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세상이야기

영화 연애의 온도 시나리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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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입니다. 출처는 필름 메이커스 입니다.

연애의 온도.hwp


영의 방, 거리 /

 

화면이 열리면 20대 중후반의 직장인 분위기의 영. 쭈뼛거리며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다큐멘터리의 인터뷰 한 장면같은. 어색한 모습의 영.

 

영 솔직하게 말하자면..., 잘 된거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으니까.

괜히 미련하게 붙잡고 있느니..아니다 싶으면 빨리 정리하는게 낫잖아요.

 

영의 인터뷰가 화면 위로 계속 깔리는 가운데 평범한 주택가 골목이 보인다. 어둑어둑한, 인적도 드문 길에 영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문득, 서서 뒤를 돌아보는 영. 무언가 아쉬운 듯 누군가를 찾는 것 같다.

 

영의 집 거실 /

 

티비 앞에 앉아 한창 드라마에 빠져있는 엄마와 동생 정은. 영이 들어오자...정은은 호들갑이다.

 

정은 언니 얼른 와. 지금 난리났어.

 

그러나 영, 관심없는 듯 그냥 방으로 들어가 버리려 하면.

 

정은 안 봐?

영 응..그냥 잘래.

엄마 밥은?

 

, 귀찮다는 듯 방에 들어가며 먹었어- 하고. 그런 영의 뒷모습을 이상하다는 듯 보는 엄마와 정은.

 

엄마 왠일이래? 안 빼놓고 보더니.

 

영의 방 /

 

, 침대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룩 흐른다.

얼른, 아무렇게나 눈물을 닦지만 주체할 수 없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엉엉엉- 아이처럼 우는 영의 모습.

그러다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감정을 정리하려는 영. 하지만 이내 다시 눈물이 터지고 만다. 엉엉-

 

화면, 다시 아까의 인터뷰 장면이 보인다. 언제 울기라도 했냐는 듯..멀쩡한 얼굴의 영.

 

영 어차피 헤어질거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헤어지는게 좋죠.

좋은 경험 해봤다고 생각하고..그걸로 충분하니까. 오히려 후련해요.

 

부엌 / 아침

 

, 밥을 맛있게...아주 잘 먹고 있다.

 

영 그래서 어제 어떻게 됐어? 부인이 다 뒤집었어?

정은 그 불륜녀 찾아가서 완전 난장판 만들고 장난 아니었어.

영 남편은?

정은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잖아. 오늘꺼 더 웃겨. 부인 그러다 홧병으로 병원에 입원하잖아.

(깔깔대며) 왠일이야..진짜 웃긴다...오늘은 진짜 꼭 봐야겠다.

 

별 웃기지도 않는데 오버하며 깔깔대는 영에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는 정은.

갑작스럽게 인터뷰 장면으로 CUT TO

 

(잠시 생각하다).....어차피 그런게 다 사랑 아닌가요? (빙긋, 웃음)

 

버스 안 / 아침

출근시간대의 러쉬아워. 사람들이 가득 찬 빽빽한 버스 안이다.

출발하고, 멈출때마다 이리저리 파도에 휩쓸리듯 움직이는 사람들.

그들에 끼여 묵묵히 서 있는 영.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한 방울 눈물이 뚝 떨어진다.

흐느끼는 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힐긋거린다. 분위기 묘해지자 창피한지 울음을 억지로 참으려는 영.

민망한 느낌이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

 

 

헤어지다

 

 

술집 앞 골목 /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동희. 들뜬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동희 헤어진 다음에 막 울고불고...사실 그런 거 다 영화에서나 그러지...실제론 안 그러잖아요?

나는...진짜로...딱 헤어지고 나니까..가슴이 뻥 뚫린게..진짜 시원하고, ..이런게..해방감이로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진작에 헤어지는건데..인생 짧잖아요. 왜 서로 눈치보고 힘들고 괴롭게..

왜 그렇게 살아야 되요? 행복하게, 인간답게, 진짜 사는 것처럼..

즐기면서. 그렇게 살아야 되는 거 아니에요??

갑자기 뭔가를 뒤적거리는 것 같더니 핸드폰을 꺼낸다. 핸드폰 액정을 카메라 앞에 대면 야- 기분좋다- 하는 노무현대통령의 동영상이다. 반복해서 들려지는 야- 기분좋다, 에 동희도 따라 야- 기분좋다- 하며 밝게 웃는다.

 

CUT TO

 

동희 야야, 여자애들 멀었대? 왜 이렇게 안 와?

박계장 거의 다 온 거 같은데. 근데 진짜 같이 놀아도 돼? 영이누나한테 또 혼나는 거 아냐?

동희 뭔 소리야. 완전히 끝났다니까...걔네들이나 연락해봐. 빨리 오라고 그래...

 

하면 옆에서 전화해보는 박계장. 동희는 옆에서 입이 째진다.

 

동희 야..우리는 또 자리 비어있는 거 못 보지- 바로바로 채워줘야지-

 

고깃집 /

 

한산한 느낌의 고깃집 안. 박계장은 여자애들과 히히덕거리고...동희는 취했는지 고개를 푹- 처박고 있다.

 

박계장 형..취했어? 좀 일어나서 우리 안주도 좀 시켜주고 그래. 다 비었잖아.

동희 ...(계속 조는)

효선 많이 드셨나봐...저기요..괜찮으세요?

 

앳된 얼굴의 효선, 관심을 가지며 동희의 얼굴을 살펴보려 하는데...

 

동희 ..씨발....

효선 (헛걸 들었나) ..??

동희 씨발..나쁜 년..

 

순간 경직되는 분위기. 황당하다는 듯 긴장하는 효선과 효선의 친구. 박계장과 어리둥절 바라보는데.

 

동희 (고개를 들고는) ..장영한테 전화해.. 일루 오라고 그래.

박계장 형 왜 그래..취했어?

동희 야! 내 말 안 들려? 빨리 전화하라고 했지!

박계장 형, 물 좀 먹어 물 좀.

 

박계장, 물을 따라주면 획 뿌리치는 동희. - 거리며 무서워하는 여자애들. 동희, 소리를 버럭 지르며 일어난다.

 

동희 장영 이 년..당장 오라 그러라고!!

박계장 (버럭) , 앉아. 지금 뭐하는거야?

 

그러나 이미 눈에 뵈는 게 없는 동희. 술집 안의 사람들..모두 동희를 쳐다보고... 종업원이 다가와

 

종업원 손님, 많이 취하신 거 같은데..

동희 (뿌리치는) 씨발 넌 뭐야?

 

당황한 종업원. 박계장, 동희를 앉혀서 진정시키려고 하는데 동희, 힘이 장사다.

실성한 사람처럼 상을 엎어버리면 여자애들, 무서워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며 획 몸을 피한다.

고깃집 안의 사람들, 뭔일인가 싶어 동희를 빤히 쳐다보고...어느새 조용해져있다.

동희,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씩씩하며 둘러보다가...갑자기 코가 시큰해지며 눈물이 주룩 흐른다.

 

동희 장영..니가..씨발..니가 뭔데.

 

동희, 눈물을 스윽- 닦는데..계속 흐르는 눈물. 스스로도 짜증이 나고 쪽팔린 동희.

 

동희 이 씨발....

 

그러다 동희, 설움이 복받치는 듯..

동희 씨발..장영..씨발...장영..이 씨발..

 

동희, 본격적인 흐느낌으로 바뀌며 울어버린다. 주저앉아 버리며 무너지는 동희.

 

동희 영아..미안해..영아, 내가 잘못했어..씨발..

영아..사랑해..사랑해..너무 보고싶어..

울부짖는 동희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여자애들.

황당하다는 듯 박계장을 쏘아보면 애써 여자애들의 눈길을 피하며 딴청부리는 박계장.

 

은행 앞 / 아침

 

추레한 동희, 출근하려다 말고 기다리고 있는 카메라에 멈칫한다. 그러나 이내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동희.

 

동희 ..어제요..? 어제 뭐요? ...나 잘 기억이 안 나는데...나 많이 취했었어요? 뭐 실수했나?

 

전혀 기억이 안 난다는 듯한 뻔뻔한 동희의 얼굴.

 

은행 안

 

은행으로 들어오는 동희. 하나 둘씩 출근하는 은행원들 틈에 영이 보인다. 동희, 인사할까말까 망설이다-

 

동희 어이 안녕하십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

미스최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지나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서로 고개 까딱하고 들어가는 동희와 영.

 

은행 화장실 / 아침

 

화장실에 들어오다 멈칫하는 동희. 보면 김과장이 세면대에 발을 집어넣고 씻고 있다. 츄리닝차림의 김과장.

 

김과장 또 술 마셨냐?

동희 .....집에 또 안 들어가신거에요?

 

한숨만 쉬는 김과장. 세면도구가 들어있는 목욕바구니를 내밀면..자연스럽게 함께 쓰는 동희.

보면, 면도기와 헤어드라이기. 그리고 스킨 로션, 수건, 등등 완전 아줌마표 목욕바구니다.

 

동희 아니 찜질방이라도 가시든가...매번 여기서 주무세요..

김과장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돈이 얼마나 깨지는데.

동희 뭔진 몰라도...그냥 사모님한테 싹싹 비세요. 무슨 생고생이에요.

 

두 남자, 나란히 세면기에 머리를 집어넣고 머리를 감는다.

 

여직원 탈의실 / 아침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 여직원들로 수다스러운 탈의실 안.

 

손차장 장대리가 내 부케 좀 받아줄래?

영 저요?

손차장 응. 내 친구들은 다 애엄마야.

어차피 남자친구랑 결혼 얘기도 오간다면서. 이제 금방 할거 아냐?

(머뭇거리며 대답을 하지 못하면)

미스최 언니 헤어졌대요.

손차장 ..어머, 정말?

(순순히 얘기하는) . 끝났어요.

손차장 언제? ?

영 그냥 뭐. (얼버무리는)

손차장 잘됐네... 피로연에서 남자 하나 골라 잡으면 되잖아. 그게 진정한 들러리지.

괜찮아. 부케 받아도 돼. 부케 받아.

미스최 그거 알아요? 이대리님도 여자친구랑 헤어졌대요.

(의외라는 듯 놀라며) ..?..어떻게 알았어? 어디서 들었는데?

미스최 박계장님이요. 여자가 완전 싸이코였다는데요.

??!! 싸이코?

손차장 어떻게 싸이콘데?(웃음)

미스최 ...히스테리 부리고 스토커짓도 막 하고. 정상이 아니던데.

손차장 그쪽도 죽고 못사는 것 같더니. 그러게 결혼식장에 들어가봐야 아는 거라니까.

 

하며 호호호호 웃는 손차장. 황당한 듯. 말도 안 나오는 영. 어이없어..혼자서 씩씩거리며 유니폼 단추를 잠그는데..

주위에선 그런 영을 눈치못챘는지 자기네들 수다 떠느라 깔깔대며 웃고 바쁘다.

 

은행 안 / 아침

 

..저기.

 

동희, 부르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면, 영이가 있다.

 

동희 (당황하는) ...?

(넌 뭐냐는 눈빛) ..박계장 부른건데. (박계장 보며) 잠깐 좀.

 

무안해지는 동희. , 앞장서 가면..박계장 왠지 불안한 얼굴로 영을 따라간다.

 

복도 / 아침

 

영 싸이코?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복도의 구석. , 박계장을 벽쪽에 몰아넣은 채로 작게 속삭이고 있다.

 

영 내가 싸이코야? 니들끼리 얘기할땐 나 그렇게 부르냐?

박계장 (진땀빼는) 아니..누나..그게 아니구..그냥. 장난처럼..얘기하다가..

영 짜증나게 굴지 말고 솔직히 말해. 이동희가 그래?

박계장 아니, 그런게 아니라 진짜..

영 내가 왜 싸이코야? 내가 언제 스토커짓을 했어? 내가 무슨 히스테리를 부렸는데? 몇월 몇일 내가 무슨 일로 어떻게 했는지 자세하게 한번 얘기해봐.

 

박계장, 지치는 듯...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푹 쉰다.

 

(소리) 전 공과 사는 구분하자는 입장이거든요. 직장에서 연애하고 그런거..어쩔 수 없다고

쳐도...공개적으로 얘기하고 그러는 건...좀 아닌 거 같아서요.

 

탈의실 / 아침

 

텅 빈 탈의실에서 이루어지는 영의 인터뷰.

영 박계장은..1년전쯤에..동희랑 내 관계를 알게 됐어요. 아주 우연히요. ...술 자리에서 나한테 키스하 려다가 동희한테 맞아서 5미터쯤 날아갔었거든요. 그래서 걔는 알게된거고. 그 외엔 우리가 사귀 는 걸 아는 사람이 없어요. 당연히 헤어졌다는 걸 아는 사람도 없구요. 그건... 좀 단점이긴 하죠.

 

은행 안 / 아침

 

동희와 함께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

 

손차장 이대리. 장영씨도 남자친구랑 헤어진 거 알아?

동희 (표정관리 하며) ....허허....그래요?

손차장 이 기회에 둘이 잘 해봐.

동희 (비아냥) 에이, 됐어요. 징그럽게...사내에서 연애하는 거 난 진짜 별루더라.

...(띠꺼운)

손차장 ...맞다, 장대리, 내가 남자 소개 시켜 줄까? 진짜 괜찮은 사람 있는데.

...?

손차장 본사에 민차장이라고.... 잘됐다. 이따 회식때 부를 테니까 한번 봐라.

(내키지 않는) .., 오늘 회식 못 가요..일이 좀 있어서..

손차장 왜..잠깐이면 되는데. 인상이 어떤가..살짝만 봐. 이대리처럼 만년 대리도 아니고..

능력도 있고, 진짜 괜찮아.

동희 싫다는 사람한테 그러지말고 나나 여자 소개시켜줘요.

장대리 눈 높아서 왠만한 남자는 눈에 차지도 않아요.

....저 눈 하나도 안 높은데.

동희 ...?

...저 눈 진짜 안 높아요. 별 그지같은 것들만 만나고 다니는데 무슨...눈이 높긴...

동희 ......그지요?

영 예.. .. ..같은것들요.

 

영의 발언에 동희, 당혹스러운 듯 말문이 막히고...

 

은행 뒷마당 /

 

잔뜩 기분나쁜 표정의 동희. 연기를 깊이 빨아들이며 담배를 피고 있다.

동희 뭐 그지? 아 나. 진짜. 어이가 없네.

박계장 (달래며 잡는) ..그래도 회식은 가야지...

동희 안 간다니까.

박계장 아니..민차장인가 뭔가 소개팅까지 한다는데...

동희 (짜증 버럭) 아 안 가!!안간다고!

 

고깃집 /

 

다 같이 건배를 하며 신난 분위기의 회식 자리. 긴장한 얼굴의 동희. 굳은 얼굴로 술만 들이킨다.

보면, 영이가 옆에 앉은 민차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착하고 부드러운 인상으로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이다.

 

여자 화장실 앞 /

 

거울 앞에서 수다를 떨고있는 여자들. 영에게 여직원들이 민차장 멋있다고 잘해보라며 한마디씩 하고 있다.

멀지감치 복도에서 그런 모습을 훔쳐보고 있는 동희.

 

화장실 앞 /

 

..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동희와 마주친다. 서로를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동희 ..저기..

(뒤돌아보는) ?

동희 ..아니..아까는 못 온다더니..어떻게 왔네?

영 어.. 일이 취소가 돼서.

동희 ..일이 맘대로 가볍게 취소가 된다. 나도 그런 일만 있었으면 좋겠네.

영 니가 무슨 상관이야.

동희 아니..사람 괜찮은 거 같던데..잘해봐.

영 응. 내가 봐도 괜찮은 거 같아.

동희 ..(확 기분 상하는) 그래. 내가 있어서 불편한 건 아니지?

영 응. 전혀 아니야. 괜찮아.

동희 ..그래.., 평생 안 볼 사이도 아니고. 어차피 맨날 얼굴 봐야되는데...

편하게 지내자. 헤어졌다고 서로 피하고 그러는 거 웃기잖아.

영 에이 뭐..우리가 애들인가.

동희 ..그래..앞으로는..좀 공적으로만 대하자 서로.

..그래. 당연하지.

 

하고 영, 뒤돌아 홀로 가려는데...동희,

 

동희 저기요 장대리님.

영 응?

동희 그..저번에 저한테서 빌려가신 노트북 있잖습니까.

(갑작스런 존댓말에 당황하는) ..?

동희 노트북요. 제껀데..잠깐만 쓰겠다고 빌려갔었잖아요. 그거 좀..빨리 줬으면 좋겠어요.

 

놀리듯, 일부러 를 강조하며 말하는 동희. 그런 동희에 영, 짜증나는 듯

 

영 아..그래요..돌려줘야죠. 미안해요. (하고 가려는데)

동희 그래요. 너무 오래 갖고 있는 거 같아요. 빨리 좀 주세요. 예의가 아니잖아요.

영 돌려드릴게요. (하고 가려는데)

동희 빨리요. 좀 급해서. 맨날 말만 그러고 안 주시니까. 이번엔 꼭 지켜주세요.

...알았다니까요.

동희 네..그럼 믿습니다. 수고요~

 

동희, 화장실로 들어가버리고 혼자 남은 영. 기가막힌다.

 

거리 /

 

동희, 억지로 웃는 얼굴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동희 좋아요. 오랜만에 회식하니까 사람들이랑 사이도 좋아진 것 같고..

새로운 사람도 알게 되고..다 좋은데요.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동희 뒤쪽으로 다들 헤어지면서 집으로 가는 분위기이다.

집에 가려고 택시를 잡고 있는 영을 가지 말라고 붙잡고 있는 민차장.

민차장과 영 사이에 잡고 잡히며 자연스럽게 스킨쉽을 하고 있는데..영은 싫지 않은 듯 웃고 있다.

 

동희 ..(뭔가 말하고 싶지만 말문이 막히는 듯) ....좋아요.

 

호프집 /

 

동희 제가요..형이라고 부를게요.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민차장과 얘길 하던 영, 긴장한다. 민차장은 그럼요 하며 허허 웃는다.

 

동희 형..제가요..장대리를 되게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봤는데요..진짜 사람 괜찮아요.

민차장 네..그런 거 같아요. 좋으신 분 같아요.

동희 뭐, 만나다보면..사람이 다 그렇듯이..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있고 그런 친군데...

그냥, 잘해주세요. 되게 마음이 여린 친구니까. 그리고 또 우리 장대리가....다 좋은데... 유독 남자를 만날 때... ...(말하려다가) 아니다. 이 얘기 하면 장대리 곤란하겠다.

 

협박하듯 영을 느끼하게 웃으며 바라보는 동희, 그런 동희가 가소롭다는 듯

 

영 무슨 얘긴데요? 남자 만날 때 뭐요?

동희 아니에요. 만나다보면 다 아시게 될텐데 뭐.

영 내가 궁금해서 그래요. 남자 만날 때 뭐. 그 다음에 뭐에요?

동희 에이..왜 그래요. 다 생각해줘서 그러는건데. 진짜 나 얘기한다? ? - 얘기해 막?

 

하며 진찐 줄 알았지? 하는 식으로 하하- 웃어넘기는 동희. 그런 동희를 웃음기가신 얼굴로 바라보는 영.

 

..이대리님 지금 뭐하자는거에요?

동희 (능청) 뭐하긴. 대화. 장대리랑. 우리 좋은 형님이랑 대화하는 건데요.

영의 표정이 안 좋으면 찔끔하는지 동희, 잔을 내민다.

 

동희 장대리 또 내가 장난 좀 쳤다고 그새 삐졌네. 좀 풀어요 풀어.

뭘 그렇게 심각하게 사나 인생을. , 한잔 받고 시원하게 풀어요. 술 줄게.

 

하며 영에게 술을 권하는 동희. , 주변 분위기 안 망치려 어쩔 수 없이 잔을 내민다.

그러나 순간, 동희 맥주피쳐 중심을 못 잡은 척하며 왈칵 넘쳐버리면 앗 차거하며 하며 놀라 일어나는 영.

 

동희 (어설픈 놀란 척 연기하는) 아이고, 다 젖었네. 장대리 어떡하냐. 미안해. 내가 진짜...

...

동희 실수에요 실수. 일부러 한 거 아니야. 취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실수를..참 난처하네...

 

순간 영, 동희에게 잔을 짝- 뿌린다.

 

(연기하는) 어머 어떡해. 손이 미끄러졌네. 나 일부러 한 거 아니에요. 실수에요.

 

동희, 맥주가 얼굴에 흐르면 어이없다는 듯..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사람들, 놀라 그런 영과 동희를 바라보고 있다.

얼굴에 흐르는 맥주를 닦아내고는 영을 바라보는 동희. 착 가라앉은 동희다.

동희 .....장대리님...미치셨어요?

...안 미쳤는데요. 내가 보기엔 이대리님이 좀 취한 거 같은데.

동희 아니요. 안 취했는데요. 내가 보기엔 장대리님이 남자 만나서 헬렐레해갖고 정신이

좀 빠진 거 같거든요? 헤프게 질질 흘리는거 진짜 꼴불견이라서 눈알이 빠질 거 같애.

영 존댓말 쓰세요. 공적인 자리잖아요. 이대리님은 노트북만 받으면 땡인데 싸이코가

좀 헤프게 굴 건 말 건 무슨 상관이세요?

동희 또 이건 무슨 헛소리야.

...내가 싸이코라면서요. 내가 히스테리나 부리는 싸이코라며!!

 

저도 모르게 소리 버럭 지른 영. 동희, 황당하다는 듯 영을 바라보고...갑자기 주목받자 영, 참기 힘든 듯 자리를 박차고 가버리는데 동희, 그런 영을 뒤쫒아가 붙잡는다.

 

동희 ...뭐야 지금? 얘길 시작했으면 끝을 내고 가야될거 아냐!!

영 너 그 동안 장난친거지?

동희 뭐?

영 사람 갖고 장난친 거 아냐! 니 멋대로 갖고 놀다 아무렇게나 버린거잖아!

 

- 소리를 지르는 영. 벙찌는 동희. 사람들도 차마 끼어들지 못하고 두 사람을 바라보기만 하는데....

 

동희 (정색하고) . 너 똑똑히 들어.

먼저 헤어지자고 한 사람 너고 편하게 지내자고 한 사람도 너야.

난 최대한 니 입장 생각해서 배려해 주려고 한 거 밖에 없어.

영 배려 좋아하시네. 내 입에서 헤어지자는 얘기 나오기만 기다린 사람이 너 아니야?

꾸역꾸역 의무감으로 만나면서 알아서 떨어지기만 기다렸잖아.

그냥 일부러 속아주고 가만있으려고 했는데. 진짜 구역질나서 못 봐주겠다.

동희 니가 뭔데 그런 말을 해? 니가 내 마음 알아? 내 마음 봤어?

영 보기 싫어도 다 보이던데? 아니, 일부러 보이게 행동한 거 아니었니?

동희 ...너 진짜 끝까지 사람 돌아버리게 만드는구나.

영 너도 마찬가지거든.

동희 앞으로 내 눈에 띄지 말아라. 죽여버리는 수가 있다.

 

하고 뒤돌아 자리로 가려는 동희인데...

 

(소리 빽 지르는) 너야말로 띄지마!

 

동희, 욱하며 영의 뺨을 때릴 듯 손을 쳐드는데 차마 못때리겠는지 손을 내리면 짝- 하고 동희의 따귀를 날리는 영.

순간 완전히 이성을 잃은 동희 씨빨!! 하며 냅다 영에게 달려든다. 영도 질세라 동희에게 달려든다. 순식간에 벌어진두 사람의 난투극. 얼굴을 밀고, 잡아당기고, 머리 잡고....사람들, 놀라서 얼른 두 사람에게 모여들어 뜯어말린다.

 

동희 미친년

영 개새끼

 

동희, 완전 정나미 떨어졌다는 듯..혐오스러운 눈으로 영을 바라본다.

씩씩거리던 영. 옷매무새를 만지고는....밖으로 나가버린다. 그 뒤를 여자들 몇 명이 영이씨하며 쫓아가고....

 

CUT TO거리

인터뷰 카메라. 영의 뒤를 쫓아가는 여직원들. 인터뷰카메라가 다가가면 카메라를 손으로 가린다.

 

손차장 찍지 마세요. 지금은 인터뷰 안해요. 이건 찍으면 안되요.

영이씨!! 이러고 가면 어떡해!!! 회비라도 내고 가!!!

 

CUT TO

남아있는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짤막한 인터뷰들을 하고 있다.

 

손차장 원래 은행원이라는 직업이...돈을 만지기도 하고...해서..예민한 구석이 많아서..

이렇게 스트레스가 발산되기도 하고 그래요. 다들 그래요 다들.

미스최 이틀에 한번씩 장대리님이랑 이대리님에 대해서 씹어왔어요.

..근데, 나랑 같이 깠던 그 수많은 뒷담화는 그럼 실체가 뭐에요? 진짜 세상 무섭네요.

박계장 축하할 일이라고 봐요. 세상에 비밀이 어딨겠어요. 헤어졌어도 저는 두 사람 응원할거에요.

파이팅. 동희형! 영이누나! 힘내!!

민차장 실은 오늘 10년만에 동창회가 있었거든요.

여기를 와야 되나 거기를 가야 되나 참 고민이 많았는데...

동희의 자취방 / 아침

 

죽은 듯이 자고 있는 동희. 초인종이 시끄럽게 울린다. 동희,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CUT TO 문 앞

안에서 철커덕하는 자물쇠여는 소리가 들리고..문이 열리면- 자다 깬 듯, 머리는 까치집에 눈이 부셔 찡그리는 동희. 퀵아저씨, 동희에게 박스를 건네주면 받는 이게 뭐지- 싶은지 주소를 확인하려는 동희.

동희, 쓱쓱 아무렇게나 싸인하고 박스를 들고 안에 들어가려하는데.

 

퀵 삼만원이요.

동희 ..?

퀵 착불요. 삼만원.

동희 착불요?

 

무슨 말인지..아직 잠이 덜 깬 동희는 어리둥절하다.

 

CUT TO

방으로 들어온 동희. 택배 박스를 열어보다가....얼어버린다. 박스 안에는 완전히 부서진 노트북이 있다.

완전히 작살난 노트북. 동희, 황당하단 얼굴.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지고...눈에 눈물이 확 고인다.

 

동희 이.. . 이거 어떡해.. 진짜 죽여버릴 수도 없고 이거..

 

영의 집 /

 

현관문을 열어주는 엄마.

 

엄마 영아! 영아- 나와봐. 뭐 왔어!

 

하면 방에서 나오는 영. 보면, 현관에서 택배아저씨에게서 박스를 건네받고 있는 엄마다.

 

엄마 착불이래. 오만원.

 

뭔가 불길해지는 영인데...

 

박스를 풀어보면...안에는 화장품, 옷가지, 함께 찍은 사진들과 챙겨다 줬던 반찬통들까지 아무렇게나 뒤엉켜있다.

깨져버린 김치통에 인형이며 사진이며 다 김치국물에 쩔어있는데....., 어금니를 꾸욱 깨문다.

 

집 앞 쓰레기장 /

 

츄리닝에 슬리퍼 차림으로 박스를 들고 나오는 영. 커다란 쓰레기통에 힘껏 박스를 내던진다.

그러나 쓰레기통 귀퉁이를 맞고 박스가 튕겨나가며 터져버리면, 온갖 사방으로 날아가는 내용물들.

, 짜증나는 듯...있다가 이내 체념하듯 하나하나 물건을 주워 올린다. 마침 핸드폰이 울린다. , 전화를 받으면.

 

소리 안녕하십니까, SK텔레콤입니다. 장영 고객님 맞으십니까?

영 네.

소리 고객님 지금 이동희 고객님과 커플요금제를 이용하고 계신 거,

맞으시죠?

...

소리 이동희 고객님께서 커플요금제 해제를 요청하셨는데,

여기에 동의하십니까?

(말문이 턱 막힌다.)

소리 고객님?

 

SK 텔레콤 고객센터 /

 

딩동- 하고 번호가 뜨면, 번호대기표를 가지고 있던 동희, 창구에 간다.

 

동희 저기..이번 달 청구서를 받았는데요..이 금액이 맞나 싶어서...

직원 신분증 좀 보여주시겠어요?

 

신분증과 청구서를 함께 주면, 컴퓨터로 조회해보는 직원.

 

직원 장영 고객님이랑 커플 통화 요금이시네요?

동희 그거 해지했는데요.

직원 장영 고객님...3G를 많이 사용하네요..300메가까지 무룐데...12기가를 사용하셔서..

동희 12기가요? (궁시렁) 아니.. 뭐 야동을 받았나..

직원 네..통화량도 많으시고...금액은 728천원 맞아요.

동희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무슨 70만원 넘게....!(어처구니없는)아니 이보세요.

내가 쓰지도 않았고.. 이제 나랑 상관도 없는 사람인데. 왜 내가 이걸 내야 되요?

직원 커플로 묶여있을때 사용하신 거기 때문에 저희도 어쩔 수가 없어요.

 

동요하지 않고 직원이 침착하게 얘기하면-동희, 잠시 궁리하더니 슬쩍 돈 몇 만원을 꺼내 은밀하게 건넨다.

 

동희 (속삭이는) 그러면..진짜 ..미안한데요...

내가 진짜 사정이 안 좋아서 그러는데...눈 딱- 감고. 한번만 도와줘요.

저쪽으로 청구 돌릴 수 있죠? 어차피 저쪽에서 다 쓴거잖아요. 한번만요..?

 

황당한 직원. 형광펜으로 청구서의 입금날짜에 동그라미를 친 후 담담하게 딩동- 벨을 누른다.

 

직원 135번 고객님!

 

은행 안 몽타주 /

 

동희, 슬렁슬렁 지나가다가 영의 자리에서 천원짜리 몇 개를 집어간다.

 

CUT TO

정산을 하고 있는 영. 계산이 맞지 않는지 몇 번이나 계속해서 하고 있는데...다른 사람 다 퇴근하고 가는 중에도 혼자서 열심히 계산을 하고 있는 영.

 

CUT TO

고객을 앞에 두고 잠깐 일을 보러 갔다 온 동희, 의자에 앉는데 털썩- 뒤로 자빠지고 만다. 보면, 의자의 바퀴가 하나 빠져있는데...영의 쓰레기통을 보면 바퀴 하나가 들어있고...

 

CUT TO

화장실 앞에서 마주친 두 사람. 지나가려고 하는데 왼쪽, 오른쪽 지나가려고 할때마다 상대와 마주친다. 그러자 동희, 그냥 획 영의 어깨를 치고 지나가버리고 영은 억- 소리를 내며 어꺠를 부여잡고...

 

CUT TO

자리에 앉아있는 동희. 박계장, 동희에게 다가온다.

 

박계장 영이 누나가 3번분석표가 없다고..그것 좀 달라고 하는데...

동희 ..(쌀쌀맞은) 어떤 3번 분석표?

 

박계장, 영에게 가서 물어보면 뭐라뭐라 얘기하는 영. 다시 동희에게로 오는 박계장.

 

박계장 이번달 실적통계에 첨부된 거.

동희 그거 아직 안 나왔는데.

 

박계장, 다시 영에게로 간다. 이윽고, 다시 동희에게로 오는 박계장.

 

박계장 그럼 언제까지 나올 수 있냐는데.

동희 나도 몰라.

 

다시 동희에게 가서 얘기하는 박계장. 주변의 일하는 사람들...이게 무슨 상황인가...눈치만 보고 있다.

 

박계장(소리) 6개월 전에 둘이 심하게 싸워서 일주일동안 말도 안했던 적이 있어요.

 

복사를 하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박계장.

 

박계장 그 일주일동안 전 두 사람의 업무 전반을 완전히 파악했죠.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요. 훨씬 낫죠.

 

미스최, 서류를 들고 동희에게 다가온다.

 

미스최 ...영이언니가..이 뒤쪽 복사분까지 필요하다고 그러는데요.

동희 (쳐다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뒤쪽 어디까지?

 

잘 모르겠는 듯...다시 영에게로 가서 물어보는 미스최.

보면, 귀에 이어폰을 꼽고는 룰루랄라 음악을 들으며 일하고 있는 박계장.

 

CUT TO

, 주위 눈치를 보다가 슬며시 동희 자리에 있는 머그컵을 몰래 들고 탕비실에 들어간다.

 

탕비실 /

 

품에서 설사약을 꺼내더니, 커피가 들어있는 동희의 잔에 몰래 넣는 영. 그러다 갑자기 손차장과 미스최가 들어오면 급히 잔을 숨기는 영이다. 자연스럽게 자기 커피를 타는 척 하는데...손차장 문득,

 

손차장 ...민차장한테서 연락 없어?

...그 꼴을 봤는데 저한테 연락을 하겠어요.

손차장 에이. 술자리에서 그런건데. 그리고 영이씨는 뭐 한거 없잖아. 다 이대리가 난리친거지.

...

손차장 영이씨 마음에 들었나보던데. 연락한다고 했으니까 기다려봐.

영이씨도 빨리 움직여야지. 가만 있을 수 없잖아.

...??

손차장 이동희씨 요새 무슨 대학생 만나서 좋아 죽는다면서.

....(당황) ...?

손차장 (자신없는 듯) ...아닌가? 박계장이 그러던데.

(얼버무리며) ......저도 들었어요. 누구 만난다구..

미스최 남자들이 다 그렇죠. . 아닌 척 하면서 뒤에서는 챙길 거 다 챙기구.

손차장 그래..영이씨도 즐기면서 살아. 민차장 내가 친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고 사람 괜찮아.

.....

손차장 내가 한번 나서봐야겠다. 나중에 진짜로 둘이 잘되면 한턱 쏴야돼. 알았지?

하며 웃으며 손차장과 미스최가 나가면...좀 멍한 느낌의 영. 탕비실 문 틈으로 저 멀리 동희를 바라보는 영.

희희낙락거리며 박계장과 뭔가 얘기하고 있는 동희다.

 

영의 방 /

 

영 신경 안써요. 여자 만나거나 말거나. 그냥...호기심이죠.

어떤 멍청한 여자가 또 이동희한테 넘어가나 그런거.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영. 화면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쳐 넣으면..이동희님 로그인 되었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뜬다.

 

영 이동희의 인터넷상 모든 비밀번호는 asdf에요. 왼쪽에서 키보드 쭈루룩.

 

영의 인터뷰 화면으로 전환되면.

 

2년전에 장난삼아 해봤는데 그게 우연히 맞더라구요. 그때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점검하고 있어요. 한번은 초등학교 동창이라면서 어떤 여자가 쪽지를 보냈었는데.

내가 그때 안 지웠으면 더 일찍 헤어질 수 있는 건데 그랬죠.

 

마치 업무처럼 동희의 페이스북을 점검하는 영이다. 그러다 갑자기, 화면에 띡- 하며 메모장이 뜬다.

 

효선 오빠 안 자구 모해?

(긴장하는)..

효선 오빠 거기 있어? 대답해..

 

, 잠시 망설이다가...키보드에 손을 올려놓는다.

 

. 있어.

효선 보고싶다. 방금 헤어졌는데.

(어떻게 얘길 해야할지 망설이다) ..나도.

효선 오빠 혹시 아까 나땜에 화난 거 아니지?

(아니, 라고 썼다가 잠시 고민하고 지워버린 후) .

 

영의 단답형에 효선, 의외인 듯 잠시 말이 없다. 긴장되는 영.

 

효선 아직도 화 났네.

아니야. 화 안 났어.

효선 아까는 솔직히 좀 놀래서 그랬던거야. 오빠가 갑자기 그런 말 하니까.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효선 미안해.

아니야.

효선 나도..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랬는데..

사실은..오빠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고..기분도 좋고 그래.

그래.

효선 만난지 얼마 안됐지만..가능하다고 생각해.

. (?? 어리둥절한 영)

효선 나두 오빠 사랑해.

(멈칫하는데)

효선 오빠, 왜 말이 없어?

 

, 채팅창을 그냥 닫아버린다.

그러나 상대방이 계속해서 뭐라고 말을 거는지 채팅창이 띠링 하며 또 뜨면, 닫고 또 뜨면, 닫고 하다가 아예 전원을 꺼버리는 영. , 축 처진 어깨로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는지 다시 전원을 켜는 영. 페이스북에 들어가 효선의 아이디를 검색한다. 이윽고 나오는 깜찍한 효선의 인형같은 모습에 움찔하는 영.

게시판과 사진첩, 방명록....그러다 갑자기 사진첩에 떡- 하니 나타나는 효선과 동희의 다정한 사진들.

당당히 남자친구와 함께 라고 써 놓은 효선의 사진 제목들. 동희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중간중간 박계장의 모습도 보인다. 잠시 충격으로 정신이 멍해지는 영. 효선과 함께 환한 얼굴로 웃고 있는 동희의 모습들.

, 쓸쓸히 동희의 사진들을 바라본다.

 

영 전 괜찮아요. 이혼하자마자 재혼도 하고 그러는데 뭐...당연한거죠. 헤어지면 다른 사람 만나는 거..

자연스럽잖아요. 이렇게 몰래 뒷조사하는 제가 이상한거지..., 동희가 딱히 잘못한 것도 아니고.

저도 이젠 쿨하게 하려구요. 제가 배웠네요. 신경끄고..내 일에만 집중하는게...그게 맞는 거 같아요

 

은행 안 /

 

박계장, 일하다가 잠시 일어나 자리를 비우면 슬쩍 박계장의 자리에 앉는 영. 책상 위에 놓여져 있는 핸드폰을 얼른 열어 이것저것 검색해보고 있다. 이윽고, 주소록에 주효선이라는 이름이 나오면 얼른 전화번호를 외우는 영.

박계장이 다시 들어오는 모습에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컴퓨터를 보는 척 하는 영.

 

박계장 뭐해요?

영 야, 넌 보고 좀 재깍재깍해. 내가 여기까지 확인하러 와야겠냐?

 

일부러 짜증내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는 영. 박계장은 뭐야? 하는 표정으로 영을 바라보고...

 

공중전화 /

 

, 유니폼을 입은 채로 공중전화에 들어선다. 동전을 넣고..잠시 망설이더니 번호를 누르는 영. 신호음이 울리고...

 

효선 여보세요?

......여보세요? 주효선씨죠?

효선(소리) 그런데요?

, 뭐라고 말할지 생각해두지 않았던 듯. 갑자기 말이 막힌다.

 

효선(소리)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 당황했는지 갑자기 밝고 명랑한 목소리가 되어.

 

영 요새 어떻게 지내세요?

효선(소리) ..?

(망했다싶은)

효선(소리) 누구세요?

(에라 모르겠다) , 안녕하세요. 여기는 에스케이텔레콤인데요.

지금 저희가 사은행사로 신형 핸드폰을 추첨해서 무료로 드리고 있거든요.

효선(소리)....?

영 이번 달 추첨에 주효선님이 당첨되셔서, 저희가 핸드폰을 보내드리려고 하는데

본인 확인을 해야 되거든요...저기..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효선(소리) (경계하는) ..그런 거 관심없는데...

영 저기, 들어가는 돈 하나도 없구요. 정말로 아무 조건없이 무상으로 드리는거에요.

효선(소리) 정말요?

영 예. 지금 바로 보내드리면, 이번 주 안으로 도착할거거든요?

본인 확인만 좀 할게요.

효선(소리) 그냥 기계만 주신다구요?

영 예.

효선(소리) 어디 가입하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니에요?

영 아니요. 그런 거 전혀 없어요. 그냥, 저희 사은행사로 드리는거에요.

...(말이 없자) ...어떻게, 전혀 관심 없으세요?

효선(소리)..지금 제가 수업 중이라서요..나중에 다시 전화 주실래요?

영 수업 중에 막 전화 받아도 되는거에요?

효선(소리) (황당해하는) ??

....그냥 지금 얼른 주소만 알려주세요.

 

빈 탈의실 /

 

인터뷰를 하고 있는 영.

 

영 솔직히 말해서 관심도 없어요. , 좋은 여자겠죠. 공짜 좋아해서 바로 걸려드는 거 보니까

, 세상물정 모르는 애같은데...하긴, 그러니까 이동희같은 놈을 만나겠죠.

둘이 잘 돼서 결혼까지 갔으면 좋겠어요. 축하해줘야죠. 저 진짜 진심이에요.

 

아파트 /

 

한가로운 아파트 전경.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나오는 효선의 모습이 보인다. 젊고 늘씬한 모습.

단지내를 지나 큰길가로 가는 효선의 뒤를 쫓는 누군가의 시선.

불안한 눈빛으로 효선을 뒤쫓는 영. 조심조심 효선을 따라가는 영의 뒷모습.

 

영어학원 /

 

창문이 달린 문 밖에서 슬쩍 교실 안을 훔쳐보는 영. 영어수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앞에서 열심히 수업을 하고 있는 외국인 강사. 외국인강사의 발음을 열심히 따라하고 있는 효선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스크림점 /

 

아이스크림 매장안에 유니폼을 입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효선의 모습이다. 효선을 지켜보다가 다가가는 영.

 

(망설이다가) 저기...

효선 예.

영 이거, 맛 좀 볼게요.

 

하면 효선, 조그만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떠서 영에게 주면 영은 효선을 유심히 지켜보며 맛을 본다.

자신을 바라보는 효선에 왠지 할말이 없어지는 영.

 

영 저기..이거...이것도 조금만...

 

효선, 군말없이 다시 아이스크림을 떠서 영에게 준다. , 아이스크림을 빨아먹으며 효선을 훔쳐보는데...

 

지하철 /

 

흔들흔들..손잡이를 잡고 책을 읽고 있는 효선. 효선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영. 정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창문에 비치는 효선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는 영이다. 효선, 핸드폰이 울리면 전화를 받는다. 희미하게 효선의 핸드폰에서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익숙한 동희의 목소리 톤이다. 신경 잔뜩 곤두세우는 영.

 

효선 나 거의 다 왔다니까 왜 그래 진짜...오빠는 어딘데? 거짓말.....진짜?

나 맨 뒷칸에 있는데... (놀라는) 정말? 여기 있어? 나 보여 지금?

난 오빠 안 보이는데? 어딘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효선. 그러나 효선보다 더 놀란 영. 허둥거리며 몸을 숨기려고 하는데-

 

효선 (웃으며) 어우 뭐야 진짜...난 진짠 줄 알았잖아.

알았어, 나 금방 도착하니까 기다려. 그래...나두 보고싶어.

 

하고 전화를 끊는 효선. , 농락당한 것 같은 기분에 민망해진다.

 

이윽고 열차가 들어와 멈춰서고...문이 열린다. 효선이 내리면 따라 내리는 영. 순간 인파 속에서 효선을 기다리고 있던 동희를 발견한다. 동희에게 들킬까봐 얼른 다시 열차에 올라타는 영. 효선과 동희, 두 사람 반갑게 만난다.

열차 문은 닫히고...영은 얼굴을 가리기 위해 플랫폼쪽을 등지고 있다. 천천히 열차가 출발하면 그제야 슬쩍 뒤돌아보는 영. 자동문의 유리창 사이로 두 사람의 모습을 찾는다.

 

보면 동희는 효선의 가방을 받아서는 대신 들어주고는 거의 안다시피 허리춤을 껴안고 있다. 계단을 향해 걸어가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 고새 장난을 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점점 속력이 빨라지는 열차에 몸을 싣고 바라보는 영. 점점 멀어지는 두 사람의 모습. , 더 확실하게 보려고 창가에 찰싹 달라붙는다.

그러다가 열차가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눈앞엔 암흑뿐이고...

 

영의 집 거실 /

 

드라마 속에선 남녀가 슬픈 이별 장면이 보이고 있고..훌쩍이면서 숨죽이고 보고 있는 엄마와 정은.

영은 혼자 비웃으며 보고 있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에 대고 이름을 부르짖으며 울자.

킥킥대며 노골적으로 비웃는 영. 그런 영을 기분 나쁘다는 듯이 보는 엄마와 정은.

 

영의 방 /

 

어두컴컴한 영의 방. 침대에 누워있는 영. , 핸드폰을 열어 이것저것 검색해보고 있다.

핸드폰엔 동희가 보냈던 문자들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

 

사랑해 / 보고싶어 / 영영 사랑해..^^ / 우리 언제 결혼하지?

 

큭큭큭 문자들을 보며 웃고 있는 영. 애절한 문자가 나올때마다 웃음을 터트리는 영이다. 그리고 모두 삭제하는 영.

 

옥상 /

 

덜컹- 육중한 문을 열고 나오는 동희. 보면, 영이 기다리고 있다.

 

동희 (다가가는) 뭐야? 바쁜데..용건만 얘기해.

 

동희, 무뚝뚝한데..영은 왠지 여유로운 느낌.

 

영 나 돈 줘.

동희 ...?

..나한테 꿔갔던 거 있잖아..다 해서 300만원정도 해. 얼른 갚아야지.

동희, 황당하다는 듯 얼빠진 얼굴인데.

 

동희 무슨 돈 얘기하는거야?

...너 노트북 살 때 내가 돈 보탠거랑 데이트할 때 짬짬이 빌려간 거..

그리고 작년 내 생일때 백화점 갔다가 내 선물은 시디 한 장 사주고

너 양복 세일한다고 내 카드로 50만원 긁었잖아. 다 하니까 대충 300 나오더라.

 

동희, 어이가 없는 듯..잠시 할말을 잃었다가.

 

동희 야, 너 노트북 다 부셔놨더라? 수리비가 샀던 거보다 훨씬 비싸서 그냥 버렸어.

그리고 너 이번 달 핸드폰비 70만원 넘게 나온 거 모르지?

데이트할때마다 내가 돈을 빌렸다구? 만날때마다 내가 술 사고, 밥 사고, 옷 사주고, 늦으면 택시로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너 지금 그 돈 내놓으라는 말이 나오냐?

 

, 동희를 비웃듯 코웃음 친다.

 

영 내가 니 방 꼬박꼬박 청소하고, 밥 해주고, 반찬 몰래 싸다 주고. 파출부노릇 다 한거 따졌으면 니 연봉도 모잘라. 그거 계산 안한것만 해도 고마운 줄 알아.

데이트할 때 니가 돈 썼다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나 너 만날 때마다 배고파서

맨날 밥먹고 나갔어. 니가 어쩌다 가끔 살때도 제일 싼것만 시키고.

그래도 너는 눈치를 그렇게 줘서 사람 기분 엿같이 만들었지.

동희 아니, 누가 눈치를 줬다 그래!

영 줬어! 조금만 비싼 거 시키면 하루종일 말도 안 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듯.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해지는 동희.

영 돈 내놔.

동희 맘대로 해. 배째.

 

,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핸드폰을 꺼낸다.

 

영 그럼 니 여자친구한테서 받아내도 돼지?

동희 ...!

(번호 누르며) 이름이 효선이... 주효선. 010...

동희 너 뭐야 지금.

 

동희, 순간적으로 영을 덮친다. 핸드폰을 뺏으려는 동희. 핸드폰을 뺏기지 않으려는 영.

 

동희 너 안 내놔? 어떻게 알았어?

영 맘대로 하래매!!! 너 그 여자애한테도 똑같이 하지? 너 밖에 모르고 지 잘난 척이나 해대고!! 사람 개무시하고!! 다 얘기할거야. 다 얘기해서 니 정체 다 폭로할거야!!

 

결국 동희, 핸드폰을 빼앗고 영은 다시 되찾으려 엎치락 뒤치락 하는데.

동희, 영의 핸드폰을 놓치고, 핸드폰은 옥상 아래로 떨어진다. 도로에 떨어져버린 핸드폰.

두 사람, 아래를 바라보면 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들이다. 황당해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동희를 바라보는 영.

동희도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 당황되기도 하는 듯.

 

동희 너 나한테 왜 이래? 아직도 나 좋아하냐?

(쏘아보며) 착각하지 마. 나 너 좋아한 적 한번도 없어.

니가 나 하도 따라다녀서, 불쌍해서 만나 준 거 뿐이야.

그러니까 너, 내 돈 떼먹을 생각 하지마.

동희 (질린다는 듯...바라보는)

 

다른 은행 ATM /

 

안쪽에 있는 은행원들..힐긋힐긋 밖을 쳐다보고 있다. 청원경찰도 ATM쪽을 경계하듯 바라보는데..

은행 유니폼을 떡하니 입고 와 있는 영.

 

청원경찰 그 쪽 은행에 뭐..문제라도 생겼어요?

동희 (짜증) 아니에요.

 

동희, 기계에서 돈을 뽑고는 영에게 다가가 봉투를 건넨다. 그 앞에서 돈을 세보는 영.

그런 영을 질린다는 듯 바라보다가.....뒤돌아 가버리는 동희. , 그런 동희를 보지 않고 끝까지 돈을 센다.

그 위로, 동희의 인터뷰 나레이션이 깔린다.

 

동희(소리)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게 헤어지나요?

 

은행 /

 

동희, 은행에 들어오면 ..손차장과 애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고 있다. 온갖 사람들이 다 붙어서 말리고 있는 모습. 그러나 동희,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은 듯...관조하는 느낌으로 그냥 자리에 앉는다.

 

박계장 형, 난리났어. 김과장이랑 손차장이랑 불륜이었나봐. 김과장 마누라 떳어.

 

박계장은 왠지 신나보인다. 머리끄댕이 잡고서 꺅꺅 소리지르는 손차장과 애엄마.

그리고 사이에서 울부짖으며 모두를 말리는 김과장.

 

동희(소리) 사랑했던 건 되게 아름다운데...그 끝은 왜 이렇게 추해지는 걸까요?

줬던 사랑이 아까워서? 줬던 사랑을 돌려받으려고?

사람 마음, 마음대로 안되는건데..단지, 자기 혼자 고통당하기 싫다...그런 건가요?

 

모두가 난리가 난 현장에서, 덤덤한 얼굴로 손차장과 애엄마의 난장판을 바라보고 있는 동희다.

 

동희(소리) 사랑한다고 열백번 얘기해도..헤어지자는 말 한마디로 끝나는게 연인관계라더니..

동희 (저도 모르게 혼잣말로 나오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만 바보가 되는거야...

 

결국 실신한 애엄마. 김과장, 놀란 마음으로 애엄마를 업고서는 밖으로 뛰쳐나가면...

그런 김과장을 바라보는 손차장의 야속하다는 눈빛. 사람들, 난장판이 된 은행 안을 천천히 치우고 있다. 엎어진 화분을 다시 세우고, 잡지들을 정리하고..점점 평소 모습을 찾아가는 은행 안이다.

 

동희(소리) 우연히 만나서, 우연히 사랑하고..우연히 헤어지고...

인생 자체가 그냥 우연의 과정인거죠. 어떤 의미 같은 건 없어요.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감쪽같이 다시 조용히 업무를 시작하는 은행 안 사람들이다.

이때.. 따르릉. 하며 울리는 동희의 핸드폰.

 

동희 (핸드폰을 살짝 막으며) . 효선아.

 

나레이션의 진지했던 톤과는 달리... 반가운 듯 핸드폰을 들고 은행 밖으로 나가는 동희.

 

시내 거리 / 저녁

 

서울 하늘에 어둠이 깔리고....하나 둘씩 켜지는 시내 상점들의 현란한 네온 사인들.

노점상들, 행인들로 활기찬 모습이다.

 

핸드폰 대리점 / 저녁

 

접수처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영. 직원이 잘 빠진 핸드폰을 영에게 내민다.

 

직원 10분 정도 있으면 개통될 거에요. 바로 사용하시면 되요.

 

버스정류장 / 저녁

 

밝고 화려한 시내 버스 정류장. 바쁘고 즐거운 사람들 사이에서 영, 혼자 정류장 의자에 앉아있다.

버스가 오건 말건 별로 신경도 안 쓰는 영. 우울해보이는 얼굴인데..

, 새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다. 그때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낯선 번호에 잠시 당황하다가...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민차장(소리) 여보세요? ..영이씨?

영 네 그런데요. 누구세요?

민차장(소리)..., 접니다. 민재혁... 저번에 뵜었던.....

.....차장님.

민차장(소리) (서운해하는) 제 번호, 저장 안 되있나봐요. (애써 웃음)

..아니요. 그게 아니고..핸드폰이 망가져서...새로 샀거든요...

민차장(소리)..그래서 전화가 아까부터 계속 안됐구나.

 

횟집 /

 

맛있게 회를 집어먹고 있는 효선. 그러나 동희은 입맛이 없는 듯...술잔만 기울이고 있다.

 

효선 오빠 왜 안 먹어?

동희 먹고 있어.

 

날름 날름 잘도 집어먹는 효선. 동희, 그런 효선을 보다가...

 

동희 오늘은 이거 니가 계산할래?

효선 (당황하는) ...?

동희 맨날 내가 샀었잖아. 오늘은 니가 좀 사.

효선 ...이걸?

동희 응. 싫으니?

효선 .....아냐...알았어 내가 살게.

동희 그래. 그럼 잘 먹을게.

 

하고 동희, 한 점 집어먹는다. 그때, 효선의 핸드폰이 울린다.

 

효선 여보세요?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그러나 상대방은 대답이 없는 듯. 효선 그냥 끊어버린다.

 

동희 누구야?

효선 몰라. 말을 안하는데.

동희 번호 찍혔을 거 아냐.

효선 번호가 안 찍히는데.

동희 번호가 왜 안 찍혀?

효선 광곤가보지.

동희 이리 줘봐. (이것저것 눌러보며) 너 핸드폰 좀 바꿔라.

효선 왜...아직 할부도 안 끝났는데.

동희 아니..잘 터지지도 않고. 자꾸 이상한 전화 오고 그러잖아.

광고도 많이 오고..번호만이라도 바꿔.

효선 ...잘만 터지는데...

 

하는데 또다시 효선의 핸드폰이 울린다.

 

동희 (긴장하는) 누구야?

효선 친구. (전화받는) - , 너무 오랜만이다-

 

반갑게 친구와 통화하는 효선. 그런 효선을 불안한 얼굴로 바라보는 동희.

 

술집 /

 

영이 술집 안으로 들어온다. 멀리서 영을 알아보고 손짓을 하는 민차장.

 

CUT TO

 

민차장 해외지점 나가는게...티오나고 신청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나름 인맥이나

비즈니스나 다 되야 되는 거거든요. 난 영이씨가 해외지점 관심있는 줄 몰랐네요.

...그냥..아직은 알아보는 중이에요.

민차장 ..나가는 거 좋죠. 영이씨 정도면 나가서 진짜 인기 죽여줄걸요. 걔네들 동양여자

엄청 좋아하거든요. 진짜로 생각있으면 얘기하세요. 내가 도울 일 있으면 도울테니까.

보니까, 영이씨 성격도 화끈한 거 같고. 잘 맞을 거 같아요.

.......저번에 회식때..그때는 진짜 죄송해요. 평소엔 이대리나 저나...

안 그러는 성격인데... 그날따라 술을 많이 먹어서....

민차장 괜찮아요. 외국나가면, 다들 그렇게 자기 감정 솔직하게 표현하고 그래서..저 익숙해요.

걔네들은 뭐, 그런 일 있으면 막 총쏴버리고 그러니까..

...

민차장 ..근데, 두분이 오래 만났나봐요?

 

버스정류장 /

 

저 멀리서 버스가 오면, 효선 자리에서 일어난다.

 

동희 저기..나 몸이 안 좋은 거 같애..

 

동희, 보면 정말로 식은땀을 흘리며 상태가 안 좋아보인다.

 

효선 ..어디 아파?

동희 응. 아까 먹은게 잘못됐나봐. 안좋네. 저기..미안한데....그냥 집에 가야 될 것 같은데..

효선 ....

동희 ..너 집에 데려다 줘야 되는데. 어떡하냐.

효선 (약간 기분상한 듯하다)....

(소리) 처음엔 좋았죠. 처음부터 나빴던 사람들이 어딨겠어요...

 

술집 안 /

쌓여있는 빈 술병과 비어있는 안주 접시가 보인다. 취해보이는 영.

 

영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제가 못 견디겠더라구요.

민차장 ....어쨌든, 지금은 헤어진거잖아요.

..그 날도 웃겨요. 어디서 표가 생겨서...생전 그런데 가지도 않는데...

놀이공원있잖아요. 막 관람차있고 그런데. 김밥까지 싸갖고 거길 간거에요.

롤러코스터를 타네 마네...하다가...대판 싸우고...그때 걔가 뭐라고 그랬더라...?

가물가물한 듯...생각에 잠기는 영. 민차장은 그런 영을 위로하듯.

 

민차장 ..잊으세요. , 이제와서 어쩔 수 없잖아요. 잊어야죠.

...아니요. 그게 아니고...그때 걔가 뭐라고 하고...또 내가 뭐라고 했었는데....

...처음부터 재미없다고..집에 가자고 티격태격 하긴 했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 그때 대판 싸우고 막 욕하고 울고 불고 했었는데....

 

문득, 말이 없어지는 영. 민차장, 영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영 하여튼...진짜 나쁜놈이에요. 이제와서 생각하면..내 시간이 아깝고..정성이 아깝고..

걔 일도 진짜 못하거든요. 설렁설렁. 대충대충. 업무끝나고 계산해보면 맨날 비거나

많거나. 그 인간 월급도 계산 모자른 거 채우느라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어요.

그때, 우리 지점에서 인출사고 난 거. 아시죠? 100만원에 공하나 더 붙여서 천만원

나간거. 그것도 이동희 그 인간 작품이잖아요. 경찰와서 조사들어가고. 우리 다 개별면 담받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그 개새끼는 진짜 민폐에요 민폐. 존재자체가.

 

한참을 신나게 얘기하다가 동희얘기만 하고있다는 걸 깨달은 영. 말없이 술을 들이켠다. 민차장도 말이 없다.

 

...,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하고 일어나 가는 영.

 

동희의 자취방 /

 

침대에서 이불을 둘둘 말아 감싸고 있는 동희. 숨쉬기도 힘든 듯, 바짝 마른 입술에 계속해서 식은땀이 흐르는 동희.

동희, 안되겠는지 억지로 일어나서는 책상이며 서랍들을 다 뒤지고 있다. 약을 찾는 듯, 약이란 약은 다 꺼내보지만, 원하는 약을 찾지 못한것 처럼 보인다. 갑자기 구역질이 나오는 동희. 화장실에서 변기를 붙잡고 목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있는 동희. 우웩- 하고 나오는 것 같은데..나오는 건 없고 침만 질질 흘린다.

화장실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괴로워하고 있는 동희. 일어날 힘도 없어 엉금엉금 기어 방으로 나간다.

 

동희, 끙끙앓다가 핸드폰을 찾아 전화를 한다.

 

동희 여보세요-

효선(소리)! 오빠!

동희 .....지금 어디야?

효선(소리) 나 지금 친구들이랑 동대문왔어. 옷 사려고.

 

주변이 시끄러운 듯, 동희의 얘기를 잘 듣지 못하는 효선.

 

동희 ...나 너무 아파서 그러는데...잠깐 와 줄수 있어?

(대답이 없자) 왜 그렇게 시끄러워... 효선아.

효선(소리) 지금 여기 무슨 연예인 왔나봐, 애들 난리났어.

(옆에 있는 친구에게) 야야, 누구야? (정신이 없다)

오빠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뚝 끊는)

동희 .....

 

약국 /

 

엄청나게 두꺼운 겨울 파카를 뒤집어쓰고 동네 약국에 나온 동희.

동희, 약사에게서 약을 건네받고 있는데. 아직도 괴로운 듯 힘겨워하며 겨우 겨우 말을 하는 동희다.

 

동희 이게 아니구요...전에 먹었던 게 있거든요.

약사 이름이 뭔데요?

동희 .....체하고..몸살났을 때 먹었던건데......그거 그때 진짜 직방이었는데...

한 요만한 크기에 주황색으로 돼서...

약사 주황색이라.....이거요?

 

약사, 다른 약을 꺼내 보여주면.

 

동희 그게 아닌데. 그게...이름이 있었는데...뭐였지...

 

가물가물한 동희, 생각이 안 나 답답하다.

동희, 약국 창가의 의자에 앉아 핸드폰으로 영의 번호를 찍는데....그러나 동희, 전화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술집 /

 

점원, 민차장에게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온다.

 

점원 저기요..아까 여자분 일행...화장실 가셨죠?

민차장 ...? .

점원 그..여자화장실쪽에 좀 가보셔야 될 것 같은데...

민차장 ...?

 

화장실 앞 복도 /

 

웅성웅성 화장실 앞에 모여있는 여자들. 민차장, 여자들을 헤치고 들어가 안쪽에 대고 소리친다.

 

민차장 영이씨! 영이씨! 안에 있어요?

여자1 아 뭐에요. 화장실 혼자 써요? 완전 민폐야...

 

그때,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열쇠를 들고 와서 문을 따면...변기위에서 완전히 뻗어있는 영.

 

민차장 영이씨! 영이씨! 장대리! 정신차려요!!

 

민차장, 영을 부축해서 일으켜 세우려는데 꼼짝도 안하는 영. 취기에 괜찮다며 손을 휘젓는데 정신도 못차리고 있다.

뒤에서 여자들은 한두마디씩 투덜대고...

 

술집 앞 /

 

, 고개도 못 들고 벽에 쭈그려 앉아있고......계산을 했는지 뒤늦게 나오는 민차장.

 

민차장 영이씨 왜 그래요. 술 많이 마셨어요?

 

민차장, 걱정스러운 듯 앞에 같이 쭈그려 앉고. 영의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치우며 상태를 확인해보는 민차장.

 

민차장 울었어요?

(도리도리)

민차장 집에 갈래요? 데려다 줄까요?

 

민차장, 영을 일으켜세우려 하면. 축 늘어져 그대로 앉아 도리도리하는 영.

 

민차장 (난감한) 언제 술을 이렇게 혼자 다 마셨냐...속은 괜찮아요? 영이씨..

 

말을 걸어도 정신 못 차리는 영. 민차장, 그런 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자신을 바라보는 민차장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다가...문득, 키스를 한다. 민차장도 처음엔 좀 놀라다가 이내 자연스럽게 키스를 받아들이고...어느새, 깊은 키스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동희의 자취방 /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하는 동희. 그때, 동희의 집 초인종이 울린다.

그러나 동희, 일어날 기력이 없다. 초인종을 몇 번이나 눌러도 반응이 없자 밖에서는 문을 쿵쿵 두드린다.

 

박계장 형! 동희형!! 문열어! 뭐야! 진짜 아픈거야?!

 

도로 /

 

꽉 막힌 도로들. 박계장, 운전을 하다가 창문을 열어 옆 차선의 택시기사를 부른다.

 

박계장 아저씨!! 아저씨!!

 

택시 기사, 조수석의 창문을 내리면 큰 소리로 물어보는 박계장.

 

박계장 근처에 응급실 있는 병원 어디 있어요?

택시기사 병원이요? (길을 쳐다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가다가- 큰 길 나오면 좌회전을 해서

그 다음 세 번째 사거리에서 또 좌회전을 해야되요.

쭉 가다가 큰 건물 있는데. 거기서 우회전 하면.. 아니. 좌회전인가?

 

하는데 동희, 뒷자리에서 담요를 둘둘 말고 식은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다.

 

동희 (짜증어린) - 문 좀 닫고 얘기해.

박계장 문을 닫고 어떻게 얘길 해.

 

하며 박계장, 대충 택시기사에게 인사하고 창문을 올린다.

 

동희 토..토할거 같아..

박계장 형, 차에다가 토하면 안돼. 나 이거 뽑은지 한달 도 안 됐다.

아우- 저 개새끼 저거. 좀 끼워주지 씨....차에 기스나겠네..

 

박계장, 좌회전을 하려고 깜빡이를 켜고 핸들을 꺽는데..절대 안 비켜주는 옆 차선의 차들.

동희, 끙끙대고 아파하다가 잠시 눈을 떠서 하늘을 쳐다본다. 도로의 가로등들이 창문을 통해 동희의 얼굴에 스쳐간다. 그러다 덜컥- ‘부산이라는 이정표가 보이면. 황당한 동희.

 

동희 야.. 부산엔 왜 가..

박계장 가다 빠질거야..새끼들이 안 껴주잖아...

동희 (불안한)

 

CUT TO

박계장의 차는 고속도로 갓길에 비상등을 켜고 세워져 있다. 밖에 나와서 3G를 잡으려고 핸드폰을 이리저리 허공에 휘저어보고 있는 박계장. 지도로 열심히 위치를 검색해보고 있다. 그러나 위치를 잡지 못하는 핸드폰. 난감한 듯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문득 카메라를 바라보는 박계장.

 

박계장 ..여기 어딘지 아세요?

 

병원 응급실 /

 

커다란 병원 건물. 그 위에 장대하게 써있는 대전종합병원.

 

박계장, 응급실 앞에서 주소를 적고 있다.

 

직원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신거에요?

박계장 예...아니, 길이..좀 복잡하게 되있더라구요.

뭐라고 하는거냐..싶은 직원의 얼굴.

 

다닥다닥 붙어있는 병원 응급실. 동희, 침대에 누워 링겔을 맞고 있다. 정신이 몽롱한지 힘들어 누워있는 동희.

 

박계장 저기..

동희 응...

박계장 어떡하지? 출근하려면..지금 가도 늦을 것 같은데. 빨리 가봐야 될 것 같애.

동희 그래.. ..

박계장 여기서 택시 타면 ktx까지 얼마 안 걸린데..

내가 ..형 많이 아프다고..가서 얘기 잘 해놓을게.

동희 그래...

박계장 전화할게..

 

하며 가는 박계장..동희, 한심한 듯 박계장을 보다가

 

동희 어우 저새낀 병원을 가자니까 대전을 오냐...아휴..

 

한숨 쉬던 동희. 침대 파티션 커튼을 쳐버린다.

 

모텔방 / 새벽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는 영. 머리도 완전 떡졌고, 상태가 말이 아니다.

옆에는 알몸으로 자고 있는 민차장. 방안을 둘러보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옷가지들.

,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억지로 침대에서 일어나 천천히 옷들을 챙긴다.

 

골목 / 새벽

 

모텔 뒷골목에서 빠져 나오는 영. 화장도 번지고 머리도 엉망이 된 처참한 모습.

술집들은 다 문을 닫고, 여기저기 쓰레기들이 엄청나게 쌓여있다. 인적 드문 텅 빈 거리를 걸어가는 영.

그때, 띠링- 하고 문자가 온다. 확인해보는 영.

 

장영고객님! 이동희님과의 3주년기념일을 축하드립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이벤트업체에서 온 문자. , 묵묵히 핸드폰 문자를 지우고 다시 걸어간다. 히끄무레한 회색빛의 새벽 하늘.

 

KTX / 아침

 

창밖의 스쳐 지나가는 하늘 모습 위로 핼쓱한 동희의 얼굴이 비친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동희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린다.

 

장영님과의 3주년기념일을 축하드립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영의 방

 

한쪽에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쌓여져 있는 책 더미들.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곰인형,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진공청소기, 발 디딜 틈 없이 걸레처럼 늘어져있는 옷가지들..

엉망인 방을 잠시 놔둔 채, 인터뷰를 하는 영.

 

영 어제요? 별일 없었어요. 그냥..술 먹고 집에 왔어요.

좀 많이 마시긴 한 것 같아요. 기억이..좀 가물가물하네요. (어색한 웃음)

 

대대적인 방청소를 하고 있는 영의 모습이 보인다.

가구마저 재배치를 할 셈인지 혼자서 낑낑거리며 책장을 옮기고 있는 영.

컴퓨터를 다시 연결하고, 쓰레기들을 분류하고 있다.

 

영 옛날부터 좀 바꾸고 싶었어요. 고등학교때부터 이 배치여서..좀 질렸었거든요.

좀 신선한 느낌도 있고..좋은 일도 생겼어요. (만원짜리를 펼쳐 보인다) 침대 아래서 나왔어요.

(귀걸이 한짝을 보이며) 한짝을 드디어 찾았구요.

(시디를 보이며) 이게 이동희가 생일때 선물해줬던 건데..껍데기만 남고

시디가 없어졌었거든요. 2년만에 나왔죠. ..지금 처음 들어보는 거에요.

 

, 오디오의 볼륨을 높이면 더욱 크게 들리는 음악소리. 다시 청소를 시작하는 영.

 

부웅부웅- 울리는 영의 핸드폰. , 청소를 하다 말고 핸드폰을 보면, 민차장의 전화다.

전화를 받지 않는 영. 혼자서 계속 울린다.

 

은행 /

 

자리에 앉아 묵묵히 일하고 있는 영. 박계장이 스윽- 다가온다.

 

박계장 저기...동희형이 이따 오후에 저번달 실적 통계 낼 것 같은데..

...(정말로 어리둥절한)...근데?

박계장 누나꺼 실적도 필요하니까..지금 갖다 놓으려구요.

..이대리!

동희 (일하다 쳐다보는)

영 내 저번 달 실적은 정리할 게 있어서..나중에 주면 안될까?

동희, 갑자스러운 영의 직접적인 대화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의연하다.

 

동희 ..그래. 편할 때 줘.

 

하면 박계장, 왠지 무안한 듯 자리로 돌아간다.

 

동희 ...니가 달라고 했어?

박계장 응.

동희 왜 시키지도 않은 짓 하면서 오버하고 그래?

박계장 ..아니..둘이 말을 텄으면 텄다고 얘길 해야지.. 언제 화해했어?

동희 영을 바라본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영.

그런 영을 보며 동희도 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듯 앞에 벨을 누르며...

 

동희 415번 손님-

 

앉아 일만 열중하는 영과 동희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며 그 위로 웨딩 행진곡이 흐른다.

 

예식장 /

 

예식을 지켜보고 있는 은행 사람들이 보인다. 점장과 동희, 박계장, 미스최 그리고 영..기타 등등의 사람들..

주례사 앞에 신랑과 함께 다소곳이 서 있는 손차장의 모습이다.

 

김과장 나 이혼당했어.

 

박계장과 동희, 놀라 김과장을 바라본다.

 

김과장 ..나 이제 어떡하냐.

 

착찹해하는 김과장에 동희, 어깨를 두드려준다.

그러다 멀리서 영이 들어오는 것을 보는 동희. 영과 동희, 눈이 마주친다. 동희쪽으로 다가오는 영.

 

영 저기..

동희 어..

영 잠깐..얘기 좀 할 수 있어?

동희,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며 영을 따라 나가는데...

 

CUT TO

, 봉투 하나를 꺼내 동희에게 내민다. 동희, 왠건가 해서 받아본다. 안을 보면..돈다발이 들어있다.

 

영 진작에 줬어야 했는데..오늘 부주 찾으면서야 생각이 나서..찾아왔어. 300만원.

동희 (당황하는)..

영 이거 나 안 받아도 돼. 그냥 미워서 괴롭히려고 그랬던거야.

동희 ..괜찮아. 그냥 너 가져. (하며 주려는데)

(단호한) 아니야. 처음부터 받는게 아니었던 거 같아.

동희 ..(잠시 망설이다가 넣어두는) ..그래 그럼. 받을게..

..여자 친구랑은 잘 지내?

동희 ....

..나도, 만나는 사람 있어.

동희 (놀라는) ...진짜?

영 응. 생겼어.

동희 .....

영 우리 둘 다 정말 잘됐다. 좋은 사람 만나서.

동희 ..그래.

밝은 영의 태도에 동희. 아무말도 못하고 벙찐 얼굴이다. 안에서 폭죽소리와 함께 박수소리가 나면...

 

영 들어가자. 끝났나보다. 나 부케받아야 되잖아.

 

밝은 표정으로 들어가는 영. 그런 영을 동희, 왠지 꺼림찍한 얼굴로 쳐다본다.

 

CUT TO

자리로 돌아오는 동희. 박수를 치고 있는 박계장에게 슬쩍 다가간다.

 

동희 .... 장대리 남자 생겼다는데.

박계장 ...정말?

동희 ... 누군지 알아?

박계장 ...모르지.

동희 ...저 새낀가?

 

힐긋, 눈짓을 하는 동희. 보면 멀리서 손차장을 축하해주고있는 민차장이다.

 

박계장 에이...아니야.

동희 ..진짜? 확실해?

박계장 ..확실해. 영이누나가 머리에 총 맞아도 다시는 은행사람은 안 만난다고 그랬어.

동희 ...

동희의 방 /

 

동희 일부러 나한테 남자생겼단 얘길 할 필요는 없는거잖아요. 그거, 자기한테 관심을 가져달라. 그런거 거든요. 하튼, 걔가 그래요. 아닌 척 하면서, ‘잘됐다. 우리 둘 다 좋은 사람 만나서.’ 그러면 뭐.

내가 넘어가서 어이쿠. 내가 미쳤지. 하면서 다시 매달린데요? 언제적 수법이야 그게..

 

가소로워하는 동희인데...보면 동희,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모니터에는 페이스북 이메일 로그인창이 보이고....

아이디와 패스워드의 빈자리에 커서가 깜빡인다. 동희, ...패스워드를 쳐보는데...틀렸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동희 ...걱정이 되죠. 그렇게 순진하게 해갖고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나 싶고..

걘 진짜 나 만나서 그렇지 정말 나쁜 놈 만났으면 진작에 사기당하고 재산탕진했을걸요.

 

몇 개의 패스워드에도 로그인이 안되면...노트를 보며 다시 연구를 하는 동희. 노트에는 각종 패스워드 조합들이 빼곡이 나열되어 있다. 동희, 다시 패스워드를 치면, 장영 회원님 로그인 되었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뜬다. 화색이 도는 동희. 진지한 얼굴로 영의 페이스북을 보는 동희인데...어찌된 일인지 싹- 비워져 있다. 사진이나 글이 하나도 없다.

낭패스러운 동희의 얼굴.

 

동희 뭐, 진짜로 좋은 사람 만난 거라면...그러면 좋은 거구요. 그럼...잘 된거죠.

걔도 나 만나서 그동안 고생 많이 했으니까. 잘해주는 사람 만나면 좋은거죠 뭐...

 

뭔가 미련이 남는 듯. 마우스를 놓지 못하는데...그러다 문득 구석에서 뭔가를 발견한 듯 얼굴이 의아해진다.

보면, 컴퓨터 뒤쪽으로 진열장에 상자 하나가 보인다. 이게 뭐지? 싶은 동희.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듯..상자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영이가 예쁜 글씨로 메모해놓고 정리해놓은 약들이다.

하나하나 약 껍질에는 '체했을때' '독감 걸렸을때' '감기 기운있을때' '머리아플때' '머리가 정말 아플때'

등등으로 메모가 되어 있다. 영의 글씨체다. 저번에 찾던 주황색으로 된 소화불량 약도 발견하는 동희.

동희, 잠시 생각에 잠기는데..

 

거리 / 아침

 

관광버스가 주차되어 있고...짐들을 버스에 싣는 사람들의 모습. 관광버스에는 ‘00은행 교육연수워크샵이라는 플랫카드가 걸려있다. 카메라 앞에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이 나타난다. 앳되고 어리숙해 보이는 인턴.

 

인턴 그냥 얘기하면 되요? 안녕하십니까.

00은행 29기 신입으로 들어와 송파지점에서 첫 출근을 앞두고...

 

말을 자르고 옆에서 깐죽대는 박계장.

 

박계장 니 소개를 왜 하냐...그냥 우리 워크샵간다고 설명해.

인턴 예! 이번 워크샵은 신입 연수생들의 교육을 위한 워크샵으로...

선배님들의 가르침과, 신입의 패기넘치는...

박계장 (끼어들며) 비켜. 내가 할게. 워크샵이요. 친목이 주된 목적이고..보통 가면 딱 세가지를 하는데 술 먹고, 라면으로 해장하고..해장되면 족구하고. 뭐 그 정돕니다.

 

씩 웃으며 이 정도는 되야지..하는 얼굴의 박계장. 인턴, 박수친다.

 

관광버스 시골 풍경 /아침

 

버스에 앉아있는 행원들. 앞에서는 인턴이 노래를 부르고 있고...

사람들, 모두 자거나,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아무도 인턴의 노래를 듣지 않는다.

멍하니 창밖을 보던 영을 툭툭치는 동희. , 고개를 들면 동희가 활짝 웃음 지으며 음료수를 영에게 건네고 있다.

 

동희 이것 좀 먹으라고. 과자도 있는데 좀 줄까?

 

하면서 음식들을 영에게 챙겨주는 동희. , 그런 동희가 의아한데...영의 핸드폰이 울린다.

 

동희 어? 누구? 남자친구?

 

보면, 민차장에게서 온 전화. , 급히 전화를 끊는다.

 

...아니, 괜찮으니까 더 먹어.

동희 아니야, 너 먹어. 난 많아서 그래. 너 먹어. 많이 먹어. 이거 다 먹어도 돼

 

하며 영에게 억지로 음식들을 안기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 황당하다는 듯 그런 동희를 돌아보고.

다시 울리는 핸드폰. , 다시 핸드폰을 꺼버리는데...그런 영의 모습을 힐끔- 지켜보고 있는 동희.

 

숙소 마당 / 아침

 

숙소로 버스가 들어선다. 이미 도착해있는 다른 지점의 버스들. 버스에서 짐을 내리고 하느라 다들 정신없는데....

 

박계장 와...공기 좋다. 이런데선 술 마셔도 안 취하잖아.

동희 ...그래 술 먹고 죽자 죽어.

박계장 어?! 민차장님!

 

보면, 다른 버스에서 짐을 내리는 사람들 중에 민차장이 보인다. 손을 흔드는 박계장. 그리고 동희.

 

박계장 그쪽 지점 술 많이 갖고 오셨어요? 우린 짝으로 갖고 왔는데...

 

민차장을 발견하고 인사하는 박계장 동희, 그리고 다른 사람들 몇몇의 모습들..

 

강당 /

 

빽빽이 앉아있는 츄리닝 차림의 은행원들. 앞에 지점별로 피켓을 세우고는 앞에서 나눠준 프린트물을 보고 있다.

동희, 문득 어떤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돌리면 다른 지점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웅성 영을 보며 수다를 떨고 있다.

동희를 가리키다가 동희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돌리는 다른 지점 사람들.

 

동희 ...왜 저래?

 

사람들,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서면 동희도 생각을 털어내며 일어서고....

 

숙소 /

 

이미 얼큰하게 벌어진 술판들. 한 쪽에서는 라면을 끓여먹고, 또 한쪽에서는 술을 나르고, 심각하게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얘기를 하고 있는 무리들, 둥그렇게 둘러앉아 게임을 하고 있는 무리들...동희도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이때 심각한 표정으로 동희에게 다가오는 박계장.

 

박계장 형...잠깐만 나와볼래.

동희 왜?

박계장 잠깐만.

 

하고는 박계장, 밖으로 나가면 왜 저러지...하는 동희의 얼굴.

 

숙소 복도 /

 

동희, 나와보면 박계장이 인턴과 함께 있다. 심각한 얼굴로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는 박계장.

동희가 나오자 긴장한 모습의 인턴. 꾸벅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박계장 야, 아까 한 얘기 다시 해봐.

인턴 (곤란한) ...아니..계장님..이건 아닌 거 같아요.

박계장 말 하라고.

 

험악한 분위기에 동희,

 

동희 뭔데?

박계장 (느닷없이) 영이누나 사귄다는 사람이..민차장이었어?

동희 (황당한) ?

인턴 (끼어드는) 아니, 계장님 그게 아니구요...아 참..나 진짜 미치겠네.

동희 (놀라 어리둥절한 사이에)

박계장 둘이 벌써 잤대.

인턴 (버럭 성질) ..계장님 진짜..말하지 말라니까!

 

경고하듯 인턴을 응시하는 박계장. 동희는 잠시 놀란 듯 하더니 이내 쿨한 척.

 

동희 뭐...잘 수도 있는거지. 둘이 성인이고...또 나랑 옛날에 헤어진거고...

박계장 아니 그게 아니라...그 새끼가 영이 누나 사진까지 찍어선 사람들 보여주고 다니나봐.

동희 ...?...?

박계장 ..맞지?

인턴 ...(끄덕이는)

동희 무슨 사진?

박계장 씨발 무슨 사진일까. ?

동희 ....니가 직접 봤어?

인턴 ...아니요.

동희 그럼?

박계장 과장님한테 들었대.

동희 과장? 김과장?

 

잠시 생각하던 동희. 성큼성큼 다시 방 쪽으로 향하는데....

 

숙소 마당 /

 

술이 벌겋게 달아오른 김과장. 유유자적 담배를 피며

 

김과장 나도..직접 보거나..그런 거 아니야. 그냥...얘기만 들은거지...

박계장 그러니까..그냥..편하게..말씀해주세요. 진짜 이거 보통일이 아니잖아요.

형이랑 누나 사이 너나 할 것 없이 다 아는데...

동희 ....

박계장 아니, 그리고 사진. 그거 동의하에 찍었는지 아닌지...아니면 그거 범죄에요 범죄.

김과장 둘이 사귀고 그러는 건 아니야.

동희 ...그럼요?

김과장 ...그냥 한번 한거지.

동희 ...!! 그게 무슨 말이에요?

김과장 ...(망설이다) 여기 오기전에 장영씨 해외지점 전근 신청했어. 아무데나 상관없다고.

자리 나면 바로 가겠다고 그랬는데. 사람을 사귀겠어? 술 먹고 어쩌다 실수한거겠지.

동희 ...그거...과장님이...어떻게 그런 걸 다 아는데요? 누구한테 들은 거에요?

김과장 (난처한) . 그게....그러니까...그냥 우연히 들었다니까...

동희 그니까. 누구한테서요?

김과장 (망설이다) ...손차장.

 

그러나 동희, 차분하고..냉정해진 얼굴이다.

동희 ...손차장님이요?

김과장 응.

동희 ...거짓말 아니죠

김과장 내가 왜 거짓말을 해?

동희 손차장님 여기 없다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김과장 손차장이랑 민차장이랑 둘이 엄청 친한 거 몰라?

사진인가 뭔가, 그것도 손차장은 봤다더라.

동희, 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동희 ..손차장 집 전화번호 좀 줘보세요.

김과장 (당황하는) 내가..그걸..어떻게 알아..

동희 (버럭) 아는 거 다 아니까 그냥 달라고요!!

 

무섭게 말하는 동희에 김과장.. 어쩔 줄 모르며 핸드폰의 주소록을 찾아본다.

 

손차장의 집 /

 

고요한 한밤중, 갑자기 째지듯 울리는 전화기 소리.

안방 문이 열리고 잠옷 차림의 손차장모, 주섬주섬 나와 불을 켠다. 갑작스런 전화 소리에 긴장한 모습.

 

손차장모 ...여보세요? ....??

 

방문이 열리고 손차장의 동생인듯한 남자가 나온다.

 

손차장동생 누구야?

 

안방에서 손차장부도 나와보고...점점 거실에 온 가족이 모이는 느낌.

 

손차장모 ...(황당해하는) 희연이 호텔이요? ...무슨 일로 그러시는데요?

(전화기 떼고) 희연이 어떤 호텔인지 알아?

손차장부 누군데 그래?

손차장모 ...무슨 급한 일이 생겨서..희연이한테 연락을 해야 한다는데...

은행에 강도..들었다고..그런 얘길 하네..

손차장부 무슨 소리야 그게..(전화기를 뺏어드는) ..여보세요? 거기 누구세요?!!

 

숙소 마당 /

 

심각하게 전화를 하고 있는 동희. 그런 동희를 대단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 김과장 및 박계장. 그리고 인턴.

 

동희 예, 114? 몰디브 국가번호 좀 알려구요. . 몰디브.

 

호텔방 /

 

아름다운 야경의 몰디브 밤바다가 보이고...저 멀리 화려한 호텔이 보인다.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침대의 신혼 커플.

요란한 벨소리에 잠이 깨는 신랑. 갑자기 왠 전화냐 싶어 놀라 전화를 받는다.

 

신랑 여보세요? ...?

 

신랑, 손차장을 흔들어 깨운다.

신랑 일어나봐. 서울에 큰일났나봐. 전화 받아. 은행에 강도들었대.

손차장 ..(벌떡 깬다) ? (일어나 전화 받는) 여보세요?

동희(소리) 차장님 난데요. 동희.

손차장 ..어어..그래.

동희(소리) 차장님. 민차장이 영이랑... (말꺼내기 힘들어하다가) 잤어요?

손차장 (벙찐..)...?

 

숙소 마당 /

 

동희 지금 과장님이랑 같이 있는데요. 피로연때 과장님한테 그런 얘기 했다면서요.

 

호텔방 / 숙소 마당 /

 

손차장. 아직 상황파악이 안되는 듯 어리둥절한 모습이고.. 신랑도 잠이 다 깨버렸는지 방 불을 켠다.

 

손차장 ..갑자기 무슨 얘기야 그게..

동희(소리) 대답하세요. 둘이 잤어요? ?

 

손차장, 황당한 듯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데...신랑이 점점 의심의 눈초리로 변하자..불안해지는 손차장.

 

손차장 .....

동희 ..민차장이 그래요? 직접?

손차장 ......

동희 (힘이 쭉 빠지는) .....그럼. 지금 둘이 사귀는 거에요?

손차장 ..그런 건 아니고.

동희 ..그럼 뭐에요?

 

대답이 없는 손차장에 동희는 답답한 듯...손차장은 손차장대로 신랑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말을 못한다.

 

신랑 뭐야? 무슨 일이래?

손차장 저기, 이대리...서울가서 얘기하자..지금..밤중에...정신도 없고...

동희 ..사귀는 건 아니구..그럼 뭐냐구요.

손차장 그 얘긴 서울가서 하자니까...그것보다 강도 들었다며..

동희 씨발 강도고 뭐고 둘이 잔건지 안 잔건지 대답 하라니까!

민차장인가 그 개새끼가 장영 사진까지 찍었다며!

 

소리 빽 지르는 동희에 손차장. 깜짝 놀란다. 신랑에게까지 들린 동희의 목소리. 신랑. 얼굴이 험악하게 변한다.

 

신랑 전화기 줘봐.

동희 (진지하게) , 손차장. 이 시간에 니네집에 전화해서 호텔번호 받은 거거든?

지금 전화 끊으면 나 무슨 짓 할지 몰라.

신랑 (손 내밀며) 일루 전화기 달라니까..

손차장 (신랑 손을 피하며) 지금 이대리 나한테 반말한거야?

동희 ...

손차장 두 사람이 자든 말든 이대리가 무슨 상관이야? 그래, 둘이 잤대.

장대리가 먼저 꼬셔서 자놓고는 연락도 안하고 씹는다고 민차장이..힘들어서..술먹고

나한테 고민 얘기한거야. 그리고 뭐 사진? 뭐 별 볼거나 있었는 줄 알아?

찍힌 사람이 칠칠치 못한거지, 이게 지금 남의 신혼여행에 전화해서

이대리가 물어볼 얘기야?

 

신랑, 도대체 뭔 얘긴가...하는데...동희, 힘이 쭉 빠지는 듯...핸드폰을 놓치면..김과장, 그 전화기를 받는다.

 

김과장 희연아! , 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냐? ? 너 땜에 나 이혼했어!!

너 땜에 나 인생 망했어 알아?! 나 이제 너밖에 없어!! 나 너 진짜 사랑해. 진심이야.

 

울먹이는 김과장. 그러다 목이 메이자 전화를 끊어버린다. 이 씨...하면서 눈물을 닦는 김과장.

 

손차장, 마지막으로 김과장의 목소리를 듣고..전화가 끊기자..그제야 신랑을 돌아본다.

심각한 얼굴의 신랑. 손차장, 조심스레 전화를 끊는데...왠지 긴장된 두 사람.

 

한편. 동희는 쇼크를 먹은 듯...멍한 상태다. 묵묵히 전화기만 바라보는 동희.

 

박계장 ..뭐래? 진짜 잤대?

 

동희, 대답을 못하는데..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 동희의 뒷모습을 박계장과 사람들....걱정스러운 듯 바라본다.

 

숙소 /

 

민차장, 여사원들과 어울려 게임을 하고 있다. 누군가 벌칙을 받자 우하하- 웃으며 즐거워하고 있는 민차장.

동희, 방에 들어와 민차장에게 다가간다.

 

동희 (조용히) 차장님. 잠깐 얘기 좀 하죠.

민차장 어. 이대리. , 이쪽은 송파지점 이동희 대리고...여기는..

동희 됐고. 나가자구요.

 

말리러 온 박계장과 인턴. 조만간 시비가 붙을 것 같은 조짐에 박계장, 미리 나서서 동희를 말린다.

 

박계장 형 하지마. 참아. ?

 

손짓으로 가만 놔두라는 동희. 동희의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태도에 박계장도 선뜻 말리지 못하고....

 

동희 좋은 말로 할 때 나가자구요.

민차장 ..이대리... 지금 뭐라고 그랬어?

동희 차장님, 장영이랑 사겨요?

민차장 (당황하는) 장영? ..장대리? 이대리 미쳤어? 내가 왜 그 사람이랑 사겨..

동희 그럼 그냥 갖고 논 거냐?

민차장 (그제야 얼추 상황이 짐작가는 듯) 그래. 알았어. 밖에 나가 자세히 얘기 해줄게.

 

민차장, 동희를 진정시키려 어깨를 토닥이면.

 

동희 핸드폰 내놔.

민차장 ...?

동희 핸드폰 내놓라고. 사진 찍었다며. 내놔.

민차장 이대리가 어디서 무슨 소릴 들은 모양인데...이대리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냐.

지금 뭘 좀 오해하는 거 같은데...알았어. 나가서 얘기하자. ? (사람들에게) 좀 이따

다시 올거니까 니들 기다려 어? (동희를 안으며) 나가자 나가.

동희 (뿌리치는) 씨발 개새끼야. 핸드폰 내놓으란 소리 안 들려?

민차장 (욱하는) 이동희씨. 술 취하면 위 아래 없어요?

 

하는데 순간 동희의 얼굴이 굳는다. 보면, 민차장도 굳은 얼굴. - 하고 주먹을 날리는 동희, 민차장, 나가떨어지는데....동희, 그런 민차장을 덮치며 계속해서 주먹을 날리고, 사람들은 달려들어 두 사람을 말린다.

 

동희 씨발, 니들도 다 똑같은 놈들이야 이 개새끼들아!!

 

박계장과 인턴도 동희에게 맞아 나가떨어지고...민차장, 동희에게 붙잡혀 계속 맞다가 같이 패면- 두 사람, 뒤엉켜 떼굴떼굴 구른다. 결국 피떡이 된 채 민차장, 괴로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데 동희는 씩씩거리며 민차장의 주머니를 뒤진다. 손에 쥔 핸드폰이 손이 부들부들 떨려 제대로 누룰수가 없다.

 

동희 씨발..씨발!!

 

아예 핸드폰을 마구 부수는 동희. 핸드폰 파편에 손이 피투성이가 된다. 사람들, 질린 다는 듯 그런 동희를 바라보고..민차장도 황당한 듯 그런 동희를 멍하니 바라본다. 조용히 동희를 바라보는 사람들. 동희, 주루룩- 눈물이 흐른다. 소매로 슥 닦는 동희. 사람들을 헤치고 나서면 스스로 길을 터주는 사람들이다. 동희, 밖으로 나간다.

 

복도 / 영의 방 / 숙소 마당 /

 

방문을 벌컥 벌컥 열며 다짜고짜 영을 찾는 동희.

 

동희 야! 장영!!

 

불 끄고 이불속에 들어가자고 있던 여사원들이 놀라 부스스 잠을 깨고. 다른 방문을 벌컥 열면 술 마시고 있는 분위기에 뚱하니 동희를 쳐다보는 사람들. 또 다른 방문을 열면 임원과 간부급들이 술을 마시는 진지한 분위기.

동희, 개의치않고 닥치는대로 문을 열어보며 영을 찾고 있다.

 

임원진들과 얘기하고 있는 사원들. , 양주를 따라주며 인생상담 비슷한 분위기로..진지하게 듣고 있다.

갑자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고..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동희가 씩씩거리며 모습을 드러낸다.

화들짝 놀라며 동희를 쳐다보는 사람들. 동희, 영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동희 야 장영.

(동희의 몰골에 놀라 멍하니 쳐다보는데)

동희 ...너 똑바로 말해. 너 사귄다고 했던 사람이 민차장이야?

....(황당한)

동희 대답 안 해?!

(놀라 동희를 올려다보기만...)

임원 어이 자네 뭐야! 술 먹고 남에 방에 와서!

 

동희, 다짜고짜 영의 손을 잡고는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사람들이 미처 말릴 새도 없이 동희에게 끌려 나가는 영.

 

영 야.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 이거 놓고 얘길 해봐!!

동희 ...(씩씩대며 끌고가는)

영 이거 놓으라니까!! 너 진짜 왜 이래!!

 

소리 버럭 지르며 동희의 손을 뿌리치는 영. 어느새 두 사람은 숙소 밖으로 나와있다.

 

동희 ......왜 그랬어? ? 왜 그런거야?

...뭐가?

동희 지금 그 민차장 개새끼가...(눈물이 고이는) . 그 새끼가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 줄 이나 아냐? 씨발, 너보고 사람들이. 씨발. (목이 메이는) 대답해. 왜 그랬어? ?

 

동희의 반응에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가는 영. 오히려 차분해지는 영이다.

 

....니가 뭔데 이래? 그 사람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하건 말건, 니가 무슨 상관이야?

너 지금 무지 오버하고 있는 거 알아?

동희 씨발!!! 이 병신아!!

!!

동희 그래 씨발, 나 상관없어. 니가 어떤 놈 만나서 배신당하던 상처받던 나 상관없어.

근데. 사람 좀 가려가면서 만나면 안되냐? 꼭 그런 개양아치 같은 새끼를 만나서

좆같은 소문이나 돌게 해야되? 너 바보야? 머리 안 돌아가?

지금 니가 무슨일을 당한 건지 알기나 하냐고!!

...내가 무슨 양아치랑 자고. 무슨 얘기가 돌든. 내 일이야.

이제 너랑 나...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야. 지금 이럴 권리도 너한테 없어.

냉정하게 대꾸하는 영에 동희도 그제야 진정되는 듯...차가운 눈으로 영을 바라본다.

 

동희 ...그래...내가 미친놈이다. 너따위 년한테 이러는...내가 미친놈이야.

 

하고 뒤돌아가버리는 동희. 어둠속으로 걸어가는 동희 뒤에다 대고 소리지르는 영.

 

영 그거 이제 알았냐? 너 원래 그런 새끼였어! 맨날 너밖에 모르고, 이기적이고!!

, 넌 안 그랬냐? 넌 니 맘대로 안하고 다녔어?! 이동희! 너 나한테 이럴 자격 없어

왜 갑자기 쳐들어와서 사람 이상하게 만들어? 니가 뭔데!! 니가 뭔데 지랄이야!!

 

보면 어느새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영. 눈물에 무너지듯... 자리에 주저앉아 처절히 울기 시작하고...

 

걸어가는 동희의 뒤에서 영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굳은 얼굴의 동희. 저 뒤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차 한대가 다가오고 있다. 동희, 손짓을 휘저으며

 

동희 아저씨! 서울이요! 서울!

 

하지만 무시하고 그냥 달려가 버리는 승용차. 동희, 씩씩대며 국도변을 걸어가버리고....

 

숙소 마당 /

 

앰뷸런스 불빛이 반짝이고..민차장이 들것에 실려 앰뷸런스에 태워진다. 몰려나온 사람들...

산만하고 어수선한 배경으로 인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턴 이대리님이 민차장님을 때렸어요. 이대리님이 장대리님이랑 사겼었는데 민차장님이랑 장대리님이 랑 잤다는 얘길 전해듣고는 이대리님이 손차장님한테 전화해서 확인해봤거든요. 근데 손차장님은 결혼해서 신혼여행중인데 그 전화에 대고 김과장님은 손차장님한테 사랑한다고 그랬어요. 결국에 이대리님이랑 장대리님은 사라졌고 김과장님도 어디갔는지 안 보여요.

...은행이 이런덴 줄 전혀 몰랐어요. 왠지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생각 외로 흥미진진한 곳이라는 듯..인턴, 표정이 밝다.

 

국도변 /

 

국도변 갓길을 씩씩거리며 걸어가는 동희. 멀리서 차 한 대가 오면 손을 흔들어보지만 엄청난 덤프트럭이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면 무서워되려 몸 사리는 동희. - 하니 그냥 지나쳐버리는 덤프트럭.

 

동희 개새끼야! 운전 똑바로 안 해? 사람 죽일 일 있어?

 

그러나 덤프트럭은 저 멀리 이미 사라졌고..고요해진 국도변이다.

 

가드레일에 앉아있는 동희. 동희, 주머니를 털어보면 고작 동전 몇 개가 나올 뿐이다.

가방도 없고, 맨발에 발꼬락 삐쭉 나오는 찢어진 슬리퍼 차림이다. 동희. 괴로운 듯 한숨을 쉰다.

승용차가 지나가지만 히치하이킹을 하지 않고 그냥 보내는 동희. 묵묵히, 그냥 앉아있다.

 

시골길 / 국도변 /

 

길은 가로등도 없고, 양 옆에 논밭이 있는 컴컴한 어둠뿐이다. , 길을 잃었는지 훌쩍이며 불안한 얼굴로 두리번거리고 있다. 전화가 울린다. 보면, 동희의 전화다. 잠시 망설이다가....전화를 받는 영. 그러나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

동희 ...

 

동희도 아무말을 하지 못하고...서로의 숨소리만 들리는데...

 

동희(소리) ..어디야.

영 그냥..길이야.

동희(소리) 왜 안 들어가고 밖에 있어.

...그냥... 못 들어가겠어.

동희 ...

영 넌 어딘데.

동희(소리) ..그쪽으로 갈게.

영 너 어디냐구.

동희(소리) 나도 그냥 길이야.

영 내가 갈게.

동희(소리) 그러다가 길 엇갈려. 그냥...아까 우리 헤어졌던데...거기서 보자.

 

, 일어나서 주변을 살펴보는데. 온통 암흑 천지에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안된다.

 

동희(소리) 거기 어딘지 기억나지? 올 수 있겠어?

.....

동희(소리) 그래. 그럼 거기에서 봐. 나 지금 갈게.

영 응. 나도 갈게.

 

, 뒤돌아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고....동희도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국도변 / / 새벽

전화를 끊은 동희. 일어나 걸어가기 시작하는데...점점 빨라지는 동희의 발걸음.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한다. 옆으로 시원하게 달리는 차 들.

 

저 멀리 터널이 보인다. 동희, 터널 밖으로 나오는데...두리번거리는 동희. 그러나 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동희, 영에게 전화를 해본다. 근처 어디에선가 핸드폰이 울린다.

 

소리 여보세요?

 

핸드폰안이 아니라 근처에서 영의 목소리가 들리면 동희 핸드폰을 끊고.

 

동희 야! 너 어딨어!!

영 여기!!

 

동희, 소리가 나는 쪽을 자세히 보면- 국도변 도로 아래 논밭 사잇길에 있는 영이다.

동희, 영에게로 가려고 하는데 근처에 가드레일이 막혀 갈수가 없다.

 

동희 너 거기 어떻게 들어갔어?

..몰라. 그냥 아까 거기서 쭉 걸어온거야.

동희 (억지로 가드레일을 넘으려 하면)

영 조심해! 거기 미끄러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쭉- 미끄러지는 동희. , 얼른 동희에게 다가가 부축한다.

 

영 야, 괜찮아?

 

손에 잔뜩 진흙투성이가 묻은 동희. 쪽팔린지 툭툭 치며.

 

동희 에이씨...미리 얘길 해야지.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는데...

 

CUT TO

새벽빛이 밝아지고 있다. 두 사람, 숙소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동희, 가다가 갑자기 멈춰서서는

 

동희 어우- 나 도저히 못 들어가겠다. 술 깨니까 쪽팔려서 미치겠네.

....

동희 .....돈 좀 가진 거 있어?

(주머니를 뒤지면 만원 몇 장이 나온다)

동희 ....차비는 되겠네.

....?

 

기차역 / 아침

 

따사로운 햇빛에 울창한 나무가 있는 평화로운 기차역. 사람도 한명 없다.

두 사람, 기차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 동희, 핸드폰으로 문자 보내고 있으면

 

..누구?

동희 ...박계장, 니꺼랑..내꺼 짐 좀 챙겨달라구.

 

잠시 두 사람 사이, 어색한 듯 침묵이 흐르는데...

 

동희 야, 근데..너 그거 기억나냐?

?

동희 우리 그때...마지막에...대판 싸웠었잖아. 그거...우리 왜 싸웠던거야....?

...나도 그거 기억이 잘 안나던데?

동희 그지? 싸웠던 거는 다 기억이 나는데...왜 싸웠는지는 진짜 생각 안나더라.

 

웃기다는 듯...서로 피식 웃는 두 사람. 바람이 평화롭게 산들산들 부는데...

 

기차 안 / 아침

 

승객들이 듬성듬성 앉아있는 기차 안. 가족들, 연인들, 군인들...평화로운 모습이다.

각자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졸고 있는 두 사람. 영과 동희. 피곤했는지 서로에게 기댄 채 정신없이 자고 있다.

 

(소리) 너 그거 알아? 헤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만날 확률이...82%.

동희(소리) ..그래?

(소리) 근데 그렇게 다시 만나도...그 중에서 잘되는 사람들은 3%밖에 안된대.

나머지 97%는 다시 헤어지는거야.

동희(소리)?

(소리) 처음에 헤어졌던 거랑 똑같은 이유로.

동희(소리) 그렇지.....사람이라는게...쉽게 안 변하니까...

 

지하철 역 / 아침

 

양 옆으로 지하철이 다니고, 중앙통로 형식의 지하철 플랫홈.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두 사람이다. 열차가 들어오면..., 동희를 바라본다.

 

영 들어가.

동희 (머뭇거리는) .....가는 거 보고 갈게. 너 먼저 가.

 

묵묵히 앉아있는 동희. 그 사이, 열차에 사람들이 오르내리고..사람들 바삐 움직이고..다시 한산해지는 플랫홈이다.

 

동희 ...집에 가서 뭐할거야?

영 그냥 뭐....자던가.

동희 (머뭇거리는) ...그냥..우리집 같이 갈래?

(잠시 말이 없다가) .....무서워.

동희 뭐가?

..넌 우리가 그 3%안에 들 수 있을 거 같애?

 

말없이 영을 바라보는 동희. 그런 동희를 똑바로 쳐다보는 영. 동희도 말이 없다.

 

동희 ...너 그거 알아?

?

동희 ..로또 있잖아. 로또가...당첨확률이...팔백십사만분의 일이다.

근데 그게...매주 일등이 몇 명씩 나오잖아. 대단하지 않냐? 팔백십사만분의 일이면...

...?

동희 그니까...3%...그 정도면 되게 큰 숫자야. 엄청나게...큰거야.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영. 동희도 말없이 묵묵히 영의 대답을 기다리는데....그때, 열차가 들어오고....문이 열린다.

동희, 자리에서 일어나 영에게 손을 내민다.

 

동희 가자. 같이.

 

잠시 망설이던 영. 결심을 굳힌 듯. 손을 잡으면...두 사람, 같이 열차로 뛰어 들어간다.

문이 닫히기 전, 아슬아슬 열차에 올라타는 두 사람. 이윽고 열차가 출발하고....두 사람, 그제야 붙잡고 있던 손을 바라본다. 서로를 바라보고 미소짓는 두 사람.

 

열차는 지하로 들어가고....

 

동희의 집 / /

 

천천히 영에게 다가가는 동희. 조심스레 입을 맞추다가...깊은 키스를 나눈다. 동희를 끌어안는 영. 동희, 영 위에 올라가 키스를 하다가....갑자기 몸을 일으킨다. 영의 얼굴을 바라보는 동희.

 

...?

동희 ..이상해.

영 뭐가?

동희 ..너무 떨려......

....?

동희 ...너랑 처음하는 거 같애.

..나도..너무 떨려.

 

꿀꺽 침을 넘기는 영. 동희도 영의 얼굴을 진지하게 바라본다. 천천히 다가가는 동희. 두 사람, 키스를 한다.

섹스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행복하고 아름다워 보이고...

 

CUT TO

자는 동희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영. 조심스럽게 동희의 얼굴을 만져본다.

 

CUT TO

자는 영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동희. 그러다 잠시 옆에 있는 펜을 집어드는데....

 

CUT TO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며 얼굴에 낙서가 된 영이 드러난다.

 

(바락바락) 너 죽었어!!!(달려들면)

동희 (능청스런) 아니, ? 이쁜데?

영 너 일루와. (하며 잡으러 가면)

동희 (허둥지둥 도망가는) 오기만 해봐. 오면 너 죽어.

 

무시하고 동희에게 달려드는 영. 두 사람, 서로 대치하고 빙빙 돌며 대치한다. 그러다 영이 선방을 날리며 몸을 날리면 한순간에 제압해버리는 동희. 팔을 꺽어 영을 쓰러트린다. 영에게 헤드락을 거는 동희.

 

동희 항복해. 항복.

영 항복! 항복! (하는 척 하다가 동희 팔을 물어뜯는)

동희 악!

 

후한이 두려운 영. 얼른 화장실로 도망가 문을 잠그고 숨어버린다. 쫓아와서 문을 두드리는 동희.

 

동희 너 안 나와!?

 

나올 기색이 없자 스위치를 꺼버리는 동희. 그리고는 관심 없다는 듯 훌쩍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척- 하며 옆에 조용히 숨어 있는다. 살짝 화장실 문을 열어 실눈을 뜨고 정황을 살펴보는 영의 모습. 갑자기 옆에 숨어있던 동희가 나타나 문을 밀어 열려고 하면. - 소리를 지르며 다시 문을 닫으려고 하는 영.

안에서 기를 쓰고 문을 닫으려고 하는 영과 기를 쓰고 문을 열어 제끼려는 동희. 깔깔대며 재밌어하는 두 사람.

 

CUT TO

띵똥- 소리가 나면, 티비를 보던 영, 좋아서 현관으로 뛰쳐나간다.

 

영 왔다 왔어!!

 

배달부, 짜장면을 내려놓으며-

 

배달부 ...이인분은 오랜만에 시키시네요.

 

CUT TO

티비를 보며 짜장면을 비비고 있는 두 사람.

 

영 난 여기 짜장면이 진짜 맛있더라.

동희 그지? 나 이거 때문에 이사를 못가겠다니까.

영 너랑 헤어졌을때도 이거 먹고 싶어서 막 미치겠더라.

동희 ...너 이거 먹을라고 나랑 다시 사귀는 건 아니지?

(일부러 과장하며) 에이 아니지 그럴 리가 있냐.

동희 ...(잠시 영을 지켜보다가 정색하는) 일루와. 걸렸어. 짜장면 때문에 날 이용해?

 

하며 영에게 다시 달려드는 동희, 영은 꺅- 소리 지르며 다시 도망가고...

 

CUT TO

아침 햇빛이 눈부시게 들어오고 있고........침대에 널부러져 자고 있는 두 사람이다.

대짜로 뻗어서는..세상모르게 신나게 자고 있다. 코 드르렁 거리면서 자는 두 사람.

 

동희의 핸드폰이 울린다. 동희, 잠결에 핸드폰을 주섬주섬 찾아 열어보는데....표정이 안좋아진다.

 

영 누구야? 아침부터..

 

동희를 뒤에서 껴안으며 다가오는 영. 동희, 핸드폰을 그냥 꺼버린다.

 

동희 ...안 받아도 되는 전화야.

 

당황하는 동희. , 왠지 누군지 감을 잡은 듯...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동희도 얼른 영을 안아주고...

 

아이스크림 전문점 /

 

손도 안 댄듯..아이스크림이 모양 그대로 녹아있다. 효선과 동희. 아무 말도 없다. 굳어있는 얼굴의 효선.

 

효선 나 아직도 잘 이해가 안되는데.

 

동희. 난감해하고 있다. 제대로 고개 들어 효선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는 동희.

 

효선 내가 싫은 것도 아니라면서..좋아한다면서..

동희 ....

효선 뭐가 문젠데. 내가 고칠게. 내가 잘하면 되잖아.

동희 ...

효선 처음부터 시간 때우기였어?

동희 ..그런 건 아니야..

효선 진짜 재수없다.

동희 ...미안해...

 

효선. 원망스러운 얼굴로 동희를 바라본다. 고개를 푹- 숙이고 효선의 시선을 피하는 동희.

그냥 획하니 일어나 나가버리는 효선. 동희, 괴로운 듯......한숨쉬며 얼굴을 비빈다.

 

은행 안 / 아침 /

 

동희, 은행 안으로 들어오면 아침 조회중인 점장과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슬그머니 들어와 자리에 앉는 동희. 왠지 눈치가 보인다. 옆에 앉은 박계장의 얼굴엔 반창고가 붙어져 있고...

 

점장 자..그리고..마지막으로 이동희씨.

동희 (긴장하는) .

점장 연애하는 건 좋은데 사람은 패지마. 내가 겁나서 출근을 못하겠어.

 

하면 사람들..하하..웃는다. 동희도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지..얼굴이 밝아지고...

옆에 앉은 박계장의 상처를 툭 건드려보는 동희. 박계장, 장난스럽게 째려보며 동희의 손을 뿌리친다.

멀리서 동희를 바라보는 영. 그리고 영을 바라보는 동희. 두 사람,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회의실 /

 

심각한 표정의 김과장. 앞에는 영이 아무 말도 못하고 죄 지은 사람마냥 앉아있다.

 

김과장 장영씨는 직장이 장난인가?

..아닙니다.

김과장 근데 행동을 왜 그렇게 해? 해외전근 승인만 나면 당장 가겠다고.

부랴부랴 서류심사까지 다 보게해줬더니. 이제와서 취소한다고?

...죄송합니다.

김과장 죄송합니다로 끝날 일이야? 사유는 뭐라고 할거야? 그거 이대리 때문이잖아.

두 사람 연애질하는데 우린 뭐 다 들러리야?

할 말이 없는 영. 그때, 동희가 회의실에 느긋하게 들어오면...

 

김과장 야 이대리. 넌 내가 부른게 언젠데 지금 와?

동희 (껄렁) 뭐 때문에 그러는데?

김과장 새끼 진짜. , 니들은 점장님이 허허거리면서 넘어가주니까 그게 진짠 줄 알어?

동희 (넉살좋게) 에이...과장님 또 왜 그래. 좀 넘어가줘요..

김과장 참내...남들 피해받는 건 보이지도 않는구만. (종이 하나를 내미는) 넌 교육있으니까

그거라도 얌전히 받고 와. 워크샵에서 행패부린 거 본사까지 소문 다 났으니까 괜히 또 내뺄 생각 말고. 너땜에 우리까지 점수 팍 깍였어.

 

궁시렁대면서 회의실에서 나가는 김과장. 그런 김과장을 째려보는 동희.

 

동희 참내. 다들 가만있는데 왜 지가 난리야. 지는 뭐 사내에서 연애 안하나.

(달래는) 그만해. 교육받는 걸로 끝나면 그게 더 다행이다.

동희 하긴, 까짓거 뭐 받아버리지 뭐.

 

하며 영의 볼을 잡아당기는 동희. 그런 동희의 손길을 쳐내버리는 영. 두 사람, 투닥이면서 또 장난치며 웃고...

 

강의실 /

 

복도를 걸어오는 동희. 강의실 문 앞에 ‘00은행 3차 특별교육이라고 종이에 쓰여있고...그 안에 들어가는 동희다.

동희. 강의실에 들어서면 웅성거리며 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으려 기다리고 있다.

보면, 민차장의 모습도 보인다. 민차장, 애써 동희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동희도 민차장을 외면하며 뒷자리에 앉는다.

 

CUT TO

강사가 앞에서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고...사람들, 뒤로 넘긴다. 민차장, 뒤에 보면 사람이 없고 저 멀리 동희가 동떨어져 앉아있다. 어떻게 전해줘야 할지 난감한 민차장.

 

민차장 (난감해하다가) ...저기.

 

민차장, 유인물을 보여주며 알아서 가져가라는 식으로 뒷자리에 툭- 던져놓는다.

 

강사 (설명하는) 지금 나눠준 유인물은 행원으로써 행동지침과....

 

하는데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들려 보면 동희가 책상들을 발로 차버렸다. 우르르 도미노처럼 동희 주변 책상들이 쓰러진다. 민차장, 겁을 확 집어먹은 얼굴로 동희를 쳐다보고...사람들, 다들 놀란 얼굴로 동희를 쳐다보는데....

동희, 씩씩거리며 가방을 들고 강의실을 그냥 나가버린다.

 

강사 뭐야...? 자네 어디 지점 누구야?

 

동희, 대답도 안하고 쾅! 강의실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완전히 얼어붙은 강의실.

다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어리둥절한데..

 

탈의실 / 아침

 

여직원들,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손차장, 들어온다. 여직원들, 소리 지르면서 반가워한다. 오셨어요- 신혼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하면서 반겨주는 여직원들. 손차장, 웃는 얼굴로 인사에 화답하면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오셨어요.

손차장 응..이대리랑 다시 만난다며?

영 네..

손차장 잘됐네. 나 이혼했어.

 

순간, 여직원들의 수다로 시끌벅적하던 탈의실 안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다.

영은 충격도 받고 눈치도 보여 아무 말도 못하는데...손차장은 묵묵히 옷을 갈아입는다.

 

은행 안 /

 

회의실에서 싸우고 있는 손차장과 김과장의 모습이 보인다. 사람들..모르는 척 일하고 있지만 격한 두 사람의 싸움에 모두 신경이 곤두서있다. ! 문이 열리고 손차장이 나가버리면...낭패스러워하고 있는 김과장의 모습.

 

동희 ..(내심 찔리는) 무슨 씨, 이혼한게 나 때문이야?

박계장 ....또 형 때문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잖아.

 

동희, 미안한 듯..눈으로 손차장의 모습을 쫓아간다.

 

탕비실 /

 

손차장, 탕비실에 있으면 영, 슬그머니 들어온다. 이윽고 밖에서 머뭇거리는 동희에게 얼른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영.

 

동희 (쭈뼛대며) ...다녀오셨어요.

손차장 응 덕분에.

 

손차장, 노골적으로 금연 포스터 앞에서 담배를 피워 문다. 더욱 눈치가 보이는 영과 동희.

 

...죄송해요. 저희 때문에...차장님 곤란하게 해드려서...

손차장 ...(. 연기 뿜는) 5천만원정도 해. 이번 결혼식 비용이.

내가 니들한테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얼마까지 댈수 있니?

/동희 ..!

손차장 ...하긴, 장대리는 무슨 죄야. 장대리가 전화했던 것도 아닌데.

하려면 이대리한테만 청구해야지.

동희 (꾸벅 인사하는)...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손차장, 덤덤히 담배를 비벼끄며.

 

손차장 영이씨 잘 생각해. 남자야 여자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지 결국 상처받는 건

여자밖에 없어. 괜히 엉뚱한 놈한텐 정성 쏟으면서 헌신해봤자 헌신짝만 되는거야.

 

손차장, 동희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탕비실에서 나간다. 영과 동희, 난감한 듯 손차장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동희의 방 /

 

함께 껴안고 자고 있는 동희와 영. 어둠속에서 부웅- 하고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 잠결에 전화를 받는다.

 

소리 여보세요? 이거 장영씨 핸드폰 맞죠?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

 

영 예, 그런데요.

소리 혹시 주효선이라고 알아요?

..?

소리 아니...동희오빠 여자친구였는데..몰라요?

 

시비를 거는 듯, 다짜고짜 따지고 들어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영 긴장하게 되는데.

 

소리 저는 효선이 친군데요-

 

하는데 전화기 저편은 뭔가 난리가 난 듯-

 

소리 아, 놔 봐 좀...할 말은 해야 될 거 아냐-

 

전화기 저편에서 효선의 목소리가 얼핏 들린다. , 진짜 하지마..너 정말 왜 그래- 라며 울부짖는 효선의 목소리.

핸드폰을 가지고 옥신각신하는 듯...하다가 갑자기 뚝- 끊겨버리는 전화.

, 황당하다. 잠이 확 깨버린 영. 보면 옆에서 동희가 쿨쿨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조심스럽게 일어나는 영. 동희의 옷가지를 뒤지더니 핸드폰을 챙겨 화장실에 들어간다.

 

CUT TO

변기에 앉아 핸드폰을 눌러보고 있는 영. 그러나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다. 뜨악한 영.

번호 몇 개를 눌러보면...금새 풀리는 비밀번호. 통화목록을 살펴보는 영. 갑자기 효선의 이름이 떡- 하니 나타난다.

, 핸드폰을 덮고 가만히 변기에 그대로 앉아있는다.

 

CUT TO

짜장면을 시켜 먹고 있는 영과 동희. 동희는 티비를 보며 먹느라 정신이 없는데....

 

..찬밥 있는데. 줄까? 비벼먹을래?

동희 응.

(밥을 비벼주며) 저기...내가 생각을 해봤는데...우리가 헤어졌을때 있잖아.

동희 응.

영 그게..기억이 안 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거 같아..

그게..특별한 일이 아니니까..맨날 비슷비슷한 걸로 싸우고...화해하고..

그런 걸 반복하니까..기억이 안 났던 거 같애..

동희 으응...(밥만 열심히 먹는)

영 그러니까..그 만큼 우리가..오래 만나고..익숙해졌다는거지..

그게 나쁜 건 아닌데..어떻게 보면 좋은걸 수도 있긴 한데...

먹느라 정신없는 동희. 그러나 영, 개의치 않으려 노력하며 얘기를 이어간다.

 

영 우리가 헤어졌던 것도 어떻게 보면 자극적이고..새로운 걸 원해서...

무의식적으로 그랬던 걸수도 있어....아무리 좋아도..익숙해지면 그걸 모르잖아.

동희 으응..그래..좋은 얘기야.

영 그래서 말인데..우리, 결혼하는게 어떨까?

 

동희, 순간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동희에 영도 긴장하고...숨이 막히는 정적.

 

..싫으면..말구. 그냥..당장 하자는 게 아니라..한번 생각해보자구..

동희 ...

영 아니면 일단은 그냥 좀 지내봐도 되고. 급한 거 아니니까. (정적에 당황하는)

나도 그냥 생각나서 얘기해본거니까..너무 부담가지지 말고...신경쓰지 마..

동희 그래. 하자.

...하자고?

동희 ... 하자.

 

그제야 영의 얼굴에 미소가 생긴다. 동희도 기분 좋은 듯..웃는다. 한 입 크게 떠서 밥 먹는 두 사람.

 

은행

 

일을 하고 있는 영. 동희가 서류를 가지고 영에게 다가온다.

 

동희 (소근대며) 장대리님. 이 분 입출금내역이 안 맞는 것 같다고 그러는데 확인하려면..

(서류를 보며) ...이거, 잠깐만요 저번에 이 분 저한테도 안 맞는다고 그랬는데...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영고 동희인데...멀리서 김과장이,

김과장 야, 니들 다 들린다 다 들려.

동희/?

김과장 데이트는 인간적으로 밖에서 좀 하자. 꼭 그렇게 티를 내야겠냐.

동희 (웃으며) , 진짜 또 걸렸네. 하여간, 과장님 귀가 너무 밝아. 뭔 얘길 못하겠다니까..

 

동희, 장난스럽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간다. 그런 동희를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는 영.

보면, 방금까지도 웃고 있던 동희의 얼굴이 굳어버리고 무표정해진다.

 

화장실

 

칸막이 안에 들어가있는 영. 보면 핸드폰을 보며 고민하고 있다. 민차장에게서 온 문자.

 

장영씨 전화 좀 주세요.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럽니다.

 

망설이는 영.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낸다.

 

용건 있으시면 문자로 주세요.

 

이윽고 들어오는 민차장 장문의 문자.

 

사과드리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사진..그거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영이씨가 너무 예뻐보여서...이상한 짓했다거나 그런 거 진짜 아닙니다.

딴 사람들은 몰라도 영이씨가 오해할까봐서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거 정말 아니니까 믿어주세요.

 

, 잠시 생각하다가 한글자 한글자 문자를 적어 넣는다.

 

저도 죄송해요.

 

하지만 얼른 문자를 지워버리고는, 민차장와 주고받았던 문자까지 지워버리고 급히 일어나 나가는 영.

 

영화관 /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고 있는 영과 동희. 웃긴 장면이 나오면 우하하- 관객들과 함께 웃음을 터트리는 둘.

 

CUT TO

조용한 두 사람. 말없이 스크린만 보고 있다. 화면에선 베드신이 나오는데...바람피고 있는 내용의 베드신이다.

 

남자(영화속) 남자친구가 잘해줘요? 나보다?

여자(영화속) 아니요..내 남자친구는...이런 거 하나도 못해요.

 

이윽고 이어지는 영화 속 남자와 여자의 교성. 영과 동희,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영화만 보고 있는데....

동희 나 화장실 좀.

 

하고 확 나가버리는 동희. , 당황스럽다.

 

극장 안 로비 /

 

조심스레 극장문이 열리고 영이 나온다. 두리번거리는 영. 보면, 동희가 로비에서 영화 팜플렛을 보고 있다.

 

동희 어? 왜 나와? 나 이제 들어갈건데.

영 그냥...재미없어서.

동희 그지? 나도 좀 별루더라.

...

동희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갈까?

(바로 끄덕끄덕) .

동희 그래. 가자가. 뭔 영화냐..맛있는 거 먹자.

 

웃으며 손 잡고 나가는 두 사람.

 

패밀리 레스토랑 /

 

동희 야, 이것봐.

 

보면 동희, 테이블 구석에 놓여져있는 작은 광고판을 보고 있다. 놀이공원광고다.

 

동희 여기서 오만원 이상 먹으면 자유이용권이 공짜래.

..정말?

동희 우리 얼마 시켰지?(계산해보는)

...하나만 더 시키면 될 것 같은데. 남으면 너 싸가도 되잖아.

동희 그래. 시키자. 여기요! 메뉴판 좀 주세요!

싱글벙글 웃는 동희. 종업원이 메뉴판을 갖다주면 광고판을 들이대며-

 

동희 여기서 오만원 이상 먹으면 여기 자유이용권 주는 거 맞죠?

종업원 네.

동희 야, 너 더 먹고 싶은 걸로 시켜.

영 너 먹고 싶은 걸로 시켜.

 

두 사람, 골똘히 메뉴판을 바라보고...

 

동희 야 우리, 평일에 가자. 평일에 월차내서. 사람도 별로 없고 좋잖아.

저번엔 우리 가서 싸우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했는데.

영 재밌겠다. 김밥 같은 것도 싸갈까?

동희 응. (웃는)

 

CUT TO

테이블 가득한 음식들. 두 사람, 열심히 먹고 있다.

 

동희 야, 많이 먹어.

영 먹고 있어.

 

, 핸드폰이 울리면 찾아본다. 보면 문자가 도착해있다.

 

남의 남자 뺏으면 기분 좋아? 완전 미친년. 나가 뒈져 죽어라.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삭제하는 영.

 

동희 누구야?

영 응? 아니..그냥 스팸.

 

아무것도 모르고 우걱우걱 먹는 동희. , 잠시 망설이다가...

 

영 있잖아...말 안한 거 있는데...

동희 ...

..얼마 전에...민차장이 나한테 사과하더라.

동희 (멈칫하는) ..?

..미안하다고. 나한테도 미안하고..너한테도 미안하대. 자기가 잘못했대.

동희 ...언제 만난건데? 니 얼굴 보고 그래?

(당황하는) ...아니..전화로.

동희 ...그 새끼가 니 번호를 어떻게 아는데?

.....

아무대답을 하지 못하는 영. 대답이 안 나오면 더 기분이 확 상한 듯 얼굴이 굳는다.

 

동희 그래서 뭐라고 그랬어?

영 그냥 뭐...알았다고.

동희 그 말을 받아줬다구?

...?

동희 지금 그 새끼가 사과한 거 받아줬다는 얘기잖아. 니가 그 얘길 왜 듣고 앉았는데!

 

갑자기 소리 버럭 지르는 동희에 영, 놀란 얼굴이다.

 

동희 그 새끼가 무슨 짓 했는지 몰라? 너 진짜 제정신이냐?

영 왜 화를 내?

동희, 이해를 못하는 영이 더 황당하고 답답하다는 듯...좌절감을 느끼는 듯 얼굴을 감싼다.

그런 동희의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못하는 영.

 

동희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그래서. 또 뭐래.

...그 얘기만 했어.

동희 또 다시 그 새끼 연락오거나.., 전화든 뭐든..우연히 만나든...말걸고 아는 척 하면..

그거 받아주고 그러지 마. 내가 뭐가 돼. 사람 바보 만들 일 있냐?

...알았어.

 

두 사람.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노력하며 먹으려 하는데...왠지 안 멕힌다. 썰렁하게 아무 대화없는 두 사람의 모습.

 

동희 ...소리질러서 미안해.

..괜찮아..

동희 먹어.

......

 

그러나, 분위기 회복 안된다.

 

영의 집 앞 /

 

영을 데려다주고 있는 동희. 두 사람, 왠지 아무말도 없다. 마치 싸운 사람들처럼 말없이 묵묵히 걷고만 있는 영과 동희. 문 앞에 다다르자, , 그제야 애써 밝게 웃으며 인사한다.

 

..그럼...나 들어갈게. 조심히 가.

동희 어. 들어가.

영 데려다줘서 고마워.

동희 고맙긴. 간다.

 

동희, 활기차게 손을 흔들며 뒤돌아서고...

영도 그런 동희의 모습을 미소짓고 지켜보다가 이내 동희가 보이지 않자 웃음기가 사라지고 얼굴이 굳는다.

 

(소리) 헤어졌다 다시 만난 거라서 그런지...옛날같진 않다고 해야되나...?

 

골목을 걸어가는 동희의 모습.

 

(소리) 왠지 막 살얼음판 걷는 기분같은거 있잖아요..불안함 같은거..

어떤..싸우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같은 거랄까?

동희(소리) 사소한 거 가지고는 안 싸우는게 좋죠. 왠만하면 서로 참고..배려하고...노력해야죠.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동희.

 

동희 이번에는 우리 둘 다 진짜 잘해보기로 한 거니까. 잘 될거에요.

영 좋아지겠죠. 천천히...우리 둘 다 서로 마음 아니까.

 

동희와 영의 교차되는 인터뷰. 애써 웃음짓는 영.

 

은행 마당 /

 

마당에서 담배피고 있는 남자사원들. 인턴이 화려하게 수다를 떨고 있고 다들 정신없이 듣고 있다.

 

인턴 아, 여자애가 그때부터 술이 완전 취해가지고 정신을 못차리는 거에요...

빤스까지 다 벗고 완전 빨가벗어선 진짜 죽은 것처럼 가만히 한 한 시간인가 있더니..

갑자기 우웩- 하면서 침대에다...

 

하면 사람들 으악- 하면서 더럽다면서 이야기에 호응한다. 잠시 떨어져서 묵묵히 듣고 있는 동희. 이윽고 자리를 뜨는데.....사람들은 여전히 인턴의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동희가 있는지 없는지 알지도 못한다.

 

동희 (가다 말고 뒤돌아서서) , 박계장 일루 와봐.

박계장 왜?

동희 일루 와보라고 새끼야.

 

왠지 동희가 심각한 말투면 그제야 껄렁이며 다가오는 박계장.

 

박계장 왜? 빨리 말해.

동희 (나직이) . 너 생각이 있는 놈이야?

박계장 (놀란) ? ...?

동희 이런 씨발새끼. 오냐오냐해주니까 직장 상사한테 반말이나 찍찍하고.

박계장 (당황하는)

동희 ..계장씩이나 됐으면 애들 교육 똑바로 못 시켜? 지금 저게 뭣들 하는 짓이야?

박계장 (되려 동희가 의아한) ....? 맨날 하는 얘긴데.

동희 이 새끼 진짜 말귀를 못알아듣나. 너 지금 내가 장난하는 것 같냐?

박계장 (벙찌다가 이내).......죄송합니다.

동희 풀어주니까 똥오줌 구분도 못하고. 멍청한 새끼.

 

하면 박계장, 연신 꾸벅거리며 다시 무리로 돌아가 야야, 들어가하면서 사원들을 다그치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동희. 씁쓸한 듯...표정이 안 좋아진다.

  

은행 안 /

 

깐깐하게 생긴 아저씨. 앞에서 일하고 있는 동희에게 인상쓰며 항의를 하고 있다.

 

아저씨 아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저번에 왔을때는 분명히 해지가 된다고 했다니까..

동희 약정서에 다 있는 내용이에요. 이렇게 자꾸 우기시면 안됩니다..

아저씨 이 새끼 봐라 이거. ,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우겨?

동희 (눈 부라리며) 아니 왜 사람한테 욕을 하고 그러세요.

 

주변 사람들, 큰 소리에 놀라 동희를 바라본다.

 

동희 아, 씨발 진짜. (통장이랑 도장 내던지며) 사람이 웃으면서 얘기하니까 만만한 줄 아나.

아저씨 야 이씨, 너 개새끼 일루 와.

 

동희의 멱살을 잡는 아저씨. 청원경찰도 긴장해서 가스총에 손이 간다.

 

동희 너 이거 안 놔? 어디 와서 행패야!

아저씨 여기 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거야! 지배인 오라 그래 지배인!!

 

사람들, 말리려고 하는데 아저씨, 동희에게 주먹을 날리면 엉키며 쓰러지는 동희와 아저씨.

청원경찰은 뭣도 모르고 긴장해서 가스총을 쏘아 버린다. 은행 왔던 손님들은 꺅- 소리 지르며 도망가고..

누군가는 비상벨을 눌렀는지 사이렌이 울린다.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된 은행 안.

 

점장실 밖 /

 

점장실에서 나오는 경복차림의 형사들과 경찰들. 점장, 연신 경찰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미스최 정말 죄송합니다. 전 진짜 강돈 줄 알았어요.

경찰들이 은행을 나서고..미스최가 미안한 마음에선지 끝까지 배웅한다. 자리에서 영, 걱정스러운 얼굴로 돌아보면..점장, 굳은 얼굴로 점장실 문을 닫고 들어간다. 보면...점장실 안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동희가 앉아있다.

 

박계장 동희형 요즘 왜 저래? 사람이 좀 이상해졌어. 너무 까칠해..

김과장 둘이 또 싸운 거 아냐?

...아니에요. 전혀 아닌데..

 

CUT TO

이윽고, 점장실 문이 열리고 동희가 나온다. 기다리고 있었던 듯 영이 동희에게 다가간다.

 

..괜찮아?

 

동희, 예상외로 웃음을 보이며.

 

동희 응?... 괜찮아 별 얘기 없었어.

...뭐라는데?

동희 그냥 뭐 잔소리만 좀 듣고..그런거지..

 

웃으며 자리로 돌아가는 동희. , 그런 동희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은행 게시판 /

 

게시판에 붙어있는 공지사항. ‘이동희 전 대리 계장급 강등인사

그 앞에서 사람들, 커피를 마시며 잡답하고 있는 모습.

 

은행

 

일하고 있던 영. 고개를 들어 보면 입구쪽으로 자리를 옮긴 동희다. 웃으며 친절하게 전화를 하고 있다.

, 쇼핑백을 들고 동희에게 다가간다. 다가온 영에 의아한 듯 바라보다가 동희, 전화를 끊으면.

 

영 이거.

 

하고 영, 쇼핑백을 건네면 안에 무릎 담요가 들어있다.

 

동희 ? ?

영 이 자리 찬바람 들어와서 춥잖아. 좀 덮으라고.

동희 아 괜찮아 괜찮아. 너 해. 나 진짜 괜찮아.

...나도 있어. 이거 너 해. (하는데)

동희 (짜증) 나 진짜 괜찮다니까 왜 그래? 그냥 갖고 가.

 

동희의 반응에 멈칫하는 영. 옆에서 박계장이 지나가며 씽긋- 한다.

 

박계장 두분이 사이 좋네-

 

사람들에게 눈치가 보이는 영. 그냥 쇼핑백을 들고 자리로 가는데.....

 

화장실 앞

 

, 화장실에서 나오는데...동희가 가방을 메고 복도에서 서성이고 있다. 동희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영.

 

동희 장대리!

?

동희 (주위에 사람 없나 살피고) 나 갖다가 담뇨 깔았어. 완전 뜨끈해.

(그제야 웃음) ...그래?

동희 어. 너 자리에 커피 타다 놨어. 너 마시라고.

...어디 가?

동희 어. 외근.

영 이따 끝나고 밖에서 밥 먹을까?

동희 ....나 몇시에 끝날지 잘 모르겠는데. 전화하자. 나 갈게.

 

하고 동희, 영의 볼을 꼬집으면 장난스럽게 손을 쳐내는 영. 동희, 손을 흔들며 나가고..그런 동희를 지켜보는 영.

 

동희(소리) 사랑하죠. 진심으로 사랑해요.

 

외근하는 동희의 몽타주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희. 버스가 오는데...한참 앞에서 서면...달려가서 얼른 올라타는 동희.

사람들 틈에 끼여 멍하니 손잡이를 끼고 밖을 바라보고 있는 동희.

 

동희(소리) 항상 생각나고 그러죠. 같이 있어도 맨날 보고 싶고..궁금하고. 같이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옛날이랑 똑같은 거 같아요.

 

작은 분식집에서 가게 아줌마에게 통장을 개설하라고 설득하고 있는 동희.

 

동희 지금 정기적금을 들으시면 라면 한박스를 무료로 드리는 행사중이거든요.

오늘 힘드시면 일단 저한테 주민등록 사본만 주시고 내일 제가 다시 와서...

 

그러나 동희가 하는 말에는 관심없고 떡볶이만 묵묵히 만들고 있는 가게 주인.

동희, 전화가 울린다. 보면, 영에게서 온 전화. 동희, 전화를 꺼버리고 가게 주인에게 다시 매달린다.

 

동희 직접 은행에 가실 필요도 없구요, 사본만 주시면 제가 제일 좋은 상품으로 만들어서...

 

CUT TO

어느새 가게 앞 오락기 앞에서 꼬맹이들과 같이 오락을 하고 있는 동희. 꼬맹이들 신나서 자기들끼리 와아- 하면서 재밌어 하는데 동희는 기계적인 모습이다.

 

은행 안 /

 

사람들이 거의 퇴근했는지 한산한 느낌의 은행 안.

 

미스최 오늘 다 같이 한 잔 하자는데. 대리님 같이 가요.

...난 일이 있어서...

미스최 에이...가끔은 우리하고도 놀아요. 맨날 이대리님이랑 둘이서만 놀지 마시구.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영. 핸드폰을 열어보는데...동희에게서는 연락이 없다. 걱정스러운 영.

머그컵 안엔 다 마시고 말라붙은 커피찌꺼기가 보이고....

 

동희(소리) 오늘은 영이랑 뭐 먹을까, 뭐하고 지낼까...그런 상상만 해도 좋고 그래요.

 

거리

 

동희. 건물 사이에서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핸드폰을 꺼내 영에게 전화를 할까 하지만..이내 말아버리는 동희.

 

동희(소리) 매일매일 봐도...그래도 또 보고 싶고. 당연히 그러죠. 사랑하니까. 연애하면 원래 다 그러잖아요.

 

술집 /

 

박계장, 영의 전화를 받고 있다.

 

박계장 동희형을 나한테서 찾으면 어떡해... 나야 당연히 모르지..문자 보면 연락하겠지.

좀 기다려봐. ..알았어..(하고 전화를 끊고는) 왜 같이 있다고 얘길 못하게 해?

 

보면 동희, 박계장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다.

 

박계장 둘이 또 싸웠어?

동희 ..그런 거 아니야.

박계장 근데 왜 거짓말을 시켜? 찝찝하게.

씁쓸한 얼굴로 안주만 먹는 동희. 그런 동희를 박계장, 한심하다는 듯.

 

박계장 별, 난리를 칠땐 언제고 진짜 뭣들하는거야..

동희 무슨 난리를 쳤다고 그래.

박계장 술 먹고 깽판치고, 영이 누나 찾고. 안 그랬어?

동희 .....술이나 마셔

 

탈의실

 

사복으로 갈아입고 있는 여직원들. , 서운한 듯 전화를 끊는다. 주변에선 수다를 떨고 있는 미스최와 손차장.

소주 마시자, 맥주로 하자 하면서 계획을 짜고 있는데...

 

...저도 껴도 돼요?

손차장 당연하지. 같이 가자. 장대리랑 오랜만이네.

 

미스최도 좋다고 사람들이 반겨주면 영도 기분이 좋아져 미소짓는다.

 

술집

 

자리에 혼자 앉아있는 박계장. 미스최와 손차장이 들어오면 어- 여기하며 반가워하는데...이내 표정이 굳어진다.

보면 미스최 손차장 뒤를 이어 들어오는 영이다.

 

박계장 (뜨끔) ....영이 누나도 같이 왔네.

.... 오랜만에 같이 좀 마시려고.

 

하는데 그때 화장실에서 나오는 동희. 영과 동희, 그대로 눈이 마주쳐서 둘 다 순간적으로 멈칫한다.

 

동희 (당황하는) .............왔어?

, 잠시 굳어있다가 이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영 많이 마셨어?

동희 ...? ..아니..앉아..

 

하며 자리를 만들어주는 동희.

 

CUT TO

무슨 얘길 하는지 깔깔대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영과 동희도 웃으면서 얘기하고 있다.

배 잡고 박장대소하고 박수치며 수다를 떠는 평범한 회식분위기. 박계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손차장 (일어서며) 나 담배 좀 사갖고 올게.

 

그때, 미스최는 전화를 받는다.

 

미스최 여보세요? 어 오빠- 나 지금 사람들이랑 회식하느라- (잠깐만 저 전화좀요)

동희 저기, 박계장은 어디 간거야?

미스최 아까 화장실 가던데. 저 전화 좀.

 

하고 미스최마저 일어서서 가면 테이블이 영과 동희, 둘만 남는다. 갑자기 조용해진 테이블.

말없이 어색하게 앉아있는 두 사람인데. , 괜히 핸드폰을 꺼내 보고...동희 젓가락으로 안주만 찔러본다.

정적이 흐르는 두 사람. 서로 무슨 말도 못하고...그렇게 시간이 흐르는데....

 

박계장 (느긋하게 들어오며) 다 어디갔어?

동희 야! 넌 화장실에서 잤냐?

박계장 어떻게 알았어? 어우. 살짝 졸았네.

 

새끼- 하며 장난치는 동희와 박계장, 미스최도 돌아오면 영도 대화에 끼어들고...활기를 되찾는 테이블..

 

술집 앞

 

인사하며 헤어지는 사람들. 내일 봐요- 하고 바이바이하고...택시 타고, 신호등 건너고...영과 동희만 남겨둔 채 제각각 가버리고 둘만 남게 되는데....

 

동희 .....어떻게 할까?

..갈게. 들어가.

동희 ....

(웃으며) ..내일봐.

 

하고 영, 뒤돌아 간다. 동희를 남겨두고 걸어가는 영. 서서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그러나 울지 않으려는 듯.

억지로 참으며 걸어가는 영인데....갑자기 뒤에서 다다다-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동희 영아! 장영!!

 

뛰어오는 동희. 영을 붙잡는다. , 얼른 표정관리를 하고 돌아선다.

 

...?

동희 (헉헉대는) 저기...있잖아...

...?

동희 우리 내일 놀러가자. 그때...우리 놀이공원 가기로 했잖아. 쿠폰 받은 거...그거..

우리 둘 다 내일 월차내고...가자. ?

...

동희 좀 있으면 애들 방학해서 평일에도 사람 많을 거 같고. 그거 맨날 가자가자 말만 하고.

못 갔잖아. 내일....가서 우리 재밌게 놀자. 어때? 가서 하루종일 놀고...스트레스도 풀고.

우리 그런데 간지도 오래됐고...? 치킨이랑 김밥이랑 싸가서..어때?

....그래.

동희 ...진짜지? 그럼 내일 가는거다?

...

동희 ..그래. 가자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영의 손을 잡고 앞장 서서 걸어가는 동희. , 뒤따라가며 그런 동희를 보며 슬며시 미소 짓는다.

 

영의 집

 

영의 엄마, 자다 말고 일어나 부엌에 들어온다. 불을 훤히 켜놓고 영이 김밥을 말고 있다.

 

엄마 뭐해? 야밤에.

영 응? 아니...그냥.

엄마 ...내일 어디 가? 웬 김밥이야.

...아니. 그냥 먹고 싶어서. 자 들어가서.

 

엄마를 귀찮아하며 부엌에서 쫓아내는 영. 그러나 기분이 좋은 듯...김밥을 정성껏 만다.

 

동희의 집

 

전화기 소리에 잠에서 깨는 동희.

 

동희 여보세요?

(소리), ....잤어?

 

동희, 잠시 멍하다가...아차- 하며 기억이 난다. 후다닥 일어나는 동희.

 

동희 어, 아니 안잤어. 너 어디야? 나 지금 나가는 길인데?

(소리) 지금 나온다고? 오늘 갈거야?

동희 왜? 가야지? 너 무슨 일 있어?

(소리) 아니 그건 아닌데....알았어 가자. 이따가 봐.

동희 그래.

 

하고 전화를 끊는 동희. 뭔가 이상한 기분이 커튼을 젖혀 보면...억수같이 비가 내리고 있다.

 

동희 (낭패스러운) 비와서.. 전화했었구나..

 

동희, 다시 영에게 전화를 걸까 하다 그만둬 버린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여지는 동희.

 

서울의 모습

 

여기저기 비가 오는 서울의 모습.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빗물을 튀기며 지나가는 차들.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을 우산쓰고 달려오는 동희. 두리번거리는데...영은 보이지 않는다.

잔뜩 찡그린 얼굴로 전화를 하고 있는 동희.

 

동희 너 어딘데? 난 지금 여기 아까부터 도착해서 있다니까...안 보이니까 그러지.

..너 정확히 있는데가 어디야? ...아니, 내가 알아서 간다니까. 너 어딨냐구. (하는데)

영 야.

 

하는 소리에 뒤돌아보면 영, 지하철 입구 아래 계단에 서서 동희를 쳐다보고 있다.

동희, 머쓱한 듯 우산을 접고 계단을 내려가며 영에게 다가간다.

동희 너 왜 거기 있어?

..비오잖아.

동희 그래도 밖에서 보기로 했으면 밖에 있어야지.

(황당한) ...너가 늦게 왔잖아.

동희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안으로 들어가는 동희. , 그런 동희를 따라 들어간다.

 

매표소 앞

 

동희 두 사람이요.

 

할인티켓을 동희에게 돌려주는 매표소 직원.

 

여직원 이거 행사 저번 주에 끝났거든요?

동희 에?

여직원 기간이 끝났어요.

동희 그럼 이걸로 못 들어가요?

여직원 따로 구입하셔야죠.

 

동희, 난감한 듯 영을 바라본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동희와 영.

 

동희 어떻게 하지? 그냥 들어가? 말어?

 

망설이는 동희에 영은 싸갖고 온 도시락통을 슬그머니 뒤로 감춘다.

 

놀이공원 /

 

애들이나 타는, 재미없어 보이는 놀이기구를 타는 두 사람. 표정이 굳어있고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는 두 사람이다.

, 핸드폰을 꺼내서 동희를 향한다.

 

영 웃어봐. 사진 찍어줄게.

 

억지로 웃는 동희. 영이 사진을 찍으면 다시 무표정한 얼굴이 된다.

 

CUT TO

놀이기구에서 내리는 두 사람, 동희 잔뜩 짜증내며

 

동희 ..에이씨 엉덩이 다 젖었네. 이거 닦아놓지도 않냐..

 

동희와 영, 각자 따로 우산을 쓰고 인적 드문 놀이공원을 걸어가고 있다. 비가 오는 탓인지 사람도 없고 황량한 느낌. 가판대들도 비닐로 꽁꽁 싸여져 있는 채 장사도 안 하고...몇몇 놀이기구들은 운행을 멈춘 채 비를 맞고 있다.

 

실내 /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며, 도시락을 먹는 영과 동희. 동희, 마치 모래알을 씹듯 김밥 하나를 설겅거리며 씹고 있다.

 

(우울한) ....맛 없어?

동희 아냐. 맛있어.

 

웃으며 말은 그렇게 하지만 동희. 저도 모르게 한숨을 푹- 쉬고....

 

영 음료수 좀 사올게.

 

하고 일어서는 영. 그러거나 말거나...창 밖을 보는 동희.

 

놀이공원 /

 

밖으로 나오는 영. 우산을 펴고 걷다가....저도 모르게 푹 주저앉아버린다. 보면....엉엉 울고있는 영.

영의 울음소리가 빗소리에 감춰진다.

 

실내 /

 

영이 오지 않으면 슬슬 이상해지는 동희. 도시락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밖으로 나가보는 동희. 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동희 ...! 장영!!

 

놀이공원 안 /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아가며 영을 찾고 있는 동희. 영의 이름을 불러보며 여기저기 다니지만 영은 보이지 않고...

빗줄기는 점차 더욱 거세지고...사람들, 비를 피해 어딘가로 달려가고...놀이기구들은 하나 둘 운행을 멈춘다.

동희도 거세지는 빗줄기에 잠시 몸을 피하려 건물 처마밑으로 가는데....보면, 건너편 벤치에 영이 우산을 쓴 채 앉아있다. 동희, 황당해하다가...다가간다. - 우산을 치는 동희.

 

동희 ...너 뭐하냐?

 

우산을 들어 동희를 보는 영. 일어나 가려고 하면 그런 영을 잡는 동희.

 

동희 너 뭐하는 거냐고.

 

, 가지도 못하고 동희를 바라본다. 어렵게 말문을 여는 영.

 

...나 갈게. 도저히 여기 너랑 못 있겠어.

 

하고 일어나 가버리는 영. 동희, 상황이 황당하다는 듯.

 

동희 너 거기서.

(가버리면)

동희 거기 서라고!!

 

영이 못 들은 척 하면 뒤쫓아가서 영의 우산을 뺏어버리는 동희.

 

영 악-

 

보면, 동희가 뺏어버린 우산에 손을 다친 영. 피가 흐르고 있는 손이다. 동희, 자신이 더 놀란 듯..그러다 버럭

 

동희 너 진짜 애가 왜 그래!! 왜 그렇게 다 니 맘대로야!

영 내가? 내가 내 맘대로라고?!

동희 ...

영 니 기분 살펴가면서! 한마디라도 실수할까봐 조심하면서!! 숨도 못 쉬고 니 옆에

가만히 있는 내가 다 내 맘대로 라고? 너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 신경 곤두서가면서

얌전히 있었어. 내가 뭐가 다 내 맘대론데!!

동희 ....

영 차라리 솔직히 얘기라도 해. 억지로 나와서 억지로 즐거운 척 하면서 사람 피 말리지 말고 그냥 그때 감정에 취해서 다시 만난거고,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다고!!

다시 사귄거 실수니까 다 없던 일로 하자고 그렇게 말이라도 하라고!

동희 니가 얘기해.

...?

동희 니가 하면 되지 왜 나한테 시키는데?

...!

동희 너 옛날에 그 짓 잘했잖아. 나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 넌 잘한게 뭐가 있냐.

...

동희 너만 숨막히고 피말리는 줄 알아? 너 나한테 어떻게 하는데? 평소에 아무 얘기 없이 내가 어떻게 행동하나 지켜보면서 평가하고, 점수매기고. 그러다 맘에 안 들면 팽 돌아 서서 니 맘대로 가버리고. 나야말로 너랑 있으면 뭘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

너가 다시 나 만난 거 원망할까봐, 그때 나만 아니었어도 좋았을 뻔 했다고 나한테

뭐라고 할까봐,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니 눈치 보게 되는 거 신물난다고!

그래. 가고 싶으면 가. 나랑 안 사겨줘도 되니까...나한테 뭐라 하지 말고 가라고!!

 

소리지르는 동희. 그런 동희를 바라보는 영.

 

...난 그냥 옛날처럼...그렇게 너랑 보내고 싶었어...아무 생각없이..너랑 같이 있으면

좋았던 것처럼...근데...지금은 같이 있는게 외로워..이렇게 외로울 줄 알았으면..

차라리 혼자인게 나앗어.

 

울음이 북받치는 영.

 

영 이거...사귀는 거 아니야...우리는 사귀는게 아니야. 우리 둘 다 바보처럼

....지금 이게 뭐하고 있는거야?! 이게 뭐하고 있는 짓이냐구!!

 

터지는 눈물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영.

동희, 그런 영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은 듯...멍하니 영을 보고만 있다.

 

CUT TO

비는 세차게 내리고....놀이공원의 곳곳이 빗물에 젖는다.

 

회전목마 /

 

회전목마 아래서 비를 피하고 있는 영. 손수건으로 상처를 닦아내고 있다. 쓰라린 듯...표정이 안 좋은 영.

보면, 동희가 우울한 얼굴로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영 나 생각났어.

동희 ..?

영 우리 저번에 왔을 때 싸웠던거. 왜 싸웠는지 기억이 안 났었잖아.

아까...너랑 싸우는데....기억이 확 나더라.

동희 ...

영 그때 내가 우리가 진짜로 좋아서 만나는 거냐고 물어봤었는데.

동희 ..당연히 좋아하니까 만나지.

영 진짜?

동희 .....(대답을 머뭇거리다) 너는?

....

동희 내가 잘할게.

..너 충분히 잘했어.

동희 너도 나한테 진짜 잘했어.

(잠시 있다가) ....맞아. 우리 둘 다 정말 열심히 했어.

 

잠시 말이 없는 두 사람. 서로를 쳐다보다가...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동희 ...많이 아파?

..괜찮아.

 

잠시 말없이 있는 두 사람. ,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어두컴컴했던 잿빛 하늘이 개이고 햇살이 밝게 빛난다.

 

영 비 다 그쳤네.

동희 정말.

 

저 멀리 롤러코스터가 운행을 시작하는게 보인다. 육중한 기계소리를 내며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하는 기구들.

 

동희 야. 우리 저거나 타고 갈래?

(망설이는)..나 무서운 거 못 타잖아..

동희 .. 실은 나도 잘 못 타.

, 걱정스러운 듯 열차를 바라보면-

 

동희 그래도 왔으니까 한번 타보자. 안 무서운 것만 타면 재미없어.

...그리고 우리 마지막이잖아.

 

롤러코스터 /

 

천천히 고지를 향해 올라가는 롤러코스터. 잔뜩 겁을 먹은 영과 동희의 표정이 보인다.

정점에서 잠깐 섰다가....이내 밑으로 떨어지는 열차. - 소리를 지르며....머리가 날리는 영과 동희.

미칠 듯이 공포에 떨며 둘 다 엄청나게 무서워하고 있다. 바람에 머리가 날리고..울부짖는 두 사람의 얼굴.

360도 회전이 다가오면 더욱 더 비명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는 영.

홈으로 들어오는 롤러코스터. 두 사람, 머리가 엉망인 채로 얼이 빠진 채 홈으로 들어오는데....

 

동희 ...한번 더 탈래?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는)

 

CUT TO

다시 꺅- 소리를 지르며 열차를 타고 있는 영과 동희. 360도 회전을 돌며 레일을 따라가나 싶던 열차가 이탈하더니

그대로 허공을 가른다. 서울의 도심으로 들어가는 롤러코스터. 은행 건물을 휘감으며 내부로 들어가면,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 속의 영과 동희가 보인다. - 열차가 지나가면 서류들이 날리고...

도시의 고가도로를 마치 레일처럼 달리는 롤러코스터, 동희의 집과 엠티장소들을 스쳐지나간다.

서로를 찾아가는 영과 동희의 모습. 롤러코스터를 탄 채로 그러한 자신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영과 동희.

동희에게 달려가는 터널 안을 스쳐 지나가는 롤러코스터. 마치, 과거의 자신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듯한 열차위의 영과 동희. 지나갔던 시간들이 스쳐 보여지며 지난가는 롤러코스터..그런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두 사람. 고통스러운 표정의 영과 동희. 공포가 아닌 슬픔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듯 하다.

눈을 질끈 감고 머리가 날리는 영과 동희.

 

놀이공원 / 주택가 / / 저녁

 

롤러코스터에서 내려 나오는 두 사람. 영이 손을 내밀면..영이가 손을 내밀면...악수를 하는 동희.

 

동희(소리)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다시 만나 성공하는 3%의 사람들이 되지 못했어요.

이미 실패했던 사람을 또 다시 사랑한다는 건 정말 무서운 경험이었지만.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아요. 이별이 고통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사랑을 다시 한번 더

할 수 있었던 거니까요.

(소리) 동희와 헤어지는게 몇 번째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확실하고 분명한 건. 여전히 아프고.. 힘들다는 거에요. 그리고 그 아픔이 느껴질때마다 더욱 더 확실해지는 건...

그 아픔만큼 내가 동희를 사랑했었다는 사실이에요.

 

동희 ...그럼....잘 가.

..너도.

동희 ...잘 지내고.

 

고개를 끄덕이는 영. 그리고 이내 뒤돌아 걸어간다. 그런 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동희.

 

동희(소리) ...헤어질때는...많이 말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이미 여러번 반복했던 일이니까.

동희를 뒤에 두고 걸어가는 영.

 

(소리) 동희는 내가 멀리 걸어가서 사라질때까지 바라보고 있었겠죠. 늘 그랬으니까.

 

동희, 영의 모습이 사라져 보이지 않으면...그제야 발걸음을 옮긴다.

 

CUT TO

영은 놀이공원을 걸어나와...주택가 골목길을 걸어간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을 걸어가는 영의 뒷모습으로 멀리 대관람차와 롤러코스터와, 꿈속의 궁전같은 모습들의 놀이공원이 보인다.

 

(소리) 우리의 연애는 달콤하지도, 아름답지도, 이벤트로 가득차지도 않았어요.

지루하고, 평범하고, 아무 특별할 것 없는...그저 보통의 연애였죠.

 

, 골목을 걸어오다 문득, 뒤돌아본다. S#1의 영처럼. 뒤돌아 놀이공원을 바라보는 영.

 

(소리) 하지만, 우리는 둘 다 진심이었어요. 진짜 사랑을 했고. 아마 그건 내 인생에서...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가장 영화같은 일일 거에요.

 

이내 발걸음을 옮겨 다시 골목을 걸어가는 영.

 

영의 집 거실 /

 

티비 앞에 앉아 한창 예능프로를 보고있는 정은과 엄마. 영이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깔깔깔 웃고 있다.

, 그냥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뭐가 그렇게 재밌어?

정은 아니 김구라가...(하다가)

 

티비소리에서 우하하- 웃는 소리가 나면 저도 모르게 소파에 앉아 같이 보는 영. 엄마와 정은을 따라 웃는다.

 

(소리) 어쩌면...동희와 헤어졌던 일이 다시 기억이 안 날지도 몰라요.

아무리 기억하려 애써도, 우리가 치고박고 싸우고 했던 일들이..희미해지겠죠.

 

영의 방 /

 

, 카메라를 보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손을 들어보이는 영. 상처입은 손은 반창고가 붙어있다.

 

영 바로. 이 상처처럼요. 그리고. 다 나으면...다시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거에요. 그죠?

 

하고 영, 미소짓는다.

 

은행 안 /

 

화면 점점 밝아지면....이제까지 보여진 것과는 다른 분위기의 은행 안이다.

다른 구조와 인테리어, 그리고 인물들이 보이는 가운데...

 

간부 이차장.

 

그러나 미동도 없는 사원들.

 

간부 이차장-

 

하는데도 여전히 각자 할 일만 하는 사원들의 모습.

 

간부 이차장!! 안 들려?!

 

하면 그제야 사원들이 한두명 뒤돌아보다가 툭툭 누군가의 옆구리를 쳐주면 화들짝 뒤돌아보는 남자.

어딘지 모를 스타일이 변한 동희의 모습이다.

 

동희 아, 예 부르셨어요?

간부 아 왜 그렇게 맨날 대답이 늦어.

동희 아니 전, 저 부르는지 모르구.

간부 여기 이차장이 당신 말고 누가 있다고 어떻게 부르는지를 몰라.

한두번도 아니고 일년 내내 이러네 진짜. 이거 받아가. 본사에서 전해달라더라.

 

하면서 봉투 하나를 건네주는 간부.

 

동희 ...(의아해하는) 본사에서 뭐 올게 없는데.

 

하며 봉투를 받아가는 동희, 자리에 와서 궁금한 듯 자리에서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본다.

왠지..어딘가 모르게 묘해지는 동희의 얼굴. 옆에 앉은 동료 직원이 궁금한 듯 슬쩍 훔쳐보며

 

직원 ..뭐에요?

동희 ..아니...그냥, 영화 시사회 초대권이요.

직원 ..영화요?

동희 ...옛날에 여기 오기 전에..무슨 영화사에서 직장인들 다큐멘터리 만든다고..

거기서 인터뷰하고 몇 개 찍어간게 있거든요..

완전히 다 까먹고 있었는데...이제야 다 만들었나 보네..

주변 동료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봉투를 집어 넣는 동희.

 

동희 (별거 아니란 듯) 그냥, 작은 독립영화같은 거에요.

 

은행 안 /

 

익숙한 광경의 은행 안. 손차장과 미스최, 그리고 김부장(이전 김과장) 등등이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미스최 원래 시사회때는 드레스 입고 가고 막 그러는 거 아니에요?

손차장 그러게 나 입을 옷도 없는데 어떡하냐..

 

보면, 손차장은 배가 남산만하게 불러온게 딱 만삭의 몸이다.

 

박계장 부장님이 옷 한 벌 사주세요.

손차장 자기 들었지?

김부장 뭐하러 또 사. 지금 이것도 이뻐.

손차장 나보고 은행 유니폼 입구 시사회 가라구?

안되겠다. 이따 끝나구 우리 옷사러 가자. 영이씨- 영이씨도 같이 가! 어때?

 

하면 일하다 말고 뒤돌아보는 영. 영도 어딘지 모르게 성숙한 느낌이다.

 

..전 됐어요.

손차장 왜, 이쁘게 하고 가면 좋잖아. 같이 가.

..(잠시 망설이다) 전 시사회 못 갈수도 있어요.

미스최 어머, 왜요? 가야죠-

 

, 웃음으로 얼버무리고는 일하는 척, 이야기에서 빠진다.

 

영의 방 /

 

잠이 안 오는 듯 뒤척거리는 영. 그러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에서 봉투를 꺼낸다.

시사회 티켓이다. 잠시 생각에 잠기는 영이다.

 

상영관 /

 

입구에 보이는 커다란 영화 포스터. 홀의 어느 곳에서는 초대권을 가지고 온 사람들에게 좌석표를 나눠주느라 정신없는 주최측이 보이고...줄도 없이 각자 좌석표를 얻어가려고 미어터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사람들, 상영관 안으로 웅성거리며 들어가고....

 

커플들과. 동료들이 모두, 설레는 표정으로.. 극장에 자리 잡고 앉느라 분주하다.

번잡한 가운데에서도 들뜨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 와중에 잔뜩 신경을 쓴 듯한 모습의 영.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데...

 

손차장 영이씨! 여기야 여기! 우리 자리!!

 

보면 김과장과 미스최 등등 익숙한 얼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 자리에 가 앉는다.

그러나 여전히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하지만 동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때, 불이 꺼지고 영화가 막 시작하려는데..., 조용히 자리에서 그냥 일어난다.

 

극장 앞 /

 

옷을 여미며 급히 나오는 영. 한산한 로비를 걸어가는데.....문득, 걸음을 멈춘다.

보면 동희가 막 극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동희도 영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춘다. 두 사람, 서로를 바라본다.

 

동희 ...오랜만이네.

.....그러네.

동희 ...영화 안 봐?

...들어가봐. 사람들 많이 왔어.

 

하고 지나쳐 가려는 영. 동희, 아쉬워하며 극장에 들어가려다가

 

동희 ..저기...

..(돌아보는).....?

 

상영관 /

 

스크린에 점점 음악과 함께 타이틀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김부장 시작한다 시작. 조용해.

 

극장 앞 /

 

동희, 영을 불러놓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잠시 난감해하다가.....

 

동희 ...나도 영화...별로 재미없을 것 같은데...

...?

동희 뭐, 내용 뻔하지. 헤어졌다 만났다. 헤어졌다......그러다가 또 만나고...

...

동희 ......먹었어?

 

어이가 없는 듯, 풉 웃음을 터트리는 영. 그러다 이내 고개를 저으면....

 

상영관 /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보인다. 손차장, 김과장, 미스최, 그리고 여러 일반인들. 남자 여자의 얼굴들.

영화의 시작과 함께, 기대에 부푼 사람들. 스크린 위에 타이틀이 뜬다.

 

헤어지다 : 그와 그녀의 인터뷰

 

거리 /

 

걸어가는 영과 동희의 뒷모습이 보인다. 가다가, 어느 가판대쪽으로 다가가는 동희.

 

(소리) ...? 뭐 사게?

동희(소리) 아니...로또나 한 장 살까 해서.

(소리) ....?

동희(소리) 누가 알아? 내가 또 1등에 당첨될지..?

(소리)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

동희(소리) ...그렇잖아. 너도 한 장 사. 내가 사줄까?

 

웃는 동희. 두 사람의 그런 모습에 경쾌한 음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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