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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 시나리오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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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시나리오 2015. 3. 2 >

 

진양 톨게이트, 차안 -

 

공허한 시선의 마네킹 얼굴. 작업복 차림에 반짝이는 경광봉을 기계적으로 흔드는 9등신의 마네킹이 보인다. 쉬익 소리를 내며 넓게 분무되는 액체. 편도 2차선의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방역 살포 장치가 작동중이다.

방역 살포 장치 앞에서는 공익요원이 차량들을 방역하고 있다. 톨게이트 앞에 멈춰서는 빈 가축 용달차.

 

김씨 (창을 내리고 나서) ~뭐여~? 또 돼지들 싹 다 잡아다 파묻는 거여?

 

창으로 다가가는 방역복 공익, 마스크 쓴 얼굴이 차창에 비친다.

 

공익 (답답한 듯 마스크 끌어내리며) 아이구 구제역이 아니라여~ 요 앞 바이오 단지에서 뭐가 찌금 샜다고 그러네요? (경광봉 흔들며) 별거 아니에요~

김씨 접때도 그러두만.이번에도 돼지들 다~묻는다고 하면 나 정말 환장해부러…….

공익 아 걱정 붙들어 매고 일 보러 가세요~ ?

 

살포장치를 지나가며 분사액과 석회가루를 뒤집어쓰는 용달차.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커브 길을 내려가며 투덜거리는 김씨 아저씨(40).

 

김씨 찌끔 새긴 뭐가 찌끔 샜단 말여? 저놈들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이때 차안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 보조석에 놓인 전화기를 집기 위해 팔을 뻗는 김씨 아저씨. (아이고 이건 또 어디 있는 거여) 순간 앞창으로 도로에 쓰러져 있는 고라니가 보인다. 덜커덩 소리와 함께 고라니를 밟고 지나가는 용달차. 놀라며 끼익 멈추는 김씨 아저씨, 차에서 내려 뒤를 보면, 도로에 그대로 누워있는 고라니.

 

김씨 (고라니를 보며) 에헤이재수가 없을라니까…….

 

타이어를 대충 살피더니 차에 타서 출발해버리는 김씨 아저씨. 한산한 도로에 고라니 시체만 덩그러니 누워 있다. 잠시 후, 부러진 관절들을 잡아 당겨 세우듯 기괴하게 일어나는 고라니의 모습에서타이틀 <부산행>이 작게 떴다 사라지면

 

증권회사 사무실 -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석우의 심각한 얼굴. 갑자기 패스트푸드 음료를 한 모금 쭉 빨아 먹는다.

석우의 사무실. 한 눈에 봐도 일 중독자의 사무실이다. 석우(36)는 책상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 듯 패스트푸드를 어지럽게 널어놓고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모니터를 보며 심각하게 통화하고 있는 석우.

 

석우 상무님, 지금 이 타이밍에 저희가 빠지면 남는 사람들 건 전부 휴지 조각 될 텐데 요. …… 아직 정확히 원인 규명도 안됐고요, 역정보 가능성도(말 잘린 듯 가만히 듣다가) ,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 (갑자기 웃는 석우) 하하하 아 닙니다. 아직 미천한 실력인데요하하 네에 그럼 필드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네 에 하하 들어가십시오.

웃는 얼굴로 전화를 끊은 석우. 전화를 끊고 심각한 얼굴이 된다. 책상 위에 마시던 패스트푸드 음료와 햄버거 등을 쓰레기통에 밀어 넣어버리더니 냉정한 얼굴로 인터폰을 누른다.

 

석우 (인터폰에) 김 대리 좀 들어와 보라고 해.

 

모니터를 보는 석우. 모니터에는 <진양 저수지 의문의 물고기 폐사>, <진양 바이오밸리 생태계 위협>, <진양 단지 바이오 폐기물 관리 안하나?> 등의 기사들이 주르륵 올라 와 있다.

피곤하다는 듯이 마른 세수를 하는 석우. 그때 방으로 들어오는 순한 인상의 김 대리.

 

김 대리 어떡할까요?

석우 (모니터만 보며 냉정하게) 관련 종목 뽑아서 전부 던져.

김 대리 네? 다요?

석우 (김 대리 보며) .

김 대리 (우물쭈물) 그럼 쫌 파장이 있을 텐데요. 시장안정성 측면도 그렇고아무래도 개미들 입장에선

석우 김 대리.

김 대리 ?

석우 너 개미들 입장까지 생각하면서 일하냐? 전부 매도해, 지금 바로.

김 대리 네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서는 김 대리. 그런 김 대리를 다시 부르는 석우. 김 대리.’

 

김 대리 (다시 돌아보며) ?

석우 (대수롭지 않은 거 물어보는 듯) 혹시 요즘 애들이 뭐 좋아하는지 그런 것 좀 아나?

 

어리둥절한 얼굴로 석우를 보는 김 대리.

 

석우 집, 지하주차장 -

 

주차장에 주차되는 고급 세단. 통화를 하며 차에서 내리는 석우. 수화기 너머로 나영(36)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영 (소리) , 우리 괜히 서로 소송 그런 걸로 힘 빼지 말자.

석우 (뒷좌석 문 앞으로 가며) ? 뭘 하든 니 맘대로 해 봐. 수안이는 내가 키워.

나영 (소리) 당신이 무슨 애를 키워가끔 수안이랑 얘기는 해?

석우 (찡그리는) …….

나영 (소리) 후우수안이가 내일 여길 오겠대. 자기 혼자서라도. 알고 있었어?

석우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주차장에서 경비 아저씨가 지나가자 약간의 미소를 띠며 눈 인사를 하고는 좀 조용하게) 애가 혼자 어딜 가?!

나영 (소리) 그럼 당신이 데려오던가. 오고 싶대.

석우 내일은 안 돼.

나영 (소리) 내일 애 생일인 건 아는 거지?

석우 알아!

전화를 끊고 뒷좌석 문을 열면 석우의 양복 옷걸이 사이로 수안이의 선물 쇼핑백이 보이고 그것을 꺼내는 석우의 손.

 

석우 집, 거실 -

 

현관문이 열리며 집으로 들어오는 석우의 손에 커다란 쇼핑백이 들려 있다. 그런 석우를 향해 다가오는 석우 모(60).

 

석우모 저녁은?

석우 (신발 벗고 거실로 들어가며) 대충수안이는요?

석우모 저녁 먹고 제 방에 있어.

 

자신을 그냥 지나쳐가는 석우를 보는 석우모.

 

석우 집, 수안의 방 -

 

아동 전문가가 꾸며 놓은 듯 완벽한 벽지와 가구의 아이 방. 영어, 수학, 과학, 백과사전, 그림도구, 영재 장난감들이 보이고, 방 한가운데 침대 이불 속에서 새어 나오는 핸드폰 불빛,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수안 (소리) 혼자도 기차 탈 수 있어……. (조르는) 왜에엄마가 역으로 마중 나오면 되잖아…….

 

이미 들어와서 문가에 서 있는 석우, 잠시 보다가 문 안쪽을 노크한다. 똑똑. 그러자 감추듯 숨을 죽이는 아이. 잠시 후 이불 밖으로 나오는 아이의 얼굴, 보이시한 얼굴을 가진 수안(9)이다.

 

수안 …….

석우 괜찮아, 통화 마저해.

수안 (핸드폰 쥔 손을 이불 밖으로 빼내며) 끊었어요.

석우 (침대 옆에 걸터앉으며) 너 엄마한테 부산에 가겠다고 했다며?

수안 …….

석우 수안아, 아빠가 요즘 너무 일이 많네. 수안이가 조금만 이해해주면 다음 주쯤 같이 가자. ?

수안 …….

석우 (불현듯 무언가 떠오른 듯) ! (쇼핑백에서 상자를 꺼내서 수안에게 건네주며) , 여기.

 

고급스럽게 포장된 상자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수안.

 

석우 아빠가 잊은 줄 알았지? (수안에게 박스를 들이밀며) 생일 축하해.

수안 (멍하니 박스를 받으며) …….

석우 (미소) 뭐해? 빨리 풀어봐.

 

포장을 뜯는 수안. 기대에 차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석우. 리본과 포장지가 벗겨지며 보이는 박스, 최신형 콘솔게임 Wii. 가만히 Wii를 보며 눈만 껌뻑이고 있는 수안.

 

석우 (수안의 얼굴을 천천히 살피며) ? 맘에 안 들어?

 

수안의 시선이 방 정면 TV로 향하고뭔가 불길한 예감이 오듯 수안의 시선을 따라가 보는 석우. 수안의 방 TV에 설치되어 있는 Wii. 박스까지 놓여 있다.

 

석우 (뭐라 말을 이을지 안 떠오르는) …….

수안 이번 어린이날…….

석우 아(수습하듯) 다른 거뭐 다른 거 갖고 싶은 거 있음 말해봐.

수안 (Wii 가만히 내려보다가) 부산엄마한테 가고 싶어요, 내일.

석우 수안아, 좀 전에 얘기했잖아. 아빠가 좀 시간이 나면 다음에

수안 (석우 보며) 아니요. 내일요. 맨날 다음이라고만 하고또 거짓말이잖아요. 아빠 시간 안 뺏을게요. 혼자 갈 수 있어요. ?

 

수안을 보는 석우의 난감한 얼굴.

 

석우 집, 석우 방 -

 

사이드 테이블에 김이 모락모락한 머그잔을 놓는 석우모. 그 옆으로 침대에 걸터앉은 석우가 넥타이를 느슨하게 하며 지친 숨을 내쉰다. 석우 옆에 나란히 앉는 석우 모.

 

석우모 요즘 많이 바쁘니?

석우 (가만히 바닥만 보며) 항상 그렇죠 뭐.

석우모 내일 수안이랑 부산에는 가기로 했고?

석우 네.

석우모 잘했다. 이번에 내려가면 나영이 만나서 밥이라도 먹으면서 한번 잘 얘기해 봐. ? 부부가 그렇게 쉽게 갈라설 수 있는 게 아니다. 수안이 생각도 해야지.

석우 엄마(한숨 쉬더니) 그냥 제가 알아서 할게요. 요즘 좀 중요한 때라서 그래요.

석우모 (서운한 듯 보다가) 그래, 니가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지. (침대에 캠코더를 내려놓으 며) 낮에 학예회에 너 안 와서 수안이가 되게 서운해 하더라(나가면서) 요즘 중요 한 때야수안이한테도…….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가는 석우모. 석우모의 뒷모습을 보던 석우, 캠코더를 내려본다. 파워 버튼을 켜는 석우의 손. 녹화된 클립들을 살피다가 오늘 날짜 영상을 트는 석우. 교복을 입고 칠판 앞에 서 있는 수안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빙긋 웃는 석우의 얼굴. 선생님의 소개가 있고, 이어지는 친구들의 박수. 곧 이어 수안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몇 소절 부르다가 멈추는 수안, 가사를 잊은 건지 멍하니 서 있다. 키득거리며 웃는 몇몇 아이들. 카메라 뒤에서 들려오는 석우모의 목소리. 괜찮아, 괜찮아, 우리 애기 계속해.’ 하지만 계속 그렇게 가만히 있는 수안. 이때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 우리 수안이에게 응원의 박수!’하니까 반 친구들이 우레 같은 박수를 쳐준다. 수안에게로 줌인 되는 화면. 카메라를 바라보는 수안의 얼굴. 그런 수안을 바라보는 석우의 얼굴에서

 

석우 집, 전경 - 새벽

어두운 새벽의 한적한 거리.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석우의 세단.

 

도로, 차안 - 새벽

 

운전을 하고 있는 석우. 그 옆자리에 앉아서 통화하고 있는 수안.

 

수안 (핸드폰에) 어 엄마. 지금 출발했어. 아니, 아빠도 같이……. . , 이따 봐.

 

전화를 끊고 묵묵히 창밖을 보고 있는 수안. 한적한 도로, 신호대기에 걸려서 멈추는 석우의 차.

 

석우 오늘 생일인데 엄마랑 뭐 하기로 한 거 있어?

수안 (석우 돌아보며) 아니요. 그냥 엄마랑같이 있을 거예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수안. 할 말을 생각하는 듯 앞창을 보는 석우.

 

석우 저기 어제 아빠가 수안이 노래하는 거 봤는데, 학예회에서.

수안 …….

석우 (능청) 아빤 안 보는 거 같아도 다 보고 있다. 수안이 뭐 하는지. 너 노래하다 말았 지? 맞지?

수안 .

석우 근데 왜 그랬어? 끝까지 해야지, 바보 같이. 모든 일이 그래, 시작을 했으면 중간에 포기하면 안 되지……. 그건 안하는 건 만 못.

 

가만히 석우를 보는 수안. 이때 석우의 차 앞으로 앰뷸런스 한 대가 요란하게 지나간다. 곧바로 이어지는 경찰차, 소방차들. 멍하니 그 모습을 보는 수안.

잠시 후 창밖으로 눈 같은 것이 팔랑팔랑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손을 내밀어 눈을 잡아 보는 수안. 손을 펴보면 손 안에서 바스러지며 흩어지는 회색 재. 멀리 붉은 불길이 하늘을 향해 일렁이고 있다.

 

서울역, 플랫폼 - 새벽

 

새벽 530. KTX가 플랫폼에 대기 중이다. 첫차에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 부은 얼굴로 커피를 들고 타는 비즈니스맨들. 휴가 복귀하는 군인. 동대문에서 산 쇼핑백과 캐리어가 한 꾸러미인 아가씨들. 동아리 MT를 가는 듯 텐트가방을 메고 올라타는 대학생들. 새벽부터 하하호호 시끄럽게 떠드는 중년의 등산객들. 벌써부터 오이를 씹고 있는 등산객 아줌마. 열차에 승차하는 승객들을 확인하는 역무원, 열차 팀장(30대 후반), 승무원 민지(20대 후반), 승무원 기철(30대 초반)의 모습.

 

 

 

서울역, KTX 운전실 - 새벽

 

열차 일정표를 보며 운전석에 앉는 기장(50대 중반). 열차 위의 스피커에서 열차 상황에 대한 각가지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승무원 실에 출발 준비를 하는 기철과 여 승무원.

기철 (여 승무원의 리본을 가리키며) 미중 씨 여기…….

 

여 승무원, 자신의 돌아간 스카프를 보고 약간 만진 후 눈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기철은 여승무원이 가는 걸 보고 다시 자신의 일을 본다.

 

서울역, KTX 11호차 - 새벽

 

연결부에서 객실로 들어오는 교복 입은 여고생 진희(18),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고교 야구부들 사이를 가로지른다. 진희를 보고 벌떡 일어나는 까까머리 야구부 1.

 

1번 어, 이진희, 니가 여기 왠일이냐?

진희 (목에 걸린 서포터즈 명찰 보이며, 빙긋) 나 니네 응원단장 됐잖아소식 못 들었냐?

 

진희의 등장에 환호하는 야구부들. 앞쪽에 앉아 있다가 소란에 뒤돌아보는 4영국(18),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헤드폰을 낀다. 영국의 헤드폰을 바로 벗기며 옆자리에 앉는 진희.

 

진희 뭐 듣냐~

영국 (짜증) , 이씨그냥 딴 데 앉아라.

진희 (한쪽 귀에 헤드폰 대고 들어보며) 암것도 안 나오네참내, 너는 그냥 내가 좋아 해주면 감사합니다하면서? 받아들여 니 운명을…….

 

오올~’하는 야구부들의 야유가 들려오고, 짜증난다는 듯 의자에 몸을 파묻는 영국, 야구모자를 눈까지 눌러 쓴다.

 

서울역, KTX 3호차 - 새벽

 

기차여행을 하는 사람처럼 비닐봉지에 싸온 계란을 까는 인길(70). 그 옆에서 가만히 있는 종길(70).

 

인길 (옆자리 종길에게 계란을 주며) 종길아, ?

종길 (쳐다도 보지 않고) 언니 쫌구질구질하게 그런 거 왜 싸와. 대전까지 한 시간이면 가는데치워…….

 

그런 둘 옆 통로로 지나가는 수안과 석우. 석우는 전화를 받고 있다.

 

김 대리 (소리) 팀장님, 기차 타셨어요?

석우 (안쪽 의자로 들어가 앉는 수안을 보며) , 김 대리. ?

김 대리 (소리) 새벽부터 전화가 너무 와서요. 안산 공단 쪽에서 밤사이 시위가 있었나 봐요.

석우 (자신을 보고 있는 수안을 보며) 그래? 그럼 일단 관련 정보 취합해 보고, 출근하면 연관 종목들부터 추려놔. 점심 전엔 들어갈 것 같으니까.

 

석우를 보는 수안의 시무룩한 얼굴.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수안. 그런 수안의 눈치를 보며 전화를 끊는 석우.

 

서울역, 플랫폼 - 새벽

 

승객들이 모두 탔다는 신호를 주고받더니 열차에 타는 팀장과 승무원들. 이때 에스컬레이터를 빠르게 뛰어 내려오는 짧은 치마의 가출 소녀(17). 그 모습을 발견하고 대기 사인을 보내는 역무원. 플랫폼으로 내려온 소녀가 뛰어들듯 열차로 올라타고

 

서울역, KTX 1호차 - 새벽

 

전체 승하차문 개폐 열쇠를 돌리는 팀장. 철컥.

 

서울역, 플랫폼 - 새벽

 

일제히 닫히는 승하차 문. 플랫폼에 남아서 마지막으로 좌우를 한번 둘러보는 역무원. 그때 에스컬레이터 위쪽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놀란 듯 그쪽을 한참 바라보는 역무원의 얼굴.

 

서울역, KTX 3호차 - 새벽

 

열차가 출발하며 창밖으로 플랫폼이 흘러가고창밖을 보고 있는 수안. 플랫폼에서 누군가 역무원을 휙 덮치는 모습이 보인다. 왠지 사람이 아닌듯한 움직임. 순간적으로 그 모습을 본 수안. 하지만 순식간에 플랫폼을 빠져나가며 시야에서 사라진 광경. 좀 전에 본 것이 무엇인지 멍하니 창밖을 보던 수안, 아빠를 돌아본다. 하지만 심각하게 태블릿으로 기사들을 읽고 있는 석우의 모습. 다시 창밖을 보는 수안. 창밖에는 어둑한 서울 시내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KTX 11-12호 연결부, 화장실 - 새벽

 

화장실 변기에 앉아있는 가출 소녀, 자신의 무릎 아래를 스타킹으로 동여매고 있다. 식은땀이 흐르는 얼굴로 자신의 발목을 내려 보는 소녀. 발목에 심하게 할퀸 것 같은 상처가 보인다. 상처에서부터 희미하게 푸른색으로 부어오른 혈관. 자신의 무릎을 꼭 움켜쥐며 흐느끼기 시작하는 소녀. 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

 

광명역, KTX 3호차 - 아침

 

수안의 무릎 위에 펼쳐진 KTX 매거진. 별 관심 없는 듯 잡지를 넘겨보는 수안. 창밖으로 광명역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때 들려오는 굵은 목소리. 저기요, 저쪽에 이상한 사람이 한 명 타 있는 거 같은데.’ 소리 쪽을 보는 수안. 보면, 말끔하게 정장을 입은 점잖은 인상의 용석(40대 중반)이 열차 팀장에게 말하고 있다.

 

용석 (2-3호 연결부 가리키며) 아니, 저기 화장실에 이상한 사람이 있는 거 같은데 안에서 뭘 하는지좀 이상해…….

팀장 (당황) , 죄송합니다, 고객님.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2-3호 연결부로 향하는 팀장. 그 모습을 보다가 석우의 다리를 넘어가는 수안. 석우는 태블릿을 손에 쥔 채 그대로 잠들어 있다.

 

KTX 3-4 연결부 / 화장실 - 아침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팀장. 잠시 후 화장실 문이 빠끔히 열리고 보이는 사람, 노숙자(50대 중반).

 

팀장 (정중하게) 손님~ 혹시 티켓 좀 확인할 수 있을까요?

 

겁에 질린 눈으로 팀장을 바라보는 노숙자.

 

팀장 소지하신 티켓이 없으시면 다음 역에 하차해서 역무원의 지시를 따르셔야 합니다.

노숙자 (눈빛이 흔들리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죽었어죽었어…….

팀장 네?

노숙자 (횡설수설 흐느끼며) 다 죽었어그런데 다시 살아나고그리고 또 죽이고다 죽 었어다 죽어버렸다고…….

 

노숙자의 알 수 없는 말에 어리둥절한 팀장. 어이없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돌아서는 용석, 뒤에 수안이 서있다.

 

용석 (수안에게 장난치듯) , 꼬마야. 너 공부 열심히 안하면 나중에 저렇게 된다~.

수안 ……우리 엄마가 그런 얘기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랬는데…….

용석 (잠시 당황하더니) 야 니네 엄마 공부 못했나 보다 야…….

 

수안에게 한 마디 쏘아붙이고 3호차로 들어가는 용석. 가만히 노숙자를 바라보는 수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노숙자의 시선,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하다.

 

KTX 11-12호 연결부 - 아침

 

화장실에서 질질 끌리며 나오는 소녀의 발. 소녀가 발을 끌며 통로를 걸어가고 있다. 잇새로 나오는 정신 나간 중얼거림. 이씨 내 잘못도 아닌데 다 내 책임이라고 하고 다 지네들 잘못이면서…… 혈관이 비칠 정도로 새하얘진 소녀의 얼굴. 결국 벽에 기대서 주르륵 쓰러지고 마는 소녀.

 

KTX 4-5호 연결부 - 아침

 

칙 문이 열리고 4-5호 연결부로 들어오는 수안, 화장실로 다가가 노크하려 작은 주먹을 내민다. 이때 노크하지 못하게 수안의 손을 막는 험악한 인상의 거구, 상화(39).

 

상화 (깔아보며) 아가씨 급해?

수안 (멍하니 끄덕) …….

상화 여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까 딴 데로 가안에 두 명이 싸고 있거든.

수안 (어리둥절 화장실 문을 보는) …….

상화 (은밀한 얘기 하는 척) 게다가 한명은 지독한 변비야.

 

순간 조용히 하라는 듯 화장실 안쪽에서 문을 쾅치는 소리가 들린다. 흠칫 놀라는 수안과 상화. 화장실 안에 대고 미안, 미안.’ 굽실거리는 상화. 그 모습을 보며 슬금슬금 5호차 쪽으로 이동하는 수안, 5호차로 들어가는 문손잡이를 당기면

 

KTX 11-12호 연결부 - 아침

 

문이 칙 열리며 들어오는 승무원 민지, 깜짝 놀라서 바닥을 본다. 바닥에서 간질 환자처럼 몸을 떨고 있는 소녀. 황급히 달려들어서 소녀를 확인하는 민지, 뒤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빼어든다.

 

KTX 3호차 - 아침

 

위잉 울리는 핸드폰. 흠칫, 눈을 뜨는 석우. 자리에 수안이는 없다. 비어있는 수안의 자리 너머로 창에 비친 자신을 보는 석우. 차창에 일그러지며 흔들리는 석우의 얼굴. 진동소리를 느끼고 전화를 받는 석우.

 

석우 (핸드폰에) , 김 대리.

김 대리 (소리) 팀장님,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데요? 밤사이 벌어진 게 안산만이 아니에요.

석우 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김 대리 (소리) 저도 아직 파악이 안 되는데요뭐가 뭔지 모르겠는데요. 아무튼 단순 시위가 아니에요. 전국적 폭동이라고도 하고…….

 

객실 TV를 올려보는 석우. 객실 TV<긴급 속보 : 전국 각지에 대규모 시위> 라는 자막과 함께 서울역이 나오기 시작한다. 서울역 주위로 몰려든 전경 버스들. 이때 석우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팀장.

 

팀장 (무전기에) 호흡은요?! 그 사람 호흡은 어때요?!

민지 (소리) 숨은 쉬는데요발작이이게 너무 심해요! 어어어, 이거 어떡해

 

다급해 보이는 열차 팀장을 멍하니 보던 석우, 문득 수안의 빈자리를 본다. 김 대리가 팀장님, 이거 어떻게 할까요?’ 하는데,

 

석우 (핸드폰에) 김 대리, 내가 다시 걸게.

 

바로 전화를 끊고 일어나서 앞뒤를 살피는 석우. 수안이 보이지 않자 팀장이 향한 쪽으로 이동하는 석우. 좌석들을 확인하며 점점 빨라지는 석우의 움직임. 석우가 지나간 자리, 인길과 종길도 TV를 보고 있다.

 

인길 (안쓰러운 듯) 어휴어휴저걸 어째다치겠네저러믄 안되지…….

종길 (TV 보며) 안 되긴 뭐가 안 돼? 나라 어지럽게 뻑하면 데모 질이나 하고전쟁 통 이었으면 저런 것들 싹 다 잡아 죽이는 건데이그…….

 

그 뒷자리에서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용석. 뭔가 이상한 듯 미간을 찡그리는 용석.

 

KTX 11-12호 연결부 - 아침

 

조금씩 사그라지는 소녀의 발작과 중얼거림. 그 모습을 보고 도움을 구하려는 듯 뒤를 돌아보는 민지. 이때 소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며 위로 쑤욱 꺾여 올라온다. 그 상태로 멈춰버린 소녀. 이상한 느낌에 다시 소녀를 돌아보는 민지. 순간 상체를 단숨에 들며 일어서는 소녀. 그 모습을 보고 돌처럼 굳어버리는 민지. 스르륵 떠지는 소녀의 눈. 백내장 환자의 눈처럼 하얗게 탈색된 소녀의 눈동자.

 

KTX 6-7호 연결부 / 화장실 - 아침

 

화장실 문 앞에 서있는 수안. 그런 수안 뒤로 빠르게 달려가는 팀장이 보인다.

 

팀장 (달려가며 무전기에) 민지 씨!! 정민지 씨!

 

멀어지는 팀장을 잠시 보다가 화장실에 똑똑 노크하는 수안. 노크에 살짝 밀리는 문. 아무도 없다. 화장실로 들어가서 문을 잠그는 수안, 철컥.

 

 

 

KTX 11-12호 연결부 / 11호차 - 아침

 

문이 열리며 11호차에서 연결부로 들어오는 야구부 1, 흠칫 놀라 멈춰 선다. 보면, 민지의 목을 문 채 매달려 있는 소녀. 숨을 헐떡이며 1번을 향해 손을 뻗던 민지가 풀썩 쓰러지고, 곧바로 민지를 버리고 1번에게 달려드는 소녀. 눈이 휘둥그레지며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 1, 소녀에게 순식간에 물어뜯기며 비명을 지른다. 우르르 고개를 내밀고 그 모습을 보는 야구부들. 화들짝 놀라며 좌석을 박차고 나가는 영국.

 

영국 (소녀에게 달려가며) 야야 쟤 왜이래? 너 뭐하는 거야!!

 

영국을 따라 우르르 달려드는 야구부들. 놀라서 멍하니 보는 진희. 진희의 시선으로 바닥에서 빠르게 변이하며 몸을 비트는 민지의 모습이 보인다.

 

KTX 9호차, 10호차, 11호차 - 아침

 

9호차를 지나 10호차로 달리는 팀장. 11호차 쪽에서 벌어진 소란을 유리너머로 보고 있는 10호차 승객들. 그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서 10-11호 연결부 문을 여는 팀장. 순간 몸싸움을 하며 쏟아져 들어오는 두 사람. 한명은 민지, 한명은 야구부 감독이다. 감독을 물어뜯으려고 발광하듯 몸부림치는 민지의 모습.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얼어버린 팀장. 열려 있는 문들 너머로 보이는 11호차 쪽은 이미 변이한 야구부들과 소녀가 사람들을 물어뜯으며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상처를 입고 10호차 쪽으로 도망쳐 들어오는 11호차 사람들. 감독에게서 민지를 잡아 뜯어내려는 팀장. 이때 감독의 팔뚝을 물어뜯는 민지. 놀라며 민지를 놓아버리는 팀장, 주춤주춤 뒷걸음친다. 그런 팀장을 향해 다가가는 민지, 구두 한쪽이 벗겨져서 비틀거린다. 이미 사람의 눈빛과 혈색이 아니다.

 

팀장 (10호차 사람들에게) 넘어가요다들 저쪽으로 넘어가요!!

 

이때 11호차에서 변이된 사람들이 10호차 쪽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동시에 팀장에게 달려드는 민지. 휙 돌아 달리기 시작하는 팀장. 사람들과 함께 10호차로 들어가는 팀장. 피하라고 소리치며 계속해서 달리는 팀장. 하지만 순식간에 달려드는 감염자들에게 전혀 대응하지 못한 승객들이 하나 둘 물어 뜯긴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달리며 무전기를 꺼내는 팀장.

 

팀장 (무전기에) 기장님! 폭력사태요, 객실에 폭력사태가 벌어졌어요!

 

KTX 6-7호 연결부 - 아침

 

6호차에서 6-7호 연결부로 들어오는 석우. 7호차 쪽에서 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상처 입은 팔을 움켜잡고 들어오고 있다. 석우를 지나쳐 6호차 쪽으로 달아나는 은색 양복. 그 뒤로 겁에 질린 듯 보이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오고수안이 있는 화장실을 지나쳐 7호차 쪽으로 향하는 석우.

 

KTX 6-7호 연결부, 화장실 - 아침

 

위이이잉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람을 내보내고 있는 건조기. 건조기에 손을 말리고 있던 수안. 손을 다 말리고 건조기가 멈추자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소리. 고개를 갸우뚱하며 귀를 기울이다가 잠금 장치를 푸는 수안, 철컥!

 

KTX 6-7호 연결부 / 7호차 - 아침

 

화장실을 나오는 수안 앞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 멍하니 7호차 쪽의 아수라장을 보는 수안. 수안의 시선으로 사람들을 헤치고 거슬러 올라가는 석우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때 7-8호 연결부에서 7호차로 뛰어 들어오며 소리치는 팀장.

 

팀장 다들 뒤로 가요! 뒤로!!

 

허둥지둥 가방을 챙기는 7호차 사람들. 그 속에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들어 있는 여자가 있다.

 

팀장 (여자를 흔들어 깨우며) 일어나요! 빨리 일어나!!

 

찡그리며 눈을 뜨는 여자. 이때 7호차로 몰려 들어오는 감염자들. 순식간에 공격당하는 승객들. 그 속에서 팀장에게 달려드는 민지. 민지를 끌어안고 좌석 쪽으로 나뒹구는 팀장.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얼어버린 석우. 좌석 아래서 잠시 허우적대다가 축 쳐지는 팀장의 발이 보이고무전기에서 들려오는 기장의 목소리. 다시 말씀해 주세요. 무슨 폭력사탭니까? 팀장님?!’ 순간 쾌감에 도취된 듯 목을 꺾으며 일어나는 민지, 이어폰 여자 쪽을 휙 돌아본다. 입이 벌어져 있지만 비명이 나오지 않는 여자. 바로 여자에게 달려드는 민지. 동시에 바닥에서 기괴하게 몸을 꺾으며 일어나는 팀장. 그 모습을 얼어붙어서 보는 석우. 이때 들려오는 수안의 목소리.

 

수안 아빠?

 

멍하니 뒤돌아보는 석우. 석우의 시야에 수안이 들어온다. 변이한 팀장이 석우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하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수안. 동시에 수안에게 달려가는 석우. 석우가 빠져 나가며 위잉 닫히는 자동문. 순간 팀장의 팔이 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고, 다시 열리는 문. 수안을 들쳐 메고 무조건 달리기 시작하는 석우.

 

KTX 6호차, 5호차 - 아침

 

헉헉헉달리는 석우의 어깨 위에서 머리가 뒤쪽을 향하고 있는 수안, 자리를 지키고 있던 6호차 사람들이 하나 둘 물어뜯기는 모습을 본다. 괴물 같은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수안. 계속해서 5호차로 달려 들어가는 석우.

석우의 시선으로 달리다 보면 앞서 달려가던 은색 양복의 뜀박질이 이상하다 싶더니 달리던 중 변이를 하여 몸을 뒤로 꺾는 은색 양복! 석우는 방금 변이한 은색 양복을 밀치고 뛰어간다.

 

KTX 4-5호 연결부 - 아침

 

상화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자기! 자기야 멀었어?

 

벌컥 열리는 화장실문, 작은 체구에 불룩한 배를 잡으며 나오는 임산부, 성경(35).

 

성경 야, 윤상화, 자꾸 시끄럽게…….

상화 미안, 미안, 근데 (5호차 쪽을 보며) 무슨 일이 난거 같애.

성경 (5호차 쪽을 돌아보며) ?

 

순간 비명을 지르며 쏟아져 들어오는 사람들이 보이고들어오던 등산복 아줌마에게 달려들어 덮치는 변이한 등산복 아저씨. 반사적으로 성경을 자기 뒤로 숨기는 상화. 바닥에서 격렬하게 몸싸움하는 아줌마와 아저씨. 그 뒤로 수안을 안은 채 나오는 석우, 바닥에서 몸싸움하고 있는 둘 때문에 지나갈 수가 없다.

 

성경 (상화에게) 이 새끼야, 빨리 도와줘!

상화 (퍼뜩) ? !

 

정신을 차리듯 달려가는 상화, 아줌마에게서 아저씨를 떼어내려 한다. 그러자 갑자기 몸을 돌려 상화에게 달려드는 아저씨. ‘어 어 어하며 밀리듯이 뒷걸음치는 상화, 엉겁결에 아저씨를 잡아 돌려서 화장실로 밀어 넣는다. 길이 뚫리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 지나가는 석우. 수안의 시선으로 화장실 문을 막고 있는 상화가 멀어진다. 화장실 안쪽에서 미친 듯이 발광하는 아저씨. 다시 달아나려는 듯 기어가는 아줌마. 이때 5호차에서 쏟아져 나온 등산복들이 또 아줌마를 덮친다. 미친 듯이 몸싸움하는 사람들을 넋 나간 듯 보는 성경.

 

상화 (화장실 문을 막고서) 자기야, 자기야!! (성경이 답이 없자) 애기둥이!!

성경 (휙 돌아보는) ……!

상화 (불안, 애원) 미안, 미안근데 자기야, 뛸 수 있는 거지?

 

KTX 3호차 / 3-4호 연결부 / 4호차 - 새벽

 

수안을 안고 3호차로 달려 들어온 석우. 3호차 안이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 객실 TV에는 도망치듯 달리고 있는 카메라가 공격당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클로즈업으로 보이는 괴물 같은 사람들의 얼굴. 객실로 몰려든 사람들과 TV를 어리둥절해서 보고 있는 용석. 이때 4호차에서 배를 움켜잡고 달려 나오는 성경이 보인다. 이어서 나오는 상화. 그리고 닫히는 문 사이로 비집고 나오며 괴성을 지르는 은색 양복. 그 광경에 비명을 지르며 2호차 쪽을 향해 몰려가는 사람들. 서로 밀며 넘어지고 아수라장이 되는 객실. 4호차 쪽을 보는 용석. 점점 더 가까워지는 성경, 상화, 은색 양복.

 

용석 (멍하니) 막아(번뜩) 문 막아!!

 

그 소리에 문 쪽을 휙 돌아보는 석우, 수안을 내려놓고 문으로 다가간다. 문을 닫으려는 듯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석우, 철컥철컥. 하지만 자동문 상태라 힘으로 닫히지 않는 문. 빠르게 문 위쪽 틈을 살피는 석우, 틈 안에 자동문을 수동으로 전환시키는 스위치를 돌린다. 앞을 보면, 불과 몇 미터 앞까지 다가온 성경과 상화. 문을 잡고 망설이는 석우.

 

용석 (버럭) 그냥 닫아!!

 

괴물처럼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고 있는 은색 양복. 이를 악물며 문을 닫는 석우. 닫히는 문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수안. 닫힌 문으로 달려드는 성경, 석우와 눈이 마주친다. 흔들리는 석우의 눈동자. 곧이어 문을 손바닥으로 퍽 치며 고함치는 상화.

상화 열어!!

수안 (상화 뒤를 보며) 아저씨 뒤!!

 

흠칫 뒤 돌아보는 상화의 눈에 성경을 향해 몸을 날리는 은색 양복이 보인다. 순간적으로 성경을 안아 뒤로 빼내며 주먹을 휘익 뻗는 상화. 거구에 걸맞게 길게 뻗어 나가는 상화의 스트레이트가 정확하게 은색 양복의 턱으로 들어간다. 퍼억!! 우당탕! 뒤로 나뒹구는 은색 양복.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 광경을 보는 석우와 사람들. 스르륵 힘이 빠진 석우의 손. 문을 여는 성경. 그 뒤로 다시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은색 양복, 그리고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는 등산복들이 보인다. 들어와서 바로 문을 닫는 상화. 동시에 유리문에 퍽하고 부딪히는 등산복들과 은색 양복, 상화를 노려보며 유리에 머리를 퍽퍽 들이받기 시작한다. 비명을 지르며 2호차 쪽으로 쏠리는 사람들. 석우도 수안을 뒤로 숨기며 주춤 물러서는데

 

상화 (혼자 문손잡이를 잡고 주위를 살피며) 이씨 이거 어떻게 잠가? ? (석우를 돌아 보며) ! 너 이 문어떻게 잠가~?!

 

하지만 대답도 없이 감염자들의 행동을 보는 석우. 상화를 노려보며 문을 들이받고 문을 긁어대는 괴물 같은 행동. 잘 보면 감염자는 문손잡이에 관심이 없다.

 

상화 (땀 흘리며) 야 이 새끼야, 내말 안 들려?!

석우 그거한 번 놔 봐요.

상화 뭐?

석우 저 사람들문 열 줄 모르는 거 같애

 

석우의 말에 감염자들을 유심히 보는 상화, 천천히 손잡이를 놓아본다. 유리에 달라붙어 있는 감염자들을 보며 천천히 뒷걸음치는 상화. 갸르릉 짐승소리를 내며 상화를 노려보는 감염자들.

 

석우 그냥 보이니까 달려 드나봐.

 

석우의 말을 들은 성경, 순간 앞으로 나가더니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생수를 집어서 유리문에 촤악 뿌린다. 성경의 갑작스런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말리려는 상화. 하지만 전혀 망설이지 않고 젖은 유리에 신문지를 척 펼쳐 붙이는 성경. 순식간에 가려지는 시야. 곧 이어 서서히 조용해지는 감염자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서로를 보는 사람들.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용석.

 

용석 (놀란 얼굴로 사람들 보며) 지금 저게저것들 왜 저래?

사람들 …….

 

서로를 한번 씩 보는 사람들. 그 속에서 수안을 살피는 석우.

 

석우 (허리를 숙여 수안을 보며) 수안아, 괜찮아?

 

가늘게 떨며 석우를 보는 수안, 끄덕인다. 이때 석우의 뒤에서 어깨를 톡톡 치는 상화의 손.

 

상화 어이.

석우 (상화를 째려보며 돌아본다.) 뭡니까?

상화 야, 너 나랑 할 얘기 좀 있지 않냐?

석우 무슨 소리야.

 

당당한 석우의 태도에 화가 난 상화.

상화 (피식) 이 섀끼 봐라코앞에서 문을 닫아?

석우 (상화 보며) 말조심해요. 당신만 위험했던 건 아니니까.

상화 이런 개종자 섀끼를 봤나. (멱살을 잡아당기며) 너 따라와, 너 이 섀끼 넌 내가 저쪽 으로 던져버릴라니까.

 

이때 멱살을 잡은 상화의 손을 잡는 성경. 상화, 돌아보면,

 

성경 그만해!!

상화 (성경을 보는) …….

성경 다들 겁이 나니까 그런 거야. 그만해.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석우를 바라보는 상화. 석우도 가만히 상화를 바라본다. 이때 들려오는 기장의 방송.

 

기장 (소리) 승객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우리 열차는 열차 사정 상 잠시 후 진입하는 천 안아산역에 정차하지 않습니다. 승객 여러분은 안전을 위해 모두 자리에 앉아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우리 열차는 잠시 후 진입하는 천안아산역에

 

방송을 듣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 왜 안 멈춰?’ 방송을 듣더니 사람들을 비집고 2-3호 연결부를 향해 가는 용석. 잠깐만요, 잠깐만 좀 지나갑시다.’

 

KTX 2-3호 연결부 - 아침

 

3호차에서 2-3호 연결부로 다급하게 들어오는 용석.

 

용석 (응급 통화 버튼 누르며) 승무원! 승무원 없어요?!

기철 (지친 목소리) , 승무원입니다. 말씀하세요.

용석 지금 당신들 열차 안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 천안역에 왜 안 세우는데?

기철 (소리) 아니요, 알고 있습니다. 저도 대피해 있는 상태고요. 하지만 관제실에서 그렇 게 하랍니다. 지시에 따르셔야 해요.

용석 지금 코앞에 미치광이들이 득실거리는데 무슨 관제실 타령이야?! 천안역에 무조건 열차 세워요! 알았어?!

 

KTX 3호차 - 아침

 

이때 울려오는 석우의 전화기. 전화기를 꺼내서 발신인을 확인하는 석우. 엄마다.

 

석우 (핸드폰에) 엄마?

석우모 (소리) ~ 석우야 잘 가고 있어?

석우 어? , 그냥 가고 있어. 근데 엄마 어디야? 왜 이리 시끄러?

석우모 (소리, 숨이 찬 듯) 에구에구새벽 장에서 고기 좀 떼오려고 나왔어. 근데 이게 다 뭔 일이라니왜 이케들 싸우고너랑 수안이는, 괜찮지?

석우 엄마, 엄마 왜 그래? 숨을 왜 그렇게 쉬어? 다쳤어?

석우모 (소리, 점점 숨이 가빠지며) 석우야 우리 석우우리 새끼수안이 좀 잘 좀 챙겨 줘

석우 엄마 괜찮아?!

석우모 (전화소리) 우리 수안이내 강아지.(숨이 더 가빠진다) 에그그……그렇 게 예뻐하는데.제 엄마 지 엄마만 찾는 우리 새끼(갑자기 숨이 헐떡대 면서) 지 뒷바라지 하는 은공도 모르고나만 빼고 다들 지들 살길만 사 는 새끼들……썩을 놈들

석우 (갑자기 달라지는 석우 모의 말투를 들으며 놀란다)…….

석우모 (전화소리) 죽어.(갑자기 숨이 끊어지는 석우 모)

석우 엄마?

 

초점을 잃고 멍해지는 석우의 눈빛. 이어서 전화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잠시 후 이어지는 석우모의 괴성. 크아아악 크윽~’ 천천히 시선을 떨구는 석우, 자신을 보고 있는 수안과 눈이 마주친다. 그 순간 열차가 속력을 줄이며 앞쪽으로 쏠리는 사람들. 동시에 치직!’ 꺼지는 배전반과 실내조명들. 당황한 수안을 품에 안고 밖을 둘러보는 석우. 열차는 속력을 늦추며 천안아산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불안한 침묵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수안도 창밖 플랫폼을 가만히 보는데갑자기 창밖에서 확 달려드는 청년, 열차 창을 쾅 두드린다. 세워!!!!’ 감염자인지 정상인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로 만신창이인 청년의 모습. 멍하니 그 모습을 보는 객실 사람들. 곧 이어 하나둘 달려와 창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 달려오고 있는 감염자들의 모습. 감염자들에게 사냥당하며 유리에 처박히는 사람들을 보는 수안. 수안을 끌어당겨 눈을 가려주는 석우. 눈이 가려진 채 가만히 서 있는 수안에게 창밖 아우성이 들려온다.

 

천안역에서 대전역 사이, 철로 - 아침

 

황금빛 햇살을 받으며 달리고 있는 KTX 열차. 일상적인 아름다움이 더욱 비일상처럼 보인다.

 

KTX 7호차 - 아침

 

찢어진 스타킹. 한쪽 구두가 벗겨진 민지의 발. 높이가 맞지 않아 마치 춤을 추듯 요염하게 걷고 있는 민지. 곳곳에 서있는 감염자들을 체크하는 승무원처럼 통로를 걸어가는 민지의 모습. 그 위로 수신이 불안정한 듯 치직거리는 객실 TV가 보인다. 화면에는 <전국 각지 폭력사태 발생. 국가 재난 상황 발령> 이라는 자막과 함께 안행부 장관이 공식발표를 하고 있다.

 

KTX 객실들 - 아침

 

누군가의 스마트폰으로 안행부 장관의 발표 모습이 이어지고, 그 위로 담화문이 들려온다. 안일한 태도의 담화문과 함께 보이는 승객들의 스마트폰 화면들, 발표 내용과 달리 훨씬 심각해 보이는 상황이다. 장관 발표 내용 가족들에게 전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스케치처럼 보이다가, 3호차로 넘어오면, 아까보다 더 꼼꼼하게 신문지로 가려진 유리문이 보인다. 피난민처럼 2호차 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행렬.

 

KTX 2-3호 연결부 - 아침

 

이동하는 행렬을 따라 연결부로 들어오는 석우와 수안. 석우는 핸드폰으로 도착한 찌라시들을 보고 있다. <인천 공단 군부대 투입 전면 폐쇄>, <서울시 모든 행정서비스 중단>, <oo그룹, oo그룹 임원진 출국>, <금일 09시 계엄령 발효 예정> 그런 석우의 손을 잡아당기는 수안. 문득 수안을 내려 보는 석우.

 

수안 (핸드폰을 귀에 대고 올려다보며) 엄마 전화기가꺼져있어요

 

혼란스러운 듯 잠시 멍하니 수안을 보던 석우, 전화를 다시 걸어보며 문득 앞을 본다. 사람들이 꽉 차서 더 들어가기 힘들어 보이는 2호차. 전화기 신호는 꺼져있다. 바로 옆에 보이는 간이 의자를 펴고 수안을 앉히는 석우.

 

석우 (눈을 맞추고 수안을 바라보며) 수안아 걱정하지 마, 이따가 아빠가 다시 걸어볼게.

수안 …….

불안한 얼굴로 가방 주머니에 핸드폰을 꽂아놓는 수안. 수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일어서는 석우. 이때 옆쪽 간이 의자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인길과 종길의 소리가 들려온다.

 

인길 종길아, 일루와 앉아.

종길 어이구, 자기가 더 할머니면서? 언니나 앉아.

인길 니가 서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앉아? (엄한 척) 말 좀 들어!

종길 (콧방귀) 어이구 무서워라. 그놈에 엄마 노릇은…….

 

그 모습을 무심하게 보고 있는 석우. 이때 어느새 빠져나간 수안이 인길의 손을 붙잡는다.

 

수안 (인길의 손을 당기며) 할머니, 이쪽에 앉으세요.

인길 (수안을 돌아보며) ?

 

탐탁찮은 얼굴로 그 모습을 보는 석우. 그런 석우를 의식하는 인길.

 

인길 (수안의 뺨을 쓰다듬으며) 아니야, 아가. 너 가서 앉아.

수안 아니에요. (종길과 인길을 보며) 하나씩 앉으세요.

 

인길의 손을 잡아 당겨 간이 의자에 앉히는 수안.

 

종길 (바로 실랑이 하던 의자에 털썩 앉으며) 아이고 고거 참고맙다~.

인길 (석우의 표정을 보고 난처한 듯) 아휴 안 그래도 되는데……. (석우에게 눈인사 하더 니 주머니에서 유가사탕을 꺼내주며) 아가 이거 먹어.

 

사탕을 받아 드는 수안. 그런 수안을 화장실 쪽으로 데려가는 석우.

 

석우 (눈높이를 맞추고 앉아서 낮은 목소리로) 수안아 이럴 땐 안 그래도 돼.

수안 뭘요?

석우 양보말야, 지금 같은 때는 자기 자신이 제일 우선이야, 알았어?

수안 (시선을 떨구는) …….

석우 대답해. 수안아.

수안 우리 할머니도 맨날 무릎 아파했는데…….

 

할 말이 없는 듯 멍하니 수안을 보는 석우. 이때 스피커를 통해 기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기장 (소리) 차내에 계신 승객여러분께 사과의 말씀 올리며, 우리 열차는 대전역까지만 운 행한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현재 대전역에 군대를 배치하여 우리 열차의 소요사 태를 진압할 예정이오니, 대전역에 도착하면 한분도 빠짐없이 하차해 주시길 바랍니 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우리 열차는

 

빠르게 소란스러워지며 전화를 거는 사람들. 그 속에서 들려오는 인길의 목소리. 종길아, 근데 이거 역병이라면서. 우리 애들한테 가도 되는 거니?’ 인길을 슬쩍 돌아보는 석우. 그 뒤로 2호차에서 연결부로 들어오는 용석이 보인다. 통화를 하고 있는 용석.

 

용석 (사람들을 비집고 나오며 핸드폰에) ? 진입 가능한 곳이 어디? 여수, 울진, 부산 대전은? (화장실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양복쟁이에게) 거 잠깐 화장실 좀 씁시다. (화 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으며 핸드폰에) 그래? 왜 못 들어가는데?

 

그대로 닫히는 화장실 문. 가만히 용석의 통화를 듣고 있던 석우.

 

석우 (수안에게) 수안아 잠깐 여기 있어.

 

수안을 놔두고 3호차 쪽으로 이동하며 핸드폰을 꺼내는 석우. 멀어지는 석우의 뒷모습을 보는 수안. 그때 들리는 상화의 목소리. (어이 아가씨) 수안, 올려다 본다.

상화 뒤로 선반에 걸터앉아 있는 성경, 상화의 등을 주먹으로 퍽 치더니 수안을 보며 빙긋 웃어준다.

 

상화 (3호차에서 통화하고 있는 석우를 가리키며) 근데 저 사람 니 친아빠 맞아?

수안 .

상화 뭐하는 사람인데?

수안 증권사 펀드 매니저요.

상화 (헛웃음) 아 펀드 매니저니미 개미핥기아후, 저런 개종자 새끼

성경 (정색) 야 윤상화, 너 미쳤어? 애 앞에서…….

상화 (풀 죽어서 삐죽) …….

수안 (조용히) 괜찮아요다들 그렇게 생각하니까…….

 

수안의 반응에 당황한 듯 서로를 보는 상화와 성경. 괜히 머리를 긁적이게 되는 상화. 수안 앞으로 다가오는 성경.

 

성경 (애벌레 모양의 젤리를 들이밀며, 빙긋) 줄까? 우리 잠잠이가 먹는 건데.

수안 (젤리 하나를 받으며) …….

성경 (배를 만지며) 얘가 잠잠이야, 인사할래?

수안 (갸우뚱) 이름이잠잠이에요?

성경 (빙긋) 아니. 별명이고(상화를 팔꿈치로 쿡 찌르며) 이름은 아빠가 게을러터져서 아직 지어주지 않았어. (배 내밀며) , 인사해.

 

성경의 불룩한 배를 가만히 보다가 천천히 손을 뻗는 수안. 수안의 손바닥이 성경의 배에 포개진다. 성경의 배에 손을 얹고 있다가 무슨 느낌이 오는지 빙긋 웃는 수안.

 

성경 (빙긋) 왔어?

수안 (활짝 웃는) …….

 

조용히 미소가 번지는 수안, 성경, 상화. 잠시지만 따뜻한 분위기다.

 

KTX 3호차 - 아침

 

석우의 핸드폰 액정에 <개미>라는 폴더 <대전 민 대위>라는 이름이 보이고

핸드폰을 귀에 대고 출입문 앞을 서성이는 석우. 신호대기음이 들려오다가 전화를 받는 중저음의 남자.

 

민 대위 (소리) , 서 팀장님. 지금 통화 좀 그런 상황이라 나중에 다시

석우 잠깐만! 잠깐만 민 대위. 뭐 좀 물어보자.

민 대위 (소리) ?

석우 저기, 내가 지금 대전으로 들어가는 KTX에 타 있거든?

민 대위 (소리) KTX? 팀장님, 혹시 그 열차 타 계세요?

석우 어, 알고 있구나? 그럼 대전역에 군인들 배치됐다는 게 사실이야?

민 대위 (소리) , 맞아요…….

석우 그래? 다행이다그쪽은 안전한 모양이네…….

민 대위 (소리) …….

석우 (대답이 없는 민 대위의 반응에 무언가 느낌이 오는 듯) 민 대위 거기는 안전한 거 지?

민 대위 (소리) 서 팀장님 일단 대전에 오시면 아마도 일단은 격리되실 거예요.

석우 (약간 놀라면서) ? (한숨을 쉬며) 민 대위나 지금 우리 딸이랑 같이 있다.

민 대위 (소리) …….

석우 나랑 우리 딸만이라도 좀 따로좀 부탁하자. ?

민 대위 (소리) …….

석우 민 대위내가 나중에 확실한건 하나 추천할게? ? 민 대위…….

민 대위 (소리) 서 팀장님 그럼 메인 광장으로 나가지 말고 동광장쪽으로 나오세요. 그쪽 애들한테 말해 놓을게요…….

석우 고맙다민 대위고마워…….

 

전화를 끊는 석우. 그때 문득 텅 빈 객차 한구석에 푹 파묻혀 멍하니 앉아 있는 노숙자를 발견한다.

노숙자는 석우의 통화 내용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다.

석우는 그런 노숙자를 좀 찜찜하게 바라보고는 수안이 있는 연결통로로 돌아간다.

 

대전역, KTX 2-3호 연결부 - 아침

 

서서히 대전역으로 들어가는 열차. 창밖으로 대전역 플랫폼이 보인다. 가만히 창밖을 보고 있는 열차 안 사람들. 플랫폼엔 아무도 없다. 사람도, 감염자도너무 고요해서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대전역. 이때 나오는 기장의 목소리.

 

기장 (소리) 승객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승하차 문을 전체 개방하지 않습니다. 내리실 승 객께서는 내리실 문을 수동으로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승하차 문의 수동 개폐 방법은 승하차 문 옆 안내문을.

 

승하차 문에 있는 작은 창으로 밖을 보는 용석, 적막한 분위기에 일그러진다.

 

용석 뭐야왜 아무도 없어?

 

반대쪽 출입문 창을 보고 있는 석우. 석우의 표정도 굳어 있다.

 

대전역, 플랫폼 아침

 

문이 열리고 용석이 가장 먼저 내린다. 내리자마자 운전실 쪽을 향해 달리듯 걸어가는 용석. 이후 차례차례 내리는 성경, 상화, 종길, 인길, 수안과 석우. 석우는 자신의 태블릿 가방과 수안의 가방을 들고 있다. 고요한 역사를 둘러보는 석우. 열차 곳곳에서 생존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생존자들. 하지만 모두 이상한 느낌이 드는지 쉽게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두리번거리기만 한다. 차창에 툭머리를 들이 박고 있는 감염자들, 마치 플랫폼에 있는 사람들을 노리는 것 같다. 한편 18호차 안에 가득 차 있는 감염자를 보고 있는 기장,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다. 그 옆에서 초조한 얼굴로 기장을 따르고 있는 승무원 기철. 멀리 용석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기장 앞에 와서 멈추며 숨을 몰아쉬는 용석.

 

용석 (헉헉) 이봐요 기장, 군대, 군대가 어딨어요? ?

기장 (혼란스러운 듯 둘러보며) 그게 저도 잘저도 전달받은 겁니다.

용석 이봐요, 내가 백두산 고속버스 상무로 있는 사람인데지금 대전으로 들어가는 도로 가 다 막혔대요. 우리 회사 버스들도 죄다 빠꾸하고 있어.

기장 도로가 막혔다뇨?

용석 대전이 시를 봉쇄하고 있다고! 에흐~

기장 …….

용석 아마 우리도 막으려 할 거요. 아직 남해안쪽은 열려 있다니까 우리도 바로 부산으로 갑시다.

기장 (멍하니 보다가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는 승객들을 보며) 진짜 그렇다면 다 태워가야죠. 일단 나가봅시다.

 

승객들을 따라 에스컬레이터로 향하는 기장과 기철. 그 모습을 보며 탄식을 내뱉는 용석.

 

대전역, 3층 복도 - 아침

 

사람들을 따라 3층 복도로 올라온 석우와 수안, 상화와 성경. 반대쪽 에스컬레이터에서 올라오고 있는 9, 13, 영국, 진희가 보인다. 격렬한 싸움이 있었던 듯 옷이 찢어져 있는 야구부들. 복도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통행제한> 사슬이 보인다. 출구들을 막아 놓은 사슬. 자연스럽게 상가 쪽 홀로 나가는 사람들.

 

대전역, 3층 홀 - 아침

 

불은 켜져 있지만 아무도 없는 상가들. 무언가 한번 휩쓸고 지나간 듯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광고판과 제품들. 그 사이 어디선가 쿵쿵쿵쿵쿵쿵철을 두드리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려온다. 고요하게 울리는 소리, 소리의 방향을 가늠하기가 힘들다. 스산하게 소름이 돋는 분위기. 천천히 메인 광장인 서쪽 광장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그 속에서 수안의 손을 잡고 반대쪽으로 향하는 석우. 멀어지는 수안을 보며 멈춰서는 성경.

 

상화 (성경의 손을 잡으며) 됐어, 그만 신경 써.

 

동쪽 광장으로 나가는 구름다리 입구에도 <통행제한> 사슬이 쳐져 있다. 사슬을 걷고 들어가려하는 석우.

 

수안 (멈추며) 어디 가요?

석우 우린 이쪽으로 갈 거야.

수안 우리만요?

석우 (냉정한 목소리로) …….

 

서쪽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돌아보는 수안. 근데 몇 걸음 뒤에 노숙자가 가만히 서있다. 석우를 힐끔거리는 노숙자.

 

석우 (노숙자 보며) 뭡니까?

노숙자 (우물쭈물) 나도그 짝으로 가려구…….

석우 저 쪽으로 가야 메인광장이에요. 사람들 따라 가시면 돼요.

노숙자 아니그 짝이랑 같이 가려구요…….

석우 네?

노숙자 (우물쭈물) 아까 통화하는 거 다 들었어요. 그 짝이랑 쟈만 따로 빼준다구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격리된다며요.

 

놀란 듯 석우를 올려보는 수안.

 

석우 (당황하며) 그냥 잠깐이야, 잠깐 상태만 지켜보고

수안 (멀어지는 성경을 돌아보더니) 말해 줄래요.

석우 괜찮아, 수안아!

수안 말해 줘야죠!

석우 (수안의 어깨 잡으며) 신경 쓰지 마! 각자 알아서 하는 거야!

수안 (눈물 고이며) 아빠는 자기밖에 몰라그러니까엄마도 떠난 거예요…….

 

가만히 굳어서 수안을 보는 석우.

 

대전역, 3층 홀에서 서쪽 광장으로 나가는 계단 - 아침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고 있는 사람들 중간 쪽에 있는 성경과 상화. 2층 높이에서 바라보는 상화의 시선, 전면 유리창으로 대전역 밖의 모습이 보인다. 광장에 보이는 수많은 전경버스와 물대포, 육공트럭들옆을 보는 상화. 계단에 널브러져 있는 전경방패가 보인다. 이상한 느낌이 드는 듯 방패를 보는 상화.

 

대전역, 3층 홀 / 동쪽 광장 구름다리 - 아침

 

눈물을 훔치고 있는 수안. 그런 수안을 가만히 내려보고 있는 석우. 이때 갑자기 노숙자가 쩔뚝거리는 다리로 구름다리를 향해 뛰어간다.

 

노숙자 (팔을 휘젓고 쩔뚝쩔뚝 달리며) , , 어이! 여기요 여기! 사람 살려요!!

 

보면, 구름다리 끝 쪽에서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는 이등병이 보인다. 당황하는 석우.

 

석우 (울고 있는 수안에게) 잠깐 여기 꼼짝 말고 있어, ?

 

핸드폰을 꺼내 민 대위에게 전화를 걸며 노숙자를 쫓는 석우.

 

대전역, 3층 홀에서 서쪽 광장으로 나가는 계단 - 아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상화의 시선으로 출구 쪽에 몰려 있는 군인들의 발이 보인다. 발부터 서서히 드러나는 군인들의 모습. 근데 정상이 아니다. 아무렇게나 몸에 매달려 있는 소총, 찢어진 군복, 철문에 머리를 쿠쿵쿠쿵박고 있는 군인. 직감한 듯 바로 성경을 번쩍 들어 옆 계단으로 넘기는 상화. 상화 옆쪽 계단으로 내려가던 기장과 용석도 그 모습을 보고 천천히 멈춰 선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계속 밀려 내려오는 사람들. 철문에 머리를 박다가 툭 멈추는 군인. 사람들을 휙 돌아보는 군인의 위장한 얼굴.

 

대전역, 동쪽 광장 구름다리 - 아침

 

석우의 시선으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이등병.

 

석우 (이등병을 향해 손을 들며 핸드폰에) 어 민 대위, 나 지금 대전역 왔거든?

민 대위 (소리) ? 지금 거기 괜찮아요? 그쪽 애들이랑 연락이 안돼요!

석우 (멈칫) ?

 

멈춰서는 석우, 앞을 보면, 멀찍이 멈춰서 있는 노숙자의 뒷모습. 그 너머로 멍하니 다가오고 있는 이등병의 모습이 보인다. 잘 보면 피투성이인 이등병의 군복.

 

이등병 (신음하며 작게) 살려 주세요…….

그때 이등병의 뒤로 감염된 군인들이 이등병을 빡! 하고 덮친다. 수안을 돌아보는 석우. 아까 그 자리에서 그대로 서있는 수안. 그런 수안 뒤로 서쪽 계단에서 도망쳐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석우의 뒤로도 동쪽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군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석우 (땅을 박차듯 달려가며) 수안아!!

 

대전역, 3층 홀 / 3층 복도 - 아침

 

몸이 굳어버린 듯 자신의 숨소리만 들리는 수안,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아빠가 뒤를 보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돌아보면,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는 군인. 하지만 숨이 멎은 듯 움직이지 못하는 수안. 수안의 얼굴로 날아드는 군인의 쩍 벌어진 입. 수안은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 그때 상화가 수안을 향해 달려드는 군인 감염자를 어께로 밀치며 같이 쓰러진다. 그 광경을 얼음처럼 굳어서 보고 있는 수안. 그런 수안의 손을 잡아끄는 누군가, 성경이다. 하지만 석우를 보며 발이 떨어지지 않는 수안.

 

석우 뛰어!!

 

성경을 따라 달리기 시작하는 수안, 플랫폼 복도 쪽으로 사라진다. 상화도 일어나 성경의 뒤를 따른다. 그리고 복도 쪽 문을 떨어진 전경의 곤봉 등으로 막는 상화, 어디선가 나타난 영국과 9, 13번도 상화를 돕고 있다. 홀 안에 군인들과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현실처럼 펼쳐지고, 사람들 대부분이 군인과의 싸움에서 진 듯 변이하고 있다. 상화와 야구부들이 잠그고 있는 복도 문을 향해 뛰는 석우, 그때 석우에게 달려드는 감염된 군인. 석우는 쓰러진다. 그 속에서 필사적으로 군인을 떼어내려 하는 석우. 하지만 군인도 필사적이다. 이때 군인의 얼굴에 휙 덮어지는 노숙자의 코트. 순간 앞이 안 보이는 듯 괴상하게 허우적거리는 군인. 빠르게 기어 나오며 노숙자를 올려보는 석우. 노숙자는 뒤도 안 돌아보고 플랫폼 복도를 향해 달려가고노숙자가 복도로 들어가자 복도 문들을 막기 시작하는 상화와 야구부들. 재빨리 일어나서 노숙자를 따라가는 석우. 마지막 문을 막으려하던 상화의 시선에 달려오는 석우가 보인다. 그 뒤로 바싹 쫒아오고 있는 군인 한명.

 

상화 (석우를 발견하고는) 빨리 와!!!

 

아슬아슬하게 석우를 받아주고 문을 닫으려는 상화. 하지만 조금 늦었다. 군인들이 밀어 붙여서 문을 잠그지 못하는 상화. 야구부들과 석우도 상화가 잡은 문을 막기 위해 달려든다.

 

대전역, 플랫폼 - 아침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내려온 동아리 MT 대학생들, 바로 옆에 보이는 5호차 객실 문을 열고 타려는데, 감염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순식간에 물어뜯기는 대학생들. 복도 위에서 그 모습을 보고 운전실 방향으로 내려가는 성경과 수안. 한편 이미 운전실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용석, 기철, 기장. 멀리 14-15호 연결부에서 사람들을 유도하고 있는 진희가 보인다. 14-15호 연결부로 올라타는 용석과 기철. 운전실을 향해 계속 달리는 기장.

 

대전역, 3층 복도 / 3층 홀 - 아침

 

유리문 밖에서 엄청나게 밀어붙이는 군인들. 간신히 문 위치를 맞춰서 잠그는 상화와 석우. 하지만 밀어붙이는 힘에 휘어지기 시작하는 유리문 경첩. 유리문이 그대로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어어어하며 다시 유리문에 달라붙어 미는 상화, 석우, 야구부들.

 

대전역, KTX 운전실 - 아침

 

운전실로 올라타서 재빨리 기동 조작을 하는 기장.

 

대전역, KTX 14-15호 연결부 - 아침

 

진희와 함께 사람들을 유도하는 기철. 그런 기철을 열차로 끌어당기는 용석.

 

용석 뭐하고 있어!! 빨리 출발시켜!!

기철 아직 저 쪽에 사람 더 있어요!

 

대전역, 플랫폼 - 아침

 

14-15호 연결부에 보이는 진희를 향해 달리는 성경과 수안. 앞에는 손을 잡고 달리는 인길과 종길이 보인다. 이때 인길과 종길 앞으로 투둑 떨어지는 유리조각들. 위를 보는 성경. 동쪽 광장 구름다리 안에 포화상태처럼 있던 군인들이 헬멧으로 유리를 들이받고 있다. 박살나는 유리창. 곧이어 구름다리에서 쏟아져 떨어지는 감염자들. 그 중 한명이 인길과 종길의 사이로 떨어진다. 서로 손을 놓치는 인길과 종길. 인길은 성경 쪽으로, 종길은 14-15호 연결부 문 쪽으로 넘어진다. 감염자 곁에 있는 인길을 재빨리 뒤로 끌고 나오는 성경. 하나 둘 계속 떨어지는 감염자들. 바닥에 떨어진 감염자는 뼈가 부러진 듯 잘 일어서지 못 한다. 그 속에서 몸을 일으키는 이등병, 부러진 다리로 성경을 향해 터덕터덕 걸음을 옮긴다. 그 모습을 보며 뒷걸음치는 성경, 인길, 수안. 곧이어 다른 감염자들도 하나둘 몸을 일으키기 시작하고바닥에 넘어져 있는 종길을 일으키는 진희와 기철, 종길을 14-15호 연결부로 잡아끈다.

 

종길 언니! 언니!!

 

종길의 외침에 달려드는 감염자들. 열차에 종길을 올려 태우고 아슬아슬하게 문을 닫는 기철. 닫힌 문으로 감염자들이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계속해서 뒷걸음치고 있는 성경, 수안, 인길. 이들을 향해 계속해서 다가가는 이등병. 탈 곳을 찾듯이 뒤를 돌아보는 성경. 뒤쪽에선 변이한 대학생들이 달려오고 있다. 12-13호 연결부 문 안을 보는 성경. 아무도 없어 보인다. 결심한 듯 12-13호 연결부 문을 여는 성경. 올라타는 인길과 수안. 달려드는 감염자들을 보며 힘껏 문을 닫는 성경. 이때 문 사이로 쑥 들어오는 손. 노숙자다.

 

노숙자 (애원) 지두요, 지두.

 

다시 문을 열어주는 성경. 노숙자가 올라타고 닫히는 문, 철컥.

 

대전역, KTX 14-15호 연결부 - 아침

 

승하차문 창에 달라붙어 있는 감염자들. 그 모습을 넋 나간 듯 보고 있는 종길.

 

용석 (기철의 멱살을 잡으며) 언제까지 기다릴 거야! 당장 출발시켜!!

진희 (발을 동동 구르며) 안 돼요! 아직 친구들 못 탔어요!!

기철 (진희를 잠시 보다가 무전기에) 기장님출발출발해주세요.

 

무너지듯 고개를 떨구며 흐느끼는 진희. 기철의 멱살을 놓는 용석.

 

대전역, 3층 복도 - 아침

양쪽에서 밀고 버티는 힘 때문에 빠지직 금이 가는 유리문.

 

상화 (야구부들에게) ! 니들 먼저 가!! 빨리!!!

 

주춤주춤 망설이다가 플랫폼을 향해 달려가는 야구부들. 전력을 다해 문을 막고 있는 상화와 석우. 점점 갈라지는 유리문. 빠지지직!

 

상화 어, , 안 되겠다, 안 되겠다!! 우리도 가자!!

 

갑자기 먼저 달려가는 상화. 놀라서 따라가는 석우. 동시에 문이 와자작 부서지며 감염자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대전역, 플랫폼- 아침

 

달리는 석우. 복도 창밖을 보니 벌써 KTX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계단으로 뛰어 내려오는 야구부들. 움직이는 열차를 향해 계단에서 몸을 돌리는 순간 플랫폼에 있던 감염자 둘이 9번과 13번을 덮친다. 목을 물린 듯 빠르게 변이하며 경련하는 9번과 13. 순식간에 눈앞에서 변이하는 친구를 얼빠져서 보는 영국.

그때 영국을 옷을 끌어당기는 석우.

 

석우 (영국에게) 빨리와!!

 

계단을 내려와 9번과 13번을 물고 있는 감염자들을 지나쳐 달리는 기차의 열린 문에 영국을 밀어 넣는 석우 그리고 자신도 올라탄다. 기차에 올라탄 후 아직 타지 못한 상화 쪽을 바라보는 석우.

열차에 타려다가 다시 돌아서는 상화, 바닥에 떨어져있는 전경방패와 곤봉을 줍는다.

 

석우 (상화에게) 빨리!

상화 (석우에게) 비켜!

 

석우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열차 밖으로 내밀던 고개를 넣고 석우의 뒤쪽으로 달려오는 감염자를 상화는 미식축구 선수처럼 방패를 들어 밀쳐낸다. 다시 열차 밖으로 몸을 내미는 석우. 마주치는 둘의 시선. 석우가 상화를 향해 손을 뻗는다. 석우의 손을 잡으며 아슬아슬하게 열차에 올라타는 상화. 닫히는 문, 철컥.

 

KTX 12-13호 연결부 - 아침

 

대전역을 빠져나가는 창밖을 보며 당황하는 성경과 수안.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서 번호를 누르려는 성경. 이때 성경의 핸드폰을 스윽 막는 노숙자의 손. 보면, 가늘게 떨면서 12호차 쪽을 보고 있는 노숙자의 얼어붙은 얼굴.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12호차 쪽을 보는 성경. 박살나 있는 12호차 문. 그 너머로 12호차에 드글거리는 감염자들이 보인다. 다행히 전부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감염자들. 조각처럼 얼어붙어 있는 수안, 인길, 노숙자.

 

성경 (수안을 보며) …….

 

 

 

KTX 운전실 - 아침

 

수화기로 관제실과 연락하고 있는 기장.

 

기장 (수화기에) 관제실, 101열차 대전역 돌발사태로 정차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역에 구 조대 배치 가능한지 확인바랍니다, 이상.

관제실 (소리) 101열차, 현재 교신 불안정으로 인해 각 역 상황 파악이 불가능하다, 이상.

기장 (잠깐 생각하더니) 관제실, 101열차 부산까지 직행 가능한지 확인바랍니다, 이상.

관제실 (소리) …… 101열차, 부산까지 선로를 열어놓겠습니다. 관제실 이상.

기장 부산역과 연락 되는대로 알려주기 바랍니다. 101열차 이상.

 

수화기를 내려놓는 기장의 굳은 얼굴.

 

KTX 15호차 - 아침

 

방송으로 나오는 기장의 목소리.

 

기장 (소리) 탑승하신 승객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우리 열차는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중 간역에 정차하지 않고 바로 부산, 부산역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멍하니 방송을 듣고 있는 기철. 그런 기철에게 다가와 무전기를 가로채는 용석.

 

용석 (무전기에) 기장 내 말 들려?

 

방송이 중간에 끊기더니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기장의 목소리.

 

기장 (소리) , 말씀하세요.

용석 부산역엔 연락해 봤어?

기장 (소리) 아니오, 현재 교신이 불안정하다고 합니다.

용석 이런 씨무조건 전속력으로 가, 늦으면 부산도 못 들어가는 거야, 알았어?!

 

기철에게 무전기를 던지듯 주는 용석.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 그 한쪽에 종길이 넋 나간 듯 앉아 있고, 그 뒤로 진희가 보인다. 울리는 진희의 전화 진동. 멍하니 전화를 보다가 재빨리 받는 진희.

 

진희 (전화를 받자마자 울며) , 도영국! 너 어디야!! 난 너 죽은 줄 알았잖아으이씨

 

KTX 9호차 - 아침

 

열려 있는 9호차 유리문. 그 문에 기대서 주저앉아 울고 있는 영국의 모습이 보인다.

 

영국 (울며, 핸드폰에) 미안해미안해나만 빼고 애들 다 못 탔어엉엉미안해

 

그 모습을 보며 불안하게 서성이는 석우. 그 옆으로 전화를 걸고 있는 상화가 보인다.

 

KTX 12-13호 연결부 - 아침

 

천천히 움직이는 네 사람의 발. 숨을 죽이고 화장실을 향해 걸어가는 네 사람. 살며시 화장실로 들어가는 수안과 인길. 순간 흠칫 놀라는 성경. 맞은편 남자 화장실에 뒤 돌아있는 감염자가 보인다. 숨조차 쉬지 않고 움직이는 성경과 노숙자. 이때 울리는 성경의 핸드폰. 휙 돌아보는 감염자, 괴성을 지른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듯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는 성경과 노숙자. 그 소리에 휙휙 돌아보는 12호차 감염자들.

 

KTX 9호차 - 아침

 

상화의 핸드폰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와 괴성들. 눈이 휘둥그레지는 상화와 석우.

 

수안 (소리, 울며) 아저씨!

상화 (당황) , , 뭐야? 왜 니가 받아? 너 어디야?!

수안 (소리) 기차! 기차 화장실이요!

상화 화장실? 어디 화장실?!

수안 (소리, 당황하며) 그러니까 여기가…….

 

이때 멀리서 들려오는 성경의 외침. ‘13호칸! 빨리 와 이 새끼야!!’ 그리고 끊어지는 전화기.

 

상화 (멍하니 석우 보며) 13화장실에 있대…….

 

10호차 쪽 문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석우. 유리 너머로 10호차에 서성거리는 감염자들이 보인다. 새하얗게 굳어 있는 석우의 얼굴. 멍하니 문손잡이를 잡는 석우. 이때 상화가 석우의 팔을 잡는다.

 

상화 건너가려고?

석우 (끄덕) …….

상화 가면, 그 다음엔? 계획도 안하고 갈 거야?

석우 (머릿속이 텅 빈 듯) …….

 

이때 끼어드는 영국의 목소리.

 

영국 15호 칸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그 얘기를 들은 상화는 다음 칸 번호를 본다. <10호칸>

돌아보면, 영국이 야구배트를 들고 다가온다. 선반에서 동대문 의류상가 꾸러미들을 우르르 내리는 영국.

잠시 서로를 보는 세 사람. 가방 속엔 레이스 천, 벨트, 장갑, 가죽제품들이 가득하다. 유리망치가 든 유리판을 퍽 치는 상화의 손.

 

유리망치를 손에 감고 있는 상화, 힐끔 10호차를 본다. 10호차를 서성이는 다섯 명의 감염자.

 

상화 세 칸만 가면돼(양손에 유리망치 묶으며) 내가 선두, (영국에게) 가운데 너, (석우 에게) 그 뒤에 너. 혹시 뒤에서 달려드는 놈이 있으면 막아.

 

가죽벨트를 팔에 칭칭 감고 전경방패와 곤봉을 들고 있는 석우의 모습. 두려운 듯 가늘게 떠는 석우. 이때 터널로 빨려 들어가며 어두워지는 실내, 자판기 불빛만 남아 있다.

 

상화 (석우에게) 근데 너, 펀드 매니저라며?

석우 …….

상화 어때? 따는 쪽이었어?

석우 (끄덕)…….

상화 (피식) 그래? 그럼 잘 알겠네. 쓸모없어지면 그냥 버려지는 거야.

석우 …….

상화 (10호차를 보며) 터널이 끝나면 들어간다.

 

터널 - 아침

 

터널 속을 달리고 있는 열차. 치직 치직 스파크가 튀는 펜타그라프.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는 터널 끝. 잠시 후 빛으로 빨려 들어가듯 터널을 빠져나가는 열차.

 

 

 

KTX 9-10호 연결부 / 10호차 / 10-11호 연결부 / 11호차 - 아침

 

터널을 빠져 나가며 일시에 쏟아져 들어오는 빛.

 

상화 가자!

 

문손잡이를 당기는 상화. 칙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동시에 휙 돌아보는 5명의 감염자들, 가운데 통로로 나오며 득달같이 달려온다. 달려 들어가는 상화. 휘익 허공을 가르는 상화의 오른 주먹. 퍼억! 턱을 맞으며 왼쪽으로 나가떨어지는 첫 번째 감염자. 바로 왼 주먹을 휘두르는 상화. 휘익! 퍼억! 오른쪽으로 나가떨어지는 두 번째 감염자. 이어져 달려드는 세 번째 감염자. 근데 거리가 좀 짧다. 짧게 툭툭 잽을 날리더니 멱살과 가랑이를 잡고 의자 쪽으로 던지는 상화. 이때 바로 이어서 날아드는 네 번째 감염자의 입. 그 입 속에 가죽으로 감싼 팔뚝을 쑤셔 넣는 상화, 그대로 밀어붙인다. 발광하며 더 꽉 무는 감염자. 통증이 오는 듯 일그러지는 상화의 얼굴. 이때 상화의 뒤에서 들리는 영국의 목소리.

 

영국 숙여요!

 

힐끔 뒤 돌아보더니, 흠칫 놀라며 고개 숙이는 상화. 상화의 머리 위로 휘익 지나가는 영국의 방망이, 상화의 팔을 물고 있는 감염자의 관자노리를 날린다. 퍼억, 나가떨어지는 감염자. 움츠려 있는 상화를 지나쳐 나가는 영국, 달려들고 있는 다섯 번째 감염자에게 배트를 휘두른다. 선수답게 살짝 올려치는 방망이. 그대로 턱을 맞고 왼쪽 좌석으로 나가떨어지는 감염자. 앞이 뚫렸다. 11-12호 연결부를 향해 전력으로 달리는 세 사람. 그 뒤로 몸을 틱틱 꺾으며 다시 일어나고 있는 감염자들이 보이고, 자동문을 칙 열고 들어가는 영국, 상화 그리고 석우. 문을 닫으려 하는 상화. 근데 자동문 상태라 문이 안 닫힌다. 다시 객실 쪽으로 몸을 내밀어 수동 전환 스위치를 올리는 상화. 이때 완전 무방비 상태의 상화를 향해 휙 몸을 날리는 감염자. 순간 상화 앞으로 슥 나오는 석우, 곤봉을 휘둘러 감염자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얼떨떨한 얼굴로 서로를 보는 석우와 상화. 그런 둘을 확 끌어당기고 문을 닫는 영국. 근데 닫히는 문 사이로 팔이 휙 들어온다. 문을 잡고 있는 영국을 잡기 위해 정신없이 팔을 휘젓는 감염자. 이어서 유리문에 와서 미친 듯이 들이받기 시작하는 나머지 감염자들.

 

영국 (다급하게) 그냥 가요!!

 

결국 문 닫는 걸 포기하고 빠르게 11호차로 향하는 세 사람. 11호차로 들어가는 손잡이를 돌리는 영국. 치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 일시에 돌아보는 9명의 감염자. 자기도 모르게 움찔 물러서는 영국. 감염자들이 모두 야구부다. 하아 한숨을 내쉬더니 달려 들어가는 상화. 가운데 통로로 뛰어오고 있는 4명의 야구부. 왼쪽 의자를 뛰어 넘어오는 3명의 야구부. 오른쪽 의자를 뛰어 넘어오는 2명의 야구부. 뛰어 들어가며 가운데로 달려드는 야구부들을 좌우로 날려버리는 상화.

석우는 상화를 지나 앞으로 나선 후 달려드는 감염자를 방패로 막으면서 뒤로 제낀다. 영국의 앞으로 떨어진 야구부. 영국은 그 야구부를 내리치려다 야구부 등에 선명히 적힌 이름을 보자 머뭇거린다. 그 틈에 일어나 상화를 향해 달려들려고 하는 야구부.

상화는 자신이 상대하는 야구부 때문에 정신이 없다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영국이 처리 못한 야구부를 돌아본다. 피할 여유가 없어 쓰러지듯 옆 좌석으로 넘어지는데

상화를 향해 달려드는 야구부.

이때 거짓말처럼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어두워지는 실내. 순간 화악 열리며 흐려지는 야구부들의 동공. 상화에게 달려들다 멈춰버린 야구부의 입, 서서히 다물어지기 시작한다. 먹잇감을 잃어버린 듯 쌕쌕 숨을 몰아쉬는 야구부들.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는 석우. 야구부들은 마치 암흑 속에 갇힌 것처럼 반응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뒤쪽으로 물러서며 곤봉으로 방패를 퉁 쳐보는 석우. 그러자 몸을 휙 일으키며 석우 쪽을 보는 야구부들. 확신이 생기는 듯 다시 방패를 치는 석우. 퉁퉁퉁퉁퉁소리를 쫓으며 다가오는 야구부들. 상화와 영국을 공격하려고 했던 야구부들도 같이 소리를 쫓는다. 야구부들이 가까이 오자 소리를 멈추는 석우. 그러자 다시 표적을 잃은 짐승처럼 두리번거리는 야구부들.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는 영국과 상화. 입술에 검지를 대며 12호 쪽을 가리키는 석우.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하는 세 사람. 11-12호 연결부로 들어가더니 문을 살며시 닫는다.

 

KTX 11-12호 연결부 - 아침

 

12호차를 향해 걸어가는 세 사람. 앞장서는 석우. 뒤따르는 영국과 상화.

 

상화 (걸어가며 영국에게) , 쟤네 터널에 들어가니까 멈춘 거 맞지? 왜 그런 거야? 어두 워서?

영국 (어안이 벙벙) 그런 거 같긴 한데……. (절레절레)

 

12호차로 들어가는 유리문 앞에 서는 석우. 12-13호 연결부 화장실 부근에 드글드글 몰려 있는 감염자들이 보인다. 석우 뒤로 와서 같이 보는 상화와 영국.

 

상화 (감염자들 보며) 이런 씨겁나 많네야 어떻게 해 이제…….

영국 (벙찐 얼굴로) …….

석우 (감염자들을 가만히 보다가 상화에게 손 내밀며) 핸드폰 좀 줘 봐요.

 

KTX 12호차 - 아침

 

다시 터널로 들어가며 어두워지는 객실. 지잉 열리는 문. 12호차로 살며시 들어오는 상화, 영국, 석우. 마지막으로 들어온 석우는 객실 바닥에 상화의 핸드폰을 놓고 걸어간다. 12호차 중간쯤에서 양쪽 좌석으로 몸을 숨기는 세 사람. 곧 이어 옷 속에서 불빛을 감추고 전화기를 조작하는 석우. 순간 바닥에 놓고 온 상화의 핸드폰이 반짝이더니 신나게 터져 나오는 오 필승 코리아.’ 음악에 일제히 고개를 돌리는 감염자들, 자기네들끼리 부딪치며 핸드폰을 향해 달려간다. 순식간에 11-12호 연결부 쪽으로 몰려진 감염자들. 재빨리 12-13호 연결부로 가는 석우. 벙찐 얼굴로 뒤 따르는 상화와 영국.

 

KTX 11-12호 연결부 / 여자 화장실 - 아침

 

화장실 문을 부여잡은 채 떨고 있는 성경에게도 들려오는 오 필승 코리아.’ 그리고 곧이어 들려오는 노크소리, 또도~, , .’ 노크소리에 묘하게 찡그려지는 성경의 얼굴. 잠시 후 다시 울리는 노크소리 또도~, , .’ 순간 벌컥 문을 여는 성경. 바로 앞에 상화가 씨익 웃으며 서있다. 상화를 보더니 주먹으로 한 대 치려다가 주먹을 내리고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성경. 그런 성경의 머리를 토닥여주는 상화. 그런 상화를 툭툭 치고는 남자 화장실을 가리키는 석우. 성경에게 잠깐 안에 있으라고 시늉하는 상화. 다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는 성경. 문을 닫아주며 성경 뒤에 수안을 한번 살피는 석우. 닫히는 문틈으로 석우와 수안의 눈빛이 오간다. 맞은편 화장실로 들어가는 세 명의 남자, 철컥.

 

KTX 11-12호 연결부 / 남자 화장실 - 아침

 

비좁게 서있는 석우, 상화, 영국. 화장실 문틈으로 일광이 새어 들어온다. 자신의 핸드폰으로 무언가 확인하고 있는 석우.

 

상화 어이 개미핥기, 내 덕에 딸내미하고 재회한 기분이 어때?

석우 (핸드폰 화면만 보며) 유치하게대한민국이 뭡니까?

상화 뭐?

 

그 소리에 큭 웃음이 새는 영국. 이 섀끼가 웃어? 쥐방울만한 섀끼가 하며 갈구는 상화. 그 와중에도 무언가 중얼중얼 계산하는 석우. 거리가 10키로300키로로 달리면

 

상화 뭐라고?

석우 (상화 보며) 2. 2분정도 벌 수 있는 터널이 있어요. (영국 보며) 건너갈 수 있겠죠?

 

석우가 조작하던 핸드폰, 축적이 표시된 지도에 GPS를 통해 열차의 위치가 움직이고 있다. 계속 열차의 이동을 확인하며 중얼거리고 있는 석우. 만약에 그 터널을 놓치면3키로 뒤에 길이가 대략 6키로 그 모습을 재밌는 듯 보는 상화.

 

상화 (피식) , 항상 따는 쪽이라고 했나?

석우 …….

상화 아이고힘들었겠네…….

석우 (보는) …….

상화 야 좀만 참아라니 딸도 좀 만 더 크면 니가 왜 기를 쓰고 사는지 알 때가 있지 않 겠냐? 아빠들은 원래 희생하고 그런 거지. 안 그래?

 

진지하게 석우를 바라보는 상화. 가만히 상화를 보는 석우. 그 뒤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는 영국이 보인다.

 

KTX 15호차 - 아침

 

진희에게 오는 문자. 띠링. <사람들 구출. 나 지금 글로 넘어간다.>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는 진희. 그 모습을 보는 기철.

 

진희 (멍하니 기철 보며) 제 친구가 이리로 오고 있대요.

 

그 소리에 하나 둘 돌아보는 사람들.

 

기철 (이해가 안 가는 듯) 뭐라고요?

진희 (자기도 잘 이해가 안 가는 듯) 그러니까, 제 친구가 저쪽 칸에 있었는데, 이쪽으로 넘어 온대요.

 

멍하니 진희를 보는 사람들, 어떤 생각들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때 진희에게 빠르게 다가오는 용석.

 

용석 야, 누가 온다구?!

진희 제 친구요. 원래 9호칸에 있었는데 사람들 구해가지고

용석 구해? 아니상처하나 없이 그 괴물들 뚫고 오면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감염 안 된 게 확실하냐구!

진희 그게 무슨

용석 여기 사람들 봐봐지금 이 상황에서 가족 하나 둘 생사확인 안 되는 사람 천지야! 그런데 지금 니 친구지 뭔지들이 그 괴물들한테 감염되었을 지도 모르는데. 이리로 들여보내자 이거야!

 

사람들을 돌아보는 진희. 사람들의 냉담한 시선이 진희를 보고 있다.

 

진희 (기철을 바라보며) 저기 아저씨가 말 좀 해줘요. 이제 금방 온다는데…….

기철 (땅만 보는) …….

진희 아저씨!

 

그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는 종길. 터널로 들어가며 멀리 18호차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객실들이 보인다.

 

KTX 12-13호 연결부 - 아침

 

어둑한 연결부.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 석우의 발. 전화기 쪽에 몰려 있는 감염자들을 보며 여자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석우. 화장실문이 열리고, 아까 그대로 서있는 성경, 인길, 수안, 노숙자의 모습이 보인다. 수안을 향해 손을 내미는 석우. 석우의 손을 잡는 수안. 석우는 수안을 보며 조용히 해야 한다는 포즈를 취한다. 고개를 끄덕이는 수안. 13호차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석우, 치익문을 수동으로 전환하고 앞을 보면, 13호차에 가득 찬 감염자들이 보인다.

KTX 13호차 - 아침

 

13호차에 들어온 석우 일행. 13호차에는 40여명의 감염자들이 꽉 들어찬 상황이라 어둡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석우는 좌석 위에 있는 가방을 놓는 곳을 바라보고 상화를 향해 눈빛으로 가방을 놓는 곳을 가리킨다.

(약간의 시간 점프)

어두운 객차에 멈춰져 그르렁 대는 감염자들 카메라가 위쪽을 향하니 석우와 수안, 인길, 영국이 오른쪽 가방 올리는 통로로 기어가고 있고 왼쪽 가방을 올리는 통로에 상화와 성경, 노숙자가 기어가고 있다.

자신들의 머리위로 기어가고 있는 석우 일행을 눈치 채지 못하는 감염자들.

그때 석우의 눈앞에 가방이 보이고 석우는 가방을 들어 뒤쪽으로 던지자 감염자들은 어두운 상황에서 가방에 반응을 보이며 으르렁댄다.

순조롭게 기어가는 석우 쪽. 상화가 기어가는 쪽에는 엎드린 자세로 던지기 힘든 거대한 캐리어가 놓여 있자 상화는 좀 당황스러워 하더니 한 손으로 힘겹게 캐리어를 든채로 계속 기어간다. 상화가 든 캐리어가 위태위태하게 감염자들 머리 위를 지나간다. 먼저 도착해 수안과 인길을 내려주는 석우. 그리고 상화 쪽을 바라보고는 다가가 상화가 힘겹게 옮기고 있는 캐리어를 받아준다. 상화 쪽도 성경을 안전하게 내려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내려오던 노숙자가 발이 미끄러지며 좌석 쪽으로 넘어진다. (아악!!) 넘어지며 소리를 내는 노숙자 감염자들이 노숙자가 낸 소리에 노숙자가 넘어진 좌석 쪽으로 다가와 어둠 속에서 노숙자를 찾는다. 깜짝 놀라 어찌 해볼 생각도 못하고 있는 노숙자.

석우 일행도 당황하고 있는데 수안이 석우의 손을 뿌리치고 다가가 노숙자가 넘어진 좌석 앞쪽에서 좌석 사이로 손을 뻗어 노숙자의 손을 잡아준다. 좌석 사이로 수안을 바라보는 노숙자. 빙긋이 웃는 수안의 얼굴을 보고 조금 안정이 된다.

석우는 수안의 뒤에서 수안을 끌어내고 좌석과 좌석을 밟고 올라서 노숙자의 손을 잡고 노숙자가 좌석을 넘어오는 것을 도와준다.

노숙자가 연결부위까지 안전하게 오자 수안을 한번 째려보는 석우.

아빠의 무언의 눈빛에 수안은 시무룩한 얼굴이 된다. 석우는 수안을 향해 손을 뻗어 수안의 손을 잡고 연결부로 이동한다.

 

KTX 13-14호 연결부 / 14호차 - 아침

 

앞장서는 상화. 승하차 문 쪽에 감염자가 한명 보인다. 상화는 감염자는 피해 다가가 14호차 문을 연다. ! 하는 소리에 돌아보는 감염자. 상화는 다시 감염자를 피해 문을 수동 개폐 장치로 전환한다. 텅 비어 보이는 14호차. 사람들에게 빨리 건너가라는 듯 손을 휘젓는 상화. 영국이 앞장서며 빨리 달려 15호차 연결부를 향해 달려간다.

그때 영국의 눈앞에서부터 밝아지는 객차!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다 들어오고 가려고 하는 상화는 갑자기 밝아지자 바로 앞에 있던 감염자가 상화를 발견하고 달려든다. 재빠르게 문을 닫는 상화. 하지만 감염자의 머리가 문 틈에 걸린다. 성경 놀라서 상화를 향해 소리친다.

 

성경 상화야!!

 

그러자 13호칸에 드글드글 몰려있던 감염자들이 일제히 14호차를 바라보고 달려오기 시작한다.

영국은 다급하게 달려가 15호차 연결부의 문을 열려고 하는데 어? 덜컥! 덜컥! 덜컥! 열리지 않는다.

 

상화 (문을 붙잡고 서서) 뭐해? 왜 안 열어?

 

석우는 재빠르게 영국에게 다가가 문을 열려고 하지만 역시나 문을 열리지 않는다.

무언가 하얗게 뿌려져서 안쪽이 보이지 않는 유리. 머릿속이 텅 비어 버린 듯 서로를 보는 상화와 석우. 영국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진희에게 전화를 한다.

 

KTX 14-15호 연결부 / 15호차 - 아침

 

바닥에 떨어져 있는 소화기가 보이고옷으로 꽁꽁 묶인 손잡이부터 소화기가 뿌려진 유리문, 그리고 14-15호 연결부와 15호차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흘러가듯 보이기 시작한다. 연결부 문 앞에 서있는 양복쟁이들. 두려움과 죄의식에 질린 양복쟁이들의 괴물같은 얼굴. 그리고 15호차에 앉아서 석우가 쿵쿵 두드리는 문소리를 들으며 기묘하게 일그러지는 사람들의 얼굴. 몸부림치는 진희를 붙들고 입을 틀어막고 있는 기철과 용석. 바닥에서 진동하고 있는 진희의 핸드폰을 짓밟는 용석의 구둣발.

 

KTX 14호차 - 아침

 

성경은 문을 막고 서 있는 상화를 바라보며 천천히 상화에게 다가가고 있다.

 

성경 상화야…….

 

그리고 그런 성경을 지나 상화에게 달려가는 석우. 문사이로 뚫고 들어오려는 감염자들을 곤봉으로 내리친다.

 

상화 (영국을 향해) 빨리 좀 열어 봐!!

영국 (문을 잡아당기며) 안 열려요 도저히 안 열려요!!!

상화 (문을 잡고 버티며) 그럼 부숴버려!!

 

주위를 둘러보다가 야구배트로 소화기함을 깨트리는 영국, 이를 악물고 소화기로 유리문을 내리친다. ! 꿈쩍도 않는 유리문. 이익!! 다시 내리치는 소화기, ! 겁에 질려 양쪽 좌석으로 몰리는 성경, 수안, 인길, 노숙자. 상화 쪽 유리문 밖에는 12호차부터 있던 감염자들이 모조리 달려와서 쌓이기 시작하고, 벌어진 문틈으로 팔과 머리들이 마구 뻗어 나오기 시작한다.

 

석우 (뻗어 나오는 손들을 내리찍으며, 영국에게) 빨리!!!

 

이때 문틈으로 머리를 들이 밀던 감염자가 상화의 손을 덥썩 물어버린다. 일그러지는 상화의 얼굴. 상화 손을 물고 있는 감염자를 곤봉으로 내리치는 석우. 확실히 물린 듯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상화의 손. 이성을 잃은 듯 고함을 지르며 미친 듯이 소화기를 내리치는 영국. 아아아악!!! 순간 파지직 금이 가기 시작하는 유리 문.

 

KTX 14-15호 연결부 / 15호차 - 아침

 

쩌억 금이 가는 유리문을 보며 주춤 뒷걸음치는 양복쟁이들. 순간 퍼억 소리와 함께 유리문이 박살나며 쏟아지듯 들어오는 영국. 놀라며 15호차로 도망쳐 오는 양복쟁이들.

 

용석 (진희의 입을 막고 있는 손을 떼고) 저 병신들!!

 

14-15호 연결부로 달려가는 용석. 깨진 유리문을 통해 연결부로 들어오는 수안, 인길, 노숙자.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종길, 생존자안에 인길이 있다는 걸 발견한다. 15호차 문을 닫는 용석. 그 문틈으로 잽싸게 팔을 집어넣는 영국. 영국의 팔이 문에 끼었지만 막무가내로 닫는 용석. 비명을 지르는 영국. 문을 열기 위해 합세하는 노숙자. 그러자 겁에 질려 물러서 있던 양복쟁이들도 다시 달려든다. 밀어 넣은 영국의 팔을 다시 밀어내고 문을 닫으려는 양복쟁이들. 이를 악 물고 버티는 영국의 얼굴. 그때 용석과 양복쟁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종길.

 

종길 언니! 언니!!!

 

양복쟁이들과 용석을 문에서 떼어내려 하는 종길. 하지만 그렇게 쉽게 밀려 나지 않는 용석과 양복쟁이들. 그 광경을 보고 멍해져 있는 기철. 순간 기철을 뿌리치고 달려가는 진희, 종길을 돕는다. 문을 열려는 사람들과 닫으려는 사람들이 엉킨 아수라장. 문을 닫으려는 자들의 괴물 같은 얼굴. 그 모습을 겁에 질려 바라보는 수안.

 

KTX 14호차 / 14-15호 연결부 / 15호차 - 아침

 

유리 문 뒤에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감염자들. 유리문에 쩌억 금이 간다. 흠칫, 물러서는 석우, 상화를 본다. 이를 악물고 막고 있던 상화도 석우를 보고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상황. 유리문을 막은 채로 성경 쪽을 돌아보는 상화. 상화 쪽을 바라보며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성경.

 

상화 (버럭) 오지마!!!!!

 

고함에 움찔 걸음을 멈추는 성경. 말이 안 나오는 듯 떨리는 성경의 입술. 눈물이 차오르는 성경의 눈.

 

상화 (석우에게) , 가 이 섀끼야 너두…….

석우 (발이 안 떨어지는) …….

상화 (눈물 차오르며 웃는) 이 씨발쟨 나 없음 못 사는데(눈물 흐르며) 아이 씨발 진 짜, 내가 부탁 좀 한다, ? 우리 성경이, ?

 

성경을 돌아보는 석우. 성경이 다시 한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석우 (눈시울 붉어지며, 상화에게) 미안해…….

 

성경 쪽으로 빠르게 발을 옮기는 석우, 성경의 팔을 잡아 돌리려 한다.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는 성경.

 

석우 가야 돼요. 가야 돼…….

 

점점 차오르는 성경의 눈물. 그런 성경의 손을 잡아끌고 가는 석우. 멍하니 상화를 돌아보며 끌려가는 성경. 석우가 성경을 14-15호 연결부로 끌고 들어가려는데, 이때 버럭 소리치는 상화.

 

상화 윤서연!!!!

성경 (멈칫) ……!!

상화 윤서연이야!!! 우리 딸 이름…….

 

무너져 내리듯 주르륵 흘러내리는 성경의 눈물. 순간 와자작 부서지는 유리문. 파도처럼 쏟아져 들어오며 상화를 짓밟는 감염자들. 성경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석우,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문으로 달려든다.

상화는 감염자들에 짓밟히면서도 감염자들이 성경 쪽으로 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노숙자와 영국을 도와 문을 열려는 석우. 문을 당기는 석우와 문을 미는 용석, 유리 사이로 서로를 보는 둘. 전력을 다해 문을 당기는 석우. 결국 열리는 15호차 문. 쓰러지듯 15호차로 들어가는 석우, 영국, 노숙자. 기겁을 하며 물러서는 용석. 돌아보는 석우, 넘어진 사람들을 보며 들어가지 못하는 수안과 성경이 보인다. 튀어나가듯 일어나는 석우, 수안을 번쩍 안고 성경의 손을 잡아끌려는데,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인길이 멍하니 서있다. 인길,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감염자들을 보다가 멍하니 돌아본다. 인길과 눈이 마주치는 종길. 하지만 종길이 반응할 새도 없이 인길의 목에 매달려 무는 감염자. 성경을 15호차로 밀어 넣고 들어오는 석우, 문을 닫는다. 동시에 퍽퍽퍽퍽 유리문에 와서 부딪히는 감염자들. 잠시 이어지는 침묵. 얼이 나간 듯 바닥만 보고 있는 생존자들. 성경이 유리문으로 한 걸음 다가선다. 모든 걸 잃은 듯한 성경의 눈, 천천히 유리 너머를 바라본다. 이때 유리 너머로 나타나는 상화의 얼굴. 크르르 이를 갈며 성경을 노려보는 상화. 유리 한 장을 두고 서로를 보는 둘. 천천히 고개를 돌려 15호차 사람들을 보는 석우. 멀찍이서 얼떨떨한 얼굴로 석우 일행을 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가운데 서 있는 용석. 석우는 용석에게 달려들어 그대로 주먹을 날린다. 정확하게 용석의 턱으로 날아드는 석우의 주먹, 퍼억!! 뒤로 휘청 몸이 넘어가는 용석. 그런 용석을 덮쳐서 멱살을 잡고 흔드는 석우.

 

석우 왜 그랬어?! ?!! (일그러지며) 전부 올 수 있었는데…….

용석 (발버둥치며) 켁켁이거 안 놔! (사람들에게) 이 새끼 좀 빨리 떼봐! 이 새끼 감염됐어!!

석우 ?

 

석우를 둘러싸는 기철과 양복쟁이들, 하지만 선뜻 석우의 몸에 손을 대지 못한다. 겁에 질린 얼굴로 석우를 보는 사람들. 그 모습을 보고 천천히 일어나는 석우.

 

용석 (빠져나오며) 켁켁방금 봤어? 저 새끼 눈까리 봤냐고이러다 변하는 거야. 저 괴물 새끼들처럼 되는 거라고!! 빨리 저쪽으로 보내버려!!

 

천천히 사람들을 둘러보는 석우. 적개심이 가득한 눈으로 석우를 보는 사람들.

 

석우 (분노에 일그러지며) 당신들…….

기철 지금 저쪽에서 오신 분들아무래도 저희랑 함께 있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전부 저쪽 연결부로 이동해 주세요.

 

믿을 수 없는 듯 서로를 보는 생존자들. 그때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외침. 빨리 가!’, 저 사람들 좀 빨리 보내요!!’ 사람들의 광기에 두려운 듯 덜덜 떠는 수안. 가장 먼저 걸음을 옮기는 노숙자. 어이없는 듯 웃고는 노숙자를 따르는 영국. 그런 영국의 팔을 잡는 진희.

 

영국 (진희를 바라보면서) 넌 여기 있어.

진희 (고개를 저으며 울먹) 싫어여기가 더 무서워…….

 

영국과 함께 이동하는 진희. 그 모습을 보다가 성경을 보는 석우. 성경도 석우를 보고 있다.

 

성경 (수안에게 손을 내밀며) 가자.

 

석우를 보는 수안.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석우. 성경의 손을 잡고 이동하는 수안. 용석을 돌아보는 석우. 용석은 냉정하게 석우를 보고 있다. 무겁게 발걸음을 옮기는 석우. 죄책감과 안도감이 뒤섞여서 그 모습을 보는 나머지 사람들.

 

KTX 15-16호 연결부 - 아침

 

철컥! 문이 닫히고, 연결부에 격리되어 버린 사람들. 무거운 침묵이 이어진다. 그 속에서 가만히 고개를 돌려 15호차 쪽을 보는 수안. 소화분말이 뿌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는 15호차, 하지만 문 바로 앞에서 누군가 뭘 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KTX 15호차 - 아침

 

사람들의 찢어진 옷으로 악착같이 묶이고 있는 문손잡이. 칭칭 감아서 도저히 푸를 수 없을 정도로 묶고 있는 양복쟁이들. 의자에 걸터앉아 그 모습을 보는 용석. 객실 중간부근에서 앉아 있는 나머지 사람들. 그 사람들 틈으로 14-15호 연결부 쪽에 앉아 있는 종길. 종길의 시선을 따라가면 종길의 눈앞에 짓이겨진 삶은 계란이 보인다. 초점 잃은 눈으로 허공을 보며 혼잣말 하고 있는 종길.

 

종길 등신 같이꼴좋다저 살 궁리는 안하고 허구한 날 다 퍼주기만 하더니그러 기에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았어이렇게 갈 거면서왜 그렇게등신 같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유리문을 보는 종길. 유리문 너머로 인길이 얼굴을 들이대고 있다. 감염됐음에도 쇠약해 보이는 인길의 얼굴. 가만히 인길을 보다가 돌아보는 종길. 종길의 눈에 문을 묶고 있는 사람들과 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나머지 사람들이 보인다.

 

종길 (가만히 사람들을 보다가) 놀고 있네…….

 

용석은 석우 쪽 연결부위를 묶고 있는 양복쟁이들을 보며 지친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용석 아 빨리 묶고 저쪽도 묶어야지~

 

그리면서 종길 쪽을 바라보는 용석.

종길이 유리문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상한 느낌이 오는 듯 종길 쪽을 보는 용석. 종길이 유리문 앞에 바싹 붙어 있다. 유리 너머 인길을 가만히 바라보는 종길.

 

종길 고생 참 많았다언니.

용석 (뭔가 느낌이 온 듯 멍해지며) 씨발…… (다급하게 달려가며) 저 노인네 막아!!

 

문손잡이를 잡고 있는 종길의 손. 철컥!

 

KTX 15-16호 연결부 - 아침

16호차의 문손잡이를 벨트로 묶고 있는 석우. 그때 15호차 쪽에서 비명소리와 악다구니가 들려온다. 돌아보는 석우. 모두 15호차 쪽을 보고 있다. 하지만 소화분말 때문에 보이지 않는 15호차 내부. 순간 유리에 와서 퍽 부딪히는 빨간 모자. 흠칫 놀라며 천천히 뒷걸음치는 사람들. 그 모습을 보며 15호차 문 쪽으로 다가가는 석우. 이때 안쪽에서 허우적대듯 소화 분말을 문대는 손, 양복쟁이다.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며 소리치는 양복쟁이. 살려줘! 살려줘!’ 안쪽에서 묶인 걸 풀어보려고 버둥대는 양복쟁이. 그 뒤로 괴물처럼 달려들고 있는 상화의 모습. 문으로 달려들어 열어보려고 하는 석우.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문. 다시 유리 너머를 보는 석우. 상화가 양복쟁이를 덮치며 순식간에 시야 아래쪽으로 사라져버리고희미한 창 너머로 15호차 여기저기서 허망하게 물어뜯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 그때 휘리릭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열차. 충격적인 광경에 아무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 천천히 고개를 떨구는 사람들의 얼굴. 그 사람들의 얼굴위로 터널의 굉음이 들려온다.

 

KTX 외부 -아침

 

거대한 산 중턱에 뚫려 있는 터널에서 나오는 열차의 모습. 열차는 푸른 산을 가로지른다.

 

KTX 운전실 - 아침

 

관제실과 연락하는 수화기를 들고 있는 기장.

 

기장 (수화기에) 관제실, 101열차 현재 부산방면 순항 중. 부산역 상황 확인 바랍니다, 이 상.

소리 치이치이…….

기장 관제실? 관제실 나오세요!

소리 ……치이…….

 

계속해서 잡음만 새어나오는 스피커.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불안한 얼굴로 창밖을 보는 기장. 창밖, 산을 벗어나며 보이는 칠곡 시내. 시내 곳곳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KTX 15-16호 연결부 - 아침

 

창밖으로 폐허가 된 도심을 무력하게 바라보고 있는 석우. 그 뒤로 곳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간이 의자에 앉아 있는 성경.

 

성경 (나지막히 배를 어루만지며) 서연아니 이름은 서연이야…….

 

힘없이 속삭이는 성경. 출구 쪽 바닥에 앉아 있는 영국과 진희. 통로에 노숙자. 말할 기운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 그 속에서 선반에 올라 타 앉아 가만히 바닥만 보고 있는 수안이 보인다. 수안 옆으로 가서 바닥에 앉는 석우. 수안보다 석우의 시선이 더 낮다. 잠시 같은 방향을 보며 말이 없는 둘.

 

석우 (힘없이 피식) 오늘 우리 수안이 생일인데…….

수안 …….

석우 걱정하지 마, 아빠가 꼭 엄마한테 데려다 줄게.

수안 (석우를 내려 보며) 아빠는안 무서워요?

석우 (올려 보며) …… 무서워, 아빠도 무서워.

수안 아깐 너무 무서웠어요아빨 다시 못 보게 될 거 같아서…….

석우 …….

수안 어제 노래도 아빠한테 들려주고 싶어서 연습했던 건데그래서 못 불렀어요……. 아빠가 안 보여서

석우 …….

수안을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석우. 수안을 끌어안는다.

 

KTX 15-16호 연결부, 화장실 - 아침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 두 손에 물을 받아서 수차례 얼굴을 적시는 석우, 잠시 세면대에 두 손을 짚고 있다가 휴대폰을 꺼내 나영에게 전화를 건다. 거울에 비치는 자신을 보는 석우. 수화기 너머에서는 전화기가 꺼져 있어라는 안내음이 들려오고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걸어보는 석우. 하지만 여전히 들려오는 전화기가 꺼졌다는 안내음.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석우. 이때 바로 울리는 진동, 보면, 김진모 대리. 허탈한 듯 천천히 전화를 받는 석우.

 

석우 (핸드폰에) 김 대리?!괜찮아?

김 대리 (소리, 멍한 목소리) 부산에는 도착하셨어요?

석우 아직김 대리 너는 어디야? 거긴 괜찮아?

김 대리 (소리) 부산은 초기 방어에 성공 했대요…….

석우 (놀라면서) ? 확실해? 어디서 들은 정보야? ?

김 대리 (소리) 팀장님이거유진 바이오에서 시작 됐대요큭큭큭

석우 (창백해지며) …….

김 대리 (소리, 우는) 우리가 작전 걸어서 억지로 살려낸 그 유진 바이오요~

석우 김 대리지금 어디야.

김 대리 (소리, 울며) 팀장님~ 이 난리가 난거랑 우리랑 상관없는 거죠? ? ? 이거 제 책 임 아닌 거죠? ?

석우 (착잡한 표정의 석우) 김 대리김 대리 잘못 아니야…….

김 대리 (소리, 울며) ……흑흑흑 고마워요…….

석우 김 대리? (전화 끊긴)

 

충격으로 머릿속이 텅 비어 버린 듯한 석우의 얼굴. 이때 끼기기긱 굉음이 울리며 석우의 몸이 한쪽으로 쏠린다.

 

동대구역, KTX 15-16호 연결부 - 아침

 

당황한 얼굴로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 석우. 이미 야구부와 노숙자, 성경, 수안은 창밖을 보고 있다. 무슨 일인지 묻듯이 서로를 보는 사람들.

 

동대구역, KTX 운전실 - 아침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는 기장의 손. 빠르게 긴급 정지 조작을 하고 있는 기장. 정면을 바라보는 기장의 당황한 얼굴. 기장의 시선으로 선로가 합류하는 지점에 걸쳐 있는 화물열차가 보인다. 굉음 속에 화물열차 측면이 빠르게 다가오고, 눈을 질끈 감는 기장.

 

 

 

동대구역, 전경 - 아침

 

하행선 선로 7개가 최종적으로 합류되는 지점에서 엉켜있는 화물열차와 새마을호 열차. 그리고 그 화물열차 좌측면으로 다가가다 멈춰선 우리 KTX 열차. 우리 열차 양 옆으로 멈춰 서있는 무궁화호 두 대. 좌측 무궁화호는 새마을호 앞부분과 거의 비슷한 위치까지 나아가 있다. 마치 기차들이 서로 먼저 도망가려다 엉켜버린 형국이다.

 

동대구역, KTX 운전실 - 아침

 

열차 전체에 방송을 하는 버튼을 누르고 수화기를 집는 기장의 손.

 

기장 (수화기에) 승객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동대구역, KTX 15호차 / 14-15호 연결부, 화장실 - 아침

 

방송으로 나오는 기장의 목소리.

 

기장 (소리) 우리 열차는 현재 전방 선로가 차단된 관계로 더 이상 운행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기장의 방송 아래로 15호차에 있는 감염자들을 훑으며 이동하는 시점. 시점은 14-15호 연결부에 있는 화장실 문으로 향하고화장실 안에 숨어 있는 용석과 기철. 그들에게 계속해서 들려오는 기장의 방송.

 

기장 이에우리는 다른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진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방송을 끝내고 바로

용석 (나직하게) 뭔 소리야 이게…….

 

 

 

KTX 15-16호 연결부 - 아침

 

가만히 스피커를 보며 방송을 듣고 있는 석우와 사람들.

 

기장 차량기지로 가서 운행 가능한 열차를 좌측 끝 선로 위에 올려놓겠습니다. 부디 생 존자는 안전하게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행운을 빕니다.

 

불안한 얼굴로 서로를 보는 사람들. 석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창으로 다가가 밖을 내다본다.

 

동대구역, KTX 운전실 - 아침

 

운전실 문을 열고 천천히 고개를 내밀어 뒤를 보는 기장. 멀리 플랫폼 쪽에 감염자 몇이 보인다.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열차에서 휙 뛰어 내리는 기장, 멈춰서 있는 새마을호 연결부로 올라가는 기장. 그러자 객실에서 연결부로 달려오는 감염자들. 간신히 맞은편 문으로 내려서 문을 닫는 기장.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기장의 얼굴. 기장의 시선에 멀리 차량기지가 들어온다. 차량기지를 향해 빠르게 발을 옮기는 기장.

 

동대구역, KTX 15-16호 연결부 - 아침

 

열차의 밖을 살피는 석우.

 

성경 (석우에게) 잠깐만요, 지금 이렇게 가는 게 맞아요?

석우 (멀리 플랫폼 쪽에 감염자들을 살피며) 부산은 안전할 거라는 얘길 들었어요. 가려면, 지금 가야돼요.

 

동대구역, KTX 옆 선로 - 아침

 

15-16호 좌측 승하차문으로 조심스럽게 나오는 석우, 멀리 감염자들을 살피며 열차 안을 향해 손짓한다. 차례로 내리는 수안, 성경, 진희, 영국, 노숙자.

석우는 수안을 안고 뛰기 시작하고, 그 뒤로 성경과 노숙자, 영국, 진희가 차례로 달린다. 열차 앞쪽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

 

 

동대구역, 차량기지 - 아침

 

차량기지까지 뛰어온 기장, 차량기지에 있는 열차들을 바라본다. 수리중인 기관차가 5개의 선로에 어지럽게 놓여 있다. 한 기관차에는 운전석에 갇힌 채 변이한 기관사가 보인다. 조심스럽게 몸을 숨기며 열차들을 확인하는 기장. 키가 꽂혀 있는 무궁화호 기관차 한 대가 있다. 부릉 걸리는 기관차 시동.

 

동대구역, KTX 14-15호 연결부, 화장실 - 아침

 

화장실 앞에 어슬렁대고 있는 감염자 하나. 나머지 감염자들은 14호차와 15호차 쪽에 몰려 있다. 화장실 문을 살짝 열어 좁은 틈으로 밖을 보는 용석. 바로 앞에 맞은편 화장실을 보고 있는 감염자가 보인다. 조용히 다시 문을 닫는 용석.

 

기철 (겁에 질려 개미만한 목소리로) 없어요?

용석 (조용히 끄덕이며) 먼저 가.

 

재빨리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는 기철. 순간 !!’ 바로 기철을 물어뜯는 감염자. 비명을 지르는 기철. 감염자가 기철을 공격하는 틈을 타 화장실을 뛰어 나가는 용석.

 

동대구역,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사이 선로 - 아침

 

기장이 건너간 새마을호 연결부를 보는 석우. 연결부에 감염자들이 보인다.

 

석우 (영국을 바라보며) 넘어갈 수 있는 곳을 찾아야 돼.

 

영국은 석우의 말을 듣고 진희와 함께 탈선 된 열차의 뒤편으로 감염자가 없어 보이는 칸을 찾기 시작한다.

동대구역, 차량기지 - 아침

 

차량기지를 빠져나오는 무궁화호 기관차, 원형 철로 변경기 위로 올라가서 멈춘다. 곧이어 운전실에서 뛰어 나오는 기장, 달려가서 철로 변경 레버를 당긴다. 철컹,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하는 철로 변경기.

 

기장 (애가 타서) 빨리빨리…….

 

철컹, 소리와 함께 멈추는 철로 변경기. 다시 운전실로 올라타는 기장. 기관차는 철로 변경기를 빠져나가서 가장 끝 선로로 올라간다. 천천히 움직이는 무궁화호 기관차. 이때 부산 방향 선로에서 보이는 불빛.

 

기장 (실눈을 뜨며) ?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불빛, 불타는 열차다. 화염에 휩싸여서 달려오고 있는 무궁화호 기관차 한량. 당황하며 무궁화호 기관차를 세우는 기장. 기기긱!!!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지는 화염열차, KTX 열차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동대구역,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사이 선로 - 아침

석우 일행과 떨어져서 감염자가 없는 곳을 찾는 영국과 진희. 건너갈 수 있는 빈 칸을 발견한다.

 

영국 (석우를 향해) 아저씨, 여기요!!!

 

소리에 영국 쪽을 보는 석우 일행. 이때 갑자기 쿠쿠쿵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드르르 흔들리는 바닥의 자갈. 점점 빠르게 가까워지는 소리. 소리가 나는 곳을 찾듯 돌아보는 석우.

콰광!! 탈선된 열차들과 충돌하는 화염열차, 석우가 탐색하던 새마을호 측면을 미끄러지듯 박살내며 지나간다. 선로를 뒹굴면서 멈추는 화염열차.

 

동대구역,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사이 선로, 영국 쪽 - 아침

 

완전히 잔해에 뒤덮여 보이는 석우 쪽을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영국. 무겁게 발을 돌리는 영국과 진희, 아까 발견했던 안전한 칸으로 들어간다.

 

영국 (석우 쪽을 바라보며 참담한 표정으로) 빨리 가자.

 

동대구역,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사이 선로, 석우 쪽 - 아침

 

흩날리는 연기와 먼지. 그 속에서 눈을 뜨는 석우, 주변을 살펴보면, 기울어서 넘어지던 새마을호 객차가 무궁화호에 걸쳐서 간신히 깔리지 않았다. 하늘을 가리고 있는 새마을호 옆면, 사방을 가로막은 열차 잔해들. 그 속에 갇혀버린 석우, 수안, 성경, 노숙자. 수안을 덮칠 듯 내려 보고 있는 새마을호 옆 창 안에 감염자들이 득실거린다. 발광하는 감염자들. 그러자 열차가 미세하게 내려앉는다. 끼긱

 

동대구역, 새마을호, 내부 - 아침

 

열차 안으로 들어오는 영국과 진희, 반대편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영국은 비상 망치를 들어 창문을 깨기 시작한다. 하지만 잘 깨지지 않는 창.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진희 뒤쪽 창밖으로 용석이 보인다. 맞은편 무궁화호 문을 열고 선로로 튀어나오는 용석. 그리고 용석의 뒤를 따라오는 감염자의 모습. 영국이 부수던 창문이 좌작하며 금이 가는 순간, 벌컥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용석. 감염자도 바로 뒤따라 들어온다. 놀라서 돌아보는 진희의 머리채를 잡고 감염자에게 던지는 용석.

 

진희 꺄악!!

영국 (진희에게 달려가며) 진희야!!!

 

감염자와 몸부림치고 있는 진희에게 달려가는 영국. 그 틈에 영국이 깨던 유리를 마저 깨는 용석. 진희에게 올라탄 감염자를 떼어내는 영국, 감염자의 목과 팔을 잡고 밀어붙이는 영국. 순간 영국 뒤에서 스윽 일어나는 진희, 순식간에 영국에게 달려들어 목을 문다.

 

영국 (물린 채 진희를 보며) 진희야…….

 

진희와 감염자에게 같이 공격당하는 영국.

 

동대구역, 새마을호와 끝 차량기지 사이 선로 - 아침

 

깨진 새마을호 창으로 몸을 밀고 나오는 용석, 바닥으로 떨어진다. 끝 선로 쪽을 보면,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기장의 무궁화호 기관차. 그곳을 향해 달려 나가는 용석. 멀리 플랫폼 쪽에서 용석을 발견하고 달려오는 감염자들.

 

동대구역,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사이 선로, 석우 쪽 / - 아침

 

크아아아아!!’ 점점 더 발광이 심해지는 감염자들. 계속해서 조금씩 내려오고 있는 새마을호 열차. 끼긱, 끼긱, 끼기.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감염자들을 올려 보며 덜덜 떨고 있는 성경, 수안, 노숙자. 멀리 창 가장자리에서는 부서진 유리 사이로 몸을 비집고 나오는 감염자도 보인다. 감염자가 막무가내로 비집고 나오자 조금씩 부서져나가는 유리.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는 석우. 석우의 눈에 열차 아래 빠져나갈 수 있는 좁은 틈이 있는 것이 보인다. 빠르게 기어가 틈 옆을 걷어차는 석우. 그러자 철판이 휘어지며 조금 넓어지는 구멍. 구멍으로 몸을 들이미는 석우, 좁지만 나갈 수 있다.

 

동대구역, 새마을호와 차량기지 사이 선로 - 아침

 

간신히 반대쪽으로 나온 석우, 주위를 둘러보면, 움직이는 무궁화호 기관차로 달려가는 용석, 그리고 멀리 플랫폼에서 미친 듯이 달려오는 감염자들이 보인다.

 

석우 (구멍 너머를 향해) 나와요!! 빨리!!

 

 

동대구역,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사이 선로 - 아침

 

성경 (수안에게) , 빨리!!

수안 서연이부터요!!!

 

수안의 다급한 말에 열차의 밑으로 들어가는 성경. 그런데 임산부인지라 쉽게 빠져나와지지 않는다. 걸려버린 성경. 끼긱계속해서 내려앉는 열차.

 

수안 (애가 타는 듯) 아줌마빨리요…….

 

동대구역, 새마을호와 차량기지 사이 선로 - 아침

 

신음을 하며 온힘을 다해 나오고 있는 성경. 그 모습을 보며 전력을 다해 철판을 잡아당기는 석우.

 

석우 제발제발…….

 

끼기조금 더 내려앉는 열차.

 

동대구역, 끝 선로 - 아침

 

천천히 서행하는 기장.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는 용석이 보인다. 그 뒤로 점점 용석을 따라잡고 있는 감염자.

 

기장 (초조하게) 빨리좀 빨리…….

 

순간 넘어지는 용석, 무릎을 잡으며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그 모습을 보고 움직이고 있는 기관차에서 뛰어내리는 기장, 용석을 향해 달려간다.

 

기장 (용석을 부축하며) 빨리요, 빨리…….

 

하지만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용석. 결국 기장과 용석을 덮치는 감염자. 한 덩이가 돼서 뒹구는 세 사람. 그 와중에 기장을 물어뜯는 감염자. 일어나면서 기장을 한번 바라보는 용석. 기장도 물어뜯기면서 용석을 보고 있다. 용석을 향해 손을 뻗는 기장. 하지만 비정하게 돌아서는 용석, 그대로 무궁화호 기관차를 향해 절뚝거리며 달려간다.

 

동대구역, 무궁화호 옆 선로, 성경 쪽 / 석우 쪽 - 아침

 

조금씩 부서져 나가는 유리 구멍. 구멍으로 거의 몸을 빼내고 있는 감염자. 그 모습을 보고 성경이 나가고 있는 구멍으로 다가가는 노숙자, 철판을 같이 발로 밀어준다. 온 힘을 다하는 노숙자. 그러자 끼기긱 벌어지는 철판. 간신히 몸을 빼내는 성경.

 

석우 (구멍으로 얼굴 보이며) 수안아! 빨리!!!

 

바로 이어서 기어들어가려하는 수안. 이때 유리 구멍에서 툭 몸을 빼내는 감염자, 후다닥 일어나서 뛰어온다. 그 모습을 얼어서 보고 있는 수안. 그때 이익 인상을 쓰더니 수안의 시야를 가로막는 노숙자. 노숙자가 달려드는 감염자를 덮쳤다.

 

수안 (노숙자를 보며) 아저씨!!

 

바닥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감염자의 뒤를 양팔로 옭아매는 노숙자.

 

석우 수안아, 뭐해!! 서둘러!!

노숙자 (수안에게) ! ! 아가!

수안 (울먹이며) 아저씨…….

노숙자 (눈에 눈물이 맺혀서) 아가가 아빠한테…….

 

점점 더 기울어 가는 열차. 구멍으로 몸을 반쯤 밀어 넣는 석우, 수안의 손을 잡아 당긴다. 구멍으로 끌려가듯이 몸을 들이미는 수안. 넘어가는 수안을 보는 노숙자의 슬픈 얼굴.

 

동대구역, 무궁화호와 차량기지 사이 선로 - 아침

 

수안을 끄집어내서 빠르게 뒷걸음치는 석우. 순간 쿠구구궁하며 완전히 옆으로 넘어가는 새마을호 열차. 그 모습을 보는 석우, 수안, 성경.

 

수안 (울며) 아빠아저씨아빠저기 아저씨…….

석우 (수안을 끌어안으며) 가야 돼, 수안아. 그냥 가야 돼…….

 

수안을 끌어안고 일어서는 석우, 멀리 달려오고 있는 감염자들, 그리고 움직이고 있는 무궁화호 기관차가 보인다.

 

동대구역, 선로 - 아침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무궁화호 기관차. 그 옆으로 수안을 안고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석우와 성경이 보인다. 석우 뒤로 따라 붙는 대여섯의 감염자들. 마침내 따라 잡은 무궁화호 기관차 뒤편. 석우는 일단 수안부터 열차 안에 태운다. 성경을 향해 손을 뻗는 수안. 수안과 석우의 도움으로 간신히 열차에 올라타는 성경. 점점 빨라지는 기관차. 전력을 다해 달리는 석우. 아슬아슬하게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하는 석우.

 

무궁화호 기관차, 외부 통로 / 운전실 - 아침

 

외부 통로로 운전실을 향해 걸어가는 세 사람. 무궁화호의 운전실 바로 앞까지 수안의 손을 잡고 이동한 석우, 운전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가 멈칫한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용석, 얼굴과 온 몸에 시퍼런 핏줄이 퍼진 상태다. 쉬익쉬익 숨을 내쉬며 석우를 돌아보는 용석의 어리둥절한 표정. 천천히 문을 닫고 뒷걸음치는 석우, 수안, 성경. 자리에서 일어나서 석우에게 다가오는 용석, 더듬더듬 손잡이를 잡아 열고 나온다. 멈춰서는 석우, 수안과 성경에게 뒤로 물러서라는 손짓을 한다. 계속해서 뒤로 물러서는 수안과 성경.

 

용석 (겁에 질린 듯 횡설수설) 아저씨.무서워요.

석우 (가만히 살피는) ……

용석 (한걸음 다가서며) 집에 데려다주세요?

 

점점 빨라지는 열차.

 

용석 (두려움에 질려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저 엄마가 지집에서 기기다려요아저씨.. 저 좀 살려 주세요…….

석우 당신이미 감염됐어.

용석 뭐? ?

 

자신의 손을 보는 용석.

 

용석 아니 부산에 가면 어떻게든엄마가

석우 아니당신은 가면 안 돼.

용석 내.아니에요아니야……크윽…… 아니야……. (어린아이의 떼쓰는 표정이 되더 니, 입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벌어지면서) 크아악!!!

 

석우에게 달려드는 용석.

 

수안 아빠!!!

 

석우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수안을 잡아채서 안는 성경. 용석과 몸싸움을 하는 석우, 용석의 얼굴이 코앞이다. 크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는 용석, 그대로 석우를 물어버린다.

 

석우 으아악!

수안 아빠!!

 

그 소리에 수안 쪽을 바라보는 용석, 수안에게 달려들려고 한다.

 

석우 안돼!

 

용석을 붙잡는 석우, 괴력을 발휘해 용석을 통로 밖으로 밀어버린다. 석우의 팔을 물고 미친 듯이 발광하는 용석. 피가 흘러나오는 석우의 팔. 빠르게 흘러가는 풍경. 자신의 팔을 물은 용석을 열차 밖으로 밀어버리는 석우.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휙 사라지는 용석의 몸뚱이.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는 석우, 상처에서부터 손끝으로 혈관이 부어오르고 있다. 뒤돌아보는 석우, 눈앞에 수안과 성경의 놀란 모습이 보인다. 가만히 둘을 번갈아 보며 다급해지는 석우의 얼굴. 석우는 재빠르게 무궁화호의 운전석으로 뛰어 들어간다.

 

무궁화호 기관차, 운전실 - 아침

 

석우를 따라 운전실로 들어오는 성경. 운전석을 살피더니 다급하게 성경에게 말한다.

 

석우 (운전석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앉으세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석에 앉는 성경.

 

석우 (운전석을 두리번거리며) 저도 잘 모르겠는데(성경의 손에 엔진레버를 쥐어 주 며) 아마 이이걸 거예요. (같이 레버를 움직여보며) 이렇게 빨라지고, 느려지는 거 예요. (비상정지 버튼을 보며) 그리고 부부산역이 나오면 이걸 눌러요, 알겠죠?

성경 (석우의 물린 손을 보며, 끄덕끄덕) …….

석우 (다짐받듯) 그래요.

 

석우는 급하게 수안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수안의 얼굴을 볼 생각을 못하고 수안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다급한 석우

 

석우 차수안아.일단아줌마 옆에계속 있어야 되고.부산에가면.엄마가분 명…….

 

그때 석우의 손을 잡는 수안의 손. 석우는 자신의 손을 잡은 수안의 손을 바라본다.

파르르 떨리는 수안의 작은 손. 그제야 석우는 수안의 얼굴을 바라본다. 수안은 고개를 숙이고 파르르 떨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감정이 격하게 올라오는 석우. 얼굴을 찌푸리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수안을 뿌리치듯 일어나는 석우.

문을 열고 나가는 석우. 창 너머로 멀어지는 석우를 보는 수안. 외부통로를 걸어가는 석우는 격하게 울고 있다. 문을 향해 주춤 한걸음 다가서는 수안. 그런 수안의 어깨를 잡는 성경.

 

성경 (고개 저으며) 여기서 아줌마 지켜주기로 했잖아가지 마.

수안 (울고 있다) 아빠……흑흑흑…….

성경 …….

 

무궁화호 기관차, 외부 통로 - 아침

 

열차 끝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끅끅소리를 내지 않고 울고 있는 석우.

그때 석우의 뇌 속으로 무언가 겹쳐지는 기억에 석우는 조금 놀란다.

 

석우의 눈앞에는 병원이 펼쳐지고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갓난아기를 의사에게 받아 안아드는 석우의 모습. 수안의 탄생이다.

 

열차 끝에 서 있던 석우는 고개를 든다. 이미 석우의 눈은 탈색되어 있다.

 

석우의 눈 앞에는 이제 태어난 수안의 작은 발이며 손을 쓰다듬는 석우의 손이 보인다.

 

열차 끝에 서 있는 석우의 탈색된 눈에는 눈물이 계속 나고 있고 석우는 바로 눈앞에 이제 태어난 수안을 보는 것처럼 미소가 지어진다.

 

다시 석우의 눈앞의 갓 태어난 수안의 얼굴

 

석우는 바로 코앞에서 수안을 보는 것처럼 웃는다.

 

달리는 열차의 땅에는 무궁화호 뒷부분의 그림자와 석우의 그림자가 보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석우의 그림자는 열차를 뛰어 내린다.

석우 없이도 계속해서 달려가는 무궁화호 기관차.

그리고 어느새 아빠가 뛰어내렸음을 직감하는 수안의 얼굴.

 

선로, 전경 - 아침

 

선로 위를 빠르게 지나가는 무궁화호 기관차 바퀴. 계속해서 달려가는 무궁화호 기관차. 힘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성경과 수안의 얼굴.

 

터널 / 장흥저수지 다리 위, 무궁화호 기관차, 운전실 아침

 

다리 끝 맞은편 터널 입구에 불길이 보인다. 그 광경에 서로를 보는 수안과 성경. 천천히 레버를 당기는 성경, 비상정지를 누른다. 순간 덜컹 소리와 함께 멈추는 열차.

 

장흥저수지 다리 위, 선로 아침

 

천천히 멈춰서는 수안과 성경이 탄 무궁화호.

앞에 있는 선로에는 수많은 감염자와 군복을 입은 군인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 불타있다. 아직 꺼지지 않은 불길에 연기가 치솟고 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방금 전 군대가 퇴각한 것처럼 보이는 참호와 바리케이트들이 있다. 여기저기에 감염자들의 시체들이 널려있다.

운전실을 열고 천천히 나오는 성경과 수안. 무궁화호 열차 계단을 조금 뛰어 내리면서 성경은 배에 무리가 간 듯. 배를 움켜쥔다.

 

성경 으윽…….

수안 (그런 성경의 손을 잡으면서) 아줌마힘내요…….

 

감염자의 시체 산이 있는 선로를 내려오는 둘. 비현실을 보듯 앞을 보고 있는 둘의 얼굴. 수안의 시선으로 다리 위에 널려 있는 무수한 시체들이 보인다.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하는 수안과 성경.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고 죽어 있는 감염자들 사이를 걸어가는 둘. 아직도 죽지 못하고 간헐적 발작을 하며 수안에게 손을 뻗는 감염자도 보인다. 수안을 노리는 건지 구원을 원하는 건지 모를 손.

앞을 보면, 성경과 수안을 향해 크게 입을 벌린 터널입구가 보인다. 터널 안쪽까지 이어진 시체들을 보며 터널로 걸음을 옮기는 성경과 수안.

 

부산, 터널 출구, 진지 - 아침

 

선로를 막고 요새화 해놓은 컨테이너들. 컨테이너 사이로 소총수 둘이 터널을 조준하고 있다. 가만히 가늠자를 보고 있는 소총수, 그 뒤로 보이는 무전병.

 

무전병 (무전기에) 맞은편에서 두 명이 접근하고 있다. 아이와 성인 여성으로 추정, 이상.

무전 (소리) 치익감염 여부 확인하라, 이상.

 

눈살을 찌푸리며 가늠자를 보고 있는 소총수.

 

소총수 (초조하게 방아쇠에 손가락 걸며) 니들은 어디서 나온 거야…….

무전병 (침착하게) 기다려…….

 

눈도 깜박이지 않고 가늠자를 보고 있는 소총수. 터널 안에서 걸어오고 있는 둘의 모습이 실루엣이다. 손을 잡고 있는 듯한 둘의 실루엣.

 

소총수 확인 불가능하다고 보고해…….

무전병 (무전기에)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하다. 결정 바란다, 이상.

무전 (소리) 치이치이치이이사살하라, 이상.

 

재빨리 다시 자리를 잡고 총을 겨누는 소총수. 소총수의 가늠자가 실루엣을 겨눈다. 천천히 방아쇠에 닿는 소총수의 손가락. 한편 계속해서 신중하게 가늠자를 보고 있던 소총수.

 

소총수 잠깐.

 

방아쇠를 당기려다가 틱 멈추는 소총수의 손가락. 소총수를 보는 무전병과 소총수. 가늠자에서 눈을 떼고 천천히 터널을 바라보는 소총수.

 

소총수 (귀를 기울이듯) 노래야노랫소리잖아…….

 

부산, 터널 출구, 선로 - 아침

 

터널에 울리는 수안의 노랫소리. 배를 움켜쥐고 식은땀을 흘리는 성경의 손을 잡고 터널을 걸어가며 울면서 힘차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수안. 이미 떠난 누군가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불러주는 노래다.

 

어떤 철로, 터널 앞. 아침

 

무전병은 점점 크게 들리는 수안의 노랫소리에 놀라 다시 무전기에 이야기 한다.

 

무전병 노래하고 있다. 이상.

그리고 소총수와 무전병은 무전기의 대답을 기다린다. 조금 뜸을 들이던 무전기에서 대답이 들려온다.

 

무전기 소리 즉각 구조하라 생존자 구조하라.

 

그러자 아까와는 달리 다급하게 움직이는 소총수와 무전병.

 

소총수 (뒤편의 다른 군인들에게) 생존자가 접근 중이다. 즉각 구조한다!!!

 

부산, 터널 출구, 선로 - 아침

 

터널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힘차게 노래를 하는 수안의 얼굴.

너머로 달려오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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