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세상이야기

영화 신의한수 시나리오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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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입니다. 출처는 필름 메이커스 입니다.

신의한수.hwp



시나리오







각 본 : 유성협

감 독 : 조범구

프로듀서 : 서강호

 

 

 

2013.08.09

()메이스엔터테인먼트 ()아지트필름



프롤로그 몽타주 1 / 타이틀 백

 

1. 검은 화면 위로 미세하게 들려오는 초침 소리. 째깍- 째깍- 째깍- 째깍-

그 초침 소리가 점점 커지며 화면 열리면...

화면에 가득 찬 계시기 초침이 째깍- 째깍- 째깍- 돈다.

 

바둑 대국장.

! 바둑판에 놓아지는 흑돌.

13OOO배 월드바둑마스터스'라 쓰인 명패 앞에서 대국 중인 두 프로기사.

검은 양복에 풀어헤친 흰 셔츠, 검은 뿔테 안경을 쓴 퉁퉁한 20대 후반의 기사. (20대 태석). 반쯤 풀린 눈이지만 미동도 없이 바둑판을 응시한다.

 

여계시원(소리) (기계적 음성으로) 텐 세컨... 투웨니 세컨... 투웨니 화이브 세컨...

 

이내 초읽기가 들어가고 계시원이 계시기의 버튼을 누르면 째깍 째깍 째깍...

시간을 압박하듯 흐르는 초침.

관자놀이에서 볼을 타고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태석.

착수를 하려고 허공에 손을 들지만 이내 패국선언을 하는 듯 바둑판 제일 구석에 돌을 놓고 손을 거둔다. 씁쓸한 표정으로 상대기사(‘이사범이란 자)에게 예를 갖춰 묵례를 하는 태석.

 

2. 다세대 주택가 골목길.

 

축축한 이슬비가 내리는 밤.

우산도 없이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꾹 꽂은 채 허름한 언덕 골목길을 올라가는 태석.

어두운 골목 코너를 도는 순간,

 

태석형 우산 쓰고 다녀.

20대태석 (멈칫) ?

 

비를 맞고 서 있는 건장한 사내가 있으니 다름 아닌 태석의 형.

진한 인상에 강단이 있어 보인다. 마치 큰형님과 여린 막내 동생이 마주한 모습.

 

태석형 대국 봤어. 아쉽다. 패착만 안 했어도.

(볼을 다독이며) 남자라면 피하지 말고 싸워.

20대태석 그동안 어딨었어?

태석형 안부는 나중에 묻고, 형이 부탁이 있어서 왔어.

지도 대국 한판만 둬.

20대태석 무슨 지도 대국? 누구랑?

 

프롤로그 몽타주 2 / 타이틀 백

 

도심 뒷골목

 

으슥한 뒷골목으로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비. 그때 천천히 진입하는 낡은 승용차.

 

승용차 안

 

운전을 하는 사내(이하 꽁수), 그리고 그 옆자리에 태석형.

꽁수가 룸미러를 힐끗 바라보면 뒷자리에 다소 불안한 듯 조용히 앉아 있는 태석.

 

꽁수 (못내 불안한) 송형, 오늘은 그냥 접자.

꿈자리가 많이 안좋아!

태석형 (담담히) 걱정마! 이길거야.

꽁수 송형. 정말 이 친구 믿어도 되는 거야?

태석형 (골목 한쪽 가리키며) 저기 세워.

 

끽 구석에 멈추는 승용차.

 

양복 소매 안쪽에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하는 태석형.

꽁수가 작은 PDA를 켜면 초소형 카메라로 보는 영상이 뜬다.

 

20대태석 (그 모습을 불안하게 보며) 도대체 무슨 대국인데 이러는 거야?

태석형 (애써 시선 피하며) 넌 알 거 없어. 금방 끝나.

20대태석 형, 난 못하겠어.

 

차에서 내리는 태석. 따라 내리는 태석형.

태석의 양어깨를 잡으며 벽으로 밀친다.

 

태석형 (긴장하는) 태석아!! 형 똑바로 봐!! 한 가지만 명심해.

지면 안 돼. 무슨 말인지 알아? (절실히) 절대 지면 안 돼.

 

태석의 볼을 톡톡 다독이고 돌아서는 태석형.

차를 탕탕~ 치면 트렁크가 열린다. 빵빵한 보스턴백을 드는 태석형.

옆쪽의 낡은 건물로 들어간다.

건물 4층에 전당포라고 붙은 간판, 그리고 그 위 5층에 붙은 낡은 간판. ‘기원

 

기원

 

벽에 붙어서 털털털털~ 돌아가고 있는 낡은 벽걸이 선풍기.

바둑판을 내려다보는 태석형. ~ 백돌을 착수한다.

반면 흰색 반팔 와이셔츠에 금테 안경을 쓴 예리한 스타일의 상대. (이하 선수’)

~ 돌을 놓으며 응수하는 선수.

서로의 발 옆으로 놓인 커다란 보스턴백(돈가방).

CA, 태석형의 반쯤 풀어헤친 넥타이 끝으로 다가서면 소매 안쪽에 매달린 초소형 카메라.

 

승용차 안

 

PDA 화면에는 초소형 카메라로 비춰지는 바둑판이 보인다.

태석과 꽁수 사이에는 작은 자석 바둑판이 놓여있다.

꽁수가 PDA를 보고 흑돌을 놓자 태석이 백돌을 놓는다.

 

꽁수 (태석의 착수점을 소형 마이크에 대고 훈수) 138.

 

기원

 

시키는 대로 백돌을 놓는 태석형. 받아치는 선수의 흑돌.

태석형의 귀 안에 숨겨져 있는 깨알만한 초소형 무선 이어폰.

 

꽁수(소리) 날 일자()로 뻗고.

 

긴장한 탓인지 태석형의 이마로, 관자놀이로, 목덜미로 흐르는 땀.

 

선수 기력이 일취월장 하셨네?

태석형 운이 좋을 뿐이지.

선수 (문득) 더우면 옷 좀 벗고 하시지?

태석형 (의연하게) 원래 여름 멋쟁이가 더워 죽는 법.

선수 (피식) 그런가? 나는 겨울 멋쟁이라서.

 

선수의 왠지 간교하고 음산한 미소.

CA, 천천히 천장의 형광등 쪽을 향하면 형광등 구석에 설치된 또 다른 초소형 카메라.

 

기원 위층

 

- 아래층의 바둑판 상황이 직부감으로 보여지는 모니터.

- 화면을 바라보는 20대의 젊은 놈.

툭 불거진 두 눈이 왠지 살기 서린 듯 매우 기분 나쁘다. (이하 아다리’)

- 입에 담배를 질끈 물고 화면을 보고 있는 50대 초반의 비쩍 마른 훈수꾼 사내 (이 하 왕사범’). 테이블에 바둑판을 두고 아다리가 모니터를 보며 백돌을 놓으면 왕 사범이 대국을 둔다.

 

왕사범 (목덜미에 땀을 쓱 닦으며) 수가 장난 아닌데?

 

뒤쪽에 앉아 있는 다부지고 불길한 기운의 사내. -이하 살수(殺手)’-

왼손에 흑돌 두 개를 쥐고 호두알처럼 굴리고 있다가 이내 포개듯 문지르면 찌이이익~ 아주 소름끼치는 불쾌한 소리가 퍼진다.

담배를 뻑뻑 태우며 다소 불안한 기색을 보이는 왕사범.

 

살수 (조용히) 나와.

 

똥 씹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왕사범.

 

살수 (옆을 보며) 앉아.

 

살수의 옆에 무표정이 서 있는 10대 후반의 고운 여인. (이하 배꼽’)

 

골목 구석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똥을 싸는 꽁수.

복통이 심한지 끙~ 배를 움켜잡고 인상을 쓴다.

 

승용차

 

문을 열고 들어오는 꽁수.

 

꽁수 어떻게 됐어?

20대태석 이상해요. 갑자기 상대가 강해졌어요!

 

기원 위층

 

모니터 앞에 앉아 수를 읽는 배꼽의 두 눈. 아무 흔들림 없는 표정이다.

 

승용차

 

꽁수 (마이크에 대고 훈수) 두 칸 벌리고 이으면 젖혀.

(그때 다시 배를 움켜쥐며) , 니미.

 

휴지를 움켜쥐고 다시 내리는 꽁수.

 

기원

 

대국 중인 태석형과 선수의 바둑판에 점차 돌들이 쌓여간다.

 

승용차 안

 

~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치고...

송수신 상태가 안 좋은지 PDA 화면이 지직지직거리며 끊긴다.

 

기원

 

태석형의 귀에 장착 된 초소형 이어폰이 지직지직 거리며 잘 들리지 않는다.

 

선수 오늘 유난히 느리시네?

(태석소리) (지직지직) ... ... (지직지직) ... ...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태석형. 바둑알을 들고 머뭇거리다가 이내 착수 한다.

 

승용차 안

 

PDA 화면이 다시 뜨는 동시에 태석형의 착수가 보인다.

 

20대태석 (큰소리로) , 거기 아니야!! (마이크를 탁탁탁 치며) ! 안 들려?!!

 

기원 위층

 

살수 끝내.

 

배꼽의 여리고 하얀 손가락이 흑돌을 하나 쥐더니 바둑판 위에 천천히 내려놓는다. .

 

기원

 

쪼르르~ 태석형의 볼을 타고 내려오는 한 줄기 식은땀. 눈빛이 흔들리는 태석형.

 

골목

 

배를 움켜쥐고 승용차로 다가가는 꽁수.

그때 문득 기원 건물을 바라보면 5층부터 계단을 통해 내려오는 검은 그림자.

손에 쥔 묵직한 철골빠루가 계단을 긁고 내려오며 불쾌한 소리를 낸다.

내려올 때마다 점멸을 반복하는 센서등.

불길한 느낌으로 멀뚱히 건물을 바라보는 꽁수. 둥둥둥둥 긴장감이 고조되고...

순간 갑자기 뛰기 시작하는 검은 그림자. 꽁수의 두 눈이 커진다.

검은 그림자가 1층으로 튀어나오는 동시에 본능적으로 차 밑으로 몸을 숙이는 꽁수.

 

승용차 안

 

20대태석 (불길한) , 빨리 나와. 뭔가 이상해! ! 내말 들려?!

 

순간! 와장창 박살나는 창문. 빠루로 차문 유리를 사정없이 박살내는 아다리.

이내 태석을 끄집어 내리더니 사정없이 안면을 향해 된주먹을 꽂는 아다리 퍽! ! !

으아악!!! 안경이 박살나며 파편이 눈을 찔렀는지 눈을 감싸 안고 널브러지는 태석.

차량 밑으로 기어들어가듯 숨어있는 꽁수. 부들부들 떨며 바닥을 바라보면,

이내 질질 끌려가는 태석의 두 다리가 보인다.

핸드폰을 찾으려고 몸을 뒤지는 꽁수. 헌데 주머니에 없는 듯... 순간! 차량 안에 놓았던 꽁수의 폴더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아다리.

승용차로 점점 다가오는데... 벌벌 떨며 두 눈을 질끈 감는 꽁수.

문을 열고 꽁수의 핸드폰을 드는 아다리. 이내 우지끈 꺾어 박살낸다.

 

기원 위층

 

다소 몸을 떨며 홀로 서 있는 배꼽. 그때 켜 있는 모니터 화면에 태석의 얼굴이 철퍼덕! 프레임인 한다. 깜짝 놀라는 배꼽. 핏물이 흐르는 태석의 얼굴.

 

기원

 

기원 바닥에 내팽개쳐진 태석. 눈 한쪽에서 핏물이 흐른다.

태석의 눈앞에 쓰러져 있는 형. 팬티만 남기고 옷이 모조리 벗겨진 채 모질게 맞은 듯 입에 짙은 핏물을 머금고 있다.

 

20대태석 혀, !!!

 

태석이 부들부들 몸을 일으켜 세우는 순간 앞에 쪼그리고 앉는 아다리.

코뼈가 부러져 주저앉은 태석의 얼굴. 코피가 철철 흐른다.

 

아다리 (이마에 연신 딱밤 때리며) 어이 좆밥. 어디서 훈수질이야? ?

씨발 명색이 선비 놀음인데 에티켓이 있어야지. 에티켓!

 

태석형이 들고 온 보스턴백을 풀어보는 선수.

거꾸로 들고 흔들어보면 온통 신문지를 잘라 만든 더미만 쏟아져 나온다.

살수가 신문지 더미를 만져본다. 살기가 감도는 눈빛.

 

선수 어이구 이런! 대포치기 하셨네? 그럼 룰대로 해야지?

(아다리 보며) , 아다리!

 

고개를 까딱하며 신호를 준다.

바닥에 놓인 태석형의 옷가지 더미에서 양말을 쥐는 아다리.

양말 안에 바둑알을 쏟아붓고는 뭉치를 꾹 쥔다.

비틀비틀 일어나려는 태석형. 그때 붕붕붕~ 뭉치를 돌리는 아다리.

!! 태석형의 눈을 강타한다. !! 눈을 감싸며 쓰러지는 태석형.

 

아다리 일어나. 한 짝 더 남았어.

 

태석형을 발로 짓이기고 손을 치우는 아다리. 다시 나머지 눈에 내리친다. !!

아악!! 태석형의 비명이 퍼진다.

이내 아다리가 양말 뭉치를 거꾸로 하면 바닥으로 투루루루루루루~ 쏟아지는 바둑알.

 

살수 (바라보며) 다 먹어. 안 그럼 니 동생 죽는다.

 

덜덜덜 떠는 태석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태석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테이블 의자에 앉히는 살수. 바둑판을 사이로 마주앉는다.

 

살수 (바둑통을 밀어주며) 이기면 니 형 살려준다. 시작.

 

공포감에 사로잡힌 태석. 부들부들 떨며 바둑알을 하나 드는데 착수를 하려는 손이 사시나무 떨 듯 격하게 떨린다. 핏물에 온통 아른거리는 바둑판. 줄이 2, 3중으로 겹쳐 보인다.

 

서서히 쌓이는 바둑판의 돌들. 대국 중반.

두 눈이 감긴 채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바둑알을 하나씩 입에 넣고 힘겹게 삼키는 태석형. 캑캑- 욱욱- 구토를 한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힘겹게 바둑알을 놓는 태석. 순간,

 

20대태석 한, 한수만 무를게요.

살수 (무표정이 착수하며) 일수불퇴.

 

클로즈업. 바둑알만 쥔 채 허공에 멈춰선 태석의 손가락. 손톱 사이사이에 핏물이 절어있다.

이내 포기한 듯 손가락에서 떨어지는 바둑알. Slow.

동시에 칼을 쥐고 태석을 찌르려는 살수. 순간,

 

태석형 다... 다 먹었어. (바라보면 꾸역꾸역 바둑알을 다 삼켰다.)

(비틀비틀 일어나며 간절히) 그 앤 안 돼.

 

태석의 아구를 꾹 쥐고 바라보는 살수.

벌벌 떠는 태석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밀치면 바닥에 쓰러지는 태석.

 

왕사범 인생판이나 바둑판이나 똑같다. 한 수 앞도 모르고 설치면 뒤지는 거.

 

동시에 태석형의 복부로 들어오는 살수의 칼. !! 풀썩 쓰러지는 태석형.

밖으로 나가는 살수. 선수가 태석형의 얼굴을 구둣발로 돌려 살펴본다.

 

선수 (혀 차며) 쯧쯧. 여름 멋쟁이 칼 맞아 뒤지네.

 

비틀비틀 일어나 형에게 다가가려는 태석.

그때 다시 다가오는 살수. 동시에 복부로 들어오는 칼. !!

풀썩 쓰러지는 태석. 태석의 시선에서 아른거리는 주변의 사물들.

 

INS) 기원 위층의 배꼽이 몸을 다소 떤다. 모니터 화면에는 쓰러진 태석의 모습.

 

살수가 칼의 지문을 쓱쓱 닦더니 태석의 손에 쥐어주고 구둣발로 꾹 밟는다.

그리고 사라지는 녀석들의 뒷모습. 암전.

 

자막

이 세상에 죽었다 살아나는 것은 바둑돌밖에 없다.

 

서서히 사라지며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로 메인타이틀 생긴다.

 

(‘자의 모음 가 생길 때 바둑돌을 놓는 것처럼 천천히 찍힌다.)

 

 

교도소장실 / D

 

한쪽에 자랑처럼 진열 돼 있는 각종 아마바둑 대회 트로피. 대여섯 개의 트로피가 있는데 모두 4강 내지는 준우승에서 그쳤다.

~ 바둑알을 놓는 교도소장. 냉정하고 싸늘한 생김새.

그리고 맞은편에 앉아 바둑을 맞두는 강단 있게 생긴 사내. 조폭두목이다.

 

조폭두목 (조용히) 이소장, 휴가 좀 갔으면 하는데.

교도소장 (바둑판만 보며 하대하듯) 휴가? 관련규정이 어떻게 되나?

조폭은 까다로울 텐데?

 

교도소장의 하대에 표정이 무거워지는 조폭두목.

 

교도소장 김선생, 예전에 말이야, 일본 경시청에서 범죄자 놈들 500명을 조사했어.

그런데 공통점이 하나 나오는 거야? 뭔지 알아?

단 한 놈도 바둑 두는 놈이 없는 거야. 이게 무슨 뜻일까?

범죄자 놈들 중에 바둑 두는 놈들은 좀처럼 안 잡힌다는 거지.

? (관자놀이 콕콕 찍으며) 수가 빠르거든.

그렇게 보면 김선생은 둘 중 하나야.

바둑을 못 두거나 (관자놀이 찍으며) 이게 느리거나.

 

싸늘하게 노려보는 조폭두목. 바둑알을 딱 놓는 교도소장.

 

교도소장 대마가 죽었네?

 

돌을 툭 던지며 표정이 무거워지는 조폭두목.

천만 원 수표를 한 장 꺼내 바둑판 위에 툭 던져준다.

 

조폭두목 일주일이면 될 거 같은데.

교도소장 (수표를 쓱 챙기며) 김선생, 바둑에서 이겨봐. 그럼 들어줄게.

 

감방 / D

 

조악한 플라스틱 바둑알과 종이바둑판으로 교도소장과의 대국을 복기 하는 조폭 두목과 그 부하로 보이는 행동대장. 구석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태석. 갓 입소한 신삥 애송이의 모습.

 

20대태석 (눈치 보며 조용히) 물어볼 게 있습니다.

(재소자들은 관심도 없는 듯 바라보지도 않고) 이 교도소에서 제일 거물이 누굽니까? 대마 말입니다.

 

그 말에 싸해지듯 정적이 감도는 실내. 행동대장이 살기 띈 눈으로 바라본다.

어느 개털 재소자가 긴장한 표정으로 제발 조용히 하라고 입술에 검지를 올리며 태석에게 눈치를 준다.

 

조폭두목 (무심히 바둑판만 바라보며) 죽은 건가?

행동대장 (머리 조아리며) , 형님.

조폭두목 (한탄하듯) 바둑판이나 내 처지나 똑같구만.

 

포기하며 바둑알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20대태석 안 죽었습니다.

 

그 소리에 태석을 바라보는 조폭 두목.

가까이 다가가 바둑알을 하나 들어 바둑판 위에 놓는 태석.

 

20대태석 (조폭 두목을 똑바로 응시하며) 대마(당신)는 쉽게 죽지 않습니다.

 

감방 복도 / D

 

운동시간인 듯 복도를 나가는 재소자들.

나란히 걷는 조폭 두목과 태석. 뒤쪽에서 보좌하듯 붙어 다니는 행동대장.

스치는 재소자들이 모두 90°로 인사를 한다.

석죽은 태석이 조폭 두목을 졸졸 따라간다.

 

조폭두목 이곳에 실력 좋은 인간이 있는데 한번 붙어봐.

아직까지 한 명도 못 이겼어.

 

손에 쥔 작은 하얀색 딱지를 태석의 손에 쥐어주는 조폭 두목.

 

조폭두목 반드시 내기를 하자고 그래. 내기를 엄청 좋아하는 인간이니까.

 

교도소장실 / D

 

교도소장과 대국 중인 태석.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 흐른다.

심각한 표정으로 바둑판을 바라보는 교도소장.

잘그락 잘그락 바둑알을 매만지다가 열 받는 듯 움켜쥔다.

 

교도소장 (날카롭게 태석을 노려보며) 너 이 새끼...

(이내) 맘에 들었어. 돌대가리들만 있어서 영 심심했는데 말야.

(바둑알 정리하며 결연히) 방심했어. 한 판 더. 이번이 진짜 승부야.

20대태석 이번에 이기면 부탁이 있습니다.

교도소장 뭔데?

20대태석 담배, 맥주, 그리고 잠자기 전 한 시간만 주십시오. 출소할 때까지.

교도소장 (표정 무거워지며) 이 새끼가 지금 내기 하자는 거야?

20대태석 기회를 주신다면요.

교도소장 (노려보며) 넌 뭘 걸 거야?

 

주섬주섬 작은 딱지를 꺼내 교도소장의 앞에 놓아주는 태석.

딱지를 펴보는 소장. 1억 원 수표다. 살짝 놀라는 두 눈.

바둑알을 바둑통에 쓸어담으며 고민하는 교도소장.

이내 승부를 겨루자는 듯 백돌 바둑통을 태석의 자리에 탁!!! 놓는다.

 

Cut

 

검지와 중지에 바둑알을 낀 채 공중에 멈춘 교도소장의 손.

둘 곳이 없는 듯 이내 포기하며 손을 떨구는 교도소장.

태석을 노려보는 교도소장.

 

교도소장 (조용히) 가 봐.

(태석이 인사를 하고 일어설 때) 부탁은 들어준다.

! 한 달만 견디면. 이건 나한테 개긴 죄.

 

INS) 교도소 하늘. 한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 세상을 집어삼킬 듯 이글거린다.

 

먹방 몽타주

 

1. 소리마저 실종된 공간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는 태석.

얼굴로 뚝뚝 떨어지는 찐득찐득한 땀. 힘겨운 숨소리만 쉭쉭 들린다.

괴로운지 바닥에 이마를 붙인 채 몸을 숙이는 태석.

그때 식구통으로 들어오는 식판.

 

2. 우적우적 밥을 먹는 태석.

그때 문득 밥 밑에 뭔가를 발견한다.

종이쪼가리. 눅눅해진 종이쪼가리를 드는 태석.

식구통으로 들어오는 빛에 최대한 종이를 비춰보는 태석. 뭐라 쓰여 있다.

 

한 수 두겠습니까?’

 

이게 뭔 소린가...

문득 남은 밥 밑을 뒤져보면 흰 분필 하나가 깔려있다. 들어보는 태석.

그때 옆방에서 벽을 주먹으로 치는 소리가 쿵쿵쿵~ 들려온다.

 

3. - - - - 벽면에 흰 분필로 1919줄 바둑판을 그리는 태석.

이내 주먹으로 벽을 쿵쿵 친다. 곧 이어 들려오는 쿵쿵쿵쿵- 쿵쿵쿵쿵-

 

태석 (혼잣말) 44...

 

상대의 착수점을 분필로 체크하는 태석.

자신도 착수점도 분필로 그리고 벽을 두드린다. 쿵쿵쿵쿵쿵쿵쿵......

 

4. 체크하고 지우고, 체크하고 지우고... 어느새 벽면 바둑판 그림에 빼곡히 찬 바둑알들.

어느새 다 닳아버린 분필. 졌는지 멍하니 팔을 떨구는 태석.

 

5. 식구통으로 들어오는 식판.

 

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밥알을 들춰내면 밑에 깔려 있는 분필.

 

6. 분필로 벽에 체크하는 태석. 이내 또 졌는지 팔을 맥없이 떨군다.

 

7. 다시 쓱- - - - 바둑판을 그리는 태석.

 

8. 어느새 벽면 바둑판에 빼곡히 찬 바둑알 표시. 역시 분필이 다 닳았다.

또 졌는지 팔을 떨구는 태석.

 

태석 (상대의 실력에 넋 나간) 도대체 너 누구야?

 

9. 고개를 숙인 채 잠들어 있는 태석.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 고요한 어둠의 공간을 유영하듯 구슬픈 휘파람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드는 태석. 식구통으로 다가가 식구통을 열면 더욱 선명하게 옆방에서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 (* 빌리조엘의 The Stranger 휘파람 소리 느낌처럼...)

 

태석 당신 누굽니까?

 

개의치 않는 듯 구슬픈 휘파람 소리만 계속 이어진다.

 

태석 이름이라도 압시다.

 

서서히 휘파람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이내 조용해진다.

그때 식구통으로 들어오는 식판.

냅다 밥 밑을 뒤지는 태석. 허나 분필은 없고 메모지만 하나 있다.

희미한 빛에 비춰보면 덕분에 외로움을 잠시 잊었습니다.’

뒤를 보면 관철동 주님을 찾아보십시오. 라는 글씨.

 

훈련 몽타주

 

1. 보일러실

 

안으로 들어오는 조폭 두목. 한쪽에 서 있는 태석. 어느새 살이 쪽 빠져 있다.

옆을 힐끗 바라보면 담배 한 개비와 맥주 한 캔이 올려져있다.

 

20대태석 한 시간의 자유 시간이 있습니다.

조폭두목 고생했다.

20대태석 (결연히) 부탁이 있습니다. 싸움을 가르쳐주십시오.

 

Cut

 

- - 어설프게 주먹을 휘두르는 태석.

순간 퍽- - - 복부, 안면에 사정없이 꽂히는 조폭 두목의 주먹.

널브러지는 태석. 몸을 웅크리고 매우 고통스러워한다.

 

2. 교도소장실

 

교도소장과 지도 대국 중인 태석. 얼굴엔 온통 피멍이 들었다.

태석의 가르침에 마치 고분고분한 과외학생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소장. 옆에 놓인 보쌈고기도 좀 먹으면서 하라고 태석 앞으로 쓱 밀어준다. 완전 포섭됐다.

 

3. 보일러실(시간의 경과)

 

한쪽에 놓인 담배 한 개비와 맥주 한 캔.

그 사이로 보이는 태석과 행동대장의 싸움. 온몸에 문신과 칼자국 흉터가 있는 행동대장.

한쪽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는 조폭 두목.

- - - 흠씬 두들겨 맞는 태석. 바닥에 쓰러진다.

 

CUT TO.

 

태석의 싸움 상대가 한 명씩 변하면서 이어진다.

교소도 내의 온갖 다부진 싸움꾼 재소자들.

그중에 칫솔을 들고 칼잡이 역할을 해주는 재소자와의 싸움... 3:1의 싸움도 보인다.

서서히 태석의 모습이 현재의 다부진 모습으로 변모한다.

 

4. 교도소장실

 

모 아마추어 바둑대회 트로피를 소매로 싹싹 닦으며 마치 가보처럼 진열하는 교도소장.

트로피 위의 빛나는 두 글자. ‘우승

 

5. 보일러실

 

주먹을 날리는 행동대장. 나름 주먹을 막으며 피하는 태석.

조폭두목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로 웃통을 벗고 대련 중이다. 늘씬한 근육질의 몸매들.

순간 빠르게 주먹을 뻗는 태석. ! ! !

안면을 연이어 맞고 쓰러지는 행동대장. 더 이상 태석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보일러실 - 현재

 

칙칙- 조폭 두목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는 태석.

 

조폭두목 (~) 나가면 내 밑에서 일 해볼래?

태석 사적인 계획이 있습니다.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조폭두목 뭔데?

태석 약간의 밑천 좀 부탁드립니다. 꼭 갚겠습니다.

조폭두목 빚진 건 나니까 내가 갚아야지. 바깥세상에선 내가 술 사마.

(손 내밀며) , 살아 있으면.

 

악수를 하는 태석. 땡땡땡땡땡~ 철길 바리케이드 경고음이 퍼지고...

 

도심 철길 건널목 / N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땡땡땡땡땡~ 소리와 함께 지나가는 철도.

이내 철도가 휙 지나가면 야상에 더플백을 멘 채 서 있는 태석.

그때 헤드라이트 불빛을 번쩍이며 멈추는 검은색 중형세단과 벤츠 한 대.

벤츠 운전석에 있던 검은 양복의 사내가 앞 차로 옮겨 탄다.

출발하는 검은 세단. 벤츠를 남긴 채 사라진다.

 

태석 아지트 / N

 

도심 속. 어느 곳.

끽 열리는 문. 한손엔 고급 수트커버, 다른 한손에 캔맥주 하나를 들고 들어오는 태석. 안을 바라보면 널찍하고 휑한 공간. 한쪽에 야전 침대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한쪽 벽에 박힌 녹슨 못. 그 못에 수트 옷걸이를 거는 태석.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본다. 도심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지하철 풍경.

캔맥주를 따서 마시는 태석.

도시의 야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상념에 젖는 태석.

 

다세대 주택가 / D

 

허름한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골목.

어느 낡은 반지하 주택의 현관문을 똑똑똑 노크하는 태석.

아무 인기척이 없다. 다시 똑똑똑 노크를 하는 태석.

그때 문 옆으로 쇠창살 붙은 낡은 창문이 있는데 그 창문의 구석 깨진 구멍으로 쓱~ 보이는 한쪽 눈.

외부인을 경계하듯 구멍으로 보이는 10세 소년의 눈. (태석의 친조카).

 

단칸방 / D

 

작은 상자에 담긴 형의 유품을 뒤적이는 태석. 각종 수첩, 장부, 메모, 명함, 사진 등등을 살피고 있다. 반면 구석에서 웅크린 채 그런 태석을 경계하는 조카.

형과 형수가 나란히 찍은 가족사진을 드는 태석.

 

태석 엄마는?

조카 (말없이 경계만 하는)

태석 엄마는 언제 오셔?

조카 (조용히) 죽었어요.

태석 언제?

조카 (말이 없는)

태석 그럼 누구랑 살아?

조카 외할머니요.

 

물건을 챙겨서 일어나는 태석.

 

조카 (여전히 경계하며) 정말 삼촌 맞아요?

 

태석이 말없이 나가다가 방구석에 신문지 덮인 밥상을 본다. 신문지를 들어보는 태석.

찬밥, 말라비틀어진 김치, 눅진 김. 딱 세 가지.

지갑에서 돈뭉치를 꺼내는 태석. 밥상 위에 놓고 나간다.

 

모 차이나타운 (혹은 연변거리) - 인력사무소 안 / D

 

INS) 온갖 중국어 간판이 빽빽이 들어선, 매우 거칠고 건조한 거리.

 

살수와 왕사범이 앉아 있고 맞은 편에 거칠게 생긴 중국 사내. 그 옆으로 똘마니 둘.

 

왕사범 (중국어) 물건 좀 먼저 보지?

중국상 (담배 뻑뻑 태우며. 중국어) 힘들게 찾았어. 명품인 것만 알아둬.

 

옆에 똘마니에게 고갯짓하면 작은 방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열 살짜리 어린 소녀 한 명을 데리고 나온다. 기름때와 땟국이 줄줄 흐르는 소녀. 헌데 얼굴 여기저기에 피멍이 들어있다. (이하 량량이라 한다.) 힐끗 바라보는 살수의 눈빛.

 

중국상 (손가락 두 개 펴며. 중국어) 두 장.

테스트 하고 살 거면 세 장.

 

~ 담배연기를 살수를 향해 길게 뿜으면 살수의 얼굴로 기분 나쁘게 덮치는 담배 연기.

중국상을 바라보는 살기 띤 눈빛의 살수. 왠지 느긋하게 웃는 중국상.

량량이라는 아이를 바라보는 살수.

기름때와 상처투성이인 왼손의 검지와 중지를 연방 달달달달 부닥치는 어딘가 이상한 아이.

 

살수 테스트 해봐.

 

가방에서 태블릿PC를 꺼내는 왕사범.

 

왕사범 (어플을 구동하며. 중국어) ! 사활 문제야. 알지? 사활!

중국상 (량량의 볼때기를 찰싹찰싹 때리며. 중국어) 잘해! 장사 망치지 말고.

 

왠지 습관화 된 학대 느낌. 기름때 낀 손을 달달달달 부닥치며 눈치를 보는 량량.

왕사범이 량량에게 태블릿 화면을 보여준다.

 

왕사범 (중국어) 흑선백사.

 

최고 난이도의 사활문제를 바라보는 량량.

근데 순간 일체의 고민 없이 손가락으로 탁탁탁탁~ 빠르게 찍는 량량.

(●○)가 번갈아 화면에 찍히며 표기된다. 이것 봐라. 하는 표정의 왕사범.

왕사범이 쓱 화면을 밀면 다음 문제 화면이 뜬다.

 

왕사범 (중국어) 백선흑사

 

깔자마자 화면을 빠르게 찍는 량량. 동그라미(●○)가 번갈아 표기된다.

 

- 탁탁탁탁... 대단히 빠른 속도로 화면에 찍히는 (●○). 대번에 풀어내는 량량.

- 왼손의 검지와 중지를 연방 달달달달 부닥치는 량량. 왠지 강한 포스가 느껴진다.

- 바라보는 살수의 두 눈.

- 착착착착... 스무 개 정도의 사활 문제가 지나간다.

- 마지막 화면. 화면을 빠르게 찍는 량량의 작은 손.

이내 마지막 점을 꾹 찍고는 천천히 손을 내리는 량량.

 

손목시계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라는 왕사범. 살수를 멍하니 바라본다.

순간 묵직한 돈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리는 살수.

 

살수 두 장이라고 전해.

왕사범 (중국어) 두 장.

중국상 (중국어) 세 장. 안 살 거면 꺼지고.

 

살수가 돈 가방을 들고 돌아서려 할 때,

 

중국상 (중국어) 어이!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씩 웃으며 량량의 볼때기를 손등으로 짝짝 때리며. 중국어)

사고치지 말고 말 잘 들어.

 

밖으로 나가는 살수, 왕사범, 량량.

중국상이 똘마니 녀석에게 고갯짓 하며 담그라는 신호를 준다.

 

Cut.

 

복도 계단으로 내려가는 살수, 량량, 왕사범.

뒤쪽에서 조용히 따라가는 중국똘마니 녀석.

복도 코너로 사라지는 살수 일행.

허리춤에서 칼을 움켜쥐는 똘마니 녀석. 복도 코너를 꺾으려 할 때 휙!!

살수가 나타나며 그대로 똘마니 녀석의 목에 칼을 쑤셔 넣는다. !!!

 

Cut.

 

테이블에서 돈을 세는 중국상과 똘마니.

그때 끼이이익~ 문 열리는 소리.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중국상과 똘마니.

문 앞에 살수가 서 있다. 서로 간에 서늘한 기류가 잠시 흐른다. 음산한 정적.

순간 서랍에서 칼을 꺼내려는 중국상.

동시에 테이블로 날아들며 똘마니의 목을 쑤시는 살수의 칼. 솟구치는 피.

중국상이 살수를 향해 칼을 휘두르지만 이내 한발 앞서 푹푹푹푹! 쑤시는 살수의 칼.

 

살수 아지트 - 도박장 / D

 

INS) 외경. 거대한 라운드형 복도가 있는 10층 정도의 아주 낡고 음습한 재래식 건물.

 

등이 심하게 굽은 왜소한 체격의 사내(꼽추꼬봉)가 쟁반에 음료와 담배를 가지고 걸어간다.

자욱한 담배 연기와 끈적한 공기가 휘감고 있는 널따란 내기바둑 도박 공간.

몇몇 떡대들이 지키고 있는 가운데 내기바둑에 심취해 있는 수십 명의 꾼들.

여기저기 오가는 현찰뭉치들.

꼽추꼬봉이 여기저기 테이블 위에 음료와 담배를 배달한다.

 

한쪽 구석에 커다란 TV. 바둑방송에서 프로들의 바둑 대국이 펼쳐지려 하는데 그 앞에서 불법 스포츠토토 마냥 큰돈을 베팅하는 꾼들의 모습도 스친다.

(TV옆 벽에 온갖 바둑TV 대진표를 대자보처럼 크게 붙여 놓았다.)

 

그런 대국장 한쪽에 일자형 담배파이프를 질끈 물고 대국 중인 야리야리한 40대 중반의 전문꾼. 담배파이프를 쥔 손의 손가락 두 마디가 잘려나가서 묘한 기운을 뿜고 있다.

 

살수 아지트 - 모니터 룸 - 자동차 안 / D

 

- 도박장에서 돈을 긁고 있는 전문꾼을 바라보는 아다리.

 

- 도박장 안쪽에 붙은 모니터 룸. 선수에게 보고하는 아다리.

모니터를 바라보면 CCTV화면에 잡히는 전문꾼의 모습.

 

- 살수에게 전화를 거는 선수.

 

- 자동차 안. 떡대가 운전하고 있고 보조석에 왕사범, 뒷자리에 살수와 량량이 앉아 있다. 전화를 받는 살수.

 

살수 (이내 짧은 한 마디) 배꼽 불러.

 

살수 아지트 - 도박장 / D

 

또각또각또각~ 도박장을 가로지르며 늘씬한 다리가 걸어간다.

이내 한곳에 멈추면 전문꾼이 5만원 다발을 돈 가방에 챙기다가 올려다본다.

진한 선글라스를 착용한 배꼽.

 

배꼽 한 수 배울 수 있을까요?

전문꾼 ? (배꼽을 쓱 훑으며) 여긴 금녀의 공간인 줄 알았는데?

배꼽 저 보다 먼저 온 여성분도 계시네요.

 

앞을 가리키면 5만 원권의 신사임당.

피식 웃으며 손을 뻗어 앉으란 표시를 하는 전문꾼. 마주앉는 배꼽.

 

전문꾼 어떻게 방내기로 가실까?

배꼽 판내기로 하시죠. (돈가방 가리키며) 여기 있는 만큼 올인.

 

(시간경과)

배꼽의 짙은 선글라스에 비치는 바둑판.

전문꾼의 볼을 타고 한 줄기 식은땀이 쭉 흐른다.

패색이 짙은지 실룩거리는 눈꼬리.

이내 담배를 길게 한 모금 빨고는 툭 돌을 던지는 전문꾼.

바닥에 놓인 돈 가방을 발로 쭉 밀어준다.

 

전문꾼 (커다란 벽을 느낀 듯) 누군지 클라스가 다르구만.

배꼽 노사범님, 은퇴하셨으면 놀지 말고 후학 양성하세요.

전문꾼 (노려보듯) 누구니 너?

배꼽 (돈 가방 챙기며) 사우나 좀 하시고.

 

개평 주듯 돈다발 하나를 툭~ 던져주는 배꼽.

 

살수 아지트 - 모니터 룸 / D

 

선수가 앉아 있는 테이블 위에 돈 가방을 툭~ 던져주는 배꼽.

 

선수 (가방 안의 돈 살피며) 배꼽. 아직 안 죽었네?

 

돈다발(500만원 묶음) 열 덩이를 빼주는 선수.

묵묵히 백에 돈다발을 챙기는 배꼽.

그런 배꼽을 심기 불편한 듯 바라보는 왕사범.

 

왕사범 적당히 먹어. 살찌면 매력 없으니까.

 

왕사범에게 다가가 무표정이 얼굴을 맞대는 배꼽.

 

배꼽 왕사범님, 불만 있으면 목숨 걸고 한판 두시던가.

왕사범 ......!

배꼽 (돌아서며) 그냥 깡패짓들 하면서 살아요.

몸을 써야 될 사람들이 자꾸 머리 쓰면 탈 나.

안 그래? 양실장.

선수 (미소) 충고 고마워.

(돈다발 하나를 배꼽 앞에 툭 던져주며) 승리수당.

 

살수 아지트 - 살수 룸 / D

 

비밀 룸처럼 딸린 방.

컴퓨터와 모니터 여러 대가 놓여 있는데 모니터 화면에는 배당률, 베팅액, 예상적중금등 불법 도박 화면과 프로기사들의 대진표가 떠 있다.

책상에 앉아 어느 TV화면을 보는 살수.

프로들의 대국이 진행 중인데 그중에 한 명이 이사범이란 자다. (프롤로그에 등장 했던)

그때 상대가 돌을 던지고 이주형 9단 불계승이란 자막이 뜬다.

뭔가 계획이 틀어진 듯 잠시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화면을 끄는 살수.

그때 들어오는 배꼽.

 

살수 쟤 데리고 가서 가르쳐.

 

순간 고개를 뒤로 돌려 바라보면 땟국이 흐르는 어린 소녀 량량이 서 있다.

선글라스를 코 밑으로 살짝 내려 바라보는 배꼽. 경계하는 량량.

이내 다시 선글라스를 올리는 배꼽.

 

배꼽 육아에 취미 없는데.

 

알았으니 나가라는 손짓을 하는 살수.

돌아서려는 배꼽. 허나 못내 다시 바라본다.

선글라스를 벗고 다시 량량을 바라보는 배꼽.

구석으로 움츠리는 량량. 시커먼 몰골에 하얀 눈만 반짝인다.

 

중국집 / D

 

우적우적 게걸스럽게 짜장면을 흡입하는 량량. 며칠은 굶은 듯 정신이 없어 보인다.

손으로 군만두를 들고 마구 삼키는 량량.

물끄러미 량량을 바라보는 배꼽.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의 량량.

 

배꼽 (물컵 밀어주며 조용히) 이름이 뭐야? (중국어) 이름.

 

배꼽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량량. 두 눈을 치켜뜨고 군만두를 먹는다.

 

배꼽 (중국어) 나이는?

(중국식 손숫자 8표시 하며) ?

(중국식 손숫자 9표시 하며) 지우?

 

그때, 검지와 중지를 꼬며 중국식 손숫자 10표시를 하는 량량.

 

배꼽 (검지와 중지를 꼬며) ? 열 살이구나. (중국어) 이름은?

 

손가락으로 물컵의 물을 찍어 테이블 위에 쓰는 량량.

 

배꼽 (테이블 바라보며) 량량?

 

모 기원 앞 - 프롤로그의 동 기원 / D

 

한쪽 낡은 건물에 예전의 기원 간판이 보인다.

골목 구석에 정차 돼 있는 태석의 승용차.

빵을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태석.

그때 몸을 바로세우며 멀리 창밖을 바라보면 누군가의 뒷모습.

다름 아닌 아다리가 기원 입구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기원 / D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내기바둑에 심취해있는 풍경.

한쪽구석에 아다리와 어느 중년 남자의 모습.

그리고 반대쪽에 뿔테안경을 쓴 태석과 어느 중년 남자의 대국 모습.

 

태석 (머리 긁적이며) 오늘 수가 안 읽히네요.

 

지갑에서 5만 원권 열 장을 꺼내 건네는 태석.

 

중년상대 (돈 챙겨서 일어나며) 운 좋게 주웠습니다. 고맙수.

 

반면 아다리는 이겼는지 돈뭉치를 챙긴다.

 

아다리 (5만원 서너 장을 대충 던져주며) 깨평.

 

칠순사장이 빨대 꽂힌 요구르트를 쟁반에 올리고 손님들에게 놓아준다.

태석에게 요구르트를 놓아줄 때 뭐라 뭐라 귓속말을 하는 태석.

 

칠순사장 (아다리에게) 어이, 조사장.

여기 사장님께서 한판 두고 싶다는데. 기력이 조사장하고 비슷해.

 

태석을 쓱 훑어보는 아다리.

 

아다리 (이내 게슴츠레 바라보며) 치수사기 치면 재미 없시다?

 

CUT TO

 

바둑판을 내려다보며 어수룩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태석.

 

태석 (돈 건네며) 오십 남았는데 한 판만 더 하지요.

아다리 그냥 차비나 하지?

태석 그러면 딱밤 열 대 맞기라도...

 

기원 화장실 / D

 

소변을 보는 아다리. 담배를 질끈 꼬나물고 핸드폰 통화를 한다.

 

아다리 형님. 한 시간만 기다리세요.

선수(F), 새끼야. 수금은 했어?

아다리 깔끔하게 했음다. 지금 완전 호구를 물었어요.

돈 천 땄는데, 요 새끼가 독이 바짝 올랐네.

(키득거리며) 호구가 돈 떨어지니까 딱밤 내기라도 하자지 뭡니까.

 

동 기원 / D

 

데스크. 꾸벅꾸벅 조는 칠순 사장. 똑똑~ 데스크를 노크하는 태석.

부스스 눈을 뜨는 칠순사장.

 

태석 (5만원 지폐 몇 장 놓아주며) 어르신, 약주 한 잔 하시죠.

 

CUT TO

 

막판 대국의 마무리를 하는 두 사람.

 

아다리 (계가하며) , 그럼 카운팅 해볼까? 보자, 보자...

태석 (한눈에 딱 보고) 제가 반 집 이겼습니다.

아다리 ? 계산 빠르네? (5만원 20장 정도를 대충 던져주며) 나머진 깨평.

 

묵직한 보스턴백을 들고 일어서는 아다리.

 

태석 한 가지 더 내기하셨잖습니까?

아다리 (멈추며) 뭔 내기?

태석 딱밤 열 대 맞기.

아다리 ? (실실 웃으며) 이 양반 나랑 개그하자는 것도 아니고...

돈 잃어서 억울해? 좋아, 좋아. (이마 까며) 시간 없으니까 빨리 때려.

 

아다리의 이마에 손을 가까이하는 태석.

가만히 보면 중지에 두꺼운 굳은살이 단단히 박혀있다.

손톱은 빠져서 하나의 단단한 돌멩이처럼 느껴지고...

중지에 힘을 모으면 마치 팽팽한 활시위처럼 힘이 느껴진다. -

 

아다리 (피식 쪼개며) 살다 살다 이런 내기는...

 

순간 퍽~ 딱밤을 때리는 태석.

마치 망치로 때린 것처럼 뒤로 고개가 꺾이며 의자와 함께 쓰러지는 아다리. 꽈당!

 

아다리 (이마를 부여잡고 깜짝 놀라) , 뭐야?

태석 한 대.

 

다가가서 아다리의 이마에 손을 가까이하는 태석.

아다리의 이마가 그 한 방에 볼록 부어올랐다.

 

아다리 어이! 장난 그만 까지?

 

순간 퍽~ 딱밤을 때리는 태석. 더 세졌다.

으악! 이마를 부여잡고 뒤로 물러서는 아다리.

이마에서 손을 떼고 바라보면 피가 묻어 있다. 2cm 정도 찢어진 아다리의 이마.

 

아다리 (놀라) 이런 씨발...

태석 두 대.

 

순간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휙 꺼내는 아다리.

 

아다리 이 씹새가 장난이 심하시네! 죽고 싶어 환장했어?!!

 

순간 옆에 놓인 바둑판을 휙 드는 태석. 아다리의 칼이 바둑판에 찍히고...

바둑판 방패처럼 들고 태클하듯 밀어붙이는 태석.

뒤로 밀리면서 벽에 부닥치는 아다리. !!

이내 아다리의 무릎을 구둣발로 콱-- 내리찍는 태석.

 

아다리 (두 무릎이 부러지듯 주저앉으며 비명) 아악~!!

 

묵직한 바둑판으로 아다리의 발목을 찍는 태석.

 

아다리 (비명) 으아아악!!!

 

CUT TO

 

기둥에 청테이프로 똘똘 묶인 아다리. 옴짝달싹 못하는 몸.

아다리의 보스턴백을 살피는 태석. 돈다발이 가득 들어 있다.

그리고 아다리의 핸드폰에서 최근 통화 양실장이라는 연락처로 발신 버튼을 누른다.

 

선수(F), 당장 텨오지 않고 뭐해?!

 

목소리를 확인하더니 툭 끊는 태석.

아다리의 이마에 딱밤을 살살 때리는 태석. 톡톡톡톡톡톡. (과거를 상기시키듯)

 

태석 (뿔테 안경을 쓱 벗는) 아직도 복기가 안 되시나?

 

INS) 플래시백. 프롤로그 장면.

 

- 기원 내. 눈에 핏물을 흘리며 쓰러진 태석.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아다리.

 

아다리 (이마에 연신 딱밤 때리며) 어이 좆밥. 어디서 훈수질이야? ?

씨발 명색이 선비 놀음인데 에티켓이 있어야지. 에티켓!

 

아다리 으흐흐흐흐. 많이 컸네. 좆밥 새끼. 캬악~ ~

 

태석의 얼굴에 가래침을 뱉는 아다리.

아다리의 발에서 양말을 벗기더니 입에 쑤셔 넣는다.

 

태석 두 대 남았어.

 

이내 태석의 중지가 아다리의 이마를 조준하는가 싶더니 쓱- 왼쪽 눈으로 내려온다.

왼손으로 아다리의 눈을 벌리는 태석.

놀란 아다리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구른다.

바동거리는 몸. 활시위 당기듯 손가락에 힘을 주는 태석.

 

아다리 (바동거리며) !! !!

 

실핏줄 터진 아다리의 눈. 동공이 쫙- 커진다.

손가락을 튕기는 태석.

아다리의 몸이 미친 듯이 부르르 떨며 움찔거린다.

아다리의 양말 벗긴 왼쪽 발등 위로 뚝뚝 떨어지는 핏물.

 

Cut to

 

고개를 숙인 채 기둥에 매달려 있는 아다리.

왼쪽 눈 밑으로는 핏물이 흘러 말라붙어 있다.

 

아다리 (이 갈며) 죽여버린다. 이 씨발놈...

태석 (아다리의 지갑에서 명함 등을 살피며) 넌 다행인 줄 알아.

나머지 놈들은 더 고통스러운 내기를 할 거니까.

아다리 (순간 매우 기분 나쁘게 웃는) 흐흐흐흐흐.

니 형. 지금쯤 소화가 됐을까? 뱃속의 돌멩이.

(미친놈처럼 웃으며) 으하하하하하하!

 

아다리의 입에 다시 양말을 쑤셔 넣는 태석. 뭐라 뭐라 웅얼거리는 아다리.

오른쪽 눈을 벌리고 손가락을 조준하는 태석.

 

태석 (표정 무거워지며) 내기는 이제부터야.

너희는 프로를 건드렸어.

 

- 커지는 아다리의 동공!! 화면을 향해 튕겨지는 태석의 손가락.

 

INS) 기원 외경. 으아아악~ 아다리의 고통 섞인 비명이 울려 퍼진다. 암전.

 

모 기원 - 3층 건물 / D

 

잘그락 잘그락 잘그락~ 바둑통 안의 검은 바둑돌을 아주 자발스럽게 매만지는 손.

이내 흑돌을 하나 들더니 엄지로 툭 놓는다. 돌 놓는 폼이 아주 경박하고 요상하다.

 

꽁수 (큰 소리로) 아다리!!!!!

중년상대 (불쾌한) 거 조용조용 두자고!! 주둥이가 9단이네!!

(어이없는 듯) 아따 이런 꽁수에 당하나...

꽁수 (담배를 손바닥에 올려 탁! 털어 물며) 꽁수라니요? 인생이 정수인 사람을.

(바둑판 바라보며) 아따, 완전 연탄공장이네. 쉐까맣네. 쉐까매.

 

지포 라이터를 휙휙 돌려 불을 붙이는 꽁수. 잡기가 능하다.

그때 울리는 꽁수의 핸드폰.

 

꽁수 여보쇼?

태석(F) 전화했던 사람입니다. 골목 들어왔는데요.

꽁수 아, 곧 갈 테니 편의점 앞에서 기다리쇼.

 

졌는지 백돌을 툭 던지는 상대. 열 받은 표정으로 5만 원 두 장을 바둑판 위에 툭 던진다.

 

중년상대 (인상) 기력 속이는 거 아냐?!

꽁수 (돈 챙기며) 아따, 속일 기력 있으면 이창호랑 붙지 이러고 있겠습니까?

가뜩이나 정력도 딸리는데 얼어 죽을 기력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기원 문이 거칠게 열린다. !

야구방망이를 들고 들어오는 거친 인상의 건달.

 

건달 (소리 지르며) 여기 꽁수란 새끼가 누구야?!!

 

기원 앞 골목길 / D

 

와장창!! 3층 유리창이 박살나며 떨어지는 게 있으니 다름 아니 꽁수.

!! 발목을 접질리며 바닥에 나뒹구는 꽁수.

 

꽁수 아악!!

 

이내 비틀비틀 일어나 도망가는 꽁수. 다가오던 태석의 차를 스치며 도주한다.

 

좁은 골목으로 도망치지만 이윽고 막다른 골목에 봉착한다.

, 니미... 외벽을 잡고 아등바등 기어오르려는 순간,

순간 야구방망이로 등짝을 내리치는 건달. !!

!! 바닥에 쿵 떨어지는 꽁수.

 

건달 니가 내 동생 사기 쳤어?

꽁수 (두 손 싹싹 빌며) , 사기라니요. 정당하게 내기를 한 겁니다.

 

다시 날아오는 야구방망이. !!

 

꽁수 (바닥에 나뒹굴며) 으아아악!!!!!

건달 돈 뱉을래, 피 토할래?

꽁수 (싹싹 빌며) , 뱉을게요! 뱉어야죠!

태석(소리) 그 양반 좀 잠시 빌립시다.

 

건달이 돌아보면 태석이 다가온다.

 

건달 ?? 뭐야? 한패야?

 

뚜벅뚜벅 다가오는 태석.

이내 태석을 향해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건달.

- - 허나 태석의 주먹이 얼굴에 꽂히고 바닥에 널브러지는 건달.

꽁수 쪽을 바라보면 어느새 외벽을 타고 넘어가는 꽁수.

 

육교 / D

 

육교 계단으로 오르며 죽어라 내달리는 꽁수. 이내 육교 중간에서 헐떡거리며 멈춘다.

 

꽁수 (뒤돌아보며) , 무식한 새끼. 뒤질 뻔 했네.

(옷에 먼지 툭툭 털며) 소 새끼도 아니고 어떻게 먹은 걸 다시 뱉니?

 

앞으로 걸어가려는 순간, ! 꽁수의 멱살을 잡고 육교 난간으로 거칠게 밀어붙이는 태석.

 

꽁수 으악! (바동거리며) 캑캑. 뱉을게요! 뱉는다고!!

태석 (노려보며) 송우석 씨라고 알지?

꽁수 누, 누구? 이봐, 형씨. 사람 잘못 찾은 거 아냐?

 

순간 꽁수를 들어 육교 난간 밑으로 집어던지는 태석. 바짓단만 탁 잡는다.

으악! 거꾸로 매달리는 꽁수. 꽁수의 머리통 밑으로 자동차가 씽씽 지나간다.

 

태석 알아, 몰라?

꽁수 (아동바동) 알아! 알아!

태석 어떤 사이야?

꽁수 그냥 몇 번 본 사이야! 잘은 몰라!

(태석이 바짓단을 놓으려 하면 기겁) 으악! , 사업 파트너!

태석 무슨 사업?

꽁수 레, 레크레이션!!!

 

다시 바짓단을 놓으려는 태석. 으악! 꽁수의 괴성 퍼진다.

 

태석 아지트 / N

 

---- 켜지는 실내등. 널찍하고 휑한 공간.

저번보다 각종 집기들이 조금 더 들어찬 모습.

커다란 테이블과 의자. 그 위에 바둑판과 바둑알, 야전침대, 태블릿PC와 커다란 모니터, 냉장고, 오디오, 기타 등등. 다리를 절룩이며 안쪽으로 걸어가는 꽁수.

 

꽁수 근데 송우석 씨랑은 어떤 관계시길래?

태석 동생.

꽁수 ...? (태석의 위아래를 훑으며 헛기침) 죽은 줄 알았는데?

태석 죽었다 살아났어.

꽁수 허, 운 좋구만.

세상에 죽었다 살아나는 건 바둑돌이랑 내 꼬추밖에 없는데.

(변명하려는 듯) 뭐 사실 그때...

태석 (말 끊으며) 형은 어떻게 만난 거야?

꽁수 뭘 어떻게야? 먹고 살려면 뜻 맞는 사람끼리 끼리끼리 하는 거지.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그쪽 형 말야.

잘 나가는 마귀였어. 마귀 알지? 전문 내기꾼 말이야.

근데 우린 손기술 발기술 안 써!! (관자놀이 톡톡 치며) 오직 브레인!!

 

오디오로 다가가 플레이버튼을 눌러보는 꽁수. 흘러나오는 음악.

 

꽁수 (바둑판을 손가락으로 통통 치며) ! 머스트 해브 아이템!

 

손가락을 튕기며 덩실덩실 리듬을 타는 꽁수. 몸을 흔들며 이것저것 살펴본다.

 

꽁수 나의 발빠른 행마와 송프로의 수읽기라...

이건 딱 봐도 완벽한 꼴라보레이숀이야. 느낌이 좋아.

 

그리고 야전침대에 벌러덩 누워보는 꽁수.

 

(태석) 이 놈 본 적 있어?

 

꽁수가 바라 보면 눈앞에 태석의 핸드폰 사진이 보인다. 아다리의 얼굴.

 

꽁수 ......! (순간 얼굴이 굳는)

사실 나 이 바닥 손 뗐어. (밖으로 나가며) 완전히! 완전히 뗐어!!

태석 이 녀석은 죽었어.

 

이내 다시 들어오는 꽁수.

 

꽁수 (머리 긁적이며) 궁금한 게 있는데 말야. 나 말고 팀원이 더 있나?

 

관철동 인근 시장통 몽타주 / D

 

- 나란히 걷는 태석과 꽁수. 길거리 구두 수선집에서 뭔가를 물어보는 태석.

모른다고 고개 젓는 가게 주인.

 

- 길거리 호떡장수 아줌마에게 물어보는 태석. 모른다고 고개를 가로젓는 아줌마.

 

- 어느 구멍가게 앞에서 동네바둑을 두는 노인들. 태석이 관철동 주님이라고 적힌 메모지를 보여주면 이윽고 한쪽을 가리키는 노인.

 

관철동 탑골공원 담벼락 / D

 

담벼락을 타고 삼삼오오 동네바둑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사람들의 면면을 쭉 훑으며 걸어가는 태석.

 

꽁수 어이, 큰돌. (회유) 그러지 말고 우리 둘이 해먹자. ?

내가 고수란 놈 치고 진짜 고수를 보덜 못했어요!

 

유독 많은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뭔가를 내려다보고 있다.

사람들 틈으로 쓱 나타나는 태석과 꽁수의 얼굴.

바라보면 무좀약, 바퀴벌레약, 만병통치약 등을 파는 길거리 좌판.

초로 두 명이 바둑을 두고 있는데 좌판 주인(이하 주님’)은 양손으로 바둑판을 더듬으며 두고 있다. (맹인이다.)

 

초로 (바둑판 살피며) 시방 이 돌이 죽은 거여, 산 거여...

(바둑알 내려놓으며) 에잇! 이 대마가 죽나...

 

옆에 놓인 검은 비닐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 툭 내려놓고 일어선다.

주섬주섬 소주병을 따서 꿀꺽꿀꺽 마시는 주님. ~ 이미 얼굴이 벌게진 주님.

 

꽁수 (소곤소곤) 설마 이 장님은 아니겠지?

태석 (주님 앞으로 다가가서) 선생님, 수담 좀 나눌 수 있겠습니까?

님 수담은 모르겠고 주담은 나눌 수 있소.

앉으시오. 내기는 소주 일 병이오.

태석 (인사하며) 그럼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Cut. 발바닥의 무좀양말을 벗고 무좀약을 바르고 있는 꽁수.

괜찮아 보이는지 주머니에 슬쩍 무좀약을 몇 개 챙긴다.

 

중반을 넘어선 바둑판. ~ 흑돌을 놓는 태석.

양손으로 더듬더듬 바둑판 위의 돌을 매만지는 주님. 오돌도돌한 맹인용 바둑알.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태석의 시선.

수를 생각하듯 주님의 감겨있는 두 눈꺼풀 위로 눈동자가 씰룩거리며 움직인다.

 

CG. 바둑판 위로 19x 19줄이 만들어지며 마치 수를 세 듯 바둑알이 빠르게 채워진다.

 

관철동 탑골공원 담벼락 / D

 

마지막 돌을 놓는 주님.

 

태석 제가 반 집 졌습니다. (인사하며) 많이 배웠습니다.

 

구경꾼들이 삼삼오오 돌아선다.

태석이 일어서는 그때,

 

님 자네 말이야.

태석 (멈칫하는)

님 이런 시장통에서 돌 놓을 양반이 아닌 거 같은데?

 

정중히 고개를 숙여 예의를 갖추는 주님.

 

님 왜 상수께서 나 같은 하수를 떠보는 겐가?

태석 약주 한잔 하시겠습니까?

(입맛 다시며) 술이라... (일어나며) 좋네. 주님 만나러 가세.

 

관철동 탑골공원 담벼락 포장마차 / N

 

소주병을 들고 그대로 벌컥벌컥 마시는 주님.

 

꽁수 (팔짱을 낀 채 어이없는 듯) 별명이 왜 주님인지 알겠구만.

어이, 지자쓰. 적당히 좀 드시지?

 

강소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턱하니 내려놓는 주님.

 

님 크~ 좋다.

태석 혹시 눈은 어떻게 실명하신 겁니까?

(대수롭지 않은 듯) 그냥 사고였네.

인생 살다가 만나는 불운한 하루 뭐 그런 거 있잖아.

 

그저 피식~ 미소를 보이는 주님.

태석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꽁수.

귓가에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이 인간 미쳤다는 시늉을 한다.

 

태석 저희 어디선가 만난 적 있나요? 벽을 사이에 두고.

님 그럴 리가.

 

강소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주님.

 

태석 승부를 낼 일이 있는데 같이 하시겠습니까?

님 남은 한쪽 눈이나 잘 간수 하시게.

태석 반드시 이깁니다.

님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피식) 그 불운했던 날.

(흰 지팡이를 쥐고 일어나며) 잘 마셨네.

태석 혹시 맹인도 꿈을 꿉니까?

(멈칫) ... 꾸지. 주로 악몽이지만.

태석 깨어계실 땐 어떤 꿈을 꾸십니까?

님 악몽이 이어지지.

태석 어떻게 하면 악몽에서 깨어나시겠습니까?

 

전주식당 / D

 

전주식당이란 간판이 붙은 고만고만한 식당.

식당 맞은편 길에 정차 중인 벤츠. 타고 있는 태석과 주님, 꽁수. (운전석 태석, 옆자리 꽁수, 뒷자리 주님)

그때 머리에 큰 쟁반을 이고 나타나는 20대 후반의 평범한 여성. 주님의 딸. 영숙.

 

태석 따님인 거 같네요.

님 표정은 밝은가?

태석 좋아 보입니다.

꽁수 어이, 지자쓰. 이쯤 왔으면 결정하지?

님 자넨 뭐라고 부르면 되나?

태석 큰돌이라 부르면 됩니다.

님 가세.

 

서서히 출발하는 승용차.

주님 너머 차창으로 멀어지는 딸의 모습.

 

살수 아지트 - 살수 룸 / D

 

샛노란 국화가 가득 담긴 투명 티팟을 들고 유리잔에 국화차()를 따르는 살수.

또르르~ 잔을 채울 때 그 유리잔을 통해 보이는 반대편.

누군가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있는 모습.

다름 아닌 이사범이란 자가 묵직한 철근 도립기(거꾸리)에 팬티만 걸친 채 매달려있다.

 

살수 이사범님, 오늘은 왜 또 실수하셨습니까?

이사범 (힘겨운) 내가 거기서 지면 들통 날 게 뻔해.

살수 하긴 세상이 이기는 것만 가르치니 지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이사범 (울먹이며 간절히) 오사장, 이제 손 떼고 싶네. 제발 부탁이네.

 

국화차를 한 모금 마시는 살수.

 

살수 그거 아십니까?

도박에 미친놈들은 손모가지 자르고 눈 뽑으면 된다는 거.

근데 이 돌 놓는 건 손 자르고 눈 뽑아도 다 합디다.

 

이내 바닥에 놓인 쇠파이프를 들고 다가가는 살수.

 

살수 그러니 관두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 소리와 함께 도립기에 묶인 두 다리가 부르르 떨리다가 멈춘다.

 

고물상 / D

 

고만고만한 고물상.

이런저런 고물들이 잔뜩 쌓인 마당 한쪽 구석에 나무 공예품도 잔뜩이다.

 

땅땅땅~ 어디선가 망치로 정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한쪽 작업 테이블에 서서 목공예 작품을 깎고 있는 40대 중반의 허목수.

근데 오른손이 없이 붕대감긴 손에 망치만 끼워져 있다.

그런 망치손으로 정을 땅땅~ 내리치며 조각을 하는 허목수.

나이에 비해 두드러진 건장하고 근육질의 몸.

 

() 망치 소리가 들리는 거 보니 여 있나 보구만.

 

고개를 들어보면 앞에 흰 지팡이를 쥐고 서 있는 주님과 낯선 얼굴의 태석과 꽁수.

무시하듯 묵묵히 망치질을 하는 허목수.

 

님 오랜만일세. 허목수. 10년만인가?

 

정을 탁! 놓고 돌아서는 허목수.

한쪽 구석으로 가더니 휴대용 레인지에서 끓이고 있던 라면 불을 끈다.

뜨거운 냄비를 망치손으로 드는 허목수.

 

꽁수 (농담 치며) 이야, 뜨거운 거 잘 잡네요. 아내 복이 있겠습니다.

 

허목수가 날카롭게 노려보면 시선을 피하는 꽁수.

 

님 이보게 허목, 잠시 시간 좀 내주겠나?

허목수 (실내로 들어가며) 낮술 드셨나 본데 가던 길 가쇼.

 

고물상 / D

 

구석에 앉아 끽끽끽끽~ 손에 채워진 무거운 망치를 빙글빙글 돌려 빼는 허목수.

커다란 공구통을 열어 망치를 넣는다. 손에 장착 가능한 망치 대여섯 개가 크기별로 쭉 있다. 팔에 감긴 붕대를 빼면 손이 잘려 굳은 모습. 간지러운지 손으로 긁는다.

자신의 잘린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허목수.

그때 고물상 안으로 홀로 들어오는 주님. 바라보는 허목수.

 

님 허목, 물 한잔 주겠나?

허목수 ...

 

물컵을 들고 나와 건네는 허목수.

주님이 물을 마시고 컵을 돌려줄 때 허목수의 손을 매만져 본다.

 

허목수 왜? 두 손 다 병신 된 줄 알았습니까?

님 미안하네. (쓸쓸히) 우리도 한때는 나쁘지 않았었는데.

허목수 (담담히) 원래 내기꾼들의 끝이 안 좋은 법이요.

 

돌아서는 허목수. 돌아서는 주님. 지팡이를 흔들며 걸어간다.

 

허목수 왜 찾아왔습니까?

... (멈추며) 그 자들을 다시 상대할 거네.

허목수 ... 다음엔 살아서 못 보겠군.

 

쓸쓸히 걸어가는 주님의 뒷모습.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허목수.

 

허목수 피를 피로 닦는다고 상처가 아물겠습니까?

... (조용히. 그러나 절실히) 도와주게.

 

깊은 한숨과 함께 착잡함과 갈등이 교차하는 허목수의 표정.

 

태석 아지트 - 스파이캠 몽타주

 

치직~ 치직~ 모니터에 화면이 뜬다.

모니터에 스파이캠으로 몰래 찍은 듯한 영상이 흘러나온다.

 

1. 도박장 건물 입구로 들어가는 선수의 모습. 몇몇 떡대가 인사를 한다.

 

꽁수NA 저 놈이 선수란 놈. 실제 내기판에서 뛰는 놈이야.

평소엔 저기 도박장을 관리해.

 

2. 도박장 안.

 

자욱한 담배 연기로 가득 찬 300평 정도의 실내 공간.

한쪽에 앉아 내기바둑을 두는 꽁수의 모습. 나름 분장을 했다.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는 꽁수. 안경 스파이캠을 통해 실내를 훑고 있다.

수십 명의 꾼들이 각기 마주 앉아 내기바둑을 벌이고 있는데 관리를 하는 떡대들이 몇 명씩 서 있고 여기저기서 묵직한 현찰 뭉치가 오간다.

 

꽁수NA 판이 꽤 커. 큰판은 수천짜리도 있고.

 

여러 꾼들의 얼굴이 화면에 잡힌다.

 

꽁수NA 난다 긴다 하는 놈들. 최하 사범급들은 돼.

 

3. 중소기업 사무실. 사장실에서 선수와 바둑을 두는 모 사장.

 

꽁수NA 돈 좀 있는 사장들은 직접 엮어.

자존심이 센 양반들이라 잘 낚이지.

 

카메라가 선수의 옷깃 가까이 다가가면 초소형 카메라가 부착돼 있다.

위층으로 향하면 TV모니터를 통해 그 바둑판이 보인다.

훈수를 두는 왕사범.

 

4. 모 중소기업 사장실

 

털썩~ 목을 매다는 중소기업 사장. 공중에서 대롱대롱 흔들리는 두 다리.

 

꽁수NA 한 달 만에 10억이 털렸어.

 

5. 서예학원.

 

20평 남짓한 고만고만한 동네 서예학원.

붓글씨를 연습중인 학생, 노인, 아줌마 등의 모습.

옆에서 지도를 해주는 왕사범. 마치 점잖은 서예선생처럼 행세하는...

어느 미시의 옆으로 다가가 글씨를 지도하면서 슬쩍 옆구리를 감싸는 왕사범.

맞은편에서 화선지에 붓글씨를 쓰는 꽁수. 一 二 三 四를 쓴다.

 

꽁수NA 이 멸치 같은 놈이 훈수꾼이야. 왕사범이라 불러.

화굔데 상당한 고수야.

지금은 서예를 가르치는데 그냥 이미지 관리 차원이지.

암튼 초딩은 월 5만원. 성인은 7만원.

 

6. 도박장 라운드 형 복도.

 

허름한 복도를 걸어가는 살수와 그 뒤에 졸졸 따라가는 량량.

반대편 복도에서 걸어가는 꽁수. 살수 쪽을 힐끗 바라본다.

안경 스파이캠으로 보이는 살수 쪽 모습.

 

태석 아지트 - 내부 / D

 

(이전보다 각종 집기들이 완연히 들어찬 실내.)

모니터를 바라보는 태석, 주님, 꽁수, 허목수.

 

꽁수 (모니터 가리키며) 이 놈이 살수란 놈.

(심호흡) ~ 이 인간은 안 건드리면 안 될까?

태석 원래 뭐하던 놈이야?

꽁수 뭐하던 놈인진 몰라도 뭔 일이 생기는 줄은 알지.

그냥 나타나기만 하면 피 냄새 풍긴다고 저래 불러.

태석 (화면의 량량을 가리키며) 저 꼬마는 누구야?

꽁수 잉크도 안 마른 잔챙이까지 조사해야겠어?

(경계하며) 바둑판에 쓸모없는 돌은 없지.

허목수 그럼 저쪽에 최고 실력자가 저 왕사범이란 훈수꾼인가?

꽁수 이제부터 집중하쇼. (놀리듯) 지자쓰는 눈 크게 뜨시고.

 

리모컨을 들고 다시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돌아간다.

선글라스를 쓴 채 어느 건물 입구(가데스 바)로 향하는 배꼽.

스틸. 줌을 하는 꽁수. 화면에 배꼽의 얼굴이 확대된다.

 

꽁수 이름 권은정. 15세 나이에 프로 입단.

도하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

2006 세계여자바둑최강전 우승.

근데 2007년 돌연 은퇴. 잠적.

태석 어째서 저놈들 하고 붙은 거지?

꽁수 실리 바둑 아니겠어? 실리! (손가락 비비며) 쩐 말이야.

암튼 지금은 배꼽이라고 부르더라구.

배꼽이 죽여주게 생겼나?

허목수 원래 바둑판의 꽃인 화점을 배꼽이라고 부르네.

님 꽃향기를 조심해야겠어. 잘못하면 취하거든.

 

화면의 배꼽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태석.

그 배꼽 얼굴로 서서히 다가가며...

 

마작 바 가데스 (여신)’ - 내부/ N

 

INS) 외경. ‘Mahjong Bar goddess’란 아주 작은 네온 간판 보인다.

 

차르르륵~ 전동 마작 기계에서 셔플링이 되는 마작패.

동양적인 신비함이 드는 내부 인테리어. 한쪽에 Bar가 있고 홀에서 마작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칩으로 내기 계산을 하는 듯 여기저기 오가는 칩.

서빙을 하는 몇몇의 예쁜 새끼 마담들.

한쪽 마작 테이블에서 마작을 즐기는 네 명의 사람. 그중에 배꼽이 껴있다.

 

마작사내 저는 이번 판까지만 할게요.

호구사장 (아쉬운) 한 시간만 더 해. 이제 좀 패가 뜨는데.

마작사내 죄송합니다. 마누라가 임신 중이라.

호구사장 쯧쯧. 어쩌다 그런 악수를 뒀어!

 

사내가 일어설 때 띵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태석.

(엘리베이터와 실내가 바로 연결된 건물 구조.)

 

호구사장 어이, 친구! 패 쌓으러 왔으면 이리 와.

 

태석이 Bar쪽으로 가서 100만원 수표를 내밀면 예쁜 새끼마담이 칩으로 바꿔준다.

 

태석 (자리에 마주 앉으며) 그럼 같이 좀 하겠습니다.

호구사장 이야, 인물 좋네. 잘 왔어. 내가 위스키 한 잔 쏠게.

배꼽 (옆에 새끼마담이 일어나려 하면) 내가 가져올게.

호구사장 (소곤소곤) 여기 사장이야. 앞으로 자주 와. 끝내주는 여자야.

정말 특이한 점은... 얼굴이 예쁜데 머리까지 좋아.

 

Cut

 

마작을 하는 사람들.

패를 정렬하는 손놀림이 아주 화려한 배꼽. 착착착착~

반면 묵묵히 패를 맞추는 태석의 손놀림은 느린 게 썩 좋지 않다.

 

호구사장 근데 하시는 일은 뭔가?

태석 학교에서 연구를 좀 했습니다.

호구사장 연구? 그럼 대학교수? 뭐 가르쳤나?

태석 수학이요.

호구사장 수학? 어느 학굔가? 내 친구 놈이 서울대 수학과 정교순데.

얼마 전에 같이 마작하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지만.

, 근데 쓰러진 놈 옆에서 이봐, 마작 하려는데 한 사람 부족해!”했더니 벌떡 일어나는 거야. (정신 깨며) 우리 무슨 얘기 하고 있었지?

태석 지금은 관뒀습니다. 학교가 적성에 안 맞더군요.

호구사장 아차, 학교. 암튼 중요한 건 우리가 이렇게 만났다는 거야.

마작에서 제일 어려운 게 뭔지 알아? 구련보등? 국사무쌍?

아니야. 사람 네 명 모으는 거야. 지랄도 이런 지랄이 없어!

 

Cut

 

Bar에 앉아 술을 마시는 태석과 Bar 안쪽에 있는 배꼽.

태석의 뒤로 몇몇 마작을 즐기는 사람들.

 

배꼽 근데 여긴 어떻게 아셨는지?

태석 예전에 한번 와봤습니다.

배꼽 기억이 안 나네. 기억력이 나쁜 편은 아닌데.

태석 다이어트하기 전이었거든요.

배꼽 비법을 배워야겠네요.

 

한쪽에 특이하고 멋진 여신 조각이 돼 있는 여신 바둑판이 놓여있다.

 

태석 (가리키며) 바둑도 두시나 보죠?

배꼽 승부가 갈리는 건 뭐든 좋아해요.

태석 호전적인 성격인가 보네요?

 

엄지를 치켜 세워보는 배꼽.

 

배꼽 (뒤로 많이 젖혀진 엄지를 보며) 엄지가 많이 휘어지면 승부 근성이 크다 는데. 아님 도박 좋아하거나.

 

그 말에 태석도 엄지를 세워본다.

 

배꼽 (많이 젖혀진 엄지를 바라보며) 만만치 않으시네요?

 

스트레이트 잔을 쭉 마시고 일어나는 태석.

 

태석 (미소 지으며 일어난다) 즐거웠습니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태석. 띵동~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타려는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살수와 어깨가 부닥친다.

미안하다는 듯 살짝 묵례를 하는 태석.

엘리베이터에 타는 태석. Bar로 향하는 살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살수의 모습을 가리듯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태석 아지트 몽타주

 

- 어느 몰래카메라 수신기판에 납땜을 하는 허목수. 솔솔 올라오는 연기.

 

- 허목수가 초소형 카메라를 들어서 테스트를 하듯 실내를 쓱 훑으면 모니터에 화면이 흐른다. 성능이 좋은지 줌인, 줌아웃이 되는 화면. 한쪽에 앉은 주님의 모습을 줌인- 하면 테이블에 앉아 사포로 손가락의 끝을 쓱쓱 문지르고 있는 주님.

이내 카메라를 돌리면 한쪽에서 머리를 정성껏 매만지는 꽁수의 모습.

정성껏 만지기는 하는데 왠지 요즘 트렌드는 아닌 부장님 헤어스타일.

 

꽁수 (모니터 화면 속에서) 어이, 지자쓰. 아까부터 뭐 하는 거야?

(사포로 연신 문지르며) 이래야 감이 좋아지네.

꽁수 (절레절레) 차라리 공양미 300석을 시주해봐. 눈이 번쩍 뜨이게.

 

- 찰칵~ 의자에 앉아 있는 꽁수의 증명사진을 찍는 허목수.

 

- 정교한 가짜 운전면허증 위에 꽁수의 증명사진이 찍혀 나온다.

1종 보통 / 성명 육종덕 / 771119-******* / 서울 강남구 논현동...’

 

- 멋진 수트와 고급 수제화, 고급 시계 등등을 걸치는 꽁수. 칙칙 향수도 뿌려 주시고...

 

- 명함을 만드는 허목수. 오리 여섯 마리가 줄지어 걸어가는 디자인.

명함에는 ‘6duck Entertainment 대표 육종덕이라 돼 있다.

 

꽁수 (명함을 손가락을 탁 튕기며) 육덕 엔터테인먼트! 느낌 좋아.

 

살수 아지트 - 도박장 / N

 

- 자욱한 담배 연기. 끈적끈적한 공기. 여기저기 판을 벌인 꾼들. 그중에 껴있는 꽁수.

- 패했는지 돈뭉치를 툭툭 건네는 꽁수.

 

또 다른 꾼과 내기바둑 중인 꽁수.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담배를 뻑뻑 태운다.

꼽추꼬봉이 쟁반에 음료와 담배를 가지고 와 꽁수 앞에 놓아준다.

 

꽁수 (말 까며 인상) , 1mm 사오랬지? 가뜩이나 머리 안 도는데 독한 거 피 고 뒤지란 거야?

 

죄송하다고 고개를 꾸벅이는 꼬봉. 수북한 재떨이와 빈 담뱃갑 몇 개, 쓰레기 등등을 쟁반에 치운다. 팁으로 5만원 한 장을 틱~ 주는 꽁수.

90°로 꾸벅 인사하고 돈을 받아가는 꼬봉.

 

꽁수 (심각하게 판 바라보며) 에잇! 또 말랐네 말랐어.

(바닥에 바둑알 집어던지며) 망가졌수.

 

CUT TO

 

담배를 뻑뻑 태우며 판을 내려다보는 꽁수.

 

꽁수 아, 세네! !

 

인상 팍팍 쓰며 자책하는 자기 머리 내리치는 꽁수.

 

꽁수 (바둑알 툭 던지며) 다이. 한판 더 달립시다.

꾼 오링 난 거 아뇨?

꽁수 (인상) 지금 따고 배짱이야?!

 

살수 아지트 - 꽁지 룸 / N

 

도박장 끝에 붙은 작은 룸. 떡대를 따라 들어오는 꽁수.

계수기를 돌리며 장부를 정리하고 있는 꽁지가 보인다.

50대 중반의 여성 꽁지. 인상이 살벌하게 생겼다.

 

꽁수 돈 좀 씁시다.

 

꽁수의 위아래를 쓱 훑는 여꽁지.

 

여꽁지 (쳐다보지도 않으며) 머리 쓸 관상이 아닌 거 같은데 갚을 수 있겠어?

꽁수 (인상) 이 누님 조만간 돗자리 까시겠네.

 

벤츠 키를 툭 던지는 꽁수.

 

살수 아지트 - 도박장 / N

 

꽁수 (테이블을 쾅 내리치며) , 돌겠네!

(머리카락을 뽑을 듯 부여잡고) 뇌세포가 다 뒤졌나...

 

대각선 쪽에 앉아 있는 선수. 그런 꽁수에게 관심을 보이며 슬쩍 바라본다.

 

살수 아지트 - 관리실 / N

 

도박장 실내를 비추는 CCTV를 통해 대국 중인 꽁수의 모습이 보인다.

바라보고 있는 선수. 그때 들어오는 여꽁지.

 

선수 뭐하는 놈이야?

 

책상 위에 꽁수의 면허증과 명함, 벤츠 키를 툭 놓는 여꽁지.

면허증을 힐끗 본 후 명함을 들어보는 선수.

'육덕엔터테인먼트. Adult movie...' 등의 성인물 관련 문구가 새겨져 있다.

 

선수 얼마 썼어?

여꽁지 15. 실력은 좆밥인데 자존심이 세네.

딱 기쁨조지. “나 잡아드쇼.”

 

또 졌는지 테이블을 내리치며 성질을 부리는 꽁수의 모습이 모니터에 흐른다.

 

그랜드 카니발 안 / D

 

- 나아가는 카니발.

 

허목수가 운전석, 그 옆에 태석. 뒤에는 주님과 꽁수.

꽁수가 몸에 몰래카메라 장치를 한다.

초소형 카메라를 밖으로 비춰보면 모니터에 길거리가 보인다.

 

꽁수 허목, 싸구려 써서 끊기는 건 아니겠지?

근데 운전 잘 하네? 역시 남자는 한손 운전!

 

룸미러로 살짝 노려보는 허목수의 두 눈.

반면 강소주를 홀짝홀짝 마시는 주님.

 

꽁수 큰돌. 현장요원 수당은 확실히 책정하라구!

칼 맞아 죽지 않아도 담배연기로 뒤질 판이니까.

(버럭) 지자쓰! 작작 퍼부어! 술 취해서 훈수 둘 거야?! 인생실전이야!!

님 원래 하수들이 걱정이 많은 법.

꽁수 지자쓰, 내가 엄청난 은둔고수란 생각 안 해봤어?

님 자네가 세상을 놀이터쯤으로 여기는 거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 하네.

세상이 고수에게는 놀이터요, 하수에게는 지옥 아닌가.

허목수 그렇다면 난 한없이 하수군. 세상이 한없이 지옥 같으니.

 

살수 아지트 - 도박장 / 카니발 교차 / D

 

- 도박장. 상대꾼과 내기 대국 중인 꽁수. 상대가 흑돌로 첫 수를 둔다.

 

- 카니발. 모니터를 통해 훈수를 봐주는 주님과 허목수. 바둑판을 사이로 맞두고 있다.

 

허목수 (흑돌 놓아주며) 좌하귀 화점.

(더듬더듬 백돌 놓으며) 우하귀 화점.

 

- 도박장. 시키는 대로 16 x 16 화점에 백돌을 놓는 꽁수.

 

- 카니발

 

허목수 (흑돌 놓으며) 34. 소목.

(더듬더듬 백돌 놓으며) 우상귀 화점.

 

- 도박장. 점점 바둑판에 쌓여가는 바둑알.

- 졌는지 포기하는 상대.

 

- 카니발

 

허목수 (모니터를 바라보며) 돌 던졌습니다.

님 수고했네. 결국 또 제 자리구만.

허목수 평생 음지에서 살 팔잔가 봅니다.

님 자네는 신의 한 수를 본 적 있나?

허목수 (바둑알 담으며) 없습니다.

님 혹시 우리 인생에도 신의 한 수가 있을까?

망가진 삶을 역전할 수 있는 그런 묘수 말일세.

허목수 그런 한 수가 있다면 어디에 두고 싶습니까?

(자조적인) 글쎄. 내 삶이 어디서부터 망가진 걸까?

허목수 모르겠으면 제가 가르쳐드리죠.

바둑을 배우기 전으로 돌아가세요.

 

쓸쓸한 미소로 옆에 놓인 강소주를 마시는 주님.

 

살수 아지트 - 도박장 / D

 

쟁반을 들고 도박장을 걸어가는 꼽추꼬봉.

이내 대국중인 꽁수와 상대꾼의 테이블에서 수북한 재떨이와 빈 담뱃갑 몇 개, 쓰레기 등등을 쟁반에 치운다. 그때 꽁수가 가슴포켓에 있던 담뱃갑을 구기며 쟁반에 툭 던진다.

 

꽁수 담배 한 갑 가져와. 1mm.

 

5만원 한 장을 틱 건네는 꽁수. 꾸벅 인사하며 돈을 받아가는 꼬봉.

심각하게 바둑판을 내려다보는 상대꾼.

돈가방에서 5만원 묶음 네 덩이를 꺼내더니 건네는 꾼.

 

상대꾼 (독기가 바짝 오른 똥 씹은 얼굴) 담에 합시다.

 

돈을 챙기는 꽁수.

 

상대꾼 (순간 떡대 보며) 어이! (꽁수 가리키며) 여기 몸 좀 조사해봐.

꽁수 ? (눈 커지며 상대꾼에게) 이 씨발 하수 새끼가 지금 뭐래?

지고 나서 곤조 부리는 거야?

떡대 잠시만 검사합시다.

꽁수 (눈 부라리며) ? 내가 지금까지 잃은 돈이 얼만데 개수작이야?

(상대꾼에게) 그럼 룰대로 해. (돈 가방 내밀며) 확인하려면 몰빵 해.

니미 하수 새끼들은 이게 문제야.

상대꾼 (잠시 갈등하다가 돈 가방 내밀며) 조사해봐.

 

몰카 탐지기로 꽁수의 몸을 쓱 훑으면 울리지 않는다.

꽁수의 몸 이곳저곳을 수색하는 떡대. 깨끗하다.

 

떡대 죄송합니다. 사장님.

 

순간 상대꾼에게 주먹을 날리는 꽁수. ! 널브러지는 상대꾼.

 

꽁수 (엄청 아픈 듯 손 털며) 씨방새가.

 

기절한 상대꾼을 끌고 나가는 떡대. 그때 옆으로 다가오는 선수.

 

선수 사장님, 괜찮으면 한판 두시겠습니까?

꽁수 지금 둘 기분이 아닌데.

선수 저런 진상들이야 어디가든 있죠.

꽁수 기력이 어떻게 되시는지?

선수 여기서 기력이 의미 있겠습니까? 당일 컨디션이죠.

꽁수 하긴 정력 좋다고 매일 서는 건 아닙디다.

잠시 콧구멍에 바람 좀 넣고 합시다.

 

살수 아지트 - 도박장 화장실 / D

 

화장실로 들어오는 꼽추꼬봉.

주머니에서 꽁수가 구겨서 건넨 빈 담뱃갑을 꺼내 열면 초소형 카메라와 이어폰 보인다.

이내 발로 콱콱콱콱! 밟아 으깨고는 변기에 버리는 꼽추꼬봉. 쿠루루 물을 내린다.

 

살수 아지트 - 옥상 / D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허름하고 널따란 도박장 옥상.

커다란 장독과 화분들, 자그마한 텃밭 등등이 보인다.

방울토마토 화분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방울토마토를 똑똑 따서 씹어먹는 꽁수.

그때 쟁반에 음료수와 담배를 들고 다가오는 꼽추꼬봉.

꽁수에게 다가가 꽁수의 가슴 포켓에 1미리 담배 넣어준다.

그리고는 주위를 쓱 살피더니 허리를 펴는 꼽추꼬봉. 정상이다.

 

꼽추꼬봉 (허리 두드리며) 어우, 허리 좀 피자.

꽁수 (기가 찬 듯)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사는 재주는 입신의 경지구만.

꼽추꼬봉 (음료수 따서 건네며) 누구만 하겠냐?

(허리운동하며) 근데 괜히 튀어나오지 마라. 그러다 뒤진다.

우리 같은 하수들은 원래 납작 기는 거야. 납작!

꽁수 (인상) 어딜 한데 묶어? 중앙에서 폼나게 싸우는 거 안 보여?

꼽추꼬봉 중앙이든 구석탱이든 살아남는 놈이 장땡이다. 음료값.

 

꽁수가 5만원 한 장을 틱 건네면 챙겨서 돌아서는 꼽추꼬봉.

다시 허리를 숙여 걸어간다.

 

꽁수 (바라보며 인상) 컨셉을 잡아도 지랄 맞게 잡았다.

꼽추꼬봉 (엄청 후회하듯) 그러게. 그냥 다리나 절 걸.

 

마작 바 가데스 - 내부 / N

 

마작 테이블에서 마작을 즐기는 태석, 배꼽, 호구사장. 마작사내.

 

마작사내 (남은 칩을 챙기며) 저는 이번 판까지만 할게요.

호구사장 (아쉬운 듯 성내며) 오늘은 또 왜?!! 이제야 패가 뜨는데.

마작사내 죄송합니다. 결혼기념일이라서...

호구사장 그런 옘병할 기념일은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

 

그때 들어오는 살수. 힐끗 바라보는 태석의 눈빛.

 

호구사장 엇! 오사장! 때마침 잘 왔어. 이쪽으로 와.

 

Cut.

 

둘러앉은 태석, 살수, 배꼽, 호구사장.

각기 패를 조합하는 사람들.

 

살수 (태석을 향해) 혹시 하시는 일이?

호구사장 대학에서 수학 연구했대. 지금은 프로그래머래.

살수 그럼 어떤 걸 짜시는지?

태석 뭐 이것저것 취미삼아 합니다.

특히 승패가 갈리는 종목 같은 거요. 예를 들어...

(한쪽에 놓인 여신 바둑판을 가리키며) 저기 바둑 알고리즘 같은 거요.

호구사장 그건 뭔가?

태석 쉽게 말해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거죠.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컴퓨터가 인간을 못 이기는 게 바둑 아닙니까?

살수 컴퓨터가 이기는 날이 오면 꽤나 비인간적이겠소.

태석 (물끄러미 바라보며) 요즘은 인간이 더 비인간적인 세상이죠.

 

배꼽이 살수의 패와 태석의 패를 쓱 훑는다. 이내 자신의 패를 손가락으로 쓱 매만지다가 패를 하나 툭 버리면, 그때 조합이 됐는지 떡하니 패를 펼치는 태석.

패를 보더니 눈이 동그래지는 호구사장.

 

호구사장 (놀라며) 뭐야 이거?! , 구련보등? 우와! 우와! 진짜야!

(입 벌리며 놀라) 이야, 세상에! 이건 천운이야! 천운!!

(칩 모두 건네며) 아놔, 한방에 오링이네.

 

물끄러미 태석의 패를 바라보는 살수.

가진 칩을 태석에게 모두 건넨다.

 

한강 둔치 / N

 

나란히 걷는 태석과 배꼽.

 

배꼽 사실 아까 마작 할 때 내가 먼저 났는데 안 내려놨어요.

태석 그런가요?

배꼽 조심하세요.

평생운을 다 써야 나오는 팬데 운을 다 썼으니 죽을 지도 몰라요.

태석 괜찮습니다. 이미 한번 죽어서 더 죽을 목숨이 없습니다.

배꼽 그럼 내가 귀신하고 데이트를 하나보네.

(태석의 목을 손으로 터치 하며) 우리 엄마가 목에 점이 없으면 귀신이 라고 했는데.

태석 아까 애인인가요?

배꼽 애인의 정의가 뭐죠?

태석 만나면 가슴 떨리는 거?

배꼽 떨리는 건 맞아요. 그 이유야 다른지만.

근데 그쪽 목소리.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태석 흔한 목소리죠.

배꼽 우리 과거에 만난 적 있나요?

태석 그랬다면 이런 미인을 놓쳤을 리가 없죠.

 

한강 모 대교 카페 / N

 

아름다운 한강의 야경이 펼쳐지는 카페 전망대.

떠먹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야경을 바라보는 배꼽

 

배꼽 (아이스크림 들며) 안 드세요?

태석 단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

배꼽 난 되게 좋아하는데. 앞으로 데이트하기 힘들겠네.

그나저나 신기하네.

태석 뭐가요?

배꼽 (하늘 가리키며) 이 시간에 별을 보는 게 3년만이라니.

내가 그렇게 음지에서 일하나?

태석 전 7년이 넘었죠.

배꼽 동병상련이네요.

옛날에 우리 엄마가 사람은 강처럼 살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 강이 구불구불한 게 사람이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이라나.

서로 보듬고 살라고.

태석 어머니를 많이 좋아하셨나 보네요?

배꼽 돌아가셨어요.

 

그때 울리는 배꼽의 핸드폰.

 

배꼽 (조용히 받으며) 여보세요.

(잠시 후 말없이 끊고 한강 바라보며) 좋다.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

 

마작바 가데스 - 내부 / N

 

안으로 들어가면 바에서 홀로 위스키를 마시는 살수.

다가가는 배꼽. 스트레이트 잔에 한잔 따르고 배꼽 앞에 놓아주는 살수.

 

살수 뭐하는 놈이야?

배꼽 프로그래머 맞아요.

살수 컴퓨터 만지는 놈 치곤 주먹이 거칠던데.

배꼽 스트레스 받으면 모니터를 내려치나보죠.

살수 데이트가 맘에 들었나보네? 농담도 할 줄 알고.

숨기는 게 많으면 동업하기 힘들어.

배꼽 동업이란 게 영원하진 않죠.

더욱이 그쪽 사주가 삼재니까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고.

살수 죽어가는 애미 살려줬더니 계약을 잊었나 보구만.

넌 종신계약이야. 죽어야 이 계약 끝나.

배꼽 또 모르지. 그쪽이 먼저 죽어서 계약 파기될지.

 

그 말에 살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는 살수.

 

배꼽 (조롱조로) 동업자께서 가만 보면 끝내기가 약하잖아.

 

배꼽의 목을 턱! 쥐는 살수. ! 숨이 막히는 배꼽. 강하게 목을 조르는 살수.

 

살수 (살기어린) 발악하지 마라. 넌 어차피 갈 곳 없는 축이야.

도망가봐야 언젠가 죽는다.

 

살수가 손을 놓으면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배꼽. 쿨럭쿨럭~

돌아서는 살수.

 

배꼽 죽일 때 축머리를 잘 보세요. 잘못하면 사니까.

가끔 하수들은 축머리를 못 보더라고.

 

잠시 멈췄다가 나가는 살수.

 

태석 아지트 - 내부 / N

 

구석 테이블에서 바둑판을 만들고 있는 허목수.

바둑판을 뒤집어서 안을 깎아 뭔가 납땜을 하면서 전자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납땜 연기가 솔솔 올라온다.

반면 테이블에 앉아 묵직한 돈다발을 정리하는 꽁수.

그때 아지트 안으로 들어오는 태석.

 

꽁수 어이구, 송프로 공사가 다망하셔? 좋은 데 있으면 같이 좀 다니자구.

 

테이블 위에 놓인 바둑판을 쓱 밀어서 보여주면 다음과 같은 그림.

 

씩 웃으며 태석을 바라보는 꽁수.

창가에 서서 강소주를 마시는 주님.

 

태석 (주님을 보며) 오늘 어떠셨습니까?

꽁수 우리 지자쓰 수가 어마어마해.

(그림에서 고추부분에 흑돌 놓으며) 역시 고수는 쭉쭉 밀더라고. 쭉쭉.

태석 내일은 혼자 가.

꽁수 (놀라) , 혼자 가라구? 거기가 무슨 노래방인 줄 알아?

태석 걱정 마. 그쪽에서 더 잃어줄 거니까.

 

살수 아지트 - 도박장 / D

 

꽁수와 대국 중인 선수.

 

선수 (물끄러미 판을 바라보며) 오늘은 안 되겠네요.

(짐짓 매너 갖추며 목례) 많이 배웠습니다.

 

돈뭉치를 건네는 선수.

 

꽁수 이거 너무 딴 거 아닌가 모르겠네.

(돈뭉치 하나 건네며) 차비라도 하시지요.

선수 (다시 밀어주며) 깨평 안 키웁니다.

꽁수 어이구, 쿨하십니다.

선수 다음엔 판돈 좀 키우는 게 어떻겠습니까?

 

육덕 엔터테인먼트 / D

 

성인비디오 제작사처럼 꾸민 사무실.

심벌인 듯 노란 여섯 마리 오리 마크가 붙어 있고...

벽에 야시시한 성인비디오 포스터 액자가 잔뜩 붙어 있다.

테이블에 마주 앉은 꽁수와 선수.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육중한 바둑판.(허목수가 만들던)

 

꽁수 제가 이런 일 합니다. 주로 중국시장을 겨냥하지요.

중국이 세계 2위의 영화 시장 아닙니까.

선수 시작합시다.

꽁수 잠시 물 좀 빼고 오겠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꽁수. 쓱 주변을 훑는 선수.

주머니에서 몰카 탐지기를 꺼내 실내를 훑어보는 선수.

천장 쪽으로도 가까이 대본다. 울리지 않는 몰카 탐지기.

 

Cut.

 

꽁수와 대국 중인 선수. 물끄러미 바둑판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표정이 좋지 않다.

쓱 꽁수의 몸을 살펴보는 선수. 손목을 바라보면 반팔 셔츠를 입고 있어서 깨끗한 꽁수.

귀를 바라보면 별다른 흔적이 없어 보이고...

 

꽁수 에로 산업도 워낙 불황입니다. 뭐 스마트폰으로 뽀르노 보는 세상이니 되 겠습니까. 무릇 작품에는 혼이 담겨야 하는데 이제 짐승의 신음소리만 남 으니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요.

 

이내 카메라가 바둑판으로 천천히 다가가고 그 안으로 투영되면...

바둑판 안에서 어지럽게 얽혀있는 전선들... 그중 한 가닥 선이 바닥으로 몰래 연결 되어 있다. 탐지기를 피하기 위한 유선 연결.

선수가 흑돌을 툭 놓으면...

 

INS) 옆방. 태블릿PC 화면에 보이는 바둑판. 선수가 놓은 자리에 똑같이 두어진다.

태석이 그 태블릿PC 화면을 보고 백돌을 놓으면 옆에서 리모컨을 눌러 신호를 주는 허목

.

 

CA, 꽁수의 슬리퍼 신은 발로 다가가면 꼼지락거리는 무좀양말 발가락. 가관이다.

발바닥을 투영하면 진동 패드 2개가 왼 발바닥, 오른 발바닥에 떡하니 붙어 있다.

징징징징- 징징징징- 왼쪽, 오른쪽 진동을 하는 진동패드. 꼼지락거리는 발가락.

신호를 받고 백돌을 놓는 꽁수.

 

꽁수 근데 자리가 불편하시지는 않은지?

똥개도 홈에서 5할 먹고 들어가는데 저만 편한 곳에서 하네요.

선수 (판이 밀리는 듯) 이빨 좀 그만 텁시다.

꽁수 (헛기침) 나름 긴장을 푸는 방법입니다.

선수 차라리 담배를 물지?

꽁수 제가 입으로 유일하게 못하는 게 담뱁니다.

선수 (꾹 참으며) 입 좀 다물고 합...

 

입을 닫고 옆에 놓인 오리 피규어를 들어 누르는 꽁수. 삑삑~ 귀여운 소리가 난다.

 

선수 다음에 판 좀 키우고 싶은데?

꽁수 (헛기침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선수 다음엔 속기로 한판 하는 게 어떨지?

꽁수 아, 미안합니다. 제가 빠른 거는 좀 거부감이 있어서.

(아랫도리를 툭툭 치며) 이게 또 조루라 맘에 상처도 있고.

 

서예학원 - 내부 / D

 

-외경. 건물 5층 유리창에 청솔 서예학워이라 쓰여 있는 일반적인 서예학원.

받침이 떨어져 나갔다.

 

실내. 벽면에 [월회비 초등학생 월 5만원 일반인 월 7만원]이란 붓글씨가 붙어있다.

벽면에 주렁주렁 널려있는 화선지 더미들.

화선지를 재단하고 있는 왕사범.

그때 쾅!!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선수. 붉으락푸르락 표정이 심상찮다.

 

왕사범 (빈정거리며) 양실장도 호구 다 됐구만. ?

 

그 말에 열 받는지 테이블 위의 묵직한 전각돌을 들어 테이블을 찍는 선수.

 

선수 씨발 뜨내기 새끼한테 당했네!

 

개의치 않고 서예 테이블에 화선지를 깔고 붓을 드는 왕사범.

이내 글씨를 쓰는 왕사범. 한자를 휘갈겨 쓴다.

 

輕敵必敗

 

왕사범 (건네며) 경적필패. 적을 얕보면 반드시 패한다.

뜨내기라고 방심하면 안 되지. 더욱이 방심할 레베루도 아니잖아?

 

열 받는지 화선지를 북북 찢는 선수.

 

선수 (화선지를 공중에 뿌리며) 내일 몸 풀 준비나 해.

 

육덕 엔터테인먼트 - 내부 / D N

 

묵직한 보스턴백을 테이블에 올리는 선수.

지퍼를 열어 보여주면 돈다발이 가득 들었다.

 

선수 확인해 보고 하던가.

꽁수 괜찮습니다. 돈이란 건 집에 가서 세야 제맛이죠.

선수 오늘은 그 수고를 덜어줄게.

 

Cut.

 

중반전. ~ 흑돌을 내려놓는 꽁수.

~ 백돌로 응수하는 선수.

 

INS) 옆방. 태석이 그 태블릿PC 화면을 보고 바둑판에 백돌을 놓으면 마주앉은 주님이 손으로 살핀다. 허목수는 옆에서 리모컨을 들고 있고...

 

(누군지 알겠다는 듯) 함정수가 난무하는 거 보니 누군지 알겠구만.

(비장한) 오랜만이군. 훈수꾼 녀석.

 

INS) 외부 소형차. 반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왕사범의 표정은 편치 않다.

 

왕사범 (진땀을 흘리며 낑낑) 개자식이 미끼를 안 무네. 어떤 놈이지?

 

착수를 못하고 있는 선수. 통신이 끊겼나? 귀를 슬쩍 만지작거린다.

 

꽁수 아다립니다.

선수 알아. 입 좀 닫아.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무는 꽁수. ~ 진한 연기를 내뿜는다.

선수가 착수를 하면 곧바로 빠르게 착수를 하는 꽁수.

 

선수 연기는 옆으로 뱉어.

 

입을 삐죽 옆으로 해서 연기를 뿜는 꽁수. 그 모습이 우습고 가관이다.

 

선수 (문득) 담배 못 핀다며?

꽁수 어제 배웠습니다. 실연당했거든요.

선수 (바둑판 응시하며) 주둥이 계속 털어봐. 언제까지 터는지.

 

~ 착수를 하는 선수.

꽁수의 발바닥으로 신호가 온다. 징징징징- 징징징징- 왼쪽, 오른쪽 진동을 하는 진동패드. 꼼지락거리는 무좀 양말 발가락.

 

꽁수 여자들은 정말 무섭습니다.

그간 사귄 정도 있고 (손바닥 붙여 뽁뽁 소리내며) 떡정도 들만큼 들었는 데 단칼에 인연을 끊더군요.

그래서 때론 여자는 바둑돌 같아요. 끊을 때는 냉정히 끊거든요.

 

동시에 딱~ 맥을 끊으며 착수 하는 꽁수.

움찔하며 바둑판을 바라보는 선수. 승부가 기울어진 듯 쓰디쓴 표정이다.

 

왕사범 승용차 / N

 

붉으락푸르락 똥 씹은 얼굴의 왕사범.

 

왕사범 양실장. 작전 쓰는 놈들 같은데 그냥 제껴.

 

열 받는지 모니터와 마이크를 집어던지는 왕사범.

 

육덕 엔터테인먼트 - 내부 / N

 

사장실. CM송을 부르며 보스턴백과 짐을 챙기는 꽁수.

 

꽁수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 그리 예쁜가요?

아가씨 그윽한 그 향기는 무언가요?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사무실 실내등이 모조리 꺼진다.

끼익 열리는 사장실 문. 서 있는 선수.

 

꽁수 어? 아직 안 가셨네? 뭐 놓고 가셨나?

(천장 보며) 근데 정전인가?

 

허리춤에 숨겨놓은 칼을 쥐는 선수. 그때 탁--- 사무실 등이 다시 켜진다.

 

선수 ......?

 

돌아보면 사무실 문 앞에 서 있는 태석.

 

선수 신고도 없이 남의 나와바리로 오시면 곤란한데?

태석 원하면 칼 들고 해.

 

선수가 피식 웃곤 칼을 책상 위에 쿡 꽂는다.

 

선수 (손목 및 몸 풀며) 이거 머리 쓰러 왔다가 주먹 쓰게 생겼어.

태석 (뚜벅뚜벅 다가가며) 난 애초에 주먹 쓰러 왔어.

 

피식 웃으며 다가가는 선수. 서로 가까워지는 둘.

 

-이하 거친 액션-

 

길거리 싸움꾼 스타일의 선수. 나름 지저분한 스타일로 잘 싸운다.

 

INS) 왕사범 승용차 안. 손목시계를 바라보는 왕사범.

 

왕사범 뭐하는 거야. 빨랑빨랑 안 나오고.

 

-거친 액션 계속-

 

결국 서서히 선수가 밀리고... 모질게 맞고 쓰러지는 선수.

책상에 꽂힌 칼을 잡으려 손을 뻗는 선수.

쓰러진 선수의 얼굴에 킥을 날리는 태석. !! 고개가 꺾이며 기절하는 선수.

 

왕사범 승용차 - 골목길 / N

 

다시 손목시계를 바라보는 왕사범.

이내 시동을 걸며 차를 출발시키려고 빼는 순간, 뒤에 오던 승용차가 쿵! 충돌한다.

 

왕사범 (인상) 뭐야...

 

추돌차량에서 다름 아닌 꽁수가 내린다.

 

꽁수 (뒷짐 지고 다가가며) 어이구, 괜찮으세요? 깜빡이를 좀 켜시지?

왕사범 (내리며 인상) 어떤 새끼가 운전을 이따구로...

 

순간 손에 쥐고 있던 접이식 바둑판으로 왕사범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내리치는 꽁수. !

 

냉동 창고 / N

 

바닥에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선수. 웃통이 탈의 돼 있다.

이마가 깨졌는지 흘러내린 피가 말라붙어 있다.

이내 부스스 의식을 차린다. ...

여기가 어딘가... 주위를 살펴보면 약 20평 정도의 냉동 창고.

구석에 캐비닛 하나와 한 가운데에 테이블과 의자 2개만 달랑 놓여있는데 테이블 위에 바둑판과 바둑알, 모래시계 그리고 병 음료수 2개가 올려져 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태석.

 

선수 너 누구야?

 

한쪽 벽으로 가더니 냉동기를 가동하고 온도조절기의 온도를 영하 30도로 맞추는 태석.

~ 돌아가는 냉동쿨러의 팬. 이내 쉬~ 쏟아져 나오는 냉기.

(냉동기는 철장 안에 있다. 철장을 자물쇠로 잠그는 태석. 네 자리 숫자로 된 자물쇠다.)

 

태석 룰은 간단해. 이기는 사람은 여기서 나가는 거야.

선수 지금 뭐하자는 거야?

태석 (셔츠 벗으며) 더 추워지기 전에 앉아.

 

CUT

 

태석이 테이블 위의 모래시계를 탁~ 세우면 모래가 내려가고...

이윽고 모래가 딱 반반이 됐을 때 옆으로 누인다.

 

태석 많이 추울 테니 속기로 하지.

모래가 몰리는 쪽은 지는 거야. 시작해.

 

선수의 칼을 바둑판 정중앙 화점에 딱! 꽂는다.

질끈 어금니를 깨물고 노려보는 선수.

이내 첫 수를 딱- 두고 모래시계를 탁- 세운다. 또르르 흘러내리는 모래.

- 맞받아 두고 다시 모래시계를 뒤집는 태석. 반대로 또르르 흐르는 모래.

- 바둑알을 놓고 모래시계를 뒤집는 선수.

 

INS) ~ 냉동기에서 힘차게 뿜어지는 차가운 냉기.

 

~ 바둑알을 놓고 모래시계를 뒤집는 선수.

눈알을 굴려 슬그머니 주변을 살핀다.

 

---- 빠른 속도로 바둑을 두는 태석과 선수.

서로의 손이 정중앙에 꽂힌 칼날에 스윽스윽 스친다.

 

INS) 벽에 하얀 성애가 끼기 시작하고 병 음료수가 점점 결빙된다.

 

사르르~ 태석 쪽으로 거의 모두 떨어지는 모래. 몇 알 안 남을 정도로 위태롭다.

- 바둑알을 놓고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

틈도 없이 재빨리 딱- 받아치는 선수.

----- 빠른 속도로 모래시계를 뒤집는 둘.

점점 역전 되며 선수 쪽으로 모래가 쏠린다.

머뭇거리다가 힘겹게 돌을 놓는 선수. 다급하게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이내 태석이 통렬한 급소를 끊을 듯 공중을 가르며 돌을 놓는다.

- !!! 그리고 천천히 모래시계를 뒤집는 태석.

 

선수 ......!

 

허공에 팔만 든 채 착수 못하는 선수. 멍하니 바둑판만 바라본다.

엄청 추운지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만 한다.

사르르~ 떨어지는 모래. 이내 마지막 모래 한 알이 떨어진다. 또르르...

그 순간, 꽝꽝 얼어붙은 병 음료수가 퍽! ! 깨진다.

 

부들부들 온몸을 심하게 떠는 선수.

입김이 코와 입에서 확확 나오고 피부가 푸르딩딩해지고 있다.

 

순간 바둑알을 바닥에 떨어트리는 선수.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바둑알을 잡는 척하는 선수.

순간 앉아 있던 의자 다리를 잡고 재빨리 태석을 향해 휘두른다.

의자가 태석의 얼굴을 스치고... 뒤로 쓰러지는 태석.

바둑판에 꽂혀있던 칼을 뽑아드는 선수.

 

이내 한데 엉켜 이리저리 뒹굴며 격투를 벌이는 태석과 선수.

훅훅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

이내 힘이 부치는 선수. 모질게 맞고 널브러진다.

 

INS) 어느새 실내 벽에 하얗게 맺힌 성애.

 

바닥에서 몸을 웅크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선수. 새하얀 입김이 훅훅 나온다.

앞에 쪼그려 앉는 태석.

 

태석 원래 겨울 멋쟁이가 얼어 죽는 법이야.

 

INS) 플래시백. 프롤로그 장면.

 

선수가 나가려다가 태석형의 얼굴을 구둣발로 돌려 살펴본다.

 

선수 (혀 차며) 쯧쯧. 여름 멋쟁이 칼 맞아 뒤지네.

 

선수의 앞에 종이를 한 장 놓는 태석. 초대형 사활 문제다.

 

태석 백이 둘 차례야. 살 수 있는 곳이 한 점 있어.

저 자물쇠 비밀번호니까 잘 풀어봐.

 

뚜벅뚜벅 밖으로 나가는 태석. 철커덕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난다.

덜덜덜 떨며 냉동기 앞으로 가는 선수.

철장 안 냉동기 전원버튼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보지만 손이 아슬아슬 닿지 않는다.

사활문제를 바라보는 선수.

이내 자물쇠의 네 자리 번호를 맞춰보지만 열리지 않는다.

한쪽에 놓인 의자를 들어 강하게 내리치는 선수. !!!

산산조각 나는 의자. 끄떡없는 자물쇠.

이내 바둑판을 들어 자물쇠를 내리찍는 선수.

 

선수 (악 지르며) 아악!!!!!

 

자물쇠를 연방 내리치는 선수. 하지만 견고하다.

그 순간! 무릎을 꿇고 주저앉는 선수.

바둑판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더욱 부들부들 떠는 선수.

 

마작바 가데스 - 내부 / N

 

퇴근하는 듯 실내 불을 모조리 끄는 배꼽.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잠시 후 문이 띵- 열리면 타고 있는 태석.

 

배꼽 ?

태석 술 한 잔 합시다. 따뜻한 걸로.

 

Cut.

 

바에서 술을 마시는 태석과 배꼽.

 

배꼽 (태석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며) 상처가 났네?

 

손수건을 꺼내 피를 닦아주는 배꼽.

 

배꼽 저번에 바둑 좀 둔다고 하지 않았나요? 우리 한번 둬볼까요?

태석 친목인가요, 내기인가요?

배꼽 내기를 해야 친목이 도모되겠죠?

태석 어떤 내기를 할까요?

배꼽 소원 들어주기?

태석 유치한데요.

배꼽 그래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내기죠.

 

Cut.

 

여신 바둑판을 놓고 바둑을 두고 있는 태석과 배꼽. (태석이 흑돌, 배꼽이 백돌.)

 

 

태석 바둑판이 특이하네요. 여신인가요?

배꼽 하나는 행운의 여신, 하나는 파멸의 여신.

태석 제가 행운의 여신인가요?

배꼽 (미소) 그쪽이 파멸할 거예요.

태석 혹시 바둑판 길이가 얼만 줄 아세요?

배꼽 글쎄.

태석 두 뼘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교감이 생기는 최적의 거리.

 

찰랑찰랑한 긴 스커트를 입은 배꼽. 그때 다리를 꼬는데 허벅지까지 트인 스커트에서 미끈한 다리가 나오면서 오히려 시선을 현혹한다.

 

배꼽 그 교감이란 뭘까?

태석 어떻게 하면 상대를 잡아먹을까 그런 고민이겠죠.

(- 바둑알 놓으며) 단수!

배꼽 (미소) 쉽지 않을 텐데.

 

! 응수하는 배꼽.

 

(시간 경과)

 

대국이 끝난 여신 바둑판을 바라보는 태석.

 

태석 (졌는지) 실력이 좋네요.

배꼽 (일어나며) 소원은 킵 해도 되죠?

 

순간 배꼽의 팔목을 잡으며 끌어당기는 태석. 배꼽의 허리를 감싸 쥔다.

 

배꼽 (얼굴 바라보며) 분명 내가 이겼는데?

태석 (끌어안은 채) 이건 소원이 아니고 소망입니다.

배꼽 거절하면 어떡할 거죠?

태석 교감이 생기는 최적의 거리를 다시 계산해야죠.

배꼽 (피식) 소망으로 콜.

 

목에 키스를 하며 배꼽의 블라우스 단추를 푸는 태석.

 

배꼽 이거 너무 공격적인 포석인데.

태석 원래 싸움 바둑을 좋아해서.

 

키스를 하는 두 사람.

이내 태석의 손이 배꼽의 엉덩이를 스쳐 허벅지 쪽으로 간다.

 

배꼽 거긴 패착일 텐데?

태석 어쩌면 묘수가 될 수도.

 

무표정이 천장의 구석을 바라보는 배꼽의 두 눈. 천장에 보이는 검은 CCTV.

 

냉동 창고 / D

 

냉동 창고로 걸어가는 살수와 몇몇 떡대들.

그때 울리는 살수의 핸드폰. 말없이 귀에 대는 살수.

 

태석(F)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 거 같아.

 

떡대들이 냉동 창고의 문을 열면 하얀 냉기가 강하게 쏟아진다.

하얀 서리가 탱탱 얼어붙은 냉동 창고.

하얀 냉기를 헤치고 들어오는 살수와 몇몇 떡대들.

떡대들이 엄청 추운 듯 옷깃을 여민다.

 

살수 누구신지 재밌게 노는구만. 같이 놀면 더욱 재밌을 텐데.

태석(F) 시간 되면 수담이나 나누지.

타이틀로 목숨 걸고 하면 재밌을 거 같은데.

살수 가급적 빨리 보고 싶은데.

태석(F) 조만간 갈 테니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서예학원에 선물이 하나 있으니 확인해.

아차, 거기 냉동고 좀 꺼주고. 리모컨은 캐비닛 안에.

 

툭 끊기는 전화.

냉동기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살수.

선수가 무릎 꿇은 채 머리를 바둑판에 처박고 있다.

옆에 떨어져 있는 사활문제 종이.

살수가 구둣발로 선수의 몸을 툭 밀면 옆으로 끼익 쓰러지는 선수.

두 눈과 입을 벌린 채 꽝꽝 얼어 죽어있다.

그 꼴이 완전 동태가 따로 없다

이내 구석에 있는 캐비닛으로 다가가는 살수.

캐비닛 문을 여는 순간,

끼이이익~ 앞으로 쓰러지는 아다리의 시체. 털썩~

 

서예학원 - 내부 / D

 

문을 박차듯 들어오는 살수와 똘마니들.

한쪽을 보면 의자에 꽁꽁 묶여있는 왕사범. 입은 박스테이프로 봉해져 있다.

똘마니가 다가가 입에 붙은 테이프를 뗀다.

 

왕사범 (할딱할딱 숨 몰아쉬며 버럭) , 새끼들아 왜 이제야 와?!!

빨리 풀어!! 오사장, 내가 어떤 놈들인지 봤어.

 

살수가 테이블 위를 바라보면 보자기에 싸인 커다란 무엇인가가 보인다.

보자기를 풀어보면 바둑판(향혈 바둑판) 하나와 노트북, 메모지 하나가 보인다.

메모지를 들어 바라보는 살수. ‘아래 아이디로 접속해라는 문구가 보인다.

 

살수 (이내 왕사범에게) 앉아.

 

왕사범을 의자에 앉히는 떡대들.

 

왕사범 야, 새끼들아! 이거 안 놔?!

오사장. 왜 이래? 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 양실장 그놈이 삽질한 거야!

 

서예학원 - 거리 교차 / D

 

- 거리. 서예학원의 도로 맞은편.

 

모 커피숍의 야외 파라솔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태석.

도로 반대편에 서예학원 건물이 보인다. 받침 떨어진 청솔 서예학워

이내 테이블에 놓여있던 스마트 패드의 케이스를 여는 태석.

 

- 서예학원

 

노트북이 놓인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왕사범.

 

왕사범 (맞먹으며) 오사장. 정말 이러기야? 잃은 돈은 채워놓을게.

우리 사이가 이 정도밖에 안 돼?

 

그때 대화창에 상대 메시지가 뜬다. ID 'CARPE DIEM'

대화창 : 판돈 20억 다 걸지. 대신 그쪽은 왕사범 혀를 걸었으면 하는데

메시지를 보자 눈이 커지는 왕사범.

 

왕사범 어떤 새낀지 개수작부리는 거야!!

 

그때 대국 제안 팝업화면이 뜬다.

[CARPE DIEM님으로부터 대국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수락 / 거절]

 

왕사범 오, 오사장. 우리끼리 이러면 안 돼.

살수 눌러.

왕사범 함, 함정이야. 오사장.

살수 (칼을 꺼내 쥐며) 그럼 거절하시던가.

 

어쩔 수 없이 수락버튼을 클릭하는 왕사범. 딸각-

 

- 거리 커피숍

 

상대의 흑돌 첫수가 뜬다. 스마트 패드 화면을 터치하는 태석. 백돌이 착수된다.

 

- 서예학원

 

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 왕사범.

 

왕사범 (이 악물며) 좋아 개자식. 제대로 한번 밟아주지.

 

- 거리 커피숍

 

하늘의 태양을 가리며 지나가는 먹구름.

커다란 그림자가 태석의 위로 스윽 지나간다.

 

- 각자의 모니터 화면

 

하나씩 돌들이 채워져 가는 그림.

 

- 서예학원

 

모니터 대화창 위를 바라보는 왕사범.

상대의 초읽기 상황이 [30/ 3]

이내 남은 시간 29, 28, 26, 25...... 떨어지기 시작한다.

 

상황이 괜찮은 듯 엷은 안도의 미소가 흐르는 왕사범.

 

왕사범 (승리를 확신이라도 하듯) 흐흐흐흐.

 

휙 고개를 돌려 살수를 바라보는 왕사범.

 

왕사범 (시건방 떨 듯) 오사장, 담배 있나?

살수 ...

 

이내 조용히 담배를 한 대 건네고 불을 붙여주는 살수.

 

왕사범 (다리를 턱하니 꼬고) 오사장, 내가 왜 세상에 하고 많은 게임 중에 바둑 을 좋아하는지 아나?

(손가락으로 머리를 콕콕 찍으며) 대가리.

기술 따위가 필요 없거든.

결국 대가리 좋은 놈이 이기는 거야.

이 얼마나 명료한 세상의 이치냔 말이지. 흐흐흐.

 

무표정이 바라만보는 살수.

 

왕사범 (모니터 보며) 어서 굴러온 새낀지는 몰라도 하수 새끼 수로는 어림없지.

 

여유롭게 씩 웃어 보이는 왕사범.

 

왕사범 (주변 떡대들에게 호통치며) , 새끼들아! 물이라도 가져와!

 

- 거리 커피숍

 

태석의 테이블에 얼음물을 내려놓는 예쁜 알바 여학생.

고맙다고 미소 짓는 태석.

천천히 얼음물을 마시는 태석.

이윽고 화면의 한 점을 찍는다.

 

- 각자의 모니터 화면

 

딱딱딱딱! 컴퓨터 화면에 빠르게 채워지는 바둑알.

왠지 왕사범의 표정이 서서히 불편해진다.

 

- 거리 커피숍

 

검지로 마지막 수를 터치하는 태석.

이어서 계가신청 버튼을 누른다.

 

- 서예학원

 

화면에 팝업창이 뜬다. [계가신청이 들어왔습니다.]

순간 미간을 찌푸리는 왕사범. 어금니를 힘껏 깨문다.

마우스를 쥔 왕사범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천천히 커서를 확인 버튼에 올리지만 누르지 못한다.

 

살수 눌러.

 

이내 딸각 클릭을 하면 계가결과 백 반집승이 나타난다.

눈가가 부르르 떨리는 왕사범의 쓰디쓴 표정.

 

대화창 : 아직 복기가 안 되시나?

 

INS) 플래시백. 프롤로그 장면.

 

왕사범 인생판이나 바둑판이나 똑같다. 한 수 앞도 모르고 설치면 뒤지는 거.

 

대화창 : 바둑판 뒤집어봐

 

옆에 보자기에 쌓여있던 바둑판을 뒤집는 살수.

바닥 가운데 네모난 구멍(향혈)이 보이고 禍從口出이란 한자가 각인 돼 있다.

 

대화창 구멍이 하나 보이지? 향혈이야.

대화창 훈수꾼의 혀를 잘라 피를 담았다는 구멍

 

살수 왕사범도 늙었네. 형편없어졌어.

 

그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뒤로 물러나는 왕사범.

 

왕사범 오, 오사장. 내가 잡아올게.

살수 쓸모없는 돌은 버리는 게 나아.

왕사범 (뒤로 물러나며) , 오사장!! , 왜 이래?!

 

! 왕사범의 머리를 향혈 바둑판에 짓이기는 떡대들. 코를 막는다.

 

왕사범 (하악하악~ 눈알 이리저리 굴리며) 아악!

 

손으로 왕사범의 혀를 끄집어내고 예리한 칼을 대는 살수.

 

왕사범 (아악!!!!! 어버버버 발악한다) #$##^$&%$$#$%#

 

모니터 화면 대화창에 탁탁탁탁 글자가 타이핑 된다.

대화창 : 재앙은 입으로부터 나온다

 

이내 휙! 그어지는 칼날.

아아악!!!!! 왕사범의 비명이 퍼지며 향혈 구멍과 禍從口出이란 각인 위에 핏물이 떨어진다.

 

대화창 : 이제보니 학원에 글씨가 떨어졌네.

‘CRAPE DIEM님께서 대국방을 나가셨습니다.’ 뜬다.

 

그 말에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살수.

저 멀리 반대편 아래를 바라보면 ‘CARPE DIEM’이라는 간판의 커피숍이 보인다.

그 앞에 서 있는 누군가. 바로 태석.

멀리 서로를 바라보는 태석과 살수. 살기 띤 눈빛으로 노려보는 살수.

칼에 묻은 핏물을 소매에 쓱쓱 닦는 살수.

이내 스마트패드 케이스를 탁 덮고 돌아서는 태석.

 

태석 아지트 - 옥상 / D

 

바비큐그릴 앞에 서서 숯불 고기를 굽고 있는 허목수.

그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태석, 주님, 꽁수.

테이블에서 돈다발을 나누는 꽁수.

다발을 하나씩 놓으며 세 등분 하는데 어째 셈이 요상하다.

 

꽁수 지자쓰 하나, 나 하나. 허목 하나, 나 하나. 지자쓰 하나, 나 하나.

! 오해들 말라고. 내가 하프 먹는 거 계약 조건이야.

허목 하나, 나 하나. 지자쓰 하나, 나 하나. (연신 놓으며) 여러분들,

왜 내가 바둑을 두는지 아십니까?

공자가 그랬거든. “노느니 바둑이라도 둬라.”

정말 공자님 말씀 들으니 이런 날도 오네.

지자쓰~ 생각보다 실력이 쓸만해.

님 쓸만하긴. 너절한 삶에 너절한 바둑이지.

태석 눈이 머시고 어떻게 지금 같은 실력을 키웠습니까?

 

관철동 탑골 공원 담벼락 / D

 

좌판을 깔고 앉아 있는 주님. 맞은편 간이 의자에 앉는 누군가. ‘귀수(鬼手)’라 한다.

 

NA 눈먼 장님이 가짜 약이나 팔고 있을 때였는데 그때 누군가 다가왔어.

바둑 친구나 하자고 하더군.

장님이라 못 둔다고 했더니 선물을 하나 주더군.

 

맹인용 바둑알이 담긴 바둑통을 놓아주는 귀수.

바둑돌을 하나 들고 매만져보는 주님.

 

NA 맹인용 바둑돌이었지.

 

바둑을 두는 주님과 귀수(鬼手). 주님이 더듬더듬 헤매자 손까지 잡아주며 가르쳐주는 귀수.

 

NA 그날부터 수를 가르쳐주더군. 대단한 고수였어. 대단한.

 

태석 아지트 - 옥상 현재 / D

 

님 정확히 1년이 되는 날 나타나지 않더군.

이름 석 자라도 알았으면 했는데 말야.

태석 어쩌면 선생님을 알려준 자가 그자일 수 있겠군요.

님 그자를 본 적이 있다고?

 

교도소 먹방 - 과거 / D

 

1. 식구통으로 들어오는 식판.

냅다 밥 밑을 뒤지는 태석. 허나 분필은 없고 메모지만 하나 있다.

희미한 빛에 비춰보면 덕분에 외로움을 잠시 잊었습니다.’ 라는 글씨.

 

2. 먹방 복도. ~ 먹방 문을 여는 교도관.

이내 걸어 나오는 태석. 수염이 어느 정도 덥수룩하게 자랐다.

빛에 대한 적응이 안 되는지 눈을 찡그리는 태석.

순간 옆방으로 달려가 문을 확 여는 태석.

옆 먹방 문을 확 열면 아무도 없이 텅 빈 방.

 

태석NA 근데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분필자국이 전혀 없었어요.

 

먹방 안으로 들어가 벽면을 살피는 태석.

사면을 살펴봐도 분필로 그린 자국이 없다. 깨끗하다.

 

태석 아지트 - 내부 / 현재 / N

 

님 표시를 안 했으니 자국이 없는 거지.

태석 그게 무슨 말입니까?

허목수 (바라보며) 설마 암흑바둑인 맹기(盲棋)를 뒀단 말입니까?

꽁수 머릿속으로만 둬서 프로를 꺾었다고? 더욱이 벽을 사이에 두고?

구라까지 마. 아직 맹기에 성공한 사람은 없어.

태석 그자에 대해서 아는 게 있습니까?

(고개를 가로저으며) 떠도는 말에 그런 수를 쓰는 자가 부산에 한 명 있다 더군.

태석 누굽니까?

님 귀신의 수를 쓴다고 해서 귀수라고 부른다더군. 그저 떠도는 말일 뿐이네.

꽁수 귀수?

 

살수 아지트 - 살수 룸 / N

 

담배를 물고 의자에 앉아 태블릿PC를 보고 있는 살수.

가데스 CCTV로 찍힌 화면. 태석과 배꼽의 정사 장면이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살수의 두 눈. 살기어리다.

 

태석 아지트 - 화장실 / D

 

거울 앞에서 깔끔하게 면도를 하고 있는 주님.

그때 부스스 들어오며 소변을 보는 꽁수.

 

님 이봐, 꽁수. 잠시 시간 되는가? 내 부탁이 하나 있네.

꽁수 술 사오란 부탁은 하지 마쇼.

님 술 끊었네.

꽁수 (고개 절레절레) 내가 9단 되는 게 빠르지. 뭔 부탁인데?

 

양복점 / D

 

깔끔하고 중후한 양복을 착용한 주님. 옷매무새를 잡아주는 꽁수.

 

꽁수 이야! 지자쓰. 오늘 여자가 줄줄 따르겠어.

(행커치프 들며) 신의 한 수.

 

주님 가슴 포켓에 행커치프를 꽂아주는 꽁수.

전신 거울 앞에 서는 주님과 꽁수의 모습. 나름 다정하다.

 

전주식당 앞 / D

 

전주식당을 향해 걸어가는 주님과 꽁수.

딸과의 만남에 긴장이 되는지 넥타이를 바로 하며 심호흡을 한다.

 

꽁수 (주님의 엉덩이 툭툭 치며) 걱정 마쇼. 따님도 좋아할 거요.

 

전주식당 앞에 거의 왔을 그 순간! 걸음을 멈추는 꽁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진다.

 

꽁수 ......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식당 창가에 앉아 홀로 식사를 하는 사내의 모습이 들어오는데 다름 아닌 살수.

살수 앞에 반찬을 놓아주는 영숙의 모습도 보인다.

 

꽁수 에잇. 문 닫았네. 쉬는 날인가 본데?

 

꽁수가 몸을 돌리면 똘마니 떡대들이 다가오고... 그중에 꼽추꼬봉도 껴있다.

 

꽁수 저 씨발놈.

(주님의 손을 꼭 쥐며) 지자쓰. 오늘 여자가 따를 운명은 아닌 거 같아.

손 놓치지 마쇼.

 

숟가락을 놓으며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살수.

동시에 주님의 손을 당기며 냅다 달리기 시작하는 꽁수.

 

골목길 / D

 

내달리는 주님과 꽁수. 허나 얼마 못가 멈춘다.

앞을 바라보면 또 다른 떡대들이 다가온다.

꽁수가 씩 웃으며 뒤를 돌아보면 다가오는 떡대들.

 

꽁수 (주님의 지팡이를 휙 빼앗아 휘두르며) 덤벼! 씨방새들아! 덤벼!

 

그때 천천히 떡대들 뒤에서 나타나는 살수.

꽁수에게 뚜벅뚜벅 다가가는 살수.

꽁수가 움찔하며 한두 발 물러선다.

 

꽁수 (지팡이 휙휙 위협하며) 니가 대마냐?

덤벼! 내가 대마는 어떻게 잡는지 보여줄게! 덤벼 씨댕아!

 

살수가 눈앞에 다가오자 지팡이를 휘두르는 꽁수.

허나 호기도 잠시 꽁수의 팔을 막으며 발로 꽁수의 무릎을 찍는 살수.

우지끈! 자로 부러지는 꽁수의 다리.

 

꽁수 (비명) 으악!!! 으아악!!!!

 

쓰러진 꽁수의 얼굴에 싸커킥을 날리는 살수. !!

고개가 꺾이며 널브러지는 꽁수.

꽁수에게 다가가 구둣발로 얼굴을 짓이기는 살수.

 

살수 (무표정이 구둣발을 시계방향으로 돌리며) 이제부터 같이 놀자고.

 

떨어진 지팡이를 들고 서 있는 주님에게 다가가는 살수.

주님의 옷을 손으로 툭툭 털어준다.

 

살수 뛰지 마쇼. 장애인이 다니기 불편한 세상이니까.

 

주님의 손에 지팡이를 쥐어주는 살수.

 

살수 아지트 - 도박장 / D

 

도립기(거꾸리)에 팬티만 걸친 채 거꾸로 매달려 있는 꽁수.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채 통닭처럼 널려있다. 뚜벅뚜벅 다가와 앞에 쪼그리고 앉는 살수.

피범벅이 된 꽁수의 얼굴을 툭툭 때리는 살수.

 

꽁수 ...... (부스스 눈을 뜨면 살수 얼굴이 거꾸로 보인다.)

살수 내가 재밌는 게임을 준비했어.

 

피 묻은 종이를 들고 있는 살수. 선수가 죽을 때 쥐고 있던 초대형 사활 문제지.

 

살수 내 밑에 있는 놈이 이걸 못 풀어서 죽었더라고. 꽤 어렵나봐.

세 번의 기회를 줄게.

꽁수 (이 와중에 씩 웃으며) 앉아서 풀면 안 될까? 배에 식스팩 생기겠어.

 

칼에 사활 종이를 꾹 찔러 넣고 얼굴 앞에 드미는 살수.

똑바로 보라고 쓱- 180° 돌려준다.

 

살수 자, 시작.

 

사시나무 떨 듯 떨리는 손을 드는 꽁수. 검지를 펴지만 도통 어딘지 모른다.

이내 한곳을 찍는 꽁수. 순간 꽁수의 검지를 잡고 그대로 꺾어 부러뜨리는 살수.

 

꽁수 (비명) 아악!!!!!!!

 

고통스러운지 대롱대롱 매달린 채 몸부림치는 꽁수. 도립기가 휘청거린다.

 

살수 두 번 남았어.

꽁수 살, 살려주세요.

살수 자, 시작.

 

덜덜덜 떨며 손을 드는 꽁수. 중지를 펴서 한 곳을 찍는다.

순간 꽁수의 중지를 잡고 그대로 부러뜨리는 살수.

 

꽁수 (몸부림에 도립기가 심하게 흔들리는) 아악!!!!!!

살수 라스트.

 

종이에서 칼을 뽑는 살수. 꽁수의 목에 갖다 댄다.

부들부들 떨며 손을 드는 꽁수.

문제지에 가까이 가는 꽁수의 새끼손가락.

동시에 칼을 쫙~ 움켜쥐는 살수.

살짝 핏물이 스미는 칼날. 긴장감이 감돈다.

이내 목숨을 포기하듯 두 눈을 질끈 감으며 한 곳을 찍는 꽁수.

 

살수 ...... (칼을 거두고 꽁수의 볼을 다독이며) 운이 좋은 놈이네?

 

돌아서는 살수. 기절하듯 축 늘어지는 꽁수.

 

태석 아지트 / 살수 아지트 - 도박장 교차 / D

 

창가에 서서 도시를 바라보는 태석.

그때 울리는 핸드폰. 바라보면 발신자에 꽁수라고 뜬다.

 

-화면분할. 도박장-

 

바둑판이 놓인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살수.

 

살수 이제야 기억나더군. 죽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말야.

태석 ... 죽었다 살아났지. 덕분에 니 운명도 바뀌겠지만.

살수 이제 재밌는 내기를 할 거야. 결과는 기대하라고.

 

툭 끊는 살수.

 

살수 아지트 - 도박장 / D

 

그때 문이 열리고 주님을 끌고 들어오는 떡대.

도립기(거꾸리)에 거꾸로 매달린 꽁수의 모습이 스친다.

 

살수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인생 참으로 기구합니다.

 

도립기로 다가가는 살수. 칼로 꽁수를 묶은 밧줄을 툭 끊는다.

꽁수가 바닥에 쿵 떨어지고 힘없이 축 늘어진다.

꽁수를 테이블로 질질 끌고 가는 살수.

 

살수 구경꾼이 왔으니 최선을 다해. 목숨이 걸린 거야.

 

꽁수를 테이블 앞에 팽개치는 살수.

 

님 이 친구 대신 내 목숨을 거는 건 어떤가?

 

힘겹게 눈을 떠 그런 주님을 바라보는 꽁수.

 

꽁수 (힘겹게) 지자쓰... 그만 둬.

님 기운 내게. 곧 술 한잔하러 가세.

(살수에게) 어떤가? 내 목숨을 걸어도 되겠는가?

살수 근데 어쩌나? 장님을 위한 도구가 없는데?

님 괜찮네. 맹기로 두겠네.

 

맹기란 말에 눈이 커지는 꽁수. 주님을 바라본다.

 

살수 맹기? 암흑바둑을 두시겠다?

님 꽁수 자네가 좀 도와주게.

꽁수 지자쓰... 설마 당신이 그...

님 어떤가? 두 눈 멀쩡한데 자신 없는 건 아니겠지?

살수 기구한 인생 빨리 끝내 주는 게 좋겠소.

 

맹기 바둑 몽타주. 살수 아지트 - 모니터 룸 / D

 

- 살수 아지트

 

눈을 감은 채 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 주님. 맹기를 시도한다.

 

님 우상귀 화점.

 

그 말을 듣고 꽁수가 흑돌을 놓는다.

좌상귀 화점에 백돌을 놓는 살수.

 

꽁수 (말해주며) 좌상귀 화점.

님 우하귀 소목.

 

흑돌을 놓는 꽁수.

 

- 모니터 룸.

 

커다란 TV모니터에 직부감으로 비춰지는 대국 장면. (130수 정도 진행 중)

그 앞에 서로 마주 앉은 배꼽과 량량. (바둑판에 대국을 옮기며 훈수 중인 상황.)

검지와 중지를 연방 달달달달 부닥치는 량량.

왠지 포스가 남다른 위압감이 차라리 공포스럽다.

이내 조용히 착수를 한다.

 

배꼽 (소형 마이크에 대고 조용히) 89.

 

모니터 화면에서 착수를 하는 살수의 손.

 

꽁수 89.

 

어느새 주님의 얼굴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다.

 

138.

 

- 모니터 룸.

 

착수를 하는 량량.

 

배꼽 99.

 

- 살수 아지트

 

꽁수 99.

 

고개를 갸웃하며 계산을 하는 주님. 고도의 집중으로 비 오듯 쏟아지는 땀.

눈앞에 펼쳐지는 바둑상. 1번 첫수부터 135수까지 차르륵 펼쳐진다.

그때 코피가 터지며 한쪽 코에서 붉은 피가 흐르는 주님.

 

꽁수 기운 내. 지자쓰...

58.

 

- 바둑판

 

서서히 쌓여가는 흑돌과 백돌.

 

- 살수 아지트

 

땀으로 범벅이 된 주님의 모습.

눈앞에 펼쳐지는 바둑상. 1번 첫수부터 170수까지 빠른 속도로 펼쳐진다.

 

1710

 

- 모니터 룸

 

달달달달 부닥치던 량량의 손가락이 딱!!!!! 멈춘다.

그 행위를 바라보는 배꼽의 두 눈.

량량이 천천히 돌을 들더니 마지막 착수를 한다. 또르르~ 흔들리는 바둑알.

 

살수 아지트 - 도박장 / D

 

바둑판 위의 바둑돌을 바라보는 꽁수.

 

꽁수 (조용히) 지자쓰... 졌어.

님 어떻게 너 같은 인간이 이런 수를 둘 수 있지?

살수 장님 치곤 대단했어.

(꽁수를 향해) 이봐, 꽁수.

나에게 세상은 놀이터가 아니구만.

(옆에 놓인 흰 지팡이 잡으며) 미안하네. 술은 다음에 하세.

 

순간! 지팡이의 손잡이를 비틀어 빼며 살수의 얼굴을 향해 찌르는 주님. !

(예리한 칼날이 숨겨져 있던 지팡이 손잡이. 꽁수는 뒤로 널브러지고...)

! 왼손으로 칼날을 잡고 오른손으로 주님의 팔목을 잡는 살수.

간발의 차로 칼을 막은 살수. 칼날 끝이 코앞까지 위치해있다.

부들부들 떨며 힘을 주는 주님.

살기어린 눈빛으로 인상을 쓰는 살수. 칼날을 쥔 손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진다.

이내 완력으로 주님의 손을 꺾어 바둑판 위에 올리는 살수.

 

살수 (살기어린) 복기는 무덤가서 하쇼.

 

! 지팡이 칼날을 주님의 손등 위로 꽂아버리는 살수.

 

주님 (비명) 아악!!!!

 

주님의 손등을 뚫고 바둑판에 박히는 지팡이 칼.

 

INS) 도박장 앞. 끽 멈추는 승용차. 태석과 허목수가 타고 있다.

 

~ 열리는 아지트 문. 들어오는 태석과 허목수.

바둑판에 손이 박힌 채 바닥에 무릎 꿇은 주님의 모습. 의식을 잃었다.

뚜벅뚜벅 걸어가는 태석. 한쪽 구석에 쓰러져있는 꽁수의 모습.

이내 살수의 앞에 멈추는 태석.

살수의 왼손은 칼에 베인 채 핏물이 서려 있다.

 

살수 주님께서 못 박히셨네? 마음만은 갸륵했어.

 

말없이 주님을 바라보는 태석. 이내 손등에 꽂힌 지팡이 칼을 뽑는다.

바닥에 스르르 쓰러지는 주님. 복부 쪽에도 칼에 찔린 듯 피가 흐른다.

이내 주님을 일으키며 어깨에 짊어 드는 태석.

한쪽에 등지고 서 있는 배꼽을 힐끗 바라보는 태석.

이내 뒤를 돌아 뚜벅뚜벅 걸어 나간다.

 

꽁수 (힘겹게 눈을 뜨며) , 큰돌...

 

걸음을 멈추는 태석. 손가락 두 개는 뒤로 접혀 손등에 붙어 있고, 얼굴은 피멍이 들다 못

해 시커멓게 변해버린 꽁수의 모습.

 

꽁수 (이내 두려움에) ... 죽는 거야?

태석 (담담히) 조금만 참아. 다시 올게.

꽁수 (힘겹게 끄덕이며) 버리지만 마...

 

주님을 둘러메고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태석과 허목수.

 

건물 외부 주차장 / D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고층 주차장.

자동차 뒷자리에 주님을 앉히는 태석. 의식을 거의 잃어가는 주님.

 

(숨넘어가며) , 큰돌이. 두지 마... 두면 안 돼...

너무 유연해서 꺾을 수가 없어. 부러지지가 않아.

아이가 두는 거야. 순수한... 아이...

태석 당신이 그 귀수란 잡니까?

 

아니라고 천천히 고개를 저는 주님.

이내 조용히 숨을 거두는 주님. 마치 편안하게 자리에 앉아 잠든 모습이다.

바라보는 허목수.

 

건물 옥상 - 살수 아지트 / D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태석. 배꼽과의 통화.

 

태석 아무리 봐도 강처럼 살긴 글렀어. 보듬고 살긴 힘든 세상이지.

배꼽 만약 바둑의 신이 있다면 몇 점 깔겠어요?

태석 두 점.

배꼽 목숨을 걸라하면요?

태석 그러면 석 점.

배꼽 이 세상에 바둑의 신이 존재한다면 그건 분명 어린 아이겠죠.

저번에 킵 해놓은 소원 지금 쓰겠어요. 여기서 멈춰요.

태석 그건 소망으로 받지.

배꼽 이길 수 없어요.

태석 날 배려해주는 건가?

배꼽 최소한 교감은 좀 생긴 줄 알았는데.

태석 유감이군. 난 호기심이었는데.

배꼽 (실망의 눈빛) 최적의 거리를 다시 계산해야겠네.

 

전화를 끊는 배꼽.

 

살수 아지트 - 도박장 / D

 

모니터 룸 앞으로 걸어가는 살수와 떡대.

 

살수 그 목수란 놈 죽여.

 

꾸벅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는 떡대.

 

살수 아지트 - 모니터 룸 / D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살수.

서 있는 배꼽과 량량. 그 둘을 감시하듯 서 있는 떡대.

 

살수 (떡대 보며) 만약 지면 죽여.

떡대 네, 형님.

배꼽 이 아이는 보내요.

살수 (배꼽의 볼을 톡톡 다독이며)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살수 아지트 - 도박장 / D

 

INS) 하늘을 붉게 물들인 석양.

 

떡대가 아지트 문을 열면 들어오는 태석. 양손에 묵직한 보스턴백을 쥐고 뚜벅뚜벅 가로질러 걸어간다. 멀리 대국용 바둑판이 놓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살수.

주변에 포진해있는 떡대들 대 여섯.

바닥에 보스턴백을 툭툭 던지고 살수의 맞은편에 앉는 태석.

 

샛노란 국화가 가득 담긴 투명 티팟과 2개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다.

태석의 잔에 차()를 따라주고 자신의 잔에도 국화차를 따르는 살수.

 

살수 사람 목숨은 패를 못 쓰는데 괜찮겠나?

태석 원래 삶과 죽음이 슬픈 드라마야.

살수 그 끝이 꽤나 눈물겹겠어.

 

건물 외부 주차장 / D

 

주님을 뒷자리에 누이는 허목수. 주님의 몸에 외투를 덮어준다.

차문을 닫고 돌아서는 순간,

뚜벅뚜벅 다가오는 떡대들 넷. 각기 연장들을 들고 있다.

 

떡대1 (쇠파이프를 딱 세우며) 잠시 산에 좀 갑시다.

허목수 ... 생각 좀 합시다. 살 수 있는 활로가 있을지.

 

차의 트렁크를 여는 허목수. 그곳에 놓인 공구통을 열면 손에 장착 가능한 망치 대여섯 개가 크기별로 쭉 있다.

 

허목수 사활이란 게 항상 어렵소. 인간사 죽고 사는 게 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소위 깡깡망치처럼 생긴 한쪽은 도끼모양, 한쪽은 창모양처럼 된 묵직한 특수 망치가 눈에 띈다. ‘깡깡망치를 드는 허목수.

 

허목수 (손에 단단히 조이며) 그래서 죽고 사는 문제는 항상 싸움이 발생하지.

(떡대들을 향해 마주보며) 죽을지 살지 한번 봅시다.

 

서서히 다가오는 떡대들.

 

- 이하 충격적인 허목수의 깡깡 망치 액션.

쇠와 쇠가 마주칠 때마다 불꽃이 튄다.

깡깡 망치에 온몸이 찢어지고 뜯기는 쫄따구들. -

 

바닥에 모조리 쓰러진 떡대들. 거친 숨을 몰아쉬는 허목수.

한 놈이 부들부들 떨며 땅에 떨어진 칼을 잡으려고 바동거린다.

칼을 잡는 찰라 콱!!! 손등을 뚫어 바닥에 꽂히는 깡깡 망치. 아악!!! 비명이 울려 퍼진다.

 

살수 아지트 - 도박장 몽타주

 

1. 모니터 룸

 

마주앉은 배꼽과 량량. 연방 달달달달 부닥치는 량량의 검지와 중지.

 

2. 도박장

 

또르르 태석의 얼굴을 타고 내려오는 땀방울. ~ 착수하는 태석.

 

3. 모니터 룸.

 

모니터로 태석의 착수점을 보고 똑같이 놓아주는 배꼽.

량량의 시선 CG. 차르륵~ 차르륵~ 사방으로 숫자들이 뜨며 수많은 경우의 수가 대단히 빠른 속도로 펼쳐진다. 최적의 한 점을 찾아 착수를 하는 량량.

 

4. 도박장

 

쉽지 않다는 듯 바둑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태석.

 

살수 후회될 거야.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일 거니까.

 

바둑돌을 하나 쥐는 태석. 공중으로 팔을 들더니 이내 착수를 하는데 정중앙 화점으로 불리는 태극에 둔다. !!! - 만물의 근원인 점. 태극. -

 

5. 모니터 룸

 

모니터를 바라보는 배꼽의 눈.

 

6. 도박장

 

살수 (무표정이 바라보며) 돌을 던진 거야, 수를 둔 거야?

태석 수.

살수 무모하군.

태석 태극이란 자리야. 만물의 근원인 점.

살수 그 근원이 뭘까?

태석 니 육신이 곧 돌아갈 흙.

 

7. 모니터 룸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배꼽.

 

떡대 (위협하며) 안 두고 뭐 해? 허튼짓하면 죽어.

 

태석의 착수점 대로 가운데 정중앙에 착수하는 배꼽.

순간 달달달달 부닥치던 량량의 손이 딱! 멈춘다.

고개를 들어 배꼽의 얼굴을 바라보는 량량.

말없이 량량의 눈만 바라보는 배꼽.

 

이내 바둑돌을 들고 착수를 하려는 량량. 닿을 듯 말 듯 착수 순간 손을 딱! 멈춘다.

다시 배꼽의 얼굴을 바라보는 량량.

배꼽의 볼을 타고 내려오는 한 줄기 땀방울.

서로의 두 눈을 바라보는 배꼽과 량량.

뭔가 말을 하고 싶은 배꼽의 두 눈.

그런 잠시의 정적. 옆에서 떡대가 힐끗 바라본다.

 

량량이 문득 시선을 내려 배꼽의 양손을 바라보면 손모양이 살짝 중국식 숫자 표현으로 돼 있다. (107을 표시하고 있다.)

순간, 상황을 파악한 듯 바둑돌을 쥔 량량의 손이 옆으로 살짝 이동한다.

다른 곳에 착수하는 량량.

 

CUT TO

 

태석, 배꼽 교차

바둑판에 쌓아져가는 돌들.

 

- 배꼽의 양손. 중국식 숫자 손모양 96을 표시하고 있다.

- 그것을 바라보고 착수를 하는 량량.

- 배꼽의 양손. 중국식 숫자 손모양 810

- 착수하는 량량.

- 옆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지켜보는 떡대.

- 착수를 하는 태석.

 

CUT TO

 

착수를 하는 살수.

태석이 잘그락잘그락 바둑알을 매만지다가 이내 바둑알을 검지와 중지로 잡는다.

이내 공중을 가르며 돌을 놓는다.

- !!! 중지로 힘껏 누른 바둑알. 태석이 바둑알에서 손을 떼면 반으로 갈라진 바둑알.

 

태석 장생(長生)이야. 영원히 두던가, 양보하던가.

 

(* 장생(長生) : 사활에서 같은 형태가 반복되는 특수한 형태. 수순이 끝없이 계속 반복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로 양보가 없을 경우 무승부가 된다.)

 

살수 양보할 생각이 없다면?

태석 그럼 비겼어.

 

귓속에서 특수 이어폰을 떼서 바닥에 툭 던지는 살수.

 

살수 비기는 건 계획에 없었는데?

태석 그럼 다른 걸로 승부내야지.

 

살수 아지트 - 모니터 룸 / N

 

앉아 있는 배꼽의 목을 잡고 일으키는 떡대.

그때 량량이 달려들어 떡대의 팔뚝을 입으로 깨문다.

 

떡대 악!

 

손등으로 량량의 따귀를 거칠게 때리는 떡대. 기절하듯 풀썩 쓰러지는 량량.

 

살수 아지트 - 도박장 / N

 

그문이 벌컥 열리고 바닥에 쓰러지는 배꼽.

배꼽의 볼을 타고 붉은 선혈이 질질 흐른다. 의식을 잃은 배꼽.

 

태석 ......!

살수 자, 다른 어떤 걸로 승부를 낼까?

태석 (서서히 분노 모드) 혹시 바둑판의 돌이 전부 죽는 거 본 적 있어?

 

그때 태석의 뒤쪽에서 숨죽이며 다가오는 떡대.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든다.

 

태석 잘 봐. 지금부터 보여줄게.

 

순간! 바둑통을 휙 쥐고 백스핀 블로우로 주먹을 날리는 태석.

바둑통이 떡대의 관자놀이에 찍힌다. !!

쓰러지는 떡대. 일제히 달려드는 떡대들.

한 놈이 사시미 칼을 태석에게 찌르려 할 때 팔을 낚아채 벽에 찍는 태석.

녀석의 손가락 네 마디가 싹둑 잘려 나간다.

 

떡대 (비명) 아악!

 

<질긴 액션. 칼부림하는 떡대들과 싸움. 급소를 사정없이 찍는 태석의 싸움.

그리고 이어서 칼부림하는 살수와의 싸움.>

 

액션의 마무리가 될 즈음!

살수의 목을 잡으며(백초크) 바닥에 쓰러지는 태석. 힘껏 목을 조른다.

! ! 숨통이 조여오는 살수. 붉어지는 얼굴과 눈동자의 실핏줄.

그때 옆쪽에 떨어진 칼을 향해 바동바동 손을 뻗는 살수.

힘겹게 칼을 잡고 태석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 움찔하는 태석. 다시 살수가 팔을 들어 찌른다. !

! 다시 팔을 드는 살수. 순간 손에서 툭 떨어지는 칼.

스르르 떨궈지는 팔.

바닥에 널브러진 살수.

옆구리를 부여잡고 숨을 몰아쉬는 태석.

힘겹게 몸을 끌며 일어서는 태석.

 

그때 쿨럭쿨럭 의식이 깨는 살수.

태석이 바닥에 놓인 꽁수의 옷가지에서 양말을 쥔다.

이내 바둑알을 쏟아붓는 태석.

비틀비틀 일어나려는 살수. 다가가는 태석.

붕붕붕~ ! 살수의 눈을 강타하는 뭉치.

 

살수 (비명) 으악!!

 

얼굴을 감싸고 쓰러지는 살수.

살수의 앞에 양말 뭉치를 거꾸로 하면 바닥으로 투루루루루루루~ 쏟아지는 바둑알.

 

태석 다 먹으면 살려준다.

 

굴하지 않고 바닥에 떨어져있는 칼을 힘겹게 잡는 살수.

비틀비틀 다가와 태석에게 칼을 찌르려는 순간,

! 저지하며 팔을 꺾어 살수의 심장으로 칼을 대는 태석.

서로의 완력이 조금씩 오가다가 이내 살수의 심장으로 서서히 들어가는 칼날.

 

살수 ......!!

 

이내 서서히 무릎을 꿇는 살수. 뜬 눈으로 바둑알 위에 푹 쓰러진다.

 

비틀비틀 걸어가는 태석. 이내 풀썩 쓰러지는 태석.

시선이 아른아른 희미해지는 태석.

폭풍이 쓸고 간 정적이 감돈다. 그때 들어오는 누군가의 모습. 허목수다.

여기저기 피가 흥건한 바닥 위로 뚜벅뚜벅 걷는 허목수.

배꼽의 얼굴 옆으로 지나가다가 배꼽의 목 진맥을 만져본다.

태석에게 다가오는 허목수.

천천히 눈이 감기는 태석의 시선.

암전.

 

전주식당 / D

 

F. I

 

겨울. 하늘에서 나풀나풀 내리는 하얀 눈.

이슬이 맺힌 겨울 창문. 창가에 홀로 앉아 있는 태석.

그때 빈 그릇을 머리에 이고 들어오는 주님의 딸, 영숙.

 

테이블에 마주 앉은 태석과 영숙.

창문 밖으로 서 있는 자동차. 먼지떨이로 차량을 쓱쓱 문지르고 있는 꽁수의 모습.

 

태석 아버님 모시고 있는 사람입니다.

영숙 어디 계신데요?

태석 한국에 들어올 일은 없을 겁니다. 이거 전해달랍니다.

 

실크보자기로 감싼 단아한 선물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태석.

 

영숙 이제는 원망하지 않는다고 전해주세요.

태석 지금쯤 알고 계실 겁니다.

 

정중히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태석.

 

다세대 주택가 골목 (조카 집) / D

 

한쪽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태석. 발 옆에 선물꾸러미와 홍삼 쇼핑백이 있다.

그때 골목에서 가방을 메고 걸어오는 조카. 손에 책을 쥐고 독서삼매경이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면 태석과 마주친다. 보던 책을 뒤로 감추는 조카.

 

태석 잘 지냈어?

조카 (고개를 끄덕이는)

태석 (선물꾸러미를 앞에 놓아주며) 할머니 드려.

 

그리고 주머니에서 통장 케이스를 꺼내 건네는 태석. 도장과 통장이 껴있다.

 

태석 이거 가지고 있어. 갈게.

 

조카의 어깨를 툭툭 치고 돌아서는 태석.

 

조카 또 올 거야?

 

조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태석.

 

조카 언제쯤?

 

말없이 돌아서는 태석. 태석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조카의 두 눈.

눈빛이 살아있다. CA, 조카가 들고 있는 책으로 내려가면...

고급 실전사활이라 쓰인 바둑 책. 뭔가 혼돈의 미래를 예견하는 듯...

 

고궁 담벼락 / D

 

담벼락에는 온갖 솜씨 좋은 나무 공예품이 쭉 진열 돼 있다.

땅땅땅~ 한쪽 작업 테이블에 서서 여전히 공예품(달마도)을 깎고 있는 허목수.

 

태석(소리) 일 하시기엔 추운 날 아닙니까?

 

앞에 서 있는 태석.

 

허목수 (이내 망치손을 들어 보이며) 손이 시렵진 않구만.

태석 액운을 물리치는 물건 있나요?

허목수 (다시 정을 땅땅 내리치며) 예전에 주님이 물었지.

우리 삶에 신의 한 수가 있겠냐고.

그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더군.

이제 알겠어. 그런 묘수는 없다는 거.

그냥 하루하루 묵묵히 사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지.

 

다 깎았는지 달마도를 들어 후~ 부는 허목수. 톱밥이 날린다.

 

관철동 탑골공원 담벼락 / D

 

예전 주님이 좌판을 깔고 있던 자리.

허리를 숙여 달마도 공예품을 담벼락에 세워주는 태석.

그때 바닥에 떨어진 뭔가를 줍는 태석. 주님이 쓰던 시각장애인용 특수 바둑알 하나.

바둑알을 들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때 빵빵~ 경적 소리와 함께 갓길에 멈추는 벤츠 세단.

앞자리에 올라타는 태석.

뒷좌석에는 진한 선글라스를 쓴 배꼽과 어느새 머리카락이 길게 자란 량량이 앉아 있다.

 

꽁수 (선글라스를 낀 채 한껏 멋을 낸) 어디로 모실깝쇼?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바라보는 태석.

덕분에 외로움을 잠시 잊었습니다.’라고 쓰인 귀수(鬼手)의 메모.

창문을 징~ 내리더니 메모를 버리려는 태석. 메모지를 검지와 중지에 끼고 잠시 멈춘다.

버려질 듯 말 듯 바람에 팔락이는 메모지.

결국 버리지 않고 손을 거두며,

 

태석 부산으로 가.

 

묵직한 BGM.

 

출발하는 승용차.

그 탐욕과 욕망의 도시가 멀어지며... 화면이 바둑판처럼 324개로 분할된다.

그 각각의 화면 위에 인생의 축소판처럼 세상사 각종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긴다.

 

암전.

 

의 한 수

사활편

 

엔딩 크레딧

 

END

 

의 한 수 신들의 전쟁’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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