편허게 생각해라. 결국엔 다 잘 될 거여, 응? 우리 브라더는 딱 이 좆같은 형님만 믿고 있음 돼.
피식- 웃고 마는 자성.
정청
웃기는 씨발 놈... (잔을 들며) 야! 짱개 새끼들아! 잔 들어!
(중) 자 건배하자! (자성을 보며 히죽) 태어날 우리 조카님을 위하여! (来... 幹 杯! 爲 了 咋 們 將 出 生 的 小 侄 子... 幹!)
라이… 깐 빼이! 우이 러 쯔아 먼 찌앙 추 썽 더 씨아우
쯔 즈… 깐!
석무
(끼어드는) (중) 조카님 부디! 제발! 형수님 닮길!
(哎 呀... 小 侄 子 啊! 求 求 你 了!
千 萬 要 長 得 象 嫂 子 啊!)
아이 야… 씨아우 쯔 즈 아! 치우 치우 니 러!
치엔 완 야우 쯔앙 더 썅 싸우 즈 아!
일제히 잔을 비우는 그들. 키득거리며 장난스레 다시 서로의 잔들을 채워준다.
그런 정청과 석무, 정청계들을 바라보는 자성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린다.
경찰청, 고국장 방- 실내/낮
곁에 놓인 난을 어루만지며, 소파에 편하게 기대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는 강과장.
고국장, 책상에 앉아 뭔가 파일을 훑어보고 있다.
고국장
(슬쩍 보며) 아, 그 이파리 자꾸 손으로 만지지 말래니깐? 손 타요, 걔들도... 쯧...
알았으니 작작하라는 표정의 강과장, 그런데 그만 만지던 난 줄기 하나가 뚝- 끊어지고 만다. 헉! 얼른 고국장을 돌아보는 강과장.
고국장
(파일에 시선을 박은 채) 그룹 내 다른 계파 애들 동향은 어때?
강과장
(얼른 숨기며) 어? 어, 걔들... 아 걔들이야 다들 지금 눈깔들 돌리느라 바쁘지...
고국장
(가소롭다는) 하긴 줄 잘 서야지. 순간의 선택이 지들 모가지를 뗐다 붙였다 할 테니... (파일을 넘기며) 이자성이 그 놈은 어때? 애 생겼다매? 괜찮은 것 같아?
강과장
(화분을 살짝 돌려놓는) 당연히 안 괜찮지. 너 같음 괜찮겠냐?
고국장
(빤히 보는) ...
강과장
(걱정 말라는) 그런다고 지가 어쩌겠냐? 까라면 까야지.
고국장
그 새끼 많이 심란하겠네. 암튼 컨트롤 잘해. 일 이만큼 벌려 놨는데, 까딱 어그러지기라도 하면 너나 나나...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알지?
강과장
(알았으니 그만 하라는) ...안다, 알어.
고국장, 다 읽은 파일들을 그대로 쭉쭉 찢기 시작한다.
고국장
대본 좋네. 그럼 이렇게 진행하는 걸로 하고... 바로 들어가지?
씨익- 웃으며 담배를 빼무는 강과장.
고급 기원, 앞/VIP 룸- 실내외/아침
창밖으로... 차를 대기시켜 놓고 그 앞에서 늘어진 하품을 해대며 수하1과 잡담을 나누고 있는 석무의 모습이 들어온다.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창가 자리에 앉아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자성의 메마른 시선.
피곤하고 퍼석한 모습. 며칠 새 더욱 까칠해져 있다.
그런 자성 앞에 무심한 손길로 커피 잔을 내려놓고 마주 앉는 신우.
자성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우리 형님... (말실수했다) 아니, 정청이 가지고 있는 이중구 자료. 웹 하드에 올려놨어. 그런데 아마 그것만으로 혐의 입증은 힘들 거야.
신우
그거면 충분해요. 나머진 우리가 따로 보강하죠.
자성
(가만히 신우를 돌아보는) ...그룹에 나 말고 또 누가 있는 거지?
신우
(묵묵히 커피를 마시는) ...
자성
그 쪽도 경찰인가? 아님 그냥 정보원?
아무 대꾸 없이 그저 무심히 바라보기만 하는 신우.
자성, 그런 반응일 줄 알았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 만다. 어차피 답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신우
저도 규정상 제게 오픈된 라인 외엔 알지 못해요.
자성
근데 대체 뭘 어쩔 생각인 거지? 시나리오... 나왔을 거 아냐?
말없이 시선을 내리 깔고는 커피 잔을 입에 가져다 대는 신우.
자성
것도 얘기 못해 준다... 이거냐? 그냥 너는 닥치고 까라면 까라 이거야?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 도대체...
신우
(미동도 없는) ...
자성
(갑갑한) 도대체 니들한테 난 뭐냐? 하다 못 해... 저 깡패새끼들도 날 믿는데... 왜 니들은 날 못 믿어? 니들이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있는데, 왜?
신우
...말씀 드렸다시피 규정상...
자성
(버럭) 규정은 씨발! 니미! 난 목숨 걸고 하는 일이라고!
바둑통을 집어 그대로 반상 위를 내리치는 자성. 통이 그대로 박살이 나 버리고, 바둑알이 사방으로 튀어 나간다.
깨진 통과 바둑알을 움켜쥐고 있는 자성의 손... 베였는지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자성
나도... 경찰이잖아? 니들하고 같은 편... (보며) ...아니야?
아무 대답이 없는 신우.
자성, 잠시 그런 상태로 신우를 노려보다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가만히 몸을 일으킨다. 다친 손에서 피가 뚝- 뚝- 떨어져 내린다.
가만히 손수건을 꺼내 건네는 신우의 손길을 탁- 쳐 내버리는 자성.
자성
(돌아서며 싸늘히 내뱉는) 정청 면접 건... 낼 오후 비행기야. 정확한 건 스케줄 확인해봐.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는 자성.
신우, 반상 위에 박살이 나 산산이 흩어져 있는 바둑알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고급 기원, 앞/자성 차 안- 실내외/아침
다친 손을 잡은 채, 기원 건물을 걸어 나오는 자성. 석무가 얼른 차문을 열어주자, 뒷좌석에 길게 피곤한 몸을 걸친다.
자성의 눈치를 살피며 수하1에게 조심스레 출발하라는 눈짓을 보내는 석무.
차가 미끄러지듯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휴... 자기도 모르게 긴 한숨이 새어 나오는 자성. 자꾸만 지쳐간다.
인천공항, 출국장- 실내/낮
자성과 나란히 출국 게이트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정청. 그 뒤로 각각 양문석과 석무, 수하1,2,3 과 정청계1,2,3,4,5,6,7 이 함께 따르고 있다.
정청
아... 내 진짜 씨바 발길이 안 떨어질라 그런다. 발길이...
자성
(지겹다는) 거 증말... 그만 좀 하라니까. 오는 내내 뭔 오바를...
정청
야 이 씨발아, 내가 미안해서 글지.
자성
아 그렇게 미안하면 가질 말든가?
정청
(흘겨보며) 아따 그 놈 씨바 하여간에 존나 까칠허긴... 알았다, 이 씨바새꺄. 그만허면 될 거 아니냐? 쯧... (그러다 이내 나직이) 근데 어쨌거나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중구 좀 잘...
자성
(짜증) 에이 거 증말!
정청
어 안 하께. 미안.
그리고는 얼른 종종걸음으로 저만치 가버리는 정청.
자성, 가벼운 한숨과 함께 슬쩍- 주위를 살피는데...
어수선한 출국장 곳곳에 심상치 않은 기색의 사내들이 잠복 중인 것이 보인다.
마음 한편이 불편해지는 자성. 순간, 정청의 손길이 그런 자성의 어깨를 턱- 잡는다.
자성, 보면... 게이트 앞이다.
뭔가 할 말이 잔뜩 있는데 억지로 참고 있는 듯 보이는 정청.
자성
...글쎄, 알았어요. 알았어... 알았다구요. 그니까 가세요, 얼른.
정청
(그제서야 씩 웃으며) 오~케이. (손목의 시계를 들어 보이며) 대신에 이 형이 이번엔 요 짝퉁 말고 진퉁으로 사다 주께.
자성
(또 짜증) 거 진짜 대충 좀 하고 인제 좀 가요, 언능. 뭐 어디 파병 가요, 지금?
정청
너 근데 요새 뭔 일 있냐. 진짜? 요즘 들어 짜증이 아주 대박이시다?
제발 그만 좀 하고 가라는 손짓을 하는 자성.
정청, 썬글라스를 쓰고는 씩- 웃어 보인다.
양문석과 정청계1을 거느리고 출국 게이트로 들어서는 정청.
수하들, 그런 정청을 향해 일제히 목례를 올린다.
멋들어지게 손 인사를 싹- 날리고는 안으로 사라지는 정청.
자성, 수하들과 함께 돌아서며 주위를 살피면... 곳곳에 박혀 있던 잠복 사내들 역시 일제히 현장에서 싹- 빠지기 시작한다.
정청이 사라진 출국 게이트 쪽을 돌아보는 자성.
인천공항, 보안 검색대- 실내/낮
검색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정청과 양문석.
그때, 웬 사내가 수사관3,4, 그리고 중무장한 보안 요원들과 함께 다가선다.
순간, 심상치 않은 기색을 눈치 채는 정청.
정청
뭐요? 나한테 뭔 볼일이라도 있소?
형사
가보면 아니까, 일단 같이 좀 갑시다.
양문석
(나서며) (중) 난 이분 변호사요. 무슨 일입니까? 저한테 먼저 얘길 하세요.(我是 這位先生的 律師。有什麼事兒,你可以先跟我說.)
워 쓰 저 위 씨엔 썽 더 뤼쓰 이유 썬 머 쓰+R, 니 크어 이 씨엔 껀 워 쒀
형사
뭐래는 거야? (정청을 보며) 엔간하면 그냥 조용히 가죠?
여차하면 끌고라도 갈 기세의 보안 요원들의 기세다.
정청, 양문석과 정청계1에게 괜찮으니 가만있으라는 손짓을 해 보이고는,
정청
(형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뭐 그럽시다. 근데 비행기 놓치면 딴 걸루다가 잡아는 주것지?
형사
그런 건 걱정 마시고...
정청
(티켓을 들어 보이며) 우리 퍼스트 클래슨데...?
형사
가죠.
사내들과 보안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어디론가 끌려가는 정청.
양문석, 다급히 어디론가 핸드폰을 건다.
인천공항, 주차장/자성 차 안- 실내외/낮
시동이 걸린 채, 서있는 자성과 수하들의 차량들이 보인다.
어떡해야 할지... 자성의 차량 쪽만 바라보고 있는 수하들.
cut to) 차 안. 핸드폰을 받고 있는 자성.
자성
(중) 그래요? ...알겠습니다. 일단 대기할 테니 전화 주세요, 그럼.
(是 嗎?... 那 我 知 道 了. 暫 時 我 們 在 這儿 等 你 的 電 話,拜)
쓰 마?... 나 우어 쯔 따우 러.
쯔안 쓰 우어 먼 쯔아이 (쯔어+R) 떵 니 더 띠엔 화, 빠이.
핸드폰을 끊는 자성.
자성
(앞좌석의 석무를 보며) 대기해.
대답과 함께 차창을 내려 손짓을 보내는 석무.
cut to) 일제히 시동이 꺼지는 자성과 수하들의 차들.
자성, 차에서 내려 빈 담배를 꺼내 문다.
얼른 따라 내려 불을 당겨주려는 석무. 하지만 자성, 됐다는 손짓.
그때 저 멀리 굉음을 내며 날아오르는 비행기가 보인다.
물끄러미 멀어지는 비행기를 올려다보는 자성.
인천공항, 보안 사무실- 실내/낮
긴 테이블 저편으로... 껌을 씹으며 한가로이 잡지를 뒤적이고 있는 강과장이 보인다.
어이가 없다는 듯, 그런 강과장을 쳐다보고 있는 정청.
정청
(썬글라스를 벗으며) 뭐요, 지금? 사람 초대해 놓고 이건 매너가 좀 아닌 것 같으네?
자신의 앞에 놓인 강과장의 경찰 명함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정청.
정청
저기 아자씨! 내 원체 비즈니스가 좀 바빠서 그라는데... (명함을 들어 보이며) 대관절 경찰청 수사 기획과에서 도대체 나한테 뭔 볼 일이래요?
읽고 있던 잡지를 탁- 덮는 강과장. 저만치의 정청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강과장
(심드렁한) 니 그 비즈니스 관계로 얘기를 좀 할까 해서...
정청
...?
강과장, 앞쪽에 놓여 있던 파일 하나를 정청 쪽으로 던지듯 쭉- 밀어준다.
자신의 앞으로 미끄러져오는 파일을 탁- 잡는 정청.
강과장, 펼쳐 보라는 손짓을 보내고는... 자신은 이번엔 신문을 펼쳐든다.
파일을 열어 보는 정청.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이중구의 사진이다.
...응? 강과장을 건네다 보는 정청.
그러나 강과장은 심드렁한 눈길로 신문만 보고 있다.
다시 찬찬히... 파일들을 넘겨보는 정청.
공사중 고층빌딩, 이중구의 아지트- 실내/낮
공사 중인 빌딩 고층. 아직 공사가 채 끝나지도 않은 층인데 한쪽으로 고급스러운 바가 설치되어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개인용 골프 연습장이 마련되어 있다.
바 근처에 놓여 있는 고급 소파에 앉아 조금은 불안한 눈길로 주위를 살펴대는 양이사, 박이사, 이사4. 그들의 주변으로 이중구의 수하들이 버티고 서 있다.
쩝... 마른 입맛을 다시는 이사들.
그때, 이중구가 간부1, 이중구계5와 함께 덜컹- 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아... 반색을 하며 일어서려는 이사들.
그런데 이중구, 그들은 본체만체 내리자마자 웃옷을 벗고는 골프채부터 집어 들더니...
놓여 있던 공 하나를 그대로 힘껏 날린다.
이중구
(흡족한) 나이스 샷!
그리고는 빠끔히 뒤를 돌아보는 이중구.
엉거주춤하게 서 있던 이사들, 역시 엉거주춤 박수를 친다.
이사들
(서로 눈치를 살피며) 거... 나이스네... 폼도 좋고...
실실 웃으며 골프채를 어깨에 두른 채 걸어와 소파 상석에 퍼져 앉는 이중구.
이사들, 일어설 때와 마찬가지로 엉거주춤 앉기 시작한다.
이중구
어떻게... 우리 친애하는 선배님들은 요즘 공들 좀 치시나?
양이사
(눈치들을 살피며) 원래 좀 치긴 한디... 뭐 요샌 좀 뜸했고마. 요새 그러고 심사가 편허질 못해놔서...
박이사
그래, 맞다. 회장님 저래 되시고 통 정신이 있어야지... 공 칠 짬이 어딨노?
이중구
(순간 눈빛이 번득이는) 어이 씨발... 어째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네?
당황하는 이사들.
양이사
(얼른 손을 저으며) 어허! 뭔 소릴! 아녀, 아녀! 우리가 뭣 한다고 중구 동생 심사를 들이 받겠는가? 아녀, 아녀!
박이사
그래, 그란 거 아이지. 고마 이 이사 니가 요새 쪼매 예민한 갑다. 우리가 니한테 그랄 리가 있나? 같은 식구끼리 말 한마디에 그래 반응하면 섭하지.
이사들을 보고 있던 이중구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이중구
식구...? 아... 식구... 근데 그럼 그동안엔 왜들 그러셨어? 응? (싸늘한) 왜 같은 식구는 나몰라라하고 정청이 새끼만 그렇게 쪽쪽 빨아 댔냐고? 응?
서슬 퍼런 이중구의 태도에 식은땀이 삐질 솟아오르는 이사들.
양이사
아니 저기 동생... (이중구의 눈치를 살피며) 아니, 이 이사... 그건 오해네, 오해. 우리라고 정청이 놈이 이뻐 보일리가 있것는가? 그냥 회장님이 워낙에 이뻐라 하시니까 그런갑다 허고...
박이사
그래, 암만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꼬. 가들은 우리랑 피 한 방울 안 섞인 짱개 아들 아이가?
그런 이사들을 빤히 야리고 있던 이중구.
가만히 인상을 풀고는 편한 자세로 수하들에게 손짓을 한다.
뭘 하려나... 싶어 긴장하는 이사들. 그런 이사들의 손에 이중구의 수하들이 술잔을 한잔 씩 건넨다.
이중구
(잔을 들어 보이며) 그럼 뭐 담 주 겜은 하나마나겠네. (이사들을 둘러보며) 그찮아? 뭐 장 이사 그 꼰대야 어느 쪽에도 안 설거고... 정청이 새끼에 짱개들 지분 다 합쳐봐야 여기 모인 우리 식구들 지분엔 못 미칠 테니 말이야? 그치?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이사들. 그러다...
양이사
(은근한) 근디... 동생. 저기 말이시... (이중구, 보면) ...아, 우리가 동생을 미는 건 당연헌거여, 당연헌건디... 그라믄 우리한테도..
이중구
(기다렸다는) 뭐 없냐? 아, 있지 당연히! 다들...
은근한 기대에 찬 눈길로 이중구를 보는 이사들.
이중구
(살벌하게 웃는) 살려는 드리께.
일순 얼어붙는 이사들.
이중구
원래는 싹 다 죽여서 인천 앞바다에 처박을라 그랬거든.
박이사
(하얗게 질린) ...저... 저기 중구 동생, 아니 이 이사...
이중구
(잔을 들며) 아, 됐어. 됐어. 살려 준다니까? 그만 아닥들 하고 술들이나 빠쇼. 이게 36년산 이랬나... 38년 이랬나...? 암튼 무지 비싼 거거든. 완 샷들 해.
그리고는 먼저 완 샷을 하는 이중구.
크... 목이 타는 듯, 오만상을 찌푸리며 어서 마시라는 손짓을 한다.
서로 눈치를 살피며 잔을 들이키는 이사들.
불편하게 넘어가는 술... 절로 표정이 일그러진다.
비워진 잔이 다시 가득 채워지고... 표정이 좋지 못한 이사들.
담배를 피워 물며 그런 이사들의 반응이 즐거운 듯, 이를 드러내며 웃는 이중구.
이중구
이번에도 완샷이요...
인천공항, 주차장- 실외/낮
탁- 탁- 라이터의 불을 당겨대는 자성의 초조한 손길.
자성, 여전히 빈 담배를 문 채 저만치 뜨고 내리는 비행기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인천공항, 보안사무실- 실내/낮
무심히 보던 신문의 장을 넘기는 강과장.
정청, 파일을 덮더니 파일의 겉장 위를 피아노 치듯 손가락 끝으로 툭툭- 친다.
정청
요거 꽤... 심각하고 심오한 내용이네요...
강과장
(심드렁한) 어쩔래? (힐끗 보며) 얼른 답주지? (시간을 확인하고는) 서두르면 타려던 비행기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청
(품에서 담배를 꺼내며) 하나 펴도 됩니까?
강과장
무식하네. 요즘 공공건물은 전체가 금연이야.
정청
(수표 한 장을 올려놓으며) 뻑뻑허네. 벌금 내면 되지...
심드렁한 눈길로 담배를 피워 무는 정청을 쳐다보는 강과장.
정청
...그니깐 지금... 그쪽에서 중구를 처리해 주겠다...? 막말로 내 스폰을 해 주겠다... 뭐 그런 말이네요? 잉?
강과장
그렇지... 그거 봐서 알겠지만 이대로 이사회서 붙으면 넌 져.
잠시 강과장을 빤히 보는 정청. 그러다...
정청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아니 뭐, 저를 이러고 이쁘게 봐주신 건 고마운데... 우리 골드문이 무슨 동네 양아치 조직도 아니고...
강과장
우린 뭐 동네 파출소 쯤 되는 줄 아냐?
정청
(싸늘해지는) 이거 우릴 너무 급 낮춰 보는 거 아닙니까, 지금?
강과장
(심드렁한) 거야 알아서 생각하고...
정청
(씩- 웃는) ...설마 지금 나한테 중구 새끼 찍어낼 자료를 달라는 건 아니겠죠 잉? 암만 그놈아허고 나허고 사이가 좆같아도 글지... 내가 이라고 찌질한 짓까지 할 거 같소?
강과장
(다른 파일 하나를 툭- 밀어 주는) 비행기에서 심심하면 읽어봐.
대충 좌르륵- 파일을 넘겨보는 정청. 기가 막힌다.
정청
이것도... 암만 봐도 우리 쪽 자료 같으네... (쓴 웃음을 짓는) 아 씨바... 그러고 솎아 낸다고 솎아 냈고마... 아직도 이 프락치 새끼들이 남았는 갑네...
강과장
(씩- 웃는) 말 똑바로 하지? 프락치 핑계로 석회장 수족들 찍어낸 거잖아? 여차하면 석회장 수술시키고 골드문을 들어 먹어야 되니까 말이야. 아냐?
순간 입가에 번졌던 웃음기가 싹 걷히는 정청. 담배 연기가 사방으로 흩어져 간다.
정청
(잠시 말없이 있다 이내 피식- 웃으며) 뭐... 거야 좋을 대로 생각 허시고... (파일을 보며) 근데, 벌써 이런 것까지 손에 넣었음 아자씨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굳이 나한테 이라고 확인 받을 것까진 없다 싶은데...?
강과장
좋은 게 좋은 게 아닌가? 그래도 수술 들어가기 전에 보호자 동의는 구해야지.
정청
이게 어디 동의요? 통보지.
강과장
(시계를 보며) 나갈까? 비행기 시간 늦겠네.
잠시 아무 말 없이 강과장을 바라보던 정청. 천천히... 담배를 비벼 끄며 몸을 일으킨다.
정청
그라고 보니까...
강과장
...
정청
오늘 나 출국하는 건 또 어찌 아셨으까 했거든. 것도 시간까지 정확하게 맞춰서 말이지... (파일을 들어 보이며) 이제사 접수가 좀 되네.
강과장
...
정청
(웃는) 암튼 거, 빨대들 한번 무지하게 꽂아 두셨고만...
인천공항, 주차장/비행기 내- 실내외/낮
저만치 하늘 위로 또 비행기 하나가 굉음을 일으키며 이륙해 간다.
차에 기대서서는 핸드폰을 받고 있는 자성. 그 표정이 무겁다.
cut to) 비행기 내.
자리에 앉아 통화 중인 정청. 저만치에 양문석에게 와보라는 손짓을 하며,
정청
(핸드폰에) 암만해도 짜바리들 안테나 말이다. 아직 남았는갑다...
cut to) 지그시 이를 앙다무는 자성.
정청 (소리)
것도 내 턱밑에 말이지... 이번 참엔 제대로 찝어 내야 쓰것다...
핸드폰을 끊는 자성. 잠시 끊어진 핸드폰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씨발... 자기도 모르게 욕지기가 새어 나오고... 신경질적으로 차에 오르는 자성.
자성의 차부터 수하들의 차들이 차례로 주차장을 빠져 나가기 시작한다.
cut to) 강과장의 명함을 만지작거리는 정청.
명함을 바라보는 정청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번져간다.
가만히 명함을 양문석에게 건네는 정청.
정청
(중) 여기다 파이프 꽂아 봐. 경찰 자료부터 개인 자료까지, 관련된 거라면 먼지 하나까지 놓치지 말고 뽑아 올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까 최고들로 섭외해서 진행해.
(你 去 翻 翻 這 個 老 戴 的 底 子.
從 警 方 到 個 人 私 下 所 有 的 資 料,
只 要 有 相 關 的,連 一 點儿 灰 塵 也 不 要 放 過.
無 論 多 少 錢, 只 要 找 一 些 最 有 能 力 的 來 處 理.)
니 취 (F+안)( F+안) 쯔어 꺼 라우 따이 더 띠 즈.
츠옹 찡 (F+앙) 따우 꺼 (R+언) 쓰 씨아 쓰워 이우 더 쯔 리야우,
쯔 야우 이우 씨앙 꽌 더, 리엔 이 (띠에+R) 후이 천 이애 뿌 이야우 (F+앙) 꾸어. 우 룬 뚸 쓰아우 치앤, 즈 야우 짜우 이 씨애 쯔위 이유 넝 리 더 라이 추 리.
양문석
(중) 예. 쓸 만한 애들을 알고 있습니다.
(嗯。我 認 識 幾 個 家 伙 挺 不 錯 的)
음. 워 런 쓰 지 꺼 찌아 후어+R 팅 부 춰 더
정청
(중) 그리고... 연변 거지들 불러.
(還 有... 把 延 邊 社 會 棒 子 招 過 來)
하이 이유.. 빠 이앤 삐앤 쓰어 후이 빵 즈 쯔아우 꾸어 라이.
양문석
(의아한) (중) 직접 손대시려고요?
(你是想 自己 親自動手嗎?)
니 쓰 씨앙 쯔 지 친 쯔 똥 써우 마?
대꾸 없이 가보라는 손짓을 하는 정청. 양문석 조용히 물러나면... 수면 안대를 쓰고는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눕는다. 입가에 가소롭다는 듯 미소가 번져가는 정청.
정청
(비릿하게 흘리는) 이것들이 누굴 씨발 홍어 거시기루 아나...?
인천공항, 주차장/강과장의 차 안- 실내외/낮
차에 앉아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통화 중인 강과장.
강과장
어, 그래. 이중구 마킹 잘 하고 있냐? 오냐... 그래. 낼 아침에 작업 들어갈 거니까, 터프한 애들로 준비 시켜 놔... 그래.
핸드폰을 끊고는 차를 출발시키는 강과장. 휘파람이 절로 흘러나온다.
레스토랑, 홀- 실내/아침
통째로 전세를 낸 듯, 다른 테이블은 죄다 비어 있는 가운데... 주변 수하들의 경호 속에 자기 쪽 간부1,2,3,4와 식사 중인 이중구가 보인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꾸역꾸역 씹어대는 이중구.
간부들, 아침부터 스테이크가 좀 아니다 싶지만... 그래도 애써 씹어대며 이중구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이중구
장이사 그 능구렁이는 요즘 어쩌고 있냐?
간부1
진적에 팔 다리 짤린 노친네가 뭘 하겠슴까? 걍 집에 숨만 쉬고 있슴다. 가끔 다른 영감들이 차 마시러 드나드는 것 말곤 특이한 게 없습니다.
이중구
(가소롭다는) 우아 떨고들 자빠졌네. 어울리지 않게 차는... 암튼 아직 겜 끝난 거 아니니까, 그 꼰대 새끼들 잘 감시해. 그 인간들, 믿을만한 종자들이 못돼.
간부들
(고기들을 꾸역꾸역 삼키며) 예, 형님... 걱정 마십쇼.
간부1
(눈빛을 번득이는) ...만에 하나라도 꼬롬하게 굴거나 수틀리게 나오면, 바로 씹창을 내서 아주 젓갈을 담궈 버릴라니까 말임다...
그러자 갑자기 흡족한 듯, 웃음을 터트리며 와인 잔을 집어 드는 이중구.
이중구
너 이 개새끼! 야 무섭다, 새꺄! 넌 어째 애가 나이를 처먹고도 여전히 그러고 무지막지하냐? 이 험한 새끼! 젓갈이 뭐냐, 젓갈이! 아, 이 우아한 새끼...!
와하하하! 생각만 해도 통쾌한 듯 웃어젖히는 이중구와 간부들.
이중구, 자신만만하다.
간부2
(조심스레) 근데 형님. 그 정청이는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형님이 그룹을 접수하면 정청계 놈들이 가만 안 있을 텐데요.
대꾸 없이 그저 스테이크만 썰어 먹는 이중구.
간부1
이참에 정청이 새끼부터 시작해서 회사 안에 짱개 새끼들을 아예 싹 찍어내지 말임다!
간부2
예, 형님. 언제든 콜만 주십쇼. 저흰 항시 대기하고 있슴다!
흐뭇한 이중구, 그런 간부들의 태도가 너무 흡족하다.
이중구
먹어들. 여기 송아지 고기 연하고 좋아. 이거 한우야, 한우...
...예... 좀 전의 그 기세들은 어디로 가고... 힘겹게 스테이크들을 삼키는 간부들.
이중구
어째 먹는 것들이 그러고 시원찮냐? 새끼들 하여간 입들이 후져 갖고 쯧...
간부1
(조심스레) 저희야 아침으론 차라리 선지 해장국 같은 게 낫지 말임다...
이중구
(한심하다는) 아, 이 저렴한 새끼들 하고는... 야, 니들 그 입들 좀 업그레이드 시키라 그랬지? 맨날 선지 쩝쩝 씹으면서 비즈니스 할래? 야, 안되겠다. 니들 한 접시씩 더 먹어! (안쪽에 대고 소리치는) 야! 얘들 미듐으로다가 한 접시씩 더 만들어 줘라!
예...? 간부들의 표정이 일그러지는데...
그때, 문을 박차고 들어서는 형사, 수사관3,4와 형사들, 전경들. 그들을 막아서는 이중구계의 수하들을 사정없이 제압하며 이중구에게 다가간다.
놀라는 간부들을 향해 괜찮다는 손짓을 해 보이는,
이중구
괜찮아, 먹어. 먹어... (입을 닦으며 형사들을 째리는) 어이 뭐냐, 니들? 왜 식전 댓바람부터 들이쳐서, 남들 식사하는데 먼지는 피고 지랄이야? 우리 지금 밥 먹는 거 안 보이냐? 응?
그러자 저만치에서 들려오는...
강과장(소리)
넌 대충 다 쳐드신 거 같은데 뭐...
형사들을 헤치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오는 강과장이 보인다.
순간, 멈칫- 하는 이중구. 그러나 이내 표정을 수습하며...
이중구
아니 이게 누구셔? 강팀장... 아니 승진 했지, 참... 강과장 아니셔? 요즘 자주 보네?
강과장
...너 어째 점점 말이 짧아진다?
이중구
어떻게... 아침 자시러 오셨나? 근데 여기 비싼데... 경찰 월급 갖구 함부로 드나들 만한 데가 아니거든...
간부들 접시에서 스테이크 덩어리 하나를 쿡- 집어 드는 강과장.
강과장
아침부터 이런 게 넘어 가냐? (간부들을 둘러보며) 어울리는 거나 쳐드시지...
이중구
어이, 강! 과! 장! 님!
척- 그런 이중구 코앞에 영장을 들이대는 강과장.
이중구, 이게 뭔데? 하는 눈길로 보다가 어이가 없는 듯 웃고 만다.
강과장
좀 기니까 잘 들어. 이중구, 널 살인 교사 및 폭행과 특수 사기, 협박 갈취, 그리고 횡령... (그러다 영장을 한번 들여다보며) 기타 등등... 많기도 하다, 씨발...
이중구
(코웃음을 치는) 근데 이것들이 증말 오늘 식전 댓바람부터 나랑 개그를 까나?
강과장
나 그러고 한가한 사람 아니다.
이중구
(눈을 부라리는) 너네 자신 있냐? 지금 그거 다 감당할 수 있겠어? 입증 못 할 텐데?
강과장
(영장을 탈탈 털어 보이는) 이거 법원에서 정식으로 발부받은 영장이거든?
이중구
(살짝 꿈틀- 하는) ...
강과장
왜? 우리가 괜히 함 찔러 보는 것 같냐? 식전 댓바람부터?
이중구
...
강과장
(비릿한 미소를 짓는) 이번엔 정말 기대해도 좋아.
강과장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표정이 굳어가는 이중구.
강과장, 형사들에게 데려가란 눈짓을 보내면... 수갑을 꺼내드는 형사들.
철컥- 이중구의 손목에 채워지는 수갑.
순간 간부들, 죄다 자릴 박차고 일어나고, 형사들이 얼른 그 앞을 막아선다. 험악한 분위기...
강과장
(간부들을 보며) 까불지들 말지? 왜? 줄줄이 같이 엮이고 싶냐? 엮어줘?
차마 나서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간부들.
강과장
(간부들 머리를 툭- 툭- 치며) 앉아서 고기들이나 마저 쳐들어. 비싼 거잖냐.
이중구
...누구냐...? 정청이... 그 개새끼냐?
강과장
(픽- 웃기만 하는) ...글쎄다? 누굴까?
씨발... 정청이 이 짱개 새끼가... 끌려 나가는 이중구의 눈에 살기가 퍼져간다.
심드렁하니 담배를 피워 무는 강과장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살짝 걸린다.
상해, 식당- 실내/낮
텅 빈 홀. 창틈으로 새어 드는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들. 홀로 테이블에 앉아 술을 홀짝이고 있는 정청. 그의 표정에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그때, 조심스레 다가오는 양문석. 정청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인다.
가만히 양문석을 돌아보는 정청.
양문석, 사실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정청
(중) 이사들 전원 소집하고 들어가는 비행기 스케줄 체크해.
(通 知 所 有 的 理 事 全 部 集 合…
順 便... 確 認 一 下 回 去 的 航 班 時 間.)
통 쯔 쓰위 이유 더 리 쓰 취엔 뿌 찌 허…
쓰윈 삔엔… 쵀 (R+언) 이 씨아 후이 취 더 항 빤 쓰 찌앤.
양문석
(중) 예. (好的.)
하우 더.
정청
(중) 그 강과장이란 양반... 자료는 아직이야?
(姜 科 長 那 個 老 戴 的 資 料 呢...
還 沒 准 備 好 嗎?)
찌앙 크어 쯔앙 나 거 라우 따이 더 쯔 리야우 너…
하이 매이 쯔운 빼이 하우 마?
양문석
(중) 들어갈 때 받아 보실 수 있도록 조치해 뒀습니다.
(我已经安排好了. 等您回去的時候, 你可以拿到手的.)
워 이 징 안 파이 하우 러.
떵 닌 휘 취 더 쓰 허우, 니 커 이 나 따우 써우 더.
정청
(고개를 끄덕이며) (중) 연변 거지새끼들은?
(延 边 社 会 老 幫 子 呢?)
이엔 삐엔 쓰어 후이 라우 빵 즈 너?
양문석
(시계를 들여다보며) (중) 아마 지금쯤이면 인천에 도착했을 겁니다. (我估計, 他們現在 應該 已經到了 仁川碼頭了.)
워 꾸 찌, 타 먼 씨엔 쨔이 잉 까이 이 찡 따우 러 런 추안 마 터우 러
가만히 잔을 들어 목을 축이는 정청. 술맛이 좋다.
인천 여객 터미널, 로비- 실내/낮
촌스러운 패션에... 부스스한 머리...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 썬글라스에 금으로 떡칠을 한 목걸이며 반지며 팔찌... 한마디로 언밸런스의 극치를 달리는, 누가 딱 봐도 한눈에 연변 쪽 사람들임을 알 수 있는 그들... 연변 거지1,2,3,4가 터미널에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이 처음인지 연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연변 거지들.
연변 거지1
(핀잔을 주는) 촌스럽게 자꾸 그라고 두리번대지 좀 마라. 연변서 넘어온 거 티내니? 우린 남들 눈에 띄면 안 좋다, 모르나?
(무안해하는 거지들을 채근하는) 얼른들 가자!
연변 거지1을 필두로 터미널을 나가는 거지들.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눈에 확 띄는 그들. 지나는 사람들마다 힐끔거리지 않을 수 없다.
연변 거지1
(짜증스런) 거 봐라. 남조선 사람들 눈치가 얼마나 빠른 인사들인데... 너거들 때매 벌써들 눈치 깠잖냐? 쯧... 빨리 따라오라!
연신 면목 없는 연변 거지들. 종종 걸음으로 연변 거지1을 쫓아간다.
산부인과, 초음파실- 실내/낮
초음파 화면 속, 태아의 모습이 보인다.
흐뭇한 미소로 화면을 보고 있는 주경. 한 번씩 꿈틀 거리며 움직여 대는 태아의 모습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슬쩍 시선을 돌려보는 주경.
한쪽 어둠 속. 물끄러미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자성의 무거운 얼굴이 보인다.
도로, 자성 차 안- 실내외/낮
말없이 운전만 하고 있는 자성.
곁의 주경 역시 물끄러미 초음파 사진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각자 딴 생각에 잠긴 듯, 차 안엔 침묵만 흐른다. 그러다...
자성
...저기... 우리...
주경
(보는) ...?
자성
...우리 외국 나가 살까?
잠시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자성을 바라보는 주경.
자성, 돌아보면...
주경, 뭐라 대꾸를 하려는데 가방 속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핸드폰을 꺼내보는 주경. 모르는 번호다.
주경
(자성을 한번 살피고는 전화를 받는) 여보세요?
순간 멈칫- 하는 주경. 그녀의 눈빛이 심하게 떨려온다.
주경
(얼른 자성의 눈치를 살피며) ...아, 네. 안녕하세요? 네, 그럼요... 전 잘 지내죠.
안절부절 못하는 주경. 연신 자성의 눈치를 살펴대는데,
운전 중인 자성은 딴생각에 잠긴 듯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주경
...네... 네? (굳는) 언제요? 지금요? 아... 아니에요. 네... 그럼 거기서 봬요.
핸드폰을 끊는 주경.
자성, 어쩐지 불편한 기색의 주경을 가만히 돌아본다.
주경
(어색하게 웃어 보이는) 어, 예전에 같이 일했던 언니...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고...
잠시 주경을 보는 자성.
주경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린다.
자성
...그쪽 친구들이랑 연락하고 지냈어? 몰랐네.
주경
어? 아니, 뭐 그랬던 건 아닌데...
자성
...
주경
회사... 들어가야지? 난 여기 어디서 내려주면 돼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이려는 주경. 하지만 어쩐지 자꾸만 불안감이 번져간다.
스스로를 진정시키려는 듯, 가만히 자신의 배를 쓰다듬는 주경.
자성
...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실내/낮
상향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는 주경. 누군가의 시선이 그런 주경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백화점, 옥상 하늘 공원/고객 휴게실- 실내외/낮
도심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난간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는 주경.
핸드백 속 핸드폰의 진동이 울린다.
주경
(얼른 받으며 신경질적인) 왜요? 갑자기 왜 보자는 거예요.
강과장 (소리)
벌써 몇 주째 리포터가 안 들어와 있던데?
주경
...딱히 특별한 게 없었어요.
강과장 (소리)
특별한 게 없다?
주경
네.
강과장 (소리)
언젠 꼭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보고했냐? 몇 시에 나가고 몇 시에 들어왔는지, 밥은 얼마나 먹었고 반찬은 뭘 먹었는지, 잠은 얼마나 자고, 코를 고는지 안 고는지... 일거수일투족 사소한 거 하나도 빼지 말고 보고하라 그랬지?
주경
(입술을 깨무는) ...
강과장 (소리)
왜? 너도 애가 생기니까 맘이 심란하냐?
주경
(날카로운) 아기 얘긴 그만 하시랬죠!
난간에 기대서서, 도심을 내려다보며 핸드폰 중이던 강과장. 슬쩍 뒤를 돌아보면...
저만치 벤치에 앉아 있는 주경의 모습이 보인다.
주경 (소리)
나... 이제 그만 두겠어요.
강과장
그만 두겠다?
주경
네. 더 이상은 못하겠어요.
강과장
(어이없다는) 어이, 애초에 약쟁이 니 아버지 빼주는 조건으로 자석질 하겠다고 한 건 너야. 술집 년 뽑아다가 이러고 사람답게 만들어 줬음 적어도 그 보답은 해야 하는 거 아냐?
주경
(지지 않는) 그 약쟁이 아빤 죽어 버렸고, 보답이라면 자성 오빠한테 해 줘야죠. 걱정 마세요. 평생 보답하며 살 거니까...
강과장
(피식- 웃는) 평생? 그게 어디 니 맘대로 되겠냐?
주경
...무슨 뜻이죠?
강과장
니가 지 마킹하라고 우리가 붙여둔 자석인지 알면 이자성이 그 깡패새끼가 참 좋아라 하겠다. 그치?
주경
(입술을 깨무는) 나쁜 새끼들...!
강과장
...그치? 근데 어쩌냐? 이게 내 일인데... 암튼 똑바로 해라. 응?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탁- 끊어 버리는 주경. 잠시 강과장의 뒷모습을 노려보더니 이내 일어나 신경질적으로 돌아선다.
cut to) 고객 휴게실.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주경. 지쳐 보인다.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주경.
그때... 한쪽 하행 엘리베이터의 표시가 깜빡 거리더니 이내 문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 틈에 무거운 얼굴로 서 있는 자성이 보인다.
저만치... 초점 잃은 눈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주경을 보는 자성.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르 닫혀간다.
인천 공항, 입국장- 실내/낮
썬글라스를 낀 채, 싸늘히 굳은 얼굴로 양문석과 함께 입국장에서 나오는 정청.
대기하고 있던 수하들이 정청을 맞이한다.
구치소, 면회실- 실내/낮
한껏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앉아 있는 이중구. 그러나 두 눈엔 살기가 가득하다.
그 맞은편을 보면 정청이 이중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이중구
(이를 악물며) ...그래서?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뭐요?
정청
(낮은 한숨과 함께) 이번엔 경찰 쪽에서 아주 작심을 허고 움직인 것 같어. 이 정도로까지 치고 들어온 것 보면 혐의 입증도 자신 있다는 거 아니것어?
이중구
(은근한) 그래...? 그런데 그럼 과연 그 재료는 누가 흘렸으까나?
잠시 아무 말 없이 이중구를 바라보는 정청.
이중구,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정청을 야린다.
정청
...뭔 그런 눈깔로 쳐다보냐? 나 그런 추잡헌 놈 아니다. 글고 나헌테도 그 정도 자료는 없었어.
이중구
(빈정대는) 아이구 그러세요? 그럼 누구까? (그러다 정색을 하는) 니가 아님 니가 시킨 그 누군가겠지. 누굴까? 니 꼬붕 이자성이 그 새낀가?
정청
(그저 보기만 하는) ...
이중구
비겁한 새끼... 이딴 식으로 뒤통수를 후려? 날 이러고 수술 시키고 그새 회사를 홀랑 털어 먹어 버리겠다?
정청
어이 이중구...
이중구
(버럭) 이런 개 씨발!! 아가리 찢어 버리기 전에...!! (화를 억누르는) ...아가리 찢어 버리기 전에 다신 그 입에 내 이름 담지 마라... 응? 글구... (이를 드러내며 웃어 보이는) 어디 함 해봐. 얼마든지 해봐... 니 맘대로 될 란지.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듯...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일어서는 정청.
정청
장변호사가 최선을 다허고 있으니까, 좀만 참고 기다려라. 여기저기 약 쳐 놓은 데도 많고... 잘 될 거다.
빈정대듯 웃음을 흘리는 이중구. 정청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이중구
이거나 처먹어, 이 짱개 새끼야...
정청
...간다.
썬글라스를 쓰며 돌아서는 정청.
이중구
어이! 정이사!
정청
(돌아보면) ...
이중구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부디... 몸조심 하쇼...
정청
...
이중구
(이를 드러내며 더욱 환하게 웃어 보이는) ...
정청
...고맙네, 걱정해줘서...
정청, 가만히 문을 열고 나간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앉아 있던 이중구, 갑자기 박차고 일어서 플라스틱 벽을 신경질적으로 냅다 후려친다.
이중구
야! 이 씨발 짱개 새끼야!!
상암 월드컵 경기장, 경기장- 실외/낮
텅 비어 을씨년스러운 기운마저 감도는 경기장.
스탠드 한가운데, 강과장과 정청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앉아 있다.
껌을 오물거리며 텅 빈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는 강과장.
정청, 담배를 피우며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가 가만히 강과장을 돌아보면, 대기하고 있던 양문석이 강과장에게 선물 상자 하나를 들이민다.
이게 뭐냐? 하는 눈빛의 강과장.
정청
약소합니다만 제 성의 표십니다.
강과장
(힐끗 보며) 뭐냐? 먹는 거냐?
정청
월병이라고... 중국 전통 과자예요. 드셔 보셨나 모르것는데 애법 맛납니다.
강과장
월병...?
죽- 상자의 포장을 벗기는 강과장.
정청
(살짝 당황스런) 거 나중에 뜯어보시지...
아랑곳없이 상자를 뜯어 월병 하나를 덥썩- 집어 드는 강과장.
강과장
어떻게 먹는 거냐? 이렇게 먹냐?
탁- 월병을 반으로 쪼개는 강과장. 그런데... 월병 사이에 아주 잘게 접혀 비닐에 싸여 있는 지폐가 보인다. 지폐를 꺼내는 강과장.
정청, 뭐 성격이 저러냐...?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백 달러짜리 지폐를 쫙- 펼쳐 보는 강과장.
강과장
이건 먹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정청
깨끗하게 세탁 돌린 거라 드셔도 됩니다. 절대 탈 안 나요.
강과장
...
정청
모지라면 더 채워 드리께. 그러고 분기도 좋고, 매달도 좋고... 주기적으로 섭섭지 않으시게 꼬박꼬박 세금도 넣어드릴 라니까. .. 이쯤에서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허게 냅두십시다. 예? 너무 깊이 개입하시는 거요, 지금.
그런 정청을 빤히 보다가 씹고 있던 껌을 바닥에 탁- 뱉는 강과장.
그리고는 상자에 있던 월병을 바닥에 쏟아낸다.
의아한 정청.
강과장의 구둣발이 바닥에 떨어진 월병들을 으깨 밟고... 부서지는 월병들마다 비닐에 싸인 달러들을 토해낸다.
심드렁한 눈길로 가벼운 한숨을 내쉬는 강과장.
정청
왜요? 내용물이 별로 맘에 안 드셔? 좀 더 채워 드린다니까? 아니면... 차명 하나 터서 아예 우리 쪽 지분을 좀 태워 드리까?
강과장
어이 야... 정청이.
정청
...?
강과장
너 날 뭘로 보는 거냐, 지금?
정청
예?
월병과 달러들을 발끝으로 슥- 밀어내는 강과장.
강과장
가져가. 난 깡패새끼들 돈 안 받아...
의외의 반응이 사뭇 당황스러운 정청.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강과장
나 경찰이잖아. 경찰이 깡패새끼들 돈을 받음 되겠냐?
천천히... 표정을 수습하는 정청. 그리고는 이해가 잘 안 간다는 듯...
정청
그럼... 대체 왜 이러는 거요? 예? 아예 싹 밀어 버릴라고 드는 것도 아니고, 뭔가 우리한테 바라는 게 있으니 이라는 거 아녀?
강과장
(심드렁한) 싹 밀면 뭐하냐? 어차피 그 자리에 또 다른 놈들이 치고 들어올 텐데. 그럼 우리도 첨부터 새로 관리 들어가야 하니까 힘들어. 우리가 니들한테 바라는 건 별거 없어.
정청
...
강과장
걍... 주제 파악 잘하고... 고분고분 말만 잘 들음 돼.
정청
(절로 인상이 써지는) ...
강과장
난 니들이 더 크는 꼬라지 못 봐. 제2의 제3의 골드문이 생기는 꼬라지는 더더욱 못 보고. 한 마디로... (손바닥을 펴 보이는) 이 안에서만 적당히 놀라는 얘기야. 뭔 말인지 알겠지?
정청
(불쾌한) 우리더러 지금 경찰들 시다바리나 하란 겁니까? 우리가 무슨 경찰청 용역이요?
강과장
그러고까지 자학할 건 없고... 그냥 협력적 관계, 뭐 그 정도로 해두지.
지그시... 이를 악무는 정청.
강과장, 심드렁한 눈길로 그런 정청을 향해 알아들었냐는 눈짓을 해 보인다.
감정을 추스르는 정청. 표정을 풀고 가벼운 미소까지 지어 보인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정청.
정청
잘 알겠습니다. 그쪽이 뭔 생각인지 이제 알았으니까, 조만간 저희 답도 드리께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강과장.
정청, 그런 강과장을 흘겨보고는 횡- 하니 돌아선다.
텅 빈 그라운드를 응시한 채, 주머니에서 껌 하나를 꺼내 씹기 시작하는 강과장.
도로, 정청 차 안- 실내외/저녁
싸늘한 눈길로 곁에 앉은 양문석이 건네주는 서류들을 살펴보는 정청.
머릿속이 복잡한 듯, 서류를 확인하고 또 확인해 본다.
양문석
(중) 말씀 하신대로 강과장과 관련된 건 개인적인 것부터, 일적인 부분까지 뭐 하나 빼놓지 않고 죄다 수집했습니다.
(按照您的吩咐, 關於姜科長, 關於姜科長, 從私人 到他業務上的 所有資料
個不漏的 全部给你 收集齊了.)
안 짜우 님 더 F+언 F+우, 꽌 이유 찌앙 커 장, 꽌 이유 찌앙 커 장
쵸 웅 쓰 런 따우 타 예 우 쓰앙 더 쓰워 이유 쯔 랴우
이 꺼 뿌 러우 더 췬 뿌 깨이 니 쓰어우 찌 치 러
정청
(서류철을 들어 보이며 믿기 어렵다는) (중) 근데 이거 정말 확실한 거야? (你 没 搞 错... 這 些 資 料 真 的 可 靠 嗎?)
니 매이 까우 춰… 쩌 씨애 쯔 리야우 쩐 더 커 카우 마?
양문석
(중) 중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해커 그룹한테 의뢰해서 뽑아낸 자룝니다. 걔들 미 FBI 자료도 길면 이틀이면 다 털어내는 애들입니다. (我找的是 目前 最有 才華的 黑客團隊來 收集的 資料.
這些家伙 能夠將 美國聯邦政府FBI的資料, 最多用兩天的時間就可以拿到手的.)
워 쨔우 더 쓰 무 치엔 쯔위 이유 차이 화 더 해이 커 투안 뚜이 라이
쓰어우 찌 더 쯔 랴우 쩌 씨에 쨔 훠 넝 꺼우 찌앙 매이 꿔 리엔
정청
(입을 꾹 다문 채, 잠시 뚫어져라 서류만 내려다보다) (중) ...연변 거지들은? (延 邊 的 老 幫 子 呢?)
이앤 삔엔 더 라우 빵 즈 너?
양문석
(중) 대기 중입니다. (正在等待 你的吩咐.)
쯔엉 쨔이 떵 따이 니 더 F+언 F+우
후... 답답한 듯, 길게 한숨을 내뱉는 정청. 그때, 걸려오는 핸드폰.
보면... “브라더” 라 뜬다.
어두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다보고 있는 정청. 그러다 이내, 환한 목소리로...
정청
(핸드폰을 받으며) 어이 씨바 브라더!! 어디냐?
도로, 자성 차 안- 실내외/저녁
앞좌석의 석무가 이게 뭔 일이래...? 하는 표정으로 뒤편을 힐끗 거리다가, 운전 중인 수하1과 눈빛을 나눈다. 그러게 말임다... 하는 표정으로 으쓱- 해 보이는 수하1.
뒷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받고 있는 자성.
자성
(핸드폰에) 대체 언제 들어오신 거요? ...오늘? ...아니, 연락도 없이... 아니. 뭐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피식-) 아, 뭔 놈의 서프라이즈야, 서프라이즈는...? ...예, 그래요. 어디? (잠시 멈칫- 하는) ...갑자기 거긴 왜...? 아... 그래요. 예...
핸드폰을 끊는 자성. 잠시 뭔가 생각에 잠긴다.
자성
기원 잠깐 들렀다가 인천 창고로 가자.
석무
(의아한) 근데 큰형님 원래 들어오시기로 한 게 낼 모레 아니었습니까? (자성의 눈치를 살피며) 한 번도 형님께 연락 없이 들어오신 적이 없었는데... 무슨... 일 있으시답니까?
대답 없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자성. 어쩐지 사뭇 불안하다.
도로, 정청 차 안- 실내외/저녁
끊은 핸드폰의 화면을 손끝으로 가만히 문지르는 정청. 갈등어린 표정이다.
양문석
(중) 어쩌시겠습니까? (你打算 怎麽處理?)
니 따 쏸 쩌언 머 추 리
아무 대꾸 없이 한쪽에 서류들과 핸드폰을 번갈아 보는 정청. 그 눈빛이 서늘하다. 그러다 이내 결심이 선 듯...
정청
(중) 거지새끼들... 전화 넣어. (打 電 話... 通 知 老 幫 子!)
따 띠엔 후아… 통 쯔 라우 빵 즈!
양문석
(중) 예, 사장님. (明白了. 老板.)
밍 빠이 러. 라우 빤.
그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양문석.
정청, 그런 양문석을 보며 옅은 한숨을 내쉰다.
고급 기원, VIP 룸- 실내/저녁
들어서던 신우, 우두커니 창밖을 내다보며 서 있는 자성을 발견하고는 멈칫- 한다.
신우
콜 넣은 기억... 없는데요...
자성
그동안... 나대신 경찰 프락치로 몰려 죽은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셋? 넷?
신우
...
자성
내가 아는 것만 간부급으로 여섯이 넘어.
신우
...
자성
근데... 그렇게 죽여 댔는데도 여전히 정보는 새. 것도 나를 비롯해 일부만 알고 있는 아주 고급스런 정보들이 말이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신우. 자성을 보는 시선이 낮게 가라 앉아 있다.
자성
이쯤 되면 말이야. 내가 정청이라면... (신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바보가 아닌 이상 이제... 나도 의심할 거야...
신우
...
자성
그러니 뭘 어쩔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돌아서는) 뭐든 뭘 할 생각이든... 서두르는 게 좋아. (가려다 말고) 정청일... 쉽게 보지 마.
문을 열고 나가는 자성. 신우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 있다.
골드문, 물류창고 앞- 실외/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저 멀리 인천항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파라솔 의자에 앉아 멀리 야경을 바라보고 있는 정청.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는데... 답이 잘 안 떠오르고 머릿속만 복잡하다. 종이컵에 소주를 가득 따라 한입에 들이키는 정청.
도로, 자성 차 안- 실내외/밤
달리는 차 안. 어두운 차창 밖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차창에 어린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자성. 초점이 흐린 그의 눈빛. 몹시도 지쳐 보인다.
편의점, 앞거리/내부- 실내외/밤
늦은 밤. 상가들도 모두 철시하고, 인적도 끊긴 을씨년스러운 거리에 비가 내리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홀로 꿋꿋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편의점 하나가 멀리 보이고...
비가 떨어지고 있는 편의점 창 너머 나란히 앉아 있는 신우와 강과장의 모습이 보인다.
후루룩- 거리며 라면을 먹어대는 강과장.
곁에 앉아 말없이 비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신우, 그런 강과장을 향해 자신의 라면을 슥 밀어준다.
강과장
왜? 손도 안 댔네?
신우
드세요.
강과장
(가져다 먹으며) 사양은 않으마.
그러고는 또 후루룩- 거리며 면발을 먹어대는 강과장.
신우
컵라면 지겹지도 않으세요?
강과장
(열심히 먹어대며) 뭐 한 십년을 이걸 주식으로 먹었더니... 요샌 밥 먹으면 속이 부대껴.
잠시 그런 강과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신우. 그러다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비가 떨어지는 축축한 밤거리의 풍경이 창 너머로 들어오고...
신우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어쩐지... 이번엔 느낌이 좋지 않아요.
강과장
(우물거리며) 웬일이야? 어지간해선 눈 하나 까딱 않는 애가 그런 소릴 다 하고.
신우
아무래도 상대가 지금까지 상대들과는 차원이 다르잖아요.
별다른 대꾸 없이 담배를 물고는 불을 붙이려는 강과장. 그런데... 이거 왜 이래...? 라이터가 잘 켜지질 않는다.
가만히 강과장의 손에서 라이터를 가져와 불을 당겨주는 신우.
신우
요즘 속은 좀 괜찮으세요?
강과장
(염려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
신우
...
비오는 밤... 인적 끊긴 거리에 홀로 빛을 내며 있는 편의점...
그렇게 나란히 창밖을 내다보고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멀리 보여 진다.
고급 기원, 앞/내부/VIP룸- 실내외/밤
젖은 우산을 접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신우의 뒷모습...
어딘가에서... 그런 신우를 지켜보는 시선들이 있다.
cut to) VIP룸으로 들어 온 신우. 겉옷을 벗어 놓고 자리에 앉아 스탠드와 노트북을 켠다.
안경을 쓰고는 골드문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는 신우.
cut to) 슬쩍- 기원 출입문의 손잡이가 움직인다. 잠겨 있자, 잠시 뒤 뭔가 도구를 쓰는 듯 가볍게 들썩이기 시작하는 문.
cut to) 자료를 살피던 신우. 뭔가 심상치 않은 낌새에 탁- CCTV 화면을 켜본다.
몇몇의 사내들이 기원 문 앞에 몰려 서 있는 것이 보인다.
멈칫- 하는 신우. 그러나 이내 침착한 손길로 핸드백 속 권총을 꺼낸다.
그리고 어딘가 전화를 거는 신우.
신우
(핸드폰에) 아무래도 저 노출된 것 같아요. 제 신원 말소하시고, 여기 당장 정리 하세요. (끊으려다 말고) 아, 그리고... 부탁이니까, 담배 좀 끊으세요. (잠시) 나중에 봬요.
핸드폰을 끊는 신우. 배터리와 유심 칩을 분리한 다음 전원을 끈 노트북과 함께 창밖으로 던져버린다. 탁- 불을 끄는 신우.
cut to) 문을 따고 들어서던 사내들, 갑자기 불이 꺼지자 잠시 멈칫- 하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은 듯, 안쪽의 내실 문 쪽을 향해 다가선다. 한눈에 딱 봐도 촌스러움이 흘러내리는 스타일의 사내들... 바로 연변 거지들이다.
사나운 짐승과도 같은 안광을 번득이는 그들. 눈빛과 행동거지를 봐선 분명 보통내기들이 아닌데... 어둠 속... 그들의 손에 들려 있는 권총과 칼들이 서슬 푸른 빛을 낸다.
실내 낚시터, 안- 실내/밤
끊어진 핸드폰을 가만히 쳐다보는 강과장. 그러다 다른 한 손에 들려 있는 담배를 물끄러미 본다. 가만히...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는 강과장,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멍하니 물가를 바라본다. 그러다 이윽고 결심한 듯 힘겹게 핸드폰을 건다.
강과장
(무거운) ...1번 출장소 폐쇄하고... 신원 말소시켜... 그래...
핸드폰을 끊는 강과장.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이마께를 만지작거린다.
그러다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낚싯대를 걷어 냅다 집어 던지는 강과장.
고급 기원, 내부/VIP룸- 실내/밤
창가 앞 소파에 몸을 숨긴 채, 문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신우. 숨 막히는 순간이지만 그녀 역시 만만치 않다. 눈 하나 까딱 하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하는 그녀.
천천히... 문손잡이가 돌아간다.
철컥- 탄을 장전하는 신우. 방아쇠에 손가락이 걸린다.
슬쩍... 문이 열리고... 안을 빼꼼히 들여다보는 연변 거지4의 머리 하나... 순간, 타앙-! 하는 소리와 함께...
cut to) 그대로 뒤로 나가떨어지는 연변 거지4.
연변 거지1,2,3, 황당한 눈길로 보면... 총알이 정확히 이마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멍... 한 눈길로 룸 안쪽을 돌아다보는 연변 거지1,2,3.
cut to) 신우의 총구가 연이어 불을 뿜는다.
허걱! 기겁을 하며 사방으로 몸을 날려 피하는 그들.
연변 거지2
(당황스런) 아니 성! 저 가시네 총 갖구 있단 소린 왜 안 핸?
연변 거지1
나도 못 들어서. 시키야!
연변 거지3
날걸로 데려가야 하잖아?
연변 거지1
(고개를 끄덕이는) 그래 전화 받아서.
연변 거지3
그라믄 기달리자. (히죽) 저거 여섯 발 짜리니까 인제 두 발 남았거든.
연변 거지1
(한심하다는) 아 이 빙신아! 여가 연변이네? 총소리 났으니 쫌 있음 한국 공안들 개떼처럼 몰려올 거 인데!
아... 맞다... 고개를 끄덕이는 연변 거지2,3.
연변 거지2
함 어쩌지?
연변 거지1
뭐 어째? 날래 싸고들 돌자우!
연변 거지3
위험허지 않갔어?
연변 거지1
이 간나! 소풍 왔네? 날래 움직이라우!
고개를 끄덕이는 그들. 순간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튀어 나간다. 이어지는 총소리들...
구치소, 조사실 안- 실내/밤
조사실로 들어서는 이중구. 보면, 살짝 넋을 잃은 강과장이 앉아있다.
이중구
(털썩- 자리에 앉는) 뭐요, 이 야밤에 잠도 못 자게... 이거 지금 인권 침해요?
강과장
잠이 확 깰 뉴스 하나 알려주려고...
이중구
...?
강과장
골드문 이사회가 소집됐다.
순간 멈칫- 하는 이중구.
강과장
낼 모레 오후 다섯 시. 니가 없으니 아마도 정청이를 회장으로 추대하겠지.
이중구
(이를 앙다무는) 그래서요... 지금 누구 놀리는 거요?
강과장
어, 놀리는 거야. 이 병신 새끼야...
이중구
뭐요? (눈을 부라리는) ...이런 씨발!
강과장
얼마나 병신 같은 새끼면 지 자릴 이러고 홀랑 뺏겨? 골드문이 언제부터 짱개 새끼들 꺼였어? 골드문은 원래 니들 재범파 꺼 아냐? 니가 적통 아니냐고?
이중구
(웃기지 말라는) 아이고, 우리 강과장이 그러고 날 생각 하는 줄 몰랐네... (그러다 이를 악무는) 누구 때매 일이 이래 됐는데... 니들이 날 이러고 엮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잖아?
강과장
우린 경찰이야. 신고가 들어오면 수사해야하고 혐의가 드러나면 잡아넣어. 그게 우리 일이야.
일어서는 강과장. 이중구에게 사진 몇 장을 툭- 던져 준다.
강과장
근데 그 신고... 누가 했을까...? 많이 궁금했지?
이중구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쳐주고는 밖으로 나가는 강과장.
이중구, 가만히 사진을 들어 보면...
공항 조사실에서 나란히 걸어 나오는 정청과 강과장의 모습이 보이고...
이어 다음 사진을 보면, 텅 빈 경기장에서 강과장과 나란히 앉은 정청의 모습과 양문석에게 선물을 건네받는 강과장의 모습이 여러 각도에서 찍혀 있는 것이 보인다.
이중구
(예상대로 라는 듯 실소가 터져 나오는) 정청이... 정청이... 아 이 짱개 새끼. 진짜 추하게 구네... (그러다 갑자기 문밖을 향해 소리치는) 그래서! 뭐요, 지금? 어쩌라고! 나한테 뭘 바라는데! 뭐? 칼춤이라도 함 추라고? 혼자 디짐 억울하니까 같이 디지라고? (사진을 확 뿌리며) 이런 씨발! 지금 어서 개수작이야!?
구치소, 조사실 복도- 실내/밤
잠시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강과장. 그러다 천천히... 힘없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텅 빈 복도 끝으로 사라져 가는 강과장의 뒷모습이 힘에 겨워 보인다.
골드문, 물류창고 앞- 실외/밤
저 멀리 창고 쪽으로 들어서는 자성의 차가 보이고...
cut to) 차에서 내려서는 자성. 창고 앞에 세워져 있는 정청의 차가 보인다.
자성을 향해 인사를 올리는 정청계1,2,3,4,5,6,7.
정청계1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잠시 창고 안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자성. 뭔가 조짐이 좋지 않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자성.
골드문, 물류창고 안- 실내/밤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자성.
저만치 의자에 앉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정청의 뒷모습이 보인다.
들어서는 자성을 보고는 정청에게 왔다며 귓속말을 건네는 양문석.
정청
(슬쩍 뒤를 돌아보며) 아, 왔냐? 좀 늦었다?
자성
(목례를 올리며) 예, 비도 오고 퇴근 시간에 걸려서...
정청
(석무를 보며) 씨발새끼. 그러게 씨바 내가 진즉에 티팩 되는 걸로 네비 바꾸라 그랬지? 실시간 교통안내 그게 얼마나 빠른데...
죄송함다...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석무.
그때... 뭔가 무거운 것을 끌고 오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 상처투성이가 된 연변 거지1,2,3이 드럼통 하나를 낑낑거리며 끌고 나온다.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이 넘어 가는 자성.
정청, 이리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한다.
분위기를 살피는 자성.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연변 거지들과 양문석의 표정이 어째 곱지가 않다.
굳은 얼굴로 정청의 곁에 서는 자성.
정청
어이 브라더...
자성
예.
정청
너 저기 뭐 들었는가 함 볼래?
자기도 모르게 굳어가는 자성.
정청, 그런 자성을 힐끗 보며 드럼통을 열어 보라는 손짓을 하면...
무거운 걸음으로 천천히... 드럼통을 향해 다가서는 자성.
정청의 무심한 눈길이 자성을 빤히 바라보고...
가만히 손잡이를 잡는 자성.
정청, 담배를 피우며 그런 자성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열리기 시작하는 드럼통...
정청과 양문석, 그리고 연변 거지들의 날카로운 시선들이 차례로 비춰지고,
순간...! 충격에 그만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리는 자성.
드럼통 안... 만신창이가 된 채, 속옷 차림으로 묶여 있는 신우가 보인다. 자성과 눈길이 마주치는 신우.
정청
(자리에서 일어서며) 빰빠라밤! 니 바둑 선생! 놀랬지?
자성
...!
정청
얼굴도 반반허고, 이 씨부럴 몸매도 먹어 줄만허데... 니가 제수씨 놔두고 빠질 만도 해. 근데, 어이 브라덜... 그거 아냐?
자성
...
정청
저 씨불년 저거 짜바리여... 짭새. (자성을 빤히 보는) 경찰이라고... 혹시... 알고 있었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자성을 향해, 가만히 고개를 저어 보이는 신우.
자성
(겨우 대꾸하는) ...아뇨... 아뇨, 난... 난...
자성의 뒤 쪽으로 다가서는 정청.
정청
아주 독헌 년이야... 암만 조져대도 누구랑 붙어먹었는지 절대 안 불어. 애지간한 사내새끼들 보다 나아. 파이팅 있는 년이야. (양문석을 향해 서류 가져오라는 손짓을 보내며) 뭐, 사실 굳이 이년이 불지 않아도 그게 누군지 알고는 있어. 그래도 다시 한 번 확인은 해보자 싶었던 거거든...
자성
(굳는) ...!!
서류를 건네받는 정청. 그대로 자성에게 보란 듯, 건넨다.
눈앞에 서류를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할 뿐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하는 자성.
정청
중국서 돈 졸라 들여 뽑아낸 정보야. 사실 나도 놀랬다. 프락치 정도가 아니라, 우리 식구들 중에 아예 짜바리 새끼가 박혀 있더라고. 씨발... 봐...
정청을 넌지시 보는 자성.
정청, 씁쓸한 미소와 함께 어서 보기나 하라는 눈짓을 보낸다.
가만히 서류를 넘겨보는 자성.
신우의 경찰 신분증 복사본이 보이고... 자력 표... 그리고 경찰학교 시절 신우의 모습들과 강과장과 이야기 중인 신우의 사진들이 보여 진다.
정청
그 좆같이 생긴 아자씨가 강과장이라고... 우릴 아주 개 좆으로 보는 새끼거던. 이년 경찰학교 때 그 인간이 거기 교관이었더만... 그니깐 이 년허고 그 인간하고 스승과 제자인 거지. 아마 떡도 존나 쳤을거여...
자성
...
정청
(슈트를 벗고는 곁에 있던 삽자루를 집어 드는) 고 다음 거도 봐봐. 한 새끼 더 있으니까. 그 씨발 새낀 진짜 놀랬다, 나는.
숨쉬기조차 거북한 자성.
손끝이 살짝 떨리는 것 같다. 천천히 다른 서류를 펼치기 시작하는 자성. 사진 하나가 점차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성
...!
순간, 그대로 풀스윙으로 삽자루를 휘두르는 정청.
퍼억-! 세차게 뒤통수를 얻어맞고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는... 석무다.
놀란 눈으로 보는 자성.
정청, 쓰러진 석무의 뒤통수를 다시 한 번 삽자루로 있는 힘껏 내리친다.
얼른 펼친 서류를 내려다보는 자성. 이런... 경찰제복을 입은 석무의 사진들과 그의 신분증, 그리고 인사 기록표등이 펼쳐져 있다.
투두둑- 온 몸에 힘이 빠져 나가는 자성, 들고 있던 서류들이 바닥에 쏟아져 내린다.
정청
(호흡을 고르며) 어이, 브라더. 충격 먹었냐? (쓰러진 석무를 내려다보며) 이제껏 이 씨벌 연놈들이 널 갖구 논거야...
멍... 한 눈길로 석무를 보는 자성.
겨우 의식을 찾은 석무, 공포에 질린 눈길로 자성을 올려다본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석무. 그런데 정청의 구둣발이 그런 석무의 목을 힘껏 즈려밟는다. 연변거지1의 칼을 건네받는 정청. 뭐라 할 새도 없이 곧장 석무의 목을 도려낸다. 경악하는 자성.
정청
(자성을 빤히 보며) 이만허면 강과장 그 새끼한테 보내는 내 답으로 제격이것지?
얼어붙은 채, 꼼짝도 하지 못하는 자성. 부들... 부들... 손끝이 떨려온다.
정청
(칼을 바닥에 툭- 내 던지며) 저 년도 대충 마무리해서 이 새끼랑 한데 버려버려.
히죽 웃으며 서로 눈길을 주고받는 연변거지들.
정청이 자성을 데리고 돌아서자 기다렸다는 듯, 칼들을 뽑아들고 드럼통 쪽으로 향한다.
연변 거지1
(이를 드러내며 히죽거리는) 이 미친 암캐 같은 가이네 새끼... 차라리 죽여 달라 애원하게 해 주디.
뒤춤의 권총을 꺼내 살핀 뒤 도로 뒤춤에 넣고, 드럼통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연변 거지1.
순간, 우뚝- 걸음을 멈추는 자성, 갑자기 드럼통 쪽으로 돌아선다. 그리고는 곧장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연변 거지1의 뒤춤에 꽂혀 있던 권총을 쑥- 뽑아드는 자성.
...어? 연변 거지1, 당황스럽다.
누가 말릴 틈도 없이, 그대로 드럼통으로 다가가 철컥- 신우를 겨누는 자성.
신우와 눈길이 마주친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신우.
자성의 눈동자에 피가 쏠리고, 방아쇠에 걸린 손끝이 부르르 떨려온다.
타앙! 불을 뿜는 총구. 타앙! 자성, 연이어 방아쇠를 당겨댄다.
총성이 창고 안을 뒤흔들고... 갑작스런 총성에 놀라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정청계들.
다들, 달려들어 오다 말고 처참한 석무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놀라 자리에 우뚝- 서 버린다.
모두의 시선이... 신우에게 권총을 겨눈 채 서 있는 자성에게 집중되고...
자성, 넋이 나간 듯 초점 잃은 시선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러다 다시 타앙-! 타앙-! 의미 없는 방아쇠를 당겨대는 자성.
정청, 그런 자성을 잠자코 지켜보기만 하다가 천천히 돌아서 나간다.
골드문, 물류창고 앞- 실외/밤
저 멀리... 비가 그친 인천항의 야경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정청.
자성의 힘없는 걸음이 그런 정청을 향한다.
슬쩍 자성을 돌아보는 정청. 자성과 눈이 마주친다. 갑자기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더니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하는 정청. 느닷없이 자성의 뺨을 후려치기 시작한다.
정청
야 이 병신새꺄! 이 등신같은 새끼! 이 개새꺄! (자성이 주춤거리자) 똑바루 안 서, 새꺄!
자세를 바로잡는 자성.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른다.
정청
야, 이자성이.
자성
예.
정청
넌 이 씨벌놈아, 니가 이 바닥 짬밥이 몇 년인데 저런 개잡것들헌테 휘둘려? 이 빙신새끼. 내가 씨바 니때매 쪽팔려 죽것다, 이 새꺄!
말없이 정청을 쳐다보는 자성.
정청, 혼자 씩씩대며 화를 삭인다. 그러다... 땅이 꺼져라 길게 한숨을 팍- 내쉬고는...
정청
먼저 갈라니까 마무리 허고 올라와.
자성
저기 형님...
정청
(멈춰서 돌아보는) ...?
자성
...나... 괜찮은 거요?
정청
(잠시 빤히 보다 이내) ...지럴하네. 이 씨바새끼. 당연히 안 괜찮지 새꺄!
자성
...
정청
밑에 애기들 알면 존나 챙피하니깐 요 건은 그냥 우리끼리만 묻어 두는 걸로 허자. 간다, 먼저... 대강하고 올라와. 에이 쪽팔려, 씨팔!
걸어가는 정청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서 있는 자성. 그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골드문, 물류창고 앞/정청 차 안- 실내외/밤
차에 오르는 정청. 저... 앞자리에 오른 양문석이 할 말이 있는 듯 가만히 정청을 돌아보는데...
정청
(사납게 앞좌석을 걷어차며 버럭) 아가리 닥쳐, 이 새꺄!
바다, 갑판 위- 실외/새벽
푸른 새벽 바다 위를 떠가는 고깃배... 갑판 위에 놓인 드럼통 속, 굳은 시멘트 위쪽으로 머리카락 몇 개가 삐져나와 바람에 흩날린다. 누군가가 퉁- 힘껏 발로 차면... 그대로 차가운 바다에 떨어져 가라앉기 시작하는 드럼통... 그 위로 마치 지전을 뿌리 듯, 신우와 석무의 경찰 쪽 자료들이 뿌려진다.
일렁이는 수면 위를 힘없이 부유하는 사진 속, 신우와 석무...
구치소, 면회실- 실내/낮
플라스틱 벽 맞은편엔 간부1이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이중구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가만히 소매 끝에서 사진들을 꺼내 간부1 눈앞에 한 장씩 툭- 툭- 던지는 이중구.
정청과 강과장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는 간부1의 눈에 불꽃이 인다.
간부1
(이를 가는) 정청이... 이 개 같은 짱개 새끼가!
이중구
(남의 말 하듯) 이거 쥐약이다. 먹음 아마도 다 뒈질 거다...
간부1
(뭔 말인지?) ...예?
이중구
근데 씨발. 나로선 안 먹을 수가 없네? 이러고 혼자만 억울하게 디질 순 없잖냐...?
간부1
...?
이중구
혹시 또 아냐? 이 쥐약이 동아줄이 될 란지.
간부1
(도통) ...?
이중구
(간부1을 빤히 보며 피식-) 좋다... 까짓 거 내 칼춤 한 번 춰주지... 춰준다고.
고급 기원, VIP룸- 실내/낮
무엇 하나 남은 것 없이 텅 비어 있는 기원 안의 풍경.
문이 열리고 더욱 피폐해진 모습의 자성이 들어선다.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자성을 돌아보는 강과장.
자성, 아무 말 없이 강과장의 곁에 들어와 선다.
담배를 빼 무는 강과장, 자성에게도 하나를 권하지만... 자성, 그냥 외면하고...
담배에 불을 붙이는 강과장. 흰 연기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자성
...대체 정청이 어떻게 알고 있었던 겁니까? 설마... (보며) 거래를 한건 아니겠죠?
강과장
(고개를 젓는) 내가 아무리 바닥인 놈이라지만... 그 정도까진 아냐.
자성
(코웃음을 치는) 아, 그래요? 몰랐네...
말없이 담배 연기만 뱉어내고 있는 강과장, 그의 얼굴에 주름이 더욱 깊게 패여 보인다.
강과장
난 말이다. 넌 줄 알았어. 니가 돌아선 줄 알았다고...
자성
(보는) ...
강과장
오래전에 딱 한 번... 그런 케이스가 있었거든.
자성
(기가 찬) 그래서 석무 그 놈을 붙인 겁니까? 여차하면 내 목이라도 따 버리려구요?
강과장
널 마킹한 건 사실이지만, 그 녀석도 니 신분은 모르고 있었어.
자성
(아주 치가 떨려오는) 이런 개새끼들...
강과장
(피우던 담배를 툭- 튕겨 버리며) 너무 그러지 마. 이제 다 끝나가니까...
자성
(웃기지도 않는다는) 이렇게 당하고도 아직 뭐가 남았어요?
강과장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 계획대로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 돼.
자성
(어이없는) 대체 그 계획이란 게 뭡니까? 예? 도대체 대단한 그 계획이란 게 뭐길래!
그때, 누군가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아무 반응 없이 창밖만 내다보는 강과장.
자성, 문 쪽을 돌아보면
가만히 문이 열리고... 장이사가 들어선다.
자성
...!
장이사
(역시 놀란 듯) ...!
강과장
(미동도 않는) ...
경찰청, 수뇌부 회의실- 실내/낮 (앞의 경찰청 회의실 장면의 연결)
흠... 잠시 스크린에 떠 있는 정청과 이중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간부.
간부
근데 저 둘 중 누굴 밀겠단 거야? 쟤들, 컨트롤이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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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 고국장의 방.
탁자 위로 죽은 석회장과 정청, 그리고 이중구의 사진과 자료들이 널려 있다.
고국장
(강과장을 보며 뜨악한) 뭐? 누구?
껌을 질겅거리며 사진 하나를 골라 탁- 내려놓는 강과장. 장이사의 사진이다.
강과장
장수기. 골드문 부회장이자 현 권력 서열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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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위로 장수기의 얼굴이 떠 있다.
간부
(의아한) 야 걘 진적에 이중구, 정청이한테 인수분해 당했다며?
고국장
예. 원래 서울 남부에 전국구 제일파 보스였는데, 골드문에 흡수된 뒤 내부 투쟁에서 참패했습니다. 당시 제일파는 해체 수준으로 숙청당했고, 장수기 역시 수술 당해 지금은 거의 은퇴 상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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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 고국장의 방.
강과장
그러니 우리한텐 딱이지.
고국장
(말이 안 된다는) 아니 그니깐 내 말은... 뭐 물론 장수기야 그때부터 쭉 우리 쪽 케어를 받아왔으니까 바지로야 딱 이긴 하지. 근데 암만 그래도 그룹 내 세력이 전무한데 밖에서 암만 민다고 되겠냐? 동원할 수 있는 물리력도 없는데 당장 쿠데타라도 일어나면? 말짱 황 아냐?
강과장
(심드렁한) 그러니 런닝메이틀 하나 붙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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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
...런닝메이트?
그러자 이번엔 탁- 스크린에 자성의 얼굴이 뜬다.
고국장
이자성이라고 골드문의 영업 이삽니다. 정청과 같은 여수 화교 출신이고, 휘하 조직원들도 대부분 화교 출신들 입니다. 이 조직으로 현재의 정청을 만드는데 일조했구요. 정청계 2인자지만 정청과는 달리 이중구계 사이에서도 큰 거부감은 없는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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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 고국장의 방.
고국장
근데 이자성이가 순순히 받아들이겠냐? 여차하면 정청일 지 손으로 쳐야 할 텐데.
강과장
(코웃음을 치며 정청 옆에 있던 자성의 사진을 들어보는) 지가 안 받아들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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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잠시 턱을 만지작거리며 고민 하는 간부. 그러다...
간부
니들... 자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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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 고국장의 방.
의미심장한 시선을 교환하는 강과장과 고국장.
강과장, 비죽 웃으며 담배를 빼 문다.
고급 기원, VIP룸– 실내/낮
경악스럽다는 눈길로 강과장을 바라보는 자성.
반면 장이사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린다.
장이사
내 런닝메이트가 누군가 했더니... 바로 이이사였구만.
이... 이런... 치가 떨려오는 자성.
장이사
그래, 이이사 정도라면 내 상대가 누구든 해 볼만 하지. (악수를 청하는) 그래. 이이사, 우리 한번 잘해 보자. 응?
자성
(와락- 강과장의 멱살을 틀어쥐는) 이런 개새끼!
...응? 의외의 상황에 두 사람을 번갈아 보는 장이사. 그러다 이내 알만하다는...
장이사
아직 두 사람은 미처 얘기가 안 끝난 모양이로군...
잠깐 자릴 비켜달라는 눈짓을 하는 강과장.
장이사, 자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비릿한 미소와 함께 돌아서 나간다.
자성
지금... 지금 이게 무슨 개수작이야! 어!
강과장
(눈 하나 까딱 않는) 장수기 바지로 세우고 니가 골드문 접수해.
자성
끝이랬잖아! 씨발!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랬잖아!
강과장
...
자성
(이를 악무는) 당신... 애당초 약속 따윈 안중에도 없었지? 나 따윈 어떻게 돼도 상관없는 거야, 그렇지?
강과장
...선택의 여지가 없어. 지금의 너로서도 이게 가장 안전한 길이기도 해.
자성
개 소리 작작해! 이 씨발 새끼야!
강과장
정청이 어떻게 알았을 거라 생각 하냐? 지난주에 본청 정보과 DB가 뚫렸다.
자성
...!!
강과장
중국 해커들 짓이었어. 타깃은 나와 관련된 모든 자료... 극비 보안 자료까지 죄다 털렸다. 석무도, 여기도... 그때 다 털린 거야. 그리고... 그 안엔 분명히 니 자료도 포함되어 있었어...
자성
...!!
골드문, 정청 사무실- 실내/낮
파일 속... 자성의 경찰 인사 기록 카드를 들여다보고 있는 정청.
기록 카드를 넘기면, 흐릿하게 복사된 자성의 경찰 신분증이 보인다. 자성의 경찰 쪽 자료를 하나하나 넘겨보다가 이내 탁- 파일을 덮어 버리는 정청. 서랍을 열어 파일을 넣고는 잠가버린다.
테이블에 앉아 계약서들을 들여다보고 있던 양문석이 그런 정청을 의아한 듯 바라본다.
양문석
(중) 그런데 왜 이자성은 처릴 안 하시는 겁니까?
(你爲什麽不把李自成給幹掉?)
니 위 썬 머 뿌 빠 리 쯔 청 께이 깐 땨우
이런 씨바새끼가... 순간 싸늘한 눈길로 양문석을 쏘아보는 정청.
양문석
(얼른) (중) 죄송합니다... (对不起老板, 是我多嘴了.)
뚜이 뿌 치 라우 빤, 쓰 워 뚸 쯔위 러.
정청
(버럭) 한국에 왔음 한국말로 해, 한국말로! (연신 죄송하다는 양문석을 쏘아 보며 자릴 박차고 일어서는) 거 주제 넘는 참견 말고 나갔다 올 테니까 상해 애들 계약서나 검토해놔.
양문석
(일어서며) (중) 예, 알겠습니다. (好的. 知道了.)
하우 더. 쯔 따우 러.
고급 기원, VIP룸- 실내/낮
넋이 나간 듯 보이는 자성. 스르르- 멱살을 쥔 손에서 힘이 풀려간다.
강과장
니 자료는 모두 포맷 시켰다. 경찰 이자성의 자료는 이제 세상 어디도 존재하지 않아. 니 신분을 아는 사람도 너, 나, 고국장... 이게 다고.
자성
...
강과장
정청이 왜 넌 그냥 뒀는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우리로서는 천만 다행이야. 덕분에 우리가 한 수 벌었다...
자성
(무슨 말인가 보면) ...?
강과장
정청도 오늘로 끝이야. 이중구계... 재범파 애들이 움직였어.
자성
...!!
강과장
다행이잖냐? 굳이 니 손으로 정청을 안 쳐도 되게 됐으니까.
자성
...!!
골드문, 지하 주차장- 실내/낮
수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차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정청.
순간, 저쪽에서 끼이이익- 하는 바퀴 마찰음과 함께 차량 하나가 이쪽을 향해 질주해 온다. 수하 몇이 치이고... 바닥을 굴러 아슬아슬하게 차를 피하는 정청.
이번엔 주차되어 있던 정면의 차들이 일제히 시동을 걸고는 번쩍- 헤드라이트를 켠다.
정청, 눈이 부시다.
그대로 정청을 향해 돌진하는 차들. 정청, 필사적으로 뒤차의 본 네트 위로 몸을 솟구쳐 오르면... 주차 차량들과 충돌하고는 멈춰 선다.
연이어 실패하자 이번엔 차량에 타고 있던 이중구계4와 조직원들, 일제히 회칼을 뽑아들고는 차에서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뒤늦게 뒤쫓아 나오는 정청계 조직원들이 그런 이중구계 조직원들과 일대 충돌을 일으키고... 그 사이, 정청계6,7의 부축을 받으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아나는 정청.
골드문, 엘리베이터 앞- 실내/낮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황급히 오르려는 정청.
그런데...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 안. 이중구계 간부1,3이 이중구계1,2,3과 조직원들을 거느린 채 타고 있다.
씨익- 웃어 보이는 간부1.
낭패스러운 정청, 얼른 뒤로 물러서려는데...
힘껏 정청을 잡아채 엘리베이터에 태우는 이중구계 조직원들. 동시에 일부는 뛰쳐나가 정청의 수하들과 엉킨다.
골드문, 엘리베이터 안- 실내/낮
쿵- 정지 버튼이 눌려지고... 그대로 멈춰서는 엘리베이터. 피투성이의 정청이 이중구계들과 뒤엉킨 채 사투를 벌이고 있다. 만만치 않은 정청. 좁은 공간. 피범벅이 된 날카로운 칼날이 서로간의 몸을 찢고 찌르고... 짐승들의 울부짖음 같은 비명소리가 난무한다.
골드문, 정청 사무실- 실내/낮
칼을 맞은 양문석이 바닥을 기며 괴로워하고 있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낄낄대고 있는 이중구계5,6과 간부2.
골드문, 엘리베이터 안- 실내/낮
피범벅이 되어 늘어진 간부3과 이중구계2가 보인다.
만신창이가 된 채, 간신히 정청을 제압한 이중구계들.
피투성이의 정청이 간부1을 노려본다.
정청
니들... 이 씨발 거... 중구가 시키드나?
대답 대신 들고 있던 회칼의 칼끝으로 정청을 빤히 겨누는 간부1.
정청
(답답한 듯) 씨바 이 모지리 새끼들... 너거 지금 짜바리 새끼들 농간에 놀아나는 거여! 모르것냐!! 이 씨벌놈들아!
간부1
넌 우리 재범파 식구가 죄 개호구로 보이냐, 이 씨발넘아!
콱-! 그대로 정청의 배에 박히는 간부1의 회칼. 그와 동시에 양 옆구리에도 회칼이 들어와 박힌다. 순간 그 와중에도 자신의 몸에 박힌 회칼 하나를 뽑아 간부1의 허벅지에 쑤셔 넣는 정청. 씨발!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 간부1.
그와 동시에 이중구계 하나의 목울대를 틀어쥐는 정청.
죽을힘을 다한 그의 손길이 목살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공포스러운 이중구계들, 괴성까지 질러대며 필사적으로 정청의 몸에 칼을 박아댄다.
정청
(피를 뿜으며) (중) ...이중구... 이... 이 멍청한... 새끼...
(李 中 久... 你 他 媽... 這 愚 蠢 的 王 八 蛋...)
리 쯔옹 찌우… 니 타 마… 쯔어 위 츄은 더 왕 빠 딴…
골드문, 정청 사무실- 실내/낮
엄청난 피를 흘린 듯, 헐떡거리며 힘겨워 하는 양문석. 아직 숨은 붙어 있다.
간부2
(담배를 피워 문 채, 의외라는) 야... 이 짱개새끼. 칼을 그러고 받고도 제법 버티네, 이거? 응? 맷집 괜찮아. 어, 가만 있어봐라... 이걸 어떡해주지?
문득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한쪽으로 걸어 가 골프채 하나를 뽑아든다. 그리고는 다가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양문석의 머리를 내려치는 간부2. 피가 튀고... 치고... 또 친다...
자성의 집, 근처 앞- 실외/낮
간단한 장을 본 주경이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 뒤를 따라 서서히 들어와 멈춰 서는 승용차들. 차에서 간부4와 재범파1,2가 내리기 시작한다.
자성의 집, 앞 복도/집 안- 실내/낮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내려서는 이중구계들의 눈에, 막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 주경의 모습이 보인다. 주위를 살피며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는 이중구계들.
cut to) 집 안.
문을 열고 들어서는 주경.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싶은데... 그때, 딩동- 벨소리가 들리고...
누구지? 하며 문을 열려고 하는 주경. 그런 주경의 뒤편으로 한 떼의 그림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고급 기원, VIP룸- 실내/낮
걸려오는 핸드폰을 받는 강과장. 자성을 힐끗 본다.
골드문, 엘리베이터 안- 실내/낮
난자당한 채, 축 늘어져 죽어 있는 정청... 그런 정청을 뒤로 한 채, 내릴 채비를 하고 있는 간부1과 이중구계 조직원들. 띵- 문이 열리고... 서둘러 내리려는데... 그만 다들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만다.
보면... 기다렸다는 듯,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수사관3과 형사들, 경찰 특공대의 모습이 보이고... “야! 조져!” 누군가의 명령에, 뭐라 할 틈도 없이 우르르 몰려들어 간부1과 조직원들을 사정없이 까기 시작하는 경찰 특공대원들.
도로, 골목/차 안- 실내외/낮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간부2의 차량이 급하게 골목으로 꺾어 든다. 그 뒤를 맹렬히 쫓고 있는 경찰차량들.
간부2, 필사적으로 차를 모는데... 저 앞 골목 입구에도 경찰차량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꼼짝없이 갇혀버린 간부2. 이젠 어쩔 수 없다. 천천히... 이중구계5,6과 함께 차에서 내리면...
이런 씨발새끼가! 그대로 달려와 그의 턱을 날려 버리는 수사관4와 형사들의 사정없는 발길.
자성의 집, 앞 복도/집 안- 실내/낮
천천히 문이 열리고... 살기를 번득이며 회칼을 뽑아드는 간부4와 이중구계들. 그런데 순간 그들의 표정이 일그러져간다. 철컥- 맨 앞의 이중구계 이마에 겨누어지는 총구.
보면... 집안엔 이미 형사들이 진을 치고 있다.
놀라는 이중구계들, 그러나 이미 복도 이쪽저쪽 모두에서 수사관2와 경찰들이 쏟아져 나온다.
영문을 모르는 주경은 이 상황이 무섭고 충격적이다. 본능적으로 배를 부여잡고 서있는 주경. 뭔가 이상한 느낌에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본다. 하얀 다리를 타고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순간적으로 멍해지는 주경.
고급 기원, VIP룸- 실내/낮
핸드폰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강과장.
강과장
그래, 수고들 했다... 그래, 곧 들어가께...
핸드폰을 끊고는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서 있는 자성을 물끄러미 보는 강과장. 자성의 어깨를 가만히 두드려 주고는 돌아선다. 그때, 자성의 핸드폰도 급박하게 울리기 시작하고...
나가던 강과장과 눈이 마주치는 자성.
강과장, 이젠 어쩔 수 없으니 모든 걸 그냥 받아들이라는 눈짓을 보내고는 돌아서 나간다.
가만히 핸드폰을 받는 자성. 텅 빈 공간에 홀로 선 자성의 모습이 무척이나 위태로워 보인다.
병원2, 응급실- 실내/낮
피범벅이 된 정청계6,7과 조직원들이 연신 실려 들어오고... 비명과 신음 소리로 야전 병원을 방불케 하고 있는 응급실의 광경.
병원2, 복도/중환자 병실- 실내/낮
정청계 조직원들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또 한 떼의 정청계들이 몰려와 자리를 잡고 선다. 겹겹이 병실 앞을 지키고 선 그들. 눈매들이 매섭다.
cut to) 중환자 병실.
만신창이가 되어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겨우 호흡을 이어 가고 있는 정청의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자성. 그 눈빛이 가늘게 떨려오고 있다.
뒤 늦게 헐레벌떡 병실로 달려오는 이사들.
장이사, 자성에게 의미심장한 눈짓을 보낸다.
그런 장이사를 싸늘히 보는 자성.
양이사
(분통이 터진다는) 이중구 이 미친 호로 새끼가 결국은 이라고 사단을 일으키는 고마! 인자 아주 회사가 작살나게 생겨 부렀네!
김이사
(짐짓 걱정스럽다는) 중구 쪽 애들은 말단 애들까지 죄다 다 엮여 버렸어. 중구는 물론이고 이제 재범파 식구들은 끝났어. 이건 재기 불능 수준이야.
자성
...
박이사
다들 이래 되고... 어쨌거나 인자 수가 엄따. 누가 나서든 얼른 나서가 상황 수습부터 드가야 안 되겠나? (은근한) 안 그렇습니까, 장이사님?
자성, 돌아보면... 다들 미리 말을 맞추기라도 한 듯, 자성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일제히 장이사를 쳐다보고들 있다.
그런 이사들을 보는 정청계들의 눈빛이 곱지 않다. 뭔가 결단을 요구하는 눈길로 자성을 돌아보는 정청계들.
자성, 그런 이사들과 정청계들 사이에서 숨이 막혀온다.
누워 있는 정청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자성. 그의 눈길이 심하게 흔들린다.
도로, 119 구급차/안- 실내외/낮
차량들 사이사이를 곡예 하듯 질주 해 가는 119 구급차 하나.
cut to) 구급차 안.
고통스러워하는 주경. 구급대원이 다급한 손길로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병원2, 보호자실/중환자 병실- 실내/낮
자신을 빙- 둘러싸고 있는 정청계1,2,3,4,5 에게 잔뜩 주눅이 들어 있는 의사, 안경을 고쳐 쓰며 자성의 눈치를 살핀다.
의사
...죄송합니다.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워낙 상처가 깊으셔서...
알았으니 그만 가보라는 턱짓을 하는 자성. 의사, 얼른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조심스레 정청계들 사이를 지나간다.
병실 문 유리를 통해 안을 들여다보는 자성. 저만치...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힘겨운 호흡을 이어 가고 있는 정청이 보이고, 그런 정청 앞에서 심각하게 뭔가를 모의 중인 이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정청계1
(조심스레 다가와) ...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형님...
그런 정청계1을 돌아보는 자성.
정청계1을 비롯한 다른 정청계들 모두 결연한 표정이다.
혼란스러운 자성의 눈빛. 그때, 자성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하고...
산부인과, 앞/로비/수술실 앞- 실내외/낮
허겁지겁 달려 들어오는 자성. 다급히 접수대에 뭔가를 묻고는 곧장 수술실 쪽으로 달려간다. 그 뒤를 따라 헐레벌떡 쫓아가는 정청계1,2.
cut to) 수술실 앞.
고개를 떨어뜨린 채, 수술실 앞 의자에 앉아있는 자성. 그러다 문득 복도 입구 쪽을 지키듯 서 있는 정청계1,2를 돌아본다. 사방을 향해 경계의 눈빛을 번득이며 복도를 지키고 서 있는 정청계1,2의 모습. 자성, 마음이 복잡하기 그지없다.
실내 낚시터, 안- 실내/밤
나란히 앉아 깡소주를 나누고 있는 강과장과 고국장의 뒷모습.
고국장
아, 냄새... 야. 존데 다 놔두고 이런데서 뭔 개폼이냐, 이게?
강과장
(한 모금한 소주병을 건네며) 조까는 소리 말고 술이나 빨어.
고국장
(받아 한 모금 하고는) 이제 이자성이가 타이틀 차지하는 일만 남았네? 출세했다, 그놈. 어휴 그 새끼 그거 우리한테 고맙다 인사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아무런 대꾸 없이 그저 새우깡이나 우적우적 씹어대는 강과장. 그러다...
강과장
(심드렁한) 이번 일 끝나면... 내 사표 좀 수리해주라...
고국장
(잠시 보다) ...이 새끼 취했나? 또 사표 타령이네. 사표는 지랄... 야, 일 이렇게까지 벌려 두고 너 관두면 앞으로 골드문은? 이자성이랑 장수기는 누가 관리하라고? 난 못해. 너 나 머리 나쁜 거 알지?
강과장
대가리 나쁜 게 자랑이다. 이 돌대가리 새끼...
고국장
(소주를 들이키는) 일수불퇴... 이젠 다들 빼도 박도 못해. 끝까지 가거나 다 뒈지거나. 그전엔 아무도 유턴 못 한다고.
강과장
...
고국장
뭐 이번에 우리 새끼들 데미지 입은 건 좀 안타까운 일인데... 원래 큰일 하다보면 잘잘한 희생은 따르는 법이고...
강과장
...
고국장
(신경 쓰인다는) ...근데 이자성이 그놈 말인데... 고분고분 할까? 대가리가 굵어져도 졸라게 굵어진 건데...
시선을 떨궈 빈 낚싯대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강과장.
강과장
...지가 뭘 어쩌겠냐? 그물에 걸린 물고기 신센데...
허기사...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빼무는 고국장, 그리고는 강과장에게도 담배를 권한다.
강과장
(눈앞에 내밀어진 담배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다...) 나, 끊었다, 담배...
산부인과, 진료실/병실- 실내/밤
여 의사
(무거운) 아기 일은 유감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다가 갑작스런 충격으로 쇼크가 온 것 같아요. 까딱했으면 산모도 위험할 뻔 했어요.
무표정한 얼굴로 여 의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자성.
cut to) 병실.
수척해진 얼굴의 주경이 잠들어 있다.
그런 주경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자성. 그의 눈빛이 흔들린다.
돌아서는 자성. 그때,
주경
오빠...
돌아보는 자성.
주경, 뭔가... 말을 머뭇거린다.
그런 주경을 향해 괜찮다는 듯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자성. 그리고는 천천히 돌아서 나간다.
그런 자성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주경. 눈가에 눈물이 반짝인다.
클럽 하우스 레스토랑, 안- 실내/낮
막 라운드를 마치고 들어 온 듯, 갈증에 주스를 들이켜 대는 양이사.
다른 일단의 이사들, 나름 진지한 얼굴들로 앉아 장이사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런 이사들 앞으로 스윽- 서류 봉투 하나를 내미는 장이사.
다들 뭐지? 하고 봉투에서 꺼내보면... “계열사 분리 각서”다.
애써 표정 관리들을 해대는 이사들. 돌려가며 확인해 본다.
양이사
(흡족한) 아따... 그 무지막지헌 석회장이 간께 이라고 우리한테도 봄이 오누마.
박이사
그러게... 다 지났으이 말인데, 석회장이나 그 밑에 중구, 정청이 임마들 해도 너무했지. 아, 시대가 어떤 시댄데 그라고 독재를 하냔 말이고?
맞장구들을 쳐대는 이사들. 아주 좋아 죽는다.
김이사
(조심스레) 근데 정청계 애들이 가만있을까요? 걔들한텐... 아직 자성이가 있잖아?
말은 안 했지만 다들 염려했던 바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장이사에게 쏠리고...
장이사
(여유로운) 그 문젠 염려들 하실 거 없어. (자신만만한) 내 장담하건대, 이자성이랑 정청계 애들은 절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거야.
다들
...?
장이사
내가 회장이 되고, 이이사는 부회장직을 맡기로 했거든.
어... 서로를 보는 이사들. 대충 어떤 그림인지 알 것 같다.
양이사
(얼른) 아, 그거 아주 묘수고마. 그라고 족보대로, 공식 서열대로 가는 게 남들 보기에도 좋재. 잘 됐어요. 암, 잘 돼부렀네.
질세라 저마다 한마디씩 거드는 이사들.
장 이사, 그런 이사들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데...
그때 저쪽에서 천안1이 한 무리의 어깨들을 이끌고 들어와 장이사에게 목례를 올린다.
...응? 의아해하는 이사들.
장이사
(별거 아니라는) 아... 혹시 몰라 따로 천안 쪽에 직원들 좀 올렸어. 아무래도 나도 최소한의 병력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요.
아이고야 이거 또 뭔... 다시금 납빛이 되어가는 이사들.
장이사
아... 걱정들 마. 나 그렇게 천지분간 못 하는 놈 아냐. 저치들 갖고 뭘 하겠어? 그냥 내 수발드는 애들 정도로 생각하심 돼.
정제되지 않은 거친 느낌의 천안패들을 돌아보는 이사들. 어째 좀 불안하다.
장이사
어허 신경들 쓰실 것 없다니까? 자, 자. 얼른 한잔씩들 들고 일어납시다. 다음 홀 가야지.
실내 낚시터, 안- 실내/낮
낚싯대를 드리운 채 앉아 막대사탕 하나를 빨고 있는 강과장.
문을 열고 자성이 들어선다. 말없이 다가와 옆 자리에 걸터앉는 자성.
강과장
아이고 이거 미안해서 어떡한대? 대 골드문의 부회장님을 이런 누추한 곳으로 불러내고 말이야.
자성
(들은 척도 않는) 용건이 뭡니까?
그러자 가만히 자성을 돌아다보는 강과장.
강과장
용건? 내가 꼭 무슨 용건이 있어야만 널 부를 수 있는 사람이던가?
자성
...
강과장
다른 출장소 세팅될 때까지 당분간은 나한테 직접 보고 올려.
대꾸없이 못마땅한 눈길로 강과장을 흘려 보는 자성.
강과장
미리 경고 하겠는데...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어. 너 경찰이야. 잊지 마.
자성
(어이없다는) 경찰... 아... 내가 경찰이었구나... 아... 그랬구나...
강과장
다음 주까지 골드문 전체 사업 현황이랑 조직도랑 다시 올려놔. 그 동안 니 선에선 알 수 없었던 것들 하고, 바뀐 내용들을 중심으로 해서. 알았어? 특히나 골드문에서 돈 받아 처먹은 금뱃지들, 제복들, 펜대들 명단들 빼먹지 말고.
씨발, 조까고... 대꾸 없이 자릴 털고 일어서는 자성.
강과장
참 그리고 이중구... 조만간 나올 거야.
자성
(어이없다는) ...뭐요?
강과장
증거 불충분이야. (올려다보며) 못 박아 두겠는데, 절대 건드리지 마. 알았어?
코웃음을 치며 돌아서는 자성.
강과장
(불쑥) 애기 일은... 안 됐어...
순간, 자성의 매서운 눈길이 강과장을 노려본다.
강과장
...진심이야...
지그시... 이를 악무는 자성. 끓어오르는 감정을 누르며 돌아선다.
그런 자성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강과장.
실내 낚시터, 앞- 실외/낮
건물을 나와 차에 오르려다 말고, 문득 낚시터 건물을 돌아보는 자성. 그러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본다.
철거를 하다 만 흉물스런 건물들만이 늘어서 있고,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낮이지만 귀신이라도 나올 듯,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동네.
다시 낚시터 건물을 바라보는 자성. 뭔가를... 갈등하고 있다. 그런데 그때 그의 핸드폰이 급하게 울려댄다.
자성
(받으며) 그래... (그러다) ...!! (낭패스러운) 아... 알았다.
서둘러 차에 오르는 자성, 곧장 차를 몰고 동네를 빠져 나간다.
병원2, 복도/보호자실/중환자 병실- 실내/낮
정청계들의 호위를 받으며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오는 자성. 굳은 얼굴이다.
중환자 병실 문을 확- 열고 들어서면...
cut to) 중환자 병실.
앉은 채, 의료진의 체크를 받고 있는 정청의 모습이 보인다. 흐린 눈을 끔뻑거리며 자성을 돌아보는 정청.
그만 그대로 얼어붙어 버리는 자성.
의사
(다가오며 전전긍긍한) 이게 원래는 이러고 깨어나시면 안 되는 건데요. 이러시면 상황이 더 나빠져 버리시는 건데...
그런 의사의 말에 점차 편안해져 가는 자성.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오는데...
주위를 의식하고는 얼른 표정을 수습하는 자성. 순간,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정청과 시선이 마주친다.
힘겨운 손끝을 움직여 천천히... 자성을 가리키는 정청.
자성, 다시 한 번 얼어붙고...
자성
(어렵게 입을 떼는) 다들... 자리 좀 비켜줄래?
정청계들, 대답과 함께 의기소침하게 있던 의사를 잡아끌고는 밖으로 나가고...
자성과 정청, 단 둘만이 남게 되는 병실.
자성, 굳은 얼굴로 정청에게 다가간다. 숨이 턱- 턱- 막혀온다.
자성을 보며 알 듯 말 듯... 묘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정청. 옆에 앉으라는 손짓과 함께 산소 호흡기를 치워 달라는 손짓을 해 보이고,
곁에 나란히 앉는 자성. 잠시 망설이다 천천히... 산소 호흡기를 떼어 주는 손길이... 바르르 떨려온다.
정청
(거친 호흡과 함께 힘겨운) ...어이 브라더... 표정 좀 풀어, 씨발... 누가 잡아 먹냐?
자성
...!
정청
...다신 못 보는 줄 알았는데... 거 졸라리 반갑네...
자성
(순간, 자기도 모르게 눈이 아려오는) ...어떻게 좀... (목이 메는) ...괜찮아요?
정청
(키득거리는) ...씨벌놈... 농담 까냐...? 이게 괜찮어 뵈냐...? 아주... 죽을 거 같어... 숨 쉴 때 마다... 아파... 아파 죽것어... 숨 쉬기도 힘들고... 대가린... 멍하고...
자성
(눈물을 참는) 그러고 칼을 맞았는데 안 죽은 게 기적이요.
정청
(쓴 웃음을 짓는) 기적은 좆 까고... 오늘 죽으나... 내일 죽으나... 죽는 건... 똑같지 뭐 씨발...
자성
...
정청
(빤히 보며) ...많이... 힘들어 뵌다?
자성
...
정청
...그러지 말고... 이제 고만... 선택해...
자성
...
정청
...형 말 들어... 그렇게 해... 그래야... 니가 살어...
거친 호흡이 더욱 힘들어 지는 듯, 고통스러워하는 정청.
자성, 자기도 모르게 산소 호흡기를 대주려고 하는데... 턱- 그런 자성의 손길을 강하게 부여잡는 정청의 손.
정청
(고통스러운) ...어이 브라더... 지금 뭐 허냐?
자성
...형...
정청
...귓구녕 쳐 닫고 있냐? ...내 얘기... 내 얘기 얼루 들었냐...?
자성
...형님...!
정청
...야 이 개새끼야... 너 만에 하나... 천만분에 하나라도... 내가 살면... 내가 살면 넌... 어떡할라고...? 너... 나 감당... 하것냐...?
가만히... 산소 호흡기를 내려다보는 자성.
정청
...울 조카 얼굴 한번... 못 보고... 가는 고마... 니미... (힘겹게 웃어 보이며) ...누구... 누구 닮었으까...? 진심으로다가 너 닮았음... 낭팬데...
자성
(피식- 웃고 마는) ...
정청
...회사 내 방... 서랍... 선물 있어... 봐, 나중에...
힘없이... 자성을 잡은 손을 놓는 정청.
정청
(다짐을 주는) (중) 독하게 굴어... 그래야 니가 살아... 알지...?
(记 住! 一 定 要 狠 下 去... 那 才 能 活 的 住... 明白吗...?)
찌 쯔우! 이 띵 이야우 헌 씨아 취…
나 츠아이 넝 후어 더 쯔우… 밍 빠이 마?
jump
따스한 햇살 아래 조는 듯, 앉아 있는 정청.
정청의 머리가 자성의 어깨에 가만히 기대어 진다.
힘없이 뛰던 바이탈 사인이 서서히 떨어져 가고... 이내, 가느다란 전자음과 함께 완전히 정지했음을 알린다.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는 자성. 오열이 터져 나온다.
정청 장례식장, 앞/안- 실내외/밤
비가 쏟아지는 장례식장. 계속해서 각 조직의 차들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하고...
한쪽 차 속에서는 그런 차들과 방문객들을 기록하고 있는 형사들의 모습도 보인다.
cut to) 정청의 영정 사진 앞에 향을 피워 올리는 문상객들. 그래도 석회장 때와 비교하면 많이 조촐해진 장례식장의 풍경이다. 상주로 여러 문상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자성.
그때, 장이사가 여러 이사들과 함께 들어서는 것이 보인다.
서늘한 눈길로 장 이사를 쏘아보는 정청계들.
절을 올리고 향을 피우는 장이사. 자성과도 예를 갖춰 인사를 나눈다. 서로 눈길이 마주치는 두 사람. 짐짓 안타깝다는 표정의 장이사. 반면 자성의 눈빛은 무척이나 메마르고 건조하다.
정청 장례식장, 앞- 실외/밤
자성과 장이사가 나란히 걸어 나오고 있다.
장이사
어떻게 잠은 좀 잤나?
자성
(대꾸 없이 살짝 고개만 끄덕여 보이는) ...
장이사
음... 그래, 그래...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러다 은근한) 근데... 듣자하니 중구가 나온 다며?
자성
...
장이사
(피식-) 강과장 그 인간 하여튼... 자네와 나 두 사람 굴리는 걸론 성이 안찬다는 거야. 중구 그 새끼까지 재기시켜 우리 둘을 견제하겠단 심산인 게지. 이거야 원... 천하의 골드문이 이제 완전히 그 인간 손아귀에서 놀아나게 생겼구만...
자성
천안 애들을 올리셨다구요?
장이사
(멈칫-) 아... 그거... (이내 여유를 되찾는) 별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야.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잖나?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자성.
장이사, 그런 자성을 슬쩍 살핀다.
cut to) 장이사가 식장을 나서자 기다리고 있던 이사들이 우르르 따라 나선다.
그 뒤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자성.
정청계2가 일단의 정청계들과 함께 자성에게 인사를 하고는 장이사 무리를 따라 나간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자성. 그러다 이내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저만치... 어설프게 검은 정장을 갖춰 입고 앉아 허겁지겁 육개장을 퍼먹고 있는 연변 거지1,2,3의 모습이 들어온다. 자성과 눈길이 마주치자 얼른 어설픈 미소를 지어 보이는 연변 거지1. 눈치 없이 연신 밥만 퍼먹어 대는 연변 거지2의 뒤통수를 후리고는 나란히 공손한 목례를 올린다.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자성.
연변 거지들, 조심스레... 자성의 눈치를 살펴가며 마저 육개장을 퍼먹기 시작한다.
자성
...
골드문, 정청 사무실- 실내/낮
가만히 서랍의 키를 돌리는 자성. 서랍을 열어보면... 파일 하나와 작은 선물 상자 하나가 나온다. 파일을 열어 보는 자성의 손길. 자신의 경찰 신분 자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경찰복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한동안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자성. 온갖 감정들이 교차한다.
그러다 문득 선물 상자로 눈길을 돌리는 자성. 상자를 열어 보면... 만화 커플 시계가 들어 있다. 한문으로 쓰인 조악한 품질 보증서를 들어 보는 자성. 피식- 웃음이 흘러나온다.
만화 시계를 꺼내 손목에 차는 자성. 제법 잘 어울린다.
구치소, 앞/정청계1 차 안- 실내외/낮
한쪽의 작은 철문이 열리고 조금은 수척해진 이중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위를 둘러보는 이중구. 아무도 마중 나온 이가 없다. 허탈한 듯, 웃고 마는 이중구.
이중구
좆도, 씨발... 천하에 이중구 꼬라지가 완전 쥐 좆이구만...
터벅터벅... 걸어가는 이중구.
cut to) 차 안.
차창 너머로 저 멀리... 혼자 걸어가고 있는 이중구의 뒷모습이 보인다.
정청계1
(핸드폰에) 예, 지금 막 나왔습니다. 예...
눈빛을 번득이며 이중구를 지켜보고 있는 정청계1,4,5.
핸드폰을 끊은 정청계1, 따라가자는 눈짓을 보낸다.
자성의 집, 거실/현관 앞- 실내/낮
핸드폰을 끊는 자성. 주경이 슈트를 걸쳐준다. 자성의 넥타이를 바로 잡아주는 주경.
자성, 그런 주경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눈길이 마주치는 두 사람.
cut to) 현관을 나서는 자성. 집을 나서려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거실 앞에 서 있는 주경의 모습이 보인다.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며 눈인사를 건네는 자성. 돌아선다.
현관문이 열리자... 대기 하고 있던 정청계2,3과 정청계들이 일제히 인사를 올린다.
그렇게 서서히... 닫혀가는 문.
자성의 집, 앞/장이사 차 안- 실내외/낮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오르려는 자성. 그런데 그때 그 앞으로 장이사의 차가 들어와 멈춘다.
차 문이 열리고...
장이사
내 차로 함께 가지. 가면서 할 얘기도 좀 있고 말이야.
잠시 장이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자성. 이내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정청계들이 매서운 눈길로 지켜보는 가운데, 천안패1이 열어주는 차에 오르는 자성.
차에 오르면, 만면에 웃음을 지은 장이사와 나란히 앉는다.
서서히 출발하는 차.
장이사
(흡족한) 오늘따라 날씨가 참 좋아. 그렇지 않나?
도로, 위/장이사 차 안- 실내외/낮
도로를 달리고 있는 장이사의 차. 그 뒤로 정청계의 차량들이 뒤 따르고 있다.
cut to) 차 안.
룸미러로 자성을 힐끗 보는 천안패1. 운전하는 천안패3 에게 슬쩍 눈짓을 준다.
그러자 천안패3, 갑자기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고...
가만히 장이사를 돌아보는 자성.
장이사
(여유만방의) 아... 저 놈 운전이 원래 좀 거칠어.
자성
...
cut to) 도로.
장이사의 차가 빠르게 칼 치기를 해 가며 차량들 사이를 질주하고 있다.
급히 그 뒤를 쫓는 정청계의 차량들.
그러나 신호까지 위반해가며 질주하는 장이사의 차를 놓쳐 버리고 만다.
골드문, 이사회 회의실- 실내/낮
이사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있다. 주관 석에 앉아 양이사, 박이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김이사.
공사 중 외곽 도로, 외부/ 장이사 차 안- 실내외/낮
공사 중인 외곽 도로 어딘가에 멈춰 서는 장이사의 승용차.
차에서 내려서는 천안패1,3. 주위로 두어 대의 천안패 차량들이 더 들어와 선다. 트렁크에서 연장들을 꺼내드는 천안패2와 천안패들.
cut to) 차 안. 짐짓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장이사.
장이사
(이해하라는 듯) 내 입장에선 이럴 수밖에 없어. 이해하지?
자성
강과장이 가만있겠습니까?
장이사
(너털웃음) 뭘 어쩌겠어? 이제 아쉬워지는 건 그놈일 텐데.
자성
...
그때, 양쪽 뒷좌석 문이 열린다.
장이사
그만 갈까? 내리지.
잠시 그런 장이사를 빤히 돌아보는 자성. 그러다 이내 가만히 차에서 내린다.
cut to) 각종 연장들을 꼬나 쥔 채, 자성과 장이사를 둘러싸고 있는 천안패들.
장이사
그럼 잘 가시게. 정청이한테 안부 전하고...
천안패1에게 눈짓을 보내는 장이사.
야구 방망이를 틀어 쥔 천안패1, 자성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서기 시작한다.
그런 천안패1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자성. 저 뒤편으로 또 다른 승용차들이 들어오고 있다.
가만히 시계를 들여다보는 자성.
공사중 고층빌딩, 이중구의 아지트- 실내/낮
아무도 없는 휭- 한 느낌의 아지트.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내려서는 이중구. 그런데 순간 뭔가 이상하다. 피식- 쓴 웃음을 짓는 이중구. 곧장 바로 가 위스키 한 병을 따 병째로 들이키기 시작한다. 그렇게 거의 반병을 비우고는 곧장 소파로 가 털썩- 주저앉듯 자리에 퍼질러 앉는 이중구.
이중구
왔냐? 어이 거 누구 담배 있음 하나만 주라.
그러자 안쪽 어둠 속에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정청계1,4,5와 다른 정청계들.
이중구
(위스키 한 모금을 하고는) 뭐, 갈 때 가더라도 담배 한 대 정도는... 괜찮지?
척- 담배를 건네고는 불을 붙여 주는 정청계1.
이중구, 담배를 맛있게 빨아들인다.
이중구
오늘이 이사회 날이냐?
아무런 대꾸도 없는 정청계들.
이중구
자성이한테 축하 한다 전해 줘라. 새끼, 회장 자리에 다 앉고... 출세했다. 새끼. (바깥 날씨를 둘러보며 감탄하는) 야...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
공사 중 외곽 도로, 외부- 실외/낮
핏발이 가득 선 장이사의 경악스러운 눈동자가 보인다.
털썩- 무릎이 꺾이는 장이사.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피 묻은 야구 방망이를 꼬나 쥐고 있는 천안패1.
다른 천안패들이 얼른 장이사를 일으켜 세운다.
피투성이가 된 장이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자성.
뭔가를 말 하려는 듯, 장이사의 입술이 달싹 거린다.
순간 그대로 장이사의 머리를 내리치는 천안1의 야구 방망이. 피가 튀어 오르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무심한 자성의 눈빛.
실내 낚시터, 앞/안- 실내외/낮
낚시 가방을 둘러 맨 채, 우두커니 서 있는 연변 거지1의 뒷모습이 보인다.
실내 낚시터 문 앞에 붙어 있던 ‘출입금지 - 철거 예정’ 이라고 붙은 종이를 쫙- 뜯어 들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연변 거지1.
cut to) 낚시터 안.
낚싯대를 드리운 채, 의자에 길게 파묻혀 앉아 눈을 감고 있던 강과장. 누군가의 인기척에 가만히 눈을 뜬다.
저만치... 입구에 서서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연변 거지1의 모습이 보인다.
툭- 둘러매고 있던 낚시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는 연변 거지1.
강과장
(담담한) 결국... 그물을 찢기로 한 건가...? 아... 이거 이럼 완전 나가린데...
스윽- 낚시 가방에서 중간 정도 크기의 칼을 꺼내드는 연변 거지1. 천천히... 강과장을 향해 다가선다.
시외 한식집 주차장, 택시 안- 실내외/낮
멀리... 누군가의 접대를 받은 듯,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오르는 고국장의 모습이 보인다.
불량스레 껌을 쫙쫙 씹으며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곁눈질을 해대는 택시 기사.
택시 기사
저기 조선족 아저씨들. 진짜 택시비는 있는 거 맞죠? 괜히 나중에 같은 동포끼리 뭐 깎아 달라니 뭐니 그러면 안돼요. 예?
촌스러움의 극치를 달리는 추레한 차림의 연변 거지2,3, 대충 건성으로 대답 하면서 온통 신경은 고국장에게 향해 있다.
택시 기사
(중얼거리는) 거 조선족 여자가 한국으로 도망쳤음 벌써 볼 장 다 본거지 뭐... 쫓아와 잡는다고 벌써 버린 걸레가 행주 되나...?
고국장의 차가 출발하자... 얼른 저차를 따라가라며 택시 기사의 어깨를 치는 연변 거지2.
택시 기사
(뭐 더러운 것이라도 닿은 듯 짜증스레 털어내며) 아, 알았어... 이 양반이... 왜 치고 이래? 쯧... 뭐? 어떤 차를 따라가라고?
골드문, 이사회 회의실- 실내/낮
비어 있는 자성과 장이사의 자리.
시간이 돼도 나타나지 않는 두 사람 때문에 회의장이 술렁인다.
그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정청계3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김이사에게 귓속말을 전한다.
응? 흠칫- 하는 김이사. 그러다 점차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한다.
어서 진행하라는 정청계3의 눈짓에 사뭇 떨려오는 진행봉을 두드리는 김이사.
김이사
자, 자. 여러분 주목해 주세요! 주목해 주세요! (정청계3의 눈치를 보며) 에... 본래 오늘 단독으로 회장 후보로 나서기로 하셨던 장수기 이사님께서... 일신상의 사정으로 인해 오늘 이사회의 참석과... 회장직 출마 일체를 포기하시기로 하셨습니다!
어안이 벙벙한 이사들, 웅성대기 시작한다.
순간, 회의장 문이 벌컥 열리면서 우르르 쏟아져 들어오는 정청계들.
순식간에 회의장을 빙- 둘러싸버린다. 놀라는 이사들. 갑자기 이게 뭔 사단인지 모르겠는데... 이어 수하들에게 둘러싸인 자성이 들어서자 그제서야 직감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이사들. 다들 겁에 질려간다.
김이사
(잔뜩 얼어) 그리고! 여기 이자성 이사께서 새로이 후보 신청을 하셨습니다! (자성을 슬쩍 살피는) 누... 누구! 이의 있으신 분... 계십니까?
말없이 자기 자리에 앉으며 그런 이사들을 바라보고 있는 자성. 그 서늘한 눈빛에 이사들의 등골이 서늘해진다.
시 외곽 팔당호, 장이사 차 안/외부- 실내외/낮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있는 장이사가 안전벨트를 맨 채, 차에 앉아 있다.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하는 장이사의 차.
물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는 정청계들과 천안패.
정청계2, 가방 두개를 천안1에게 건넨다.
천안1, 열어 보면... 하나에는 빼곡히 담긴 오만 원 권 다발들이 보이고, 다른 하나에 주식회사 골드문의 유가 증권들로 꽉 차있다.
연신 굽실 대는 천안1과 악수를 하고 차에 오르는 정청계2, 어딘가 핸드폰을 건다.
골드문, 이사회 회의실- 실내/낮
핸드폰을 받은 정청계3, 자성에게 귓속말로 보고를 한다. 묵묵히 앉아 고개를 끄덕이는 자성.
공사중 고층빌딩, 이중구의 아지트 앞/안- 실내외/낮
공사장. 저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무언가가 보인다. 사람 같은데... 점차 가까워진다 싶더니... 이내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내리 박혀 버린다.
cut to) 이중구의 아지트.
무표정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정청계1과 다른 정청계들.
정청계1, 그만 가자는 턱짓과 함께 돌아선다. 그 뒤를 따라가는 정청계들.
빈 테이블 위에 타다 만 담배꽁초와 약간 남은 위스키 병이 놓여 있다.
cut to) 바닥에 떨어져 죽어 있는 이중구의 시체가 부감으로 보여 진다.
실내 낚시터, 안- 실내/낮
탕-! 탕-! 강과장 손에 들려 있던 리볼버가 허공을 향해 불을 뿜는다.
그리고는 이내... 힘없이 툭- 떨어지고 마는 강과장의 리볼버.
보면... 강과장을 끌어안고 있는 연변 거지1의 칼이,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강과장의 가슴팍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연변 거지1, 파고든 칼을 힘껏 비틀어 돌리면...
크윽... 선혈을 토해내는 강과장. 그런데 그의 표정은 어쩐지 편해 보이는데...
연변 거지1, 더욱 힘껏 칼을 돌려 더욱 깊이 쑤셔 넣는다.
철길 건널목, 택시 안/밖- 실내외/낮
경고음과 함께 무인 차단기가 내려가고 있다.
서서히 멈춰 서는 고국장의 차.
cut to) 택시 안.
그런 고국장의 차 뒤편으로 다가가고 있다.
택시 기사
(뭔가 이상하다는) 아니, 아저씨 아줌마 쫓는다면서? 이 차 뒤를 왜 쫓아? 아저씨들, 이 차는 졸라 비싼 차거든? 조선족 아줌마가 탈 수 있는...
순간 얼어 버리는 택시 기사. 연변 거지2,3, 어느새 총을 꺼내 소음기를 돌돌 돌리고 있다.
연변 거지2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짓하며) 아저씨. 조기 옆으로... 나란히 좀 서봐 봐요.
하얗게 얼어붙어 대꾸조차 하지 못하는 기사.
연변 거지3
(그런 기사의 어깨를 툭- 치며) 거 아저씨 안 들리나?
택시 기사
(얼른) 아, 예! 예!!
cut to) 천천히... 고국장의 차 곁으로 가 나란히 서는 택시의 뒷모습이 멀리서 보여지고...
어디선가 기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골드문, 이사회 회의실- 실내/낮
이사들의 박수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서는 자성.
이사들, 서로에게 질세라 경쟁적으로 열렬한 박수를 쳐 대고 있다.
회장석 앞에 서서 이사들에게 인사를 하는 자성. 무심한 표정으로 좌중의 이사들을 차례로 훑어본다. 그런 자성의 시선에 압도당하고 마는 이사들. 찍히면 끝장이라는 듯, 더욱 죽어라 박수를 쳐댄다.
실내 낚시터, 안- 실내/낮
콱-! 연이어 강과장의 가슴팍에 꽂혀 대는 칼끝.
이미 절명한 듯, 강과장의 몸이 힘없이 허물어져 간다. 털썩- 낚시 의자에 주저앉고 마는 강과장. 서서히 앞으로 무너져 간다.
철길 건널목, 밖/고국장 차 안- 실내외/낮
굉음과 함께 지나쳐 가기 시작하는 열차.
cut to) 고국장의 차 안.
고국장의 기사, 문득 창밖을 돌아보면...
창문을 내리고서는 이쪽을 두리번거리며 살피고 있는 연변 거지2의 모습이 보인다.
기사
뭐야, 얘들은?
...응? 의아한 눈길로 돌아보는 고국장.
뒤쪽도 마찬가지로 연변 거지3이 창문 너머로 목을 길게 빼고 이쪽을 살피고 있다.
역시 의아한 고국장.
순간, 퓩-! 퓩-! 하는 소리와 함께 창이 박살이 나며 기사가 피를 뿌린다.
동시에 고국장을 향해 곧장 총을 겨누는 연변 거지3.
고국장, 경악하는데... 놀랄 틈도 없이 그대로 창을 부수고 날아드는 총알에 머리가 박살이 나 버리는 고국장.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총알에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 나뒹군다.
실내 낚시터, 안- 실내/낮
난장판이 되어 있는 강과장의 자리가 보이고... 낚시 가방을 챙겨 매고 낚시터를 나가는 연변 거지1의 모습이 보인다. 천천히 카메라 빠지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강과장의 시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철길 건널목, 택시 안/밖- 실내외/낮
총을 난사한 연변 거지2,3. 창문으로 목을 길게 빼고는 고국장 차 안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있는 고국장과 기사의 모습을 살피는 두 사람.
무심한 얼굴로 남아 있는 총알을 마저 다 박아 넣는다.
cut to) 택시 안.
빠른 손놀림으로 총을 챙겨 넣는 연변 거지2,3. 그런데 부들부들 떨고 있는 택시 기사를 본 연변 거지3이 아참... 깜빡 했다는 듯 다시 총을 꺼내더니 그대로 퓩-! 기사의 뒤통수를 날려버린다. 피를 뿌리며 절명하고 마는 택시 기사.
연변 거지2
(버럭) 야! 뭐하니, 너!
연변 거지3
어차피 죽여야잖아?
연변 거지2
(갑갑하다는) 너 이거 운전할 줄 아니?
연변 거지3
(고개를 젓는) ...
연변 거지2
나도 못하는데, 야 이 빙충아! 그럼 이제 어째 갈래?
연변 거지3
(그제 서야) 아...
연변 거지2
아, 이런 빠가새끼, 진짜! (문을 열고 내리며) 얼릉 내리라! 쯧!
골드문, 이사회 회의실- 실내/낮
회장 자리에 있는 자성에게 다가와 인사를 올리는 이사들과 산하 사무실의 보스들... 자성, 가벼운 미소로 그들의 인사에 답하고 있다.
골드문, 회장실- 실내/낮
‘회장 이자성’ 이란 명패가 보인다. 너른 통유리를 통해 도심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너른 회장실. 자리에 앉아 뭔가 생각에 잠겨 있는 자성. 자성, 품에서 뭔가 서류들을 꺼내든다. 보면... 정청이 가지고 있던 자신의 경찰 자료들이다.
강과장 (소리)
이름이 뭐라 그랬지?
ins) 시골동네 어딘가. 너른 논밭 길 한 가운데 순찰차 한 대가 덩그러니 서 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순경 계급장의 자성. 얼굴에 약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자성
이자성입니다.
가만히 룸미러를 올려다보는 자성. 뒷좌석에 앉아,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자성의 자력 표를 넘겨보고 있는 강과장이 보인다.
강과장
아, 그래 여기 있네. 이자성... 여수 출신에, 너 원래 화교였지? 맞나?
자성
예.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이는 강과장. 씹고 있던 껌을 뱉으려는 듯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자성의 자력 표 한 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좌악- 뜯어 껌을 뱉는다. 룸미러로 구겨지는 자신의 자력 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자성.
강과장
(구긴 자력 표를 창밖에 툭- 던져 버리고는) 너 나하고 일 하나 같이 하자. 니가 딱 맞춤인 일이거든.
손에 쥔 자신의 모자 끝을 만지작거리는 자성의 손길.
자성, 눈을 들어 룸미러 속에 비치는 강과장을 바라본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jump
불길에 사라지고 있는 경찰이었던 자성의 모습들... 과거의 모든 자료들이 불길 속에 사라지고 있다. 휴지통 속에서 한 줌 재로 변해가는 자신의 과거들을 무감한 눈길로 내려다보는 자성. 가만히 담배를 꺼내 문다. 그리고 불을 붙이는 자성. 천천히 의자를 돌려 너른 창가 너머 도심의 전경을 바라본다. 그 위로 들려오기 시작하는 전화 연결음. 딸깍-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주경 (소리)
(의외라는) 여보세요?
자성 (소리)
...오늘... 저녁 같이 할까?
후... 뿌옇게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그런 자성의 뒷모습에서... 서서히 멀어져 가는 카메라...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에 자성의 모습이 점차 사라져간다.
서서히... 암전...
에필로그
1. 강과장 장례식장, 접수대/안/복도- 실내/낮
경찰에서 보내 온 화환 몇 개와 접수대를 지키고 있는 두엇의 경찰만이 보이는 썰렁한 장례식장. 가족들도 없고, 친지들과 친구들도 보이질 않는다.
영정이 모셔진 곳도... 왁자지껄해야 할 식당도... 그 누구도 없이 텅 비어 있다.
복도에 오가는 이들조차 보이질 않고, 고요함과 적막함이 가득한데... 그때, 저만치 문을 열고 들어서는 누군가의 구둣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점차 가까워지는 구둣발 소리.
그 누군가가 접수대 앞에 등을 지고 서자, 접수대를 지키던 경찰 둘이 깜짝 놀라 황급히 일어서 경례를 붙인다.
까딱- 목례로 경례를 받는 정복 차림의 조과장. 조의금을 내밀고는 방명록에 이름을 써 갈긴다.
cut to) 화면 가득 들어오는 강과장의 영정 사진. 그 속에서마저 그의 눈빛은 외롭고 피곤해 보인다. 정좌를 하고 앉아 강과장의 영정 사진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조과장. 가만히 일어서 정모를 반듯하게 쓰더니 정중하게 경례를 붙인다.
cut to)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간이 접시에 안주거리를 담아 내 가는 접수대의 경찰들.
보면, 텅 빈 식당 안에 홀로 자리 잡은 조과장이 소주를 따라 한 입에 털어 넣고 있다. 조심스레 안주 접시를 상에 내려놓는 접수대 경찰. 그러나 조과장, 안주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다시 한잔을 따라 단숨에 털어 마시고는 주저 없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렇게 식당을 나서는 조과장에게 얼른 경례를 때리는 경찰들.
조과장, 눈길도 주지 않고 고개만 한번 까딱- 하고는 식당을 나가 버린다.
cut to) 복도. 저벅저벅, 복도를 걸어 나가고 있는 조과장의 뒷모습이 점차 멀어져간다.
2. 장학 재단 행사장, 내부- 실내/밤
행사 후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행사장. 행사장 벽면에는,
‘골드문 문화 장학재단 주최- 제 4 회 우수 인재의 밤’ 이라는 플랜카드가 붙어있다.
그 아래로 들어서는 자막 - [4년 뒤]
만면에 웃음을 띠우며 한 명, 한 명... 인사를 받고 있는 자성.
정청계1
(안경을 쓴 안경 남1을 인사 시키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인 이동수 학생입니다. 이번에 사시 1차 패스 했습니다.
자성
(악수를 하는) 아, 그래요. 대단하네. 고생 많았겠어요.
안경 남1
아닙니다. 회장님 덕분에 아무 걱정 없이 공부만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기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자성. 그 뒤로 또 다른 사람이 소개된다.
정청계1
(약간은 앳된 학생을 소개하며) 이 학생은 이번에 경찰대 수석으로 합격했습니다.
3. 시골 마을 지서, 전경/안/뒷마당- 실내외/낮
세워져 있는 경찰차의 모습마저도 하릴없이 늘어지고 한가로워 보이는 지서의 풍경... 그 앞으로 승용차 한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들어 와 선다.
척- 차에서 내려서는 짙은 썬글라스에 나이스한 슈트 차림의 사내 하나. 조과장이다.
스윽- 주변을 둘러보는 조과장.
cut to) 지서 안으로 가만히 문을 밀고 들어서는 조과장.
텅 비어 있는 한가롭고 나른한 전형적인 시골 지서의 풍경. 한쪽에 느긋한 자세로 기대어 앉아 잡지로 부채질을 해대고 있는 중년의 경찰1. 기분 좋게 졸고 있다.
가만히 안을 둘러보는 조과장.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린다.
cut to) 지서 뒷마당. 팔을 동동 걷어붙인 순경 하나가 한창 세차 중이다.
쭈그리고 앉아 문짝을 열심히 닦아내고 있는 순경. 그런 순경 앞에 척- 다리 하나가 들어선다. 올려다보면... 썬글라스를 낀 조과장이 자신을 빤히 내려다보고 서있다.
순경
(몸을 일으키며 의아한)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런 순경을 썬글라스 너머로 말없이 찬찬히 뜯어보는 조과장.
순경
(의아한) ...저기 선생님?
조과장
자네가 강철화 순경...?
순경
(뜬금없다는) ...그렇습니다만...
조과장
이름 죽이네. 아주 쎄다. 응?
순경
예? (천천히 일어서며) 저 선생님,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아무 대꾸 없이 신분증 하나를 꺼내 보이는 조과장.
순경, 놀라 얼른 경례를 붙인다.
그런 순경을 향해 비죽- 웃는 조과장.
조과장
우리 잠깐 얘기 좀 할까?
그의 짙은 썬글라스 위로 긴장한 표정의 순경이 비춰진다.
4. 장학 재단 행사장, 내부- 실내/밤
장학생들을 악수하고, 격려하는 자성... 그 뒤로 연이어 소개되는... 정치 대학원 석사 과정의 학생... 행시 합격자... 유력 언론사 합격자... 등등... 골드문의 장학생들이 줄줄이 자성에게 인사를 올린다.
샴페인 잔을 들고는 여러 참석자들에게 건배를 제안하는 자성. 잔을 들이킨다.
그리고 가만히 잔을 내려놓으면, 여기저기서 자축의 박수갈채가 터져 나온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자성의 자신만만한 미소... 그 모습에서...
빠르게 암전...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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