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록물고기 시나리오
- 시나리오
- 2018. 5. 2. 22:16
빠른 단어찾기 Ctrl+F 입니다.
첨부파일 입니다. 출처는 필름 메이커스 입니다.
[초록 물고기]
S# 1. 타이틀 백
F.I과 함께 오래된 사진들이 하나씩 보여진다.
누렇게 빛이 바래고 귀퉁이가 구겨진 낡은 가족
사진들에는 한때는 행복했었다고 위로 받을 만
한 풍경이 담겨있다.
막동이가 어렸을때 사진부터 자랄 때 까지의
사진.
큰나무 옆에 낡은 한옥이 있는 흑백사진.
F.O
S# 2. 달리는 열차
S# 3. 승강구
객차와 객차 사이의 승강구에 서서 담배를 피우
고 있는 막동이의 뒷모습.
그들 앞에 숲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막동이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친다. 여자의 자세
가 마치 금방 열차에서 떨어질 것처럼 보인다.
순간 그녀의 몸에서 뭔가, 마치 그녀의 몸
일부분인 것 같은 것이 스르르 풀려나 그를
향해 하늘거리며 날아온다.
달리는 열차의 바람을 타고 날개짓하며 점점 눈
앞으로 다가오는 장미빛 스카프,
이윽고 화면을 덮는다.
자신의 얼굴에 덮인 스카프를 걷어내는 막동이.
다시 여자의 모습을 찾지만, 이미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S# 4. 객차
막동이 한 손에 스카프를 들고 객차 안으로 걸
어 들어온다.
막동이는 그녀를 찾기 위해 계속 걸어간다.
굴을 통과하는 기차.
S# 5. 승강구
객차문의 때 낀 유리창으로 보이는 승강구.
불량배로 보이는 사내 셋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미애를 애워싼 채 집적거리는 것이 주관적인
시점으로 보여진다.
미애가 화를 내며 그 자리를 피하려 하면 사내
들은 낄낄 거리며 가로막는다.
마침내 막동이가 객차문을 열고 들어간다
불량배1 : 이럴거 없잖아, 같이 놀자는데
막동이 : 왜 그래요?
불량배1 : 뭘?
막동이 : 왜 가만 있는 사람을 괴롭혀요?
불량배2 : 야, 이 …… 시발 니가 뭔데 나서?
불량배3 : 괴롭히기는 뭘 괴롭혀?
그냥 이야기하고 있는데.
막동이 : 그럼 됐어요..
불량배1 : 되긴 뭐가 돼?
갑자기 막동이를 주먹으로 친다.
뒤이어 다른 놈들의 발길질도 날아온다.
막동이는 미처 저항할 틈도 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사내들은 쓰러진 막동이를 짓밟는다
S# 6. 열차 화장실
좁은 열차의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고 있는
막동이.
코피가 흐르고 입술도 부풀어 있다.
닦을 것을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지다가 여자의
스카프로 얼굴을 닦는다.
그리고 다시 스카프를 빨아서 물을 짠 뒤에 얼
굴에 덮고 고개를 뒤로 젖힌다.
스카프에 덮인 얼굴 C.U.
숨을 쉴 때마다 얼굴에 달라붙은 얇은 스카프가
들썩인다.
S# 7. 객차 안
객차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막동이.
가방에서 제대 방패를 꺼내들고 나간다
S# 8. 플랫폼
열차에서 내린 불량배들이 다른 승객들에 섞여
플랫포옴을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막동이 역시
그들의 몇 걸음 뒤에서 따라 걷고 있다.
사내들은 여전히 장난을 치며 낄낄거리고 있다.
그들 뒤에 바싹 붙어 걷고 있다.
그들은 물론 막동이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막동이는 느닷없이 손에 들고 있던 제대 기념 방
패로 사내1을 내려 찍는다.
억! 그 자리에 주저앉는 사내1.
두 사내가 놀라서 돌아볼 사이도 없이 막동이의
주먹과 발길질이 나른다.
그리고 돌아서서 뛰기 시작하는 막동이.
막동이, 승강구의 손잡이를 붙들려 하지만,
놓치고 만다.
그래도 죽을 힘을 다해 달리는 막동이.
한순간 자신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창가의
미애가 막동이의 시점으로 모이는가 싶더니,
아스라히 멀어진다.
점점 멀어져가는 기차의 꽁무니.
막동이는 그 자리에서 헉헉댄다. 그러나 사내들
은 여전히 쫓아오고 있다.
막동이는 하는 수 없이 다시 철로들을 넘어 달
아나고, 사내들이 그 뒤를 따라간다.
S# 9. 대곡역
빠르게 출발하는 일산선 전철.
전철의 꽁무니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 뒤,
텅빈 승강장을 걸어가고 있는 막동이.
S# 10. 대곡역 안
부감, 황량하게 비어있는 대곡역 안 광장.
막동이 표지판 밑에서 걸음을 멈추고 출구를
찾고있다.
그러나 어디로 나가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
S# 11. 대곡역 아래
저녁 무렵.
황량한 벌판 너머 아파트군이 불빛의 성곽처럼
서 있다.
카메라 천천히 팬 하면서 둑 위를 달리는 전철
과 불을 환히 켜고 있는 일산선 대곡역을 보여
준다.
막동이 걸어 고 있다.
카메라 그를 따라 팬하면,
철도 건널목과 그 너머에 흐릿하게 보이는 마을
의 윤곽.
S# 12. 방안
남루하고 꾀죄죄한 세간살이로 가득찬 방.
아무도 없이 비어 있다.
방 한 구석에서 보는 사람 없는 TV가 켜져서
떠들고 있다.
손에 들고 있던 모자와 윗옷을 방안으로 던진다.
느린 속도로 카메라 앞쪽으로 날아와 떨어지는
모자와 윗옷.
S# 13. 큰나무집
세월의 때가 묻어 있는, 그러나 다 찌그러져 가
는 한옥.
마당에는 커다란 나무가 서 있다.
큰나무아래 평상위에 벌렁 누워 있는 막동이.
바람에 나뭇잎들이 일렁이고 있고,
그 그림자가 누워 있는 막동이의 얼굴에 어른거
린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대문쪽을 바라보고 벌떡
일어난다.
막동이 : 엄마!
S# 14. 방 안
여전히 TV는 켜져 있다.
벽에 기대어 다리를 뻗고 앉아 사과를 먹고
있고 어머니가 사과를 깍으며 TV를 보고 있다.
막동이 : (사과를 먹으며) 엄마,
둘째형님 요새 어디 살어?
어머니는 아무 대꾸도 없이 사과를 깍으며 TV
에 열중해 있다.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며
막동이 : 둘째 형 하는 일은 잘돼?
어머니는 반응이 없다.
그런 어머니를 말없이 보고 있는 막동이.
벽에 걸려있는 사진 액자
어머니 : (O.S) 참, 니 큰성이 아침부터
기다렸는데 너 못봤니?
S# 15. 버스 정류장
집에서 가까운 버스 정류장.
근처 가게에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다.
뇌졸증 환자처럼 모이는 한 장애인 사내가 서
있다.
가만히 서 있으면서도 그의 사지는 마치 불위에
놓인 오징어처럼 끝없이 비꼬여지고 있다.
차 불빛이 다가오자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 선다.
차가 다가와서 그의 곁을 스쳐 지나 가자 다시
자리로 와 앉는다.
여전히 오른쪽을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그의 옆에 누군가 앉아있다.
막동이다.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시치미를 떼고 있는
막동이.
마침내 막동이를 발견한 큰형 표정 가득 기쁨을
표현한다.
S# 16. 큰나무집
아침, 역기를 들고 있는 막동이.
그 옆에는 어머니가 큰형의 얼굴을 씻기고 있다.
큰형을 씻기던 어머니는 가만 있지 않는다고 나
무라고,
큰형이 으히히 웃는다.
안간힘을 쓰며 역기를 들던 막동이.
그런 어머니와 형을 쳐다본다.
위의 광경들의 전경.
멀리 신도시 아파트가 보인다.
S# 17. 방 안
막동이, 사복으로 갈아입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멋을 내고 있다.
벽에 걸린 거울 옆에는 창문이 있고, 그 창문으
로는 바람에 흔달리는 마당의 나무가 보인다.
막동이는 사복을 입고 제대한 기분을 내보려고
하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썩 만족스럽
지는 못한 것 같다.
그는 약간 유행이 지난 느낌의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다.
그런 막동이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큰형.
막동이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막동이 : (수화기를 들고) 예, 통신보안 김병
(하다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목소리를 바꿔)
여보세요. 예? 파출부요? 전화 잘못
건 모양인데요.
어머니 : (수화기를 뺏으며) 이리 줘 봐라.
다시 거울을 보는 막동이.
어머니의 목소리 Off Sound로 들린다.
어머니 : (O.S) 여보세요, 예 맞아요.
(웃음) 지금 얼릉 갈께요.
막동이 : (여전히 거울을 보며) 엄마. 파출부
나가?
막동이 약간 떨어져서 거울을 본다.
자신의 차림새가 여전히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
막동이 : 엄마! 이제 내가 돈 많이 벌테니까
그런거 하지마.
어머니 : 참, 어제 너 찾는 전화가 왔었는데.
어떤 여자더라.
막동이 : 누군데?
어머니 : (O.S) 내가 아니? 응, 거기 어디
전화번호 적어놨다.
막동이 : (전화기 옆에 씌여진 먼호를 보며 전화
하며) 엄마, 막동이 인기 좋지?
제대 첫날부터 여자들이 전화하고 난리잖아.
그러나 실망해서 수화기를 내려 놓으며
막동이 : 안받네.
문득 창문 너머에 시선이 멈춘다.
빨래줄에 널려 바람에 날리는 장미빛 스카프
S# 18 차안
운전석의 셋째와 옆자리의 막동이.
셋째 잠시 말 없이 운전만 하다가 이윽고,
셋째 : 그래, 제대 소감이 어떠셔?
막동이 : 답답하지 뭐. 할 일도 없고…
형님은 어때?
셋째 : 나야 뭐 먹구 살기 바쁘지 뭐.
막동이 : 동네가 너무 많이 변했어. 신도시
들어서면서 팍 찌그러져 가지고...
셋째 : 전에는 뭐 별 거 있었나?
막동이 : 그래도......
차는 서서히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셋째가 마이크를 잡더니, 소리치기 시작한다.
셋째 : (마이크로) 아, 계란이요, 계란! 계란이
왔어요! 따끈따끈하고 위생적인 계란이
왔습니다!
S# 19. 아파트 단지
아파트 단지 안 공터에 차를 세우고 계란을
팔고 있는 셋째.
공중전화 무스 안에서 전화를 걸고 있는 막동이
막동이 : (쪽지를 들여다보며) 미애씨요?
미. 애. 언제 나와요? 네에..
미안하지만 거기......
전화가 끊어졌다. 막동이 수화기를 놓고 전화
부스를 나온다.
계란차 쪽으로 걸어가는 막동이. 계란을 팔고
있는셋째를 향해...
막동이 : 형님, 여기가 옛날 우리땅 아냐?
셋째 아무 반응이 없다.
막동이 약간 걸어나가서 주위를 둘러본다.
기억을 더듬듯
막동이 : 옛날 여기 아카시아 천지였는데......
주변을 둘러보는 막동이의 시선따라 주변의
황량한 아파트 단지와 주변 광경이 보인다.
S# 20. 차 안
형제가 나란히 앉아 있다.
셋째 : 임마, 이제 너도 돈벌 궁리나 해. 니
밥벌인 니가 해야지.
막동이 : 아이, 알았어. 돈 벌거야. 두고봐, 어
형 빨간 불이야.
갑자기 뒤에서 싸이렌 소리 들린다.
셋째 백미러를 쳐다본다.
경찰 백차가 따라오고 있다.
셋째 : 아, 씨발 걸렸네!
소리 : (마이크가 들리는 잔뜩 권위적인 목소리)
계란차는 우측으로!
아, 아, 계란차는 우측으로!
막동이 : 왜 안 서, 도망가면 더 크게 걸려.
셋째 : 가만 있어.
셋째 하는 수 없이 속도를 줄이고 길 우측에
차를 세운다.
순찰차가 그들의 차 앞에 와 선다.
말없이 앉아있는 두 사람.
이윽고 교통경찰이 다가온다.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교통 : (형식적으로 경례한 뒤) 실례합니다.
신호 위반 하셨습니다.
면허증 주시죠.
셋째 : (교통을 보고 비굴하게 웃는다) 아,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한번만 봐주세요. 먹고 살라고 바쁘게
뛰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교통 : 아무리 바빠도 신호는 지키셔야지.
면허증 주세요.
셋째 : 한번만 봐주세요. 서로 아는 처지에…
교통 : 알긴 뭘 알아?
셋째 : 딱지 떼면 오늘 장사 공쳐요. 나 하루
종일 계란 팔아봐야 3만원 못 벌어요.
사실은 우리도 경찰 가족이예요.
우리 형이 파주 경찰서에 있어요.
(교통의 표정을 살피며 재빨리)
우리 같은 사람 안 봐주면 누구
봐줘요? 마음 좋게 생기셨는데…
수고하시는 제가 음료수 값으로 오천원
드릴께요.
지금 가진 게 오천원 밖에 없어요.
막동이 : 아저씨 한 번만 봐줘요.
셋째 : 아이 봐줘요.
교통 : 줘봐요.
셋째 : 고맙습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그러나 지갑에는 만원 짜리가 들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한다.) 이거 만원짜린데
오천원 거슬러 주세요.
교통 : 아니, 아저씨 잔돈 없어요?
셋째 : 곤란하네. 오천원이라도 있어야 가다가
밥이라도 사먹을 텐데…
교통 : 이리 주세요. 내 차에 가서 바꿔줄께.
셋째 : 고맙습니다.
교통, 만원을 받아가지고 순찰차로 간다.
그러나 차에 올라타는가 싶더니 그대로
가버린다.
셋째 : 어어? 저 새끼 봐? (차를 출발시킨다)
저 새끼 잡아야지.
막동이 : 어쩔려고?
셋째 : 어쩌긴? 오천원 받아내야지.
막동이 : 어떻게 받아내? 그냥 가.
셋째 : 안돼, 왜 눈 뜨고 오천원을 그냥 뺏기냐?
저 새끼 이 김영철이를 우습게 봤어.
S# 21. 거리
계란차는 순찰차 뒤로 따라 붙는다.
셋째 : 아이, 아저씨 돈줘요? 내돈 줘요 야
막동아 차 세우라 그래.
그러나 백차는 계속 달린다.
그들 역시 백차를 계속 따라간다.
S# 22. 도로
신도시와 구일산 사이의 도로.
멀리 신도시 아파트들이 보이는 한적한 도로
위에서 추격전이 전개되고 있다.
간간히 셋째의 마이크 소리 들린다.
S# 23. 차 안
셋째 : (마이크로) 빽차 정지해라! 차 세워라!
경고한다! 차 세워라!
빽차는 우측으로, 빽차는 우측으로...
두 사람 신이 났다.
S# 24. 변두리 다방
손님이 별로 없는 변두리 다방.
한구석에 막동이 혼자 앉아서 이력서들에
사진을 붙이고 있다.
이윽고 곁에 있는 창문을 열고 내다본다.
공장지대인 듯한 창밖의 풍경이 보인다.
카운터 쪽에서 마담과 순옥의 소리 들린다.
마담 : (O.S) 아이구, 일찍도 오셔.
다방 내부의 모습이 보이고,
순옥 배달 갔다온 찻잔을 내려놓으며
순옥 : 늦게 왔다고 조금 더 앉았다 가라
잖아요.
순옥, 중년 남자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앉는다.
순옥 : 아유 오빠들 오랜만이네. 미스 김 보고
싶어서 어떻게 살았데.
갑자기 이쪽을 쳐다보고 깜짝 놀란다.
그리고는 그대로 문밖으로 뛰어나간다.
막동이 뒤쫓아 나간다.
S# 25. 다방 출입구 계단
좁은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막동이.
뒤돌아 보며 도망을 가는 순옥이
막동이 : 야아! 안 서? 야
S# 26. 골목길
허접 쓰레기가 쌓여 있는 지저분한 막다른 골목.
굽높은 신을 신고 위태롭게 달아나는 순옥의 뒷모습.
막동이 그 뒤를 쫓아간다.
막동 : 야! 김순옥! 안 서? 거기 서!
결국 순옥의 팔을 붙잡는 막동이. 순옥이 소리를
지른다.
막동 : 왜 도망 가?
순옥 : 맞아. 내가 왜 도망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막동 : 너 옷 꼬라지가 이게 뭐야.
순옥 : 아, 왜이리 붙들고 이래
(잠시 노려보다가)
막동이 오빠 제대 했어? 나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대.
막동 : 너 이런 일 아니면 돈 못벌어.
순옥 : 엄마 한텐 말하지마, 엄만 나 공장
다니는 줄 안단 말야.
막동 : 너 내가 앞으로 돈 많이 벌테니까 이런일
하지마.
순옥 : 돈벌기가 그리 쉽나.
막동 : 빨리와
막동이 골목길을 돌아 나가려 한다.
순옥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몇장을 꺼내
막동이에게 준다.
순옥 : 용돈 써
막동 : 필요 없어
순옥 : 받어, 돈 없잖아.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갚어.
돈을 받는 막동이.
두사람 장난스럽게 티격태격하며 골목을 걸어
나간다.
S# 27. 영등포 거리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영등포의 어느 밤거리.
사람들 속에 섞여 걸어가는 막동이
S# 28. 공중전화 박스
뉴스 나이트클럽 앞의 공중전화 부스.
전화를 걸고 있는 막동이
막동 : 여보세요, 거기 뉴스 나이트클럽이죠?
거기 미애씨란 분 계세요? 예? 언제
나와요? 예?
전화기를 놓고 나서는 막동이. 유리문을 밀려다
말고 멈춘다.
누군가 발견한 듯 유리문을 조금 더 밀면
미애의 모습이 유리문에 반사된다.
S# 29. 나이트클럽 앞
샌드위치맨. 광대 모자를 쓰고, 콧수염을 붙이고
점멸등이 켜진 옷을 입고 있다.
샌드위치맨, 막동이를 향해 총 쏘는 시늉을 한
다.
샌드위치맨 : 자, 오세요. 오세요, 성인
나이트 클럽뉴스, 오늘 물
좋습니다.
S# 30. 술집 입구
계단을 올라오는 막동이.
요란한 밴드 소리와 함께 판수의 소리 들려온다.
판수 : (O.S) 어서 옵쇼!
검은 양복에 짧은 머리를 한 판수,
술집 출입문 앞에 서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판수 : 혼자 오셨습니까?
막동이 : 예.
판수, 의심스런 시선으로 막동이를 쳐다보다가
손으로 들어가란 시늉을 한다.
막동이 문을 밀고 들어서자, 밴드음이 쏟아져 나
온다.
S# 31. 뉴스
막동이 , 나비 넥타이를 맨 웨이터에게 안내되어
자리에 앉는다. 막동이 술집 안을 둘러본다.
막동이 웨이터에게 주문을 하는 동안, 한 여자가
수가 무대에 등장한다. 박수와 함께 밴드가 다시
울린다. 무심코 무대를 쳐다보던 막동이의 눈이
놀라움으로 굳어진다.
조명 불빛 속에서 노래 부르고 있는 가수는 기
차 안에서 만났던 미애가 틀림 없다.
미애와 막동이 서로 눈이 마주친다. 노래를 계속
하면서도 이제 그녀의 시선은 막동이에게 박혀
있다.
S# 32. 술집 앞
술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막동이. 늦은 시간이
다. 앉는다. 막동이 술집 안을 둘러본다.
그의 뒷쪽에 샌드위치맨의 깜박이는 불빛이 보
인다. 그러다가 그 불빛이 꺼지고, 샌드위치맨
안으로 들어간다.
영업이 거의 끝난 것 같다. 초초한 기색의 막동
이.
마침내 안에서 미애가 걸어 나온다.
막동이 : (스카프를 내밀며) 받으세요.
미애 : 가져요. 선물로 줄께. (또 웃는다) 가요,
내 술 한잔 사줄께.
미애 앞장서 걸어간다.
막동이 어색하게 따라가기 시작한다.
소리 : 야, 어디 가?
술집 앞에 서 있는 사내. 그의 이름은 배태곤이
다.
미애 : 가요.
동주 : 미애씨
미애가 걸음을 멈춘에 알 수 없는 주문 같은 것
을 외운다.
미애 : 보스빠지이 시또 사무노이, 시또사무노
이 보제뜨
동주 : (그녀를 막아서며 ) 형님이 부르시잖아.
동주의 태도는 공손하지만, 강압적이다.
막동이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른다.
미애 : 난 안 가
동주 : (그녀를 막아서며) 형님이 부르시잖아.
동주의 태도는 공손하지만, 강압적이다.
막동이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른다.
미애 : 난 안 가
동주 : 가시죠
미애 : 놔 이새끼야!
동주 : 알잖아 이러면 안된다는거
미애 : 안 가.
미애의 팔을 붙잡는다.
태곤이 가까이 다가온다.
그의 두 눈은 늘 약간 충혈되어 있다. 그러나 얼
굴은 창백하다. 그는 30대 후반의 마르고 건강한
체구에 단정한 복장을 하고 있는, 겉보기로는 매
력과 매너를 갖춘 인물이지만, 그러나 그 예의바
르고 단정함이 불안정한 것이라는 사실을 숨기
지 못하고 있다.
태곤 : 이건 뭐야?
미애 : 내 애인.
태곤 : 애인?
미애 : (막동이의 팔을 끼며) 그래 내 애인이야.
새 애인. 난 이런 영계가 좋아.
태곤, 막동이를 쳐다본다. 그 눈빛에 막동이 당
황한다.
태곤 : 까불지 말고 가. (그녀의 팔을 붙든다)
미애 : 안 간다잖아!
미애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녀는 팔 하나는 태곤에게 잡힌채 다른 손으로
그를 주먹질하며 앙탈을 부리고 소리지른다. 그
러나 태곤은 그녀를 마치 떼 쓰는 어린아이를
다루듯 한다.
막동이 : 아니 왜 안간다는 사람을 데리고 가요?
그가 태곤을 붙들자, 곁에 있던 판수가 다가온
다.
그의 발길질에 막동이 나가 떨어진다. 막동이는
간신히 일어나지만,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해 다시
비틀거린다.
미애 : 놔! 놔, 이새끼들아!
바닥에 주저앉으며 끌려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미애 : 야, 배태곤! 니가 뭐야? 난 너 싫어. 싫어!
놔!
그들은 미애를 강제로 끌고가 차에 태운다.
차가 떠난 뒤, 판수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막동이에게 다가온다. 막동이 긴장해서 그를 쳐
다본다.
판수 : 야, 불 있어?
막동이 주머니를 뒤져 라이터를 꺼내 그에게 불
을 붙여준다. 판수는 여유있게 담배 한모금을 빤
다음, 막동이의 얼굴에 연기를 내뿜는다. 그리고
는 일어서 가버린다.
S# 33. 거리
밤거리를 막동이가 걷고 있다. 그의 걸음걸이는
지쳐있고, 목적지를 잃어버린 것처럼 공허하다.
곁에서 차의 경적소리가 들린다. 그가 알아듣지
못하자, 다시 한번 울린다. 돌아보자, 그의
곁으로 차가 한 대 다가와 있다.
뒷자리의 유리창이 내려지며 미애의 얼굴이 보
인다.
조금 전과는 딴판으로 그녀는 웃고 있다.
미애 : 타요.
막동이 망설인다.
미애 : 괜찮아, 타.
막동이 운전석 옆자리에 올라탄다.
S# 34. 차안
차장 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스쳐 지나간다. 동주
가 차를 몰고 있고, 미애와 태곤은 뒷자리에 나
란히 앉아 있다.
미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곤의 어깨에 기대
어 있다.
태곤 : 너 어디 사냐?
막동이 : 일산 사는데요.
태곤 : 엊그제 제대 했다며? 이제 뭐 할거야?
막동이 : 취직 해야죠…
태곤 : 할 때는 있어?
막동이 : 없는데요
미애 : (손을 뻗어 막동이의 가슴을 안으며) 자
기 잘 하는 거 있잖아 달리기
태곤 : 너 무슨 일 하고 싶어?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막동이 :…
태곤: 임마, 젊은 놈이 왜 그래. 잘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젊은 놈이 꿈이 있어야지
미애 : 아이고, 또 개똥철학 나오네. 이 사람
말 듣지 마. 이 사람 말하는 서 순
거짓말이야.
태곤 : 너 운전할 줄 알아?
막동이 : 군대에 있을 때 면허증 땄어요.
태곤이 지갑을 꺼낸다. 지갑 속에는 많은 명함이
있다. 그 명함들을 빠르게 넘기다가, 그 중 한장
을 막동이에게 건네 준다.
태곤 : 여기 가서 내가 보냈다 그래.
미애 : 이 사람 좀 잘 봐줘. 내 애인이니까.
태곤 : 내려.
막동이는 당황한다.
태곤 : 얘기 끝났으니까 내려, 임마.
막동이 차에서 내린다.
미애 : 멋쟁이 아저씨, 잘가. 빠이빠이.
막동이를 혼자 놔두고 차는 떠나버린다.
아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S# 36. 방안
방안에는 불이 켜져 있고, TV 화면만 켜져 있
다. TV를 향한 채 어머니가 모로 누워있고, 그
곁엔 큰형, 막동이의 순서로 누워 있다. TV에서
는 마감뉴스가 막 끝났다. 막동이가 잠결에 무언
가를 발로 차고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앉는다.
막동이 : 엄마!
대답이 없다. 잠이 든 것이다.
막동이는 잠시 잠이 든 어머니와 큰형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TV 를 끄고 다시 자리에 눕는다.
바람에 날리는 큰나무
S# 37. 주차장 사무실
사무실은 정돈되어 있지 않고 지저분하다.
사무실 한쪽에서 사람들이 둘러앉아 대낮부터
노름을 하고 있느라 시끌쩍하다.
양상무가 책상에 앉아 막동이의 이력서를 보다
가 위를 올려다 본다.
양상무 : 배태곤 사장하고는 어떻게 아는 사이
야?
막동이 : 저, 그냥 아는 사인데요.
양상무, 말없이 막동이를 쳐다본다.
S# 38. 주차장
흰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온다. 일어서서 가까이
다가 가려던 막동이, 그 차가 미애의 차임을 알
아챈다.
어두운 주차장 한 곳에 차를 세우는 미애, 그러
나 내리지 않는다. 막동이 이상하게 생각하며 천
천히 다가간다.
그녀는 운전석에 앉은 채 울고 있다.
소리없고 억제된, 그러면서도 처절한 울음이다.
막동이는 몸을 숨긴 채 그녀의 울음소리를 보고
만 있다.
마침내 그녀는 울음을 그치고, 백미러를 보며 눈
물을 닦고 차에서 내린다. 그녀가 차에서 내릴
때 막동이가 다가간다.
막동이 : 안녕하세요?
그의 미소는 굳어진다. 그녀가 그를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냉랭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막동이 : 키는 두고 내리셨죠?
아무런 대꾸없이 걸어가는 미애.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막동이, 그녀의 차에
올라탄다.
차 키를 뽑으려는 그의 손이 문득 멈춘다. 그는
잠시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앉아있다. 방금 그
자리에 앉아서 울고 있었던 그녀의 감정을 자신
이 느껴보려는 듯이. 그러다가 차 안에 있는 물
건 이것저것을 만져본다. 선반을 열고 그 안에
들어있는 잡동사니들을 꺼내 보고 꼼꼼하게 살
피며 냄새를 맡기도 한다. 음악을 튼다. 그녀가
듣다가 꺼버렸던 음악의 뒷 부분이 흘러나온다.
아까 그녀의 자세대로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힌
채 눈을 감는다. 누군가 차장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눈을 뜬다.
주차원 : 야, 임마! 여기서 뭐해?
황급히 차에서 내리는 막동이를 못마땅하게 쏘
아본다.
주차원 : 차 들어오잖아
주차 통로에 차 한 대가 서 있다. 막동이 그 쪽
으로 달려 간다. 차에서 내리는 판수, 찬종 등.
막동이 : 키 주세요.
찬종 : 괜찮아, 우린 안 줘도 돼.
막동이 : 키 받아야 돼요. 주세요.
찬종 : 이 새끼, 안 줘도 된다는데…
막동이 : 받아야 되요.
주차원 : (저쪽에서 소리친다) 야! 그냥
보내드려!
막동이, 물러가는데 판수가 다시 부른다.
판수 : 야! 일루 와봐!
막동이 : 왜요?
판수 : 일루 와봐, 임마!
막동이 굳은 얼굴로 천천히 다가온다.
막동이 : 왜요?
판수 : (담배를 입에 물며) 불 있어?
잠깐 망설이다가, 막동이 주머니에서 라이타를
꺼내 그에게 불을 붙여준다.
판수 : (여유있게 연기를 내뿜으며) 너 나
알아, 몰라?
막동이 : 알아요.
판수 : 그런데 왜 인사 안해?
막동이 말없이 판수를 쳐다본다. 다른 패거리들
은 곁에서 빙글빙글 웃으며 보고 있다.
막동이 :… 우린 서로 인사할 사이가 아닌 것 같
은데?
말을 마치고 막동이는 돌아서서 걷는다. 당황한
판수. 패거리들은 재미있다고 웃는다. 더욱 화가
난 판수.
판수 : 야! 일루와!
막동이 돌아선다.
판수 : 너 이리와 봐. 뭐, 너 뭐라 그랬어.
막동이 : 에이 씨발.
판수 : 이 새끼, 안 와?
막동이 : 새끼 새끼 하지 마. 새꺄
판수 : 뭐?
판수, 피우던 담배를 내던지고 막동이에게 달려
든다.
두 사람 서로 엉켜 싸운다. 패거리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듯 낄낄거리고 있다. 막동이의 저
항도 만만치 않지만, 주로 맞는 쪽이다. 두 사람
은 차들 사이에서 몸을 부딪치며 싸우고 있다.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그들의 싸움을 멈추게 한
다.
소리 : 뭐야, 이거?
양상무와 동주가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판수, 동주의 고함소리를 듣고 몸을 일으켜 돌아
선다.
그때 각목을 집어들고 판수의 뒷통수를 친다.
쓰러지는 판수.
얼굴에 핏자욱이 낭자한채 각목을 들고 서 있다.
S# 39. 뉴스내부
아직 영업이 시작하지 않은 시간의 나이트 클럽
종업원들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고, 한쪽 테이블
에 동주, 판수, 찬종 등 일당들과 막동이 앉아
있다.
막동이의 얼굴은 얻어맞아 부어 있다.
막동이와 판수는 마주보고 앉아 계속 입씨름을
하는 중이다.
판수 : 너 이 새끼야, 오늘 운수 대통 한 줄
알아 십새끼야.
막동이 : 말 좀 곱게 할 수 없어?
판수 : 너 이 새끼 너. 계속 주둥아리 놀리면
진짜 나한테 죽는다.
막동이 : 내 입이 주둥아리면 누구 입은
아가린가?
막동이는 한마디도 지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재미있어 하고
판수는 더욱 약이 오른다.
판수 : 야유 저걸 그냥. 형님, 저 새끼한테 왜
술 먹여요?
동주 : 가만 좀 있어, 임마!
갑자기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다
일어난다.
마침 태곤과 미애가 들어선 것이다.
막동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허리 굽혀
인사한다.
동주 : 형님, 나오셨습니까?
막동이 미애를 보고 있다.
미애는 아까 차 안에서 혼자 울고 있던
모습과는 또다른 모습이다. 미애는 태곤에게
뭔가 귓속말을 한다.
태곤 : (미애의 말을 들은 뒤) 야! 음악 좀
틀어라! 분위기 썰렁하다!
이윽고 음악이 홀안을 채우기 시작한다.
음악을 맞춰 머리를 흔드는 미애.
그러다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눈을 감고 음악의 물살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
듯한 춤이다.
그 모습을 막동이는 흘린 듯 보고 있다.
S# 40. 웨이터 휴게실
동주가 막동이를 데리고 들어선다.
동주 : 들어와 앉아.
막동이 : (약간 긴장한 얼굴)
동주 : 너 일 하나 해볼래?
막동이 : 무슨 일이여?
동주 : 아주 간단한 일이야. 이건 법을 어기는
일도 아니고, 너 우리 사장님 알지?
배태곤 사장님.
우리 사장님은 절대로 그런 일은 안해.
너 돈벌고 싶지?
막동이 돈 봉투를 받아 들고 동주를 쳐다본다.
S# 41. 막동이의 방
주차장 건물에 딸린 작은 방. 막동이 옆으로
손을 뻗는다.
막동이는 지갑을 집어 그 안에서 몇 장의
사진을 꺼내 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막동이 : (O.S) 엄마? 나야, 막동이. 여기
서울이야.
예 좋아요. 직장도 좋은 데고, 다
괜찮아.
큰성은 자? 다 좋아, 직장 좋은
데라고 걱정 마세요. (약간
실없게 웃는다)
예……끊어요, 주무세요.
# 42. 단란주점 홀
비디오 모니터들이 매달린 작은 단란주점.
오사장이 무대에서 넥타이를 풀어 헤친 채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래는
<불효자는 웁니다>
한쪽 테이블에선 막동이 혼자 앉아 술을 마시며
무대의 오사장을 쳐다보고 있다.
S# 43. 화장실
화장실의 거울 앞에 선 막동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주시한다. 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작은 소리로 따라한다.
막동이 : (노래) 불초한 이 자식은… 생전에
지은 죄를…
문틈에 왼손의 손가락 하나를 끼워넣는다.
얼굴에 약간 공포와 망설임이 있다. 다음 순간,
문을 닫는다.
쿵, 소리와 함께 얼굴이 일그러진다. 두번,
세번, 손가락이 완전히 부러질 때까지 문을
세차게 닫는다.
얼굴에 식은 땀이 흐르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홀에서도 이제 막 노래가 끝나는지
“어,머,니이--"
하는 마지막 소절을 절규하듯 길게 빼고 있다.
막동이 마침내 천천히 일어선다.
S# 44. 단란주점 홀
노래를 끝낸 오사장이 박수와 환호에 답하며
내려온다.
막동이 그 옆을 지나며 들으란 듯이,
막동이 : 사장님, 사장님 노래...
노래를 마친 오사장 자리에 앉는다.
여자가 술을 따르자 들이킨다. 막동이 자기
자리에서 맥주를 들고 오사장에게 간다.
그는 다친 왼손은 감추고 있다.
막동이 : 사장님 노래 하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제 한잔만 받아 주세요.
오사장 : 아, 고맙심다.
막동이 오사장에세 술을 따른다.
막동이 : 사장님은 정말 노래 못하십니다. 음정
박자 맞는게 하나도 없으니 어디 가서
마이크 잡지 말아요.
오사장 : 허참, 내 깐엔 열심히 불렀는데
무안하게 와이라노?
아직 그는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여자도 곁에서 웃고 있다.
막동이 : 다음부터는 절대로 노래하면 안돼요.
오사장 : 아, 거참. 알았어.
막동이 : 아저씨, 그 실력으로 지금까지 댕기며
노래 했소?
오사장 얼굴빛이 변한다.
오사장 : 아, 알았어. 다음부터 안할께.
막동이 : (어깨에 손을 얹고) 형씨, 정말이지?
그말 믿어도 되지?
여자 : 어머, 이 사람 왜 이래?
오사장 : 그래 그래, 믿어. 내 다시는
안하께, 응?
막동이 : 한번만 더 노래하면 넌 인간이 아니야.
알았어? 넌 개새끼야.
오사장 :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이께…
오사장은 분노가 폭팔하여 막동이를 걷어찬다.
막동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다친 손을 쳐든다.
완전히 부러져 으깨진 손가락이다.
동주 일당 (판수, 찬종 등) 일당이 술집 안으로
들어선다.
그들을 본 오사장 비로소 상황을 파악한 것
같은 얼굴이다.
동주 : 뭐야? 왜 그래? 누가 이랬어?
판수 : 아이구, 이거 오사장님 아니 십니까?
오사장 : 이 새끼들 이제보이…
찬종 : 아야, 니 어쩌다가 손이 이지경이 되어
부렀냐? (그가 막동이의 손을 잡으려
하자, 막동이 죽으라고 소리친다.)
막동이 : 아아아아아악-------!
막동이 계속 미친듯이 절규한다. 단순간 고통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몸 속에 파묻혀 있던, 그
자신도 억제하지 못하는 것들이 한꺼번에
토해져 나오는 듯하다. 모든 사람들이, 동주
일당까지도 질린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아무도 그의 절규를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S# 45. 뉴스
붉은 카페트가 깔린, 룸으로 가는 좁은 복도.
막동이 판수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막동이는 기브스한 손을 칭칭 동여매고 있다.
카메라가 그들의 뒤를 따라가는 동안, 웨이터가
판수에게 인사하며 지나가고 반벌거숭이
호스테스가 지나가기도 한다. 이윽고 룸에
도착한 판수, 룸 안에는 태곤을 비롯한
일당들이 양쪽으로 앉아 있다.
태곤 : 그래 왔어. 야 막동이, 이리와 앉아
(자기 옆 자리를 가리킨다.)
막동이 그 쪽으로 걸어간다.
태곤 : 손은 어때?
막동이 : 괜찮습니다.
태곤 : 괜찮을 리가 있냐, 임마? 멀쩡한
손가락을 부러뜨려 났는데 ……에이,
미련한 자식.
사람들이 웃는다. 태곤은 막동이에게 술을 따라
준다.
태곤 : 자, 한잔 해.
막동이 : 고맙습니다.
태곤 : 앞으로는 그런 짓 하면 안돼. 젊을 때는
기분에 제 몸을 함부로 하는 수가
많은데, 그런 짓 하면 안돼, 알았어?
막동이 : 예.
동주 : 이자식 이거 깡다구가 있더라구요.
태곤 : 여하튼 너 덕분에 일은 잘 해결됐다. 그
새끼가 우리 건물 못 짓게 재개발 반대니
사람들 쑤시고 다녔는데, 깨끗이 해결
됐어.
동주 : 그 새끼 이번에 시의원 나갈려고 하는데,
전 전과 남을까봐 제발 합의해 달라고
싹싹 빌더라구요.
태곤 : 야, 막동이. 너 이름 막동이라고 했지?
막동이 : 예.
태곤 : 너 이제 나한테 형이라고 불러라.
이제부터
내 동생 되는거야. 니가 내 막동이
동생이다.
알았어?
막동이 : (조금 얼떨떨해서) 예.
태곤 : 너 몇 살이냐?
막동이 : 스물여섯입니다.
태곤 : 스물여섯이면, 무슨 띠야?
막동이 : 돼지띠요.
태곤 : (테이블 끝에 앉아있는 판수에게) 판수
넌 무슨 띠야?
판수 : 형님, 뭘 그런 걸 물으십니까?
태곤 : 무슨 띠야, 임마? 띠 몰라?
판수 : 형님, 죄송하지만, 그런 선 안
물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건 비밀로
해주시지요.
태곤 : 비밀?
모두 웃는다. 사이.
태곤 : 무슨 띠야, 임마. 말해봐.
판수 : 형님, 정말 왜 이러십니까?
태곤 : 너 띠 모르지?
동주 : 형님, 그만 하시죠.
태곤 : 솔직히 발해봐. 너 띠 모르지?
판수 : (말을 돌린다) 형님, 정말
너무하십니다.
형님이 저 자식 너무 특별대우 하시는
것 아닙니까? 저자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우리는 형님을 형님이라고 부르는데
일년 넘게 걸렸는데…
그는 말을 멈춘다. 분위기가 너무 차갑게
가라앉아 있음을 눈치 챈 것이다. 납덩이같은
침묵이 잠깐 지속된다.
태곤 : (낮은 소리로) 이리 와.
판수,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총알같이 태곤
앞으로 달려와 무릎 꿇는다.
태곤 : 이 양아치 새끼가!
태곤, 발을 들어 판수의 가슴을 걷어찬다. 벌렁
자빠지는 판수. 그러나 오뚜기처럼 재빨리
일어나 다시 무릎 꿇는다.
판수 : 죄송합니다, 형님…
그러나 말을 채 맺지 못하고 다시 태곤의
발길에 나가 떨어진다. 다시 재빨리 일어나
무릎 꿇는다.
태곤 : 이 양아치 새끼가… 어디서 입을 놀려?
결정은 내가 해, 이 새끼야!
판수 : 죄송합니다, 형님!
태곤 : 너희들 똑똑히 들어둬. 이제부터
막동이는 우리 식구다.
일동 : 알겠습니다, 형님.
태곤 : 내 식구는 끝까지 책임진다. 막동이 너
내일부터 주차장 나가지마.
막동이 : 예?
S# 46. 리바쉬 나이트 클럽앞 주차장
미애의 승용차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막동이.
누군가의 손이 운전석 옆 창문을 두드린다.
유리창을 내리는 막동이
종업원 : 안에 일이 좀 생겨서요, 지배인님이
잠깐 들어와 모시라는 데요.
S# 47. 나이트클럽 내부
음악은 꺼져 있고, 모두들 무대를 쳐다보고
있다.
무대위 마이크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미애의
모습이 보인다.
지배인 : 노래 하다가 손님이 욕을 했다고
저러고 있어요. 아무리 내려오라고
해도 꼼짝을 해야지 이러면 우리
장사못해.
자네가 가서 좀 데리고 내려와
나 지금 배태곤 사장 얼굴 봐서 참고 있는거야.
막동이 그를 지나 무대 쪽으로 걸어간다.
미애는 시위하듯 꼼짝을 않고 서 있다.
막동이 : 누가 욕했어요. 누가 노래 하는데
욕했어요?
막동이를 쳐다보는 사람들. 술취한 사내 한명이
일어난다.
손님 : 내가 욕했다. 아니 가수라는 년이 술먹고
깽판치는데 너 같으면 욕 않하겠니?
너희들 손님을 뭘로 아는거야
순간 막동이의 주먹이 그에게 날아간다. 한번
두번, 세번. 사내가 쓰러지고 사람들이
흥분해서 우 일어난다.
막동이 재빨리 물러서며 탁자위의 맥주병
하나를 집어들고 무대 쪽으로 물러난다. 그리고
맥주 병으로 자기의 이마를 친다.
막동이 : 덤벼 씨발
이마에서 피가 흘러 내리고, 놀라서 보고 있는
사람들.
이윽고 맥주병을 내 던지는 막동이. 미애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막동이 : 가시죠
막동이의 손을 잡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두 사람.
사람들 그들을 위해 길을 비껴준다.
S# 48. 차안
미애의 차안. 룸 미러를 통해 막동이를 응시하는
미애.
막동이, 미애의 차를 운전하고 있다.
미애 : 막동씨, 김막동씨.
막동이 : (백미러를 쳐다보며) 예?
미애 : 이 일이 좋아?
막동이 : …
미애 : 배태곤씨 밑에서 일하는게 좋으냐구?
S# 49. 경찰서 앞
전형적인 시골 경찰서 건물. 막동이와 둘째가
걸어나온다.
둘째 : 손은 왜 그랬냐?
막동이 : 그냥… 조금 다쳤어.
막동이 : 낮부터 그렇게 취해 있으면 높은
사람이 뭐라 하지 않나?
둘째 : 임마, 니가 걱정할 일 아냐. 너 밥 안
먹었지?
형이 고기 사줄께.
막동이 : 먼저 형님 집부터 가야지. 형수님
한테도 인사해야지.
둘째 : 그래? 그래, 그럼.
S# 50. 음식점
식사 시간이 지났는지 손님이 없다.
막동이 : 형님 집으로 안가고 왜 이리로 와
둘째 : 여가 우리 집이야 아줌마, 여기 고기
좋은 거 하고 맥주 시원한거 좀 줘요.
술부터줘요.
아줌마 하나가 반찬들을 들고 나와 아무
렇게나 놓고 돌아가 버린다. 막동이
아줌마를 힐끗 바라보고, 자신이 반찬을
내려 놓는다.
막동이 : 형님, 우리 식구들 전부 같이 모여 살
면 안될까, 옛날같이
둘째 : 자식, 아직도 그런 순진한 생각을 하냐?
같이 살면 뭐해? 서로 먹고 살기 바쁜데
막동이 : 같이 살면서 같이 돈을 벌고 그러면 좋
잖아 공장을 하던지. 식당을 하던지.
나 군대 있을 때 그런 생각 많이 했어.
둘째 : 마, 공장이나 식당은 아무나 해
(아줌마가 가져온 맥주병을 들어보고)
아이, 맥주가 왜 이래, 아줌마 맥주
시원한 거 없어요?
순간 주인 여자가 와서 둘째의 손에서 맥주병을
빼앗는다.
주인여 : 안돼요. 우린 김형사님 한테 술 못
팔아요. 딴데 가세요.
둘째 : 아이 왜 이러시나, 귀한 손님하고 왔는데
주인여 : 귀한 손님이고 뭐고 못 줘요. 딴데로
가세요.
주인 여자는 주섬주섬 상을 치우기 시작한다.
둘째 : 장난이 지나치셔
주인여 : 장난 좋아하네. 아줌마 여기 좀 치워요
둘째와 막동 물끄러미 주인 여자를 쳐다본다.
주인여 : 왜요? 그렇게 노려보면 어쩔거예요? 또
때려 부술 거예요?
어디 지난번 처럼 또 때려 부수고 깽판
쳐봐요. 손님 다 쫓아내고... 왜
못해요?
또 때려 부숴보라니까.
막동이 : 아줌마 정말 왜 이러세요?
주인여 : 왜 이러는지 이 양반 한테 물어보세요
말없이 앉아있던 형, 나가며
둘째 : 미안하다 나가자
둘째 밖으로 나가고 막동이 식당 바깥으로
나온다.
주위를 둘러보며 형을 찾는다. 그러나 형은
보이지 않는다.
막동이 : 형님!
S# 51. 차안
차의 앞창으로 지저분한 영등포의 거리가
보인다.
막동이 차를 몰고 있고, 뒷자리에는 태곤이 앉아
있다.
태곤 : 오른쪽으로 꺾어.
막동이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공사장 앞. 차에서 내리는 두 사람
태곤 : 여기서 기다려
막동이 : 예…
태곤, 건물 쪽으로 걸어간다.
태곤 : 여기서 기다려
S# 52. 같은 장소(시간 경과)
차에 기대어 무료하게 기다리고 있는 막동이.
막동이 건물안으로 들어간다.
S# 53. 어두운 건물안
출입구에서부터 들어서는 막동이의 실루엣,
막동이 주위를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태곤 : 형님!
그러나 대답이 없다. 계속 걸어오는 막동이.
막동이 : 형님!
태곤 : (O.S) 여기다.
건물 한쪽 옛날 식당가였던 곳에 앉아있는
배태곤
태곤 : 이리온
걸어오는 막동이
태곤 : 앉아
막동이 태곤의 곁에 앉는다.
태곤 : 뭐 먹을래?
막동이: (어이가 없다. 그러나 장난스럽게
웃으며) 떡볶이요. 아줌마 여기 떡볶이
하나 주세요.
태곤 : 막동아, 내 옛날얘기 하나 해 줄까?
옛날에 말야 새까만 양아치 새끼가
하나 있었어요.
배운건 없지, 부모형제 한테도 까였지.
그래도
먹고 살아보겠다고 아는 사람 하나없는
이 서울 바닥에서 똥뚜간의 구더기마냥
꼼지락 꼼지락.
그런데 어느날 말이야 너무 배가
고파서, 밤에, 식당문을 따고 들어가서
김밥 세줄 먹고, 오뎅 국물 마시다
주인한테 들켜서 작살나게 터지고,
첫 번째 유치장 신세를 졌지. 그
김밥집이 어딘지 아냐? 바로 여기야.
그때 김밥 훔쳐먹은 양아치 새끼는 뭐가
됐을 것 같냐? 이 건물 전체 재개발권을
따내서 여기다가 멋진 건물을 지을라
그러지. 깜방갈 때 이를 박박 갈면서
작심한 게 있었지. 니기미 좇같은
새끼들아. 두고보자.
막동이 넌 꿈이 뭐냐?
막동이 머쓱하게 태곤을 쳐다볼 뿐 말이없다.
문득 태곤의 핸드폰 소리가 울린다. 태곤
핸드폰을 받는다.
S# 54. 뉴스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아 홀 안은
어둠침침하다.
태곤이 막동이와 함께 들어선다.
동주 : 형님.
태곤 : 누가 날 찾아?
소리 : 야, 베트콩!
그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리는 태곤. 적어도 이
동네에서 그런 별명으로 그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홀 안쪽 테이블에 사내 세 명이
앉아 있다.
그러나 불빛이 어두워 태곤은 그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
태곤 : 저 새끼 누구냐?
동주 : 글쎄요, 모르는 얼굴인데 아까부터 형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김양길 : 너 그 동안 얼굴 많이 좋아졌다?
태곤은 그 자리에 선 채 말없이 그들을 보기만
한다.
팽팽한 긴장이 흐른다.
그는 이제 목소리의 주인공을 눈치챈 것 같다.
김양길 : (자기들끼리) 저 새끼 옛날엔 진짜
베트콩같이 새까맸었는데…
사내들이 낄낄거리며 웃는 소리 들린다.
김양길 : 성질도 베트콩같이 드러웠지. 저 새끼
이 바닥에서 순깡다구로만 큰 놈이야.
동주 : (낮은 소리로) 형님, 저 새끼들 저거
그냥 찍어버릴 까요?
태곤 : 가만 있어.
비로서 썬글라스를 벗고 얼굴을 드러낸다.
태곤 그를 향해 걸어간다. 그러나 그에게까지는
가지 않고 몇 걸음 떨어진 다른 테이블에
앉는다.
태곤 : 형님 오랜 만이요.
김양길 : 그래, 너한테 형님 소리들으니까 감개
무량하다. 너 나한테 면회 한번
안오길래
잊어 버린 줄 알았는데…
태곤 : 요즘 먹고 살라면 바빠서 시간이 없어요.
김양길 : 안 그래도 그 동안 니가 먹고 산
이야기 다 들었다. 요즘은 기집 장사
안하냐?
사내들 다시 낄낄거린다.
태곤 : (감정을 억제한다) 앞으로 먹고 사는데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하쇼.
내 도와 드릴테니까.
김양길 : 안 그래도 너한테 신세 좀 지게 됐다.
내 애들 데리고 요길 건너 <불스>
나이트 영업을 하기로 했어. 그러니까
니가 좀 도와줘라. 너 이 동네 유지
래매?
김양길과 사내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태곤 쪽으로 다가온다.
김양길 : (태곤에게 바싹 붙어서서 은근한 목소
리로) 내가 옛날에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면서 계속 발길로 걷어찼거든,
그런데 이 강아지가 이따만한
쎄빠드가 됐어요. 그런데도 나한테
덤벼들지를 못해. 왜 그런지 알아.
이눔아 한테는 내가 발만 살짝 들어도
내 발이 이따만하게 보이는 거라.
(그는 손으로 태곤의 턱을 치며든다.
그리고 마치 강아지를 얼르듯
손가락으로 태곤
의 턱 밑을 간지르며 꼬르르르, 혀
굴리는 소리
를 낸다.) 안녕. 씨 유 어게인!
그들이 술집을 나갈 때까지 태곤은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앉아 있다.
S# 55. 뉴스 룸
태곤이 박과장과 함께 술자리를 하고 있다.
박과장이 테이블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고, 양쪽
으로 태곤과 그 수하들이 앉아 있다. 곁에는
각각 여자 한 명씩 붙어 앉아 있다.
태곤 : 형님 이 배태곤이가 이 바닥에서 어떻게
자리 잡았는데 형님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태곤이 동네에서 조폭 쫓아내는데 십년
걸렸습니다.
십년 전쟁 치르고 이 배태곤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겁니다. 근데 김양길 이자식 출소하자마자
싹 갈아엎고 새로 시작하겠다. 이거에요. 하하
하... 형님 이거 진급 축하하러 모셔 놓고
재미없는 이야기만 했네요.
박과장은 웬지 시무룩하게 말이 없다.
태곤 그런 박과장의 눈치를 살피며
태곤 : (박과장에게 술잔을 내밀며) 형님,
축하합니다! 정말 큰일 하셨습니다.
박과장 : 큰일? 야, 임마. 경찰밥 삼십년에
인자 과장 된 기 뭐가 큰 일이고?
태곤 : 형님 30년 만에 진급 하시니까 인생 무상
느끼십니까? (여자에게) 야 니가
잘해야지.
너 노래 하나 할래? (동주에게)
야 밴드 불러라
박과장 : 야, 밴드고 뭐고… 우리 조용하게
이야기나 하자.
박과장은: 야, 너희들밖에 나가있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동주를 위시한 부하들
여자들을 데리고 나간다.
이윽고 울먹이며 마누라 이야기하는 박과장
박과장 : 나 지금 죽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마누라가 바람이 났어.
자식이 대학에 다니고, 그래도
이십년이나 붙어산 예편네 말이야.
이게 무슨 인생이냐, 야
S# 56. 야산
랜턴 불빛 속에서 사내가 삽질을 하며 구덩이를
파고 있고 주위에 막동이 일당이 둘러서 있다.
사내는 공포에 질려 제 정신이 아니다.
찬종 : (O.S) 야, 이제 옷 벗어!
집사 : 예?
찬종 : (O.S) 옷 벗으란 말야, 새끼야!
집사 : 살려주십시오, 제발…
판수 : (O.S) 이 새끼가!
집사는 하는 수 없이 옷을 벗기 시작한다.
랜턴 불빛에 드러나는 벌거벗은 몸뚱이
막동이 초조한 듯 랜턴 불을 시계에 비쳐본다.
찬종 : 아야, 너 교회 집사지?
집사 : 예.
찬종 : 집사 된 지 얼마 됐냐?
집사 : 한 십년쯤 됐습니다.
판수 : 그래, 집사란 새끼가 남의 유부녀나
꼬셔서 붙어먹냐?
집사 :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찬종 : 죽을 죄를 지었응게 죽어야겄네이.
집사 : (두 손을 모으며) 아이구, 살려주십시오.
판수, 구덩이 안으로 들어간다.
랜턴 불빛이 두 사람을 어지러이 비춘다.
판수 : 니가 무슨 죄가 있냐? 요게 죄가 있지.
요놈이 죄여, 요놈이.
판수는 라이터 불을 집사의 사타구니에
갖다댄다.
집사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른다.
판수 : 가만 있어, 새끼야. 다 널 위해서 하는
거야.
요놈 땀시 너도 괴로울 것 아니냐?
요놈 때문에 하나님한테 죄도 짓고,
요놈 때문에 남의 눈에 눈물 내고, 내
눈에 눈물 나고…
계속해서 라이터 불을 갖다댄다.
그럴 때마다 비명을 지르는 집사.
집사 : (거의 징징거리며 운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아이구!
판수 : 어! 이게 뭐야?
판수가 질겁을 하고 일어난다. 그의 손과 옷이
젖어 있다.
집사가 오줌을 싼 것이다. 동료들이 낄낄거린다.
집사의 벌거벗은 다리에도 오줌이 흘러내린다.
판수 : 이 지저분한 새끼!
두 사람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낄낄거린다.
판수, 발작적으로 집사를 패기 시작한다.
S# 57. 청량리역 부근 구름다리
청량리 역이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육교를 뛰어
가는 막동이.
S# 58. 청량리 역사
광장을 빠르게 뛰어오는 막동이. 역안으로
들어와 누군가를 찾는다. 약간 실망한 표정으로
숨을 헐떡거리며 광장쪽으로 나온다.
어디서 나왔는지 미애가 샐쭉한 표정으로
막동을 탁 친다.
S# 59. 열차 안
평화롭고 한적한 야간 열차 안. 달그락거리는
열차 소리.
두 사람은 창 가에 마주보고 앉아 있다.
막동 : 다음 중 이드링크의 성분이 아닌 것은?
이거 맞춰 보세요.
일번, 액상과당 이번 덱스트린 삼번
비타민 이 사번 안식형산 나트륨.
미애 :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다가)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막동 : 다시 한 번요? 일번, 액상과당 이번
덱스트린 삼번 비타민 이 사번 안식형산
나트륨.
미애 : 삼번
막동 : 삼번이요?
미애 : 사번
막동 : 사번이요? 안식형상 나트륨?
미애 : 아니 삼번
막동 : 삼번, 비타민 이. 맞았다. 어이 이거
자 그럼 다음 중 이드링크의 허구
번호는?
허가번호. 일번 공일 다시 공일 다시
공이 육번,
이번 공일 다시 공일 다시 공이칠번,
삼번 공일 다시
미애 : 막동씨, 참 순진한 사람인 것 같애
막동이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잠시 시간의 경과-
달그락거리는 침묵소리. 두 사람은 이제 나란히
앉아서 막동이의 사진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미애 : (막동이의 얼굴을 힐끗 보며) 닮았다!
(다른 사진을 본다) 여긴 어디야?
막동이 : 우리집 이예요.
미애 : (감탄하듯) 이렇게 큰 나무가 있어?
막동이 :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미애 : (한참 들여다보다가) 이거 나 줄래요?
(사진을 가슴에 끌어안으며) 갖고 싶어.
막동이 : 가지세요.
미애, 그 사진을 자신의 가방에 넣는다.
미애는 이제 막동에게 기대고 있다.
미애 : 막동씨 연애 해본 적 있어?
막동이 : …
미애 : 없어? 한번도?
막동이 : 없는데요.
미애 : 이 나이가 되도록 연애 한번 못해봤단
말이에요.
여자랑 키스해본 적은 있어?
막동이 : …
미애 : 말해봐. 있어, 없어?
막동이 : 정식으로 해본 적은 없는데요.
미애 : 정식으로? (웃는다. 사이) 내가 가르쳐
줄까?
막동이 :…
입을 맞추는 두 사람. 그것은 오래 계속된다.
그들 앞을 홍익회 판매원이 지나간다.
그래도 입맞춤은 계속된다. 갑자기 삐삐 소리가
들린다.
무시하려 하지만 계속 들린다. 마침내 떨어지는
두 사람.
막동이는 차마 미애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창밖
으로 고개를 돌리고 미애 역시 조금 넋이 나간
것 같다.
그녀는 청바지 주머니에서 삐삐를 꺼내 본다.
S# 60. 시골역 대합실
한밤중의 텅빈 시골역 대합실. 막동이 담배를
피고 있다.
그 뒷편에 전화를 걸고 있는 미애가 보인다.
이윽고 미애가 다가온다.
미애 : 지금 당장 오래.
막동이 : …
미애 : 어떻게 할 거야?
막동이 : …
미애 : 난 막동씨가 하자는 대로 하겠어. 돌아갈
거야,어쩔 꺼야?
막동이,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미애 : 어떻게 할 거야?
막동이 : 가야죠. 형님이 오라고 했으니까요.
사이
미애 : 그래. (갑자기 낄낄대고 웃는다)
형님이 오라는데 가야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 뭐해?
S# 61. 미애의 방
문을 열고 들어서는 미애. 방안은 어둡고,
미애, 거실을 가로 질러 화장대의 의자에
앉는다.
태곤 : (O.S) 또 기차 타러 갔었어?
침대위에 누워 있는 배태곤
태곤 : 맨날 그냥 돌아 올 걸 뭐하러 타
미애 말없이 침대에 걸터 앉는다.
태곤 : 넌 나한테 도망칠 수 없어. 알잖아
태곤을 돌아 보는 미애. 그리고 그의 곁에
눕는다.
태곤 : 선물 사왔어.
미애 : 뭔데?
태곤 : 옷.
미애 : …
태곤 : 입어 봐.
미애 : 이따가.
태곤 : 입어 봐. 아주 비싼 거야.
미애 : 싫어.
태곤 가슴에 안겨 있는 미애의 셔츠를 억지로
벗기면, 간지럼을 타듯이 미애 몸을 뒤틀며 웃기
시작한다. 그 웃음은 발작적으로 점점커진다.
마침내 셔츠가 벗겨졌다. 태곤은 미애의 벗은
등을 본다. 태곤의 손가락이 그것을 더듬는다.
태곤 : 미안해. 내가 널 이렇게 만들었어.
(그 흉터에 입을 맞춘다) 나 너
사랑하는거 알지?
미애 망연한 표정으로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
S# 62. 뉴스 홀
막동이 뉴스홀 이층에서 내려다 보면 미애와 태
곤이 앉아 있다. 미애는 새옷을 입고 화장을 고
치고 있고 태곤은 전화를 걸고 있다. 막동이 다
가 온다.
막동 : 형님 저 오늘 집에 좀 가봐야 겠는데요.
태곤 : 왜 집에 무슨 일 있어?
막동 : 내일이 저희 어머니 생신 이거든요.
태곤 : 음 그럼 가야지. 야! (지갑에서 수표
몇장을 꺼내준다.)
이걸로 뭐 좀 사다드려.
막동이 : 괜찮습니다.
태곤 : 받아 임마.
막동이 : 고맙습니다.
S# 63. 큰나무집 앞
멀리 도로 너머 보이는 아파트군들.
택시 한 대가 집앞쪽에 와 멈춘다.
큰나무를 배경으로 조립식 건물에 포위되어 있
는 듯한 막동이의 집 전경이 보인다.
차 두 대가 주차되어 있고 식구들이 소풍 갈 준
비를 하고 있다. 순옥이 택시에서 내려 호들갑스
럽게 뛰어온다
순옥 : 엄마!
셋째 : 너는 제 시간에 좀 올 수 없니?
순옥 : 미안 미안, 차가 너무 막혀 가지고, 나
어디타? 빠뜨린 거 없어?
가을빛이 완연한 들녘과 한적한 국도가
롱샷으로 보인다.
길 한쪽에 차가 멈춘다. 뒷차도 따라
멈춘다.
막동이 큰형을 내리게 한다. 그는
오줌이 마려웠던 모양이다.
길가에 서서 들을 향해 오줌을 누는 큰
형.
다른 형제들도 그 곁에 가서 오줌을 누기
시작한다. 결국 사형제가 나란히 서서
오줌을 사형제가 나란히 서서 오줌을
누고 있다.
S# 65. 강변
어느 한적한 강변. 경치는 그저 그렇지만 식구들
이 모여서 놀기는 좋은 곳이다.
막동이의 식구들 비닐 깔개를 깔아두고 둘러앉
아 고기를 구워 먹고 있다. 둘째가 술을 돌리고
있다.
둘째 자, 한잔씩 받아.
둘째. 동생들의 잔에 술을 채우고 자기 잔에도
따르려고 한다.
둘째 처가 술잔을 뺏는다.
둘째 : 왜 이래?
둘째처 : 술 그만 마셔.
둘째 : 까불지 마. 오늘 같은 날 안 마시면 언제
마셔?
둘째처 : 안돼요, 많이 마셨잖아. 인제 그만
마셔.
둘째 : 이게 왜 지랄이야? 이리 안줘?
둘째처는 필사적으로 술병을 안 뺏기려 한다.
둘째 : 이게 진짜 왜 이래? 식구들 다 모였는데
이래야 되겠어?
둘째처 : 그저께 밤에 뭐라고 그랬어? 다시는 술
안 마시겠다고 애 앞에서 무릎 꿇고
맹세했지. 한번만 더 술 마시면 아빠
사표 쓰겠다고 안그랬어?
순옥이 재미 있다는 듯 깔깔거린다.
둘째 : 너 좀 맞을래?
둘째처 : 때려봐, 때려봐. 식구들 다 보는
데서 때려봐. 왜 못 때려?
둘째 : 어머니, 제가 이렇게 삽니다. 제가
이렇게 살아요. (처의 목을 안고) 여보,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응?
둘째처 : 놔, 이거.
둘째 : 에이 이게
둘째처를 쥐어박는다. 소리내어 우는 둘째처
둘째 : 자, 노래 하자
순옥 : 아이, 오빠
둘째 :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큰형이 음식을 쏟는다. 어수선한 분위기.
둘째 : 도대체 왜 이런지 몰라.
둘째 : 꼬집어 말할 순 없어요.... 뭐야 이거,
분위기가 왜 이래 분위기가 왜
이러냐구?
(큰형에게) 아이구 왜사니 왜 살어.
셋째 : 아이 정말, 지금 뭐하는 거야
둘째 : 뭐 임마 내가 틀린 말 했냐? 저꼴을 좀
봐.
저게 산 거야.
셋째 : 그럼 넌, 넌 잘살아 씨발
둘째 : 넌? 씨발? 너 나한테 죽어 볼래
셋째에게 달려드는 둘째. 셋째처가 말리고 둘째
처도 달려온다. 가족들이 한데 엉켜서 싸우고 그
틈에 넘어져 차 있는 쪽으로 나간다. 막동이
차를 몰고 가족들 주변을 돌기 시작한다.
순옥 : (울면서) 정말 너무들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오늘 같은날.
막동이 계속해서 가족들 주변을 돈다.
S# 66. 골목
동네 구멍가게 출입문.
계산을 끝내고 캔맥주와 안주가 든 봉지를 들고
나오는 막동이.
사내 둘이 들어가다가 막동이와 부딪친다. 봉지
안의 캔 맥주가 떨어진다.
막동이 : 아이 아저씨
사내1 : 아임 쏘리
막동이 사내들을 바라본다.
가게 앞에 동주와 일당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판수가 일행들을 데리고 떠들고 있다.
사내 1,2 일행들 쪽으로 다가와 일부러 판수와
부딪친다.
순식간에 싸움이 붙는다.
갑자기 차 한 대가 급정거하고 사내들의 일당들
이 우르르 내린다. 골목을 따라 전개되는 긴
싸움.
S# 67. 뉴스내부 이층
동주와 그 부하들, 그리고 막동이가 늘어서
있다.
그 앞에서 노려보는 태곤.
태곤 : 동주, 우리가 깡패냐?
동주 : …
태곤 : 대답해! 우리가 깡패야?
동주 : 아닙니다.
태곤 : 그런데?
동주 : 죄송합니다.
태곤 : 아가리 다물어.
주먹으로 동주를 치는 태곤. 차례로 한명씩
때린다.
마지막까지 막동이까지 친 배태곤
태곤 : 이 한심한 양아치 새끼들아. 내가 누군지
아직도 모르겠어.
나 배태곤이야. 배태곤이 아직도 몰라
이 새끼들아
동주 : 형님, 우리가 왜 김양길이 한테 당하고만
있어야 됩니까?
그 새끼들 더 날뛰기 전에 싹을 확 잘라
버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게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입니다. 형님.
태곤 : 니가 인생을 알어
동주 : …
태곤 : 말해 봐 새끼야, 니가 사람 사는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동주 : 제가 그런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형님
태곤 : 걔네들 쌩양아치 새끼들이야. 김양길이
내가 잘 알어 나는 내 식대로 한다.
알겠어? 그래 애들 술 먹여.
S# 68. 호텔앞 주차장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배태곤의 승용차
호텔앞에 차가 서고 막동이 차에서 내겨 호텔
안으로 들어간다.
차안에는 태곤이 앉아 있고, 미애는 짙은 썬그라
스를 쓰고 았다.
막동 : 503호 라는데요.
태곤 : (미애를 보며) 503호, 외울 수 있겠어
너 머리 나쁘잖아.
차에서 내려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미애
S# 69. 주차장 (시간경과)
막동이는 차밖에서 서성거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미애 약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호텔을 나온다.
막동이 다가가 차문을 열어 주려 하자
미애 : 치워
그리고는 차문을 열고 배태곤을 향해
미애 : 배태곤씨, 나 그새끼가 하란대로 다
했어.
말 잘 듣는 고양이 같이, 잘 했지?
태곤 : 빨리 타라, 너 취했니?
미애 : 나 취했어, 그 새끼가 자꾸 술
먹이더라구.
근데 걔가 뭐랬는지 알아. 김양길이나
배태곤이나 다 똑같은 놈들이래.
그 검사 새끼 되게 똑똑 하더라.
태곤 차에서 내린다. 미애를 차안으로 밀어
넣는다.
태곤 : 빨리 타!
미애 : (발작적으로 소리 지른다) 놔! 놓란
말야!
나 너 싫어! 너랑 같이 가기 싫어
손대지 마,
놔! 놔! 너랑 같이 타기 싫단 말야.
히스테리 상태의 미애, 태곤이 그녀의 뺨을
때린다.
미애는 겨우 진정을 하는 중이고, 그런 그녀를
태곤이 안는다.
태곤 :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너 혼자 가.
나 안타께 미안해
막동이 미애를 싣고 간다.
그녀는 탈진 상태로 뒷자석에 누워있고,
그런 그녀를 룸 미러를 통해 바라본다.
S# 70. 미애의 방
미애는 침대에 쓰러져 있다.
막동이 그녀에게 물을 갖다준다. 미애는 물컵을
치며
미애 : 안마셔, 씨발 새끼야
막동이 물컵을 화장대 위에 놓는다.
막동 : 저, 갈께요
미애 : 어딜가
미애 : 이리와
막동이를 잡아 앉히는 미애
미애 : 너 나 먹구 싶지 않니? 말만 해. 줄께.
아무나 다 먹는데 너라고 못 주겠니?
미애, 공허하게 천정을 보면서 기도문을 외운다.
미애 : 보스 빠지이, 시또 사무노이 보제
보스 빠지이, 시또 사무노이 보제
누워 막동이의 팔을 잡아 당기는 미애.
막동이 어색하게 미애곁이 눕는다.
미애, 막동이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댄다.
미애 : 내 몸은 지금 아주 더러워. 괜찮지?
미애의 눈물이 막동이의 얼굴에 떨어진다.
S# 71. 차안
차장 밖을 흘러 가는 저녁무렵의 거리 풍경
막동이 차를 몰고, 뒷자리에 태곤이 앉아 있다.
태곤 : 막동이
막동 : 에, 예 형님
태곤 : 오늘 분위기가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막동 : …아니요
차가 지하 주차장으로 접어 든다.
차 한 대가 태곤의 차를 가로 막는다.
막동이 차에서 내리려 할 때 갑자기 태곤이
소리 지른다.
태곤 : 가만 있어. 차 빼, 빼 차
그러나 이미 늦었다. 차 앞으로 너댓명의 사내들
우르르 내린다. 손에는 쇠 파이프와, 야구 방망
이들이 들려 있다.
박살나는 차 유리들
태곤 : 가만 있어.
막동이를 보호 하듯 어깨를 누르고 있는 배태곤
부서진 유리창 너머로 한 놈의 얼굴이 나타난다.
판수 : 어이, 뻬트공 뻬트공, 김양길 형님이
안부 전하래.
어이 시발 놈들 어디 어디 숨었냐?
사라지는 일당들. 태곤과 막동 몸을 일으킨다.
S# 72. 뉴스내부
태곤 거칠게 문을 밀치고 들어선다. 그 뒤에 막
동이. 난장판이 되어 있는 팔레스 내부
S# 73. 일식집
배태곤과 김양길이 마주 보고 앉아있다.
부하들도 함께 분위기는 무겁다.
태곤 : 형님 나오신 뒤로 제가 바빠서, 제대로
모시지도 못했습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애들 싸운
것 같은데, 교육 잘 시키겠습니다.
김양길 : 그래 이해한다.(태곤에게 술을
따르며) 자 개새끼 중에는 말이야,
지가 똥개 새낀지 쎄파튼지 모르는
놈이 있어.
주제도 모르면서 쎄파트 행세를 하는
거야.
그런 놈들은 방법이 없어. 빨리 지가
똥개 새끼라는 걸 알려 줘야 돼.
김양길 권투 선수 같은 폼으로 태곤을 가격한다.
그리고 주먹에 묻은 피를 태곤의 얼굴에 닦는다.
그리고 술을 마시라고 권한다.
태곤의 잔에 떨어지는 핏방울, 태곤 술잔을 들어
마신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막동이 얼굴
S# 74. 폐건물 옥상
옥상위에 서 있는 막동과 태곤
태곤 : 막동이 꿈이 뭐라 그랬지.
막동이 : 식구들하고 같이 살면서, 조그만
식당이나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태곤 : 좋지, 나도 그 꿈하나 믿고 저
밑바닥에서 여기까지 올라왔어, 그냥
공짜로 올라 온 것 아냐.
지저분한 옥상위, 태곤이 막동을 안는다.
S# 75. 건물아래
막동이 건물에서 나와 가려다 옥상을 올려다
본다.
아직까지 서 있는 태곤.
S# 76. 밤거리
사람들이 밤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가판대에서 스포츠 신문을 사는 막동이.
건성으로 신문을 뒤적거린다. 어디선가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 들려온다.
그의 눈이 그 소리를 쫓아 허공을 헤맨다.
S# 77. 나이트 클럽<불스> 앞
막동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미애의
장미빛 스카프다.
라이타로 스카프에 불을 붙이기 시작한다.
하나의 불꽅이 막동이의 선글라스에 반사된다.
S# 78. 화장실
홀 안에서의 음악소리 여전히 들려온다.
김양길과 막동이 나란히 서서 소변을 보고 있다.
막동이 먼저 용무를 끝내고 세면대 쪽으로 온다.
물을 틀어놓고 손을 씻기 시작하는 막동이.
이윽고 김양길도 용무를 끝낸다. 그러나 그는
손도 씻지 않고 곧장 나가려 한다.
막동이 : (웃으며) 사장님.
김양길 : 응?
막동이 : 자꾸 안 채우셨는데요.
김양길 밑을 내려다본다.
김양길 : 이 새끼가 왜 이래?
막동이 : 정말이예요, 안 채우셨잖아요.
김양길이 다시 고개를 숙여 밑을 내려다 본다.
그 순간, 막동이는 안주머니에서 둘둘 말린
신문지를 꺼낸다.
김양길이 고개를 드는가 할 때, 그것 이
김양길의 복부를 찌른다.
김양길 : 윽!
그 자리에서 그는 무릎을 꿇는다. 붉은 피가
그의 셔츠와 신문지를 적신다. 막동이는 있는
힘을 다해 한번 더 찌른다.
완전히 늘어지는 김양길.
막동이는 재빨리 칸막이 하나의 문을 열고
김양길의 몸을 끌어 안으로 막동이 서둘러 문을
닫고, 바닥에 남은 핏자국을 발로 닦은 다음
세면대로 가서 피에 젖은 손을 씻는다. 수돗물
은 아직도 틀어져 있다.
다른 칸막이의 문이 열리고 취객 한명이 나온다.
그러나 술에 취한 그는 옆 칸막이에서 빠져나와
있는 김양길의 발을 그냥 타 넘는다.
S# 79. 뉴스내부
찬종이 성급히 홀 안으로 뛰어온다.
태곤, 박과장과 얘기를 하다가 찬종이 전해주는
전화를 받는다.
태곤 : 음악 꺼, 야 음악 꺼
S# 80. 공중전화부스
공중 전화 박스 안의 막동이
막동이 :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 큰성이야?
큰성, 나야 막동이 엄마는? 엄마 어디
갔어? 응, 어 나 잘 있어, 괜찮아.
큰성, 전화 끊지마, 전화 끊지마
큰성, 생각나? 빨간다리, 빨간색 철교.
우리 어렸을 때 빨간 다리 밑으로
물고기 잡으러 간다고 갔다가 쓰레빠
잃어버려 가지고, 큰성이랑, 형들이랑
쓰레빠 찾는다고, 놀지도 못하고…
순옥이 그 병신은 벌에 엉덩이 쏘여
가지고, 엉덩이 세 개 됐다고 둘째형이
놀리고 그랬잖아 큰성, 그 때 생각나?
S# 81. 공사장
저쪽에서 차가 한 대 다가온다.
배태곤이 공사장 안으로 들어간다.
소리 : 형님!
어둠 속에서
태곤 : 너 밥은 먹었냐?
막동이 : 아니, 괜찮습니다.
태곤 : 너 몇살이라 그랬지?
막동이 : 스물 여섯입니다
라이터 불이 꺼지며 태곤이 막동을 찌르고 나오
는 것이 보인다.
막동이 공사장 밖으로 비틀 거리며 나온다.
S# 82. 공사장 공터
차쪽으로 걸어가는 막동이
차안을 들여다 보는 것 같은 막동이
차장에 얼굴을 대고 죽어가는 막동이
주문을 외우는 미애
미애 : 시또 시무노이 보제뜨, 시또 시무노이...
빠져나가는 태곤의 차
막동의 시체
S# 83. 큰나무집
빗소리
카메라가 빗물에 젖은 땅바닥을 훑고 지나간다.
막동이 집의 마당이다. 마루 밑에 많은 신발들이
어지럽게 모여 있다. 흙탕물이 신발들 위로 튀어
오른다.
카메라 상승하면, 열려진 방문 사이로 가족들이
모두 모여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어머니는 방
한쪽에 돌아 누워 있다.
슬픔과 분노를 억누르면서 가족들은 모두 말이
없다.
그 숨막실 것 같은 침묵은 꽤 오래 계속된다.
둘째형의 오열 -F.O-
S# 84. 큰나무집
몇 개월 뒤의 어느 햇빛 밝은 날이다.
바람에 흔들리며 햇빛을 반사하고 있는
나뭇잎들.
카메라, 천천히 PAN 해서 <큰나무집> 이라고
쓰여진 깨끗한 아크릴 간판에 멈춘다.
분주하게 손님을 보내고 상을 치우는 가족들의
모습.
S# 85. 집안
집 전체가 음식점으로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음
을 알 수 있다.
온가족이 함께 늦은 식사를 하고 있다.
마당으로 들어오는 승용차
순옥 : 손님 오셨다.
주차하는 승용차
둘째 : 어서 오세요.
태곤의 모습만 보인다.
태곤 : 안내려.
미애의 모습이 보인다.
둘째 : 아이 어서 오세요. (안쪽을 보며) 야,
순옥아
순옥 : (O.S) 어서오세요.
그들은 우연히 식당 같판을 보고 차를 세운
것이다.
우리는 그녀의 몸매가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임신한 것 같은 몸이다.
S# 86. 방안
방으로 들어와 앉는 미애와 태곤. 창 밖으로
잎을 일렁이는 나무가 잘 보이는, 전에
안방이었던 방이다.
순옥 : 뭐 드실래요?
태곤 : 여긴 뭘 잘하나?
순옥 : (웃으며) 다 잘해요.
미애 : (벽에 붙은 메뉴판을 쳐다보며) 영양탕이
뭐예요?
태곤 : 먹으면 몸에 좋은 거. 그거 먹을까?
그래,
그거 먹자. 너 지금 그런 거 좀 먹어야
돼.
미애 : 뭔데?
태곤 : 멍멍이탕.
미애 : 어머!
순옥 : 그거 못 드시면 삼계탕 드세요,
토종닭이예요.
태곤 : 진짜 토종닭이요?
순옥 : 그럼요, 우리가 기르는 걸 직접
잡아요. 잡는 거 직접 보실 수 있어요.
보여 드릴께요.
태곤 : 직접 볼 필요는 없고.
순옥 : 직접 볼 필요는 없고
순옥 : 아니, 보세요. 이따가. 요샌
불신시대잖아요?
태곤 : (미애에게) 어쩔래? 토종닭 먹을래?
미애 : 그러지 뭐. (순옥에게 미소 짓는다)
순옥 : (역시 미애에게 미소 지으며) 삼계탕
이인분이요?
S# 87. 마당
마당 한쪽의 닭장에서 토종닭 한 마리를 잡아
나오는 둘째.
태곤이 닭장 앞에 서서 구경하고 있다.
그러나 잘못해서 닭을 놓치고 만다.
푸드득거리며 도망하는 닭.
닭을 잡으려는 둘째와 둘째처, 어머니. 태곤도
합세해서 닭을 잡으려 한다. 닭은 사람들의 발
사이를 빠르게 달아나고 카메라는 어지럽게
닭을 쫓는다.
창문 너머로 미애가 내다보며 웃고 있다.
갑자기 닭이 누군가의 손에 잡힌다. 닭을 잡은
사람은 놀랍게도 큰형이다. 큰형도 자기가 한 일
이 믿어지지 않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웃고
있다.
둘째, 형에게서 닭을 받아 수돗가로 간다.
그는 아주 능숙한 솜씨로 닭의 목을 비튼 다음,
축 늘어진 닭 목을 칼로 내리친다. 피가 솟구쳐
서 그의 손을 붉게 적신다.
S# 88. 방안
음식을 먹고 있는 미애와 태곤.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창문 너머로
햇빛을 반사하며 바람에 일렁이는 나무가
보인다.
S# 89. 마당
둘째의 아들 석이가 자전거를 타고 있다. 그
뒤를 어린 계집아이가 자기가 타겠다고
조르며 따라 다닌다.
둘째가 시장에 갔다 온다.
자전거를 타고 집 밖으로 나가는 석이, 그 뒤를
칭얼거리며 따라가는 계집아이.
S# 90. 카운터
둘째처 카운터에 앉은 채 둘째에게 잔소리를 하
고 있다.
둘째처 : 시장 갔다 오는데 몇 시간이나 걸려요?
둘째 : 뭘?
둘째처 : 아침 먹고 나가서 지금 들어왔잖아요?
둘째 : 뭐얼?
안에서 태곤과 미애가 나오는 바람싸움은 계속
되니 못한다.
미애가 구두를 찾아신고 먼저 마당으로 나가고,
태곤은 계산대로 다가온다. 둘째처, 금방 남편을
노려보던 얼굴을 풀고 함빡 웃으며
둘째처 : 맛있게 드셨어요?
태곤 : 예, 맛있게 먹었습니다.
둘째처 : 신도시에 사세요?
태곤 : 예, 이사온지 얼마 안돼요.
둘째처 : 그럼 자주 좀 오세요. 잘해 드릴께요.
그는 계산대 위의 벽에 걸린 사진액자를 무심히
쳐다본다.
옛날 가족 사진들이 다닥다닥 붙은 사진액자.
태곤 : 옛날 사진도 이렇게 액자를 만들어 놓으
니까 좋은데?
둘째처 : 그래요?
태곤 : 데코레이션으로 아주 좋아요. 아이디어가
괜찮아.
두 사람 미소를 지은 채 사진액자를 쳐다본다.
그 동안 마당에 서서 기다리던 미애는 무심히
나무를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가 그녀의 몸은 점
점 굳어진다. 마치 무서운 예감에 사로잡힌
듯이 갑자기 그녀는 승용차 쪽으로 뛰어간다.
S# 91. 차안
차에 올라탄 미애, 자신의 핸드백을 뒤지고 있
다.
그녀의 입에서는 알 수 없는 신음소리가 튀어나
오고, 손은 덜덜 떨리고 있다. 그녀는 극도로 흥
분해 있는데, 찾으려는 물건은 잘 나오지 않는
다. 핸드백에 있는 물건을 쏟아붓고 마침내 찾으
려는 물건을 꺼내든다. 그것은 한 장의 사진이
다.
승용차 안에 앉은 미애의 모습. 사진을 들고 눈
앞의 나무를 넋잃은 듯 보고 있다. 눈에서 눈물
이 흐르고 있다.
마당 이쪽에선 태곤이 들째와 인사를 나누고 있
다.
둘째 :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오.
태곤 : 예, (몸을 돌릴려다가) 근데 우리 전에
어디서 만난 적이 없었나요?
둘째 : 글쎄요, 전 기억이 없는데…
태곤 : 혹시 전에 무슨 일 하셨어요?
둘째 : 예 공무원이었습니다.
태곤 : 꼭 어디서 뵌 것 같아서…
태곤, 마당을 걸어 나간다. 셋째가 다시 인사한
다.
둘째의 처도 반쯤 나와 소리친다.
둘째처 : 안녕히 가세요!
태곤 : 예!
그들이 차를 타고 떠날 때, 셋째 허리를 굽혀 절
한다.
셋째 그들을 보내고 들어오면 마당은 잠시 비어
있다.
석이가 자전거를 타고 들어온다. 여전히 계집아
이는 자기를 태워 달라며 따라다니고 있다. 마당
을 한 바퀴 돌고 난 뒤, 다시 나가는 아이들.
이윽고, 변함없는 모습으로 바람에 일렁이는 큰
나무와 멀리 거대한 아파트군들이 배경으로
보이는 풍경.
-끝-
'시나리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곡성 시나리오 (0) | 2018.05.06 |
---|---|
영화 신세계 시나리오 (0) | 2018.05.05 |
영화 타짜 시나리오 (1) | 2018.05.05 |
영화 연애의 온도 시나리오 (0) | 2018.05.05 |
영화 부산행 시나리오 (0) | 2018.05.02 |
영화 신의한수 시나리오 (0) | 2018.05.02 |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