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세상이야기

영화 M 시나리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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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입니다. 출처는 필름 메이커스 입니다.

M.doc



S / 1  어둠

 

흥얼거리는 노랫소리와 함께

마치 암실에서 현상되는 것처럼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빛 바랜 사진들. 속에 담긴 어린 남자의 얼굴.

오래된 사진들은 낡고 구겨지고, 일부분이 찢어져 나가서

웃고 있는 어린 남자의 어깨에 올려져 있는 여자의 손만 보이거나,

책을 읽는 남자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여자의 다리만 보이거나,

행복한 표정의 남자의 손과 마주잡은 여자의 손과 팔만 보여서

여자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이어 립스틱, 반쯤 금간 손거울, 빗, 머리핀…

떠내려가는 여자의 주민등록증.

따라 카메라 거슬러올라가면

검은 수초처럼 출렁거리는

머리카락. 아래 나타나는 하얀 이마.

위로 톡, 톡, 떨어지는 빗방울.

그 아래 커다랗게 뜬 눈.

멈춰 있는 눈이 움직이는가 싶으면

이마를 타고 흐르는 선홍빛 물줄기.

따라 카메라 내려가면

출렁거리는 머리카락이 만들어내는

메인 타이틀.

 

  M 

 

그 위로

------------

화면을 꽉 채우며 들려오는 남자의 비명 소리.

파바바박! 플래시 불빛처럼 터지는 마른 번개.

그 빛 속에 드러나는 미로 같은 집안 전경.

곳곳의 거울에 반사되어 더욱더 미로처럼 보여진다.

 

어둠.

다시 번개 치면 어둠 한가운데 떠 있는 듯한 하얀 침대.

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는 사람의 뒷모습.

카메라 다가가면 고개 돌리는 남자. 떠내려간 사진 속 주인공의 나이든 모습. 민우.

번개 불빛 속에 보여지는

- 공포에 가득 찬, 커다랗게 뜬 눈 C.U.

- 하얀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 C.U.

- 초침이 움직이고 있는 탁상 시계 C.U.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시계 소리.

 

번쩍! 번개 치면

탕!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놀라는 민우의 커다랗게 뜬 눈 앞에 서 있는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물건을 든 사람.

의 형상이 번개 속에서 흩어지면서, 벽에 새겨지는 사물의 그림자들.

옷이 걸려 있는 옷걸이, 머리채처럼 가지를 늘어뜨린 화병 속의 꽃…

그 위로 타이핑 소리와 함께 떠오르는

 

민우(소리) : 꿈을 꾸었다. 누군가 찾아와 내게 물건을 건네줬다. 내가 잃어버린 것이라고…

 

자막 사라지면

어둠.

그 위로 울리는 전화벨 소리.

뒤이어 삐- 소리와 함께 화면 밝아지면

메시지 폰에서 돌아가는 녹음 테이프 C.U.

 

그 위로 민우의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이어 여자의 뭔가 불안하고 다급하게 원하는 듯한 다섯 시까지 꼭 좀 부탁해요. 시간 넘기시면 저 진짜 곤란해요.

삐- 소리에 이어지는 웃지만 협박하는 듯한 굵고 낮은 남자 목소리. 하하하, 물건은 잘 준비되고 있는지이번 건 상당히 늦네요. 우리 사장님이 워낙 참을성이 없으셔서하하하.  기다린 만큼 좋은 물건으로 만족시켜 줄거라고 믿겠습니다. 하하하-

 

이어지는 소리와 함께 까만 어둠.

빛을 머금으면서 점점 드러나는 빌딩의 모습이 흑백의 그래픽처럼 보인다.

시계 소리, 셔터 소리, 아침을 일깨우는 여러 소리들이 들려오고.

건물 형태가 점점 드러나면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커지면서 마침 꿈 속에서 도망치듯 도심 속을 달리는 실루엣의 한 남자. 에게 카메라 들어가면 빛에 씻겨지며 드러나는 모습은 민우다. 카메라가 빌딩 숲으로 들어가듯 다가가면 빌딩들은 Gym의 유리에 비쳐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민우 옆으로 쭉 늘어선 100여대의 트레드밀 위로 거의 똑같이 발맞춰 달리는 사람들.

마치 공장 컨베이어 벨트 위로 깔끔하게 정렬 된 물건들 같은 분위기다.

달리는 눈높이에 쭉 붙어있는 여러 대의 모니터들에서는

CNN, NHK, 홈쇼핑, 광고, 뮤직 비디오 등 글로벌하고 라이브 한 정보와 소리들이 작은 소리로 경쟁하듯 들려온다.

민우의 눈높이에 있는 모니터에선 컬러풀 한 비옷을 입은 미녀가 날씨 정보를 마치 CF멘트를 하듯 사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이번 여름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 사랑처럼 변덕스럽습니다. 쨍쨍하게 눈부시다가도 금방 소나기를 내릴지도 모르니, 늘! 우산을 챙겨 다니는 것 절대 잊지 마시구요~ 참! 언제 떠날지 모르는 애인에게 사랑한다는 말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빛이 창을 통해 gym 안으로 들어오면서 민우 옆으로 달리는 사람들을 하얗게 증발시켜버린다.

보면 그 사람들은 민우 옆쪽의 큰 거울 속에 있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거울 속으로 카메라 들어가면 스쿼시 룸.

 

 

S / 3  스쿼시 룸

 

- 땅! 흰 벽면을 때리고 튀어나오는 공.

- 을 따라 뛰며 라켓을 휘두르는 민우.

- 더 세게 벽을 때리고 튀어나오는 공.

- 치고, 때리고, 점점 거세지는 공과 민우의 몸놀림.

- 점점 거칠어지는 민우의 숨소리.

- 부서뜨릴 듯 공을 향해 라켓을 휘두르는 민우. 땅!

 

 

S / 4  지하철 (낮)

 

땅!하는 소리가 삐리리리-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로 변하고

하얗게 부서지며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지하철의 강렬한 빛.

에 의해 드러나는 승강장.

안으로 들어서는 발.

자살하려는 것처럼, 밑을 내려다 보며 어질어질 한쪽 발을 내디디려는 소년은 목까지 채운 까만 겨울 교복을 입은 중학교 2학년 정도의 모습이다.

 

카메라는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소년을 외면하듯 전광판을 비춘다.

 

지하철 승강장에 걸려있는 전광판에는 

8월 20일, 월요일, 날씨 비 오고 흐림 이 흐르고 있다.

 

소년을 제지하듯 옆으로 불쑥 다가서는 사람은 민우.

민우와 소년, 마주보는데, 이때, 들리는 비명소리. 아아아악-

마치 소년을 구하려는 듯 성큼성큼 들어서는 사람들.

그러나 점점점 다가오는 새하얀 빛 속에, 소년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빛처럼 다가오는 지하철.

 

지나가는 지하철 창 불빛에 온통 하얗게 날라간 배경이 하나하나 형체를 갖추면서 사람들 사이로 나타나는 여자의 모습, 미미.

하얀 얼굴, 계절에 맞지 않는 긴 소매의 붉은 옷, 가벼운 화장기, 등에 멘 작은 가방.

앳돼 보이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민우 옆에 떨어져서 마치 짝사랑하는 남자를 보듯 어쩔 줄 모르는 눈빛을 빛내는 미미.

다가가려다가 민우의 눈치를 보며 다시 물러나고

다시 다가갈까 우물쭈물 하는 모습의 미미.

 

미미의 시야를 가리면서 서는 사람들. 사람들에 가려진 민우의 모습.

사람들 너머로 민우를 바라보면서 마냥 설레는 표정의 미미.

민우, 돌아보면 미미는 수줍은 듯, 고개를 탁, 숙인다.

 

문이 열리는 지하철. 전철에 오르는 사람들.

사람들 더운지 땀을 닦거나 손 부채질을 하지만, 미미는 땀 흔적은 전혀 없이 맑기만 하다.

 

미미, 민우에게 끌리듯 몇 발자국 뒤에서 전철에 올라탄다.

민우, 의자에 앉고, 미미, 그 옆에 앉으려는데 자리를 낚아채는 아저씨.

그러나 비어있는 다른 자리는 안중에도 없는 미미, 민우 앞에 선다.

 

미미, 마치 자신을 알아달라는 듯 헛기침하고,

민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보면,

 

미미 : 그래, 그렇지, 조금만, 조금만 더… (주문을 걸 듯)하나, 둘, 셋!

 

민우, 주문에 걸린 듯 미미의 얼굴을 바라보는 듯 하다가

엉거주춤 위를 보면서 손을 뻗으면 지하철 선반 위에 있는 스포츠 신문.

민우, 엉덩이를 뒤로 빼고 살짝 몸을 반만 일으켜 서서히 미미 쪽으로 다가가는가 싶다가는, 신문을 집어 들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기쁨으로 빛나던 미미 얼굴에 번지는 실망감.

 

민우, 이번에는 일어서서 미미와 마주보는가 했더니, 지하철 문이 열린다. 미미를 지나쳐 민우 내리고, 미미 급히 따라 나선다. 문이 닫히려는 찰나, 지하철 문을 간신히 빠져 나온 미미. 미행하듯 민우를 쫓으면,

울리는 핸드폰.

 

민우 : (소곤소곤)여보세요. 예, 다 썼어요. 바로 보내드릴게요.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미미.

 

민우 : (버럭) 아니 돈이 급하다고 사채를 끌어다 쓰면 어떡해요! 지금도 매달 나가는 이자만 해도 얼만데!

 

놀라는 미미. 지나가는 사람들은 민우를 흘깃흘깃 쳐다보고 지나쳐간다.

 

민우 : (눈치보며 소곤)울지 마세요, 어머니. 알았어요. 나도 힘들어요.

 

민우, 몹시 화가난 듯, 전화를 탕, 과격하게 닫으면,

 

미미 : (마음의 소리) 그러지 마요!!!

 

미미에 말에 따르는 듯 동작을 멈추고 숨을 고르는 민우.

미미, 민우를 안타깝게 바라보면 휴대폰을 주머니 안에 넣는 민우.

 

미미 : (마음의 소리) 커피를 한 모금 마셔요. 좀 진정될 거예요.  

 

민우, 커피 자판기 앞을 지나치다가 다시 돌아와서 커피를 뽑는다.

민우, 미미의 말에 따르듯 커피를 마신다.

옆에서 존재감 없이 민우를 지켜보는 미미.

 

미미 : 입안에 머금고, 두 번.

 

민우, 미미의 말처럼 입안에 머금고 젠틀한 이미지와 달리 과격하게 두 번 입안에서 가글하고 삼킨다.

 

미미 : (소리 없는 박수) 참 잘했어요. 이제 괜찮죠.

 

민우, 평안을 찾은 듯 살짝 눈을 감는다..

다시 민우의 구두 소리가 마치 자판기 소리처럼 또각또각 이어지고,

계단을 올라가는 민우의 발소리.

미미의 귓속에는 온통 음악처럼 민우의 발소리만 또각또각 들려온다.

멀어지는 민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듯

 

미미(소리) : 그래 뒷모습만 봐도 좋아, 처음 봤을 때부터 늘 그래왔잖아. 이 세상에서 날 알아봐주는 오직 한사람미스터 M…

 

 

 

S / 5  서점 (낮)

 

대형 서점, 북적이는 많은 사람들, 책을 고르거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점 한 귀퉁이에 선 민우.

보면 그 사람들은 민우의 옆으로 붙은 거울 속에 비쳐진 사람들이다.

 

미미(소리) : …난 당신을 미스터 M이라고 불러요. 왜냐하면 알파벳 M자에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죠. 모딜리아니, 모차르트, 밤하늘에 빛나는 달, 문… 그리고 … 내겐 너무 크고, 높고, 빛나는 당신의 이름... 민우.

 

소리 이어지는 동안

 

-책을 뽑는 민우의 손 C.U.

-책장을 넘기는 민우의 우아한 C.U.

-책을 보는 민우 눈에 담긴 글씨들.

-책들이 빽빽이 꽂혀 있는 책장들 사이를 우아하게 걸어가는 민우의 모습.

 

민우가 걸어가는 동선을 숨바꼭질하듯 숨어서 훔쳐보는 미미,

너무 좋아서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는, 큰 사랑에 빠진 소녀의 얼굴이다.

그 하나하나의 모습들을 책장 사이사이에서 설레고 떨리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미미.

책을 보고 있던 민우, 곁으로 좋아서 가벼운 탄성과 함께 다가오는 여자 2명.

 

여자1 : 저 한민우 작가님 맞죠!! 어떡해! 너무 좋아요. 저 광팬이에요.

민우 : (덤덤하게) 저도 그쪽 팬이에요.

 

갑작스런 민우의 말에 여자 1 슬슬 물러나고,

 

여자2 : 실물이 더 멋지세요. 여기 사인 좀 해주세요!

 

민우. 늘 있는 일이라는 듯 여자들의 노트에 피곤하고 약간 귀찮다는 듯 쓱싹 사인을 해준다.

 

민우 : 사진은? 

여자들 : (약간 곤란해하며) …우리 디카 안 갖고 다니는데…

 

약간 민망해하는 민우 "아..."

 

다시 보면 손을 길게 뻗어 셀카를 찍기 위해 딱 몸을 붙이고 선 민우와 여자 팬 두 명.

민우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표정을 다듬고 있다. 씨익 웃는 민우.

서로 얼굴을 작게 나오게 하려고, 얼굴을 뒤로 빼는 민우와 여자 둘.

약간 질투 어린 눈으로 이 모습을 숨어 지켜보는 미미.

문득 고개 들어 보면 시야를 가리듯 지나가는 사람.

 

어둠.

그 위로 새겨지는 자막과 함께

 

민우(소리) :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S / 6  어느 곳

 

자막 사라지면

멀리 들려오는 사이렌, 전화벨, 낮게 웅웅 거리는 기계음… 이어지고

어둠 위로 들려오는, 억양 없는

 

중년 남자(소리) : 언제부터라고 했죠?

 

민우: 한 보름 정도

 

남자 : 지금 매우 상황이 안좋게 돌아가고 있는 거 알고 계시죠!

 

민우: 아, 예

 

마치 취조서를 작성하고 있는 듯한.

 

중년 남자(소리) : 나이는… 음… 혈액형은… 음… 이름은… 한… 소설가 한민우

 

마치 마약범을 취조하듯 형사 취조실 같은 낮고 긴장된 분위기다.

소리와 함께 어둠이 가로로 나눠지며 여러 갈래로 스며드는 빛.

그 빛을 받으며 앉아 있는 마치 죄를 지은 것 같은 민우. 의 창백한 얼굴.

그 앞에, 반쯤 열린 블라인드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실루엣의 남자.

 

중년 남자 : 보시겠습니까!

 

남자, 일어나서 불을 켜면 나타나는 형광판의 엑스레이 사진.

우리는 취조실 같았던 이곳이 병원의 진료실임을 알게 된다.

의사(중년 남자), 엑스레이를 보면서

 

의사 : 자꾸 토하고 잠도 잘 못자고, 잘 잊어버리고, 같은 꿈을 계속 꾼다.

누가 보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당황)그런데 엑스레이 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군요

그렇지만! 조심은 하셔야 합니다! (변명하듯)이것은 말하자면

민우 : 비현실적인 느낌이 계속되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긴장과 불안이 뒤섞인다는

정신분열증 전구증상?

의사 : 하하 그 정도는 아니고 가벼운 노이로제로 보여

민우 : (말을 받아서)노이로제. 그럼 신경쇠약인데. 푹 자고 잘 먹으면 괜찮아지는?...

의사 : (말을 이어받듯) 네...그렇죠...하하 (억지웃음)

규칙적으로 생활 (말하려는데)

민우 : (할말을 이어받아 실실 웃으며 시니컬) 규칙적으로 생활해라. 스트레스 받지 말라. 커피는 마시지 말라. 이게..의사들의 처방전 삼종 세트인가요? 선생님은 그렇게 살 수 있나요? 솔직히 못살걸요? 안과의사는 눈 나빠도 라식 안하다면서요? 치과의사는 절대 교정 안하고? 솔직히 환자 입장에서 그렇게 솔선수범 안하는 의사 선생님 말을 어떻게 (실실 웃음) 믿겠어요 ...

의사 : (썩은 미소) 아, 예…

                          

하는데 민우 뒤에서 속삭이듯 들려오는 여자의 소리. 아프지 말아요.

민우, 돌아보면

보이는 것은 벽에 걸린 낡은 에어컨. 에서 나는 웅웅 대는 소리.

 

민우 : (고개 돌려 의사를 보며) 예? 지금 뭐라고 하셨죠?

의사 : 아뇨. 아무 말도…

 

다시 들려오는 여자의 소리. 아프면 싫어요.

민우, 돌아보면 여전히 웅웅 대는 에어컨.

 

민우 : (고개 돌리며) 예? 뭐라고요?

의사 : (살짝 웃으며) 아뇨.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내미는 물컵과 신경 안정제 프로작) 먼저 이걸 좀 드시죠. 잠이 잘 올 겁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 한번 더 들르시죠. (웃으며) 꼭.

 

 

 

S / 7  거리 (낮)

 

귀청을 찢을 듯한 매미 소리와 함께 

강한 햇빛에 하얗게 날라 건물과 가로수의 그림자들만 남아 있는 거리.

그 풍경 속으로 들어서는 민우. 순간 또다시 환청처럼 들려오는 미미의

아프면 싫어요… 민우, 돌아보면

새까만 어둠 같은 그늘.

속에서 나타나는 눈물 그렁그렁한 

 

미미 : 아프면 싫어요… 괜찮죠? 괜찮은 거죠?

 

하며 위로하고 싶은 듯, 손을 뻗을까 말까 망설이다… 뻗으면

민우는 훨씬 앞에 걸어가고 있다.

 

마치 잘려진 것처럼 보이는 민우의 머리, 팔, 다리…

민우처럼 몸통 없이 둥둥 떠다니는 듯한 기괴한 모습의 사람들.

속에 묻혀 민우의 뒤를 따르는 미미 또한 같은 모습이다.

(그런 모습으로 보여지는 까닭은, 사람들의 몸통은 까만 그늘 속에 들어가 있고 나머지 부분들만 강한 햇살에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민우, 문득 돌아보면

그늘 속으로 숨는 미미.

다시 걷는 민우 뒤로 그늘 속에서 나오는 미미.

또 돌아보면 숨바꼭질하듯 다시 숨고…

멈춰서는 민우, 갑자기 눈알이 튀어나올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을 틀어막는다.

손가락 사이로 거품처럼 새어 나오는 타액. 민우, 그늘 속으로 사라지면

우리는 웩웩- 하는 민우의 토하는 소리만 들을 수 있다.

미미, 무슨 일인가… 조심조심 다가와 그늘 속에 묻히면, 나오는 민우.

이어서 나온 미미에게 보이는 것은 모퉁이를 돌아가는 민우다.

미미, 황급히 따라 도는가 싶었는데 텅! 튕겨져 뒤로 나자빠진다.

급히 일어서는 미미.

지나치려는 미미의 발을 가로막는 구두.

놀란 미미가 대면하고 있는 것은 어둠 같은 그늘.

 

미미 : …예? 죄송해요. 귀찮게 하려던 건 아니구전 그냥

 

변명하던 미미의 눈은 공포로 가득차고, 맴-- 소리에 우리는 이어지는 남자(Shadow man)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미미 : 왜 이래요…  (그늘과 발 끝을 번갈아 보며) 다신 안 쫓아다닐게요

 

하며 지나치려는데 난폭하게 그늘 속으로 끌려들어가는(마치 민우가 납치해가듯)

 

미미 : (그늘 속으로 사라지며) 악-!

 

보면 그 앞으로 떨어지는 뾰족한 꼭지의 검은 우산.

앞에 우산을 집어 드는 손.

우리가 지금까지 보았던 것은 손과 우산뿐이고, 우산 든 사내 (이하 진회색 수트를 입은 Shadow man) 의 모습은 그늘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맴- 맴- 비명 소리를 덮는 매미 소리.

그늘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심하게 몸부림치지만 어떻게 보면 장난치는 것 같은 미미의 모습. 을 무심히 바라보며 지나치는 사람들.

Slow Motion으로 마치 검은 늪 속에서 빠져 나오는 듯한, 놀란 미미의 얼굴 C.U.

미미, 빠져 나와 크게 겁먹은 눈으로 주춤주춤 한발 한발 물러서다 뛰기 시작한다.

 

미미 : (달리다가 멈춰서며) 왜 그래요!! 누구세요?! 아저씨 나 알아?

 

미미, 돌아보면

그늘 속에서 거울이 햇빛에 반사되듯 날카롭게 번쩍이며 다가오는 어떤 빛.

그쪽으로 달려들 것 같더니, 에이! 몸을 돌리며

 

미미: 대체 누구에요? 저 아저씨 싫어요! 자꾸 어디로 가자는 거에요?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다구좋아하는 사람 쫓아다닌 거밖에 없는데...

 

순간 공포에 찬 눈으로 멈춰서는 미미. 앞으로

빠앙- 소리와 함께 확! 미미를 칠 듯이 지나가는 자동차.

<WIPE>

 

 

S / 8  일식집 (낮)

 

하하하- 남자의 웃음 소리와 함께, 와이프 되듯 문 열리면

전형적인 일식집 방 안. 앉아 있는 뚱뚱한 남자. 화려한 옷을 걸친 40대 초반. 출판사 편집장.

일어나 웃으면서 문 쪽으로 다가오며

 

편집장 : 아유, 꽃미남이 들어오시니까 횟집에서 꽃냄새가 나네요.

민우 : (들어서며)죄송합니다. 늦어서…

편집장 : 늦긴요? 우리나라 최연소 신춘문예 등단 작가, 최고의 베스트쎌러 작가, 한 민 우! (문 쪽으로 앉으려는 민우를 잡아 일으키며) 자, 이쪽이 에어컨이 더 잘 나옵니다. (민우를 앉히고 맞은편에 앉으며) 저… 식사는 하셨을 테고… (담배를 권하며) 뭐 시원한 걸로 한 잔…

민우 : 담배는 안 피웁니다. 전 그냥 물이면…

편집장 : (듣지도 않고 뒤돌아보며) 여기 시원한 맥주 두 병하고 다금바리 한 접시! (민우를 보며) 아, 제가 묻지도 않고 금보다 더 비싸다는 다금바리를 시켜버렸네. 뭐 딴 좋아하는 회라도…

민우 : 아, 뭐 상관없습니다.

편집장 : 어휴, 오늘 날씨 정말 덥죠? (연신 땀을 닦으며) 우리 같은 육수인간들에겐 여름은 지옥이죠. 저, 미안한데… 제가 에어컨 바람을 싫어해서… 선풍기를 틀어도 될까요?

민우 : 아, 예.

편집장 : (일어나서 에어컨 끄고) 여기 선풍기도 좀 갖다 줘요! (웃옷을 벗는 민우에게) 그나저나 전화가 잘 안되시던데

민우: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와서

편집장: 어, 옷 이리 주세요. 제가 걸어 드릴게…

민우 : 아뇨, 그냥 옆에다 두겠습니다.

편집장 : 아이, 이리 주세요.

 

편집장, 몸을 쑤셔 박듯이 민우 옆자리의 옷을 끌어당기면, 다다미 바닥에 떨어지는 핸드폰.

서로 뻘쭘하게 눈치를 보며 쳐다보는 민우와 편집장, 어색한 침묵.

민우, 옷을 거는 편집장을 바라보며 핸드폰을 슬쩍 방석 밑으로 밀어 넣는다.

그러는 사이에 맥주와 선풍기가 들어와 놓인다.

 

편집장 : 아..,핸드폰이 두개셨구나 허허허

 

어수선하던 방 안에 갑자기 흐르는 어색한 정적.

 

민우 : 저, 편집장님…

편집장 : (잔을 비우고 건네며)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하하- 아, 드디어 저희도 베스트쎌러를 하나 갖게 됐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살~짝 짜증은 났지만.

민우 : 죄송합니다.

편집장 : 아유, 죄송하긴요. (돌아보며) 여기 맥주 좀 더!

민우 : 죄송합니다. 사실은…

편집장 : 아이, 오늘은 그냥 편하게 술이나 한잔…

민우 : 제 말은 원고가…

편집장 : 원고는 나중에 빠일로 보내주세요.

민우 : 제 말은…

편집장 : (웃으면서) …제 말은?

민우 : 제 말은… 아직 못 썼습니다.

편집장 : 아유, 그 말씀이십니까? 마무리야 교정 보는 동안 해도 되고 표지 디자인 뽑는 동안 해도 되고…

민우 : 제 말은 안 썼다는 겁니다.

편집장 : (뻥- 해서) …예? 안 썼다면… 얼마나…? 반 정도?…는 쓰셨겠지. 아, 그럼 좀더 시간을 가지세요. (아쉬움)여름 휴가철이 대박이었는데..뭐..가을…도 독서의 계절이니까…

민우 : 제 말은…

편집장 : 제 말은…

 

순간 화면이 정지된 듯 약통에서 아주 느릿느릿하게 알약 하나를 꺼내는 민우.

편집장은 스톱 모션 되어 있고, 다만 얼굴에서 육수 같이 굵은 땀방울만 뚝,뚝, 떨어지고 있다.

마치 뭔가 큰 일이 터지기 전의 기이하고 고요한 분위기다.

 

편집장: 제 말은...

민우 : 한 자도 안 썼다고 이 새끼야!

편집장 : (억지로 웃으며) 한 선생님, 말씀이 좀 지나치신 거 아닙니까? 허허…

민우 : 지나쳐? 뭐가 지나친데? 그게 지나친 거냐? 묻지도 않고 다금바리 시킨 니가 지나친 거지! 난 도다리가 더 좋아! 에어컨은 왜 끄고 지랄이야. 남은 더워 디지겠는데. (선풍기를 홱 돌리며) 에어컨이 왜 싫은데? 싫은 이유 7가지만 대봐! 거봐 왜 싫은지 너도 모르잖아!  선풍기 너나 쐐! 왜 옷은 니 맘대로 걸어놔? 그래, 나 니 전화 씹었다! 꼽냐! 왜 말귀를 못알아들어, 안썼으면 안쓴거지! 난 못 써! 써! 더 이상 못 써! 안 써!

 

민우, 편집장 앞으로 바짝 다가들면 (앞에 보여진 민우의 행동은 상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민우 : 이번에는 쓰죠. 꼭 쓰죠. 안 나오면 쥐어 짜겠습니다. 한 달 안에라도.

편집장 : 한 달요? 정말로?

민우 : 네. (빈 잔에 술병을 기울이며) 그런데 (빈 병에서 흘러내리는 몇 방울) 조금만 (빈 잔을 천천히 들어 마시며) 돈을 좀더 미리 받을 수 있을까요?

편집장 : (민우 잔에 술을 따르며) 에이, 이미 나간 선인세만 해도 아파트 한 채 값입니다. 파격적이지 않습니까. 한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우리 사장님이 워낙 통이 커서 그렇지 딴 데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민우 : 알고 있습니다. 꼭 부탁 (술을 마시다가 얼굴이 일그러지며) 웨엑-

 

문이 열리면서 보여지는 편집장, 여기 계산서 좀… 하고 문 뒤로 사라지면

보여지는, 고개를 드는 민우.

의 시야처럼 펼쳐지는                                     

<WIPE>

 

 

S / 9  거리  (S / 7 과 同) (낮)

 

마치 술 취한 민우의 눈으로 보듯이 지열로 인해 아지랑이 피어 오르듯 흔들리는 거리.

약간 풀이 죽은 듯한 매미 소리.

멀리 걸어오는 미미. 멈칫! 하더니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 가로수 뒤로 숨는다.

잠시 후 가로수 뒤에서 미미의 얼굴이 천천히 나오면

몇 발짝 앞, 흘러가는 사람들 속에 갈 곳 잃은 듯 서 있는 사람은, 민우다.

미미, 잠시 동안 바라보지만,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민우.

미미, 걱정스러운 눈길로 민우를 향해 조심조심 다가가면

약간 취한 듯 멍한 시선으로 그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민우.

를 살피며 한 바퀴 감아 도는 미미.

문득 올려다보면, 미미를 바라보고 있는 민우.

 

미미 : (엉겁결에 들켜서) 안녕하세요.

 

미소 짓는 민우. 따라 어색하게 웃는 미미.

민우, 웃음을 거두면, 따라 웃음을 거두는 미미.

 

민우 : (툭!) 너 나 좋아하니?

미미 : 네? (고개 숙이며) 네.

 

고개 들어 보면

어느새 저만치 가고 있는 민우. 그 위로

이어지는 매미 소리…

 

화면 가득 걷고 있는 민우. 멈춰서 고개를 돌리면

보이지 않는 미미.

미미에게 관심이 있었는지 보이지 않자 약간 실망하는 듯한 민우.

미미, 혼자서 좀 전에 민우가 했던 말을 혼자 연극하듯 여러 억양으로 따라 해 본다.

 

미미:  너 나 좋아하니?

너 나 좋아하니?

너 나 좋아하니? 좋아한다, 어쩔래!

 

민우, 반대쪽으로 돌아보면

몇 걸음 떨어져 쭐레쭐레 쫓아오다 멈춰서는 미미.

보면, '그럼 그렇지' 하며 웃는 민우.

미미, 쭈삣쭈삣 머뭇거리다가 타다다닥- 다가와 , 민우 곁에 선다.

미미의 얼굴에 번지는 환한 미소.

민우, 고개 돌리면 그 앞에 놓여진 듯

 

 

 

S / 10  도심의 골목길

 

높은 빌딩 사이로 난, 한두 사람 간신히 지나갈 좁은 길.

사이로 웅-웅- 울리는 낮은 기계음.

바닥에 떨어지는 희미한 빛 줄기 하나만 없으면 빌딩 그림자로 덮여 낮인지 밤인지 모를 길.

멀리- 마치 등처럼 불이 켜진 간판 하나.

카메라 가까이 가면 맞이하듯 바라보는 네온 간판 속의 남자.

외눈 안경에 높다란 모자 쓰고 웃는 이국적인 얼굴.

아래 새겨진 Bar Lupin

희귀한 꽃 문양 새겨진 문이 열리면

 

어둠.

속에서 떠오르듯 나타나는 미미의 얼굴.

조금씩 빛을 받아 형체를 갖춰가는 미미의 모습.

미미 발 아래 놓인 어둠. 이 형체를 갖춰가며 드러나는 계단의 윤곽.

그 아래 길게 뻗어 있는 바 테이블.

부분 조명으로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는 바.

어느새 들어왔는지 민우, 테이블 중앙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실내를 구경하듯 쭈삣쭈삣 두리번거리는 미미. 바텐더와 눈이 마주치면

나 손님이야. 하는 몸짓으로 민우 옆으로 척 다가가 앉는가 싶더니

그만 아래로 쑥- 꺼져버리는 미미의 몸. 떠오르듯이 다시 올라와

흥분을 가라앉히듯이 가슴을 쓸어 내리며 민우 옆에 앉는다.

 

바텐더 : (웃으며) 뭘 드릴까요?

 

두리번거리는 미미, 손가락으로 콕 콕, 민우 앞에 놓인 술을 가리키다가

민우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손을 거두고 고개 돌린다.

미미, 슬며시 고개 돌려 보면

미미를 보고 있는 민우. 에 미미, 천장을 올려다보면

 

민우 : (미미를 살피듯이 다가가며) 너…

 

민우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돌리는 미미.

 

민우 : 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미미 : 좀 흔한 얼굴이죠?

민우 : 아니, 귀여워.

 

좋아하는 미미.

 

민우 : 이름이 뭐니?

미미 : 네?

 

괜히 쑥스러워서 고개를 숙이며 눈을 깜박거리고 말을 더듬거리는 미미.

 

미미 : 내 이름은… 내 이름은…

민우 : (상관없다는 듯 미미의 말을 자르며) 날 좋아하지 마.

 

서로를 응시하는 민우와 미미.

 

민우 : (자학하듯) 나는… 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냐.

그저 쓰레기 같은 소설이나 쓰면서 사람들이 사인해달라면 연예인처럼 폼 잡고 사인이나 해주고… 티비에 나가서 아는 척하고… 그걸로 책 몇 권 더 팔아먹는 속물일 뿐이야.

미미 : 그게 어때서! …요. 요즘은 다 사인해요. 이제 은행에서도 도장 대신 사인하고 그래요. 뭐 TV는 연예인만 나가는 건가. 당신 같이 스타일 있는 작가가 나가줘야지 방송도 업그레이드 되는 거죠. 당신은, 너는, 아 미안해. 반말해서. 존댓말로 할게요.

민우 : (웃으며) 너 편한 대로 해.

미미 : 알았어. …요. .

좀 많이 알아서 아는 척 하는 건 절대 재수없는 게 아니에요! 모르는 것들이 아는 체 하는 게 재수없는 거지! 좋은 책은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하니까 당연히 많이 팔아야 되고. 당신은 멋있고 진짜 최고에요

민우 : 난 최고가 아니야. 물론 나도 제임스 조이스나 앙드레 지드 같은 좋은 작가가 되고 싶었지....근데 지금은 아무 것도 나오지가 않아.

      (혼잣말처럼) 매일매일이 시험 전날의 악몽 같아. 시험지에 빽빽하게 다 써놨는데 보면 빈 종이고, 또 죽어라 써놓고 보면 또 빈 종이야. 종 칠 때는 다됐지! 선생은 시험지 거둬 간다고 그러지. 답이 뱅뱅 머리 속에서만 맴도는 것처럼, 지금은 단 한 문장도, 한 단어도 끄집어 낼 수가 없어. (자조적으로)

 

한숨을 푹 쉬는 민우. 를 잠시 지켜보던 미미.

 

미미 : (유혹하듯이) 우리 (사이) 해요!

 

섹스를 떠올리고 약간 당황하는 민우. 적극적으로 다가드는 미미.

 

미미 : 해요.

민우 : (머쓱하게) 뭘?

미미 : 지금!

민우 : (슬쩍 물러서며)뭘...지금 해

미미 : 얘기.

민우 : 무슨 얘기?

미미 : 당신 머리 속에서 뱅뱅 도는 얘기.

민우 : (피식 웃으며) 됐어.

미미 : 해봐요~.

 

귀엽게 조르는 미미.

 

민우 : 됐다니까.

 

민우의 짜증에도 미미는 아랑곳 없이, 씩씩한 미미.

 

미미 : 나 같은 사람이 딱이에요. 얘기하기엔(영화속 한장면을 연기하듯)나는 살리에르. 평범한 사람의 대변인. 당신은 천재! 모짜르트.

 

민우, 제법이네. 인정한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면, 불쑥 내밀어지는 담배.

 

미미 : 자, 담배를 물어요!

 

주문에 걸리듯 엉겁결에 담배를 받아 든 민우, 최면을 걸듯 방법을 가르쳐주듯 미미.

 

미미 : 아주 깊숙이 들이 마시고, 휴~ 시원하게 내뿜어요. 그렇게 담배 연기처럼 이 밑에 있는 당신의 얘기를 뿜어내는 거에요.

 

미미, 성냥을 켜서 민우의 담배에 불을 붙여준다. Bar Lupin 의 간판과 똑 같은 모습의 성냥갑. 주문에 걸린 듯 웃으며 담배 한 모금을 피우는 민우.

 

민우 : 그럼 한번 시작해볼까? 영화 속의 모짜르트처럼 웃으면서?

 

미미, 천진난만하게 큰소리로 웃는다. 푸하하하하하-. 

흩어지는 담배 연기 속에서, 웃다가, 눈물이 글썽글썽하다가,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또 깔깔- 웃어 제낀다.

 

민우 : 정말 재밌어?

미미 : 너무너무 재밌어요.

민우 : 에이, 정말로?

미미 : 정말요!

민우 : 정말?

미미 : 너무 정말!

민우 : 너무 정말.

 

미미가 귀여운지 살짝 웃는 민우.

 

미미 : 저 웬만하면 잘 안 웃거든요. 진짜에요. 간지럼도 안타요 진짜에요!

        

미미,  간지럽혀 보라는 듯 민우의 손을 끌어당기다가

 

미미 : (당황) 미안해요.

 

감히 자신이 민우의 귀한 손을 만졌다는 생각에 자신의 손으로 털어주듯 민우의 손을 쓱쓱 급하게 닦아준다.

 

민우 : 너 손이 참 작고 예쁘다.

 

민우의 손, 화면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미미의 손을 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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