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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양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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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입니다. 출처는 필름 메이커스 입니다.

밀양.hwp



1. 도로(외부/)

 

화면은 구름이 드문드문 있는 푸른 하늘에서부터 시작한다. 카메라가 눈에 띄지 않 게 천천히 물러나면, 누군가의 시점으로 차 안에서 바라보는 하늘임을 알게 된다.

약간 앙각.

 

승용차의 전면 유리창으로 보이는 준의 얼굴. 머리를 예쁘게 염색한 일곱 살 남짓 한 남자 아이. 따분해 하고 약간 지쳐 보인다. 그 얼굴 위로 구름이 흩어진 푸른 하늘이 반사되어 있다. 아이는 눈살을 찌푸린 채 약간 화가 난 것처럼 하늘을 쳐다 보고 있다. 아까부터 신애의 전화하는 소리 들린다.

 

신애(O.S)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아까 밀양 5키로라고 쓰인 표지판을 지나오긴 했는데…….

 

밀양시 외곽의 어느 한적한 국도변. 승용차 한 대가 길가에 멈춰져 있고, 신애(33 )가 차에서 내려 전화를 하고 있다. 통화 내용으로 봐서 차가 고장이 나서 카센 타에 전화하고 있는 듯하다. 일곱 살 난 아이의 엄마치고는 아주 앳된 느낌을 주는 얼굴이다. 어떻게 보면 그녀 자신이 고집 세고 철없는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한편 으로는 이미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다 터득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 묘하게도 이중적인 인상을 가졌다.

 

신애 어디서 왔냐구요? 글쎄요, 어디서 왔나? (스스로도 우습다는 듯 소리내어 웃 는다.) 잘 안 봤어요. 잠깐만요…….

 

그녀가 팔을 요란하게 흔든다. 달려오던 트럭 한 대가 그녀를 지나치는가 싶더니, 저만치 가서 선다. 달려가는 신애.

 

트럭기사가 신애의 핸드폰으로 통화하면서 그녀 대신 위치를 설명해주고 있다. 애는 기사의 심한 경상도 사투리가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기사, 여가 어데고 카마, 밀양서 다리 건너가 청도로 빠지는 20번 도로로 들 어와갖고 한 8키로 지점쯤 되겠네예. , 차가 비상 깜빡이 키고 있으께 네…… 금방 보입니다.(신애에게 전화기를 건넨다.)

신애 감사합니다. (출발하는 트럭을 보며 다시 통화한다) 위치 아셨어요? 빨리 와 주세요…….

 

그녀는 자기 차를 향해 걸어간다.

 

신애 (차창을 두드리며)! 차 안에만 있지 말고 내려서 맑은 공기 좀 쐐!

 

준은 왠지 심통이 난 것처럼 꼼짝도 않는다. 차문을 열고 아이를 안아 내리는 신 . 아이는 내리기 싫다는 듯 공처럼 몸을 웅크리고 다리를 달랑 들고 있다.

 

신애 (장난스럽게 위협한다) 떨어트린다…….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 그녀는 아이의 심술에 화가 나지만 참는 눈치다. 아이를 그대로 땅 위에 내려놓고 몇 걸음 걷다가 돌아보면, 아이는 여전히 다리를 웅크린 자세로 그 자리에 있다. 길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척하면서 신애는 아이의 관심을 끌려는 듯 일부러 호들갑스럽게 소리를 지른다.

 

신애 어마! 이게 뭐야?

 

아이는 들은 척도 않는다. 신애가 돌아보면, 아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웅크린 자세 로 있다가 갑자기 스르르 땅에 드러눕는다. 신애가 다가와 아이를 내려다본다.

아이는 죽은 척 눈을 감고 누워 있다. 신애가 쪼그리고 앉아 아이를 간지럽힌다. 반응이 없다. 죽은 척하는 아이의 연기는 완벽하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간지럼을 태우던 신애가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소리친다.

 

신애! 일어나! 일어나아!

 

그제야 아이가 몸을 일으키며 엄마를 쳐다본다.

 

신애 이게 뭐야? 옷에 흙 다 묻었잖아!

 

장난치며 웃는 것이나 갑자기 화를 내는 것이나 약간 도가 지나친 듯이 보인다. 런데도 아이는 엄마의 그런 모습에 익숙한 것 같다.

 

2. 개울(외부/)

 

도로 아래의 작은 개울가. 신애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 있다. 마치 나들이라도 나온 것 같다. 가을 햇볕이 내리쬐는 주위의 풍경은 별난 것이 없지만, 그런대로 평화롭 긴 하다.

 

신애 (감탄하듯) 좋다…… 그지?

뭐가 좋아?

신애 (잠깐 말이 막히다가)……햇볕.

…….

신애, 여긴 아빠 고향이야. 아빠가 늘 밀양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잖아. 기 억나지?

아빠 없잖아.

신애 아빠가 없어도, 우리가 있잖아.

 

아빠 생각이 나서인지 아이는 말이 없다. 신애는 갑자기 아이를 와락 끌어안고 아 이의 뺨에 자신의 뺨을 갖다 댄다. 아이가 엄마를 뿌리치려하자, 그녀는 더욱 얼굴 을 붙이며 장난스럽게 말한다.

 

신애, 붙었다! 안 떨어진다……!

 

그러나 아이는 손으로 엄마의 얼굴을 간단히 밀어내버린다. 도로 쪽에서 빵빵 경적 소리가 울린다.

 

3. 도로(외부/)

 

김종찬(39)이 고장 난 차의 본넷트를 열어놓고 손을 보고 있다. 작업을 하면서 종찬은 준에게 실없이 말을 건다.

 

종찬 어이, 총각! 니 머리 스타일이 와 그러노? (아이는 대답이 없다.)몇 살이 고? (그래도 대답이 없자) 뭐 안 좋은 일 있나?

……껌 있어요?

종찬? 껌 없다! (신애에게) 밀양 처음이십니꺼?

신애, 처음이예요.

종찬 여행 다니시는 모양이지예?

신애 (잠깐 대답을 망설이다가) 아뇨. 밀양에 살러 왔어요.

종찬 살러 왔다고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신애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는 운전석으로 와서 시동을 걸어본다. 그러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4. 차 안(외부/)

 

신애와 준이 운전을 하는 종찬의 옆자리에 앉아 있다. 종찬이 어딘가에 수다스럽게 전화 통화를 하는 동안, 신애는 곁에 앉은 준에게 손가락 장난을 하고 있다. 뒤 차 창으로 견인되고 있는 신애의 차가 보인다.

 

종찬 헹님, 저 종찬입니다. 어뎅교? ……헹님, 제가예, 밖에 일 나와가 있는데, 여기 손님이, 서울서 오신 여자분인데 밀양에서 집을 구하신다 카네. 가게 달린 집……. 가게는 피아노학원! 밀양에서 피아노학원 해보실 생각인 모 양인데 헹님이 잘 좀 소개해주시면 좋겠네예. ? (소리내어 웃으며) 헤헤 이, 와 이캅니꺼. . 그라입시더. (전화를 끊고 나서 신애를 돌아보며) 이 양반, 부동산중개소 사장인데 내 말이라 카마 꼼짝 못합니더.

신애 아저씨, 밀양이 어떤 곳이예요?

종찬 밀양이 어떤 곳이냐고예? 밀양이 어떤 곳이냐? (그 질문이 그를 약간 당황하 게 한 것 같다. 마치 밀양이 어떤 곳인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듯이.) 뭐라 카 겠노…… 경기는 엉망이고예, 그 다음에…… 한나라당 도시고, 그 다음 에…… 부산하고 가깝고, 말씨도 부산말씨고. 좀 급하고, 말씨가. 인구는 15만 정도였다가 요새는 한 10만으로 줄었고…….

신애 (말없이 창밖을 보다가) 아저씨, 밀양이란 이름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종찬 뜻요? (모른다) 우리가 뭐 뜻 보고 삽니꺼? 그냥 사는 거지.

신애 한자로 비밀 밀(), 볕 양(). 비밀의 햇볕. 뜻 좋죠?

종찬 비밀의 햇볕……. 좋네예. (괜히 킬킬거리며 웃는다.)

 

그는 말없이 앞을 보며 운전을 계속한다. 그러나 자신의 옆에 앉은 이 낯선 여인이 왠지 흥미를 끄는 눈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신애를 한번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참 고 있다. 마침내 그가 고개를 돌려 신애를 쳐다본다. 그러다가 신애와 눈이 마주치 고 말았다.

 

종찬 (혼잣말처럼)……오늘 바람 마이 부네.

 

지저분한 차창 너머 멀리 들판 사이로 저물어가는 햇볕 속의 밀양 시가지가 흔들 리며 다가오고 있다.

그 위로 타이틀 <밀양 Secret Sunshine>이 떠오른다. F.O.

 

5. 거리(외부/)

 

석 달 뒤. FI 되면, 전신주에 전단지를 붙이고 있는 신애의 뒷모습. 옆에는 준이 서 있다. ‘원생 모집, <준피아노학원>, 서울 모대학 음대 졸업 피아노 전공등의 선전 글귀가 보인다.

이윽고 걷기 시작하는 두 사람을 카메라가 따라간다. 어느 문방구 앞에서 걸음을 멈춘 신애가 준에게 뭔가를 건네며 문방구에 들어가라고 시킨다.

 

6. 문방구(내부/)

 

그리 크지 않은 문방구 내부. 유리창으로 신애와 준의 모습이 보인다. 신애는 준에 게 들어가라고 떠밀고, 준이 쭈뼛쭈뼛 문방구 안으로 들어선다.

 

문방구여자 그거 뭐꼬?

(물건을 손에 든 채 긴장된 표정으로 말을 더듬는다.), ……, 피아노……

문방구여자 뭐라꼬? 뭐라 카노?

 

창 밖에서 보던 신애가 하는 수 없이 들어선다.

 

신애 안녕하세요? 애가 숫기가 없어서……. 저기, 요 옆에 피아노학원 새로 개 업해서 인사드리러 왔어요. 개업 떡이예요.

문방구여자 (떡을 받으며) .

신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해야지. 해 봐.

 

그러나 준은 말을 못한다. 아줌마는 말없이 쳐다보기만 하고 신애가 멋쩍게 웃으며 대신 인사한다.

 

신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문방구여자 그라입시다.

 

아줌마의 목석같은 표정은 더 이상 말을 붙일 수 없게 한다.

문방구를 나서는 신애와 준.

7. 양장점(내부/)

 

어느 양장점에 들어서는 신애와 준.

 

신애 안녕하세요? 요 옆 <준피아노학원>에서 개업인사 왔어요.

양장점여자 (떡을 받으며) 서울서 오셨다고예?

신애 벌써 아시네요.

양장점여자 손바닥만한 동네 아입니꺼, 여가.

(그녀의 시선은 무심한 듯 하면서도 신애를 유심히 관찰한다.)

신애……(뭔가 어색해서 묻지도 않은 말을 한다.) 애 아빠 고향이 밀양이에 요.

양장점여자 그래예?

신애.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신애, 어색하게 나가려다가 다시 돌아서서,

 

신애 저기요, 제가 이 앞을 지나면서 항상 생각했는데요, 여기 가게 인테리어를 바꾸면 장사도 잘 되고 좋을 것 같아요. 여기 이쪽이 해가 잘 안 드는 곳 이잖아요. 그런데 이 가게 색깔도 전체적으로 블랙이니까, 너무 칙칙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러니까, 화사하고 밝은 칼라로 바꾸면 한결 손님이 들어 오고 싶어질 거 같아요. 요즘엔 인테리어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양장점여자 가게 인테리어를 바꾸라고요?

신애, 칠만 바꾸어도 확 달라질 거예요.

양장점여자 ……생각해볼게요.

신애 그럼, 안녕히 계세요. 장사 잘 하시고요.

 

문을 나서는 신애의 뒷모습을 양장점 주인이 말없이 보고 있다.

 

8. 카센타(외부/)

 

<서광 카센타>의 작업장에서 종찬이 일하고 있다. 커피 배달 온 다방 아가씨가 종찬에게 인사한다.

 

다방아가씨 안녕하세요!

종찬 어서 온나. (아가씨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9. 카센타 사무실(내부/)

 

사무실에는 세 명의 남자가 소파에 앉아 있고, 아가씨는 커피를 잔에 나누고 있다.

 

신사장 니 치마 안에 빤쓰가? 니 안에…… 거 뭐꼬, 치어리더들 입는 그런 빤쓰 입었나?

다방아가씨 아뇨.

신사장 그냥 일반 빤쓰 입었나?

다방아가씨 (고개를 끄덕인다)

친구1 바지 아이가? 요새 치마 안에 바지 입고 다니두마는.

종찬 (유심히 보며) 바지 아이네.

신사장 치어리더들 입고 있는 거 있잖아. 그런 거 입고 있는 줄 알았디마는 그냥 일반 빤쓰 입고 있다 안 카나 그래.

종찬 빤쓰가 보이나? 보고 싶네, 나도. (허리를 약간 굽혀 장난스럽게 두 주먹을 눈 에 대고 망원경 보는 자세를 흉내 내며 아가씨의 치마 쪽을 관측한다.) 자세 딱 낮차가…… (보는 데 성공했다는 듯이 손뼉 치는 흉내를 내며) ……봤다! (하다 가 문득 문 쪽을 돌아보고 당황해 하며 일어선다.) , 원장님!

신애 안녕하세요? 개업인사 왔어요.

 

준이 떡을 들고 다가와 종찬에게 내민다.

 

종찬, 잘 묵겠고예, 이리 오이소. 커피 한잔 하시거러. 마침 커피 시켜놨는 데…… 잘 됐네. 이리 오이소. 여 부동산 신사장님도 와 계신데…….

신사장, 드디어 문 열었십니꺼? 거 가게 잘 얻었어요. 자리 좋고, 싸고…….

종찬 이 양반이 진짜 애 마이 썼다 아입니꺼. 차 한잔 하입시더, ?

신애 아뇨, 그냥 갈게요.

 

보고 있는 사내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신애는 서둘러 문을 나간다. 종찬이 따 라 나가며 준을 부른다.

 

종찬 어이, 총각! 일로 와 봐라!

 

멈칫거리며 쳐다보는 준. 종찬이 주머니에서 껌 한통을 꺼내 흔들어 보인다.

 

종찬 주까?

 

준이 다가와 껌을 받더니 재빨리 몸을 돌려 뛰어간다. 종찬이 그들을 보고 있다.

 

10. 거리(외부/)

 

길거리를 장난스럽게 뛰어가는 신애와 준. 자꾸 뒤로 쳐지는 준의 손을 끌다시피 하면서 신애는 달리기 경주하듯 웃으며 뛰고 있다.

 

피아노학원 앞에 봉고차가 그들을 기다리며 서 있고, 차 옆구리에는 <영재웅변학 >이라 쓰인 글씨가 보인다. 신애는 준을 서둘러 봉고차에 태우려 하고, 준은 왠 지 타기 싫어하는 것 같다. 억지로 준을 봉고에 밀어 넣는 신애. 출발하는 봉고차 를 향해 손을 흔든다.

 

11. 피아노학원(내부/)

 

신애가 열 살 남짓 되는 여자아이에게 피아노를 교습하고 있다. 서툰 솜씨로 피아 노를 치는 아이의 옆에 나란히 앉아 한손으로 같이 피아노를 친다.

 

신애, , , , , …… 손가락 세우고! 꾹꾹 누르듯이 정확하게!

 

종찬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종이로 포장한 액자를 들고,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 화를 하며 낄낄거리고 있다. 신애는 아는 척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피아노를 계속 치고 있다.

 

종찬 점심 문나? 그래 바쁘나? 지랄병 한다! , 너거 딸내미 피아노 배운다 캤 재? 그라마 피아노학원 옮기라! , 내 아는 분이 피아노학원을 새로 열었 는데, 서울서 음대 나오시고, 피아노 전공하신 분이다. 밀양에 피아노 학 원은 많아도 피아노 전공 제대로 한 데는 별로 없다 아이가? , , 이 원장님은 서울서, 피아노 전공하고 피아노 대회에서 상도 받고, 거 뭐 꼬…… 진짜 피아니스트라 카이께네. (통화를 하면서도 그는 들고 있던 액 자의 포장을 벗긴다. 그리고 벽에 걸 자리를 찾듯이 여기저기 대어보고 있다.)

<준피아노학원>! 이름도 좋다 아이가? 주운! 영어로 칠월! 공부 좀 해라!

소리 내어 킬킬거리는 종찬. 신애는 신경이 쓰이면서도 애써 참고 있다.

 

종찬 그래 알고 준비해라이. 와이프? 너거 와이프는 걱정 말고! 너거 와이프 내 말이라 카마 꼼짝 못한다. 그래……, 나도 바쁘다.

 

전화를 끊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망치와 못을 꺼내 벽에 못질을 시작한다. 그제야 신애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온다. 액자에는 이신애의 이름으로 된 상장이 들어있 . 모 피아노 연주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는 내용이다.

 

신애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종찬을 쳐다보며) 이거 뭐예요?

종찬 상장 아입니꺼. 근사하지예?

신애 나 이런 거 받은 적 없어요. 가짜를 왜 걸어놔요?

종찬 여 촌 아입니꺼. 이런 거 하나 있으면 우선 대접이 달라져예. 두고 보이 소. 인자 소문이 짝 나가 애들이 마이 올낍니더.

신애 그런다고 가짜를 걸어놔요? 그리고, 애들이 많이 오든지 말든지 김사장님 이 신경 쓰실 일 아니잖아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 건데……그렇죠?

종찬 (말이 막히자, 좀 머쓱하게 웃으며 짐짓 피아노를 치고 있는 아이에게) 영미야! 피아노 재밌재? 선생님 잘 가르치시재?

(어색함을 숨기며 문 쪽으로 걸어간다.)……그라마 수고하이소.

신애 사장님!

(돌아보는 종찬에게 화를 내서 미안하다는 듯 미소 짓는다.)

신경 써 주셔서 고마워요.

종찬 (그 한 마디에 기분이 좋아진 것을 숨기지 못하고) 에이……, 신경은요. 서로 돕는 기지예. 상부상조! 그지예?

 

피아노학원을 나가는 그의 걸음걸이가 경쾌해 보인다.

 

12. 웅변학원 복도(내부/)

 

유치원 복도를 걸어가는 신애의 뒷모습을 카메라가 따라간다. 아기자기한 스티커가 붙여진 유리창 너머로 아이들이 수업을 하고 있는 교실의 모습 보인다. 신애는 계 속 걸어가며 교실을 찾는다.

 

13. 웅변학원 교실(내부/)

 

어느 교실의 문이 열리고 신애가 고개를 디밀어 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교실 안 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웅변 수업을 받고 있는 일고여덟 명의 아이들 중에 준도 끼어 있다. 웅변학원장 박 도섭이 직접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은 긴 테이블 한쪽에 일렬로 서 있고, 박도섭이 맞은편에서 왔다 갔다 하며 웅변조로 소리치면 아이들이 복창을 하고 있다.

 

박도섭 웅변!

아이들 웅변!

박도섭 입 크게 벌리고. 다 같이. 빨간 장미처럼

아이들 빨간 장미처럼

박도섭 아름답게 인사 합시다!

아이들 아름답게 인사 합시다!

박도섭 무지개 나팔꽃처럼

아이들 무지개 나팔꽃처럼

박도섭 친절히 손을 흔들며 인사 합시다!

아이들 친절히 손을 흔들며 인사 합시다!

 

미소를 띠며 보고 있는 신애.

박도섭 하늘나라까지 들리도록

아이들 하늘나라까지 들리도록

박도섭 입을 더 벌려 보세요. 안녕하고

아이들 안녕하고

박도섭 큰 소리로 인사하자고

아이들 큰 소리로 인사하자고

박도섭 (두 팔을 활짝 펼치며 웅변조로)힘주어 외칩니다!

아이들 힘주어 외칩니다!

 

아이들도 두 팔을 펼치며 외친다. 옆 아이의 주먹이 준의 얼굴에 맞는다.

 

(얼굴을 만지며) 아야…….

 

14. 차 안(외부/)

 

신애와 준이 웅변학원 봉고차에 타고 있다. 박도섭이 직접 운전을 하는 봉고차 안 에는 아이들이 부산하게 떠들며 장난을 하고 있다. 봉고차의 차창으로 좁은 도로의 주변 풍경들이 지나간다.

 

박도섭 밀양은 학원도 잘 안됩니다. 첫째 아아들이 자꾸 줄어든다 아입니꺼. 인구 가 줄어드이께네……. 내가 웅변을 십년째 갈치고 있는데, 자꾸 줍니다, 원생이.

신애 그래도 학원이 꽤 크던데요?

박도섭 작년에 학원을 크게 벌렸지요. 나도 웅변만 해서 안되겠다 싶어가……. 건 물 한 층 다 빌려가, 미술하고 보습, 다 하자, 제대로 한번 해보자……. 투자 마이 했심다. 시설하고 규모는 마산 아이라 부산 나가도 안 빠집니 다, 우리 학원이.

 

차가 멈춘다. 길가에 아이 두 명이 기다리고 서 있다. 차에 타고 있던 아이 하나가 내리며 인사한다.

 

영록 안녕히 계세요.

박도섭 영록이, 안녕히 가세요.

신애 (준의 손을 잡고 대신 흔들어 주며) 안녕!

 

그러나 준은 수줍은 듯 인사하지 못한다. 새로 차에 올라타는 아이들이 신애를 쳐 다본다.

 

박도섭 세민이, 인사하세요.

세민 (차에 오르며) 안녕하세요.

박도섭 (차문이 제대로 안 닫힌 것을 보고) 다시 문 닫으세요.

 

아이가 문을 다시 닫고, 차가 출발한다.

 

박도섭 피아노학원은 서울이 더 잘 될 낀데요?

신애 저 피아노학원 하러 여기까지 온 거 아니에요. 그냥 밀양이 좋아서 살러 온 거예요. 얘 아빠 고향이기도 하고요.

박도섭 (백미러로 신애를 보며) 그런데 준이가 아빠 안 계신다 카던데, 이런 거 물어봐도 될란지 모르겠는데……

신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어쩌다 세상 떠났냐고요? 교통사고였어요.

박도섭, …….

신애 얘 아빠가 평소에 늘 밀양에 내려와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거든요. 애 는 땅에 흙 밟으며 커야 한대요.

박도섭! 그 말은 맞심더!

신애 그래서…… 그냥 내려왔어요. 애 아빠 꿈이었으니까. 그 사람 있었으면 아 마 평생 못 내려왔을 거예요. 말이 그렇지, 직장도 있고……. (웃으며) 여 자가 더 용감하잖아요?

박도섭 맞심더!

신애 좋은 땅이 있으면 집 짓고 살 거예요. 그래서 요즘 땅 보러 다녀요. 원장 님도 좋은 땅 혹시 아시면 소개 좀 해주세요.

박도섭 좋은 땅이요? 한번 알아보지요…… 잠깐만요!

 

갑자기 박도섭이 차를 세우고 급하게 차에서 뛰어내려 길을 건너 달려간다.

차창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신애.

 

차 안의 시점. 십대로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박도섭을 보고 도망가다가 몇 걸음 못 가서 잡힌다. 박도섭이 여자아이를 차로 끌고 온다. 차문을 열고 여자아이를 밀어 넣는 그의 표정이 사납다.

박도섭 꼼짝 말고 있어!

 

다시 차가 출발한다. 아이(정아)는 눈치로 보아 그의 딸인 것 같은데, 한눈에도 날 나리로 보인다. 신애의 옆자리에 앉은 정아는 아이들이 자기를 흥미롭게 보고 있는 것이 창피한 모양이다. 신애가 먼저 인사한다.

 

신애 안녕.

정아 (화난 표정으로 창밖만 볼 뿐, 반응이 없다.)

박도섭 (백미러로 노려보며) , 인사 안하나?

정아 (마지못해 귀찮다는 듯이) ……안녕하세요?

신애 중학생이야, 고등학생이야?

정아 …….

박도섭 와 대답 안해? 어른이 물으면 대답을 해야지.

정아 ……3이요.

신애 (박도섭을 보며) 따님이 예쁘네요.

박도섭 이쁘면 뭐 합니꺼? 인간이 돼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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