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세상이야기

영화 타짜 시나리오

타짜

빠른 단어찾기 Ctrl+F 입니다.

첨부파일 입니다. 출처는 필름 메이커스 입니다.

타짜.hwp



1. 프롤로그. (오프닝 타이틀 씬)

 

-1. 허름한 화투창고. .

 

다방여자와 노닥거리고 있는 창고주인을 급하게 부르는 소리.

 

식구1 : 형님 나와 보십쇼.

창고 주인 : 왜 그러냐. 눈치들이 없어.

 

창고주인이 2층 계단 쪽으로 가는데, 2층에서 내려오는 식구들.

 

식구2 : 대가리 다 털렸습니다.

창고 주인 : 그 젊은 놈한테? 아이 꼭 내가 나서야 되냐~

 

창고 주인이 돈을 챙겨들고, 2층으로 올라간다.

잠시 후, 허둥대며 내려오는 창고 주인. 금고에 남은 돈을 챙겨 다시 2층으로 올라가다가,

 

창고 주인 : 홀쭉이한테 연락 좀 해라.

 

-2. 사우나에서 전화 받는 홀쭉이(50)

 

-3. 허름한 화투창고. .

 

마지막 돈을 잃은 창고주인. 얼굴은 보이지 않는 맞은편 사내가 돈을 챙기며 일어나려는데,

창고 식구 1.2가 칼을 뽑자, 사내가 가방에서 꺼내는 건, 날이 선 작두.

창고 식구 1.2가 주춤한다.

 

창고 주인 : 에이 잠깐만 기다려봐. 칼 내려놓고.

 

사내, 무시하고 일어나는데, 급하게 계단을 올라오는 홀쭉이. 넙죽 사내에게 절한다.

 

홀쭉이 : 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남자가, 담배에 불을 붙이자, 곱상한 얼굴이 보인다. 고니다!

-4. 홀쭉이 외제차 안.

 

기사 : .. 금연인데요.

홀쭉이 : 출발이나 해 임마! 콜록.. (창문을 열며)

 

-5. 밀실.

30대 여인. 정마담이 먼 곳을 바라보며, 누군가에게 말한다.

 

정마담 : (혼잣말하듯) 사람들이 왜 도박을 하냐구요? 글쎄요.. 대부분 스릴 때문에 한다고 하잖아요? 따느냐 잃느냐. 근데 정말 그럴까요? 어느 날 고니가 얘기해 주더라고요. 사람들이 도박을 왜 하는지.

 

-6. 홀쭉이 외제차 안.

 

고니가 두장의 패를 홀쭉이 손아귀에 쥐어주며

 

고니 : 첫패가 뭐예요?

홀쭉이 : 1.

고니 : 뒷패가 바로 사장님 운명이다 이 말씀이에요. 봐요.

홀쭉이 : 사꾸라.

고니 : 1+3 네끗. 사장님 운명이 네끗이구만. 그런데.. 내가 운명을 바꿉니다.

 

고니가 홀쭉이 패를 쥐고 다시 쪼인다. 1다음에 1이 뜬다.

 

고니 : 1! 나는 딴 돈에 반만 가져가요.

홀쭉이 : 반요?

고니 : 너무 싸죠?

홀쭉이 : 아닙니다. 헤헤..

 

차에서 내리면, 모텔촌.

 

홀쭉이 : 요쪽 모텔들이 제거고 요쪽 후진 모텔들 가진 놈이 아주 질이 안 좋은 놈이에요. 오늘 한번 부탁드립니다. 아 참.. 제가 듣기에 꾼들은 판 벌이기전에 이거 (엄지를 손가락에 끼며) 한번 해야 끗발 붙는다던데... 준비할까요?

고니 : 됐어요.

홀쭉이 : ~ 애인이 있으신가?

 

-7. 밀실.

 

꽃처럼 웃는 정마담.

 

정마담 : 고니를 아냐구요? 내가 본 타짜 중에 최고예요.

 

-8. 뚱뚱이 사우나.

 

문을 열면, 빈 사우나실. 웃통을 벗은 뚱뚱이가 기다리고 있다.

 

뚱뚱이 : 야 김사장 왜 이렇게 늦었어? 돈 구해오느라 늦었냐?

홀쭉이 : 야 이놈아 한강물이 마르면 말랐지 내 돈이 마르냐?

뚱뚱이 : 하이구야 끽해야 여관 몇 개 가진 놈이..

홀쭉이 : 오늘은 우리 조카도 칠거야.

뚱뚱이 : 어 나도 오늘 우리 조카 데려왔는데. 조카!

 

한증탕에서 나오는 고광렬.

 

고광렬 : 어 좋다. 빨리들 벗고 앉읍시다. 빨리 빨리.

 

(경과)

 

다들, 자기 방식대로 벗고 화투친다.

 

고광렬 : 빨리.. 자 돈들 꺼내시고.. 1억씩이죠.. 패 돌아갑니다. 개평 없고 속이기 없고 상한선 없고. 아싸 첫 패 좋고.. 뒷장아 붙어라 붙어라~ 붙었다!

고니 : 5.

고광렬 : 첫판부터? 삼촌 오늘 저 말리지 마세요. 5천 받아.

고니 : 합이 1.

고광렬 : 아니 아니 말리지마세요. 1억 받아.

 

고니, 고광렬, 서로 눈빛으로 싸운다. 고광렬이 패를 까면, 다섯끗.

 

뚱뚱이 : (이게 뭐야?) 다섯끗밖에 안돼?

고니 : .. ... (패를 접는다)

 

(경과)

 

뚱뚱이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홀쭉이와 고니가 함께 사우나를 나오는데,

 

홀쭉이 : 오늘은 운이 안좋으셔서.

고니 : 간만 본건데.. 저 인간.. (뒤돌아 야리며) 타짭니다.

 

(한편,)

고광렬 : (탕속을 휘저으며) 크크크 타짜를 데리고 와도 나한텐 안돼. 내일은 화투패 하나 만들어오세요.

뚱뚱이 : 어떻게?

고광렬 : (화투패를 하나씩 던지며) 이렇게 1.3.5.7.9 순서로.

뚱뚱이 : 1.3.5.7.9..

고광렬 : 내일 막판에 저놈이 5땡을 잡고 내가 7땡을 잡을 겁니다. 내가 신호주면, 슬쩍 술을 흘리시고, 그때 준비해둔 탄으로 싹~ 바꿔서 수채구멍에 숨기면..

 

-9. 홀쭉이 사우나. 다음날.

 

위 고광렬 말에 맞춰, 신호가고, 술 흘리고, 화투 바꾸고, 수채구멍에 숨기는 고광렬.

 

고니 : 1억 밀어넣고.

고광렬 : 막판 하지 뭐. 올인.

고니 : 올인 콜.

고광렬 : 7!

고니 : 9!

뚱뚱이 : .

 

웃는 홀쭉이. 골프가방에 돈을 넣고, 뚱뚱이는 담배만 뻑뻑 태운다.

 

고니 : 운좋은 과부 앉아도 오강꼭지고 넘어져도 가지밭이라더니 운 좋네. 막판에 9가 뜨고.

뚱뚱이 : 내일 한판 더 해.

홀쭉이 : 모텔 또 하나 팔라구?

고니 : ~ 약속을 지키자니 돈이 울고, 돈을 지키자니 약속이 울고. ~ 담에 봅시다.

홀쭉이가 나가자, 원망스런 눈빛으로 고광렬을 쳐다보는 뚱뚱이.

 

뚱뚱이 : 5땡으로 만들어준대매 어떻게 그런 실수를?

고광렬 : (벌떡) 1.3.5.7.9로 느래니까 병신같이 그걸 똑바로 못하고 59를 바꿔놔?

뚱뚱이 : (내 실순가?) 1.3.9.7.5.? ~

고광렬 : 에이. 재수없게.

 

-10. 터미널. 저녁.

 

고니가 터미널로 들어오는데, 고광렬이 의자에 앉아있다.

떨어져 옆에 앉는 고니를 째려보는 고광렬.

 

고광렬 : 꽃 좀 칩디다.

고니 : 우리집 화단에 꽃이 없어서 마음속에 꽃 한 송이 넣어 다니지요.

고광렬 : (다가와 앉으며) 어떻게 넌 항상 늦냐?

고니 : 좁아. 절로 가.

고광렬 : 거기서 약속이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 며칠 더 해야지.

고니 : 약속도 있고. 홀쭉이 차 모는 기사애가 눈치 깐 것 같더라고.

고광렬 : 그걸 어떻게 알아?

 

고니가 턱을 쳐들어 앞을 보면, 홀쭉이 기사가 건달 한명을 데리고 고니쪽으로 걸어온다.

 

기사 : 요것들이 남에 동네 와서 장난질이야. 피 볼래? 돈 놓고 갈래?

고광렬 : 나 먼저 탈게. 고니야! (손 내밀면)

고니 : (하이파이브하고) .

고광렬 : 빨리 끝내라. 자식들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데 거 참.

이런 일 많이 겪어본 듯, 고광렬 여유있게 돌아서고, 고니는 몸을 풀며 기사쪽으로 걸어가는데, 그 뒤쪽으로 네명의 건달들이 더 나타난다.

고니, 슬그머니 고광렬쪽으로 도망오며,

 

고광렬 : 벌써 끝났어?

고니 : 튀어요.

 

둘은 튀고, 쫒아오는 건달들.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는, 창문을 넘어간다.

건달들, 화장실 문 열고 들어오면, 둘은 없다.

버스 터미널을 빠져나가는 고니와 고광렬.

고니 : (놀리며)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고광렬 : 틀린 말은 아니잖아.

고니 : 그건 부자들이나 하는 얘기지. 크크

고광렬 : 크크크.. 근데 무슨 약속?

고니 : ... 사람 하나 죽여야 돼.

 

고니가 피식 웃자, 고광렬 놀랜다.

타이틀 뜬다. “타짜

 

 

2. 가구창고. 2년 전 남원. .

 

작업복을 벗으며 일과를 마친 직원들. 티비 앞에 모여든다. 무너진 성수대교 속보를 보며 걱정 반 조소 반 떠들어대는데, 주임이 월급봉투를 나눠준다. ‘소주나 한잔.. 좋지..’

 

직원1 : 고니야! 너도 가자.

고니 : 가서 드세요.

직원2 : 놔둬. 쟤 주머니에 한번 돈 들어가면 안 나오는 애야.

직원3 : 고니야! 사장님이 박카스 두박스만 사오란다.

고니 : .

 

직원들 빠져나가면, 열쇠로 락커를 열고, 보자기에 싼 돈통.

돈통 안에는 그동안의 월급봉투가 십여개 있고, 삼만원만 빼낸 월급봉투를 넣어두는 고니.

 

(경과)

 

불꺼진 창고 한 귀퉁이에 차려진 화투판.

박카스 두박스를 사오자, 어느 남자(박무석)가 지폐 몇 장을 쥐어준다.

 

남사장 : 퇴근해.

고니 : .

 

박카스 한병을 꺼내 마시면서 물끄러미 화투판을 바라보는 고니.

 

남사장 : 왜 너도 치게?

고니 : ~. 싱숭생숭해서 구경이나 하다 갈라구.

춘재 : 얌마 일끝나면 공부해서 대학이라도 가야지 젊은 놈이.

고니 : 에이 춘재형, 대학졸업해서 돈 벌던 시대는 갔어요.

춘재 : 돈 있으면 앉든가.

고니 : 껴도 돼요?

남사장 : 너 화투 칠줄 아냐?

고니 : 아따! 밑도 못딱음서 똥 싸러 왔을까봐?

 

고니가 팔을 걷어붙이고 판에 앉는다.

 

정마담 나래이션 : 섯다! 두장의 숫자를 합쳐 그 끗수로 겨루는 거잖아요.

소나무 1. 매화 2. 벚꽃 3. 등나무 4. 난초 5...

꽃을 가지고 하는 싸움. 화투죠. 그 안에 인생이 있고. 일장춘몽!

 

판돈을 모두 잃은 고니. 멍하니 판을 바라보고 있다.

 

남사장 : 다 잃었어? 얼마나 잃은거야?

고니 : 몰라요.

 

고니의 락커문이 열려있고, 그 안에 돈통도 비어있다.

자막 뜬다. “1. 낯선 자를 조심해라

 

남사장 : 미친년 널뛰듯이 막 질러대니까 그러지.

박무석 : 어이! (몇푼 찔러주며) 해장국이라도 한 그릇 사먹고 들어가.

돈 잃으면 속이 쓰린 법이지.

 

남사장과 박무석의 말들이 혼란스럽게 떠오르는데, 멍하니 가구창고 깊은 어둠속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는 고니.

 

정마담 나래이션 : 삼년동안 모은 돈을 잃었을때 고니는 문득 혼자라는 느낌이 들었대요. 하지만 어떡하겠어요? 모두 겪는 일인데.

 

 

3. 고니 집. 아침.

 

삼촌 : (밥 먹으며) 회사 안가냐?

고니 : (이불속에서) 몰라 짜증나. 그리고 가구창고도 회사냐?

삼촌 : 이 새끼 삼촌한테 반말하고. (밖에다) 누나! 누나!

어머니 : 젊은 놈이 가고 싶으면 가고, 안가고 싶으면 안가고. 때려쳐.

삼촌 : 때려쳐.

고니 : 아이~ 거 얼마 번다고..

 

고니, 이불을 박차고 나간다.

 

어머니 : 오늘 술 쳐먹지 말고 일찍 들어와. 누나 온다고 했으니까.

삼촌 : 현정이가 얼마나 갖고 올래나.

어머니 : 신경꺼.

 

고니. 달동네 골목을 빠져나간다.

 

 

4. 가구창고. 오후.

 

박스를 나르던 고니. 남사장이 지나가자,

 

고니 : 사장님! 좀 땄어요?

남사장 : 에이.

고니 : 합천에서 왔다는 양반은요?

남사장 : 박무석이? 걔도 어제만 천만원정도 잃었지. 오늘 판 커질거야.

고니 : 사장님도 붙을 거예요?

남사장 : 인생은 타이밍이야. 끗발만 붙어주면 하룻밤에 인생 바뀌는거지. 너는?

고니 : 먹고 죽을 돈도 없어요.

 

 

5. 고니 집. 저녁.

 

고니가 들어가자, 나갈 참인지 옷을 챙겨 입는 어머니. 삼촌. 누나.

 

누나 : 고니야! 많이 힘들지?

고니 : 어디 가?

삼촌 : 매형 산소.

어머니 : 너는 어디 가지 말고 집 좀 봐라. 집에 돈 있으니까.

고니 : 무슨 돈?

누나 : 누나 위자료다. 장사밑천! 고니야 갔다 와서 우리끼리 사업구상 좀 하자~

삼촌 : 사업구상 끝났다니까.

 

식구들 나가자마자, 가방을 열어보고, 물 들이키고, 자기 뺨을 철썩, 벽에 머리를 쿵-.

 

고니 : 안돼. 고니야 미친놈아 안돼. 아니지! (거울 보며) 이걸로.. 실수만 안하면..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기만 하면 된다. 침착..

 

 

6. 가구창고. .

 

소주 한잔을 털어 넣고 김치를 우물거리는 고니. 돈이 몇푼 없다.

 

정마담 나래이션 : 모란 6. 싸리나무 7. 공산명월 8. 국화 9. 단풍 10...

아무도 농담을 하지 않죠. 눈이 벌겋게 충혈되도록 꽃들만 보고.

화투판에서 사람 바보만드는 게 뭔지 알아요? 바로.. 희망!

고니가 천천히 뒷장을 쫀다. 실망.

 

박무석 : 그집은 뭘 먹고 왔길래 이렇게 끗발이 세?

춘재 : 마누라 빤스 입고 왔지요. 고니 너 다 꼴았냐?

고니 : 아이 씨벌. 끗발이 안 오른다. 끗발이... 돈이 적어서 그런가? 지금 몇시야?

 

 

7. 고니 집 근처 도로. 몽따쥬.

 

박무석 다찌의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가는 고니. 바람에 눈도 못뜬다.

방안.

살금살금 들어와 자는 누나의 귀에다 대고 누나야불러본다. 미동도 없다.

돈을 모두 들고 나오는 고니. 고니가 나간 후, 평화롭게 자고 있는 식구들.

오토바이 뒷좌석에 매달려 달리는 고니.

 

정마담 나래이션 : 그 때 고니는 결심했대요. 이 돈을 잃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8. 가구창고.

 

돈을 들고 들어가려는데, 이진섭이 나오다가 고니에게 속삭인다.

 

진섭 : 고니야! 8이 떨어지면 판 좀 키워라.

고니 : ?

진섭 : 니 본전은 내가 돌려준다.

 

진섭이 멀어지자, 고니는 영문을 모른다.

 

(경과)

 

담배를 피우던 진섭이 갑자기 ! 뜨거벌떡 일어서며 담뱃재를 털어낸다.

 

이진섭 : 염병하고 자빠졌네. 국 쏟고 가랑이 디버렸구만.

 

진섭이 살짝 고니를 보고, 고니는 자기에게 떨어진 패를 본다. 8땡이다. 긴장-.

 

남사장 : 에이 개패가 들어왔네.

 

남사장이 자기패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는데 10 한 장이 보인다.

 

고니 나래이션 : 10 한 장이 빠졌으니까 장땡은 없다.

 

박무석 : 패를 그렇게 까면 어떡합니까? 조용히 죽어야지.

남사장 : 실수한거지 뭐. 그걸 갖고.

춘재 : (패를 쪼이며) 꺼먼거.. 꺼먼거.. 옳지 옳지.. 백만원만 걸어봤어.

고니 나래이션 : 꺼먼거?.. 꺼먼거면.. 1하고 8인데 8은 내가 가졌으니까 춘재형은 1땡이다.

이진섭 : 이백만원 더.

고니 나래이션 : (진섭을 보며) 9땡인가? 나는 밑질 게 없다. 판만 키워주면 되니까.

고니 : 오백만원 더.

박무석 : 허허 큰 판이니까 죽을 수도 없고.. 나머지 다.

 

모두들 말없이 돈을 들이민다. 고니는 쌓인 돈을 보며 숨을 꼴깍 삼킨다.

 

박무석 : 내가 미쳤지. 이거 갖고 먹을 수 있겠소? 5!

이진섭 : 미안하게 됐습니다. 7땡입니다.

고니 : (열 올리며) 잠깐.. 잠깐 8!

춘재 : 니미 작년에 할머니 묏자리를 잘 썼나? 고맙습니다 할머니! 9!

 

고니. 춘재가 돈을 쓸어가는데 어안이 벙벙하다.

 

고니 : 9? 어떻게? 꺼먼거 꺼먼거 그랬잖아?

춘재 : 이 멍청한 새끼가. 여기 꺼먼 거 쪼금 있잖아. 봐봐. 꺼멓잖아? (9 두장을 보여주며)

 

춘재 돈을 책보에 챙기고, 고니 손을 벌벌 떨며 담배에 불을 붙이는데, 박무석이 갑자기 이진섭에게 주먹을 날린다. 이진섭 나가 떨어진다.

박무석 : 이 등신같은 새끼. 석장만 떼기로 해놓고 왜 넉장을 떼나?

이진섭 : 오해야 오해. 난 틀림없이.. 석장만 기리했어.

박무석 : (발길질) 누굴 호구로 아나?

이진섭 : 말로 합시다. ? 나도 돈 잃었잖아요.

박무석 : ! 저놈들하고 짰지? 아니긴 뭐가 아냐?

춘재 : 이제본게 이것들이 짰구만. (박무석에게) 이게 어디서 남의 동네에 와서 행패야?

 

박무석이 춘재에게 밀려 넘어진다. 동생 춘식이 말린다.

 

춘식 : ! 우린 끼어들지 맙시다. 돈 땄으면 됐잖아.

남사장 : 그래 일단 자네들은 먼저 가.

박무석 : 안돼. 저 놈 잡아. 사기꾼들 잡으라고..

 

박무석 다찌가 춘재를 막아서는데, 춘재가 비켜하고 밀자 나가떨어진다.

 

춘재 : 고니야! 너는 내일 우리집으로 와라. 너는 죄가 없은게 개평이라도 좀 줄란게.

 

고니 겨우 고개만 끄덕이고, 박무석은 다시 이진섭을 잡고 족친다.

 

박무석 : 이 돈이 어떤 돈인데.. 물어낼거야 안물어낼거야? 대답해 이자식아!

이진섭 : 살려주세요.. 내가 물어낼게요.

박무석 : 언제? 언제 줄거냐고?

 

고니가 갑자기 박무석 귓방망이를 깐다.

이때, 박무석 다찌가 내려친 몽둥이가 고니 정수리에 작렬! 꼬꾸라지는 고니.

오토바이 소리가 멀리 들리고 이진섭은 혼자 중얼거린다.

 

이진섭 : 하루종일 기리하는 연습만 했는데.. 네장을 떼다니 ..

고니 : 누나!

 

고니의 눈이 감기면서, 빈 돈주머니 앞에서 넋을 잃고 허공을 바라보는 누나. 화난 삼촌. 몽둥이 들고 달려오는 어머니. 도망가는 자신의 모습이 느리게 떠오른다.

 

고니 : 어떻게 하나~ 죽자!

 

 

 

9. 함바집.

 

정마담 나래이션 : 생각해보면 다 우연이에요. 고니가 26살 때죠. 생각해보면 다 우연이에요. 그날, 고니는 박무석을 만났고 고니누나는 남편한테서 받은 위자료를 가지고 왔고.. 무서운 우연. 그런데 그날 고니에게 더 무서운 세 번째 우연이 닥쳐요.

 

화면을 가로지르는 칼. 칼은 생선의 목을 친다.

함바집 아줌마 옆. 막걸리를 들이키는 노신사가 은근히 아줌마의 엉덩이를 주무른다.

 

아줌마 : 아이구 참.. 그놈의 손모가지 확 짤라버리든가 해야지.

노신사 : 그런 소리 마. 손이 무슨 죄가 있어?

아줌마 : 말씀도 잘하셔.

노신사 : 나이 오십에도 안처진거 보면 다른 데도 좀 기대가 되는데.

아줌마 : 나 오십 아니라니까.

 

아줌마. 말로만 반항하며 칼질은 멈추지 않는데, 문 열리며 고니 들어와 익숙하게 소주 한병을 꺼내 자리에 앉는다.

 

아줌마 : 찌게 줘?

고니 : 됐습니다.

 

고니, 쥐약을 꺼내 소주와 함께 들이키려는데, 아줌마 달려와 고니 뒤통수를 힘껏 친다.

- 하고 뱉어내는 고니.

 

아줌마 : 젊은 놈이! 돈때메 죽을라고 그래?

고니 : 놔요.

아줌마 : 그러게 화투는 왜 치고 지랄을 떨어? 니 애비 꼴 날라 그래? 소문 다 났어.

고니 : 딴데서 죽을테니까 좀 놔요. 쪽팔리게 진짜.

아줌마 : 평경장님! 여기 좀 어떻게 좀 해봐요. 죽겠데는데 지금.

 

아줌마, 고니 힘을 못이겨 주방쪽 노신사를 보면, 노신사가 힐끗 고니쪽을 본다.

 

평경장 : ~ 놔두고 이리와! 안그래도 대한민국은 인구가 너무 많아.

아줌마 : 말려야죠, 그래도.

평경장 : 하나만 물어보자. 왜 돈을 잃었다고 생각해?

고니 : 왜 잃었겠어요. 평생 운하고는 남이니까 그렇죠.

평경장 : 아직도 꿈속을 헤매고 있구만.. 꼭 이 몸이 나서줘야 돼나?

~ 나 바쁜 사람인데..

 

(경과)

 

평경장 : 원래 석장을 떼기로 했는데 넉장을 떼었다?

고니 : 본인이 인정했습니다.

평경장 : 딱 까놓고 얘기하자면 걔는 실수를 안했어. 걔가 만약 실수를 했다면 박무석이? 합천에서 왔다는 그 놈이 자기 패를 딱 보고 아~ 이거 일이 꼬였구나 했을거 아닌가? 그런데도 가진 돈을 몽땅 걸어?

고니 : 박무석이도 돈을 잃었잖아요?

평경장 : 얘 머리 되게 안좋네. 돈딴놈이 춘재라고? 걔한테 밀어주는거지.

지금쯤 어디서 자기 배당 나누면서 이빨들 보이고 있겠구만. 아이 부럽네 이 자식들. 너 내말 안믿기지? .. 박무석이한테 동행이 있다고 했지? 몽둥이로 자네 머리통을 갈긴 놈! 걘 보디가드야.

고니 : 보디가드요?

평경장 : 사람 머리통을 후려갈기는게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너. 근데 춘재가 미니까 발라당 나가떨어져? 이상하지 않냐? ! 니네 사장이 죽을 때 단풍이 한 장 까졌다고 그랬나? 걔도 한패구만.

 

평경장의 말에 맞춰 인서트 나온다.

5땡을 잡은 박무석. 돈을 건다 / 박무석과 돈을 나누는 춘재 / 춘재가 미니까 넘어지는 박무석 다찌 / 남사장 일부러 패를 던지면서 단풍이 까인다.

 

고니 : 그냥 추측한거죠?

평경장 : 내가 임마 앉아서 천리, 서서 구만리야.

 

벌떡 일어선 고니. 함바집 구석 작두날을 들고 뛰어나간다.

 

평경장 : 어이 마담! 나 머리 좋지않어?

서서히 매화꽃이 화면에 나타나더니 화투패 2월로 변한다.

자막 뜬다 “2. 사는 게 예술이다

 

 

10. 곽철용 도박장 가는 길.

 

산길로 난 외길을 오르는 봉고차. 봉고차 안에는 여러 군상들이 돈가방을 들고 앉아있다.

그중에는 고니와 고광렬도 끼어있다.

 

고니 : 내가 인생에 파도가 좀 많아요.

고광렬 : 얌마. 누군 파도 없냐? 그래서 합천 박무석이는 찾았어?

고니 : 찾았지.

고광렬 : 어디서?

고니 : 저 위에.

 

욕지거리들. 무전소리 o.k가 떨어지자 외길을 막고 있는 차들이 봉고차 길을 열어주고는, 다시 막는다. 그렇게 서너차례 관문을 뚫고 산 정상으로 올라가면, 거대한 비닐하우스가 있다.

 

11. 곽철용 도박장.

 

200여명의 사람들이 두줄로 앉아서 전방을 주시한다. 딜러 박무석이 세장의 패를 각각 깔고 자기 패를 앞에 놓으면 사람들은 깔린 세장의 패 앞에 각자 돈을 놓는다.

전면 모니터에 패가 영사되고, 박무석이 패를 내려칠 때마다 한숨과 환호성이 섞여 나오고, 패가 결정나면,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건달들이 돈가방을 들고 재빠르게 가운데 담요를 가로지르며, 진쪽 돈을 주워담고, 이긴쪽 돈은 지불한다.

 

돈을 지불하던 덩치가 고니 앞에 멈춘다. 돈이 한무데기다. - 하며 돈을 세는 덩치.

박무석 뒤쪽으로 이 비닐하우스 주인인 곽철용이 인상을 찌푸린다.

 

곽철용 : 저새끼! 얼마야?

용해 : 1억쯤 되보이는데요.

곽철용 : 되보이는데요? 가서 확인해.

 

고니가 돈을 그대로 다시 걸자, 고광렬이 두손으로 막는데, 힘에서 밀린다.

고광렬 : .. .. 너 미쳤니? 수학적으로 계산을 해야지 성질로 밀어붙이고.

(돌아보며) 이 돈 다시 뺄게요. 실수로 논거라. 안돼요? (고니에게) 미치겠다.

재수 없으면 송사리한테도 좆을 물리는 게 이 바닥인데..

 

고광렬의 말도 듣지 않고 판만 보고 있는 고니. ~ 하고 소리 지른다.

박무석은 어디서 봤던가갸우뚱거리고, 고광렬 주위를 둘러보다 갑자기 숨이 멎듯 놀란다.

 

고광렬 : 그만 가자.

고니 : ~ 죽인다. 완전 돈 놓고 돈 먹기네.

고광렬 : 여기 판대기 오야지가 누군줄 알아? 곽철용이야. 곽철용 몰라?

 

고니가 돌아보면, 모니터를 지켜보며, 근엄하게 앉아있는 곽철용.

 

(경과)

 

돈을 짊어지고 나가는 고니와 고광렬을 부르는 용해.

 

용해 : 어이~ 우리 회장님이 얼굴 좀 보자는데.

고니 : 뭘 잘생긴 얼굴이라고 봐?

곽철용 : 젊은 친구! 돈이란 게 말야 독기가 세거든.

고니 : 2억도 안되는 이정도 푼돈에 무슨 독기가 있겠습니까?

곽철용 : 어이. 무석아! 정식으로 한판 해줘야지.

고광렬 : 오늘은 시간도 없고 원체 담이 작아서 이렇게 큰 판은..

곽철용 : 얘들아! 이 분이 담이 작으시댄다. 뒤에 가서 담 좀 키워드려라.

고광렬 : (애들이 움직이자) 아냐 나.. 담 커.

 

곽철용과 이야기하며 담배를 꺼내는 고니. 입에 물려고 하면, 용해가 담배를 뺏는다.

다시 물면 다시 뺏고, 고니 세 번째 담배를 꺼내고 용해를 노려보면서 입에 문다.

 

박무석 : 우리 어디서.. 봤던가?

고니 : 때린 놈은 잊어버려도 맞은 놈은 못 잊어버리지.

박무석 : 혹시... 울릉도?

고니 : 지랄하네.

 

비닐하우스 한켠, 화장실 겸 세면대.

오줌누는 고광렬. 세면대 앞 고니는 무표정하게 빗질하고 있다.

 

고광렬 : 얌마. 죽을려면 대통령 불알을 못잡냐? 곽철용 쟤는 아주 유명한 유명한 십새끼야.

고니 : (난 몰라) ....

고광렬 : (놀라며) !

고니 : ?

고광렬 : 오줌이.. 오줌이 손에 닿네. 이거 재수발 날아간 거잖아. 하지말자.

고니 : 내가 할테니까 형은 뒤에서 보디가드처럼 서있어만 줘요. 무게 딱 잡고.

고광렬 : 여기서 기술 부리다 걸리면 죽어! 너 돌아서면 바로 절교야.

(돌아서는 고니에게) 어라? 임마 너 문 열면 절교다.

 

고니가 도박장으로 들어가자, 고광렬, ‘내 팔자야하며 따라 들어간다

 

고광렬 : (복화술 수준으로) 내 말 명심해서 들어. 내가 코를 만지면 죽고, 입술을 만지면 배팅하고. 알았어?

고니 : 쫄지마. 인생 예술처럼 삽시다.

고광렬 : 인생은 비굴한거야 원래. 살아서 나가자.

고니 : 웃어요 웃어.

 

고광렬이 애써 웃는데, 긴장을 숨길 순 없다.

텅 빈 도박장에 판을 벌이고 앉은 고니와 박무석. 용해.

고광렬은 가슴에 숨을 한껏 들이키고, 폼잡고 서있지만, 곽철용 패거리들이 서있는 걸 보고는 기가 팍 죽는데, 곽철용쪽 덩치 허리춤에서 삐져나온 칼을 보고는 아예 기절 직전이다.

 

고니 : (덩치들 신경안쓴다는 듯) 야 병풍들! 멍청하게 서있지 말고 맥주나 좀 갖고 와.

 

고니에게 지목당한 덩치. 가져다줘야 될지 말지 쭈뼛거리다가, 느린 걸음으로 맥주를 챙긴다. 고니는 패가 안풀린다는 듯 머리를 갸우뚱거리고, 박무석은 흥얼거리며, 와이셔츠 주머니에서 담배를 빼서 핀다.

고니가 화투짝을 받아들더니 손가락으로 넌지시 비벼본다. 눈에 보일 듯 말 듯한 표시들..

 

고니 나래이션 : 표시목! 내 패를 알고 친다? 그리고 줄담배?

 

박무석 : 회장님! 제가 다섯판 연속 먹었습니까? 여섯판입니까?

곽철용 : 육연승!

박무석 : 이제 칠연승입니다.

 

고니 손! 화투패 1을 감췄다가, 갑자기 패를 돌리는 박무석의 손을 움켜쥔다.

 

고니 : 잠깐만! 왜 자꾸 주머니로 손이 가?

박무석 : 이거 왜그래?

 

고니가 박무석 와이셔츠 주머니에 손을 쑥- 넣더니, 화투짝 하나를 꺼낸다. 1이다.

 

고니 : 이게 뭐야? 이거 보래니까.

고광렬 : 삥이네. 어쩐지 삥이 안뜨더라.

고니 : 속이면 어떻게 된다고 했죠? 빨리 칼 가져와. 손가락 자르게.

박무석 : 믿지 마! 이놈 말 믿지 마! (곽철용에게) 저 화투 감춘적 없어요.

 

곽철용, 인상을 쓰는데, 고니가 박무석의 따귀를 때린다. 코피를 쏟는 박무석.

 

고니 : 주머니속에서 화투가 나왔는데 무슨 헛소리야. 내가 이 양반 주머니에서 화투짝 꺼내는 거 봤습니까 못 봤습니까?

곽철용 : ... 내 얼굴 봐서 한번만 없던 일로 하자.

고니 : 에이 분위기 잡치게.. (맥주 가져오자) 뭐가 이렇게 미지근해?

고니 나래이션 : 주눅이 들지. 끝났어. 이제.

 

박무석이 패를 나눠주는데, 박무석은 7. 고니가 패를 얼른 보고 (6) 덮는다.

 

용해 : 이천 더.

박무석 : 이천 받고 이천 더.

고니 : 받고 일억 더.

박무석 : 다 담급시다.

 

고광렬, 고니보고 죽으라고 신호를 보내는데, 고니가 돈을 챙기고 있자 코가 닳을 지경이다.

 

고니 : 좋지.

박무석 : 걸리셨네. 7.

고광렬 : ~ 저렇게 높은 패가?

고니 : 8!

박무석 : ? ....

고니 : 어이! (몇푼 챙겨주며) 해장국이라도 한 그릇 드셔야지. 돈잃으면 속이 쓰린법이래매.

박무석 : 혹시? (생각났다) 가구창고?

 

용해가 워키토키를 들고 곽철용에게 뛰어온다.

 

용해 : 회장님! 밑에서 모자들이 올라온답니다.

곽철용 : 사람들 내보내! 젊은 친구. 보름후에 한번 더 봐. 내가 태어나길 좆같이 태어난 놈이라 지고는 못살거든.

고니 : ~ 바쁜데... 보들레르가 그랬대요. 인간의 매력은 도박에 있다고. 보름후에 봅시다.

 

인서트 - 도박판 올라오는 길.

경찰 봉고차 두 대가 올라오는 외길을 도박판 차가 쑥- 밀고 들어와 막는다.

차에서 내려 키를 허공에 던져버리는 곽철용파 건달들. 경찰들이 봉고에서 내려

뛰어올라간다.

 

용해가 판을 멈추게 하더니, 마이크를 잡는다.

 

용해 : 죄송합니다. 오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여기서 이만 인사드리겠습니다.

아쉬우시더라도 보름후에 다시 개장하니까 그때 뵙구요.. 돈 따신 분들은 인생을 즐기시고 잃은 분들은 와신상담! 복수의 칼날을 가십쇼. 시간 많아요. 천천히~ 15분 안에만 나가면 되니깐.. 다같이! ......

 

한쪽 출구로 빠지는 도박꾼들. 용해의 천천히에 맞춰 천천히를 외치며 밖으로 나간다.

사람들 속에 같이 섞여 나가는 고니와 고광렬.

 

고광렬 : 아휴~ 우리 엄마.. 우리 엄마가 이걸 봤어야 되는데.

 

 

12. 화란 술집.

 

고광렬 : 오늘 밤 한잔 하고 그냥 하이방이다.

고니 : 조금만 더 따봅시다. 거기 물반 고기반이든데.

고광렬 : 곽철용이 돈은 소화가 잘 안돼. 너무 많이 먹으면 (목에 칼긋는 시늉) 이렇게 돼.

 

여종업원(세란)이 메뉴판을 내밀자, 고광렬이 만원짜리를 테이블에 쫙 깔고는,

 

고광렬 : 아무거나. 비싼걸로.

세란 : 보드카 드시겠어요?

고광렬 : 얼만데?

세란 : 20만원인데요.

고광렬 : 그런거 말고 있잖아. 비싸고 양적은 거.

 

새란, 부리나케 주방으로 들어가면, 세란 머리를 깎아주고 있었는지, 가위를 들고, 미용책을 보고 있는 화란.

 

세란 : 야 화란아! 보드카보다 비싼걸로 달래. 테이블에 돈을 쫙 깔드래니까.

화란 : 진짜? (밖을 보더니) 에이 언니! 돈 없어 보이는데. 앉아봐 마저 깎게.

세란 : (발렌타인 꺼내며) 12시다! 셔터 내려야겠다.

화란 : (세란 말리며) 참 장사 못해. 그니까 빚만 지지. 조니워커 블루 줘봐.

 

치마 아랫단 단추를 두어개 풀고는, 다리를 뽐내며, 홀로 걸어 나가는 화란,

 

화란 : 조니워커 블루가 있는데 좀 비싸서.

고광렬 : 놓고 가. (고니에게) 할라면 너 혼자 해. 난 안해. 왜냐? 나는 중요한 인물이거든...

 

고니와 고광렬이 동시에 셔터를 내리고, 간판불을 끄는 화란을 바라본다.

 

고니 : 엄청 러브러브다.

고광렬 : 쟤 웃는 거 봤냐?

고니 : 그럼. 날보고 딱 웃던데.

고광렬 : 세상 여자가 다 널보고 웃냐? 쟤는 딱 내 삘이야. 나 막 심장 뛴다.

고니 : 누군 삘없고 심장 없나.

고광렬 : (화란 지나가자) 저기.. 이름이?

화란 : 화란이에요.

고광렬 : 북한산이나 한번 갈까? 쉬는 날.

화란 : (귀여운 웃음) 150만원입니다. 여기 계산서.

 

화란, 도도하게 걸어, 주방으로 온다.

 

화란 : 봤지? 바로 데이트 신청 날아오잖아.

세란 : 거절했어?

화란 : . ~ 겨울이 가나봐. 너무 슬퍼서 확 죽어버리고 싶다.

 

홀에선, 고광렬이 아쉬운지 주방을 흘깃거리며,

 

고광렬 : 박무석이한테 복수한거야. ? 이걸로 곽철용한테 끅~

고니 : 내가 박무석을 노린 것 같애?

고광렬 : 그럼 누구? 곽철용?

고니 : 아니. 곽철용 뒤에 있는 놈.

고광렬 : (놀라며) ?... ?

 

고니, 대답대신 위스키만 마신다.

 

 

13. 평경장 집 앞. 어둑한 저녁.

 

쾅쾅- 고니가 문 두드리면, 문 열리고 평경장이 고개를 내민다.

 

평경장 : 이런! 우리집 알려주지 말래니까.

고니 : (무릎 꿇더니) 절 제자로 받아주십쇼.

 

평경장이 손을 내민다. 고니는 돈을 달라는 줄 알고

 

고니 : 수업료요?

평경장 : 손 줘봐.

 

라이터를 켜서 고니 손금 보는 평경장.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라이타 불빛이 흔들린다.

 

평경장 : 안돼. 너는 화투 배우지 마... 길에서 객사할 팔자구만. .

 

문을 닫고 들어가는 평경장.

 

 

14. 평경장 집 앞. 아침.

 

대문 앞에 쭈그려 자고 있던 고니. 문 열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평경장이 자전거를 끌고 나오고 있다. 일어나 따라가는 고니.

 

평경장 : 이놈아! 대한민국에서 돈 벌라면 무조건 땅을 사야지. 강남에 아파트를 사던가.

고니 : 선생님! 저요 누나 돈 갚을 때까지 두다리 뻗고 못잡니다.

평경장 : 그렇게 인생 조지고 싶으면은 차라리 마약을 해라. 화투는 .. 슬픈 드라마지. ~

고니 : 더 이상 조질 인생도 없습니다.

평경장 : 아예 모르는 게 약이다.

고니 : 아는 게 힘이잖아요.

평경장 : 귀찮게.. 너 나 원망안할 자신 있냐?

고니 : .

평경장 : 아냐. 넌 분명히 날 원망할거야. 캐릭터가 그래보여.

고니 : 원망안합니다.

평경장 : ! 니가 생각해도 마음 좀 약하지?

고니 : 아뇨. 독한놈입니다 저.

 

평경장. 길 한쪽에서 건달 한명이 여자를 끼고 걸어가는 걸 본다.

 

평경장 : 너 저 남자한테 그냥 죽도록 맞아볼래?

고니 : .. 이유가 뭡니까?

평경장 : 넌 이유가 있어서 돈 잃고 매 맞았냐 임마?

 

비장한 각오. 고니가 건달에게 걸어간다.

 

고니 : 어이 형씨

건달 : ?

고니 : 형씨 쌈 잘해?

건달 : 너 뭐야? 너 차사장이 보냈냐?

고니 : 몰라. 쌈 잘 하냐고?

 

건달. 어이없어 하다가, 고니 공격에 반사적으로 주먹이 나간다. 권투깨나 한 실력이다.

맞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고니. 웃는다.

평경장은 신경쓰지 않고 맞은편 과일가게에서 과일을 고른다.

 

과일가게 아줌마 : 아이고 저를 어째? .. 경찰 불러 경찰.

평경장 : 신고정신이 너무 투철하면 이승복처럼 아가리가 찢어져요. 과일이나 팔아요.

 

신나게 얻어터진 고니. 과일가게 평상에 드러눕는다.

 

고니 : 이제 제자가 되는 겁니까?

평경장 : 허허 너 사람 죽일 수 있냐?

고니 : ?

평경장 : 죽도록 맞았으니까 죽도록 패줘야지.

고니 : 싸움은 돈이 안되잖아요.

평경장 : 타짜의 첫 번째 원칙. 잔인해져라!

 

 

15. 고니의 수행. 몽따쥬.

 

-1. 평경장집 근처 골목길. 저녁.

 

뒤에서 건달을 부르는 고니.

 

고니 : 어이 형씨! 그때 보니까 쌈 잘하대. 권투 좀 배웠나봐?

건달 : 너 또 뭐냐?

고니 : 2라운드 뛰어야지.

 

건달이 피식 웃으며 고니 얼굴을 밀더니, 고니에게 무차별 난타를 퍼붓는다. 붙잡고 늘어지며 간혹 한두방 날리는 고니.

 

-2. 평경장 집. 고니 방. 아침.

 

평경장이 문을 열면, 끙끙거리며 자고 있는 고니. 자면서도 손에 쥐고 있는 화투짝들.

평경장이 돌아서려는데, - 잡는 고니 손.

 

고니 : 화투 알려주실거죠?

 

-3. 평경장 집. 평경장방.

 

고니 상처에 약 발라주는 평경장.

 

평경장 : (놀리며) 의지는 보인다만.. 너무 많이 맞은 거 같다.

고니 : 맞으라면서요.

평경장 : 그렇게 배우고 싶냐?

고니 : .

평경장 : 화투는 말이다. 이렇게 딱 집으면 몇 장인지 알아야 돼. 8. 봐봐.

고니 : 9장인데요.

평경장 : 어허.. 그럴리가. 그건 됐고. 화투 한번 쥐어봐봐. (고니가 쥐자) 초보자가 그렇게 쥔다. 우리는 이렇게 쥐지.

 

고니는 검지로 화투목을 받치고, 평경장은 검지가 중지와 붙는다.

 

평경장 : 떨어지면 안돼. 손가락이. 실로 묶어놓고 연습하고. 자 그래서 칠 때 요 감각으로.

 

접다가 실수, 우수수 떨어지는 패들. 평경장 멈칫, 고니는 석연찮은 눈으로 바라본다.

 

평경장 : 에이 아침부터. 밥해라.

고니 : -.

평경장 : (고니 나가자) 3년 쉬었다고 이거이거 내가 늙었나.

 

손가락을 혀로 핥아보며, 감각을 느껴보다가 패를 떼어보는 평경장.

 

 

-4. 평경장 집. 툇마루.

 

평경장이 젓가락으로 고니 젓가락을 잡아 돌리면, 손바닥에 쥐고 있는 화투짝이 보인다.

 

평경장 : 다 보인다. 손바닥에 붙는 건 기본이야.

고니 : (전화벨이 울리자) 전화.

평경장 : 놔둬.

고니 : 선생님은 대한민국에서 랭킹 몇위쯤 됩니까?

평경장 : 당연히 내가 일등이지 임마.

고니 : 에이~

평경장 : 어라~ 웃네 이 새끼. 의심? 화투하면 대한민국에 딱 세명이야. 경상도에 짝귀. 전라도에 아귀. 그리고 전국적으로는 나! 예전에 짝귀랑 아귀가 한판 붙었는데, 아귀가 짝귀 귀를 짤라 버렸지. 그래서 짝귀야.

고니 : 그럼 선생님은 아귀랑 붙어봤습니까?

평경장 : 너 잘 물어봤다. 아귀의 평생소원이 뭘까? 조국의 통일일까? 아니야. 내 팔모가지야. (팔을 내밀며) 봐라. 짤렸니? 으응? 아귀는 아직도 날 찾아다닌다. (흥분하며) 이쯤해서 너 그걸 알아야 되는데 나는 누구냐? 화투를 거의 아트의 경지로 끌어올려서 내가 화투고 화투가 나인 물아일체의 경지. 혼이 담긴 구라. 으응? !

고니 : 그런 분이 왜 이런 집에 삽니까?

평경장 : 어째 내가 땅만 사면 거기만 값이 떨어지냐.

고니 : 화투는 언제 알려주실 겁니까?

평경장 : 그 새끼 죽이고 와.

 

-5. 평경장 집. 고니방. .

 

화투를 연습하던 고니. 화투패를 흘리면, 허물 벗겨진 손에 고통이 느껴진다.

마당에 나와 대야 속에 손을 담그는 고니. 평경장 방에 불이 켜져 있고, 들여다보면, 쪼그리고 앉아서 화투패를 접어보고 있는 평경장.

씩 웃고, 제법 맵시나는 권투 자세를 잡아보는 고니. 뛰며 발차기하면,

 

-6. 평경장집 근처 골목길. .

 

골목을 걷는 건달. 모퉁이에서 괜히 두리번거리는데, 갑자기 담 위에서 뛰어내린 고니가

건달에게 주먹을 날리자, 건달 당황하며 수세에 몰리다가, 고니에게 펀치를 날리긴하는데.

 

건달 : 도대체 왜 그러냐?

고니 : 6라운드 뛰자. 나도 힘들다.

 

고니가 제법 폼을 잡고, 건달에게 다가가자 건달이 먼저 고니에게 주먹을 날린다.

고니가 주먹 몇 방을 피하더니 날렵한 펀치를 날린다. 세방의 연타가 들어가고, 무릎 꿇은 건달을 들어 올려 연속주먹을 날리는 고니. 기절하는 건달.

 

-7. 병원.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건달에게 돈을 주는 평경장.

 

평경장 : 잘했다. 적당히 누워 있다가 퇴원해라.

건달 : 그게 아니구.. 죽겠어요.

평경장 : 이 새끼 나한테 구라를 칠라 그러네.

건달 : 적당히 져줄라 그랬는데.. 그 새끼 진짜.. 쎄요.

평경장 : 그래?

 

 

16. 평경장집. 몽따쥬.

 

-1. 마당. 흐르는 물에 상처난 주먹을 씻는 고니.

 

평경장 : 섯다는 몇장 가지고 하지?

고니 : 20장요.

평경장 : 그래서 이 세계가 스무장이다. 들어와라.

 

-2. 평경장방.

 

고니는 평경장에게 패를 돌리며 설명한다.

 

고니 : 화투를 섞어 슬쩍 뽑은 다음, 치면서, 뽑은 패를 밑으로 넣고.. 기리를 하고

평경장 : 혼자 섞고 혼자 기리하고, 너 혼자 다 해쳐먹는구나

고니 : 그래가지고 패를 돌리다가, 내가 오늘 엮기로 작정한 선생님의 패는 밑에서 빼줍니다. 이러면 선생님의 패는 9하고 10이 들어가서 아홉끗이고 제꺼는 8이 두장 들어가서 8땡입니다.

 

고니가 자신의 패를 까보면 역시 8땡이다. 평경장이 한 장을 까보니 10이다. 나머지 한 장을 든 평경장. 고니를 바라본다.

 

평경장 : 그러니까 니 말은 이게 9란 말이지? 어디 한번 뒤집어볼까?

 

평경장이 패를 뒤집자 9가 아니라 10이 나온다.

 

평경장 : 장땡이네!

고니 : 그 손?

평경장 : (손을 보여주며) 손이 왜?

고니 : 어떻게 하신 겁니까?

평경장 : 타짜의 두 번째 원칙! 손은 눈보다 빠르다!

 

평경장. 손을 줬다 폈다 할 때마다 손등에 붙은 화투짝들이 서로 바뀌며 나타난다.

화투짝을 버리면 대여섯장의 화투들이 손아귀에서 떨어진다.

 

평경장 : 무슨 패를 잡고 싶냐? 골라봐.

고니 : 1땡요.

평경장 : 1이 여기하고 여기 있지?

 

평경장. 아무렇게나 깔려있는 화투짝들로 손이 가더니, 1을 가까이로 모으고는, 접더니, 두장을 때리면 1땡이다.

손안에서 노는 화투짝들. 세 뭉탱이로 나눠지며 자리바꿈을 한다.

 

평경장 : 피아노 치는거야. 요 손가락으로. 화투는 여기. 카드는 여기. 접으면서 알지. 여덟장 치고 여덟장 치고 네장 치고. 그럼 다시 1. 니가 쳐도 찾아내지.

 

고니가 화투패를 쳐서 놓으면,

 

평경장 : 1을 뽑아볼까?

 

평경장, 화투를 툭 치면 위쪽 반 뭉탱이만 돌아간다. 까면 1. 다시 접어서, 툭 치면 반 뭉탱이 돌아가고, 까면 1.

 

고니 : 어떻게?

평경장 : 접으면서 손톱으로 눌러놨지. 살짝. (흥분하며) 0.00001밀리. 초정밀 손의 감각. 으응? ! (침착해지려 애쓰며) 이제 왔어. 감각이 왔어.

 

평경장 화투짝을 뿌린다.

 

-3. 툇마루.

 

손가락으로 감각을 느끼며 패를 접어보는 고니.

전화벨이 울리는데, 평경장은 수화기를 들었다 놀 뿐.

 

평경장 : 패는 훔쳐보는 게 아냐. 그냥 아는거야.

 

-4. 화장실.

 

화장실에서도 화투 치는 고니. 패를 까며 숫자를 부른다. 4! 6! 1! 9!

손안에 패들이 붙었다 사라졌다 하며, ‘오케이조용한 환호성을 지르는 고니.

화장실을 나오면, 눈 쌓인 마당. 수염이 덥수룩한 고니.

 

정마담 나래이션 : 그해 겨울, 평경장하고 고니는 지방을 돌며 원정경기를 다녔어요. 그렇게 고니는 타짜가 되가고 있었죠.

 

 

17. 우시장.

 

돈이 오가는 바쁜 우시장을 통과하는 고니.

쪽방문을 열면, 평경장이 촌사람들과 화투를 치고 있다.

 

고니 : 에이 아버지. 안가세요?

평경장 : ? .. 가야지. 그만 칩시다. 반은 놓고 나옵니다.

 

(경과)

 

소머리국밥집에 들어오는 평경장과 고니.

 

고니 : 반절이나 Ep주면 뭐먹고 삽니까?

평경장 : 이놈아! 저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지. 타짜의 세 번째 원칙! 욕심부리지 마라.

고니 : 잔인해지래매요.

평경장 : .. 거 알아서 좀 응? ! 물 흐르듯이. 그리고 임마. 삼촌이라고 하래니까 아버지가 뭐냐.

고니 : 헤 죄송합니다.

여주인 : (국밥 내오며) 오랜만에 뵙네요.

평경장 : 어 바뻐서. (엉덩이 만지며) 요샌 좀 하고 살아?

여주인 : 이 나이에 뭘.

평경장 : 허허 그렇게 살면 안되지. 여자는 안하면 병나. 어떻게? 내가 자원봉사 좀 할까?

여주인 : 아이구 국밥 식어요.

평경장 : 또 끓이면 되지. (빤히 보는 고니에게) 뭘 보냐? 내 것까지 먹어.

흘러나오는 노래가락에 몸을 흔들며 여주인을 따라가는 평경장.

고니가 피식 웃는다.

 

 

18. 항구인근 철공소.

 

-1. 양복차림의 고니. 평경장 뒤에 서서 선장 다찌와 눈싸움 하고 있다. 자막. “포항

선장 금고가 비어있다.

 

평경장 : 끝났나 그럼?

포항선장 : 잠깐.

 

-2. 생선 창고.

 

생선창고 문을 여는 선장. 냉기가 흐르는데, 얼린 생선이 가득하다.

 

포항선장 : 동태. 4만 박스. 3억에 잡아주쇼.

평경장 : 문이나 닫어. 추워.

 

-3. 항구인근 철공소.

 

평경장 : 여덟끗? 끝났네. 나는 갑오.

포항선장 : 화투 잘 치십니다.

평경장 : 돈 잃어보고 아픈 경험 많아지면 좀 늘지.

포항선장 : 나이 드셔서 무거운 돈 들고 가시겠어요?

평경장 : 그러니까 젊은 친구 데리고 왔지.

포항선장 : 젊은 놈이야 맞으면서 인생을 배우는거고. 어이 이형사!

 

선장 다찌가 앞으로 슬슬 걸어 나온다.

 

평경장 : 경찰 출신인가? 예전엔 나도 경장 달고 다녔던 적이 있었지. (고니에게) 네번째 수칙! 이 세상에 안전한 도박판은 없다. 아무도 믿지마라!

 

평경장이 고니를 힐긋 보자, 고니가 나오는데, 선장 다찌가 사과를 고니에게 던지고 칼을 휘두르는데, 고니는 상대방 힘을 이용해 팔을 꺾어놓고 가볍게 제압한다.

 

평경장 : 이제 가도 되겠나? 동태는 놔두고 가네.

 

 

19. 여관. 오후.

식은땀에 벌떡 일어나는 평경장.

 

고니 : 괜찮으세요?

평경장 : ? 편히 못 잔다. 내가 뽀갠 가정이 몇 개냐.. 벌 받는거지. 이놈이.. (7자 까보이며) 꿈에 요 멧돼지가 자꾸 나오네.

고니 : 어쨌든 돼지꿈 꾸셨는데 저랑 백만원짜리 섯다 한판 치실래요?

평경장 : 이놈 봐라... 구라로 칠까? 자연빵으로 칠까?

고니 : 제가 구라가 되겠어요? 자연빵으로 쳐야지요.

평경장 : 자연빵은 자신있다?

고니 : 운이지요.

평경장 : 아직도 노름판에서 운을 찾냐? 선을 가리자. 밤일낮장.

 

고니가 패를 접는데, 옆방서 들리는 남녀의 교성. ‘깨물지마’ ‘아파’ ‘좋아?’ ‘좋아’...

마주앉은 평경장과 고니 뒤쪽 거울로 옆방이 보인다.

살짝 돌아보는 평경장. 이때, 고니가 살짝 밑장을 빼서 평경장에게 돌린다.

 

평경장 : (패를 쪼이며) 우리때는 누가 들을까봐 손가락 깨물면서 했는데 저것들은 꼭 들으라고 그러는 것 같다.

 

평경장이 자신의 패를 보고, 고니를 본다. 고니도 얼굴을 피하지 않는다.

 

평경장 : 백만원!

고니 : 한판에 끝내실려구요?

평경장 : 겁나면 죽던가.

고니 : 좋아요. 백만원.

평경장 : (이놈 봐라?) 장땡인가?

고니 : .

평경장 : 니미 9땡이네.

 

평경장. - 하더니 일어나는데, 이때, 전화벨 울린다. 길고 날카롭게.

 

평경장 : (전화기를 보다가) 너 니가 잃었다는 돈 복구하면 화투 끊을 수 있겠냐?

고니 : ...다섯배는 벌어야죠.

평경장 : 못 끊으면 손가락이라도 자르는 거다.

고니 : .

평경장 : 좋아 (전화를 받는다) 평경장입니다.... 허허.. 부산에서 봅시다.

고니 : 누굽니까?

평경장 : ! 도박의 꽃이 누군줄 아냐?

 

 

20. 정마담 술집.

 

화려한 벚꽃 그림위에 자막 뜬다. “3. 도박의 꽃. 설계자음악이 흘러나온다.

내실1. 화투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정마담의 뒷모습. 여종업원이 정마담 귀에 속삭인다.

 

정마담 : 기다리라 그래.

 

비어있는 내실2. 화장하는 정마담. 구두를 갈아 신고, 코트를 벗고, 옷매무세를 다듬더니, 음악을 끄고, 인터폰으로 들어오시라 그래’.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 문이 열리고 평경장과 고니가 들어온다.

 

정마담 : 오랜만이에요.

평경장 : ..

정마담 : 일 얘기부터 할까요? 오장군이라고 별 두개로 퇴역했는데 돈도 많고 진짜 노름꾼이에요. 기술은 없어도 빠꼼이고.

평경장 : 그러니까 나같은 타짜가 필요하다?

정마담 : 보고싶기도 했고.

평경장 : 허허.. 구라가 늘었네.

정마담 : 누구예요? 보디가드?

평경장 : 고니라고, 내일 선수로 뛸거야. 나는 바람이나 잡고.

정마담 : 그렇게 실력이 좋아요?

평경장 : 탈이 좋잖아.

정마담 : 그냥 젠틀해 보이는데.

평경장 : 젠틀은 니미. 나하고 실화를 치자고 해놓고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한테 밑장 빼더니 9땡을 주더라구.

고니 : 9땡 준걸 알고 계셨습니까?

평경장 : 이놈아! 밑장을 빼면 소리가 달라! 소리가!

고니 : 에이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시는구만.

 

정마담 고니를 천천히 살피더니 살짝 일어나 고니 눈을 손으로 가린다.

 

정마담 : 눈썰미 좀 볼까? 이 방안에 의자가 몇 개 있을까?

고니 : 의자? ... 여덟 개

정마담 : 다섯갠데.

고니 : 저쪽에 안쓰는 의자가 세 개까지.

 

구석 커튼 사이에 살짝 보이는 접이식의자 세 개.

 

정마담 : (제법인데) 나는 어떤 사람 같아요?

고니 : 화투는 못 칠 것 같은데요.

정마담 : 어떻게 알아?

고니 : 손이 부드러우니까.

정마담 : 그리고 또?

고니 : 외롭고.

정마담 : 호호. 잘 아네.

고니 : 타짜니까.

 

정마담. 활짝 웃으며 고니 어깨에 괜히 손을 올려놓고 웃는데,

 

정마담 : 어떻게 지내셨어요?

평경장 : 내 인생은 뭐랄까.. 외로운 돛단배 같다고나 할까. 아티스트적 개념으로다 사니까 우리는. 그래서 나 미워해?

정마담 : . 미워하죠.

평경장 : 허허.. 내가 코를 비비면?

정마담 : 무조건 죽어라!

평경장 : 입술을 만지면?

정마담 : 판돈을 키워라!

평경장 : 어깨를 주무르면?

정마담 : 어깨는 1. 배는 2. 무릎은 3. 입술을 깨물면 4. 한숨 쉬면 5.

 

평경장과 말하면서도 눈은 고니를 향하는 정마담. 화투장을 만지작거리던 고니. 정마담 다리를 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화투패 하나를 떨어뜨린다. 다리를 까딱거리던 정마담이 고니를 보고 웃는다. 고니가 정마담 시선을 피하다가 다시 보면 빤히 바라보고 있는 정마담.

 

 

21. 정마담 술집 인근 골목길. .

 

고니 : 정마담이랑 친했어요?

평경장 : 나한테 좀 재밌었던 적이 있었지. ~ 꽃 좋다. 너 저게 뭘로 보이냐?

고니 : 화투짝 3.

평경장 : 너도 이제 슬슬 미쳐가는구나.

고니 : 약주 한 잔 안하세요?

평경장 : 마시고 들어와라.

 

고니가 멋쩍게 웃고는 돌아서 뛰어가자, 혼자 걸어가는 평경장.

어두운 골목길. 앞쪽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불길한 느낌을 받은 평경장.

 

평경장 : 누구냐?

 

평경장이 품에서 칼을 꺼내, 천천히 골목 모퉁이를 돌면, 어두운 골목에 아무도 없다.

 

평경장 : 어허~ (달을 보며) 인생 참 꽃 같애. 니미.

 

 

22. 술집. 내실2.

 

고니. 노크를 하자, 술잔을 든 정마담이 문을 연다.

 

정마담 : 생각보다 늦게 왔네.

고니 : 그게 아니라 양복을 놓고 가서.

정마담 : (아니란 말야?) 그래? 양복..

정마담이 양복을 주고, 문 닫는다.

한잔 들이키다가... 잠시후.. 문을 열면, 고니가 그대로 서있다.

정마담 : 안갔어?

고니 : 술 한잔 합시다.

 

정마담, 피식 웃더니 고니의 옷깃을 잡고 방으로 들인다.

고니가 정마담이 주는 술을 한번에 털어 넣고는 갑자기 거친 키스를 한다.

 

정마담 : 그렇게 막 하는게 아냐. (입술에 닿을 듯 말듯) 이렇게.. 이렇게. 어때?

고니 : 축축한 꽃 같애.

정마담 : 그래.. 이렇게. 착하네.

고니 : (달려들며) 에잇. 남자를 어떻게 보고.

 

(경과)

 

꼼지락거리다 정마담 발치에서 이불을 젖히고 머리를 내미는 고니. 담배를 찾는다.

정마담은 발가락으로 고니의 얼굴을 간지럽힌다.

 

정마담 : 평경장? 웬만하면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

고니 : 둘이 같이 잔적도 있었겠네?

정마담 : 호호.. 웃겨. 자기 돈벌고 싶지?

고니 : 벌고 싶지.

정마담 : (화투짝 보며) 나랑 같이 일하면 재미 좀 있을거야.

고니 : 평경장님은?

정마담 : 길거리 인생이야. 옛날에야 잘 나갔지. 그럼 뭐해? 지금 개털인데. 나랑 일하면 BMW 탄다.

고니 : BMW... 그게.. 뭔데?

정마담 : 호호.. 그럼 에르메스는 알아?

 

정마담 침대 옆 서랍 속에 가득 있는 보석과 시계중, 에르메스를 꺼내 고니에게 준다.

 

고니 : ~ 무거운데.

정마담 : (안으며) 내일 잘 할 수 있어?

고니 : 내 수칙! 상대를 흥분시켜라. 흐흐

 

 

23. 오장군 집. 저녁.

 

고니가 입술을 부비자, 정마담이 이를 보고는,

 

정마담 : 천 더.

평경장 : (죽으며) 잘 들 치세요.

오장군 : 다 받아. 1!

고니 : 1땡 뒈지시고.. 3! 아이고 감사합니다.

오장군 : 이놈이 애미애비도 없나? 자네 지금 뭐라고 그랬나?

고니 : 왜 그러세요?

오장군 : 방금 나보고 뒈지라고 그러지 않았어 자네가?

고니 : 누가 장군님 뒈지라고 그랬나요? 1땡 뒈지라고 그랬지.

오장군 : 그 말이 그 말 아냐 이놈아?

고니 : 이놈 저놈 하지 맙시다. 에 드러워서 이거 어디 상전 모시고 노름하겠나? 어이 거기 아저씨 우리 맥주 좀 빨면서 합시다.

 

오장군이 선이다. 패를 돌리는데, 고니가 노래를 흥얼거리자,

 

오장군 : 노래 부르지 마!

고니 : 왜요?

오장군 : 신경쓰여.

고니 : 에이 뭐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게 많아. 박정희야 전두환이야. (첫패를 보는데 8이다)

고니 나래이션 : 8은 안좋다. 족보도 안만들어지고, 잘해야 8. 하지만 또 8이 나오면.. 안돼. 가면 안되는데...

고니 : 8

정마담 : 두 번째 패도 안보고?

고니 : 그냥 기분이. 머리에 총 맞았으면 따라오시고. 장군님 앞에서 머리에 총 맞았다고 하면 실롄데. 시정하겠습니다 장군님.

오장군 : 좋아. 넌 내가 잡는다.

 

오장군이 돈을 밀어넣고, 두 번째 패를 돌리는데, 고니는 보지도 않고 나머지 돈을 밀어넣을 준비. 평경장이 째려보며, 코를 만지작거린다. ‘죽어

하지만, 고니는 올인한다. 평경장 살짝 일그러지고, 정마담은 흥미 있게 바라본다.

 

오장군 : ... 이천 모자라는데.. 이거 받아줄 수 있나..

 

오장군 일어나 서랍을 열면, 보자기 한 꾸러미. 그 안에 리벌버 권총 한자루.

 

오장군 : 실탄은 저기 있고. 괜찮나?

 

평경장은 코를 만지며, 다시 만류한다.

 

고니 : 받아줍시다. 까짓거.

오장군 : 7.

 

고니, 천천히 두 번째 패를 까는데 8!이다. 전율이 온몸을 흐른다.

 

고니 : ! ~

정마담 : 장군님 오늘은 끝난것 같네요.

오장군 : 잠시 대기! 자네 (빨찌산에게) 내 가게 금고에 가서 돈 좀 꺼내와. 10분만 기다립시다.

 

정마담 나래이션 : 그때, 고니에 대한 내 감정이 뭔지 알았어요. 사랑? ..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가지고 싶다! 저 인간을 가지고 싶다... 나갔던 사내는 3분만에 돌아왔어요. 약속된 거였으니까.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오는 빨찌산 손에는 밧줄과 식칼이 들려있다.

 

빨찌산 : 소리내면 죽는다. 손구락도 까딱허지 마!

 

오장군 실실 웃는데, 갑자기 빨찌산이 오장군 목에 칼을 들이댄다. 놀라는 오장군.

 

빨찌산 : (끄나풀 던져주며) 뭐허요? 옆집에는 주먹들이 대기허고 있습니다.

정마담 : 장군님! 원래 등잔 밑이 뜨거운 법이랍니다.

빨찌산 : 알아들었을 줄 알고 목숨만은 살려주것소.

 

장군의 허벅지에 칼을 꽂는 빨찌산. 장군의 비명소리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정마담.

 

정마담 : 빨찌산! 약해. 한 방 더 놔.

 

오장군의 다른 허벅지에 한번 더 칼을 꽂는 빨찌산. 정마담은 태연하게 담배연기를 뿜는다.

 

 

24. 기차역 앞 골목길.

환호를 지르며 골목을 돌아 나오는 고니.

 

고니 : 봤어요? ?

 

평경장, 묵묵부답이다.

 

정마담 : 왜 말씀이 없으세요? 화나셨어요?

평경장 : 애 하나 박아논거 왜 미리 얘기 안했어?

정마담 : 놀래드릴려고 했는데.. 재미있잖아요.

 

평경장, 돈 배낭을 던지더니, 갑자기 정마담 뺨을 때린다.

 

평경장 : 나는 노름을 재미로 하는 사람 아냐. 고니야 그거 줘봐라.

고니 : 뭐요?

평경장 : 쇳덩어리.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저런 거 멀리해야 된다.

권총을 정마담에게 던지는 평경장. 싸늘한 정마담. 빨찌산은 돈가방과 권총을 챙긴다.

평경장, 돌아서고, 고니는 정마담과 평경장을 번갈아 바라보는데,

 

정마담 : 고니는 가지 마.

평경장 : 죄인 옆에 있으면 같이 벼락 맞는 법이다.

정마담 : 누가 죄인인지 모르겠네요.

평경장 : ! 안가냐?

 

고니, 마지못해 평경장을 따라간다. 멀리서 기차 소리.

 

 

25. 기차역.

 

사람들로 북적이는 기차역. 평경장이 고니 배낭을 툭 치며,

 

평경장 : 거기서 8땡이 나올 확률이 몇%?

고니 : 6.4%. 1/16.

평경장 : 넌 글렀어. 타짜는 99%에도 배팅 안하는거야. (칼을 주며) 이걸로 손가락 하나 잘라라.

고니 : 왜요?

평경장 : 약속 지켜야지. 누나 돈에 다섯배를 땄잖아.

고니 : .....

평경장 : 기술이 아깝냐?

고니 : 아뇨.

 

역사. 텅 빈 화장실.

평경장이 줬던 단도로 손가락을 자르려고 한다. 심호홉. 피가 흐른다. 심호홉.

그때, 좌변기 물소리 들리더니, 선글라스 너머로 칼자국 있는 사내가 손을 씻다가 고니를 보고는 피식 웃는데,

고니 : 뭘 웃어?

사내 : 너 화투치냐? ... 내기할래? 너 그거 못 자른다.

 

고니가 노려보는데, 사내는 태연히 손을 닦는다.

 

사내 : 어차피 니 손가락은 남들이 다 알아서 잘라줄건데.. 그냥 놔둬라. 헐헐..

고니 : 당신 누구야?

사내 : 시벌 뭔 통성명은..

 

사내가 나가고, 다시 손가락을 자르려는데, 팔목에 찬 에르메스가 고니를 비웃는 것 같다.

거울에 비친 고니. 씩 웃더니 칼을 내던진다.

역사 벽에 손을 짚고, 담배를 폐속 깊이 담갔다 내뿜는다.

 

고니 : 그래 시발. 인생 관뚜껑에 못박히는 소리 들어봐야 아는거야. 가자 패 뒤집히는대로.

역사안, 평경장이 서있는 곳으로 되돌아오는데, 평경장은 반대편을 노려보고 있고, 반대편에서는 화장실에서 만났던 사내가 평경장을 노려보고 있다.

 

사내 : 아직 안죽고 살아있네요?

평경장 : 걱정마라. 언젠간 다 죽으니까.

사내 : 손모가지 한번 잘라줘야 되는데. 오늘이 그 날인가?

평경장 : 좋은 날이 있겠지.

사내 : (기차에 오르며) 쫄긴..

고니 : 누굽니까?

평경장 : 아귀!

고니 : 아귀? (기차를 본다)

평경장 : (손가락 보며) 안잘랐나?

고니 : 생각해봤는데요 에...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이거고.. ..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악셀 한번 밟아봐야 되는 것 아닙니까?

평경장 : 내가 왜 그 여자랑 일 안하는 지 아냐? 그 여자는 예쁜 칼이야. 조심해서 만져라. 갈수록 여자들이 무서워진다.

고니 : 평경장님! 나중에 뵙더라도 저 의리 꼭 지킵니다.

평경장 : 이 바닥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마지막 수칙이다! 가봐~

고니 : 제가 인생 예술로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평경장, 쓴웃음만 남기고 기차에 올라탄다.

역사 벽에 기괴하게 찍힌 고니의 피묻은 손자국!을 남기고 역사를 빠져나가는 고니.

 

 

26. 남성복 매장. 에르메스.

 

디자이너 슈트를 입어보는 고니.

 

정마담 : 토탈로 해주세요. 구두랑 지갑까지.

점원 : 큰거 한 장이 넘어가는데요.

정마담 : 내말 못들었어요?

점원 : 아 예. (부리나케 사라진다)

 

고니를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짓는 정마담.

 

 

27. 에르메스 매장앞.

 

고니가 정마담 BMW를 보며 감탄한다.

 

고니 : 내가 운전할게.

정마담 : (차에 타서는) 들어봐. 이 엔진 소리. 죽이지. 꼭 달리기 직전에 말 같애.

고니 : 한번 밟아볼까?

 

속력을 높이는 고니. 정마담이 썬루프를 열자, 깜짝 놀라는 고니.

 

고니 : 겨울엔 추워서 못 타겠다.

정마담 : 호호호..

 

 

28. 정마담 술집.

 

화투짝 4가 뜬다. 자막 “4. 화려한 돈

내실2. 고니 슈트가 걸려있고, 칸막이 불투명 유리너머에서 서로를 탐하는 고니와 정마담.

정마담이 마지막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니의 얼굴을 안는다.

 

정마담 : 나 들어가고 십분 있다 들어와.

 

(경과. )

사장님 스타일 중년이 정마담에게 농을 걸며 손을 잡고 추근대자, 살짝 잔을 떨어뜨리고는, 손을 나른하게 뿌리치고 일어나는 정마담.

고양이처럼 사뿐, 모든게 귀찮다는 듯, 무심히 복도를 걷다가 거울 앞에서 비명 지르며,

 

정마담 : 어머 나 너무 뚱뚱해.

 

바에 앉아 쥬스를 마시는 빨찌산 옆에 앉는 고니.

 

고니 :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

빨찌산 : .

고니 : 정마담은 안지 오래 됐나봐요?

빨찌산 : 누님한테 물어보십쇼.

 

(경과. 내실1)

아줌마들. 대머리 교수. 고니가 돈을 따고 있다.

대머리 교수. 가진 돈을 다 잃고 한숨속에 자리를 일어선다.

 

숨 가쁘게 돈을 세는 머니머신. 고니에게 배당액을 주는 정마담.

 

정마담 : 20%. 이 돈으로 뭐할거야?

고니 : 비밀.

 

-정마담 술집 인근 주차장.

주위를 살피더니, BMW 트렁크를 열고, 바닥 카페트를 펼치면, 금고.

그 안에 돈을 채우는 고니.

 

 

29. 하루 동안의 고니. 몽따쥬.

 

-1. 실내 경마장.

 

물끄러미 말달리는 모습을 보는 고니. 마권을 버린다.

 

-2. 미군부대 카지노. .

 

고니에게 안내하는 흑인기도.

 

흑인기도 : oh hwa-tu? this way.

 

-3. 미군부대 카지노. 내실.

 

화투치고 있는 부산 지역유지들. 그리고 부산타짜들.

 

고니 : 7만 뜨면 대나? 7이나? 손에 쐬복이 부텄나 와이라노. (돈 긁으며) 아그야 여 쟈니워커 한나 내와라. 블루 블루~

 

너스레 떨며 고니 계속 패를 돌리는데, 부산타짜들의 꼬운 눈초리.

 

-4. 카지노 바 안.

 

고니를 데리고 나오는 부산타짜1.

 

고니 : ? 따믄 안되나?

부산타짜1 : 고마 하이소. 같은 기술자끼리.

고니 : 아저씨들 기술 몇 개 안되던데.

부산타짜1 : 기술자는 기술자들 봐주고 그라는긴데..

고니 : 기술로 붙어봅시다. 재미있을거 같은데.

부산타짜2 : 재미? 와 돌아뿔겠네. 반년동안 제삿밥 맥여놨드만 으만놈이 와서 훑어가믄 우린 머 호랭이 아가리야?

부산타짜1 : 먹고 땡하입시다. 우리도 식구가 열이라. (수표 몇장을 건네며) 정마담한테 안부 전해주고.

 

부산타짜들 싸하게 노려본다.

 

-5. 호텔 스카이 라운지.

 

필리핀 가수가 칸초네를 부르고 있다.

웨이터 : 샤토 마고 84년입니다.

고니 : 여기서 제일 비싼거지?

웨이터 : . (돈을 내밀며) 그리고 저 아가씨가 싫다는데요.

고니 : 다시 가서 얘기해봐. (수표를 주자)

웨이터 : (놀랬다가) 돈 앞엔 국경이 없죠.

 

-6. 호텔 엘리베이터 안.

 

필리핀 가수 : What’s your job?

고니 : ? ? ! 잡이라.. I am.. gambler. Korean best.

필리핀 가수 : nice man.

 

층 버튼이 눌러지고, 하강하는 엘리베이터.

 

 

30. 호텔 방. 아침.

 

고니가 들어가자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던 정마담. 화났다.

 

정마담 : 어제 거긴 왜 갔어?

고니 : 어딜?

정마담 : 미군부대.

고니 : 귀신이구만. 심심해서. 사이즈 큰 타짜있나.. 별거 없던데.

정마담 : 다른 판대기는 가지마. 이 바닥은 쪽이 팔리면 취직이 안돼. 취직 안되면 타짜 인생 끝나는거야.

 

고니, 셔츠를 벗고, 새 셔츠를 꺼내 입는데,

 

정마담 : 저걸로 입어. 고니는 퍼플이 어울려. 오늘 대머리때메 판대기가 커질거야.

고니 : 교수가 웬 돈이 그렇게 많대?

정마담 : 애 병원비래.

 

 

31. 정마담 술집.

 

-1. 내실1.

 

아줌마1 : 뭐해요? 교수님!

대머리 교수: (신중하게 돈을 걸고) 결과를 봅시다.

고니 : 별로 안높아요. 8.

대머리 교수: ~ 또 한끗 차이네.

정마담 : (들어오더니) 교수님! 옆방 가서 커피 한잔 하나 드시고 오세요. 흐름도 그런데.

대머리 교수: 그럴까..

 

-2. 내실3.

 

다방아가씨 몸 위에서 내려오는 대머리 교수.

 

다방아가씨 : 힘내 오빠! 딸라고 잃는 거야.

대머리 교수: 처칠이.. 너 처칠 노벨문학상 받은 거 아냐? 그 처칠이 2차대전이 끝날 때

1945년 총선에서 졌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는데 진거야. 낙담하고 있는 처칠

에게 부인이 그랬다. 이건 불행해 보이는 축복이다. 그러자 처칠이 그랬대.

그 불행 참 현실적이군. 내 불행도 진짜 현실적이다 지금. 나 오늘 잃으면

안돼. 진짜 잃으면 안돼.

다방아가씨 : 그럼 지금 자지끝이 빠짝빠짝 타겠다. 내 거 만져. 이런거 만지면 딴대잖아.

 

다방아가씨 가슴에 기도하듯 손을 얹는 대머리 교수.

 

-3. 내실1.

 

그 손 그대로, 다른 것 안 만지고 화투패가 떨어지자 하나씩 집는 대머리 교수.

 

대머리 교수: 좋아! (두번째 패보며) 좋아!

고니 : 얼마 남았어요? 다 밀어 늡시다.

대머리 교수: (시계 보더니) 일억쯤 되는데.. 까봅시다.

고니 : 4.

대머리 교수: 잘 놀았습니다.

 

최대한 자존심을 지키며, 축 늘어진 채 나가는 대머리 교수. 고니, 돈을 챙겨 따라 나간다.

 

 

-4. 복도.

 

고니 : 아저씨! 뽀찌 받아가야지.

대머리 교수: (돈을 보더니) 이렇게 많이?

고니 : 교수님! 다시 화투판에 나타나면 나한테 죽습니다.

대머리 교수: . 고맙습니다.

 

대답 대신, 손만 들어보이고 홀쪽으로 걸어가는 고니.

대머리 교수, 돈을 가지고 술집을 나가려다, 이대로 갈 순 없다... 다시 내실로 들어가는데, 정마담이 상냥한 웃음으로 내실 문을 열어준다.

 

점마담 : 많이 따세요.

 

고니가 대머리 교수를 쫒아 돌아오는데, 정마담이 잡는다.

 

정마담 : 지금 저사람 아무도 못막아. 알잖아. 고니도 그랬고 나도 그랬고.

고니 : 정마담도 저런때가 있었어?

정마담 : 왜 없었겠어.

전화벨. 받는 정마담.

 

정마담 : 고니 찾는데!

고니 : ? (전화 받으며) 여보세요... (정마담에게 경찰이라고 입모양으로 말하며) 왜 저한테? .... (놀란다) 죽었다구요? 지금 가면 확인할 수 있습니까?

 

 

32. 영안실.

 

평경장 시신으로 걸어가는 고니.

경찰이 고니에게 유품중에 정마담 술집 성냥을 보여준다.

 

 

33. 기차. -과거-

 

고니를 뒤로 하고 역을 빠져나온 기차.

아무 말 없이 소주잔만 기울이는 평경장, 화장실로 걸어간다.

그런데- 누군가 평경장의 뒤를 밟는다. 뒤춤에 숨겨놓은 도끼날.

열차 칸막이 문을 열고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평경장. 뒤쪽의 사내를 보고는 몸을 피하는데, 사내가 도끼로 평경장을 내려치자 어깨죽지를 맞고 몸을 피한다. 품에서 칼을 찾는 평경장. 그러나 그 칼은 이미 고니에게 줘버렸고.

기차 출입문이 열렸는지, 바람이 세차게 들어오고, 사내에게 밀린 평경장이 출입문쪽으로 밀려, 난간을 잡고 버틴다.

남자가 도끼를 치켜올린다.

 

평경장 : 너 이새끼.

 

남자가 도끼를 내려치자, 기찻길로 떨어진 평경장.

난간을 잡고 있는 평경장의 손목만 남는다. 남자는 사라진다.

 

 

34. 정마담 집.

 

정마담이 보면, 와이셔츠 입은 채, 욕조에 푹 누워있는 고니. 쓴 위스키를 마시고 있다.

 

정마담 : (위스키 뺏으며) 며칠째 이러고만 있을거야?

고니 : 내가 그때 같이 갔어야 되는데.

 

고니가 욕조 속으로 미끄러지듯, 얼굴을 담근다.

 

(경과)

아침. 정마담이 나갈 채비를 하는데, 고니가 잔뜩 술에 취해 들어와 소파에 드러눕는다.

정마담 : 내일부터 창고로 출근해.

고니 : 술깨면.

 

(경과)

 

아침. 정마담이 일어나, 옆을 보면, 역시 비어있는 침대.

화장실 문을 열자, 수염을 깎고 있는 고니. 말쑥한 차림이다.

 

정마담 : 괜찮아? 아우~ 나 진짜 걱정 많이 했다. 인간적인 감정으로.

고니 : 누가 평경장님을 죽였는지 알았어.

정마담 : (섬찟) .. 누가?

고니 : 아귀!

정마담 : 아귀?

고니 : 아귀랑 한 판 붙여줘.

정마담 : 안돼. 아귀랑 치면 다 죽어.

고니 : 아귀랑 붙여줘. 뭐해? 돈따러 갑시다.

 

양복을 입으며, 돈을 챙기는 고니를 바라보고 있는 정마담.

 

정마담 나래이션 : 난 그때 가슴이 철렁했어요. 언젠가 고니가 죽을 것 같애서. 그리고 때가 되면 날 버릴 거라는 걸 알았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그 날이 빨리 왔죠.

 

 

35. 정마담 술집.

 

내실1, 고광렬이 패를 돌리는데, 어설픈 동작, 손에서 패는 자꾸 빠져나가고, 순서도 갈리고, 사람들은 에이! 하며 짜증을 내지만, 고니가 보기에, 고광렬은 왼손에 낀 반지로 자기가 돌리는 패를 비춰보고 있다.

고광렬 : (패 쪼이며) 땡이냐? 땡이냐? ...옳지 옳지 헉! 니미 개패네. 몰라! 질러먹어. 화투가 패로 치냐? 돈으로 치지.

 

고광렬이 쎄게 배팅을 하자 고니가 가볍게 죽어준다.

남자2는 힐끗 고광렬을 보고 고민하다 죽고, 남자1만 레이스를 고민한다.

 

고광렬 : 빨리 합시다. 돈 딸 시간도 없는데...

남자1 : (옆사람에게) 돈으로 으악을 지르네.

고광렬 : 무서우면 죽으시던가. 좆이 무서우면 시집을 가지 말아야지.

남자1 : 확인!

고광렬 : 화투에 침을 발라놨나? 왜케 안 떨어져. 이겼다. 크하하 이런 패로 먹었어? 광렬아 이 사회가 아직 정의는 살아 있나보다.

 

고니는 그런 고광렬을 재미있게 바라본다.

다음판. 패를 받고 쪼이는데 역시 호들갑스러운 고광렬.

 

고광렬 : 광렬아~ 높은 거 하나 떠라. 오늘 너 끗발 좋을거야. 여기 있는 돈 다 따고 중고차도 한대사고 자 광렬아! 중고차다 중고차! (두번째 패 보다가 숨이 막힌듯) 크으윽~ ! ! (높은 패라는 걸 아예 드러내며)

남자1 : 아가리 좀 닥치고 합시다.

고광렬 : 돈딸라고 치나? 재밌자고 치는거지.

남자1 : 죽어.

고광렬 : 또 내가 먹어? 크크크 (돈 챙기려는데)

고니 : 천만원 올려놔도 되죠?

고광렬 : 받으신다고?

 

고니가 패를 까자, 고광렬 흠칫 놀라더니, 패를 까지 않고 낑낑대는데, 갑자기 비상벨!

고광렬 멈칫. 고니가 문쪽을 돌아본다.

홀에선, 종업원들이 카페문을 잠그려는데, 경찰들이 밀고 들어온다.

 

정마담 : 왜 이래요? 새삼스럽게.

사복경찰 : 고발이 들어와서 우리도 좀 그래. 며칠만 들어갔다 와.

정마담 :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어떻게 그런 델 들어가.

사복경찰 : 정마담! 좀 봐줘. 우리도 힘든거 알잖아?

 

복도를 점거하면서 내실문을 하나씩 따는 경찰들.

내실 사람들은 내실 캐비넷, 책상 아래 숨기 바쁜데, 이미 경찰 서너명이 내실로 들어왔다.

고니 재빠르게 경찰 두엇을 발로 차 넘어뜨리더니 캐비넷을 넘어뜨리고 내실 문을 잠근다.

고광렬은 재빨리 식탁보로 돈을 감싸고 허리에 묶고는 창문을 타넘는데, 아찔한 난간.

쩔쩔매는 고광렬을 놔두고, 고니는 능숙하게 난간을 타고 넘다가, 고광렬에게 손을 내민다.

무사히 도망친 둘.

 

 

36. 정마담 술집 인근주차장. .

 

주차장을 걷는 둘.

 

고광렬 : 한마디로 나 고광렬이가 우리 동생 깡다구에 반했다 이거야. 내가 왜 보디가드가 필요하냐? 나로 말할 것 같으면, .. 정체를 드러내면 안되는데..

고니 : 정체가 뭔데요?

고광렬 : 아우만 알고 있게, 나는 타짜야.

고니 : 뭐요?

고광렬 : 타짜..타짜! ... 타짜라고! ~.. 내가 옛날에는 호텔에서 치던 사람이야. 제벌 2세들하고. 그땐 좋았다. 걔네들은 돈도 품위 있게 잃어준다.

고니 : .... 일단 내 돈 1000만원부터 갚으면.

고광렬 : 무슨 천만원?

고니 : 아까 판. 내가 땄으니까.

고광렬 : 에이~ 내가 패를 안깠는데. 지금 다시 칠까? ? 좋아~ 두말하기 없기야. (고니 차 본네트 위에 패를 돌리며) 천만원짜리 판이네. ! 내꺼부터 까면 3땡이잖아. 넌 아마 1땡일거야.

 

고니가 패를 까는데 4땡이다.

 

고광렬 : 1땡 줬는데.. (믿을 수 없는 듯) .. 너도 타짜냐?

고니 : 천만원 줘야지

고광렬 : 이건 무효야.

 

고광렬이 가방을 챙겨들고, 자리를 뜬다.

고니, 피식 웃으며 차안에 들어가, 음악을 튼다. 고광렬이 힐끔거리며 주위를 맴돈다.

 

 

 

37. 실내 경마장.

 

정보지 보고 있는 고니 옆에 다가오는 고광렬.

 

고광렬 : 3번 말이 선착이야. 볼 것도 없어.

 

말들이 뛴다. 8번이 선착이다.

계단에서 담배피는 사람들 속에 섞여있는 고니. 고광렬 다가와,

 

고광렬 : 8번 갔지?

고니 : 3번이래매.

고광렬 : 에이 8번이랬지. 생각해봤는데, 나의 신비한 기술에 너의 깡다구를 합치면 우리는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인거 같애. 팔도를 유람하면서 호구 뺏겨먹고 타짜들도 뺏겨먹고 여자도 뺏겨먹고..크큭.. 왠지 너랑은 간이 좀 맞을 거 같다.

고니 : 관심없대니까.

고광렬 : ! 인생? 네트워크야!

 

홀로 남은 고광렬. 투덜대며 계단을 내려가는데, 고니가 뒤에서 묻는다.

 

고니 : (돌아보더니) 타짜들은 만나다보면 아귀도 만날 수 있습니까?

고광렬 : 무척 재수 없으면.

 

고니, 담배연기를 날리며, 고광렬을 바라본다.

 

 

38. 유치장 / 서울 거리.

 

간수가 전화를 가져다주자, 정마담이 받는다.

 

정마담 : 걱정 많이 했구나? 곧 나갈거야.

고니 : 나 서울이야.

정마담 : 서울?

고니 : 세상구경도 하고.. 아귀도 찾고.

정마담 : 왜 그래 애처럼. 아귀가 그랬다는 증거도 없고, 아귀랑 붙어서 이길 수도 없어.

고니 : 이거 왜이래? 패는 까봐야 알지.

정마담 : 내 말 들어. 이겼다 쳐. 유명해지겠지. 그럼 누가 자기랑 붙겠어? 뭐하고 살건데?

고니 : 시골에서 주유소나 하지 뭐. 착하게. 결혼도 하고.

정마담 : 그럼 나랑은 아닌거네.

고니 : 정마담! 혹시 나 사랑해?

정마담 : ......... 넌 내 식구야. 또 볼건데. 잘 갔다 와.

 

정마담은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멍하게 시선을 허공에 고정시킨다.

 

여죄수 : 야이 쐉년! 빽 좋나보다. 빵에서 전화질도 하고. 누군 왕년에 사랑 안해봤나? 개폼 잡지 말고 빨리 안찌그러져? 뭘 야려?

 

정마담. 갑자기 여죄수 머리카락을 잡고 창살에 짓이기더니 수화기로 내려친다.

 

정마담 : 니가 사랑이 뭔지 아니?

간수들이 달려와 뭔일났어?’ 하자, 여죄수는 꼬리를 내리고 조용히 구석으로 간다.

 

정마담 : 넘어졌대요.

정마담 나래이션 : 나중에.. 먼 나중에 알았어요. 고니를 서울로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그랬다면 우리가 좀 더 행복했을까?

창가에 빗줄기가 내려치고, 정마담 얼굴로 고니 차가 아른거린다.

 

 

39. 곽철용 도박장. 저녁.

 

난초. 자막 뜬다 “5. 폭력은 박력이다

엎드린 채, 빧다를 맞았던 박무석. 얼굴은 상처투성이다. 그 옆에 용해와 용팔이는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전화소리.

 

곽철용 : 일어나. 내가 니가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다.

박무석 : .

곽철용 : (전화받으며) . .. .. 가서 그래. 나 못 기다리니까 직접 해결하라고... 오늘 뭐?.. 별거 아냐 얼마 안 잃었어.... 망신은 무슨.. 그래 끊어.

 

전화끊은 곽철용. 다시 열이 오르자, 박무석을 다시 때린다.

 

곽철용 : 이게 웬 망신이야. 소문 다 나고 휴!! 다시 엎드려. () 너때메 () 내가 () 뭐가되냐? !! 화란이 집에 가서 술이나 한잔 하자.

 

 

40. 화란 술집.

 

쾅쾅대는 셔터소리. 세란이 주방에서 뛰어나와,

 

세란 : 단속 나왔나봐요. 12시 영업때메.

고광렬 : 이놈의 나라는 왜 12시가 넘으면 술을 못먹게 해?

 

고니와 고광렬, 급히 주방쪽으로 숨는다.

 

세란 : 누구세요?

용해 : 회장님 모시고 왔습니다.

 

세란이 문을 열자, 곽철용과 용해, 용팔이. 박무석이 들어온다.

 

곽철용 : 화란이 불러오고, 술 한상 내와.

세란 : ?

 

세란이 주방으로 오면, 숨어있는 고니와 고광렬.

 

세란 : (화란에게) 너 오랜다. (고니에게) 단속 아니에요. 가서 드시면 되요.

고광렬 : !

화란 : 어떻게 언니는 저런 인간한테 돈을 빌려가지고는.

 

화란이 술을 가지고 홀로 나간다.

 

곽철용 : 더 예뻐진 것 같다. 앉어.

화란 : 용건만 말씀하세요.

곽철용 : 너는 내가 빌려준 돈 때문에 너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냐?

화란 : 빚은 갚을 거예요.

곽철용 : 안갚어도 돼!

용해 : 화란씨 오늘 우리 회장님이 이상한 놈들 두놈한테 상처 받으셔서.. 알잖아요 우리 회장님 소년같으시고.. 앉으세요.

화란 : 깡패도 상처 받나요?

곽철용 : 무석아! 나가서 노래하나 해라. , 니가 날 깡패라고 생각했구나. 나 깡패 아니다. 그냥 젊었을 때 잠깐 건달생활 했던 것. 그걸로 덕 보고 사는 건데 화란아 내가.. 뭐 이런 얘기하면 그렇지만.. 허허 천하의 곽철용이도 적금을 붓고 살고 그런다.

용팔이 : 형님 진짜 적금 붓습니까?

 

곽철용이 용팔이를 노려본다.

 

곽철용 : (점점 격해지며) 화란아 나도 순정이 있다. 그런데 그 순정이 짓밟히면 그때는 깡패가 되는 거야. 니가 날 깡패로 만들래? 내가 납치라도 할까 너를?

화란 : 얘기 끝났으면 가볼게요.

곽철용 : 어딜 가?

 

곽철용이 말 한마디에, 박무석은 노래 멈추고, 용해 용팔이가 화란을 잡는데, 주방에서 고니가 고광렬을 밀자, 홀쪽으로 밀려나온 고광렬. 당황해 인사를 한다. 고니가 뒤이어 나온다.

 

고니 : 아이 단속나온 줄 알았네.

용해 : 니들이 여긴 왜 왔어?

고니 : 돈 땄으니까 술한잔 해야지.

곽철용 : 이 스무장 세계 좁다. 튀지 마라.

고니 : 돈 따야지 왜 튑니까? 아 화란씨 북한산 말야 싫으면 영화나 한편 봅시다. ‘장미빛 인생하던데 최재성 나오는 거. 내일... (박무석에게) 노래 계속 해. 갑시다.

 

고광렬과 나가는데, 그 뒤에 대고. 화란이 외친다.

 

화란 :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요.

고니 : 세상에 안이상한 사람도 있어?

주방에선, 세란이 화란을 잡아끈다.

 

세란 : 영화 보기로 했어?

화란 : 세게 나오네.

세란 : 맘 있구나?

화란 : 미쳤어?

 

홀에선, 쥐죽은 듯, 곽철용만 술을 들이킨다.

 

곽철용 : 다시하면 이길 수 있겠냐? 걔가 너보다 사이즈가 웃질 아냐?

박무석 : 이길 수 있습니다.

곽철용 : 또 지면 너는 변사체가 된다.

박무석 : .

곽철용 : 담엔 나도 낀다.

 

 

41. 호텔. .

 

마주앉은 고니와 고광렬.

고광렬이 명함으로 화투패를 살살 때더니, 두장씩 나눈 후 깐다. 고광렬이 진다.

 

고니 : 화란이 파트너는 나야.

고광렬 : 나 안해. 순 지맘이야.

 

고광렬, 샤워실에서 옷 벗으며,

 

고광렬 :난 그냥 담주에 강남 아줌마들 모이는데 가서 재미있게 놀고 인천으로 뜰거야.

고니 : 형님은 아줌마랑 어울린다.

고광렬 : 아줌마들이 더 깔끔해. 솔직히 걔네들 자고나면 땅값 오르고 아파트값 오르니까 1,2억 대가리 맞아봤자 피도 안나요. 우리야 뭐 기분 적당히 맞춰주고 스트레스 풀게 해주고 착하게 사는거야.

고니 : 내가 곽철용한테 얼마나 딸 거 같애?

고광렬 : 몰라. 안들려.

고니 : 20억은 따야겠지?

고광렬 : 안들린대니까... 20? 옛날에 우리 할머니가 점보고 오셔갖구 내가 한재산 모을 팔자라구 그랬는데..

고니 : 나때메 그런거지.

 

 

42. 화란 술집. 오후.

 

청소하는 화란. 세란. 밖에서 고니의 차가 음악을 틀어대며 술집을 돈다.

 

세란 : 왔다. 와 차 좋네.

화란 : 훔친 거 아냐 저거?

 

고니는, 차창밖으로 몸의 반이 나와 있다시피하고, 고광렬은 열심히 운전을 한다.

세란이 후딱 립스틱을 바르는데, 화란이 뺏는다.

 

화란 : 언니! 우린 지금 쟤네 단골 만들려고 하는 거지 데이트하는 거 아냐.

세란 : 어 알았어.

화란 : 그리고 애 있다는 얘기 하지 마.

세란 : 어떡하지? 나 그 얘기부터 할 거 같은데.

화란 : 그런 건 거짓말해도 괜찮아.

 

세란이 술집밖으로 나가자, 화란 뺏은 립스틱을 슬쩍 자기입술에 바르고는 재빠른 몸단장.

화란이 술집문을 잠그고 차에 타기전,

 

화란 : 오늘 매상은 책임져야 되요.

고니 : 오케이.

 

 

43. 극장.

 

화란과 고니는 영화에 눈이 가있지만, 뭔가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고니 : 영화 재미없다. ~ 화란씨 집구경이나 합시다.

화란 : 고니씨 바람둥이죠?

고니 : 당연하지.

고니가 화란쪽으로 팔을 두르자, 화란 괜히 어깨에 신경이 쓰인다.

뒤쪽에 떨어져 앉은 세란과 광렬. 광렬은 세란에게 관심 없다는 듯, 영화만 보는데.

 

세란 : ... 먼저 말씀 드릴 게 있는데,

고광렬 : 뭐요?

세란 : 저 애가 하나 있어요.

고광렬 : (놀래며) ? 몇 살?

세란 : 다섯 살요.

고광렬 : 애 아빠는?

세란 : 죽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버릴까도 생각했었는데...

고광렬 : 버리면 안되지. 애를. 애를 버리면. 어떻게 되냐면. 나같이 돼요. ?

세란 : 그래서 안버리고 잘 키워요.

고광렬 : 잘했어요. 세란씨 훌륭해. (두리번) 뽀뽀 한번 할까요?

세란 : ?

고광렬 : 외로운 사람끼리.

 

놀라고 긴장한 세란. 눈을 감고, 뽀뽀하는데, 화란이 슬쩍 돌아보자, 마치 자기는 당했다는 듯, 고광렬 뺨을 때리다.

그리고나서는 미안한지 슬쩍 화란 눈치를 보며 고광렬 뺨을 만져준다.

고광렬이 세란에게 나와봐하며 은근히 데리고 나간다.

 

고니 : 우리도 나가지.

화란 : 왜요?

고니 : 영화보러 온 것 아닌거 같은데.

화란 : ! 난 영화 재미있어요.

고니 : 빚이 얼마야?

화란 : 많아요.

고니 : 내가 대신 갚아줄께.

화란 : 왜요?

고니 : 그러고 싶어서.

 

화란, 화난 얼굴로 고니를 보더니 벌떡 일어나 나간다.

극장 복도. 화란을 잡는 고니.

 

화란 :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고니 : 일종의 배팅이지.

화란 : 내가 사람 잘못 봤네요. 사랑이 뭔지나 아세요?

고니 : 사랑? 어차피 사랑도 다 구라 아냐? (가슴 치며) 이게 중요한거지.

화란 : 고니씨? 당신이나 곽사장이나 똑같은 남자네요.

 

화란 멀어져가는데, 고니는 차마 잡지 못한다.

 

고니 : 뭐가 이렇게 복잡해... 망할 년. 이쁘긴 왜 저렇게 이쁜거야.

 

 

44. 화란 집.

 

문열고 들어오자마자, 키스하는 고광렬과 세란.

 

세란 : 이러면 안돼요.

고광렬 : 이러면 안되지. 알아 알아.

세란 : 잠깐만요.

고광렬 : 응 잠깐만 할게.

세란 : 진짜 안돼요. 도박하는 사람인 줄 몰랐어요 나는.

고광렬 : (대충) 끊을거야.

세란 : 진짜요?

고광렬 : 진짜래니까.

 

세란 쉐타 벗는 사이 고광렬은 빠른 속도로 자기 옷을 벗는데, 문 열리는 소리.

 

세란 : 화란인가봐요. 숨어요.

 

팬티만 입은 채로 옷을 들고, 세란 방으로 들어가는 고광렬.

현관문이 열리면 들어오는 화란.

 

세란 : 데이트는?

화란 : 차버렸어. 언니는?

세란 : ? 그냥 헤어졌지.

화란 : 잘했어. 솔직히 그 사람 헤어스타일 못봐주겠드라. 지 머리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여자를 사랑하겠어?

세란 : 넌 근데 왜 찼어?

화란 : 너무 들이대고 너무 저질이고, 지가 멋있는 줄 알고 암튼 그래.

세란 : 너 그 사람 멋있어서 좋대매.

화란 : 내가 언제?

세란 : 어제 저녁에 나한테 그랬잖아.

화란 : 어제 저녁까진 그랬지. 내 요 머릿속에서는. 언니 그 인간들 화투치는 사람들이래.

세란 : 그으래? 끊을 수도 있잖아.

화란 : 진짜 멋있는 놈이면 끊겠지.

 

한편, 세란 방안에서 우두커니 서있는 고광렬. 얘기를 엿듣는데, 침대에서 깨는 아이.

울먹거리려고 하자, - 하며 달랜다.

아이가 고광렬을 보더니, 갑자기

 

아이 : 아빠?

고광렬 : ? 아저씨? 자자 자자. 아저씨는 누구냐면..

아이 : (울먹) 아빠?

고광렬 : !.. 응 그래 아빠야.

아이 : 아빠~

 

아이가 안겨오자, 주저하다, 안아주는 고광렬.

갑자기 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문을 열고 나간다.

 

아이 : 엄마! 아빠 왔어.

화란 : 어디?

 

아이가 가리키면, 고광렬 처참하게 자기 몸을 가린다.

 

45. 감옥앞.

 

화사한 장미꽃다발이 피어있다. 자막 “6. 너를 노린다

감옥앞. 장미꽃다발을 가지고나오는 정마담이 택시에 오른다.

 

택시기사 : (힐끔거리며) 어디로 모실까?

정마담 : 전주요.

택시기사 : 전주? 전주에는 뭔일로 가시나?

정마담 : ....

택시기사 : 근데 전주까지 요금이 꽤 나올텐데... 학교서 막 나와서 돈도 없을거고... 내가 기분 한번 내고 확 공짜로 해줘? ?

 

- 멈추는 택시.

정마담 손엔 불꺼진 담배가 들려있고, 택시기사는 뒷목을 데이고는 쩔쩔맨다.

택시 앞으로 도도하게 걷는 정마담. 장미꽃다발 속에 묻혀있던 카드를 꺼내 읽는다.

공사 시작하시죠라는 문구. 카드 속 사진엔 어느 중년남자.

 

 

46. 골프장. 전주.

 

사진속의 남자. 나이스하게 차려입고 티샷을 하고 있다.

 

인서트 - 정마담 회의 장면. (간간이 삽입)

목소리 : 아버지가 일제시대때 탄광으로 큰돈을 벌었고 당시만해도 전주 군산 이리에서는 이집땅 안밟고 못 지나갔는데.. 아들 셋이 다 말아먹고 자빠졌다가 80년대 후반에 부동산하고 사체로 꽤 모아서 집안을 일으켰죠.

정마담 : 아들 셋이 뭘로 자빠졌대?

목소리 : 도박이죠.

 

7-8명의 웃음소리.

 

 

47. 골프장. 라운지.

 

골프 라이벌(빨찌산)과 라운지에 앉아 쥬스를 마시는 호구.

나이스하게 골프복 입은 정마담 지나가다 호구가 쥬스를 마시려는 찰나, 살짝 치고, 그 바람에 흰 골프복에 쥬스를 흘린 남자, 인상을 찌푸리는데, 앞쪽에 앉은 빨찌산이 소리친다.

 

빨찌산 : 어이 아가씨! 어이

정마담 : 저요?

빨찌산 : (호구 옷을 가리키며) 이거 이거

정마담 : 어머 죄송해요. 제가 그랬나요?

 

정마담. 호구 앞에 쭈그리고 앉더니, 흰 스포츠 머리띠를 풀러 호구의 무릎에 묻은 쥬스를 닦아낸다. 정마담의 단아한 모습에 호구는 어쩔 줄 몰라 한다.

 

빨찌산 : 닦아서 지워져 그게?

호구 : (빨찌산 말리며) 됐어 이사람. 좋게 운동하고.

정마담 : 죄송해서 어떡해요?

호구 : (히야까시하며) 비싼건데, 버리죠 뭐.

 

정마담은 다시 한 번 사과하고 뒤돌아가는데, 호구가 정마담을 돌아본다.

호구 : 거 참.. 애 죽이네.

 

정마담은 막 모퉁이를 돌자, 혓바닥을 날름거리던 호구가 호기롭게 따라간다.

 

인서트 - 정마담 회의.

 

정마담 : 계속해.

목소리 : 자존심 세구, 호탕하고, 스포츠 광이고, 나이는 쉰둘인데 사십대 초반으로 보인다고 하면 좋아합니다.

 

 

골프장 라운지에서 정마담이 까르르 웃는다. 호구, 구라 푼다.

 

정마담 : 나랑 몇 살 차이 안나보여요.

호구 : 솔직히 내가 오까네 빼면 시첸데, 어느날, 날씨 좋은 날, 하늘을 보는데 야~ 아름답드만. 오래 살아야 되겠다~ 내가 돈 쌓아놓고 일찍 죽으면 뭐하나... 그때부터 안해본 운동이 없어. 테니스 수영 골프. 골프 잘 쳐요?

정마담 : 아뇨 아직 100타 못 깨요.

호구 : 보기플레이까진 가야되는데. 선생을 잘 못 만나셨구만.

 

(경과)

 

골프장. . 호쾌한 스윙.

마지막 퍼팅을 하기위해 걸어오는 호구와 정마담. 그리고 사기 부부.

 

사기 남편 : 사장님! 골프는 언제 그렇게 쳤어요? 오늘 또 거덜나네.

호구 : 요새 화투치러 다닌대메. 거기서 만회해.

사기 아내 : 자기 요새 화투도 쳐요?

사기 남편 : 그냥 두어 번 쳤어.

호구 : 재수씨! 도박 좋아하는 인간치고 돈 못 버는 놈 없어.

 

인서트 - 정마담 회의.

 

사기 아내 : 재산은 100억정돈데 거의 부동산예요. 건물 세 개. 배가 15. 땅 있고.

사기 남편 : 요새는 서해개발이라는 회사 차려놓고 전주 군산 왔다 갔다 하는데 선주들한

사채를 많이 돌려놨어요. 새만금강 지랄한다고 내년에 어업보상때메.

정마담 : 그래서 현찰은 없다?

사기 남편 : .

정마담 : 오케이!

 

호구 : 배는 끽해야 척당 5-6천이고 양식장 면허권을 사라고. 어업보상해줄 때 서류만 있어도 장당 1-2억이야. 요새 전라북도 티켓다방 애들도 군산으로 주민등록만 옮기면 500씩 받아쳐먹는데.

사기 남편 : 새만금 왜 하나 몰라요.

호구 : 원래 난리때 돈 버는거야. 김사장 500 준비해. 예림씨! 맘 편히 쳐요.

정마담 : 안들어가면 어떡해요?

호구 : 그게 왜 안들어가? 공 앞에서 방구만 껴도 들어가겠네.

 

상대팀이 오백만원을 세고 있는 사이, 정마담이 홀컵에서 30cm 붙은 볼을 퍼팅하는데, 빙그르 홀컵을 돌아나오는 공.

 

정마담 : 어머.

호구 : 아니 어떻게 그걸 못넣요? 그거 그냥 툭- 아이 진짜. 운동센스 그렇게 없나? ... 비오기전에 한 홀 더 돌아.

 

48. 거리.

 

비오는 거리. 호구가 운전하는데, 정마담은 아무 소리 없이 바깥만 바라본다.

 

정마담 : 저는 여기서 내려주세요.

호구 : 우리 예림씨 화났어?

정마담 : 오백만원이 그렇게 아까우세요?

호구 : 돈이 아까운게 아니라, 내기는 어쨌거나 이겨야지. 지면 나 잠 못 자는 사람이라.

정마담 : 정말.. 너무해요. (눈물이 뚝뚝 떨어지며) 나도 사람인데 실수할 수도 있는거고... 거기서 그렇게 무안을 주고.

 

정마담 눈물에 호구가 눈이 똥그래가지고 차를 세우자, 빗속을 혼자 걷는 정마담. 호구가 우산을 들고 뛰어온다.

 

호구 : 이거 참.. 진짜 울어? 내가 나쁜 놈이야.

정마담 : 미안해요. 화내서.

호구 : 아니야 아니야. 예림이!

 

우산이 벗겨지고, 빗속에서 껴안는 둘.

 

 

49. 호텔.

 

위 인서트에서 계속된다.

 

정마담 : (사기팀 아내에게) 자기가 내일 남편 화투치러 간 것 같다고 호구한테 전화해. 그래서 판때기에 같이 가. (남편에게) 그래서 판에 앉혀. 딱 이틀 잃어줘. 삼천씩. (빨찌산에게) 6천 결재해주고, 자기는 운전해줄 때마다 화투는 치지 말라고 사발 풀어. 너무 꽉 조이진 말고.

빨찌산 : .

정마담 : 잘들 해. 빨리 치고 빠져야 돼. 여기 돈 곧 마를거야. 건달들이 빠지기 시작하잖아.

아줌마1.2 : 정마담! 우린 언제부터 출근해?

정마담 : 다음주 월요일.

빨찌산 : 여기 대전에서 온 대마이 기술잡니다.

정마담 : 보자.

빨찌산 : 보여드려.

 

담요 깔고, 정마담 앞에서 화투짝으로 손기술을 부리는 남자.

다리에 머드팩을 바르며 반쯤 보더니 일어나는 정마담. 모두 따라 일어난다.

 

정마담 : (빨찌산에게) 차비 줘서 보내. 기술은 좋은데 탈이 안좋아. 사람들이 경계한다고. 탈은 고니가 좋은데.. 고니 수배 돼?

빨찌산 : 서울 너구리한테 박무석을 찾아달라고 했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정마담 : 너구리보고 나한테 전화 좀 넣어달라고 그래.

 

욕실. 옷벗고 진흙 머드팩을 한 채, 흰 우유속으로 들어가는 정마담. 고단한 한숨.

고니 사진을 보는 정마담.

 

정마담 : 먹고 살기 힘들다 고니야.

 

 

50. 놀이터.

 

고광렬 : 강남 아줌마들 모이는데? 가깝지 여기서.

고니 : 스트레스 받네. 갑시다.

고광렬 : 어 저기.. 오늘은 혼자 가라. (시소 보다가) 에비 에비 글로 가면 안돼.

 

아이가 시소 밑에서 고광렬을 보고 뛰어온다.

 

아이 : 아빠~

고광렬 : . 잘 놀았어?

고니 : 왠 아빠? ! 이거 니네 아빠 아냐.

고광렬 : 야 너 왜그래? 애 울어. (애 쓰다듬으며) 흙장난해.

 

아이가 뛰어놀고, 평화로운 하늘.

 

고광렬 : 이쁘지?

고니 : . 나 혼자 갑니다.

고광렬 : 다 호구들이니까 팍팍 따!~

 

 

51. 어느 밀실.

 

-1. 어두운 방. 백열전등에 자욱한 담배 연기. 여러 화투판들.

 

강남아줌마1 : (쪼며) 이 쪼이는 맛~ 오백 박어.

강남아줌마2 : 박어? 내가 천으로 벌려줄께. 호호호.

고니 : 없는 집 제사만 돌아온다더니 이게 뭐야 죽으라는 놈만 죽으라는건가? 같이 박어요.

 

고니가 천을 던져놓고 앞을 보면, 한쪽팔 의수로 패를 집어보는 낯선손님.

 

낯선손님 : 죽어.

고니 나래이션 : 노련하다. 구삥인데 죽는다?

 

고니와 낯선손님 서로 눈을 마주치고, 낯선손님은 연거푸 위스키를 마셔대면서 엷은 미소로 화답한다. 고니가 이기고, 패가 돌려진다.

 

낯선남자 : 죽어.

고니 나래이션 : 5땡인데도 죽는다? 뭐야 이 인간.

고니 : 누가 선 좀 대신 잡아줘요.

낯선손님 : 어디 가요?

고니 : 물 좀 빼고 올라구요.

낯선손님 : 패돌리다 물 빼면 끗발 떨어지는데.

 

낯선손님, 옆에 피티병을 들더니, 살짝 가리고, 바로 오줌을 눈다.

 

낯선손님 : 같이 눕시다.

 

아줌마들, 오래 참았다는 듯, 뒤로 물러나 어두운 조명 밑에서, 치마를 걷어 올리고 오줌을 눈다. 낄낄거리는 낯선손님.

고니는 일어난다.

 

-2. 화장실. 일보는 고니.

 

고니 나래이션 : 기술은 없는거 같은데.. 낮은패로 꼬셔봐라. 일곱끗. 나는 여덟끗.

 

화장실 앞 복도에선 애를 들쳐업고 온 아줌마 한명이 어깨 한명에게 애 아빠 좀 불러달라며사정하고 있다. 어깨가 막자, 이젠 고니더러 손 하나 없는 인간 좀 불러달라사정한다.

 

-3. 어느 밀실.

 

어깨가 낯선남자에게 귓속말로 속삭인다.

 

낯선 남자 : 여편네 참.. 없다 그래줘. (고니에게) 다시 선 잡아야죠.

 

고니, 패를 돌리는데, 낯선손님이 패 힐긋 보고 (일곱끗이다) 무심히 위스키를 마신다.

 

고니 : 오줌도 눴고, 기본 천으로 시작합니다.

강남아줌마1 : 그래야지. 나 막 가슴 설랠라 그래. 받아.

강남아줌마2 : 이 아줌마가 우리 영계한테 관심 많네. 정분나겠어.

고니 : 정분나면 좋죠.

낯선손님 : 천받고.. 오천 더.

 

조용한 좌중.

 

강남아줌마2 : 추워지네. 죽어요.

강남아줌마1 : 박아논게 아까운데.. 죽어.

고니 : 다 늡시다. 일억쯤 되는데.

낯선손님 : 좋죠.

고니 : 8!

낯선손님 : 나는 7땡인데.

 

고니 해머로 머리를 맞은 것 같다.

 

고니 나래이션 : 7땡 어디서 나온거야? 나는 분명 일곱끗을 줬는데.

낯선손님 : 좀 쉬었다 합시다. (고니에게) 왜 쳐다봐?

 

낯선손님, 돈을 챙기고 나간다.

 

강남아줌마2 : 쪼이는거에 맛 붙였다가 아파트 하나 날렸네?

강남아줌마1 : 짜릿했어. 어디가서 이 기분 나겠어. 젊은친구 나가서 술 한잔 할래?

 

고니, 벌떡 일어난다.

 

-4. 쉼방.

 

낯선손님 위스키만 들이키고, 어깨가 딴 돈을 모두 가지고 나가는데,

 

고니 : 돈 가져올테니까 한판 더 칩시다.

낯선손님 : 봤잖아. 다 빚 갚았어.

고니 : 또 딸거 아냐.

낯선손님 : 그럼 또 갚고.. 갚고.. (나가며) 넌 나한테 안돼. 더 배워.

고니 : 안되긴 뭐가 안돼? 넌 누구야? ?

낯선손님 : 죽여라. 어차피 이러다 죽을건데.

 

나가려는 낯선손님을 잡는 고니. 머리를 움켜잡는데, 귀 한쪽이 없다.

 

고니 : 짝귀?

 

(경과)

 

차분히 마주앉은 두사람.

 

고니 : 죄송합니다. 대선배님을 몰라 뵙고.

짝귀 : 술이나 마셔.

고니 : 아까 일곱끗을 7땡으로 바꾼 거.

짝귀 : 자네도 잘 하잖아.

고니 : 제가 묻고 싶은 건, 상대방이 구라를 칠거라는 걸 어떻게 아느냐는 겁니다.

짝귀 : 사람 맘을 읽어야지. 화투는 손이 아냐. 마음으로 치는거지.

고니 : 사람 맘을 어떻게 읽습니까?

짝귀 : 나도 모르지. 흐흐... 근데 너는 구라칠 때 내 눈을 쳐다보드라. 구라칠 땐 절대 상대방 눈을 보지마.

고니 : 선배님! 제가 아귀를 만나면 이길 수 있을까요?

 

술에 취한 듯, 고개를 못 가누다가, 어딘가를 바라보는 멍한 눈길.

 

짝귀 : 기술을 쓰다 걸려서 귀가 잘렸고, 기술을 안쓰니까 이게 잘렸나?... 별거 아냐. 너도 곧 이렇게 될거야. ~ 미안하다.

 

-5. 어두운 복도를 걸어나오는 고니. 자막 “7. 눈을 보지 마라

 

문을 열면, ~ 하고 내려때리는 밝은 햇살. 아침이다.

 

52. 밀실 근처 거리. 아침.

 

피곤한 걸음의 고니. 바쁜 출근길 인파속에 외로운 섬처럼 보인다.

택시를 잡아타고는,

 

택시 : 어디로 가십니까?

고니 : 아무데나 가죠.

택시 : 아무데나요? (힐끔) 수목원? (아닌가?) 그럼 연안부둔가?

고니 : . 아무데나.

 

순간, 길 건너편에 바쁜 걸음의 화란이 보인다.

택시 막 출발해서 사거리를 지나는데,

 

고니 : 됐어요. 여기요.

택시 : ? 아무데나가 여기요?

 

멀찌감치 화란을 따라가는 고니. 화란이 식당으로 들어가자, 따라 들어간다.

 

 

53. 식당. 아침.

 

화란 뒤편 식탁에 등지고 앉는 고니. 소주에 해장국을 시키고는,

 

고니 : 세상 좁네.

화란 : 밤새 화투 치고 왔나보죠?

고니 : .

화란 : 돈 많이 버나봐요?

고니 : 잃었어. 한잔 할래?

화란 : 근데 왜 사람 뒤를 밟고 그래요?

고니 : ~ 들켰나?

화란 : 그러고는 의뭉스럽게 뒤에 앉아선 세상 좁네그것도 반말로.

고니 : 그때 미안했어.. 내가 맘이랑 행동하는 게 달라서.

화란 : 바보네요~

고니 : 진짜 술 안해?

화란 : ... 내가 이런 얘기 하면 웃기겠죠?

고니 : 말해봐.

화란 : 머리 좀 깎아야 되겠네요.

 

 

54. 화란 술집.

 

오전 햇살이 따사롭다. 흰 가운으로 고니 머리카락이 싹둑 떨어진다.

잘 자르고 있는건가 걱정하며 고니 머리를 살피다가, 자고있는 고니얼굴에서 멈춰버린 화란의 눈. 소년같은 평화로운 얼굴에 화란은 슬며시 연민이 인다.

얼굴에 붙은 몇가닥 머리카락을 집어내려 얼굴을 가까이 하는데, 고니가 눈을 뜬다.

멍하니 보고 있다가, 고니가 화란의 얼굴을 가볍게 당기자, 자석처럼 둘의 입술이 붙는다.

 

화란 : 술 냄새 나.

고니 : 미안해.

 

(경과)

 

늦은 오후.

열쇠 따고 들어오는 세란과 고광렬.

세란이 들어오다 깜짝 놀라며 고광렬을 밀고 다시 나가려는데, 고광렬 영문을 몰라 안쪽을 두리번거리면, 구석진 곳, 소파를 모아 침대처럼 만들어놓고 곤히 자고 있는 고니와 화란.

 

고광렬 : 재주도 좋아.

 

55. 서울. 거리 / 차 안.

 

너구리 : 소문 쫙 퍼졌지. 저번에 곽철용이네 판대기 거덜냈대. 다시 붙을 거라는데.

정마담 : 머리속이 마요네즈야? 곽철용이 나발불면 대한민국 어디서도 작업 못해. 고니 내 선순데 왜 나한테 얘기안했어? 나 무시해도 돼?

너구리 : 무시하는게 아니고.. 요새 박무석이가 철용이네 앞전선수로 뛰잖아. 그래서 난 박무석이만 수배해준거야.

정마담 : 고니가 대가리 얼마나 쳤대?

너구리 : 네장쯤.

정마담 : 고니는 절대 곽철용이랑 다시 붙으면 안돼.

 

거리를 걸어오던 너구리 앞에 멈추는 정마담 차. 너구리가 가리키는 곳. 화란 술집.

 

 

56. 화란 술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정마담. 고광렬이 놀라고, 고니가 나온다.

앞치마를 두르고 나온 고니를 안으며, 볼을 꼬집는다.

 

정마담 : 살이 좀 쪘네.

고니 : 귀신이야 귀신. 좀 앉어.

정마담 : 됐어. 의자가 불편해보이네. 고니한테 좀 부탁할 게 있어서.

고니 : 벌써 부담되는데.

정마담 : 내가 전주 군산쪽에서 공사 시작했는데, 기술자가 없네. 고니랑 광렬씨랑 오면 딱 좋을 거 같은데. 안녕하세요 고선생.

고광렬 : 아 예.

정마담 : 페이는 부산보다 10!

고니 : ~ ... 나도 요샌 지갑이 뚱뚱해.

화란 : (일부러 끼어들며) 고니씨! 식사 다 준비됐는데, 안녕하세요.

정마담 : (입으로만 웃으며) -. 누구?

화란 : 애인이에요.

정마담 : !

화란 :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정마담 : 진짜요? 어디까지 들었을까?

화란 : 근데 보기보다 뚱뚱하네요~

정마담 : 호호 이 사람 웬만한 여자는 콘트롤하기 힘든데.

화란 : 글쎄요 사랑이 콘트롤일까요?

정마담 : (화란 무시하듯) 근데 요새 패션감이 떨어졌구나. (고니 셔츠를 만지며) 셔츠가 이게 뭐야 너무 평범하다. 호텔 연락처니까..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 (고광렬에게도 명함 주며) 또 봐요 아가씨.

 

미소를 흘리며 바람처럼 빠져나가는 정마담.

 

화란 : 아우 여우같애.

 

 

57. 거리. 달리는 차.

 

정마담 : (차에 타며) 어린게. 말 받아치는 것 봐.

 

웃음이 싹 가신다. 카폰하는 정마담.

 

정마담 : 자기가 나한테 빚이 얼마지?

너구리 : 한 삼천되는데.. 받을라구?

정마담 : 안받을테니까 차하나 쌔벼서 전주로 갖구와.

너구리 : 진짜지?

 

정마담 회상처럼 보이는 장면. 호텔 주차장에 차 한대가 사라진 자리. 깨진 유리만 흩어져있고, 그 앞에 고니가 멍하니 서있다. 고광렬이 달래보지만, 고니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고니 얼굴 위로 다시 차를 모는 정마담이 보인다.

 

정마담 : 서울.. 한달만 기다려라. 내가 온다 다시.

 

만족스런 웃음, 음악에 맞춰 허밍하며 운전하는 정마담 옆으로 서울 도심이 펼쳐진다.

 

 

58. 호텔방안. .

 

어둠속에서 얘기하는 고니와 고광렬.

 

고광렬 : 고니야 그냥 튀자.

고니 : 죽으면 죽었지 도망은 안가.

고광렬 : 너야 그러지만 왜 나까지. 너 내가 좋아서 이러냐 싫어서 이러냐?

고니 : 고만합시다. 부부쌈 칼로 물베기래는데.

고광렬 : 부부는 무슨.. 저기 나 손 씻을란다.

고니 : 세란이때메?

고광렬 : 애도 그렇고... 걔 이름이 희열인데, 내가 광렬이잖아.

이건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좀..

고니 : !

 

방문을 두드리는 박무석. 기척이 없자 문을 여는데, 뒤에서 문이 닫히고, 돌아보면, 고니가 작두를 들고 서있다.

 

고니 : 뭘 그렇게 놀랍니까?

 

고니가 작두를 휘두르자, 주저앉는 박무석.

 

(경과)

 

고니는 박무석 앞에 작두를 짚고 앉아있고, 박무석은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박무석 : 그러다 곽철용한테 걸리면?

고니 : 빼팅은 자윱니다. 곽철용한테 죽든가 나한테 죽든가.

고광렬 : 고니야 저기

고니 : (박무석만 바라보며) 할거야 말거야?

박무석 : 나한테 얼마가 떨어지는데?

고니 : 20%

고광렬 : 고니야!

박무석 :(쓴웃음, 악수) 오지게 걸렸군.

고광렬 : 고니야!

고니 : ?

고광렬 : 우리 판돈 모자라.

고니 : 알아.

박무석 : 내일 곽철용이가 자기한테 약을 탈거야. 마시지 마.

 

 

59. 곽철용 사무실.

 

여자애 하나가 화투판으로 커피를 나르는데, 고니가 커피를 입에 대는 모습을 곽철용이 유심히 보고 있다.

고니가 패에 신경을 쓰는 척 하며 커피를 엎지른다.

 

고니 : 에이.. 거기 수건 줘봐.

 

넥타이를 풀어헤친 곽철용이 판돈을 잃고는 새로 돈을 올린다.

고광렬이 패를 돌리려는데,

 

곽철용 : (신경질적) 잠깐. 무석아 니가 기리해라.

박무석 : .

 

박무석이 패를 기리하고, 고광렬에게 준다.

고광렬이 그 패를 그대로 돌린다.

곽철용이 패를 본다. 10땡이다. 차분한 얼굴.

 

고광렬 : 오백만!

곽철용 : 천만 더! (팔을 긁는다)

박무석 : (곽철용의 제스추어를 보고는) 오천만 더!

고니 : 합이 1억으로 합시다.

곽철용 : 그래? 합이 4. 빈정 상하면 죽든가.

고니 : .... 높은건가 보죠?

곽철용 : 높지.

고니 : 높다면 우리가 또 빨아줘야지. 4억입니다.

 

고니가 돈가방을 툭 밀친다.

 

박무석 : 난 죽습니다.

곽철용 : 돈 확인해봐.

 

박무석이 가방을 연다. 위만 돈이고 밑은 그냥 종이.

 

박무석 : 맞는 것 같습니다.

곽철용 : 까봐.

고니 : 먼저 까시죠.

곽철용 : 장땡!

고니 : ? ... 나도 장땡인데.

곽철용 : 에이! 사십장으로 치는 게 아닌데.

고니 : 이거 박아놓고 우리끼리 한번 더 돌려야죠?

곽철용 : 돌려!

 

고광렬이 패를 접고, 박무석이 기리를 한다.

곽철용이 패를 본다. 102. 두끗이다. 낭패. 곧 침착.

 

곽철용 : (속으로) ‘두끗? 이런..’.. (용해에게) 얼마 남았냐?

용해 : 1억입니다.

곽철용 : 밀어 넣어.

고니 : 수표도 받습니까? 5.

곽철용 : 용해야! 은행에다 전화해봐.

 

용해가 수표를 받아들고, 천천히 일어나 전화기로 간다.

고광렬, 잔뜩 쫄아서, 힐끔 힐끔 용해를 쳐다본다.

 

곽철용 : 내가 오늘은 현금이 이것밖에 없는데.

고니 : 건물이라도 담보를 잡든가요.

곽철용 : .... ...

 

용해가 전화기를 들어 다이얼을 돌린다. 고광렬과 박무석 둘다 진땀이 흐른다.

고니는 미동도 없이 곽철용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

 

용해 : 조흥은행이죠? 수표 조회 좀 해볼려구요... 번호 불러드릴게요. 4533...

곽철용 : 에이. 죽었어. (벌떡 일어나서) 넌 뭐야?

 

고니가 자기 패를 깐다. 47이다.

 

곽철용 : 한끗? 한끗?

고니 : 이 돈 착한데 쓰겠습니다.

곽철용 : .... 내 밑에 들어올 생각 없냐?

고니 : 늑대새끼가 개 밑으로 어떻게 들어갑니까?

 

고니와 고광렬이 나가자, 곽철용 부르르 떨다가, 방으로 들어가 물건을 던진다.

요란한 소리에 잔뜩 쫄아있는 용해와 용팔이. 그리고 박무석.

 

박무석 : 회장님 볼 면목이 없구만. 방에 가 있을테니까 부르면 연락해줘.

용해 : .

 

박무석이 나가려는데, 문이 열리고 곽철용이 나온다.

 

곽철용 : 잠깐. 무석이 입 좀 막아봐라.

 

용해가 곽철용의 사인을 받더니, 청테잎을 뜯어 박무석 입을 막는다.

곽철용이 망치로 박무석의 입을 내려친다. 이빨이 부러지는 소리.

용해가 청테잎을 뜯자, 피와 이빨이 우수수 떨어진다.

 

곽철용 : ... 이 안에 배신자가 있다. 이게 내 결론이다.

박무석 : 전 아닙니다.

곽철용 : 그래? (칼을 던지며) 이걸로 증명해봐. 증명 못하면 열 손가락 다 짤린다.

 

칼을 보며, 어쩔지 몰라하는 박무석.

 

박무석 : 증명해드리겠습니다.

 

새끼손가락을 뻗고, 칼을 들어, 눈치를 보다가, 내려치는 박무석.

 

박무석 : 이제 믿어주시겠습니까?

곽철용 : 믿어달라고? 결백하다는 놈이 손가락은 왜 잘라?

 

골프채로 박무석을 내려치는 곽철용.

 

곽철용 :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 ..... 어디?

 

쓰러진 박무석 얼굴에 귀를 대고 박무석 얘기를 듣는 곽철용.

 

 

60. 지하상가.

 

셔터가 내려진 상가에 앉아있는 고니와 고광렬.

 

고광렬 : 박무석이가 왜 안오지? 걸렸나?

고니 : 빠꼼이라 괜찮을텐데.

고광렬 : .. 오줌 마려워.

고니 : 형님! 가게에서 기다려. 여긴 내가 있을테니까.

고광렬 : 그럴까. (가는데)

고니 : 형님!

고광렬 : ?

고니 : 내가 혹시 화란이랑 살면 재미있을까?

고광렬 : 요거 끊고?

고니 : .

고광렬 : (미소) 너는 성격이 드러워서 .. 잘 살거야.

 

고광렬이 떠난 텅 빈 지하상가, 멀리서 들리는 행인의 발소리, 셔터 내리는 소리만 들린다.

멀리서 스케이드 보드를 탄 소년이 워크맨 음악소리를 들으면서 오고 있다.

반대쪽, 정면쪽을 보면, 걸어오는 어떤 남자 둘.

불길함. 고니는 슬며시 소화함에 돈가방을 넣고, 정면쪽으로 걷는다. 그 남자는 행인인듯, 계단쪽으로 올라가고, 반대편 남자가 고니쪽으로 걸어온다. 고니가 방향을 바꿔 스케이드보드 소년쪽으로 걸으며 반대편 남자를 주시하는데, 스케이드 보드소년이 고니에게 다가와, 쑥 칼을 뽑는다.

고니가 칼을 본다. 소년이 지나친다. 고니가 움찔한다. 소년이 잽싸게 멀어진다.

고니 배에 피가 배어나오고, 상가 공중전화 부스로 어기적 어기적 뛰는 고니.

반대편 남자는 용팔이!

전화통을 잡는 고니. 스케이드 보드 소년이 고니를 향해 되돌아온다.

 

고니 : .... 화란이? 형님 바꿔봐. 빨리.... 형님! 다구리 탔어. 튀어요.

 

인서트 - 화란 술집.

 

막 전화를 끊고, 밖을 보는 고광렬.

용해가 똘마니들과 함께 오고 있다. 영문 모를 화란, 세란에게,

 

고광렬 : 세란아! 나 꼭 돌아온다.

 

용해가 들어오자마자, 주방 뒷문으로 달아나는 고광렬. 용해가 뒤따라가는데, 교묘히 빠져나간다. 똘마니들이 돈가방을 찾아낸다. 뒤이어 들어온 곽철용. 철썩- 화란 뺨을 때린다. 나뒹구는 화란.

 

곽철용 : 데려가.

 

한편, 지하상가.

용팔이쪽으로 달려가는 고니. 용팔이는 스모선수처럼 버티고 서는데, 고니가 몸을 날려 가슴을 차고 넘어지면, 용팔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니쪽을 보다가 털썩 주저앉는다.

스케이드보드 소년이 뒤따라오고, 달리는 고니, 뒤로 돌아 무릎을 차는데, 소년 점프, 보드만 굴러가고, 소년은 고니 옆구리에 칼을 박았다.

용팔이가 다가온다. 암전.

파괴된 술집. 텅 빈 화란 집. 지하상가에 소화전 앞을 지나가는 행인들. 암전.

 

 

61. 폐기물 처리장.

 

어둠. 기중기 소음. 지포라이터가 턱 하니 켜지고, 고니가 주위를 둘러보면, 상자 안. 자신의 옆에 있는 박무석 시체.

상자안을 비추며 문을 찾고, 힘으로 비틀어 열면, 허공에 매달린 냉장고다.

눈앞에 펼쳐지는 환한 달. 순간 아름다움에 멍하니 바라보면, 자막 “8. 악당이 너무 많다

거대한 집게가 냉장고를 분쇄기에 넣으려한다. 재빨리 뛰어내리는 고니.

냉장고는 분쇄기속으로 쳐박히고, 고니가 배를 보면, 피가 셔츠를 적셨고, 셔츠를 뜯어보면, 돈 전대가 중상을 막았다.

 

 

62. 곽철용 사무실. .

 

배낭을 맨 초췌한 고니, 사무실로 들어오자, 곽철용 덩치들 놀라서 바라본다.

스케이드 보드 소년도 칼을 빼들지만 접근하진 못한다.

빼갈에 청요리 먹던 곽철용은 고니를 힐긋 보더니, 젓가락질을 계속한다.

 

곽철용 : 너 명이 길구나.

 

곽철용 앞 소파에 앉는 고니. 곽철용은 빼갈을 털어넣고, 가만히 고니를 내려다본다.

 

고니 : 화란이 세란이 사러왔습니다.

곽철용 : 돈으로?

고니 : 그게 경우 아닙니까?

곽철용 : 경우라.. 막말로 세상의 경우란 경우는 우리가 다 어기고 살지만, 우리끼리는 또 경우 따져야지. 그런데 요 경우 이상하네. 원래 내 돈 아니냐? 쇼당이 안붙지.

 

고니, 피식 웃자, 용해가 야구방망이 들고 다가온다.

 

용해 : 어디 실실 쪼개 이 십새끼가. 명이 길면 긴대로 조용히 쳐박혀 살것이지.

고니 : 회장님 밑에서 일하겠습니다.

곽철용 : (이 놈 봐라?, 용해 제지하고) 늑대새끼가?

고니 : 물 만난 고기처럼 살고 싶었는데 도마위에 생선이니.. 2년 드리겠습니다.

용해 : 이 놈 말을 믿습니까?

곽철용 : 용해야! 너도 쟤처럼 목숨 걸고 배팅할 수 있냐?

용해 : 저요? ... 그럼요.

곽철용 : 하하하.. (호기롭게) 전화 줘봐... (전화 건네받다가) 돈은?

고니 : 숨겨놨죠.

곽철용 : 차 대기시켜. (전화에다) 기집애들 두명 풀어줘... 그냥 풀어줘.

 

곽철용을 따라 일어나는 고니. 스케이드 보드 소년이 고니에게 야비한 웃음을 흘린다.

소년에게 한방 먹이는 고니. 소년이 쓰러진다.

 

 

63. 곽철용 차 안. .

 

용해 용팔이 차가 앞에 달리고, 뒷차에는 배낭을 가진 고니가 조수석에, 뒷자리에 곽철용이 앉아있다.

 

곽철용 : 너랑 같이 있던 놈. 안경잽이.

고니 : 어딨습니까?

곽철용 : 찾아야지.

고니 : 찾으면요?

곽철용 : 내가 건달생활을 열일곱에 시작했다. 그 나이때 건달 시작한 놈들이 백명이다 치면, 지금 나만큼 사는 놈은 나 하나야. 나는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냐? 잘난 놈 재끼고, 못난 놈 보내고, 식구는 챙기고, 배신하는 놈은 ... 죽였다.

고니 : ....

곽철용 : 넌 깡다구가 있어서 좋아. 그걸 나한테 보여줘.

고니 : 지금 보여줄까?

 

순식간에 배낭에서 꺼낸 맥주병으로 운전사 머리를 치는 고니.

운전사가 정신을 잃고, 차는 휘청대다가 앞차를 들이받고, 반대편 차선으로 달린다.

곽철용이 고니 뒷머리를 잡지만, 발을 뻗어 엑셀을 누르고, 배낭으로 전신을 방어하는 고니.

길에서 벗어난 차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4-5미터 아래로 추락한다.

운전자는 죽어있고, 반쯤 박살난 앞유리를 뚫고 나온 곽철용 머리는 피투성이다.

고니의 찢어진 배낭안으로는 잔뜩 눌러논 솜이불이 보인다.

고니, 눈을 뜬다. 배낭을 언덕 아래로 버리고는, 피묻은 손으로 담배를 문다. 손이 부러졌는지, 담배를 떨어뜨린다.

어디선가 앰블런스 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64. 정마담 카페. .

 

집기들이 들어오는 신장개업 카페. 빨찌산과 전에 호텔에서 봤던 아줌마1.2가 집기를 정리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소파에 다리를 포개고 생각에 잠기고 있던 정마담이 쉿! 하면,

모두들 동작을 멈추고 숨을 죽인다.

 

정마담 : (연습삼아) 죄송해요. (다른 톤) 죄송해요. (전화기 들더니) ... 어떡해 죄송해요.

제가 일이 좀.... 아뇨 얘기하기 좀 그래요... 내일봐요... 나두요.

 

전화기에 뽀뽀를 해주는데, 문득, 호구와 뽀뽀하던 감촉이 스쳐가고, 전화를 끊고는 불결한 듯, 괜히 입술을 닦는다. 다시 문득, 고니와 키스하던 감촉이 스쳐가고, 희미한 미소가 번지는데, 들킨듯, 힘차게 일어나 바닥 집기들을 발로 치우며 다시 일을 지시하는 정마담.

 

정마담 : 여기 정리 하고 이렇게밖에 못해? 저 창문은 막아. 백화점에 창문 없는 거 몰라? 해뜨는 거 보면서 화투 치고 싶겠어?

 

65. 항구. .

호구 : 좋아. 대답 안해도 돼. 근데 벌써 세 번씩이나 진짜... 믿음! 그런건 중요하잖아.

정마담 : 화났어요?

호구 : (화난 채) 아냐 화 안났어. 안물어보면 되잖아... 근데 혹시 딴 남자 만나?

정마담 : 그건 아니에요.

호구 : 그럼 왜 못나왔는지 이유를... ~ (숨 몰아쉬며) 화 안났어.

정마담 : 그날... 아니에요 됐어요.

호구 : 얘기해봐. 그날?

정마담 : 화투 쳤어요.

호구 : (벙 찐 얼굴로) 당신이.... 도박을? ?

정마담 : 섯다요.

호구 : 섯다? .. 하하 섯다 죽이지. (놀리며) 어쩌다가?

정마담 : 손발 차고 그랬는데 패만 잡으면 막.. 혈액순환도 되고 휴~ 내가 미쳤지.

호구 : 도박이 나쁜가? 사람 사는 게 도박이지. 잃었구나? .... 내가 복수해줄까?

정마담 : (눈빛이 반짝했다 사라진다) 괜히 끼지마세요. 그 사람들 돈도 많고 화투도

잘쳐요.

호구 : 화투는 운칠기삼이야. 운이 칠십프로고 기세가 삼십프론데 기세라는 게 결국 판돈 이거든. 우리 골프치던 놈 있지? 며칠전에 그놈아랑 같이 섯다를 치다가 6천짜리 판을 딴적이 있는데, 이게 초구에 5가 떨어지는거야. 5는 안좋거든. 근데 왠지 손에 감이 착 붙는게 5가 또 떨어질 것 같더라구. 다음 패가 들어오는데 5. ~ 그때 기분은....

 

66. 정마담 카페. .

 

앞 장면의 호구 대사가 깔리며, 화투 치고 있는 호구가 보여진다.

호구 뒤쪽에는 빨찌산이 서있고, 호구가 첫장을 받는다. 5. 호구 약간 기대하며 두 번째 장을 받는다. 역시 5.

호구가 괜히 인상을 찌푸리고 입맛을 다시며 낮은 패인 것처럼 군다.

호구 앞에 앉은 사람들. 호텔에서 봤던 아줌마1.2. 그리고 고광렬이다.

고광렬 : 기본만 가자구요. .

아줌마2 : 난 이럴때가 애매하더라. 삼천.

아줌마1 : 이런 판은 무조건 가라고 성경에도 써있더라. 오천.

호구 : (고민하는 척) 죽긴 그렇고 오천 받으면 오링이고.... 삼초이상 고민하면 안돼. 받아.

고광렬 : 죽으란 얘기구만. 땡을 잡으셨나?

아줌마2 : 이천 더 묻으면 되죠? 2땡이에요.

호구 : 5.

아줌마1 : 나 어떡해? 6땡 떨어졌어.

 

호구는 참담하다.

 

고광렬 : 조여사도 참 잔인하시다. 이쪽은 벌써 오링 되셨네. 초저녁인데.

아줌마1 : 어떡해요. 재수 좋은 년은 앉아도 오강꼭지에 앉고 넘어져도 가지밭에 넘어진다고.. 재수가 좋은걸.

아줌마2 : 빨리 합시다. 근데 오천가지고 이 밤을 어떻게 버티실라고 그것 갖고 오셨어요?

고광렬 : 개평은 없습니다.

호구 : 여기 꽁지돈 좀 빌릴 수 없나?

고광렬 : 여기가 하우스에요? 꽁지가 있게.

호구 : (빨찌산에게) 예림씨한테 전화 돌려봐.

빨찌산 : 사장님 그만 하시죠.

호구 : (몸이 달아) 전화하래니까.

 

 

 

 

67. 정마담 호텔방.

 

정마담 : 어머 다 잃었어요? 하지 말래니까.

호구 : 그게 아니라, 오늘 급하게 오느라고 현찰이 없었어. 자기 내일 가게 주인 줄거라고 찾아놓은 돈 있지? 1억이라고 그랬나?

정마담 : 오천밖에 안 찾았어요.

호구 : 오천? ... 그거라도 괜찮아. 지금 미스터 김 보낼게....

 

(경과)

 

호텔로 들어온 빨찌산. 정마담이 건내주는 돈봉투를 받는다.

돈봉투는 호구에게 건내지고, 돈봉투에서 꺼낸 돈을 다시 잃는 호구. 망연자실~

. 조여사라고 불리는 아줌마2가 호구의 돈봉투를 다시 정마담에게 건내고,

새벽. 정마담에게 전화하는 호구.

정마담의 돈봉투는 두개로 불어, 다시 호구에게 간다.

 

정마담 나래이션 : 보통 호구들은 자본이 부족해서 돈을 잃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도록 일단 절반만 빌려준다. 호구는 돈을 잃는다. 그 돈은 다시 나에게 들어오고 그 돈을 다시 호구에게 빌려준다. 실재로 돈을 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돈은 그냥 돌고 돌뿐. 이렇게 여러번 반복하다보면, 호구의 빚은 산더미처럼 불어난다. 그럼 슬슬 마지막 마무리를 날린다.

 

 

68. 정마담 카페. .

 

정마담 : (울먹) 그동안 벌써 빌려가신 돈이 얼마나 되는 지 알고계세요?

호구 : 운이 안따라주니까 그렇지. 계속 따고 있다가 조여사가 막판에 땡을 세 번이나 잡드래니까. 알았으니까 한번만 더 빌려줘.

정마담 : 벌써 15억이에요. 그중에 10억은 달라돈이고.. 그 돈 못 갚으면 당신이야 괜찮겠지만 제 인생은 끝이에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제발..

호구 : 정말 마지막이라니까.. 내 건물 하나 담보로 할테니까 20억만 더 빌려보자고. ?

정마담 : 20억 가지고 되시겠어요? 어차피 건물 담보면 제가 30억까지 해볼게요. 그래야 따시지 않겠어요?

호구 : 그렇지. 노름은 파도야. 내려가면 올라가는 거지.

(희망에 부푼 체 나가며) 인제 이것들은 다 죽었어.

정마담 : 놀고 있네. 죽는건 너야.

 

내실 문이 열리고, 고광렬이 나타난다.

 

정마담 : 고니 소식 좀 있어요?

고광렬 : 병원.

정마담 : 꽃 한다발 보내야겠네.

 

 

69. 병원. .

 

꽃다발을 든 간호사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팔에 기부스를 한 고니가 옆 침대 아저씨들과 고스톱을 치고 있다.

 

안간호사 : (꽃다발을 던지며) 애인인가봐요?

 

사람들 ~’하는 환호성을 질러댄다.

 

환자1 : 안간호사 삐졌다.

환자2 : 어디 보자. 애인인가.

환자2가 꽃다발 속 메모를 채가더니, 읽는다.

 

환자2 : ‘공사는 잘되고 있어. 건물 하나는 끝났고, 이제 두 번째 건물을 지을 예정이야. 광렬씨가 솜씨를 발휘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고니가 와서 마감공사를 해줘야겠어’? 이게 뭐야? 고니 자네 건축일 허나?

 

고니, 안간호사에게 웃으며 꽃다발을 도로 건네더니 일어난다.

 

안간호사 : 어머 절 주면 어떡해요?

고니 : 꽃주인은 따로 있는거지.

환자1 : 누군 좋겄다.

안간호사 : 병원에서 화투 치지 말라고 그랬죠.

환자2 : 고스톱은 의사선생님들도 치드만. 어이 고니! 어디 가?

 

전화 시늉을 하며 나가는 고니.

복도 끝 유리 칸막이 너머 공중전화 부스를 향해 걷는 고니.

그때, 칸막이 너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용해와 스케이드보드 소년이 나온다.

서로 멈칫거리며 노려보는 셋.

고니가 뛴다.

용해와 소년도 뛰지만, 칸막이를 돌아 나와야 한다.

쫒기는 고니, 병실로 들어가 문을 닫으며, 용해가 칼을 빼들고, 병실 문을 연다.

얼이 빠져서 용해와 소년을 바라보는 환자들과 안간호사.

안간호사가 손가락으로 창문을 가리키면, 열려있는 창문.

용해와 소년이 창문너머를 바라보면, 한층 밑으로 베란다가 있다.

둘은 뛰어내리고, 고니를 찾는다.

그런데, 고니는 안간호사 다리로 막고 있던 침대 밑에서 기어나온다.

 

고니 : 공사비를 안줬더니.

 

고니가 병실을 뛰어나가, 엘리베이터를 탄다.

 

 

70. 곽철용 도박장. .

 

횅한 비닐하우스 안. 용해가 소주병을 내던져 박살낸다.

 

용해 : (용트림을 뱉어내며) ~ 내가 고니 그 새끼를 죽여버리든지 해야지.

소년 : (뛰어들어오며) 오셨습니다.

국화꽃들. 자막. “9. 죽음의 액수

용해와 용팔이가 비닐하우스 출입문을 바라보면,

엷은 문틈으로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가 싶더니, 아귀가 들어온다. 그 뒤로 거구의 남자.

 

아귀 : 니들 오랜만이다.

용해 : 형님 안녕하셨습니까?

아귀 : 철용이가 나한테 빌려간 돈이 좀 있는데, 죽기전에 그런 얘기 안하든가?

용해 : 그런 얘긴 없었습니다.

아귀 : 시벌놈. 두 번 죽일수도 없고.

용팔이 : 시벌놈이라니. 지금 우리 회장님 보고 한 얘긴가?

 

용팔이가 앞으로 나서자, 아귀 뒤에 있던 건달이 나서고, 용팔이 잔뜩 겁을 먹었지만, 내친김이라 건달을 밀어내려는데, 건달의 손에 잡혀 바둥대다 자빠진다.

아귀가 곽철용 의자에 앉아 담배를 꺼내고, 가만히 있자, 용해가 냉큼 불을 붙여준다.

 

아귀 : 어제 병원으로 그놈을 쑤시러 갔었다고? 그려 좀 쑤셔줬어?

용해 : 복수해줘야죠.

아귀 : ? 복수? 에라 삼시세끼 밥도 못 쳐 먹을 놈들아! 되진 곽철용이가 너네 아버지냐? 복수를 한다고 지랄들하게? 복수같은 그런 순수한 인간적인 감정으로다가 접근하면 안되지. 식칼로 뱃대지를 쑤시든 도끼로 마빡을 찍든간에 다 고깃값을 번다 뭐 그런 자본주의적인 개념으로 나가야지. 나를 부른 거 보니까 손모가지 하나 잘라달란 말여 뭐여?

용해 : 아예 둘 다 잘라주십쇼.

아귀 : 두개 다 짤라 노면 혼자 화장실은 어떻게 가라고? 똥은 싸고 살아야지 아무리 미운놈이라도. 어떤 놈여?

용해 : 고니라고 잘 모르실겁니다. 안경잡이랑 둘이 같이 다니는데, 지금은 둘 다 어딨는지 모릅니다.

아귀 : 안경쓰고 안쓰고로 어떻게 찾어? 조선놈 삼분지일이 안경을 쓰고있는디. 화투 돌릴때 어떻게 돌려? 스냅여? 큰 동작여?

용해 : 패돌리는 게 어설픕니다.

아귀 : . 남의 패는 어떻게 봐?

용해 : 모르겠습니다.

아귀 : 반지 꼈어?

용해 : .... .

아귀 : 돈 딸 때 시끄럽고?

용해 : .

아귀 : 그 쉬벌놈이구만. 고광렬이. (건달에게) 수배해봐. 우린 전화 열통이면 전국 다 수배돼. 호텔에 방 두개 잡아놔라. 가시나들도 넣어주고.

 

건달이 수첩을 꺼내더니, 전화기를 집어 든다.

 

 

71. 몽따쥬. 수배. 연락. 이동.

 

1. 사우나 탈의실 보관함. 고광렬이 옷을 갈아입으면, 어떤 건달이 고광렬을 목격. 전화를 건다.

2. 술집. 용팔이가 건달에게 두손으로 공손히 술을 따르는데, 아귀건달의 삐삐가 울리고,

3. 마사지 룸. 여자한테 안마받는 아귀에게 넌지시 이야기하는 건달.

 

아귀 : 정마담 밑에 것 들이구만. 차 준비혀. 그년을 이렇게 만나나...

 

 

72. 화란 술집. 저녁.

 

바깥 봉고차 안에 곽철용 덩치들. 술집안도 두명이 있고, 화란 세란이 일하는 게 보인다.

술집이 보이는 전화부스 안에 고니. 세란이 전화를 받자,

 

세란 : 여보세요.

고니 : 맥주 떨어졌어요?

세란 : ?

고니 : 나예요. 고니. 화란이한테 맥주 필요하냐고 물어봐요.

세란 : 화란아 맥주 떨어졌니?

화란 : 몰라. 많아.

세란 : (제발 전화 좀 받아주라..) 화란아 맥주 떨어졌냐고 물어보거든.

화란 : 어언니~ 여보세요. 맥주 많아요.

고니 : 나야 고니.

화란 : .. 그럼 하이트 두박스만.

 

덩치가 전화쪽으로 왔다가 다시 멀어진다.

 

화란 : 궁금하네 그쪽은 괜찮아요? 장사가?

고니 : . 화란씨는? 힘들었지?

화란 : 그냥.. 하이트는 언제 보내줄거예요?

고니 : 내일 다섯시. 화란씨 머리 푸니까 이쁘네.

 

 

73. 지하보도.

 

소방함에서 가방을 꺼내는 고니. 사람들 속으로 사라진다.

 

 

74. 정마담 카페. .

 

내실. 자욱한 담배연기속에 판이 벌어지고 있고, 수표들이 날아다닌다.

이번엔 고광렬이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아줌마2 : 1억만 가볼게요.

호구 : 4. 쫄리면 죽든가.

아줌마2 : 쫄리면 죽든가? ... 4억 받아요.

호구 : 다들 죽었나?

고광렬 : 이거 받아야되나 말아야되나.. 후훕~ 4억에 4억 더. 어쩌실겁니까?

아줌마2 : 숨이 갑자기 확 막히네.. 좋아 얼마나 커지나 보자. 받아요. 몰라! 난 몰라! 이번에 못먹으면 정말 죽어버릴거야.

고광렬 : 사장님은요.

호구 : ............... ......... 받았어. 8.

아줌마2 : 에그머니나 나 어떡해.. 나 어떡해?

호구 : 으흐흐 어떡하긴. 다 운이지.

고광렬 : 잠깐만요.. 9.

 

고광렬이 내미는 패를 본 호구. 귀신을 본 표정이다.

 

(경과)

 

모두들 떠난 빈 카페에서 정마담이 돈을 세고 있는데, 벨이 울린다.

재빠르게 돈 가방을 숨기고 카페 문을 열면, 아귀와 아귀건달, 용해가 서있다.

 

정마담 : 아귀?

 

(경과)

 

아귀 : 간단혀. 호구헌테 날 소개시켜줘. 내가 호구편에서 쳐줄테니까. 정마담은 그냥 고니라는 놈을 내 앞에 불러주면 되는거여.

정마담 : 싫어!

아귀 : 싫어도 해야지.

정마담 : 싫대니까. 고니가 곽철용을 죽였다는 증거도 없고.

아귀 : 왜이려 이거! 지금 대가리치는 호구가 노다지라고 그러더구만. 내가 힘 한번 주면 말짱 설사여.

정마담 : 지금 협박하는거야? 나 정마담이야.

아귀 : 알어. 정마담! 가난하게 죽고 싶어? 내일 신문에 이름 한번 나볼껴?

정마담 : ... 고니를 죽일거야?

아귀 : (좌중에게) . 내가 좋아한다 그랬잖어. 그려 세상은 좆같애도 사랑은 영원허다 이거여? 걱정허지 마. 피는 내가 볼텐게.

정마담 : 이거 영 재수가 없네. (내실로 들어가며) 생각 좀 해보고.

아귀 : 에헤~ 상상력이 많으면 인생이 고달퍼.

 

내실로 온 정마담이 거울 속 자기를 보는데, 아귀 들어와, 정마담 뒤편에 선다.

 

아귀 : 어차피 만날 놈여.

정마담 : 좋아. 비즈니스니까 내가 칠, 자기가 삼.

아귀 : 어허 뭔 비즈니스가 그렇다냐. 그놈이 알아도 돼?

정마담 : 내가 이러는 거?

아귀 : 아니. 그날 기차에서 말여.

정마담 : 무슨 기차?

아귀는 느물거리며 정마담의 무릎께를 쓰다듬으며 정마담 귀에 속삭인다.

아귀 : 있잖아 기차. 평경장 기차.

정마담 : 난 몰라.

아귀 : 평경장 기차에 그때 나도 있었거든. 얼굴도 지긋지긋헌게 멀찌감치 다른 칸에 말여.

아귀의 손이 정마담의 엉덩이를 움켜쥐며 밀치자, 정마담의 몸이 점점 기울어진다.

 

아귀 : 한참 잠을 자는데 갑자기 기차가 서대. 웬일인가 허고 밖을 보니깐 평경장이 아작이 났드만. 그때, 어떤 놈이 기차에서 내려갖구 도망을 가는데, 딱 하고 돌아보대.

 

인서트 - 기차. .

 

창밖을 보는 아귀. 기차에서 내려 도망가다 돌아보는 남자. 빨찌산이다.

아귀가 반대편 창밖을 보면, 평경장이 쓰러진 모습이 보이고, 사람들이 그곳으로 달려간다.

 

아귀 : (정마담 팬티를 내리며) 그래서 내가 칠이고 니가 삼이야.

정마담 팬티가 발목에 걸리고, 아귀가 정마담의 치마를 느리게 들추는데... 정마담 총을 들어 아귀 머리에 댄다.

 

정마담 : 손 떼.

 

아귀, 손가락을 빨며 느물거리듯 정마담에게서 떨어진다.

 

아귀 : 왜 그랬을까? 이쁜 정마담이.

정마담 : 오대오. 싫으면 법대로 해.

아귀 : ? 그런 뜨뜻 미지근헌걸 믿어. 그럼 시작허까? 호구한테는 기술자라고 날 소개시켜주고, 전화해 그놈부터.

정마담, 털썩 하고 의자에 몸을 묻고는 전화한다.

 

정마담 나래이션 : 나보고 축축한 꽃 같다고 그랬던 남자를.. 내 품안에서 여자를 배웠던 남자를 죽여야 한다니.. 정말.. 나는 내 인생에서 이런 일이 닥치지 않기를 바랬어요. 정말 간절히.. 하지만 세상은 왜 반복을 거듭하는 걸까요?

정마담 : 광렬씨? 나 정마담. 오늘 저녁에 또 판이 있어요.

 

 

75. . .

 

배위로 올라가는 고광렬과 아줌마1.2.

용해와 용팔이가 숨어서 지켜보는 줄 모르고, 두리번거리기만 한다.

햇지가 열리고, 방안으로 들어간 고광렬. 깜짝 놀란다.

빨찌산, 호구옆에 아귀와 아귀건달이 앉아있다.

그리고 방한구석에 세워져있는 커다란 오함마.

 

호구 : 잘 오셨어요. 여기 우리 조카들인데 내가 하도 털리니까 도와주겠다고 왔는데 같이 쳐도 되지요?

아줌마1 : 그럼요. 돈이 중요하지 사람이 중요하나.

호구 : 캐쉬가 너무 많으니까, 이제부턴 다 수표니까 여기다 보관하고 칩으로 칩시다.

아귀건달 : 왔으면 앉어야지. 오늘 우리 깨끗허고, 화끈허게 놀아봅시다.

아귀 : 깨끗이 칩시다. 혹시나 데마이 쓰다가 뽀록나는 사람 있으면 저 망치로 손모가지를 분질러놀랑게.

고광렬 : (이왕 이렇게 된거) 그럽시다.

고광렬 나래이션 : 이놈들아 노름도 목숨 내놓고 하는거야. 산전수전 다 겪은 내가 쫄 줄 아냐?

 

고광렬이 화투를 꺼내는데,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아귀와 아귀건달의 눈길이 느껴진다. 그리고 벽에 세워진 오함마.

고광렬은 쫄아서 패를 돌리다가,

고광렬 나래이션 : 주먹건달 치고 화투 변변히 치는 놈 없다. 공포분위기나 조성하고 에이 병신들. 광렬아 쫄지말자. 지금 여기에 타짜는 나밖에 없다.

고광렬 패를 접으며, 이를 악물고, 기술을 부린다. 고광렬의 손에 숨어있는 패 한 장.

고광렬을 보며 미소 짓던 아귀. 칼을 꺼내더니 칼로 고광렬의 손을 찌른다.

 

아귀 : 동작그만! 첫판부터 장난질여? 니 손바닥에 화투가 한 장 붙어있다는 것에 내 돈 모두하고 내 손 하나를 걸겠다. 넌 뭘 걸겠냐?

고광렬 : 왜이래요 이거.

아귀 : (호구에게) 삼촌! 이러니 돈을 꼴으셨죠. 흐흐 걸렸구만. 해머 갖고와. 손이 아까우면 딴 걸 걸든가. 경상도 짝귀는 첨에 귀를 걸었지.

고광렬 : 그럼 당신이? .. 아귀?

아귀 : 흐흐흐...

 

건달이 고광렬 뒤쪽에서 해머를 가지고 오고, 호구는 슬슬 물러난다.

벌써부터 기분좋은 아귀. 입가를 핥으며 바라본다. 고광렬의 손에 해머를 내려치는 건달.

피가 튀는데도, 실실 웃으며 담배를 피며 좋아하는 아귀.

 

아귀 : 담은 고니 차례여.

 

 

76. 화란 술집.

 

시계가 다섯시를 가리킨다. 전화가 울리자, 화란이 받는다.

 

고니 : 주방 뒷문으로 나오면 택시가 있을거야. 그걸 타고..

세란 : (전화기를 뺏더니) 고니씨! 광렬씨가요.. 어떡해..

고니 : 광렬이 형님이 왜요?

세란 : 광렬씨가요 다쳤대요.

고니 : 누가 그래요?

세란 : 여기 아저씨들이.

고니 : ... 옆에 있는 놈들 바꿔요.

 

옆에 있던 용팔이가, 스피커폰을 켠다.

 

용팔이 : 오랜만여.

고니 : 광렬이 형님이 어떻게 됐는데?

용팔이 : 아귀형님이랑 화투치다가 빨래질을 당했다네. 전화도 안될거야 손모가지가 짤려서. 고니 : 아귀 어딨어?

용팔이 : 정마담이란 여자가 알겠지. 어떻게? 애인 바꿔줘?

 

고니, 술집안을 바라본다. 곽철용 덩치들이 화란, 세란과 함께 스피커폰을 듣고 있다.

 

고니 : 됐어. 그 여자 내 애인 아냐.

용팔이 : 그으래? 잘 어울리는데.

고니 : 내가 바보라.

화란은 바깥에 고니를 바라본다. 둘 사이에 엷은 웃음. 고니 돌아선다.

 

 

77. 국도. 차 안.

 

어두운 도로를 심야고속버스의 헤드라이트가 비춘다.

부서져있는 기부스 찌꺼기들. 오른손 근육을 풀며, 조용히 차창밖을 내다보는 고니.

 

 

78. 인서트. - 평경장 집 앞. 아침.

 

길 떠날 채비를 하는 고니와 평경장. 평경장이 칼을 꺼내 품에 넣는다.

 

평경장 : 기술자가 기술을 쓰러가는 건 사무라이가 싸움을 하러가는 것과 같다. 기술 쓰다가 발각되면 칼부림이 날 수도 있고, 손목이 짤릴 수도 있고.

고니 : 죽을 수도 있습니까?

평경장 : 나야 그런일이 없지. 왜냐? 확실하지 않은 승부는 안하거든. 못믿냐?

 

길에 떨어진 화투패 하나. 뒤집어져있다. 평경장이 그 앞에서 멈칫한다.

 

평경장 : 우리 내기 한번 하자? 나는 홀수에 10만원 걸겠다. 너는 짝수에 걸겠냐?

고니 : 걸어보죠.

 

고니가 길의 화투패를 까보니 9가 나온다.

 

고니 : 9? 홀수란 걸 어떻게 아셨죠?

평경장 : 내가 여기다 버린거다.

 

휘파람 불며 돌아서 걸어가는 평경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고니.

 

고니 나래이션 : 겁날 것도 없고 억울할 것도 없다. 내가 아는 사람들 다 죽거나 다쳤다. 평경장. 박무석. 곽철용. 고광렬.

고니의 나래이션에 따라 평경장. 박무석. 곽철용. 고광렬의 얼굴들이 나왔다 사라지더니, 아귀의 얼굴이 나온다.

 

 

79. . 선실. .

 

아귀. 차 한잔, 티슈로 입을 닦는다.

 

아귀 : 오늘 고니는 내손에 죽는다. 문제는 돈인데, 정마담 그년이 여우니까 조심해.

 

 

80. 터미널.

 

고니가 탄 버스가 들어온다. 정마담과 빨찌산 차를 대기시켜 놓았다.

 

정마담 : 우리는 무조건 돈만 챙긴다. 너는 그것만 신경써.

빨찌산 : 고니는요?

 

정마담, 씁쓸한 미소만 짓더니, 고니를 향해 손을 흔든다.

고니 : 아귀는?

정마담 : 기다리고 있어.

고니 : 왜 광렬이 형님을 아귀랑 붙였어?

정마담 : 그게..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호구가 타짜를 수소문했는데 아귀가 온거야.

고니 : 몰랐단말야?

정마담 : 자꾸 나한테 그러지 마. 자기 걱정밖에 안돼. 지금 나.

고니 나래이션 : 이 여자... 나랑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정마담 : ~ 오늘밤엔 정말 잘 해야돼. 내 전재산이 걸렸어. 어떻게 칠거야? 작전은?

고니 : 없어. 그냥 자연빵으로 칠거야.

정마담 : 자연빵?

 

 

81. . .

 

화투짝 10. 자막뜬다. ‘10. 문은 항상 등 뒤에서 닫힌다

배에 올라온 고니, 정마담, 빨찌산.

통로를 걷는데, 어느 문 밑으로 피가 새어 나온걸 닦은 흔적이 보인다.

고니 일행를 안내하는 선장이 문을 열면, 기다리고 있는 호구와 아귀. 아귀건달.

그리고 벽에 기대어있는 해머.

 

아귀 : 저녁은 먹고 왔나? 언제 또 먹을지 모르는데.

고니 : 이거 왜이래 좆같이. 말발 조지지 마. 어차피 노골적으로 나가는거 나두 세상 단맛 짠맛 똥맛까지 다 먹어본 놈이야.

아귀 : 아따 그놈 성깔있네. 이렇게 하자. 돈을 다 잃으면 팔을 하나 자르기로 하자. 재미있을 거 같지?

고니 : 재미있네.

아귀 : 허허허. 어이 선장 배에 시동 걸어.

 

고니가 아귀의 웃음을 받아 웃는다.

모두 자리에 앉는데, 호구가 정마담 손목을 잡고 잠시 밖으로 나간다.

 

호구 : 예림이! 너 저 친구들이 얼마나 무서운 놈들인지 모르나본데, 지금이라도 배에서 내려. 너만은 여기서 빼줄게.

정마담 : 너 지금 이 마당에 착한척 하니? 지금 여기는 지옥이야. 각자 알아서 살아남자고.

정마담이 들어가자, 호구 머뭇거리다 안으로 들어간다. 배가 부둣가에서 멀어진다.

안에서, 수표들이 돈가방으로 들어가고, 칩을 가지고 판이 돌아가고 있다.

 

아귀 : 밤새도록 죽기만 할거야?

고니 : 남이사 죽든말든! 나 죽었다고 언제 부조금 내셨소?

아귀 : ~ 걱정되서 그러지. 팔 잘릴까봐. 삼촌은 그만 치시죠.

호구 : 조카만 믿어볼까.. 어이 선장! 바둑 둘 줄 알어?

선장 : 십오급입니다.

호구 : 나랑 한판 둬.

 

아귀가 패를 돌린다. 고니가 패를 받아보니, 8땡이다.

 

아귀 : 슬슬 읊어보쇼. 죽을지 살지.

고니 : 거 이상하네. 개패만 들어오네. 죽어.

정마담 : 이천만 가요.

아귀 : 좋아. 9. (고니보고) 눈치가 빠르구만.

 

다시 패를 돌리면, 고니는 5! 또 죽는 고니.

 

아귀 : 돈이 많이 줄었네.

고니 : 아직 많아. 이천.

정마담 : 오천.

아귀 : 일억.

고니 : 일억?

아귀 : 죽으면 되잖여. 그리 잘 죽으면서.

고니 : 일억 받아.

아귀 : 좋았어. 뭐여?

고니 : 네끗.

아귀 : 다섯끗. 크크

 

고니, 줄담배를 피며, 부쩍 줄어든 자기 패를 본다. 아귀가 고니를 보고 웃는다.

 

(경과)

 

정마담이 패를 덮는다. 고니가 선이다.

 

아귀 : (건달에게) 슬슬 도끼 갈아야 되겠다.

고니, 패를 접으면서 슬쩍 아귀얼굴을 정면으로 보면서 비웃는다.

 

아귀 : 이 새끼가.

 

고니가 담담한 얼굴로 패를 돌린다.

 

고니 나래이션 : 이제, 기술을 써야 된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다. 건달에게 한 장. 아귀한텐 밑에서 한 장. 정마담도 밑에서 한 장. 나 한 장. 건달에게 한 장. 어차피 소리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아귀한텐 다시 밑에서 한 장. 이제 정마담에게 마지막 한 장.

 

고니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귀. 그리고 아귀의 귀.

덥썩- 고니의 손을 잡는 아귀.

 

아귀 : 동작그만! 밑장빼기냐?

고니 : 왜 그러셔? 이 손 놔.

아귀 : 내가 등신으로 보이냐? 내 패하고 정마담 패는 밑에서 뺐지?

고니 : .. 그럴 리가 있나? 증거 있어?

아귀 : 증거? 있지! 니가 정마담한테 줄려는 이거 장짜리 아냐? 모두 잘 보쇼.

 

아귀가 고니의 손아귀에서 패를 뺏어든다. 10짜리다.

 

아귀 : 나한테 9땡을 줬을거야.

 

아귀가 자기 패를 뒤집는다. 9땡이다.

 

아귀 : 그리고 정마담한테는 장땡을 줘서 판을 끝내겠다 그거 아녀?

고니 : 지 멋대로 우기고 있구만. 난 몰라.

아귀 : 증거가 나왔잖아.

 

모두들 정마담에게 깔린 한 장의 패에 눈길이 쏠린다.

 

호구 : 예림이! 먼저 받은 패 봤어?

정마담 : 아뇨.

호구 : 그거 봐봐. 장인가?

아귀 : 그 패 건드리지 마. 건드리는 즉시 손모가지 날라가분게. 저것이 단풍이라는데 내 돈 모두하고 손모가지 걸었어. 니는 뭐 걸래?

고니 : 내가 왜 내기를 해?

아귀 : 해머 갖고 와.

고니 : 잠깐만. 그렇게 피가 보고싶냐?

아귀 : 구라치다 걸리면 피보는 거 몰라?

고니 : 좋아. 그렇다면 판을 더 키우자. 사장님 거기 컵 좀.

 

호구가 컵을 주자, 정마담 앞에 놓인 패를 컵으로 덮는 고니.

 

고니 : 난 이 패가 단풍이 아니라는 것에 내 돈 모두하고 내 목을 걸겠다. 자신 없으면 포기 하고.

아귀 : 시발놈이 어디서 약을 팔어?

고니 :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천하의 아귀도 후달리나?

아귀 : 오냐! 우리 식구들 돈 몽땅하고 내 팔목을 건다.

고니 : 안돼. 목을 걸어야지.. ~

 

아귀건달이 고니의 목을 조른다. 아귀는 바둑판을 가져다놓고는,

 

아귀 : 손 내.

고니 : 잠깐만. 내가 잘못했어. 없었던 일로 합시다.

정마담 : 이렇게까지 해야돼?

아귀 : 말리지 마시오잉. 이거는 공정한 게임인게. 이런놈은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 남북통일도 빨리되고 국민 총화단결에도 도움되고.

 

바둑판에 고니와 아귀가 팔목을 묶인채로 마주보고 있다.

아귀건달은 미소를 띄우며 해머를 집어든다.

 

아귀 : 짠짜짜짠~ 인제 확인해보겠습니다.

 

컵을 걷어내고 패를 드는 아귀. 그런데,

단풍이 아니고 3이 나온다.

아귀, 놀란다.

 

호구 : 사쿠라네!

아귀 : 사쿠라? 그럴리가.. 그럴 리가 없어. 내가봤어. 이 새끼가 밑장 빼는 걸 똑똑히 봤다니까.

고니 : 세끗 만들어줄라고 그런 미친짓을 하나? 니 말이 맞아. 넌 등신이야. 1/17 확률에 승부를 거는 니가 타짜냐?

아귀 : 뭐허고 있냐? 이 놈 손을 찍어부러.

 

건달이 해머를 쳐드는데, 빨찌산이 총을 겨누고, 둘은 마주보며 대치한다.

 

빨찌산 : 어이 선장! 배돌려.

 

선장 뛰쳐나가고, 고니가 자신의 손만 푼다. 아직 아귀의 손은 바둑판에 남아있고,

 

정마담 : 뭐해? 내려쳐!

아귀 : 정마담 나 좀 살려주소. 이러기로 한 거 아니었잖아.

정마담 : 뭐해?

고니 : (빨찌산을 제지하며) 잠깐. (호구에게) 옆방에 광렬이 형님 꺼내.

 

호구, 놀라 뛰쳐나간다.

 

고니 : 왜 평경장을 죽였어?

아귀 : 아냐 나 아냐.

정마담 : 내려치래니까!! 내려쳐!

아귀 : 정마담이 죽였어!!

정마담 : 닥쳐!

 

고니가 정마담을 돌아보자, 정마담. 현기증이 인다.

 

고니 : 왜 죽였어?

정마담 : 난 모르는 일야. 우리 그동안 사이좋았잖아. 좋게 해결해. 좋게.

고니 : 좋게?

정마담 : ... 날 그렇게 보지마. 너때메 그랬어. 널 가지고 싶어서. 평경장만 없으면 니가 나한테 올 수 있잖아.

고니 : 그런거야? 그게 이유야?

정마담 : 고니는 누구때메 이 짓을 시작했어? ? 박무석이지? 나는 평경장때메 시작했어. 내가 평경장의 호구였다고. 그런데 날 버리고 날 무시했고.. 내 돈을 무시했어. 내 돈을. 고니도 봤잖아. 나한테 돈을 던졌잖아.. 봤잖아. 나 이해하지? 그래 돈부터 챙기고 나서 얘기하자.

 

 

정마담이 고니 뺨을 어루만지자, 천천히 손을 떼어내고는 따귀를 때린다.

 

고니 : (돈가방을 챙기며) 이제 우리 모르는 사이야.

 

고니가 나가자, 주저앉는 정마담.

방을 나온 고니. 뱃전에서는 호구가 고광렬을 데리고 온다.

 

고니 : 형님 괜찮아요?

고광렬 : ... 이겼냐?

고니 : 박살 내줬지.

고광렬 : 잘했어.

고니 : 자꾸 말하지 마. 병신아.

 

고니가 고광렬을 안고, 걸어가면, 호구는 선장실로 뛰어가, 경찰에게 무전을 날린다. 붉은 등과 함께 사이렌이 울린다.

한편, 방안.

 

아귀 : 뭐해. 이것부터 풀어.

정마담 : ... 찍어.

아귀건달 : (눈 질끈) 죄송합니다 형님!

 

아귀의 팔에 해머를 내려친다.

짐승처럼 울부짖는 아귀. 아귀건달은 바닥을 뒹구는 아귀팔을 보듬는다.

정마담, 넋 나간 사람처럼 빨찌산의 총을 뺏어들더니, 방을 나간다.

고니가 고광렬과 함께 배를 내려가는데, 정마담이 총을 겨눈다.

 

정마담 : 고니! 그년한테 가는거야? ? 가지마. 나 쏠 수 있어. 나 쏠 수 있어...

 

고니가 돌아보면, 정마담 총을 발사한다. 밤하늘을 울리는 총소리. 그리고 정적.

정마담 털썩 주저앉고, 고니옆에 걸려있던 구명조끼들. 바람이 빠지는 소리.

고니가 정마담을 노려보다가 고광렬을 부축하며 배를 내려간다.

 

82. 병원. 응급실. .

 

택시가 클락션을 울리며 응급실 앞에 멈추고, 뛰어나온 의료진이 고광렬을 병원 침대에 싣고 달린다.

소란함이 사라진 응급실 앞에 뒤따라온 차가 한대 멈추면, 안에 용해와 스케이드보드 소년을 볼 수 있다.

 

용해 : 아귀, 병신새끼.

소년 : 들어갈까요?

용해 : 기다려봐.

 

 

83. 응급실 복도.

 

고광렬 : 그럼 우리.. 이제.. 부자냐?

고니 : 그럼.

고광렬 : 세란이가 ... 좋아하겠다.. 너랑 나랑 정말 좋았지? 막 뺏겨먹고..

고니 : 걸어다니는 중소기업.

고광렬 : 너도 .. .. 화란이한테.

 

고니에게 멋있게 웃어보이고는 응급실로 들어가는 고광렬.

고니도 고광렬에게 손을 들어보이는데, 손을 타고 흐르는 피.

 

 

84. 병원 응급실 앞에서 버스 터미널.

 

응급실에서 걸어나오는 고니. 길을 건넌다.

용해와 스케이드보드 소년이 고니 뒤를 쫒는다.

 

스케이드보드 소년 : 지금 제낄까요?

용해 : 터미널로 들어가면.

 

버스터미널로 들어가는 고니를 쫒아가는 용해와 소년.

 

 

85. 버스터미널.

 

표를 끊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고니. 용해와 소년이 지금이다하며 따라 들어간다.

소변기에 몇 사람이 빠져나가면, 소년이 화장실 문을 잠근다.

칼을 꺼내, 변기통을 열어보면, 없다!

당황한 용해. 열려있는 창문 너머를 바라보면, 버스 한대가 막 출발하려고 한다.

용해와 소년이 뛰어나가 버스를 새운다.

버스에 타는 용해와 소년. 버스가 다시 출발하고, 앞자리부터 훑는 용해와 소년. 그런데 역시 고니는 없다.

버스가 터미널을 빠져나가는데, 고니가 저 멀리서 용해를 보고는 웃는다.

 

 

86. 군산역.

 

서둘러 역사로 들어온 고니. 기차 소리가 들린다.

 

 

87. 기차 안.

 

객차 칸에 앉는데, 고니 손에 묻은 피를 바라보는 아줌마.

화장실. 손을 씻다가 자신의 얼굴에 한 방울의 핏자국. 닦아낸다.

화장실을 나오는데, 총구가 고니를 겨누고 있다.

 

빨찌산 : 미안헙니다 형님.

고니 : 정마담?

 

발사된다. 쓰러지는 고니.

빨찌산이 다시 총구를 겨누는데, 고니 비틀거리며, 빨찌산의 발을 쳐낸다.

맞부딪치며 싸우는 둘. 빨찌산이 힘으로 고니를 밀어붙이면서 기차출입문으로 몬다.

고니가 빨찌산의 얼굴을 밀지만, 빨찌산이 비상버튼을 누르자, 출입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내몰린 고니. 세찬 바람이 고니 얼굴을 때린다.

빨찌산의 힘에 밀리며 출입문 난간을 잡고 버티는 고니. 낭패의 빛이 흐른다.

고니, 한손으로 의지하면서, 배낭으로 손을 더듬는다. 작두가 잡힌다.

빨찌산이 마지막 힘을 다해 미는데, 고니는 작두를 내려친다.

철로변에 떨어지는 빨찌산. 고니는 기차간에 걸린 배낭에 의지해 매달려 가는데, 배낭이 찢어지며, 수표다발이 바람에 흩날려 허공으로 사라진다.

고니, 배낭을 놓치고 철로변으로 떨어진다.

기차는 돈을 뿌리며 밤을 향해 달린다.

 

 

88. . (평경장과 헤어졌던)

 

열차가 역으로 들어온다. 열차 난간에 걸려있는 빈 배낭.

사람들 몇이 열차에서 내리는데, 그들을 따라가다보면, 예전에 고니가 찍어놓은 핏빛 손자국이 보인다.

 

 

89. 어느 밀실. (영안실)

 

정마담 : 고니를 가질려고 평경장을 죽였는데, 이제 평경장을 죽였으니까 고니를 죽여야 했어요. 이런 걸 뭐하고 하죠? 아이러니?

 

수갑을 찬 정마담. 형사1이 신호하자 의사가 시신이 실린 침대를 밀고 올 준비를 한다.

형사21에게 귓속말을 하자, 형사1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형사1 : (귀찮은 듯) 아이.. 옆방에 당신 어머니가 와계신대네. 면회시간 5!

정마담 : 됐어요. 빨리 끝내줘요.

 

인서트 - 대기실. 늙고 추레한 촌로가 초조하게 앉아있다.

 

형사2 : (담요를 벗기고는 고개를 돌리며) 기차에서 떨어졌으니까.

 

정마담 힘들게 시체를 본다. 얼굴에 작두를 맞은 빨찌산이다.

순간, 눈빛이 달라지지만, 고개를 돌린다.

 

형사1 : 어이~ 인제 덮어도 돼? 할 말 없어?

정마담 : 없어요.

 

수갑을 차고 영안실을 나오는 정마담, 걷다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본다.

 

정마담 나래이션 : 고니는 어디 갔을까? 고향으로 돌아갔을까? 아니면 어디 멋진 곳에서 근사한 식당을 하고 있을까? 일년쯤 지나서 누군가한테 소식을 들었어요. 고광렬과 세란이는 결혼을 해서 작은 미용실을 차렸고, 어느날 소포가 배달되었다고. 작고 묵직한 그 상자속에서 놀라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고니는 어디로 갔을까요? 모르겠네요.

 

 

90. 에필로그.

-1. 미용실. 세란이 샴프질을 하고, 고광렬은 머리카락을 쓸고 아이는 뛰어노는데, 소포가 배달되고, 그 속엔 빳빳한 수표가 들어있다. 놀라는 둘. 화란은 슬픈 얼굴로 창밖을 볼뿐이다. 그녀 옆에 가까이 붙어있는 전화기.

-2. 마카오. 카지노. 찬란한 불빛속, 블랙잭 판에 서있는 남자의 뒷모습. 딜러의 돈을 연신 따간다. 딜러에게 팁을 던져주고, 칩을 챙겨가는 남자. 고니다. 어두운 복도를 걸어나오는 고니. 아침 햇살에 눈이 밝아온다.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조금 지친듯한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 옆에 있는 전화기. 잠시 전화기를 바라보는 고니.

-3. 미용실. 석양. 문을 닫는 고광렬. 세란을 따라 나가려는 화란.

-4. 고니, 천천히 전화기로 손을 뻗는다.

 

.

 

 

'시나리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건축학개론 시나리오  (0) 2018.05.06
영화 곡성 시나리오  (0) 2018.05.06
영화 신세계 시나리오  (0) 2018.05.05
영화 연애의 온도 시나리오  (0) 2018.05.05
영화 초록물고기 시나리오  (0) 2018.05.02
영화 부산행 시나리오  (0) 2018.05.02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